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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한복

    [참성단]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한복 지면기사

    중국은 국력이 커진 21세기 초부터 본격적으로 역사왜곡 계획을 착착 실행한다. 2002년부터 5년간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로 둔갑시킨 동북공정이 대표적이다. 위구르족 역사를 조작한 서북공정, 티베트 역사를 날조한 서남공정, 흉노·돌궐·몽골제국 등 유목제국의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막북공정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소수민족의 분리가 걱정인 중국 입장에서는 역사왜곡이 정략적으로 유용할지 모르나, 당하는 쪽에선 민족적·역사적 치욕이다. 하물며 엄연한 독립국가의 역사를 훼손한다면 전쟁에 준하는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중국은 동북공정 이후 집요하게 대한민국 문화를 노략질해왔다. 김치의 원조를 자처하고 아리랑을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라 했다. 그래도 역사적 기록과 사실이 알량한 왜곡의 논리를 압도하기에 인내해 온 한국 정부와 국민이다.중국이 기어코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한국의 반중 정서를 폭발시켰다. 중국 국기를 받쳐 든 소수민족 대표 56명에 한복을 입은 여인이 포함된 개막 공연을 전세계에 송출한 것이다. 올림픽 보이콧까지 주장하며 중국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네티즌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특히 북한보다 중국에 더 거부감을 보이는 20, 30대의 반발이 거세다.MZ세대 지지에 목마른 대선주자들도 반중 정서에 편승했다. 중국의 반발을 이유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사드 추가배치 공약을 격렬하게 비난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대국으로서 과연 이래야 되느냐"고 중국을 직격했다. 윤 후보는 "고구려와 발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라며 문화공정의 모태인 동북공정 자체를 부정했다. 반중 정서가 대선 캠페인의 변수가 됐다. 유독 정부만 조용하다. 한복 차림으로 개막식에 참석한 황희 문체부 장관은 외교적 항의는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중국이 한복(韓服)을 자국 문화로 왜곡한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 '한푸(漢服)'라는 왜곡용 신조어를 만들었을 정도다. 중국인 대부분이 정부가 왜곡한 역사와 문화를 사실로 알고 있다. 멀지 않은 장

  • [참성단]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성단] 베이징 동계올림픽 지면기사

    컬링 경기 '스톤' 모양의 수륙양용 로봇이 성화를 장착하고 빙판 위에서 물속으로 미끄러졌다. 성화봉의 불꽃은 물 안에서 꺼지지 않았다. 로봇은 물 안에 대기하던 다른 로봇의 성화봉을 점화시켰다. 불을 넘겨받은 로봇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상에서 다음 주자가 넘겨받을 때까지 성화는 활활 타올랐다. 정밀한 로봇 조작기술과 불꽃이 물 안에서 꺼지지 않도록 하는 첨단기술이 지난 2일 시작된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의 백미를 장식했다.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4일 개막돼 17일간 열전에 돌입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분위기는 썰렁하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축하사절을 파견하는 관례를 깼다. 선수촌과 미디어 숙소, 경기장 주변엔 경찰 공안이 배치됐고, 외부인들 이동이 제한됐다. 상황은 여의치 않으나 대회가 진행될수록 지구촌 축제답게 명승부가 연출되고 열기가 뜨거워질 것으로 주최 측은 기대했다."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를 획득, 종합 15위에 오를 것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5일 동계올림픽 개막 D-30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밝힌 한국선수단 예상 성적이다. 2018 평창올림픽 금메달 5개에 비해 3~4개나 적은 야박한 예상치다. 정초부터 엄살이 심한 것 아니냐는 반응과 여러 (나쁜) 환경을 고려한 판단이라는 견해가 갈렸다.대한체육회가 지레 찬물을 끼얹은 건 효자 종목 쇼트트랙에 대한 걱정에서다. 쇼트트랙이 정식종목이 된 1992 알베르빌 이후 매 대회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고, 역대 24개 금메달을 수확했다. 평창에서도 3개의 금메달을 따냈으나 최근 상황은 비관적이다. 평창 금메달리스트 임효준(26)이 불미스러운 일로 중국으로 귀화했다. 대표팀 선발전 1위 심석희(25)는 국가대표 2개월 자격정지로 출전하지 못한다. 대표팀은 쇼트트랙 남자 500m 황대헌과, 여자 1천500m 최민정 선수에 기대를 건다. 쇼트트랙은 운이 작용하는 변수가 많은 데다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아 섣불리 낙관할 수 없다.올림픽에선 이변이 속출하는 반전 드라마가 연출된다. 우리 대표팀도 예외가 아니다. 스피드

  • [참성단] 설날 축구 삼국지

    [참성단] 설날 축구 삼국지 지면기사

    축구는 공과 골대와 선수만 있으면 가능한 스포츠이다. 진입장벽이 없고 직관적인 경기규칙 덕분에 세계 어디에서나 남녀노소가 참여하고 관전하며 즐기고 열광한다. '공은 둥글다'는 격언대로 의외의 승부가 속출하는 것도 축구의 매력이다. 덕분에 축구는 많은 나라의 국기(國技) 대접을 받고 있지만, 그 탓에 앙숙 관계인 국가 대항전은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긴다. 1969년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는 축구 때문에 전쟁을 했고, 한·일전은 양국의 자존심 대리전으로 격상한지 오래됐다.한국, 중국, 베트남의 설날 축구 삼국지가 화제다. 설날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지역 예선경기 결과에 삼국 국민의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시리아를 2대0으로 제압한 한국은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출전을 확정했다. 10회 연속 출전은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에 이어 여섯번째인 대기록이다. 2002년 월드컵 4강의 위업 만큼이나 대단한 업적이지만 국민들은 덤덤하다. 탈락이 이변이지, 본선 진출은 당연하다는 자신감 때문일 테다.오히려 중국과 베트남의 설날 축구대첩 결과가 더 흥미롭다. 중국은 최약체 베트남에 1대3으로 패한 충격에 나라 전체가 가라앉았다. 축구팬들은 춘제(중국의 설)를 망친 대표팀에게 '귀국하지 말라'고 악담을 퍼붓고, 한 축구팬은 TV를 때려부쉈다. 본선 진출은 이미 물 건너 간 상태지만 베트남에까지 지자 국가 자존심에 제대로 상처를 입었다.반면 베트남은 축제 분위기이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은 월드컵 지역 최종예선 최초 진출, 첫승으로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박항서 매직에 중국이 희생양이 된 드라마에 베트남 전체가 열광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불편했던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면 베트남에게 이번 승리는 각별한 모양이다. 설날 최고의 선물에 총리는 선수단에 세뱃돈을 뿌렸다.세 나라는 아시아에서도 음력 설이 명절인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올해 설엔 영어권 국가와 기업들이 음력 설(Lunar New Year)을 중국 설날(Chinese New Year)로 표기하는 문제가 논란이 됐

  • [참성단] 코로나19 3년차 설날

    [참성단] 코로나19 3년차 설날 지면기사

    오늘부터 사실상 설 연휴가 시작된다. 설날은 추석과 더불어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지만 양력 새해를 한 참 전에 시작한 터라 음력 새해라는 문화적 의미는 조금씩 시들해져왔다. 농업과 어업에서는 여전히 음력의 절기가 유용하지만 일상은 양력이 지배한지 오래이다. 나이 기준만 해도 양력 기준의 만 나이로 통일하겠다는 대통령 선거 공약이 나올 정도이다. 떡국 한 그릇에 나이 한 살 쳐주는 문화가 없어지면 설 상에서 '떡국'이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그래도 명절 분위기 망치기로는 코로나19 만한 원흉이 없다. 이번 설은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세 번째이다. 2020년 설 연휴는 국내 코로나19 발생 직후에 시작됐다. 당시엔 공식 명칭 없이 '우한 폐렴'으로 불렸다. 우한 폐렴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제 이름을 찾자 순식간에 공포가 확산됐고 사상자가 속출했다. 사람들은 이동을 멈추고 거리는 어두워졌다.2021년 설날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명절이 됐다. 경기도민 85%가 귀향을 포기하고, 64%는 연휴 '집콕'을 선택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명절 귀향을 종용하는 시댁을 고발하자는 며느리들의 항변이 온라인에 가득했다. 재고 폭탄에 산화한 전통시장 상인들이 속출했다.하지만 최악은 올해 설날이다. 코로나19 감염이 폭발하는 시점과 겹쳤다. 이달 중순 3천~4천명대이던 확진자 수가 27일 기준 1만4천명 이상으로 폭증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탓이다. 일일 확진자 규모가 늘자 정부의 방역대책도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감염자를 놓칠 우려가 있다며 한사코 거부했던 간이검사를 시작했고, 확진자 폭증에도 현재의 느슨한 방역대책을 유지한다는 말도 들린다.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집단감염을 집단면역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코로나19 3년 차 국민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수천 년 각인된 문화적 본능이 강력하다. 고향과 가족을 찾는 집단적 회귀본능을 신뢰를 상실한 정부의 호소로 막기엔 역부족이다. 그래도 오미크론은 가장 악질적인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다. 치명률은 낮

  • [참성단]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

    [참성단]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 지면기사

    1932년생 백남준은 일제 치하 경성(서울)의 상류층 자제들만 입학했던 수송국민학교와 경기공립중학교를 거쳐 홍콩에서 유학한다. 한국전쟁 때는 일본으로 넘어가 도쿄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독일 뮌헨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과 음악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시절 전위예술의 전설 존 케이지의 영향을 받아 뉴욕에서 행위예술가로 데뷔한 뒤,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의 비조가 됐다.청년 백남준이 세계를 유랑하며 예술적 소양을 키울 수 있었던 배경엔 부친의 막대한 재력이 있었다. 아버지 백낙승은 식민지 조선과 독립 대한민국의 거부였다. 직물, 제약, 군수업체를 거느린 재벌의 효시라 할만했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재산을 몰수했고, 일제에 협력한 탓에 친일 인명사전에도 올랐다. 만일 백남준이 대한민국에 계속 있었다면 위대한 예술가로 성장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백남준은 1984년 새해 벽두에 최초의 인공위성 예술작품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제작했다. 전 세계인이 동시에 시청하며 자자해진 명성이 고국에도 알려졌다. 1988년 88올림픽을 기념해 1천3대의 TV브라운관으로 비디오 타워 '다다익선'을 제작해 대중과도 친숙해졌다. 그래도 백남준은 여전히 세계인이었고, 한국 대중은 그의 예술보다는 명성에 호감을 가졌다.그런 백남준이 늘그막에 용인에 자신의 예술혼을 집약했다. 인연의 중심에 경기도가 있다. 2002년 4월 임창열 경기도지사가 백남준 미술관 건립계획을 공표했다. '백남준' 이름 석자가 들어간 유일한 미술관이었다. 감사원은 건립계획 재검토를 권고했지만 경기도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백남준은 미술관 기공 직전인 2006년 1월 타계했지만 '백남준아트센터'는 2008년 10월 용인시 상갈리에 우뚝 솟았다.올해 탄생 90주년을 맞아 문화계에 백남준 열풍이 불고 있다. 과천현대미술관은 '다다익선'을 리모델링해 영상을 작동시킬 준비에 한창이다. 전국의 백남준 작품 보유 미술관들도 각종 기획전을 펼친다. 그래도 백남준 예술의 중심은 그가 생전에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 명명한 '백남준아트센

  • [참성단] 수원 '행리단길'

    [참성단] 수원 '행리단길' 지면기사

    1980년대, 서울 이태원 거리가 늦은 밤에도 들끓는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외국인들이 몰려드는 이국 풍경에, 이방인과 젊은 층을 겨냥한 다국적 음식점, 카페, 클럽이 흥행을 주도했다. 경리단길로 불리며 전국 'O리단길'의 원조가 됐다. 서울 망리단길, 연리단길, 부산 해리단길, 경주 황리단길, 전주 객리단길이 후계 그룹이다.잘 나가던 경리단길이 2010년대 후반 급격하게 쇠퇴했다. 2015~2017년 상가 임대료는 연평균 12% 급등했다. 높은 임대료에 수익성이 떨어지자 빈 상가가 늘었고, 발길이 끊긴 거리는 썰렁해졌다. 때마침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했다. 지역 흥행을 이끈 방송인 홍석천도 2019년 장사를 접고 떠났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반복되면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일대는 '행리단길'로 불리는 신흥 핫플레이스다. 화성 성곽을 따라 카페, 식당, 공방 등 백여 개 넘는 점포가 들어서 있다. 정조가 효심으로 지은 화성행궁과 수원화성의 고즈넉한 풍광이 상권을 후원한다. 날 좋은 주말과 휴일, 유명 식당엔 대기 줄이 선다. 전망 좋은 빈티지 카페 옥상은 '행궁동 깨부수기' 필수 코스다. 차량은 거북이 운행을 하고, 골목길 주차 전쟁이 치열하다.활력 충만 행리단길에 돌연 먹구름이 짙다. 수년 사이 주택 가격과 상가 임대료가 폭등했다. 동네 시끄럽고, 정신 사납다며 살던 집을 팔고 떠나는 원주민들이 늘고 있다. 쓰레기, 주차, 소음 문제는 지긋지긋한 고질이 됐다. 젠트리피케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진다.주민과 상인들 불협화음도 심각하다고 한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심각한 주차난에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종일 이어지는 행인들 소음에, 빨래 널기도 불편하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먼저 주민들이 떠나고, 늘어나는 상가에 치솟는 임대료가 부담인 상인들이 뒤따르면서 지역이 가라앉는 게 젠트리피케이션의 전형이다.행리단길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민·관이 투합해 잊혔던 옛이야기를 복원했고, 재화(財貨)를 흡인하

  • [참성단] 올 설 명절은 전통시장에서

    [참성단] 올 설 명절은 전통시장에서 지면기사

    민족의 명절 설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설 하면 설빔과 세뱃돈 그리고 각종 세찬(歲饌)들이 떠오른다. 떡국·산자·부꾸미·식혜·수정과·강정·동동주 등이 설을 대표하는 음식들이다. 명절에 맞춰 튀밥을 준비하고 구들장이 쩔쩔 끓을 정도로 불을 지피며 고던 쌀엿과 고구마엿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떡국이야말로 설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떡국에 관한 오랜 기록으로 1819년 김매순이 펴낸 '열양세시기'와 1948년에 발간된 육당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을 꼽을 수 있다. 이들 문헌에 따르면 긴 가래떡은 장수를, 동그랗게 썬 떡 모양은 엽전의 상징으로 재물을, 그리고 흰색은 새해 첫날 정결한 마음가짐을 다지는 의미라 풀이하고 있다.떡국은 지역마다 약간씩의 차이가 있는데, 개성의 조랭이떡국은 길운을 상징하는 누에고치 모양을 차용한 것이라고 하고, 또는 역성혁명으로 고려를 무너뜨리고 왕씨들을 죽음으로 내몬 이성계에 대한 분노의 표현으로 떡국을 그의 목을 조르는 형상으로 만들었다고도 한다. 또 '꿩 대신 닭'이란 말은 고려 때 풍습과 관련이 있다. 원나라는 매를 이용한 꿩 사냥이 발달하였고 여기에 영향을 받아 고려에서도 꿩 사냥이 성행했고 이런 이유로 떡국에 꿩고기를 썼다고 한다. 그러나 꿩고기는 구하기 어려운 음식인지라 떡국에 꿩 대신 닭을 넣으면서 이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그런데 올 설 명절도 쓸쓸하게 지내야 할 듯하다.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놀라울 정도이고, 양적 완화에 재난지원금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여러 이유로 명절 소비자 물가가 무려 8.7%나 올랐다. 차례상 준비를 위한 장바구니 물가를 비교해보니 마트가 35만원인데, 전통시장은 24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 하면 그래도 떡국이고 음식 준비는 전통시장이 제격이다. 마트는 편리하지만 자주 가는 곳인 데다가 왠지 인스턴트의 느낌이 난다. 전통시장은 가격과 경제성도 있지만 명절 분위기가 고스란히 살아있다. 수원의 남문시장·인천의 신기시장·오산의 오색시장·성남의 모란시장·의정부 제일시장 등등 지역마다 가볼만한 명품 전통시장들이 즐비

  • [참성단] 사이버 전쟁의 공포

    [참성단] 사이버 전쟁의 공포 지면기사

    우크라이나 사태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자, 영토를 잃은 우크라이나는 이에 맞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EU(유럽연합) 가입을 추진해왔다. 러시아가 무력으로 저지하려 하자 미국이 막고 나서면서 우크라이나 국경에 두 나라의 무력과 병력이 집결하고 있다.전쟁은 이미 은밀하게 시작됐다. 지난 14일 우크라이나의 7개 부처와 국가 응급서비스 등 70여 개 정부 웹사이트가 해킹으로 먹통이 됐다. 사이트 화면엔 "최악을 내다보고 두려워하라"는 섬뜩한 문구가 게시됐다. 우크라이나는 며칠 뒤 "모든 증거가 해킹 공격 배후로 러시아를 가리키고 있다"고 발표했다. 사실이라면 러시아는 선전포고 없이 사이버 전쟁을 개전한 것이다. 2015, 2016년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으로 의심되는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었던 우크라이나의 심리적 공포는 극심할 수밖에 없다. 전쟁을 앞둔 국민의 대응도 분열할 수 있다.사이버 전쟁이 무서운 것은 심리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컴퓨터 악성 코드로 원자력 발전소의 핵연료 냉각시설 작동을 멈추면 핵미사일 발사와 같은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여전히 출처가 불분명한 악성 코드 '스턱스넷'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파괴한 때가 10여 년 전인 2010년의 일이다. 전력망 붕괴, 전략무기 네트워크 파괴, 금융 전산망 중단 중 하나만 발생해도 한 나라의 국력은 초토화된다.문제는 북한이 사이버 전력 강대국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일찌감치 사이버 전력을 양성해왔다. 북한 정찰총국 산하의 해커 조직 '김수키'가 대표적이다. 한국형 전투기를 생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국산 잠수함 등 함정 건조 업체 대우조선해양, 원전기술의 보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모두 북한 해커 조직에 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검색창엔 북한의 눈부신 사이버 테러 전적이 줄줄이 뜬다. 지난해에만 해킹으로 챙긴 돈이 4억 달러에 달한다고 하고, 사이버 보안이 취약한 국가와 민간기업은 북한의 현금 지갑으로 전락했다.고도의 정보화 국가인 대한민국은 북한의 사

  • [참성단] 인천 애관극장

    [참성단] 인천 애관극장 지면기사

    1979년 9월 말, 인천 애관극장에서 홍콩 영화 '취권'을 상영했다. 개봉작 대부분이 한 달도 안 돼 간판을 내리는데, 어쩐 일인지 3개월 넘게 이어졌다. 서울 기준 89만명을 동원해 1970년대 추석 개봉작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2위인 겨울 여자(1977년 58만명)를 압도하는 이변이다. 당시 영화를 보지 않은 중고생이 없을 정도였고, 명절 때면 TV 단골 프로그램이 돼 안방을 찾았다. '재키찬' 성룡의 출세작으로, 극 중 스승인 걸인 '소화자'는 취권(술 취한 권법)의 대명사가 됐다.1980년대 동인천 거리는 시네마 천국이었다. 경동 사거리를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에만 10개 넘는 극장에서 국내·외 개봉작을 쏟아냈다. 애관, 동방, 문화, 미림, 오성, 인영, 인천, 현대 극장까지. 선생님들 눈을 피해가며 몰래 들락거린 현재의 50~60대 장년층엔 춘풍(春風) 일렁이는 명소들이다.경동 시네마 거리 맏형인 애관극장은 100년 넘는 세월을 품은 문화 자산이다. 1895년 설립된 국내 1호 실내극장 겸 공연장 '협률사(協律舍)'의 127년 역사를 이어받았다. 1926년 '보는 것을 사랑한다'는 애관으로 명패를 바꿨다. 엄혹한 일제 치하, 내국인이 운영하는 최초의 활동사진 상설관이다. 세태 변화로 부침을 거듭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고, 2017년 매각설이 나돌았으나 근근이 버티고 있다. 내부는 달라졌어도 외관은 예전 그대로다.인천 시민과 시민단체가 애관극장 지킴이 활동에 나섰다고 한다. 지역 45개 단체에, 타 지역 7개 시민단체가 힘을 보태기로 했다. 애관극장 공공 매입을 위한 시민 모금 운동을 추진한다. 십시일반 성금과 기업체 후원, 인천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시는 지난해 5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공공 매입 여부를 검토해왔으나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문화·역사 가치는 충분하나 건축물 평가에서 의견이 갈린다고 한다. 감정평가대로 사들여 근대문화 자산으로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경동 길 언덕 위 애관극장은 지친 일상의 휴식처였고, 만남의 광장이었다. 누군가는 꿈

  • [참성단] 반송된 대통령의 편지

    [참성단] 반송된 대통령의 편지 지면기사

    2018년 9월 당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내온 친서를 언론에 흔들어대면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두 통의 편지를 받았다"며 "역사적인 편지", "한 편의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앞서 두 사람은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체제안전보장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 2차 회담을 요청하는 김 위원장의 친서 2통은 외교 업적 과시용으로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2019년 2·28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회담은 '하노이 노딜'이라는 외교참사로 끝났다.전자메일로 인해 친필 편지, 친서가 사라진 시대이다. 친필 편지를 나누는 사이라면 보통 사이가 아니고, 친서는 진심의 표현이라는 무게를 갖는다. 트럼프가 김정은 편지에 홀딱 반한 이유일테다. 일전에 여학생들의 군 위문편지가 문제가 된 것도, 진심이 없는 위문편지를 관행적으로 강요한 문화적 맹목 탓이었다. 겉치레 편지는 발신인과 수신인 모두에게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긴다.엊그제 청와대 앞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족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받은 편지를 반납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10월8일 피살 공무원의 아들에게 친서를 보냈다. 대통령은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한다"며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는 피살 사건과 관련한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유족들이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정부는 항소했다.대통령 편지에 대한 아들의 답장 편지가 가슴을 때린다. "아버지를 월북자로 만드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대통령님의 약속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며 "대통령님의 편지는 주적인 북한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거짓말"이라 했다. 유족들은 증거 없이 정황만으로 아버지가, 남편이, 동생이 월북자로 낙인찍힌데 분노하고 있다."이 편지가…수백년 동안 전해져서 안목 있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더라도 조롱받지 않을 만한 편지인가를 생각해본 뒤에야 비로소 봉해야 한다." 다산 정약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