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참성단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참성단] 백마고지 용사 조응성 지면기사
국방부가 지난해 11월 24일 공개한 사진 한장이 커다란 울림을 남겼다. 중부전선 비무장지대 백마고지에서 발견된 무명의 국군 전사자. 유해는 적을 향한 사격자세를 유지한 모습 그대로였다. 유해 주변엔 청녹색으로 산화된 실탄들이 널려 있었다. 머리와 그 옆에 벗겨진 철모엔 적탄이 관통한 흔적이 뚜렷했다. 교전 중에 숨진 것이 확실했다. 그의 생명은 찰나의 순간에 꺼졌을 테고, 가족을 떠올릴 순간도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다.무명용사가 이름을 찾고 가족 품에 안겼다. 국방부가 지난 17일 밝힌 전사자의 신원. 고 조응성 하사. 1928년 경북 의성 태생. 1952년 5월 제주도 제1훈련소 입대. 1952년 10월 백마고지에서 전사. 입대 당시 아내와 어린 두 딸이 있었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당시 대한민국의 평범한 20대 가장. 70년 동안 사격자세를 유지하며 잊힌 전쟁터를 고독하게 방어하고 있었다.국방부는 백마고지 전사자 병적기록 등 자료를 살펴 유족들을 찾았고 유족들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다. 덕분에 조영자씨는 아버지 조응성을 70년만에 만났다. 70대 딸은 아버지와의 마지막 장면을 '맛'으로 각인해 놓았다. 아버지가 사온 오징어를 맛있게 먹었단다. 유년의 소녀가 70년 간직해 온 '맛'의 기억이 행복과 고통 사이 어디쯤일지 가늠하기 힘들다.국방부는 조응성 하사의 신원을 언론에 공개한 당일 인천 남동구 따님의 자택에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행사 진행 예고만 있었지, 행사 장면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쉽고 의아하다. 유족들의 뜻이 따로 있었는지 모르나, 70년 세월의 강을 건너온 호국영웅의 귀환 행사를 예고로만 끝낼 일인가 싶다. 영화 '챈스 일병의 귀환'은 전사자의 귀향 봉송을 극진하게 예우하는 미국과 미국인을 보여준다. 호국선열을 위한 의식은 국가와 국민을 결속시키는 제의이다.국방부는 2000년부터 6·25 전사자 유해발굴을 시작해 1만여구의 유해를 찾았으나 185명만 신원이 확인됐다. 전사자 대부분이 비목 하나 없이 묻혀있다 귀환했지만 여전히 '무명'이다
-
[참성단] 매화예찬 지면기사
매화는 이른 봄에 피는 꽃이다. 내가 사는 동네 아파트 화단에도 산수유와 매화 꽃봉오리가 점점이 맺히기 시작했다. 매화는 사군자 중에서도 제일 먼저 거론될 만큼 문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했거니와,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이야말로 최고의 매화 애호가 가운데 한 분이었다. 임종 순간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도 "매화나무에 물 줘라"였을 정도다. 죽음 앞에서도 의연했던 정신적 깊이도 대단하지만, 매화사랑이 지극했음을 알 수 있다.매화는 꽃받침 색깔에 따라 청매(靑梅), 홍매(紅梅)로 구분한다. 이뿐 아니다. 매화는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 추운 날씨에 피면 동매(冬梅), 매화가 이미 피었는데 눈이 내리면 설중매(雪中梅), 밝은 달에 보는 매화를 월매(月梅), 매화가 옥같이 고우면 옥매(玉梅), 그 향기만을 따지면 매향(梅香), 이른 봄 매화꽃을 찾아나서는 것을 심매(尋梅) 또는 탐매(探梅)라 했다.매화가 등장하는 시 가운데 상촌 신흠(1566~1628)의 칠언시가 유명하다. "오동나무는 천년이 지나도 아름다운 곡조를 가지고 있고(桐千年老恒藏曲), 매화는 아무리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질은 그대로 남아있고(月到千虧餘本質), 버드나무는 백번을 꺾여도 또 새 가지를 낸다(柳經百別又新枝)." 매화 향기가 가득하여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조선 선비의 부드러운 결기를 느낄 수 있다. 현대시로는 "지금 눈이 내리고/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는 비타협적 저항시인 이육사의 '광야'의 일구를 첫 손에 꼽고 싶다.올해는 어인 일인지 매화 소식을 알리는 뉴스가 없다. 화마가 동해안 지역을 휩쓸다시피 한 산불 피해에다 오미크론의 대유행에, 얼마 지나지 않은 대선의 여파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일 것이다.16일로 예정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이 결국 불발됐다. 양측 모두 자세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선거로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추슬러야 할 상황에서 신구 정권의 불협화음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정
-
[참성단] '이대남'과 '이대녀'의 연대 지면기사
지난 대선을 통해 20대 남녀가 정치적으로 등을 돌렸다. 출구조사 결과 '이대남'의 58.7%가 윤석열 후보를 찍었고, '이대녀'의 58.0%가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 언론은 '이대녀'의 반전을 대서특필했다. 24만표 차이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더불어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이대녀 박지현(26)을 임명해 신속하게 이대녀 지지를 흡수했다. 박 위원장은 대학생 시절 잠입 취재로 'n번방'의 실체를 공론화해 2020년 한국기자협회 이달의기자상 특별상을 받았다.이대녀는 처음부터 민주당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페미니즘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표리부동에 반감이 깊었다. 여당 출신 충남도지사, 서울시장, 부산시장이 성폭력으로 처벌받거나 비극적 선택을 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피해 여성을 '피해호소인'이라 격하했고, 여성가족부와 진보 시민단체들은 침묵하거나 가해 권력자를 두둔했다. 여성가족부의 정체성을 가장 먼저 의심한 계층도 '이대녀'였다.국민의힘은 '이대녀'가 민주당으로 쏠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짐작하고 '이대남' 지지에 집중했다. 성폭행 무고에 속수무책이라는 '이대남'의 주장에 성폭력 무고죄 신설을 공약했다. 윤석열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했다. 결정적으로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 캠페인이 갈 곳 없던 '이대녀'에게 민주당이라는 출구를 열어주었다. 이대녀는 국민의힘의 반페미니즘에 맞서 전략적으로 민주당을 선택한 뒤, 후원금으로 정의당에 사과했다.이대남과 이대녀의 분리는 대선 정치공학의 원인과 결과이다. 엄존하는 성차별 구조를 부인하는 국민의힘의 이대남 편애가 지속가능할리 없다. 박 위원장 홀로 피해호소인을 작명한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척결하기 힘들다. 세대로 갈린 꼰대들이 장악한 여야 정당의 파쇼 정치에 이용당할 뿐이다. 친여 커뮤니티는 이대남을 저주하고, 친야 커뮤니티는 이대녀를 희롱하며 미래의 주역인 20대 남녀의 갈등을 치유하기는커녕 부추긴다. 무책임한 기성세대는 이대남과 이대녀 공동의 적이다.열렬히 사랑해도 모자랄 2
-
[참성단] '한국농구의 희망' 이현중 지면기사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은 매년 봄 미국에서 개최되는 대학농구대회 별칭이다. 정식 명칭은 'NCAA Men's Division I Basketball Championship'. 미 전역에서 치열한 예선을 거쳐 선정된 68개 대학이 경합해 우승팀을 가린다. 토너먼트 참가 선수들은 '춤추러 간다(going dancing)'고 하는데, 'The Big Dance'란 대회 애칭에서 연유한다.1939년 창설 당시 8개 팀이 초청됐고, 이후 참가 대학이 늘어 2011년 68개 팀으로 개편됐다. 원활한 대회 진행을 위해 하위 8개 팀은 남는 4개 자리를 놓고 'First Four'라는 1라운드 경기를 한다. 이후 16강 대진이 확정되면 'Sweet Sixteen'이라 하고, 8강은 'Elite Eight', 4강은 'Final Four', 결승은 'Championship'이라 불린다. 4강과 결승은 5만석 넘는 NFL(National Football League) 경기장에서 열린다.프로스포츠를 뛰어넘는 흥행 요인은 지역 연고와 경이로운 이변. 대학 동문뿐 아니라 지역·출향민들이 응원에 나서고, 열성 팬 스타가 많다. 마이클 조던은 모교인 노스캐롤라이나대 경기마다 꼬박 얼굴을 드러내고, 매직 존슨은 미시간 주립대 경기를 직관한다. 농구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찐 팬인데, 번번이 승부 예측을 잘못해 체면을 구긴다. 2018년 1번 시드인 버지니아대가 1라운드에 탈락하는 대이변의 희생양이 됐다.미 전역이 들썩이는 '꿈의 무대'에 한국 농구의 희망 이현중(22·데이비슨대) 선수가 출전한다. 데이비슨대는 지난 14일 디비전 토너먼트 결승에서 패했으나 선발위원회 추천으로 자격을 얻었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이며, NBA 최고 스타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의 모교인 데이비슨대는 4년 만이다.미국 유학생인 이현중은 팀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202㎝ 장신에도 지난 시즌 야투 성공률 50.3%, 3점슛 43.6%, 자유투 90.5%를 기록했다. 대학농구 최고 스몰포워드에게 주
-
[참성단] 꿀벌 실종사건 지면기사
진드기 사촌 격인 응애는 다른 거미류와 달리 기생 능력이 매우 탁월하다. 식물에도 기생하고 척추동물, 무척추동물과도 기생 관계다. 생존력이 뛰어나 모양과 크기, 서식지가 다양하다. 3만종 넘는 응애류가 지구촌에 분포하며, 끊임없는 종분열로 신종 개체군이 계속 번성하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참조).응애는 대체로 인간에 해롭지만 이로움을 주기도 한다. 농작물이나 가축에 기생해 손해를 끼치고, 병원체를 옮기는 나쁜 매개가 된다. 뽕나무응애, 사과응애는 과수농가들에 골칫거리다. 동물 기생의 일종인 꿀벌응애는 꿀벌을 숙주로 체액과 조직을 먹고 자란다. 암컷은 몸길이 1천120㎛, 폭 1천686㎛에 불과한 미물이나 양봉 농가들에 큰 피해를 준다. 반면 식물을 분해해 영양물질의 순환에 도움을 주고, 인간에게 해로운 동물을 섭취하는 익충 역할도 한다.올 들어 남부지방에 꿀벌들이 사라지는 일이 확산하고 있다. 봄철을 맞아 꿀벌 깨우기를 하던 양봉 농가들은 망연자실한 표정들이다. 제주와 남부에서 시작된 꿀벌 실종사건은 충청과 강원으로 북상하고 있다는 게 농촌진흥청 관찰 결과다. 전국적으로 77억마리 이상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전남, 전북, 경북, 경남 순으로 피해가 컸고 충남과 강원, 경기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전남은 전체 농가의 75%가, 경북은 절반 가량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농진청은 꿀벌 실종사건의 원인으로 꿀벌응애와 말벌에 의한 대량 폐사, 이상 기후에 따른 요인이 복합 작용한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피해지역 대부분 벌통에서 응애가 관찰된 점에 주목한다. 예찰이 어려운 응애류의 발생을 농가에서 인지하지 못해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월동하는 일벌 수가 급감했다는 거다. 지구온난화로 동면해야 하는 벌들이 12월에도 야외활동을 하다 체력이 소진하면서 집단 폐사로 이어졌다는 견해도 있다.꿀벌은 2㎝도 안 되는 작은 곤충이나 가축으로 대우받는다. 양봉 농가뿐 아니라 과수업계에 이만한 효자가 없다. 나비와 함께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 수정을 돕는다. 2억2천만년 전부터 한반도 전역 동·식물 번성에
-
[참성단]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 지면기사
바람과 물과 땅의 기운이 인간의 길흉화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풍수지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길은 없다. 대권을 잡으려 선영을 옮긴 정치인은 많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그러니 확정된 결과를 놓고 명당 덕이네 탓이네 하는 건 우습다. 그래도 풍수로 현상을 해석하려는 민간의 인식은 집요하다.1967년 수원시 팔달산 기슭에 지어진 경기도지사 공관은 풍수적으로 악평이 끊이지 않았다. 정조 때 전염병 환자와 시신을 안치했다 해서 '병막(病幕)'이라 불렸다는 터의 연원부터 음산하다.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등 역대 지사가 대선 본선과 경선에서 패배하자 공관 터 때문이라는 풍설이 퍼졌다. 남경필 전 지사는 공관을 '굿모닝 하우스'로 리모델링해 도민에게 환원했는데,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지사 시절 재입주했다가 이번 대선에서 패했다. 경기도지사 대권 무덤설과 공관 저주설이 어김없이 회자된다.여의도 국회의사당도 풍수 흉설의 단골이다. 땅 자체가 모래섬이라 지세가 굳건하지 못한 데다 배수진의 지세에 상여 모양 의사당 건물이 들어서 여야가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싸운다는 것이다. 청와대 흉지론은 이승만 하야, 박정희와 육영수 시해, 전두환·노태우 구속, 노무현의 비극, 이명박·박근혜 수감 등으로 이어진 역대 대통령 수난사 때문에 강력하다. 땅 기운 말고는 대통령들의 비극을 설명할 길 없다는 결과론적 경험칙이다.하지만 풍수지리도 사람이 빠지면 허무맹랑하다. 선영을 옮긴 김대중은 대통령이 됐지만, 이회창은 실패했다. 대통령들의 비극도 그들의 원죄와 통치의 결과였을 뿐이다. 국회의사당을 옮겨봐야 정치와 정치인들이 바뀌지 않고서야 해오던 타령을 벗어나기 힘들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를 버리고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 이행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하고 취소했던 공약이다. 공약의 핵심은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제왕적 대통령의 상징인 청와대를 버리겠다는 것이다.하지만 제왕적 권한을 버리고 국민과 소통하는 일은 사람인 대통령이 하는 것이지, 터와 건물이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윤 당선인
-
[참성단] 대선 출구조사 지면기사
공중파 방송 3사가 공동실시한 2014년 6·4 지방선거 출구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가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에 앞서 경기지사에 당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김 후보가 2% 가량 앞선다는 예상은 개표 중반 빗나갔고, 50.5%를 얻은 남 후보가 당선됐다. 49.5%인 김 후보와 차이는 1%포인트(5만 표).다른 지역도 예측과 다른 결과가 나와 방송사들이 체면을 구겼다. 1.7%포인트 차 초접전이라는 충남지사 선거전은 안희정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8.2%포인트 차 완승으로 끝나면서 출구조사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앵커가 "아예 출구조사 결과는 잊어버리고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역대 대선 출구조사는 수차례 망신을 당한 지방선거나 총선과는 격이 달랐다. 한 번도 틀리지 않은 족집게 적중률을 자랑한다. 박빙으로 끝난 2002년 대선과 2012년 대선은 물론, 여·야 3강이 맞선 2017년 대선에서도 정밀한 예측력을 보여줬다.9일 저녁 방송 3사는 대선 출구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자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0.6% 포인트 앞선다고 발표했다. 윤 후보가 5% 이상 앞설 것으로 낙관한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침묵했고, 민주당사는 환호성으로 들떴다. 초반 한때 이 후보가 3~5%포인트까지 앞서기도 했으나, 개표 결과는 예상치와 놀랍도록 일치했다. 윤 당선자는 예상보다 불과 0.13%포인트 더 격차를 벌리며 신승했다. 특히 이 후보가 얻은 47.8% 득표는 소수점까지 들어맞는 신기(神技)에 가까웠다.20대 대선은 출구조사가 금지된 사전 투표 비율이 높아 예측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본 투표 조사에선 엉뚱한 후보를 찍었다는 장년층이 많아 골탕을 먹기 일쑤다. 그래도 여론조사 기관은 정밀한 보정 작업을 통해 이 어려운 장애를 극복해 낸다. 진화하는 조사 기법으로 역대 최소인 0.73%포인트 득표율 차이를 정확하게 짚어낸 것이다.출구조사 방송은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을 위한 별식 '디저트'다. 60초 전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입
-
[참성단] 하켄크로이츠와 'Z' 마크 지면기사
나치 독일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Hakenkreuz)는 독일어 갈고리(Haken)와 십자가(Kreuz)를 합친 조어이다. 히틀러는 독일 게르만 민족의 뿌리인 아리안족의 상징으로 간주해 나치 정권의 상징으로 삼았다. 하켄크로이츠의 원형인 만(卍)자 문양은 고대 여러 민족들이 종교적 의미로 사용해왔다. 한자 문화권에선 불교를 통해 문양 자체를 글자로 받아들이기도 했다.하지만 신성한 문양이 나치의 상징이 되자 공포의 대상이 됐다. 나치 군대는 하켄크로이츠 깃발 아래 2차 대전을 일으켰고, 600만명의 유태인이 하켄크로이츠가 나부끼는 수용소에서 떼죽음을 당했다. 하켄크로이츠가 절대악의 상징이 된 탓에 수천년 전승된 만(卍)자 문양의 신성함이 훼손됐다. 독일은 나치즘을 선전하고 광고하기 위한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도 공포의 문양과 문자가 등장했다. 전쟁 중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요충지에 원 안에 X자를 그린 문양이 발견됐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개전 초기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군이 주요 포격 지점을 표시한 것으로 판단했고, 국민들이 문양 지우기에 나섰다. 실제로 지상작전에 실패한 러시아는 대량 인명 살상이 불가피한 무차별 포격과 폭격을 자행하는 만행을 벌였다.최근엔 러시아에서 확산되고 있는 'Z' 마크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처음엔 러시아 탱크나 군용차량에서 발견된 Z마크가 러시아내 전쟁 지지여론의 상징으로 확산되면서다. 푸틴을 지지하는 청년들은 Z를 새긴 상의를 입고 소셜미디어에서 전쟁을 지지하는 정치 선전을 벌이고 있다. 카타르 기계체조 월드컵 시상대에 선 러시아 남자 체조 선수는 금지된 러시아 국기 대신 유니폼에 'Z'를 붙이기도 했다. Z의 의미에 대해서는 전선인 서쪽(Zapad),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승리할 것(Za pobedu) 등등 다양한 해석과 추측이 나온다. 러시아 정부는 의도적으로 'Z' 마크를 러시아군과 국민 결속의 상징으로 활용하고 있다.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Z를 겹친 만(卍)자 로고를
-
[참성단] '특수진화대' 지면기사
2019년 4월 4~5일 강원도 고성, 인제, 속초, 강릉, 동해시에서 동시다발로 산불이 났다.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서 양강지풍(양양과 강릉 사이 국지성 강풍)에, 양간지풍(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부는 국지풍)을 타고 대형 화마로 번졌다. 이 불로 여의도 크기에 맞먹는 5.3㎢ 산림과 주택·시설물 916곳이 전소하는 피해를 냈다. 4천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2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했다.전국 재난 수준인 화재대응 3단계가 발령된 현장엔 800대 넘는 소방차, 헬기, 1만명 넘는 인력이 투입됐다. 소방관들과 함께 투입된 특수진화대원 88명은 최근접 장소에서 화마와 싸웠다. 보호안경과 안전모를 착용한 대원들은 능선 곳곳에서 물줄기를 뿌리고, 삽과 갈퀴로 끈질기게 되살아나는 잔불을 제거했다. 대원들은 산소통과 산소마스크도 없이 방진, 방연 마스크만 쓰고 시뻘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강원 산불은 암벽이 많고 산세가 험해 특수진화대가 아니면 접근 자체가 어렵다. 헬기 투입이 불가능한 야간 진화작업에서 이들의 활약은 더 빛났다.산림청 소속인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열악한 근무환경이 함께 조명됐다. 일당은 10만원에 불과했고, 휴일과 야간에도 빈번하게 출동하는데 초과근무 수당이 없었다. 6~10개월간 일한 뒤 이듬해 다시 채용과정을 거쳐야 하는 비정규직 신분이다. 업무의 연속성이나 전문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비판 여론이 일자 정부는 2020년 8월 특수진화대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산림청은 330명이던 인력규모를 435명으로 확대했다. 이 중 160명을 공무직(公務職)으로 전환해 체력과 전문성을 갖춘 정예요원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감장에서 대원들 임금이 5년간 계속 동결됐다는 지적과 함께 처우개선 문제가 재조명되기도 했다.발화 5일째를 맞은 울진·삼척 산불 현장에서도 특수진화대원들이 사투 중이다. 수시로 바뀌는 풍향에 따라 하루에도 수차례 산 중턱과 계곡을 오르내린다. 헬기가 쏟아붓는 방수를 맞으면서 삽과 쇠갈퀴로 불길을 잡는다. 밤에는
-
[참성단] 폴 볼커와 고물가 시대 지면기사
물가가 심상치 않다. 작년 10월 3.2%를 시작으로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고 있다. 계속된 양적 완화에, 코로나에, 탄소중립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 등 어디 하나 시원한 구석이 없다. 소비자 물가도 덩달아 상승이다. 쇠고기·가스·빵·딸기·커피 등 주요 식료품과 외식물가도 계속 오름세다. 여기에 재난지원금이 더 풀렸고, 대선이 끝나고 전기와 가스요금까지 인상되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정말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최후의 보루인 나라 곡간까지 이미 활짝 열어버린 상황인데, 이에 대응할 여력이 있는지 궁금하고 걱정된다. 오는 9월 대출금상환 유예마저 사라지면 어쩌나 싶다.대선주자들은 득표경쟁으로 선심성 정책을 줄줄이 내놓은 상황이니 내일 있을 대선 투표에서는 누가 당선돼도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문득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바로 미국의 폴 볼커(Paul Adolph Volcker, 1927~2019)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前) 의장이자 오바마 행정부 당시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인물이다. 지미 카터 대통령 당시 연준의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미국이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오자 악명 높은 고금리 정책으로 기업들이 줄도산하고 채무자들이 거리에 나앉게 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 고금리 정책으로 인기가 떨어진 지미 카터는 연임에 성공하지 못하고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났다.볼커의 이 정책은 신의 한 수로 지금까지 미국 경제를 지탱케 한 원동력이 됐으나 카터는 연임에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카터 전 대통령은 후일 미국에 큰 외교적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미 행정부의 대통령 특사로 세계를 누비는 대통령 이후의 대통령으로 존경과 신뢰를 받는 인물이 됐다. 과연 우리 대한민국에는 지미 카터와 폴 볼커가 있는가?프랑스 정치학자 토크빌(1805~1859)은 "국민들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했다. 정치적 선동에 넘어가 감정 투표를 하거나 관성적 투표를 하면 안 된다. 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