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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대설(大雪)

    [참성단] 대설(大雪) 지면기사

    어제는 대설이었다. 대설은 입춘을 기준으로 보면 24절기 중 스무 번째다. 대략 12월7일 전후의 시기로 큰 눈이 내리고 겨울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때가 바로 대설이다. 절기(節氣)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1년을 24개 구간으로 나눈 것으로 계절을 구분 짓기 위해 고안된 역법(曆法)이다. 이렇게 1년은 24절기, 72후로 나눠지며 사주명리학과 농사에서는 양력이나 음력이 아닌 절기력(節氣曆)을 매우 중시한다.'절'은 보름 단위로 나눠지며, '후(候)'는 일 년을 닷새를 주기로 나눈 계절의 최소 단위로서 태양의 위치와 계절의 미묘한 변화까지 잡아낸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아는 설과 추석 등의 명절은 절기와는 상관없는 세시풍속이다. 절기력에서 매우 중요한 때는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 밤낮의 길이가 같은 춘분과 추분, 그리고 동지다. 특히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로 이때를 기점으로 낮의 길이가 노루 꼬리만큼 길어진다고 했으며, 고대사회에서는 동지를 한 해의 시작 또는 아세(亞歲)라 하여 설 명절처럼 귀한 날로 삼아 기념하기도 했다.내가 사는 아파트 상가 인근의 화단에 하얀 국화가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겨울에 국화꽃을 다 보다니 짧은 경탄과 함께 일순간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생명의 신비와 끈덕짐이 놀랍게 반가웠지만 다른 한편으로 어쩌자고 이 추운 겨울에 피었을까하는 안타까움의 감정이 올라왔다. 생명의 생명력이란 얼마나 놀라운가, 엄동설한에 결국 시들고 말 국화의 미래에 문득 서글퍼졌으며 동시에 대설에도 꽃을 피우는 지구의 환경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기실 겨울의 초입인 대설에 하얀 국화가 핀다는 것은 경이(驚異)로우면서도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 환경과 기후는 지금 이렇게 달라지고 있다. 이런 변화들이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대설에 핀 국화꽃을 축복으로 해석하고 싶다. 오미크론에, 요소수 사태에, 물가폭등에, 이전투구의 대선판에, 대출제한과 인플레이션에 지친 고단한 우리의 삶을 위로해주기 위해 큰 눈(大雪) 대신에 내려 준 자연의 위로라고. 나라가 국

  • [참성단] '오뚜기 상표' 패러디

    [참성단] '오뚜기 상표' 패러디 지면기사

    1969년 창립한 오뚜기식품(주)의 첫 상품은 '오뚜기 카레'다. 이후 케첩, 마요네즈, 분말수프 제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국내에 처음 즉석식품을 선보였고, 가정 간편식 시장을 개척했다. 해마다 멈추지 않는 성장을 이어가면서 연 매출 2조원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동종 업체 가운데 1위 상품이 가장 많다.오뚜기의 기업 정신은 식품보국(食品報國)이다. 창업주인 고 함태호(1930~2016) 명예회장은 '총칼 들고 나라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나, 국가경제발전과 국민식생활 향상을 위해 식품산업 육성이 절실하다'며 군복을 벗고 경제인이 됐다. 경쟁사와 죽기 살기 싸움이 아닌 신제품 개발로 시장수요 개척에 주력했다. 반세기 변함없는 창업정신을 이어가면서 소비자들 믿음이 쌓이고 있다. 착한 가격과 정직한 품질로 '갓뚜기'란 애칭을 얻었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만든 온라인 홍보플랫폼 '재명이네 슈퍼' 홍보물에 오뚜기가 등장했다. 재명이네는 국내 식품업체인 오뚜기 로고에 사명 대신 '이재명'이라 쓰고, '오뚜기처럼 일어서는 지지율'이라고 홍보했다. 동아제약 자양강장제 '박카스' 상표에는 '재명이로 바까스'라는 문구를 넣었다. 슈퍼 운영자들은 민주당 경선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며 '미애로합의봐', '활명추' 등 패러디 홍보물을 제작한 이력을 지녔다.패러디물을 본 시민들은 대체로 '재미있다'는 반응이나, 회사 측은 상표권 침해라고 항의하며 슈퍼에 홍보물 삭제를 요청했다. '특정 정당,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행위에 오뚜기 상표가 무단 도용됐다'는 거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더러워서 안 쓴다", "재수 없다"고 응수했다. 이를 두고 적반하장이란 비판이 제기되자 "앞으로 더 신중하겠다"며 슈퍼를 임시휴업했다.정치 패러디는 상품권 훼손일 수 있으나 법적 처벌 대상은 아니다. 회사 측의 과잉반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개그를 다큐로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불편하고 부담스럽다는 회사 입장도 존중돼야 마땅하다. "이제 늬들꺼 안사머거!

  • [참성단] 민주당의 과유불급

    [참성단] 민주당의 과유불급 지면기사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캠페인이 불안해 보인다. 조동연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에게 혼외 자녀가 있다는 폭로가 터졌다. 선대위 총괄 특보단장 안민석 의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가짜뉴스라 분노했다. 다음날 조 전 위원장은 '사실'을 시인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혼한 사실을 이렇게까지 공격해야 할 사안이냐"고 받아쳤다. 당 선대위는 폭로 당사자인 유튜브 채널을 고발했다. 당 입장에서 조 전 위원장은 잔인한 우파 언론의 희생양이다.하지만 조 전 위원장이 전 남편을 속이고 기만한 사실이 사라지진 않는다. 그는 남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알고 키웠다. 법원은 조 전 위원장에게 1억원으로 남편 피해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가해의 무게가 심각하다는 판결이다. 이를 외면한 채 조동연의 비극을 30대 워킹맘의 비애로 일반화하니 맥락이 이어지질 않는다. 사과와 손절매로 조용하게 끝낼 일을 과장된 '희생의 제의'로 만들어 얻은 이익이 초라하다.최근 이재명 후보는 "민주개혁 진영은 더 청렴해야 되고 작은 하자조차도 더 크게 책임지는 게 맞다"며 두 번 연속 '조국의 과오'에 사과했다. 하지만 당은 다르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자칭 조국 수호자이자 이재명 전도사인 김남국 의원은 침묵한다. 중도 확장을 위한 이 후보의 조국 사과는 적절했지만, 당내 반응은 지나치거나 모자라니 후보의 의지가 흐려진다. 이 후보가 조국을 세 번 부인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할 정도다."제 출신이 비천함은 저의 잘못이 아니니까 저를 탓하지 말아달라." 이 후보의 말도 과할 때가 많다. 이 후보를 비천하게 본 국민은 없다. 입지전적인 스토리는 이 후보의 자산이다. 그의 부모가 화장실 청소를 했든, 숨진 여동생이 청소노동자였든, 남동생이 환경미화원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직업은 인간의 품격을 규정할 수 없다. 많은 국민들을 비천한 출신으로 만드는 자학적 독백이 폭력적이다. 여론이 이재명을 탓하면 이재명 때문이지 그의 출신 때문이 아니다.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지도

  • [참성단] 정부 광고

    [참성단] 정부 광고 지면기사

    19C 후반, 신문 광고시장이 커지면서 광고주들이 지면 광고에 대한 알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의문에서다. 광고비 집행에 대한 객관적 준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1914년 미국 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s System) 협회가 설립됐다.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 발행 부수 인증을 위한 공식기구가 됐다.대한민국 ABC는 1993년에 도입됐다. 앞서 1989년 78개사를 창립 회원으로 ABC 협회가 발족했다. 초기에는 활동이 미미했으나 2004년 제정된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 자격에 협회 가입을 명시하면서 회원사가 늘었다. 참여율이 낮았던 중앙지도 2009년 협회 발행 부수 검증 참여사에 정부광고를 우선 배정하기로 하자 더 미룰 수 없었다.신문 발행·유료부수는 광고주, 광고사, 독자들에 유용한 자료가 된다. 광고주와 광고사는 이를 토대로 광고 예산을 책정하고 집행한다. 광고시장의 공정거래질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수 산정 과정의 신뢰도를 두고 문제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말 정부는 ABC 협회에 대한 사무 검사에 나섰고, 공신력에 심각한 훼손이 있었다고 밝혔다.정부가 ABC 협회 발행·유료부수 활용을 중단하고 새 광고집행기준을 적용해 정부 광고를 집행하기로 했다. 열독률, 시청률, 이용률(인터넷매체) 등 '효과성(영향력)' 지표와 언론중재위 직권조정·시정권고 건수, 편집·독자위원회 운영 등 '신뢰성(사회적 책임)' 지표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인쇄매체는 내년부터 이 기준이 적용된다.정량화가 어려운 열독률 조사는 매체 영향력 왜곡과 지역 신문에 불이익이 우려된다. 신뢰성 지표는 비판 기능을 위축시킬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다. 언론중재위 지표별 반영비율도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아 악용될 소지가 있다.지난해 기준 정부광고 총액은 1조원이 넘는다. 새 기준을 두고 '정부 맘대로 광고'를 위한 사전 장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주춤한 언론중재법의 변형이란 혹평도 있다. 고사위기에 놓인 지역신문 대책은 보

  • [참성단] 잠적한 이준석

    [참성단] 잠적한 이준석 지면기사

    한 고조 유방은 창업에 성공하자 대장군 한신을 처단한다. 자신의 권력과 맞먹을 정도로 한신의 안하무인이 선을 넘자 신하들의 손을 빌려 살해한 것이다. 명 태조 주원장도 왕조를 세운 뒤 수많은 권신들과 일가족을 숙청했다. 조선 태종도 자신의 즉위를 지원한 처가 일족을 멸문시킨데 이어, 아들인 세종의 외척들도 숙청했다. 자신은 물론 자식의 왕권에 걸림돌이 될 권력들을 소멸시킨 것이다.권력은 나눌 수 없어 불행을 초래한다. 사마천이 '사기'에 남긴 "토사구팽(兎死狗烹) 조진궁장(鳥盡弓藏)"은 권력의 생리이자 법칙이다. 토끼 사냥을 마친 사냥개는 솥에 들어가고, 새를 떨어뜨린 활은 창고에 방치된다. 토사구팽의 원칙을 거스르면 최고 권력이 화를 입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문고리 3인방과 최서원(최순실)의 비공식 권력에 갇힌 바람에 권력을 잃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과 윤석열을 어정쩡하게 관리한 탓에 광화문과 서초동을 촛불로 밝혔다. 토사구팽에 실패한 권력의 누수는 나라의 혼란으로 이어진다.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글을 남기고 당무를 내팽개친 채 잠적했다.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둔 제1야당 대표이자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당무 거부는 전례 없는 일이다.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을 놓고 평론가들은 갑론을박 중이다.이 대표의 돌발 행동의 원인은 윤석열 후보와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가 자신이 공개적으로 반대한 이수정 교수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것도 모자라, 윤 후보 측근들은 후보 일정마저 자신을 패싱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갈등의 원인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과정의 앙금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갈등의 원인이 무엇이든 이 대표의 행보는 무책임하다. 대선을 앞둔 제1야당의 대표가 페이스북 문장 하나 남긴 채 잠적한다면 정치인의 기본을 의심받을 행동이다. 국민의힘 내홍이 대선 승리 이후의 토사구팽을 염두에 둔 권력 다툼이라면 어처구니없다. 밥이 익기도 전에 수저

  • [참성단] 동네서점 살리기

    [참성단] 동네서점 살리기 지면기사

    책(冊)은 상형문자다. 대나무를 길게 쪼개 엮은 모양을 따서 만든 글자인 것이다. 이를 죽간(竹簡)이라고 했으며, 간독(簡牘)이라고도 했다. 청사(靑史)에 길이 남는다는 말은 귀중한 죽간에 기록으로 남겨야 할 만큼 큰 공적이나 업적을 쌓은 인물에 대한 찬사로 책은 이처럼 귀중한 정신문화의 보고였던 것이다. 책이란 고 천혜봉 교수의 정의에 따르면 "문자를 수단으로 표현한 지적 소산이 담긴 물리적 형태"로 이를 연구하는 분야를 서지학, 문헌학이라고 한다. 책을 파는 서점을 예전에는 서사(書肆), 책방(冊房)이라 했고 책을 대여해주는 도서대여점을 세책가(貰冊家)라 했다.우리는 가난했어도 책을 사랑하는 민족이었다.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를 침공한 프랑스 병사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놀라게 만들었던 것도 바로 책이었다. 강화도에 상륙하여 약탈을 자행했는데, 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초가집에서도 집집마다 책을 가지고 있어 놀랐다는 것이다. 19세기까지도 유럽에서 책은 귀물(貴物)이었고, 부의 표상이자 지식의 상징이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덕택에 도서 생산량과 권수가 크게 늘어났어도 유럽인들의 태반이 문맹이었던 데다가 책값도 매우 비싸 보통의 평민들로서 도서 구입과 독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것이다. '우주전쟁', '타임머신', '투명인간' 등의 걸작을 남긴 H. G. 웰스도 요양차 어머니가 가정부로 일했던 귀족에게 의탁해 살면서 그 집안의 책을 모조리 탐독하고 나서 작가로서의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됐다.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최소한 해당 분야의 서적 1천권 이상은 읽어야 기본 역량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요즘은 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좋은 책이 넘쳐나도 책을 읽지 않거나, 책 읽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회적 여건도 문제다. 유튜브·OTT·포털만을 가지고는 고도의 지적 능력과 사고의 힘, 언어능력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 동네서점들이 사라져 가고 중·대형서점들도 경영난에 잇따라 폐업하고 있다. 책을 읽지도 사지도 않아서이다. 세계에 맹위를 떨치는 한류 문화를 자랑하지 말자. 지금 한류 문화의 본질은 대

  • [참성단] 다시 뛰는 이봉주

    [참성단] 다시 뛰는 이봉주 지면기사

    이봉주(51)는 손기정과 황영조를 잇는 국민 마라토너다. 164㎝ 단신에 평발이란 신체적 불리함을 딛고 올림픽 은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보스톤마라톤 우승을 수확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30대 후반까지 현역생활을 해 지구력과 꾸준함의 대명사가 됐다.그는 국민 사랑을 듬뿍 받은 복 많은 체육인이다. '봉달이'와 '봉주르'란 귀요미 애칭엔 팬들의 애정이 스며있다. 한동안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와 재미와 웃음을 줬다. 망가지고 넘어져도 개의치 않는 순수함과 열정에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그가 돌연 사라졌다.지난봄 TV에 다시 나타난 이봉주는 허리가 구부정했고, 야윈 모습이었다. 희귀 질환인 '근육긴장이상증'을 앓는다고 했다. 1년 전 몸에 갑자기 이상증세가 와 아직도 고생하고 있다는 게다. 그는 이날 자신의 육상 재능을 발굴해준 은사를 만났다. '몸이 안 좋다 보니 코치님이 더 보고 싶어졌다'며 해맑게 웃었다.국민 마라토너가 다시 뛰었다. 지난 28일 부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이봉주 쾌유 기원 마라톤'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결승선을 밟았다. 1.2㎞를 뛰는데 10분 넘게 걸렸다. 전성기라면 3~4분이면 충분했을 거리다. 허리가 여전히 불편해 보였으나 완주에 대한 의지는 단단했다. 잠시 걷거나 함께 뛰는 주자에게 잠시 기대기도 했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이날 시민 110명이 '페이스 메이커'를 자처했다. 2개 조로 나뉘어 4㎞씩 달리며 분위기를 띄웠다. 서울 아시안게임 육상 영웅 임춘애씨 쌍둥이 아들 이현우·지우군이 이봉주 양옆에서 함께 뛰어 주목받았다. 라면으로 배고픔을 달래며 훈련했다는 임춘애는 이봉주와 변하지 않는 우정을 나누고 있다.이봉주는 매년 양평에서 열리는 '남한강 마라톤대회'에 빠지지 않는다. 아내 김미순씨, 두 아들(우석·승진)과 함께 달리기도 했다. 출전자들이 사진을 찍어달라면 웃으며 자세를 잡아준다. 자필 사인을 받으려는 줄이 길어져도 늘 싱글벙글한다. '잊지 않고 알아봐 주는 팬들이 고맙다'면서.오랜만에 얼굴을 보였으나 아직 완전치 않

  • [참성단] 안식처 못 찾는 노태우·전두환

    [참성단] 안식처 못 찾는 노태우·전두환 지면기사

    독재자의 말로가 좋을 리 없다. 구 소련이 개혁·개방으로 민주화 바람이 불자 소련 전역의 레닌 동상들이 가장 먼저 쓰러졌다. 박정희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며 쿠데타의 정당성을 강변했지만, 먼 훗날 젊은 진중권은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고 답했다. 산업화 시대의 추억을 공유했던 세대가 퇴장하면서 박정희 격하도 선명해지고 있다.지난 27일 전두환 전 대통령 5일장이 끝났다. 그의 죽음이 몰고 온 소동의 크기에 비하면 한줌 재가 되어 버린 유해의 무게는 너무 가벼웠을 테다. 광주 5월단체들은 5·18 사죄 없는 그의 죽음마저 죄로 규정했다. 광주의 억울함과 분노에 공감하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신군부 인사들과 극우 보수 유튜버들은 전 전 대통령이 억울하다고 반발했다.언론들은 '전두환', '전두환씨', '전두환 전 대통령' 등 다른 호칭으로 그의 죽음을 평가했고, 청와대도 여론을 따라 호칭을 변경했다. 망월동 묘역 입구에서 웃으며 전두환 표석을 밟았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을 공약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빈소 조문 의사를 밝혔다가 두 시간 뒤에 취소했다. 이 후보의 분노는 선을 넘었고, 윤 후보의 변덕은 여론의 감정선에 못 미쳤다.모든 죽음이 숙연한 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서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공정은 생전의 영욕을 덧없게 만든다. 톨스토이는 죽음이 확실한 만큼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생전에 쿠데타와 5·18의 매듭을 풀지 못했다. 그 탓에 그의 장례는 난장판이 됐고, 그가 남긴 유산은 남은 자들의 다툼과 반목 뿐이다.전 전 대통령 유해는 생전의 연희동 자택에 머물고 있다. 한달 쯤 앞서 작고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해도 경기도 파주시에 소재한 검단사에 임시로 안치 중이다. 노 전 대통령은 파주 통일동산 인근에, 전 전 대통령은 전방 고지를 묘역으로 희망한다는데 관련 부처는 난색을 표한다. 내란죄인으로 국립묘지 안장이 힘들어, 묘역 조차 정하기 힘든 굴욕적인 죽음이다.큰 정치 하겠다는 사람들이라면 방황하

  • [참성단] 황교익과 '치킨 논쟁'

    [참성단] 황교익과 '치킨 논쟁' 지면기사

    아프리카 감비아 태생인 '쿤타킨테'는 17살에 백인들에게 납치됐다. 노예 사냥꾼은 그의 발목에 쇠고랑을 채우고 배에 태워 40일 넘게 항해를 했다. 미국 농장의 노예가 돼 수차례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발이 잘리는 형벌을 받았다. 딸은 주인에게 성폭행당하고 아들 조지를 낳았다. 주인을 따라 투계장을 떠돌았고, '치킨 조지'란 별명을 얻었다. 7대손인 알렉스 헤일리는 조상들의 수난사를 소설 '뿌리(Roots)'에 담았고, 1977년 7부작 드라마로 제작됐다.노예로 사는 흑인들에 프라이드 치킨은 '소울 푸드(Soul Food)'였다. 로스트 치킨을 즐기는 백인들이 내버린 닭발과 껍질, 목, 날개에 향신료를 발라 기름에 튀겨냈다. 흑인 요리사가 이런 방식으로 요리한 치킨을 식탁에 내놓았고, 백인들 입맛을 사로잡았다. 한국전쟁 때 주한미군과 함께 들어와 국민대표 먹거리로 성장했다. 차별화된 맛을 장착한 국내 치킨 업체는 미국 시장에 역진출했다.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한국 닭이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작고 맛없다"고 해 파문이다. 논란에도 불구, "객관적 사실이며, 정부 공식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 최희철 농업연구관이 쓴 '대형육계 생산기술과 경제적 효과'를 인용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1.5㎏ 작은 닭이 3㎏ 닭보다 맛이 없고 무게당 가격이 비싸다고 했다"는 거다.'치킨 논쟁'은 진화(鎭火)되지 않는다. 대한양계협회는 격앙된 목소리다. 이홍재 협회장은 "완전히 음모론이다. 편향됐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양계 종사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처절하게 복수하겠다고 경고했다.황씨는 인신공격과 협박이라며 날을 세운다. 농진청은 42일 키운 닭이 30일보다 감칠맛 성분이 더 많다고 했다. 황씨 주장이 일리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양계협회는 튀김용 닭은 작은 크기가 적당하고 소비자 기호에 맞는다고 한다. 미국은 부위별로 요리하는데 우리는 통째 요리하기 때문에 선호하는 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거다.옳고 그름을 떠나

  • [참성단] 문어의 통증

    [참성단] 문어의 통증 지면기사

    "머리는 둥글고 어깨뼈처럼 여덟 개의 긴 다리가 나와 있다. 다리에는 둥근 꽃 같은 게 맞붙어 줄지어 있다." 정약전이 '자산어보'에 기록한 문어(文魚)의 형상이다. 빨판을 줄지어 핀 꽃으로 묘사한 문장이 압권이다. 문어는 바다의 카멜레온이다. 자유자재로 몸 색깔을 바꾸어 위장하니 빨판을 꽃이라 한들 어색할 리 없다.문어의 어원은 사람의 민머리(대머리)를 닮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선비의 먹물을 지니고 있다 해서 '글월 문(文)'이 붙었다는 설이 부딪힌다. 애초에 어부들이 먼저 불렀을 이름을 생각하면 전자가 유력하지만, 후자의 설도 만만치 않게 회자된다. 영남지역 양반가 제사상에 빠짐없이 올라가는 풍습이 선비 문어의 이미지를 강화시켰다.실제 문어는 돌고래만큼이나 높은 지능을 가진 어류로 유명하다. 문어마다 성격이 다르고, 단기·장기기억을 구분하고 사람과도 교감할 줄 안다니 대단하다. 올해 아카데미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은 실제로 인간과 교감하는 문어가 등장해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인류가 상상하는 초문명의 외계인들 두상이 문어를 닮은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영국 동물복지국이 최근 문어, 오징어 등 두족류와 바닷가재, 게 등 십각류에 대해 "고통을 느끼는 지각 있는 동물이라는 것이 확인됐다"며 "새로운 동물복지법안에 포함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 두족류와 십각류도 통각 신경이 있어 외상을 당하면 상당한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새 동물복지법이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니 장난이 아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해당 어류들은 전기 충격으로 통각 신경을 마비시킨 뒤 요리해야 한다.동물복지의 세계적 추세는 척추동물에서 무척추 어류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영국의 동물복지법을 적용하면 생물을 회 뜨고 데쳐 먹는 우리의 어류 요리 문화는 야만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불거진 개 식용 금지 입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대선 국면에서도 계속 소환될 정도로, 우리 동물복지 논의 수준은 걸음마 단계이다.동물을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