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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웃음을 살리자

    [참성단] 웃음을 살리자 지면기사

    지구상에서 오직 인간만이 웃을 수 있는 존재다. 웃음은 예상 밖의 엉뚱한 사태나 기대의 불균형에서, 어색함과 난감함을 모면하기 위해서, 가벼운 호의의 표시나 통쾌한 승리를 거뒀을 때 터져 나온다. 웃음은 묘약이요, 일로일로(一怒一 老) 일소일소(一笑一少)란 말대로 웃으면 젊어지고 행복해지고 건강해진다고 한다.의학적으로 따져 봐도 웃음이 주는 효과는 여러모로 대단하다. 우선 혈류량을 늘려 혈액 순환이 잘 되게 하고, 소화를 촉진하며, 스트레스와 고통을 줄여준다. 게다가 운동 효과까지 있다. 웃음은 횡격막의 단속적 경련과 근육의 수축을 동반하는데, 무려 605개의 몸 근육과 206개의 뼈 그리고 얼굴 근육 80개와 오장육부가 총동원되는 등 칼로리가 많이 소모된다.그런 웃음을 다룬 문학작품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웃음'이 있다. '웃음'은 희극·소극·만담·풍자 같은 전통적인 웃음문학이 아니다. 소설은 한 코미디언의 의문사 사건을 통해서 유머와 웃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미스터리다. 유머와 웃음을 둘러싼 치열한 암투와 '유머 기사단'의 존재도 흥미롭고, "우리가 웃는 까닭은 현실을 초월하기 위함"이라는 주인공 이지도르의 말이 여운처럼 머리에 남는다.또 움베르토 에코의 걸작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도 웃음과 관련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가운데 웃음을 다룬 '희극 편'을 읽지 못하게 하려는 벽창호 같은 신부가 꾸민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복잡하고 정교한 이야기 구성과 함께 14세기 신성로마제국 시대 이탈리아 사회의 모습을 잘 재현해낸 빼어난 소설이다.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는 웃음이 사라졌다. 웃음소리가 잘 들려오지 않는다. 그나마 인간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하던 아재 개그마저 썰렁하다는 지탄을 견디지 못하고 슬그머니 사라졌고, 대표 코미디 프로인 개그콘서트마저 막을 내린 지 오래다. 만성적 소재 난에, 온갖 유머 패턴에 단련된 대중들을 매주 웃긴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코로나19가 몰고 온 경제난에, 아파트 대형 붕괴 사고에, 대선 후보의 배우자 녹취

  • [참성단] 김건희 녹취록

    [참성단] 김건희 녹취록 지면기사

    인터넷 매체 '서울의 소리' 기자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지난해 7월부터 수십 차례 통화했다. 총 7시간45분 분량이다. 통화내용을 MBC가 방영한다고 하자 김씨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일부 내용을 제외하면 가능하다고 봤다.MBC가 16일 저녁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를 통해 김씨 녹취록을 공개했다. 시청률은 전국 가구 기준 17.2%다. 지난주 방송 2.4%보다 7배나 상승한 수치다. '스트레이트' 역대 최고 시청률 3.4%와 비교해도 5배 가깝다. 바로 전 방영된 '뉴스데스크'도 10.6% 시청률로 전날 5.2%를 압도했다.'본방'을 사수한 더불어민주당과 여권은 대체로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평이다. 김건희씨가 왜 영부인 자격이 없는지 입증됐으나 '결정적인 한 방이 없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여권 인사는 소셜네트워크에 불만을 드러냈다. 'MBC가 방송할 내용을 미리 알려주고 상의했으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윤 후보에게 악재라고 우려한 야당과 보수진영은 한숨 놨다는 분위기다. 판도라의 상자가 빈 깡통이었다는 거다. 외려 김씨의 진솔함이 묻어났고, 영부인이 될 충분한 자격을 갖췄음을 입증했다고 한다. 보도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이재명 후보와 김혜경씨 녹취록도 방송에서 공개해야 한다고 역공이다.녹취록을 보면 논란을 부를만한 내용이 눈에 띈다. 조국과 미투 사태, 도사를 언급한 부분이 도드라진다. 법원이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대목은 서울의 소리 유튜브를 통해 떠돌고 있다. 이미 대강의 내용은 알려졌으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김씨가 왜 특정인과 수십 차례나 통화하며 사적인 대화를 했는지 궁금하다.MBC는 후속편을 방송한다고 예고했다. 여권에선 이번엔 파괴력이 다를 것이라며 반향이 클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야권에선 '전작이 망했는데, 후작이 관심을 받겠느냐'며 대수롭지 않을 것이라 깎아내린다.유튜브 매체 기자는 당사자 동의를 구하지 않고 녹취했다. 이 자료가 공중파에 실렸다. 야당은 이 후보 녹취록도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녹음

  • [참성단] 참군인 심정민 보라매

    [참성단] 참군인 심정민 보라매 지면기사

    매는 가장 빠른 새이다. 지상의 사냥감을 향해 내리꽂힐 때의 하강속도가 무려 400㎞에 가깝다. 우리 선조는 이런 매를 사냥용으로 길들였다. 태어난지 1년이 안된 매를 보라매라 하는데 길들이기 쉽고 활동력이 왕성해 사냥매 중 최고로 친다. 보라매로 들어와 사람 손에서 1년이 지나면 '수진이', 3년이 지나면 '삼계참'이라 불렀는데 해가 더할수록 사냥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중원 왕조의 한반도 매 사랑은 유별났다. 그 탓에 고려와 조선은 중원에 조공으로 바칠 매를 잡으려 관청을 설립할 정도였다. 주인은 매 꽁지에 뿔로 만든 시치미를 매달아 표시해두는데 간혹 이 시치미를 떼고 자기 매라 주장하는 사람들 때문에 시비가 벌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사냥매의 가치가 대단했다. 세종실록엔 최고의 송골매인 '옥송골(玉松骨)' 포획자가 양민이면 7품직의 벼슬을, 벼슬아치이면 3등급 승진을, 천민이면 쌀 100석이나 무명 100필을 포상금으로 지급한 기록이 있을 정도이다.이런 문화적 배경으로 보라매는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의 상징이 됐다. "기상의 나팔소리 나를 깨우고/ 우렁찬 폭음소리 온 겨레를 깨우네/ 짙푸른 하늘 위에 하얀 줄무늬/ 오늘도 우리는 하늘에 산다." 공군 군가 '보라매의 꿈' 1절이다. 지난 14일 용맹한 보라매 심정민 소령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지난 11일 F-5E 전투기 엔진 고장으로 지상에 추락해 순직했다. 추락 지점이 민간인 밀집지역과 가깝자 비상탈출 스위치 대신 끝까지 조종간을 잡았다.전투기는 보충할 수 있지만 '보라매' 1명의 전력은 대체할 수 없다. 유사시 전투기를 포기하더라도 조종사가 탈출해야 할 이유이다. 하지만 그동안 여러 대한민국 보라매들이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전투기와 함께 산화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살신성인의 군인 정신이라 가능한 초인적 선택이었다. 29세 심 소령의 헌신이 군을 향한 신뢰를 되살렸다. 민주당 청년대변인이 "주적은 (군)간부"라며 심 소령 영결식을 모욕했지만, 수많은 '심·정·민'의 헌신이 모여 우리는 '주적'의 도발로

  • [참성단] 장병 위문편지

    [참성단] 장병 위문편지 지면기사

    "군 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 (중략)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 저도 이제 고3이라 뒤지겠는데 이딴 행사 하고 있으니까. 군대에서 열심히 하세요.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얼마 전 서울의 한 여고생이 군 장병에게 보낸 위문편지 내용이다. 학생은 '이딴 행사'라는 표현으로, 쓰기 싫은데 어쩔 수 없었다는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자의가 아닌 타인의 종용으로 편지를 쓰는 게 못마땅한 듯 길지 않은 분량에 가벼운 유머로 마무리했다.편지가 공개되자 '왜 장병을 조롱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해당 학교 학생을 받지 않겠다며 당장 퇴원시키겠다는 학원도 있다. 학교 측은 홈페이지에 "위문편지 중 일부의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해 행사의 본래 취지와 의미가 심하게 왜곡돼 유감스럽다"고 밝혔다.또 다른 여고생 위문편지는 직접 옮기기에 적절치 않을 정도로 민망하다. 성희롱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과 모욕감을 줄 만한 과한 대목이 있다. 이 편지를 블로그에 올린 네티즌은 "머리가 띵하다"고 했다.학생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한 여고생은 (학교가) 위문편지 강제로 시켰다고 했다. 군부대와 자매결연 맺었다고 안 쓰면 강제로 봉사시간 날아가게 돼 두 장씩 억지로 썼다는 것이다. 왜 여고생만 쓰느냐 했더니 선생님들이 그냥 쓰라고 했다고 한다.수십 년 전 초등학생 때 연필 자루 꾹꾹 눌러썼던 위문편지를 자녀들도 쓰고 있다는 게 놀랍다. 이등병까지 부대 안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마당에 어떤 위안이 될지 궁금하다. 남자 병사들이라고 여학생만 쓰게 하는 관행은 뭔가.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에 '전방에 계신 파월장병 아저씨'로 시작되는 위문편지를 썼다가 웃음거리가 됐다는 어릴 적 일화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일제의 잔재(문화)가 아직 남아있는 게 놀랍다고 한다. 이 말에 반론이 잇따르면서 논쟁이 번지고 있다.국군 장병은 빛나는 청춘을 희생해 국가 안보를 지키는 파수꾼이다. 건강한 대한민국 젊은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국방의무로 안다.

  • [참성단] 학도병 정해용의 졸업장

    [참성단] 학도병 정해용의 졸업장 지면기사

    인천중학교가 11일 열린 졸업식에서 72년이나 지각한 특별한 학생에게 졸업장을 수여했다. 1950년 인천중학교 2학년 정해용은 학도병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훈련은 겉치레였을테고 군장은 부실했을 테다. 열여섯 살 소년은 참전 3개월 만에 강원도 안흥지구 전투에서 전사했다. 학교는 국가기록원에서 겨우 정해용의 학적부를 찾았다. 여든셋 셋째 동생이 명예 졸업장을, 일흔아홉 넷째 동생이 총동창회 회원증을 형 대신 받았다.한국전쟁은 미국과 UN의 개입이 없었으면 북한의 승리로 끝날 전쟁이었다. 화력도 병력도 남한은 북한의 상대가 아니었다. 어린 소년들이 군번 없이 자의 반 타의 반 전선에 내몰린 이유이다. 화력의 열세를 정신력으로 극복했다. 정신력의 원천은 같은 민족을 향해 전쟁을 벌인 북한 공산당 정권을 향한 적개심이다. '멸공(滅共)'은 한국전쟁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남긴 유훈이 됐다.정전 후에도 '멸공'과 '반공' 의지는 한동안 이어졌다. 군인들은 '멸공의 횃불'을 부르며 훈련했고,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광장에서 멸공을 외쳤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제적 번영이 북한을 압도하고 평화통일 정책이 지속되면서 '멸공'은 일상에서 잊혔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멸공' 놀이가 정치적 쟁점이 되고 사회적 논란으로 커졌다. 정 부회장의 '멸공' 게시물을 야당 인사들이 여러 버전으로 따라하자, 민주당 인사들이 스타벅스·신세계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일파만파가 됐다.헌법상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이고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한다. '멸공'은 헌법 의지이다. 멸공의 대상인 북한이 정용진을 응징하고 신세계를 보이콧한다고 을러대면 모를까, 대한민국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정용진과 신세계를 저격하니 기이하다. 북한에 대한 과도한 적개심이 한반도 평화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논리의 연장일 테다.핵무장국 북한이 최근 최종 시험이라며 극초음속 미사일을 연달아 발사했다. 마하 10의 속도로 선회기동을 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미국도 속수무책인 비대칭 무기이다. 비대칭 전력의 남북 격차는 한국전

  • [참성단] 단발령(斷髮令)과 모(毛)퓰리즘

    [참성단] 단발령(斷髮令)과 모(毛)퓰리즘 지면기사

    한국문학, 한국사에서 근대기점의 문제는 아직도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미완의 과제다. 갑오경장, 영·정조기, 3·1 운동에 근대이행기론 등 여러 설이 있지만 만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정설은 아직까지 나와 있지 않다. 개중에는 1895년 11월 양복공인과 함께 시행된 단발령을 한국 근대의 시작으로 보자는 흥미로운 주장도 있다. 근대를 피부로 체감하면서 실제로 일상에 변화를 몰고 온 일대 사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갑오경장이라는 위로부터의 개혁의 배후에 일제의 침탈야욕과 의도가 있었듯 단발령 또한 조선 사회 내부의 혼란과 함께 경제적 이득을 얻어내려는 일본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사실 상투를 자르고 머리를 깎는다는 것은 동시대의 관습과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치였다. 헤어스타일은 사람의 인상과 이미지를 좌우할뿐더러 해당 사회의 문화적 상징이자 민족적 정체성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또 두발과 의상은 신분과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표식, 이른바 '구별짓기'라 할 수 있기에 머리를 자른다는 것은 단순한 헤어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그 파급효과가 생각보다 지대한 큰 사태였다.우선 머리를 자른다는 것은 갓·관자·비녀 등 앞선 시대의 문화가 모두 필요 없어지고 이발소나 미용실 같은 새로운 업종의 출현과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 큰일이었다. 산업, 경제, 사회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기에 "내 목은 자를 수 있어도 이 머리는 자를 수 없다(吾頭可斷 此髮不可斷)"라는 결기 어린 말까지 나왔다. 세간에는 면암 최익현이 한 말이라 하는데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그런 단발령의 역사적 상흔 때문일까? 이재명 후보의 탈모 및 가발에 대한 의료보험 지원 공약을 놓고 제법 파장이 오래간다. 포퓰리즘의 변종인 모(毛)퓰리즘이라는 비난에, 핀셋 공약이라는 찬사에, 의료보험의 재정적자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반면 윤 후보는 멸공을 외치며 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구입하여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대중적 관심을 끄는 작은 공약들도 좋지만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줄 실제적인 공약이 많이 나와 주길 바

  • [참성단] 백신패스 요지경

    [참성단] 백신패스 요지경 지면기사

    지난 일요일 점심, 서울시 흑석동 한 식당에서 60대 손님 2명이 난처한 상황이 됐다. 먼저 도착한 남성이 삼계탕 2인분과 소주, 맥주 1병씩 주문했다. 잠시 뒤에 온 손님은 백신 접종 1차만 맞았다며 양해를 구했다. 업주는 다른 손님이 신고하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며 '이미 음식을 시켰으니 따로 떨어져 드시라'고 한다.졸지에 '혼밥' 신세가 된 두 사람은 말없이 식사를 했다. 먼저 온 남성은 화가 난 듯 맥주잔을 벌컥 들이켰다. 백신 패스가 초래한 황당하고도 난감한 상황이다. '두 사람 우정에 금이 가게 생겼다'는 괜한 걱정에, 잠재적 신고 의심자가 된 복잡하고 불편한 심경이었다.정부가 10일부터 방역 패스 의무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면적 3천㎡ 넘는 쇼핑몰, 마트, 백화점, 농수산물유통센터, 서점이 추가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서나 48시간 내 발급받은 PCR(유전자증폭검사) 음성확인서를 내야 한다. 방역 패스 유효기간 6개월 적용을 위한 계도기간도 끝나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QR코드 전자출입명부를 확인하지 않는 소규모 점포와 슈퍼마켓, 편의점은 대상이 아니다. 판매사원은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일할 수 있다. 미접종 아르바이트생은 대형마트에서 일해도 되지만 물건은 살 수 없다. 수많은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데, 기준이 뭐냐는 비판이 나온다.법원은 이달 초 학원·독서실에 대한 방역 패스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청소년 1천700명은 헌법재판소에 방역 패스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방역 패스로 많은 국민이 일상을 제약받고 백신 접종이 사실상 강제되고 있다"고 한다. 국민들은 '방역 패스로 얻는 게 뭔가'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정부는 이유, 목적, 기대효과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백신 미접종자를 열 받게 하겠다'고 했다. 백신 패스를 강화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거다. 이 말에 열 받은 국민 10만명 넘게 모여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경찰과 충돌해 부상자가 속출했다.놀이공원과 종교시설은 방역 패스 대상이 아니다. 마트에도 갈 수

  • [참성단] 민주화 열사의 부모

    [참성단] 민주화 열사의 부모 지면기사

    부모를 여읜 슬픔을 천붕(天崩)이라 한다. 슬픔의 크기를 하늘이 무너진데 비유했다. 그런데 자식을 잃으면 참척(慘慽)이다. 무엇에 비교할 수조차 없는 그저 '참혹한 슬픔'이라서다. 자하(子夏)는 스승인 공자가 죽자 삶을 이어갔지만, 자식이 죽자 너무 슬피 울다가 눈이 멀었다. 이순신도 임진왜란 중 삼남이 전사하자 통곡하고 통곡했다.부모는 산소에 모시지만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 가슴에 묻는데 그치지 않고 자식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삶을 살아가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고로 어린 자녀를 잃은 부모들은 유족회를 만들어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를 향해 외롭게 투쟁했다.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가 어제 오전 별세했다. 꽃다운 나이에 1987년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숨진 이 열사는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방관하던 넥타이 부대들이 민주화 시위에 가세했고, 직선제 개헌을 통한 '87체제'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 열사를 가슴에 묻은 배 여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에 참여해 민주화의 실질적 완결을 위해 헌신했다.배 여사뿐 아니다. 전태열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2011년 별세) 여사는 스스로 노동운동가가 되어 모든 노동자의 어머니이자 노동운동의 대모로 존경받았다. "종철아! 잘 가그래이. 아버지는 아무 할 말이 없데이." 87체체의 서막을 연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2018년 별세)씨도 유가협 활동을 하며 자식의 유지를 이어나갔다. 자식을 민주화의 제단에 바친 참척의 고통을 민주화 운동으로 승화시킨 열사의 부모들도 차례차례 자식 곁으로 떠났거나 향하고 있다.열사들의 친구들은 국회의원, 장·차관, 대통령 등 권력의 주류가 됐다. 최근 민주화 운동세력이 주축인 진보 정권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수처는 기자들과 일반인들의 통신기록 조회를 남발하고,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는 여당 시장의 의회 발언을 통제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검찰과 법원 장악을 의심받는다. 5·18왜곡처벌법으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법으로

  • [참성단] 오스템 횡령사건

    [참성단] 오스템 횡령사건 지면기사

    횡령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어떤 학자는 석기시대에도 범죄가 있었다는 주장을 한다. 국내 재벌기업 총수들 구속 사유를 보면 배임·횡령이 유난히 많다. 회삿돈이 내 돈이라는 오판이 화를 부른다. 눈앞에 보이는 돈을 돌려놓고 싶은 유혹은 참기 어렵다. 돈 관리를 맡고 있다면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커지기 마련이다. 금융기관이거나 회계·경리부가 횡령의 주된 발원지인 까닭이다. 수년 전 부산 새마을금고에서 직원이 115억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횡령사건은 발각되기 마련이다. 언제까지 감출 수 있느냐가 구속과 줄행랑의 경계지점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불법 자금은 이런 상식을 뒤엎는다. 돈 가로채기를 이른바 '콩고물'로 치부한다. 콩떡을 만들다 보면 고물이 묻어나게 마련이라는 거다. 철면피 정치와 순진한 민도(民度)가 범죄를 일상처럼 순치했다. 80년대 초, 부정축재자로 몰린 박정희 정권 실세 정치인은 "떡을 만지다 보면 고물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 나는 콩고물밖에 못 먹었다"고 해 원조 인사가 됐다.경찰이 '회삿돈 1천880억원 횡령'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를 검거했다. 이씨는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고 한다. 앞서 동종업계 국내 1위 기업인 오스템은 그를 횡령혐의로 고소했다. 사실로 확인되면 국내 역대 최대금액 횡령사건이 된다.이씨는 지난해 10월 코스닥 단일 종목에 1천400억원을 투자했다, 주식 대부분을 다시 매각했다. 도피 직전 한국금거래소에서 금괴 약 800㎏(680억원 상당)을 직구매했다. 파주시 건물을 아내와 여동생에게 미리 넘겼다고 한다. 회사 자본금의 92%나 되는 거액을 어떤 방법으로 빼돌렸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치밀하면서도 대범한 수법에 경찰도 놀랍다는 반응이다.회사는 3개월 지나도록 범죄행각을 몰랐다고 한다. 주식거래가 정지됐고, 상장폐지도 배제할 수 없다. 1년 사이 4배 이상 급등한 주식을 산 개미투자자들 피해가 불가피하다. 연초 랠리를 기대한 주식시장에도 악재다.혼자 2천억원 가까운 돈을 횡령한 이유는 뭘까. 보관이 쉽지 않은 수백㎏ 금괴

  • [참성단] "휴전선은 이상 없는가"

    [참성단] "휴전선은 이상 없는가" 지면기사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독일 작가 레마르크가 1차 세계대전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쓴 반전 소설이다. 1차 세계대전은 지옥 같은 참호전으로 악명 높다. 수십m 전진을 위해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희생시킨 탓에 무려 천만여명이 전사했다. 소설의 주인공 파울도 급우들과 함께 참전했지만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그들은 전선의 총알받이로 소모된다. 그가 전사한 날 후방의 독일군 사령부는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전황 기록을 남긴다. 단 한 문장의 반전(反轉)으로 완성된 반전(反戰) 주제가 묵직하다.같은 전쟁터라도 전선과 후방은 천지 차이다. 병사 입장에선 적과 교전하는 전선이 생지옥이라면 후방은 천국일테다. 하지만 전선이 무너지면 후방도 생지옥이 된다. 전선의 장병이 사기를 잃지 않도록 후방의 지원에 물 샐 틈이 없어야 하는 이유이다. 총만 안 들었지 후방도 제 역할 수행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우리 휴전선이 뻥뻥 뚫리고 있다. 2020년 11월 철책을 뛰어넘은 '점프 귀순' 탈북자가 새해 첫날 같은 경로로 월북했다. 휴전선은 전쟁을 쉬고 있을 뿐 중무장한 남북 병사들이 삼엄하게 경계 중인 전선이다. 시나브로 밝혀지는 월북 경위가 기가 막히다. 월북자가 탈북자로 밝혀진 것만 해도 놀라운데, 철책을 넘는 장면이 GOP 내 감시카메라 3대에 다섯 차례나 포착됐는데도 병사들은 눈뜬장님이었다니 말이다. 녹화영상 입력 시간과 촬영시간이 달라 엉뚱한 시간대 영상만 뒤지다가 월북 사실조차 모른 채 귀순자의 행적으로 오인했다니 어처구니없다. 혈세 수천억원을 쏟아부은 감시 장비들을 무용지물로 만든 기강해이가 참담하다.문제의 22사단은 노크 귀순, 점프 귀순, 헤엄 귀순으로 오명을 쌓아왔다. 지난해 헤엄 귀순자는 7번 국도를 유유히 걸어 내려왔다. 그 바람에 동부전선 22사단은 별들의 무덤이 됐다지만, 강화도 배수로 월북 사건을 상기하면 서부전선이라고 다를까 싶다. 북한 일반 주민들이 이 정도면 북한이 작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골이 송연해진다.이번 월북 사건과 관련 현장 지휘자는 상부 보고도 생략한 채 "특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