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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반기 든 자영업자들

    [참성단] 반기 든 자영업자들 지면기사

    "9시가 뭐냐고, 이게. 제발 12시까지 풀어 달라고." 한겨울에 반소매 티를 걸친 40대 후반 남성 둘이 식당 홀에서 막말을 내지른다. 화장지로 코와 귀를 막은 왼쪽 남자는 영업시간을 풀어달라며 코를 풀어댄다. 옆 남자는 집게와 나무젓가락을 들고 손짓을 하며 "이게 뭐냐" 항변한다. 15초 분량 동영상에 등장하는 두 남자는 수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온몸으로 벼랑 끝 처지를 호소하는데, 연기자 뺨치는 코믹 표정에 웃음이 빵 터진다.대형 카페 대표는 지난 20일 '24시간 영업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전국 14개 직영점을 둔 프랜차이즈 카페 더노벰버라운지 최석률 대표는 "정부의 거리 두기 방역지침을 거부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본 매장은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도 24시간 정상영업합니다'는 공문도 올렸다.최 대표는 "지난 1년간 누적 적자가 10억원을 넘었고, 지난주 서귀포점을 폐업했다"며 "그럼에도 어떤 손실보상금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방침에) 열심히 따르고 했는데, 월세에 인건비도 못 주고 가게를 팔려고 내놔도 사려는 사람도 없다"면서 "도저히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정부의 강화된 거리두기에 반발하는 자영업자들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관련 단체는 22일 광화문에서 항의 시위를 하기로 했다. 온라인에는 참여를 독려하는 구호가 넘쳐난다. 정책 실패는 정부가 했는데, 피해는 왜 우리 몫이냐는 게다. 연말 대목 망치게 됐다며 '방역 패스를 패스하자'고 한다.서울에선 식당 주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강화된 거리두기 시행으로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생활고를 호소했다고 한다. 자영업 단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가 24명으로 늘었다고 주장했다. 안타까운 소식에 자영업자들은 단체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자영업 단체 6곳은 항의 표시로 27·28일 오후 5~9시 업소 간판의 불을 끄기로 했다.방역 실패를 두고 대통령이 사과한 다음 날, 정부는 소상공인에 1

  • [참성단] 어머니에 대하여

    [참성단] 어머니에 대하여 지면기사

    어머니, 마더(mother, 영), 마마(妈妈, 중), 오카상(おかあさん, 일), 메르(mère, 불), 모터(mutter, 독), 마테르(māter, 라틴어)…. 모두 어머니를 지칭하는 말들이다. 그리운 이름이요, 언제나 잊히지 않는 이름이되 평상시에는 너무 무심하고 소홀하게 넘어가는 존재가 바로 어머니다.역사상 위인들이나 작가들은 기억하지만, 이들을 낳고 키워준 아버지와 어머니, 특히 어머니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기억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도 역사적 인물의 뒤에는 위대한 어머니들이 있었다. 한국의 어머니를 대표하는 인물은 율곡 이이를 키워낸 인물이요, 예인(藝人)이었던 신사임당이 꼽힌다. 그러나 평생 퇴계 이황과 그 어린 형제들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 춘천 박씨(1470~1537)에는 대해서 주목하지 않고 있다. 여성 군자라 할 그는 막내아들 퇴계와 그의 형 온계 이해(1496~1550)가 과거에 급제하고 대학자가 될 수 있도록 한 인물이었다.서애 유성룡을 키워내고 졸수(卒壽, 90세)까지 천수를 누린 안동 김씨 역시 음식을 할 때도 살아있는 생물을 해하지 않았고 늘 소탈한 일생을 살았다고 전해지며, 택당 이식을 조선 대문장가로 만든 그의 어머니 무송 윤씨는 병약한 몸을 이끌고 아들 택당은 물론 손자도 대제학으로 길러낸 인물이다. 미수 허목의 자당 나주 임씨, 자식을 위해 회초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약천 남구만의 어머니 안동 권씨, 병자호란 때 자결을 할 정도로 강건했던 명재 윤증의 어머니 공주 이씨, 서포 김만중을 키워내고 한국 고소설의 걸작 '구운몽'과 함께 늘 거론되는 해평 윤씨를 비롯해서 정조대왕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안중근 의사를 길러낸 조마리아 여사 등 수많은 어머니들이 있다.반면 이런 모성성과 현모양처론이 여성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탈여성적 이데올로기요, 여성들을 타인을 위한 존재로 만들어내는 수단이라는 여성주의적 연구도 있고, "남성의 행복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의미하며, 여성의 행복이란 남성이 원하는 것을 뜻한다"는 니체의 말도 있지만, 그래도

  • [참성단] 형사미성년자 연령 논란

    [참성단] 형사미성년자 연령 논란 지면기사

    최근 포항의 한 무인모텔에 미성년자 5명이 입실해 난동을 부렸다. 술 마시고 침구를 담뱃불로 지져놓고 창문과 입구 손잡이를 파손했다. 모텔 주인이 야단을 치자 이들은 "우리는 미성년자이고 촉법소년이니 죽이고 싶으면 죽여보라"고 대든 것은 물론 출동한 경찰에도 욕설을 퍼부었단다. 모텔 주인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리자, 소년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이들 중 4명은 15세로 밝혀지자 싹싹 빌었다니 어이가 없다.우리 형법 제9조는 14세 미만을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해 범죄행위를 벌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다만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 할 수 있는데 전과기록은 남지 않는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가 바로 '촉법소년(觸法少年)'이다. 아무리 중죄를 범해도 범죄기록이 남지 않는 소년원 보호 조치가 고작이다.그런데 이 조항을 악용하는 청소년들의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범법이 만연하고 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 건수가 총 4만건을 육박하고, 해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절도 2만건, 폭력 9천여건, 추행 2천여건에 살인(8건)과 강간(42건) 같은 강력범죄도 적지 않다.작년엔 렌터카를 훔친 중학생 8명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을 치어 숨지게 했다. 성착취물 채널을 운영한 12세 소년도 있고, 흡연을 꾸짖은 어른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가 쑥대밭을 만든 중학생들도 있었다. 딸을 성추행하고 동영상을 찍은 가해 소년을 처벌할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한 한 엄마의 국민청원도 있었다. 상당수 범법 소년들과 부모들은 촉법소년을 앞세워 법대로 하자는 태도로 공분을 샀다. 범죄자가 준법을 요구하는 적반하장에 피해자들은 억장이 무너진다.온라인 정보화 시대를 맞아 청소년들의 사회화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다. 중국은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2세로 낮추었다고 한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겠으나, 도를 넘은 미성년자들의 법 희롱과 부모들의 무책임엔 대책이 있어야겠다. 단순히 처벌 연령 인하 논란에 그칠 게 아니라, 범죄 피해의 실질적 회복을

  • [참성단] 수원·고양·용인특례시

    [참성단] 수원·고양·용인특례시 지면기사

    수도권 관문 인천은 1981년 7월1일 광역시(당시 직할시)로 승격했다. 당시 인구는 114만명. 정부는 인천의 인구가 100만명을 훌쩍 넘기자 부산·대구에 이어 3번째로 '직할시' 명칭을 부여했다. 경기도에서 분리돼 자치 역량을 키운 인천은 승격 40년 만에 거주 인구 300만명을 넘어서고, 연간 예산 18조원이 넘는 대도시로 성장했다. 전국 6개 광역시 중 막내인 울산은 1997년 7월 승격됐다. 당시 주민등록상 인구는 101만3천명.수도권이 팽창하면서 2010년대 말 수원·고양·용인, 마산·진해·창원이 통합한 창원이 인구 100만명을 넘어섰다. 덩치가 커진 4개 지자체 시민과 단체장들은 광역시 승격을 요구하고 나섰다. 높아진 위상에 맞는 자격과 권한을 부여해달라는 것이다.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는 달갑지가 않다. 인력, 조직, 예산 규모가 커지고 일정 부분 권한도 넘겨줘야 한다. 고민 끝에 나온 묘안이 '특례시(特例市)'란 꼼수다. 도시 행정의 특수성을 고려해 위상을 높이고, 별도 구분하기 위해 편의상 적용하는 행정 명칭이다.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 중간 정도의 절충 개념이다.수원·고양·용인이 내년 1월13일 특례시로 승격한다. 정부나 경기도 승인, 허가가 필요했던 일부 사무에 권한이 확대되는 등 지방자치 구현을 위한 자율성이 커진다. 중앙정부 86개 기능과 383개 사무, 경기도 8개 사무가 이관된다. 산업단지 조성 등 지역개발을 위한 폭넓은 권한이 눈에 띈다. 위상이 높아진 만큼, 조직과 인력 규모도 늘어난다. 특례시 의회의 기능과 역할도 달라질 전망이다.온도 차이는 있으나 해당 지자체 반응은 긍정적이다. 완전체가 아닌 불안정한 형태에, 불완전한 권한이란 불만보다는 새 출발에 대한 기대치가 더 크다. 일단 해보고 부족하면 그때 다시 보완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들이다.오랜 산통 끝에 특례시가 출범하게 됐으나 난제가 산적하다. 기초도 아니고 광역도 아닌 어정쩡한 신분이다. 경기도와 특례시와의 관계 설정이 애매하다. 지방자치법상 인구수에 상관없이 특례시를 지정할 수 있다. 50만 넘어 100

  • [참성단] 법원이 채점한 수능

    [참성단] 법원이 채점한 수능 지면기사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을 취소하라는 수험생들이 법원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15일 "주어진 조건이 모순되게 잘못 제시됐다"는 판결로 문항의 오류를 인정했다. 법원은 17일 예정됐던 선고일을 대입 전형 혼란을 최소화하려 이날로 앞당겼다고 한다. 하지만 문항의 오류가 너무나 명백하다는 판단이 조기 판결의 결정적 배경이지 싶다.법원 판결로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낯을 들 수 없게 됐다. 평가원은 수험생과 입시 전문가들의 이의제기에도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며 정답 유지를 고수했다. 문제는 틀렸지만 문제는 타당하고 정답은 있다? 해괴한 논리였다.집단유전학 석학인 조너선 프리처드 미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도 자신의 전공과 관련한 이번 소동이 흥미로웠는지 제자인 아기레 연구원의 풀이를 공유했다. 아기레는 "문제 조건 자체가 모순"이라며 "만약 정답을 고른다면 의도적으로 진실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평가원의 국제 망신을 공인한 셈이다. "고등학교 시험에서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출제된다는 것이 놀랍고 인상적이다." 프리처드 교수의 총평은 뼈 아프다.수능은 고3 수험생들의 인생 행로를 결정짓는 결정적 관문이다. 조부모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버지의 바짓바람이 자녀 교육 성공의 3대 법칙일 정도로 자녀를 키우는 국민이면 모두 수능 전문가이다. 지난 11월 한국사 1타 강사인 최태성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수능 한국사 19, 20번 문항을 예상해 화제가 될 정도로 한국은 수능 전문가들의 나라이다. 수능 시험이 아무리 어려워져도 1타 강사와 입시학원들의 족집게 강의를 벗어날 수 없다.평가원의 수능 출제 경향이 정상적인 교과 수업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파격적이고 기상천외한 문제로라도 수험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워야 하는 대학입시 구조 때문이었을테다. 그래도 이번처럼 명백한 오류를 부인하다 법정에 끌려가 망신을 당한 평가원의

  • [참성단] 임인년(壬寅年)과 B플랜

    [참성단] 임인년(壬寅年)과 B플랜 지면기사

    올 2021년도 열엿새 만을 남겨두고 있다. 신축년(辛丑年)이 지나가고 임인년(壬寅年)이 다가온다. 절기력으로는 입춘부터가 임인년이지만 통상 우리의 시간관념으로는 2022년 1월1일 새해부터 임인년으로 친다. 신축년이 흰 소라면 임인년은 검은 호랑이다. 세상에 검은 호랑이는 없지만, 음양오행을 풀어서 설명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우리의 전통적인 시간은 육십진법이다. 천간 열 개와 지지 열두 개를 조합하여 갑자·을축·병인·정묘 순으로 나가 계해로 끝나고 다시 갑자부터 시작된다. 천간은 해의 운행과, 지지는 달의 운행과 연관시켜 만들어진 것이다. 사마천의 '통감외기(通鑑外紀)'를 보면, 황제(黃帝) 때부터 북두칠성을 살피고 관측하여 육십갑자를 만들었고 날짜를 간지로 기록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육십갑자란 말은 첫째 간지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임인년은 갑자를 기준으로 따지면 서른아홉 번째다. 임(壬)은 음양오행으로 보면 양(陽)이고, 큰물이며, 검은색이다. 인(寅)도 양에 큰 나무요, 띠로는 호랑이에 해당한다.동아시아의 시간은 끝없는 순환이다. 천지창조든 빅뱅이든 탄생의 순간을 설정하는 서양이 창조에서 종말로 나가는 직선적이고 선형적인 관점에 서 있다면, 동아시아의 시간은 끝없는 순환이다. 성주괴공(成住壞空)·원형이정(元亨利貞)·원회운세(元會運世) 모두 커다란 순환이다. 순환의 시간관과 우주관은 얼핏 발전과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무한 반복으로 오해하기 십상이지만 허무주의나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인생과 사물과 세상을 조금 여유 있게 보도록 한다. 그러나 서양식 시간관이 들어오면서 우리도 점차 육십갑자와 순환적인 시간 감각을 잃어가고 있다. 일진과 음력이 표기된 새해 달력도 갈수록 구하기 어려워졌다.매년 연말연초에 시행되던 해넘이, 해맞이 행사가 코로나19로 취소되었다는 소식이다. 간절곶 일출은 유튜브로 대체되며, 당진과 해남의 해넘이 행사는 아예 무산됐다. 매년 행궁 광장과 여민각에서 열렸던 수원시 제야의 타종행사도 열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설에 해돋이를 보지 못한다면, 절기력

  • [참성단] '묘서동처(猫鼠同處)'

    [참성단] '묘서동처(猫鼠同處)' 지면기사

    매년 연말 교수신문에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실린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노정을 네 자로 함축해 정의한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현상을 꿰뚫는 학자들의 혜안이 명징하다.2021년 사자성어는 '묘서동처(猫鼠同處)'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전국 각 대학교수 880명이 6개 사자성어를 대상으로 투표한 결과 1천760표(중복 포함) 가운데 514표(29.2%)를 얻었다.묘서동처는 중국 당나라 역사를 서술한 '구당서'에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빤다'는 '묘서동유'(猫鼠同乳)라는 말과 함께 나온다. 곡식을 훔쳐 먹는 쥐와 이를 지켜야 할 고양이가 한통속이 된다. 위아래 벼슬아치들이 부정 결탁해 나쁜 짓을 함께 저지르고 이권을 도모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묘서동처를 선택한 이유로는 "권력자들이 한 패가 되어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내년 대선을 걱정하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누가 덜 썩었는가 경쟁하듯, 리더로 나서는 이들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가득하다"거나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 국운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걱정들이다.박근혜 정부 국정논단 사태로 국민들이 촛불시위를 한 2016년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이니, 물의 힘으로 배를 띄우나 물이 화가 나 배를 뒤엎는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은 '파사현정(破邪顯正)'.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부수고 사고방식을 바르게 한다'는 뜻으로 불교 삼론종의 중요 논저에 실린 고사성어다. '파사현정' 수년 뒤 외려 '묘서동처'를 개탄하는 세상이 됐다.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은 아전인수격 시각으로 상대방에 손가락질을 한다.올해 사자성어에서 앞순위는 아니나 '유자입정(孺子入井)'이란 말이 눈에 들어온다. 젖먹이가 우물에 빠지려 할 때 이를 본 사람은 누구나 깜짝 놀라며 측은한 마음이 들고, 구하려 든다.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

  • [참성단] 코로나19와 선거

    [참성단] 코로나19와 선거 지면기사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정치의 꽃인 선거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2020 미국 대통령 선거였다. 재선을 노리던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 한 달을 남기고 덜컥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다. 트럼프는 처음부터 코로나19를 독감 수준으로 여겨 봉쇄,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의 기초를 무시했다. 자랑스럽게 마스크를 벗고 다니고, 질문하는 기자에겐 마스크를 벗으라고 요구했다.대통령이 이 모양이니 지지자들도 노마스크로 지지를 표현했고, 펜실베이니아주의 셧다운을 위헌이라고 판결한 연방판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한참 대선 유세에 전념해야 할 10월1일 트럼프와 영부인 멜라니아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방역을 거부한 그에게 조롱이 쏟아졌고, 마스크를 쓴 조 바이든의 지지율이 치솟았다. 사흘 만에 퇴원을 강행한 트럼프가 백악관 취재진 앞에서 마스크를 벗었을 때 미국은 경악했다. 결국 트럼프는 세계 제1의 코로나19 사망자를 남긴 채 재선에 실패했다.코로나19 국면에서 우리도 두 번의 선거를 치렀다.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마스크 대란과 신천지교회발 대구 1차 대유행이 터졌다. 정치권은 여당에 불리한 선거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코로나 위기가 오히려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민심을 결속시켰다는 사후 분석이 그럴듯했다. 하지만 1년 뒤 치러진 4·7 재·보선에선 국민의힘이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압도적으로 이겼다. 코로나19 보다는 부동산 등 정부 실정이 여론의 심판대에 오른 결과였다.대선(2022년 3월9일)을 앞두고 최악의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다. 7천명대 1일 확진자 수는 1만명 진입을 앞두고 있고, 위드 코로나 개시 한 달여 동안 사망자가 2년간 전체 사망자의 3분의1에 달한다. 대통령은 과거(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지만, 방역 당국은 과거 회귀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병상도 의료인력도 부족하다. 초등학생도 준비 없는 위드 코로나를 비판하고 나섰다. 매일 인파 속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대선 후보들은 지켜보기에 아슬아슬하다.사상

  • [참성단] 경제계 세대교체

    [참성단] 경제계 세대교체 지면기사

    지난주 구광모(43) 회장이 이끄는 LG 그룹이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신규 임원 명단을 보니 40대가 62%나 됐다. 그룹 전체 임원 중 1970년대생 비율은 지난해 41%에서 52%로, 11%P 올라 절반을 넘었다. 지주사인 (주)LG도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 임원들이 포진했다. 재계는 '젊은 총수이기에 예측은 됐으나 파격에 가깝다'는 반응이다.삼성전자 임원 인사도 30대, 40대 약진이 두드러진다. 30대 4명이 상무로, 40대 8명이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직급과 연차에 상관없이 성과를 내고 잠재력을 갖춘 인물을 과감하게 발탁했다고 한다. 삼성은 지난달 직원들의 직급별 체류 기간을 전면 폐지해 30대 임원, 40대 최고경영자(CEO) 탄생을 예고했다.SK그룹은 1975년생 노종원 부사장을 주력사인 SK하이닉스 사장에 임명했다. 지난해엔 1974년생 추형욱 SK E&S 사장이, 지난달엔 1970년생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승진 발탁됐다. 지난달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임원 인사에선 상무 승진자 3명 모두가 1970년대생이다. 코오롱그룹도 지난 10월 신임 상무보 21명 중 40대가 18명(85%)이다.올해 연말 주요 대기업 정기인사의 특징은 세대교체 바람이다. 40대 CEO가 대세이고, 30대들이 임원 자리를 꿰차고 있다. '연공서열이 아닌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중용하자'는 게 메인스트림(Mainstream)이다. 3세대, 4세대 경영시대가 열리면서 총수들 나이가 낮아진 것도 세대교체를 당기는 촉매제가 됐다는 평이다.세대교체뿐 아니라 오너(Owner)=총수 등식도 깨지고 있다. 두산그룹 3세 경영인 박용만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은 이달 초 두산그룹을 떠나 봉사활동과 구호사업에 전념하기로 했다. 아버지를 보좌해온 아들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박재원 두산중공업 상무도 함께 떠난다. 두 아들은 스타트업 육성에 나선다고 한다.미국을 다녀온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니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이후 60대인 최고 경영진 3명이 모두

  • [참성단] '고3 연설' 보다 못한 '어른 정치'

    [참성단] '고3 연설' 보다 못한 '어른 정치' 지면기사

    플라톤은 철학자가 통치하는 '철인 정치'로만 이상국가 실현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런데 통치 계급인 철학자 육성 과정이 장난이 아니다. 20세 청년들 중에서 선발된 인재들을 30년의 커리큘럼으로 거르고 걸러 소수의 50대 통치자들을 남긴다니 말이다. 정치 권력의 본질과 현실에 비추어보면 너무 이상적이니 철인 정치는 정치 철학에 그쳤고, 플라톤의 이상국가는 실현된 적이 없다. 명상록을 남긴 로마의 철학자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조차 후계자인 자기 아들을 망나니로 키웠으니, 철인 정치의 실현은 헛된 꿈에 가깝다.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10대들의 정치 참여 요구가 거세다. 플라톤이 들었다면 기절할 일이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투표 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낮추는 문제가 정치적 쟁점이 됐다. 스위스 취리히 주의회가 16세 투표법안을 채택해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유럽 청소년들의 투표권 요구 배경에는 청소년 기후행동 시위를 주도한 그레타 툰베리가 있다. 툰베리는 탄소를 쏟아내는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의 미래를 망친다며, 청소년의 정치 참여에 불을 댕겼다.16세 투표를 놓고 유럽 사회의 찬반은 첨예하다. 논점은 16세가 투표할 만큼 성숙한 연령인지 여부이다. 반대 측은 법적 성인 연령이 18세인 점을 앞세운다. 16세는 성인으로 인증하기에 미숙한 연령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찬성 측은 '어른들은 성숙하냐'며 16세의 정치 참여권을 옹호한다. 정치 혐오를 초래한 기성세대가 연령을 기준으로 정치적 성숙과 미숙을 판단할 수 없다는 반론에 할 말이 없다.대선 국면에서 고3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은 대선 광주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에 18세 여고생을 세웠고,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선 18세 남고생 당원이 찬조 연설을 했다. 21대 총선부터 투표권을 행사한 18세를 의식한 선거 캠페인이었다. 자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두 사람의 연설은 청소년답게 맑고 신선해 반향이 컸다.그런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우리 고3이 민주당 고3보다 우월할 것"이라고 자랑해 사달이 났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고3도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