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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김장과 붕어빵

    [참성단] 김장과 붕어빵 지면기사

    한국인 밥상의 기본은 밥과 김치다. 김치는 한국인, 한국문화를 표상하는 식품이다. 조선 헌종 때 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 가운데 시월의 노래 속에도 김치와 김장 얘기가 나온다.김치의 역사는 기록상으로는 상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디히', '저(葅)'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저해(葅醢)'나, '고려사'에 등장하는 염지(鹽漬), 침채(沈菜), 침저(沈葅) 등이 바로 김치를 뜻하는 말들이다. 김치라는 말은 '침채'란 한자어에서 나왔거나 김치에 가장 가까운 한자식 표현인 '침채'를 가차(假借)했을 가능성도 있다. '혼몽자회'와 '두시언해'에도 김치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바, '동저(冬葅)'가 바로 지금의 동치미다.또 우리 식탁의 단골메뉴인 깍두기는 조선말기 요리서인 '시의전서'에 무를 네모지게 썰어 담그는 김치인 '젓무'라는 요리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깍두기'라는 지금의 표현은 1923년 11월10월자 '조선일보'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김장의 어원은 '침장(沈藏)'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과 정도전의 '삼봉집'에도 김장에 대한 언급이 있다. 김장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있는 우리 고유의 문화이며, 풍습이다.김장과 함께 우리 일상문화를 대표하는 문화는 겨울철의 국민 간식 '붕어빵'이다. 이 붕어빵이 요즘 물가상승으로 인한 재료비 인상과 노점단속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점점 만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오죽하면 붕어빵 파는 노점 인근 지역을 가리키는 '붕세권'이라는 말도 나왔고, 붕어빵 파는 집을 검색할 수 있는 앱마저 등장했다.그런데 물가상승으로 인한 비용부담과 코로나에 '귀차니즘'까지 겹쳐 김장을 포기하고 사 먹는 가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에 경제도 어려워지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김장과 붕어빵마저 사라져 가는 문화가 되어버리면 어쩌나 싶다. 따끈한 흰 쌀밥에 김치 한 점 척 올려놓고 밥을 먹고, 출출할 때 한 입 베무는 붕어빵은

  • [참성단] '기승전-전 대한민국'

    [참성단] '기승전-전 대한민국' 지면기사

    중산층(中産層)은 재산 정도가 유산계급과 무산계급 중간을 말한다. 중소 상공업자, 소지주, 봉급생활자 등이다. 사전적 의미에도 불구, 중산층을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짐작만 할 뿐, 기준잣대가 애매하고 개념조차 명징하지 못하다.수년 전, 국민 의식조사를 한 국내 증권사가 대한민국 중산층의 기준을 제시했다. 종합하면 빚 없는 30평 이상 아파트, 월 급여 500만원 이상, 배기량 2천㏄ 넘는 중형차, 예금 1억원 이상, 연 1회 이상 해외여행 등이다.프랑스에선 외국어를 하나쯤 구사할 수 있고, 악기를 다룰 줄 알며,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한다. 사회적 공분에 의연히 나서고,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영국은 페어플레이, 자신의 주장과 신념, 독선적인 행동 지양, 약자를 돕고 강자에 대응, 불의·불평·불법에 의연하게 대처할 것 등이다. 경제적 요인은 중요하지 않다.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가 17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당신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게 뭐냐"고 물었는데, 한국인들만 '물질적 행복(material well-being)'을 1위(19%)로 꼽았다. 건강(17%), 가족(16%), 일반적 만족감(12%), 사회(5%), 자유(5%)는 뒷전이었다. 17개국 중 14개국에서 '가족'이 1위를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선진국 국민들이 삶에서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은 가족(38%), 직업(25%), 물질적 행복(19%) 순이었다. 한국·대만(3위), 스페인(4위) 3개국만 가족이 후 순위로 밀렸다. 미국과 영국에선 '친구 등 공동체'가 2위에 올랐지만, 일본·대만(7위), 한국(8위) 등 동아시아 국가에선 응답자 10명 중 1명 이하만 친구나 공동체를 꼽았다고 한다.조선 시대엔 의리를 지키고, 나라님 잘못에 바른말 하기가 중산층 덕목으로 꼽혔다. 서적 한 시렁, 거문고 한 벌로 시음을 즐기고, 봄 경치 보려 뒷마당에 나귀를 매었다. 두어 칸 집에, 두어 이랑 전답, 동·하복 두 벌이면 충분하

  • [참성단] 'kt위즈'의 마법

    [참성단] 'kt위즈'의 마법 지면기사

    2021시즌 프로야구가 지난주 'kt 위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여운은 짙고 길다. kt의 마법사(wiz)들은 2015년 정규리그에 참여한지 7시즌 만에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를 4전 전승으로 마무리하는 마법을 부렸다. 1차전 승리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는 코로나19로 작고한 부친을 생각하며 역투했고, 부상 투혼이 빛났던 박경수는 한국시리즈 최초의 목발 MVP가 됐다. 마법의 원동력은 선수들의 끈끈한 연대였다.해마다 그렇듯이 이번 한국시리즈도 다양한 화제를 남겼다. 가장 큰 화제는 여야 대선 후보들의 관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1차전을 나홀로 직관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부인 김혜경씨와 4차전을 동반 관람했다. 윤 후보는 국가대표 유니폼으로 중립을, 이 후보 부부는 kt 유니폼을 착용해 솔직한 팬심을 강조했다. 특히 이 후보는 낙상 후유증을 의식한 듯 부부애를 과시했다.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7년 전 kt 출정식에서 "kt가 우승하면 알몸으로 마라톤을 뛰겠다"고 한 약속이 소환된 것이다. 2007년 SK 수석코치 이만수는 홈구장 관중이 만원이면 팬티만 입고 운동장을 돌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그의 팬티 런닝은 팬서비스의 신기원으로 호평받았다. 정계를 은퇴한 남 전 지사는 일단 침묵으로 저항(?)하고 있다. 약속을 지켜도 안 지켜도 반향이 클테다. 남 전 지사의 약속이 남아 한국시리즈는 아직 진행 중이다.kt 우승에 연고지인 수원시의 감격도 식을 줄 모른다. 인계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찐 팬은 우승하면 소 한 마리 잡겠다는 공약때문에 행복한 울상이다. kt 창단과 성장을 적극 지원했던 수원시와 염태영 시장의 감회도 남다를테다. 수원야구장을 리모델링해 25년간 무상 임대한데 이어 470억원을 들인 증축과 시설개선으로 손색없는 홈구장으로 변신시키는 등 정성이 대단했다.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 한국시리즈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르기로 결정하면서 수원 홈팬들의 홈구장 직관이 무산됐다. kt와 수원시가 홈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카퍼

  • [참성단] 헬스 로이더(roider)

    [참성단] 헬스 로이더(roider) 지면기사

    '헬스 로이더'란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스테로이드(steroid)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을 말한다. 스테로이드는 헬스 보충제와 달리 불법 약물로 분류돼 인체 투여를 금하고 있다. 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 순수하게 운동과 식단으로 근육을 키우는 내추럴(Natural)과 대비된다.내추럴은 피 땀나게 운동하고 보충제 도움을 받아도 근육세포 수를 늘릴 수 없다. 근육세포를 얼마나 크게 만드느냐가 벌크업((bulk up)의 관건이다. 반면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 근육세포 수를 늘릴 수 있어 운동량 이상의 효과가 나타난다. 내추럴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약물의 힘인 것이다.지난 9월 배우 남궁민(43)은 드라마에서 벌크업 된 근육질 몸매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국정원 최고의 현장 요원을 연기하려고 14㎏을 증량하고 꾸준히 운동한 결과 20대 몸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에게 약물 의혹을 제기한 로무새(자신보다 몸이 좋으면 무조건 로이더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온라인 용어)들이 도리어 비난을 받았다.국내 대표 몸짱 방송인 김종국(45)씨가 약물 복용 논란에 휩싸였다. 캐나다 유명 보디빌더 겸 헬스 유튜버 그렉 듀셋의 도발이 도화선이다. 듀셋은 지난달 말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김종국은 약물을 썼을까 안 썼을까'란 영상을 통해 근육을 키우는 과정에서 약물을 복용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나이가 들면서 체격이 계속 좋아지고 있는데 호르몬을 쓰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몸이라는 것. 100만 달러 내기 운운하며 김종국을 자극했다.김종국은 "꾸준한 노력과 정신력으로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남성 호르몬 수치가 높게 나온 혈액 검사 결과도 공개했다. 주변인들도 약물 복용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그를 지켜봐 온 의사는 '오랜 세월 꾸준하게 운동한 것은 물론 식단까지 조절하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한다'고 했다.듀셋은 여전히 도발 중이다. 김종국의 남성 호르몬 수치는 동년배에게 불가능하고 비정상적이라며 '내분비 종양일 수 있다'고 극언한다. 캐나다 유튜버가 먼 나라의 김종국을 향해 총질을 난사하는 이유

  • [참성단] '인천 빙하'

    [참성단] '인천 빙하' 지면기사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재앙은 해빙이다. 달궈진 대기와 바닷물이 지구의 극지방을 녹이면 인류는 다양한 위기에 직면한다. 단단한 시베리아 동토층이 진흙탕이 되면 잠겨있던 메탄가스가 분출해 온난화 속도가 배가된다 한다. 동토층에 갇혀있던 미지의 세균과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는 경고는 섬뜩하다.그래도 가장 큰 위협은 사라지는 빙하다. 빙하는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인 얼음층이 중력에 의해 아주 느리게 흐르는 자연현상이다. 극지방과 고산지대의 빙하는 엄청난 물을 가두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한다. 북극지방은 대륙이 아니다. 북극해를 덮은 빙하층이다. 북극 빙하가 사라지자 사냥길이 끊긴 북극곰들이 아사 상태에 내몰린지 오래다. 그레타 툰베리를 열혈 기후 투사로 만든 북극곰의 눈물이다.하지만 치명적인 빙하 위기는 남극대륙에서 조용하고도 집요하게 진행 중이다. 남극엔 듣기에도 으스스한 '종말의 날 빙하'로 명명된 스웨이츠 빙하가 있다. 한반도 면적에 버금가는 빙하인데 1980년대 이후 약 5천950억t의 빙하가 사라졌다고 한다. 심각한 것은 스웨이츠 빙하 아랫부분에 발생한 거대한 구멍으로 비교적 따뜻한 남극환류가 드나들며 해빙 속도를 재촉한다는 점이다.과학자들은 스웨이츠 빙하가 사라지면 전 세계 해수면이 65㎝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또 스웨이츠 빙하가 지탱하던 서남극 빙붕이 연쇄적으로 붕괴하면 추가로 해수면이 2m 상승할 것이라 경고한다. 세계지도가 달라지고 인류는 대재앙에 직면한다. '종말의 날 빙하'는 결코 허명이 아니다. 인류는 종말에 가까운 재앙에 직면한다.최근 영국의 남극지명위원회가 서남극 갯츠 빙붕에 연결된 9개 빙하 중 하나를 '인천 빙하(Incheon Glacier)'로 명명했단다. 바로 스웨이츠 빙하가 있는 지역이다. 주요 기후회의 개최 도시 9곳의 이름을 붙였다는데, 인천은 2018년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개최한 덕분에 포함됐다.인천시는 지난해 세계 34개 국가와 33개 지방정부 등이 참여한 탈석탄 동맹에 가입하기도 했다. 해안 도

  • [참성단] 비트코인 재판

    [참성단] 비트코인 재판 지면기사

    2008년 10월31일, '사토시 나카모토(Satosi Nakamoto)'라는 미지의 인물이 인터넷에 디지털 화폐를 설명하는 9장짜리 백서를 올렸다. 비트코인의 탄생을 알린 신호탄이다. 초기엔 개념조차 모호해 관심받지 못했고, 화폐로서 가치도 없었기에 사토시란 이름도 주목받지 못했다.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면서 일반인들 관심이 커졌고, 최초 개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가 누구냐는 궁금증이 증폭됐다.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던 그는 2010년 말 돌연 종적을 감췄다. 2011년 4월 동료 개발자에게 작별을 알리는 이메일을 보낸 게 마지막 행적이다.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014년 3월, 당시 64세인 일본계 엔지니어 '도리안 나카모토'를 비트코인 창시자로 특정해 보도했다. 2개월에 걸친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사토시를 추적했고, 수십년간 엔지니어링 분야에 종사한 이력을 증거로 제시했다. 당사자로 지목된 도리안 나카모토는 강하게 부인했고, 온라인에 등장한 사토시는 '나는 도리안 나카모토가 아니다'라고 밝힌 뒤 다시 사라졌다.미국 플로리다에서 흥미로운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13년 4월 사망한 데이비드 클라이먼의 유족이 동업자인 크레이그 라이트(51)를 상대로 약 100만개의 비트코인 소유권을 놓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현 시세로 640억 달러(75조5천억원) 상당이다. 클라이먼과 라이트가 모두 사토시이고, 따라서 사토시 소유의 비트코인 100만여 개 가운데 절반은 유족 몫이란 주장이다.미 언론은 재판을 통해 베일에 가려진 비트코인 창시자의 정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자칭 사토시는 여럿이었으나 빈약한 증거로 확신을 주지 못했다. 호주 출신 프로그래머로 영국에 거주하는 라이트는 2016년부터 자신이 비트코인 창시자라 주장하나 오락가락 행태로 믿음을 잃었다.비트코인은 중앙집중적 금융권력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이 탄생 배경이다. 디지털 블록체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는 개인 간 거래가 핵심 포인트다. 수천 년 화폐 역사를 뒤흔든 창조의 아이콘은 여전히 얼굴을

  • [참성단] 스우파 열풍과 문화생태계

    [참성단] 스우파 열풍과 문화생태계 지면기사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한 세대 전이라면 이 말이 통했을지 모르나 살아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 이제는 '센 언니들이여, 그대 이름은 여자'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댄스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보면 이 말이 실감난다. 아니 이런 낡은 젠더적 비유는 사라지는 편이 더 낫다.지난달 26일 막을 내린 '스우파'를 보면 셰익스피어의 이 비유는 역사적 수명을 다한 것으로 봐도 될 듯하다. 뮤직비디오나 콘서트의 조역이었던 백댄서들을 주연으로 호명한 Mnet의 댄스 서바이벌이 '홀리뱅'의 우승으로 종료된 지 한참인데 유튜브는 여전히 뜨겁다. 조회 수가 3억6천만 뷰를 넘어선데다 관련 영상들도 수십만, 수백만 뷰를 찍고 있다. 시간의 제약을 넘어 본방을 사수하지 않아도 되는 OTT시대이기에 이들 콘텐츠는 두고두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누적 조회수를 늘려나갈 것이다.그 무엇이든 음지가 양지가 되고, 이랑이 고랑이 되는 다양한 기회의 문이 열린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또 우리의 문화콘테츠가 세계인과 함께 즐기는 공유문화가 된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여기에 문화의 조연이었던 백댄서들을 주역으로 만들고, 특히 여성들이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등장하는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서는 K팝, K드라마에 이어 K댄스를 새로운 한류문화로 주목하고 있다.한국사와 문화를 조선을 중심에 놓고 봐서 그렇지 '위지'의 '동이전'이나 '삼국유사' 등의 기록물을 보면 원래 우리는 흥도 많고 춤과 유흥을 사랑하는 민족이었다. '영고', '무천', '동맹' 같은 삼한의 제천의식들에 대한 기록을 보면 당시 축제를 즐기던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수무족도(手舞足蹈)라, 즉 손과 발을 다 사용하여 춤을 즐긴다고 표현하고 있다.그런데 최근 '스우파'의 열풍이 마냥 흔쾌하지 않은 것은 모든 문화의 미디어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하고, 거의 대다수가 상업문화로 흘러간다는 점 때문이다. 일상에서 스스로 만들고 즐기는 자발적 생활

  • [참성단] 탄소의 역습

    [참성단] 탄소의 역습 지면기사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제26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큰 진전 없이 지난 12일(현지 시각) 폐막했다. COP는 지구 온난화를 저지하기 위한 전 지구적 협의체이다. 1997년 COP3에서 6가지 온실가스배출량을 줄이기로 한 교토의정서를 채택했지만 실행계획없는 종이쪼가리에 불과했다. 2015년 COP21에서 교토의정서를 폐기하고,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파리협정을 197개국이 합의해 발효시킨 배경이다.약속대로라면 파리협정 합의국들은 올해 COP26에서 2030년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회원국 앞에서 발표하고 약속해야 했다. 하지만 중국, 인도 등 탄소배출 대국들의 비협조로 흐지부지됐다.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만 2030년 탄소감축 40%와 2050 탄소중립(탄소배출 0)을 약속했다. 국제사회에선 강대국의 탄소 이기주의가, 국내에선 문 대통령의 낭만적인 탄소감축 독주가 도마에 올랐다.탄소의 역습에 인류가 속수무책이다.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 사이먼 코페 외교장관은 수중 연설로 COP26 참가국에 경종을 울렸다. 국토의 평균 해발고도가 2m에 불과한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2009년엔 같은 처지인 인도양의 몰디브가 수중각료회의를 열었고, 네팔 정부 각료들은 벌벌 떨며 에베레스트 산상회의를 강행했다. 이듬해엔 몽골이 고비사막에서 각료회의를 열었다. 온난화의 위기를 강조하려는 퍼포먼스였지만, 강대국들은 귓등으로 듣는다.반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가들의 탄소중독은 치유 불가능 수준이다. 탄소 배출 없이 유지하기 힘든 산업과 에너지 생태계에 갇힌 탓이다. 중국은 탄소 감축을 빌미 삼아 호주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가 호되게 당했다. 석탄 부족으로 발전량이 떨어지자 대정전이 발생했다. 중국의 석탄 부족이 전 세계 요소수 대란을 촉발했다. 전 세계 석탄 생산량이 줄자 러시아가 천연가스 밸브를 틀어쥐고 유럽을 쥐락펴락한다. 가스값이 폭등하자 난방 난민이 쏟아진다. 유럽의 올겨울은 혹독할테다.이러다간 세계가 탄소로 죽는 나라와 탄소중독에 빠진 나라로 분열되

  • [참성단] 수세식 화장실

    [참성단] 수세식 화장실 지면기사

    민선 1·2기를 연임한 심재덕 전 수원시장(1939~2009)은 행정 전반에 두루 능했다. 지역 토박이로 수원농고, 서울대를 나와 교사, 교수, 경기도청 과장, 수원문화원장을 지냈다. 교단, 공직, 문화, 사업가 이력이 든든한 밑천이 됐다. 재임 중 수원화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화성행궁 복원, 수원천 생태하천 복원, 광교산 개방 등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세상은 그를 '미스터 토일렛(Mr. Toilet)'이라 불렀다. 1999년 한국화장실협회를 창립하고 초대회장으로 취임했다. '아름다운 화장실 문화운동'을 이끌면서 수원시 공중화장실을 전국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퇴임 후인 2006년 '세계화장실협회(WTA) 창립총회' 조직위원장으로, 2007년 11월 서울 WTA 창립총회에서 초대회장으로 선출됐다. 살던 집을 허물고 변기 모양을 본뜬 해우재를 지었고, 유족은 수원시에 무상 제공했다. 현재는 시민들에 무료 개방돼 대한민국 화장실 문화 알리미가 됐다.부천에 있는 초·중·고 80% 이상이 아직도 수세식 변기(화변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천시의회 정재현 의원이 경기도교육청에서 받은 '각급 학교 화변기 설치 학교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화변기는 의자처럼 앉아서 용변을 보는 양변기와 달리 과거 재래식 변기처럼 쪼그려 앉는 형태다.가정 화장실 비데가 일반화한 시대에 학교 수세식은 낯설고 당혹스럽다. 일부 어린이는 화변기 사용을 꺼려 참고 집에 오거나 바지에 볼일을 보는 낭패를 겪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학생들도 불편을 호소한다. 화변기가 필요할 때도 있으나 양변기 보급률이 지나치게 낮은 안타까운 현실이다.시골에서 자란 50·60대는 푸세식 화장실을 경험한 세대다. 학교 화장실은 외지고 어두컴컴하고 냄새가 진동하는, 기분 나쁜 장소였다. 학교마다 빨간 손과 검은 손, 노란 화장지 등의 화장실 괴담이 유령처럼 떠다녔다. 시골 학교에 부임한 교사들도 재래식 화장실에 적응하지 못해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경기도 내 각급 학교 화변기를 양변기로 바꾸려면 2천700억원이 필요하다는 추산이다.

  • [참성단] 노익장의 귀환

    [참성단] 노익장의 귀환 지면기사

    노익장(老益壯)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역량을 발휘하는 노인을 뜻한다. 중국 후한서 마원전에 나오는 노당익장(老當益壯·늙음에 당해 더욱 씩씩하다)에서 유래했단다. 후한 광무제 때 반란이 일어나자 대장군 마원(馬援)이 진압하겠다 나섰다. 광무제가 늙은 마원의 출정을 말렸다. 이에 마원은 갑옷 입고 말을 탈 수 있다며 출정을 강행하니, 황제가 감동했다 한다.최근 문화계에서 노익장들의 잇단 활약이 화제다. 지난달 31일 막을 내린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72세의 배우 정동환이 무대를 지배했다. 1, 2부 총 6시간짜리 공연은 노년의 도스토예프스키가 자신의 소설 이야기를 들려주는 극중극 형식이다. 그는 도스토예프스키 등 1인 5역을 연기했다. 무대 인생 50년의 관록만이 감당할 수 있는 그의 열연에 관객들의 찬사가 쏟아졌다.이에 질세라 배우 이순재가 예술의전당에서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으로 관객을 만나는 중이다. 1935년생이니 만 나이 86세인 노배우는 인간의 탐욕과 위선이 빚어낸 비극의 주인공에 더할 나위 없는 적역이다. "이제야 리어왕을 연기할 때가 온 것 같다"던 자신감을 3시간이 넘는 무대에서 증명하고 있다. 21일까지 공연이 개막 일주일 전 마감됐다니, 86세 리어왕 이순재에 대한 관객의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현역 최고령 연예인 송해는 오는 18일 개봉하는 '송해 1927'에 출연한다. 자신의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니 주인공은 당연히 송해다. 1927년생인 그의 인생 100년은 살아있는 한국 근현대사이자 문화사이다. 바닷길을 건넌 실향민이라고 '복희'라는 본명 대신 '해(海)'라는 예명으로 살아온 그는 악극단 단원으로 시작해 영화배우, 코미디언을 거쳐 1988년부터 '전국 노래자랑' 진행자를 맡아 국민 MC로 활약 중이다. '송해 1927'을 통해 그의 인생에 새겨진 격동의 1세기를 공감해볼만 하겠다.어디 문화계뿐일까. 여전히 현역인 101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를 비롯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는 지혜로운 노인은 많다. 고령화 추세로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