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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훈민정음'과 외래어

    [참성단] '훈민정음'과 외래어 지면기사

    신문이 나오지 않는 일요일 여러 포털 사이트를 오가며 뉴스를 검색하다 보면 수많은 외래어를 대면한다. 주요 뉴스는 올림픽·백신·캠프·드루킹·컬렉션·메가시티 등과 관련된 소식들인데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은 사례가 별로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인터넷 종합 검색 엔진을 뜻하는 포털 사이트도 외래어다. 세계화시대 소통의 편리성을 생각하면 외래어 사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되도록 우리말을 쓰는 것이 좋겠다. 국권과 나라말을 빼앗겨본 우리로서는 우리말, 우리 언어에 대한 중요성과 소중함을 항상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언어는 민족적 정체성의 핵심이기에 더 그렇다.'훈민정음', 곧 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든 사람·시기·설명과 방법[解例] 등이 모두 밝혀져 있는 유일한 언어다. 특히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 한글의 편리성과 과학성에 탄복하나 평소 우리는 이를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산다.'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기 전인 1926년 조선어학회 주도로 '가갸날'이라고 해서 훈민정음 반포일을 음력 9월29일로 정하고 처음으로 한글날 기념식을 거행했다. 그러다가 경성제국대학 출신의 천재 국문학자 김태준의 제자 이용준이 자신의 처가인 광산 김씨 종택인 긍구당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발견하고 이를 간송 전형필에게 기와집 10채 값에 해당하는 거액을 받고 넘긴다. 이후 해례본의 기록에 따라 1446년 음력 9월 상순의 마지막 날인 10월9일을 '한글날'로 정하고 1945년부터 기념식을 갖기 시작했다. 반면 북한에서는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지으셨다"는 세종실록' 1443년 12월30일자 기사를 근거로 하고 이를 양력으로 환산한 1월15일을 기념일로 삼고 있다.필자는 조선어학회가 1946년 보진재에서 영인한 '훈민정음 해례본'을 애지중지하며 소장하고 있다. 참고로 세종대왕이 친제한 서문의 "나랏말씀이 중국(中國)에 달라"에서 중국은 오늘날의 중국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나라(國)'의 '안(中)'이란 뜻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시 중국의 국호는 중국이

  • [참성단] 민주당 경선 '적통 논란'

    [참성단] 민주당 경선 '적통 논란' 지면기사

    절대권력이 세습으로 유지되는 이유는 권력을 빼앗기는 순간 소멸되기 때문이다. 왕정체제의 왕이 권좌에서 쫒겨나면 왕조가 교체되고, 소멸된 권력의 권토중래는 불가능하다. 공산당이 절대권력인 공산주의에서 왕조 시대의 권력 세습이 발생하는 모순은, 공산당 중심의 절대권력 탓이다.북한은 아예 김씨 문중을 공산당과 일체화한 주체사상으로 3대 세습 권력을 완성했다. 세습이 끊어지면 공산당도 없고 북한체제도 무너진다. 이는 김씨 일가만의 재앙이 아니라 김씨 권력을 떠받치는 기득권의 공멸이다.중국은 문중 세습 대신 태자당, 공청단, 상하이방 등 3대 파벌의 협력과 견제로 공산당 세습을 이어왔다. 상하이방의 장쩌민→공산당 청년 엘리트들의 집단인 공청단의 후진타오→공산당 원로들의 후손 그룹인 태자당의 시진핑으로 주석직이 승계되는 식이다. 하지만 시진핑이 주석직 연임제한을 폐지하는 등 장기집권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권력 내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무산계급의 천국이라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가장 봉건적인 권력 세습이 횡행하니, 지하의 칼 마르크스가 통곡할 일이다.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김대중, 노무현의 직계를 다투는 설전이 살벌하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자신이 김대중, 노무현의 적통이라고 강조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적통 운운 자체가 시대착오라면서도, 노무현 탄핵 여부를 시비하며 이 전 대표의 적통론을 부정한다. 김두관 의원은 '노무현, 문재인의 확실한 계승자'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의 맏며느리'를 자처한다.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퇴행적 논란이다. 민주주의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원칙과 제도를 통해 작동한다. 사람이 제도에 앞설 수 없는 체제이자, 특정한 인물을 절대화하는 순간 위기에 봉착하는 체제이다. 박정희 후광은 박근혜에게 오히려 독이 됐다.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혈통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정작 대법원의 김경수 전 경남지사 유죄판결은 불신하고 비판한다. 사람을 앞세우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삼권분립을 밑에 두는 경쟁이라면,

  • [참성단] 산악인 '김홍빈'

    [참성단] 산악인 '김홍빈' 지면기사

    산악인 김홍빈이 지난 18일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했다는 낭보가 타전됐다. 하지만 기쁨을 누릴 순간도 없이, 하산 도중 실종됐다는 비보가 날아들었다.2015년 영원한 등반대장 김홍빈과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으로 지워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았다. 김 대장은 그해 3월 30일 경인일보 창간 70주년 기념 로체 원정대를 이끌고 출국했다. 출국 전 인터뷰를 위해 경인일보를 방문했었다. 인사를 나누려 손등만 남은 두 손으로 모자를 벗었다. 열 손가락 전부 1991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 등정에서 잃었다. 하지만 모자도 벗기 힘든 두 손으로 이미 7대륙 최고봉을 등정한 거인이었다. 악수 아닌 악수였지만 최고의 악수였다.아쉽게도 2015 로체 원정대는 베이스캠프에서 만난 네팔 지진으로 무산됐다. 현지에 파견된 경인일보 취재팀은 등반 뉴스 대신 지진참사 속보와 르포를 연달아 보내왔다. 참사에 희생된 등반대와 네팔 국민이 속출했다. 김 대장과 원정대는 목숨을 걸고 히말라야를 벗어났다. 기자는 "순박한 이곳 사람들에게 이런 큰 재앙이 발생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김 대장의 심경도 기사에 담았다. 산 보다 사람이 먼저인 사람이었다.김 대장의 산악인생은 시작도 못한 채 끝날 뻔 했다. 첫 단독 등정인 매킨리에서 손가락을 다 잃었다. 거기서 포기했다면 '김홍빈' 이름 석자는 없었다. 오히려 열 손가락을 잃고 난 후 7대륙 최고봉 등정과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손가락을 바친 매킨리도 올랐고, 지진 때문에 물러선 로체 원정은 그 다음해에 기어코 성공했다.마침내 마지막 14좌 브로드피크 정상에서 비범한 노력으로 일군 인간승리를 완성한 김 대장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두 손이 있을 땐 나만을 위했습니다. 두 손이 없고 나서야 다른 사람이 보였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만큼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보이지 않은/ 새로운 손이/ 그렇게 말합니다." 경인일보 인터뷰 기사 첫 문장이다. 김 대장이 2009년 남극 최고봉 빈슨 매시프 등정에 도전하며 쓴 글이라 했다.

  • [참성단] 고독사(孤獨死)

    [참성단] 고독사(孤獨死) 지면기사

    2014년 공개된 영화 '스틸 라이프(Still Life)'는 고독사에 얽힌 이야기다. 주인공 존 메이는 런던시 구청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장례를 치르는 일을 하는 22년 차 공무원이다. 지인들을 찾아 초대하고 잊힌 의뢰인의 추억을 조각해 아무도 듣지 못할 추도문을 작성한다. 최선을 다해 망자(亡者)의 저승길을 돕는 그의 지나친 친절은 외려 주변을 불편하게 한다.새로 부임한 상사는 무연고 사망자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그 때문에 일이 밀리는 등 사유를 들어 그를 해고한다. 퇴사를 앞두고 신변을 정리하던 그에게 예상치 못한 의뢰인이 나타난다. 존의 아파트 맞은편에 살던 남자가 죽은 채 발견되고, 처음으로 사무실을 벗어나 전국을 돌며 그의 삶을 뒤쫓는다. 망자의 딸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희망에 설레는데,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는다.그의 노력으로 이웃 남자의 장례식에는 지인들이 찾아오지만, 주인공은 혼자된 몸으로 이승을 떠나게 된다. 쓸쓸하고 허무하게 끝날 것 같은 영화는 잔잔한 감동으로 반전 마무리되면서 한동안 멈추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누구나 맞이할 죽음을 소재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4개 부문을 수상했다.홀로 사는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섰다고 한다. 여성가족부의 조사 통계자료다. 성별로는 여성(53.0%)이 남성(47.0%)보다 많았다. 연령별로 70세 이상이 26.7%로 가장 많았고, 60대(19.0%), 50대(15.4%), 20대(13.6%), 30대(13.0%) 순이다.무연고 사망자의 생과 죽음을 담당하는 주체는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다. 그런데 무연고 사망자를 전담하는 공무원을 둔 지자체가 전국에 한 곳도 없다. 다른 업무와 병행하고 사망자의 신분(기초생활수급자 여부)에 따라 담당 부서도 달라진다. 장례 절차는 민간 지원을 받는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기에 죽음부터 장례까지 절차와 소요 시간이 제각각이다.이웃 나라 일본은 고령화와 1인 가구 급증에 따른 고독사가 사회문제화한 지 오래다. 나이 든 세입자를 위한 고독사보험 가입이 필수 항목이다. 청

  • [참성단] 도쿄 올림픽과 젓가락 문화

    [참성단] 도쿄 올림픽과 젓가락 문화 지면기사

    말도, 탈도 많은 도쿄 올림픽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강행을, 일부 시민단체와 국제사회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질 참인데, 제국주의 일본을 상징하는 욱일기 사용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하는 만행에 이어 주한 일본대사관 서열 2위인 소마 히로히사 총괄공사가 대한민국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을 '마스터베이션'이라고 비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연속되는 악재에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도 망언에 대해 즉각 비판과 질책에 나섰고,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는 유감을 표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성난 한국민의 민심을 달래고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일본의 국격을 만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결국 대통령의 방일은 취소됐고, 얼어붙은 한일관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도쿄올림픽은 천시(天時)와 인심(人心)을 잃은 행사다. 인류의 축제가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를 완화시키고 스가 내각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홍보 행사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며, 또 이번 올림픽 자체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도 그리 높지 않다. 일본 때문에 이러다가 올림픽 자체가 대중적 관심을 받기 어려운 행사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개최국 홍보와 그 정권을 위한, 나아가 4년을 준비한 선수 개인의 영광을 위한 최악의 행사로 기록될 지도 모른다.생각할수록 일본은 알다가도 모를 나라다. 세계적으로 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중국·일본·베트남 정도이기에 지리적으로, 식탁문화 상으로 일본은 매우 가까운 나라일 것이나 뜯어보면 많이 다르다. 일본은 젓가락 문화가 매우 복잡스러운데 젓가락을 꺼낼 때에도 오른손으로 집고 왼손으로 젓가락 중간 부분을 잡은 다음 다시 오른손으로 식탁에 올려둔다. 또 사용 후 젓가락을 그릇 위에 가로로 걸쳐 놓는다. 이게 일본식 식사예절이다. 젓가락 문화만 해도 이렇게 다른 나라가 일본이니

  • [참성단] 여름철 보양식

    [참성단] 여름철 보양식 지면기사

    초·중·말 삼복(三伏)엔 소도 쓰러진다는 말이 있다. 장마가 물러나고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덮으면서 땡볕 무더위가 이어진다. 한낮엔 35도를 넘나들고, 밤중에도 25도를 넘는 열대야에 밤잠을 설치기 마련이다. 이 무렵엔 식욕이 달아나고, 기력이 떨어져 더위를 먹는 약자(弱者)가 속출한다.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를 보양식(補陽食)이 절실하다. 말 그대로 양기를 북돋워 주는 음식을 뜻한다. 민어, 장어, 닭, 오리고기를 섭취해 바닥난 기운을 충전해야 한다.우리 조상들은 어떤 보양식을 먹었을까. 조선 시대라면 개장국, 민어탕, 장어탕, 삼계탕을 떠올리기 마련. 하지만 여름철 보양을 위한 특별한 음식은 없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개장국의 주재료인 개고기는 별식(別食)이 아니라 상식(常食)으로, 여름철에만 유독 많이 먹지는 않았다는 거다. 양반들이 여름철에 즐겼다는 민어 역시 양력 7·8월에 많이 잡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철 음식에 불과할 뿐 '민어탕이 반가의 보양식'이라는 말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문헌과 사료를 통해 '조선 시대 보양식은 없었다'고 결론지은 음식 평론가 황광해 선생은 장어도 보양식은 아니라고 했다. 조선 시대에는 장어에 대해서 깊이 알지 못했고, 보양식으로 먹었다는 기록이 없다고 한다.그렇다면 토종닭에 인삼을 더해 푹 끓여낸 삼계탕은 어떤가. 유감스럽게도 조선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음식이었다. 당시에 삼은 산삼을 지칭했고, 후기에 가삼(家參·인삼)이 재배됐으나 조정에서 엄격히 관리하기에 백숙(白熟)에 삼을 넣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삼계탕은 냉장시설이 갖춰진 1960년대 초 등장했다는 게 정설이다.21일은 중복(中伏)이다. 여론조사기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복날에 즐기는 보양식으로 삼계탕(70.6%)을 꼽았다. 이어 '장어(40.2%)', '한우(35.0%)', '제철 과일(26.6%)', '집 밥(18.7%)', '오리고기(16.4%)' 순이다.길게 줄을 서던 복달임 특수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족발과 치킨이 총알 배달되고, 저녁에 주

  • [참성단] 철거된 '이순신 현수막'

    [참성단] 철거된 '이순신 현수막' 지면기사

    도쿄 올림픽 한국 선수단이 지난 17일 선수촌 아파트에 게시했던 '이순신 현수막'을 철거했다.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 현수막 문구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이 조정에 올린 장계 '신에게는 아직 배가 열두 척 있나이다'의 패러디였다. 일본 극우 매체가 "불온한 전시(戰時) 메시지"라고 시비를 걸었고, 한 줌도 안 되는 극우 정당원들이 현수막 앞에서 욱일기 시위를 벌였다. 일본 관방장관도 "올림픽 정신" 운운하며 합세했다.올림픽은 선수단과 국민들이 혼연일체가 되는 국가대항 스포츠행사이다. 올림픽이 평화의 제전인 것은 경쟁의 결과에 상관없이 화합하는 전통 때문이지, 경쟁 자체는 치열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응원과 지지' 없는 국가대표는 없다. '국민의 응원과 지지'를 강조한 한국 선수단의 현수막을, 잔인한 일제의 상징인 욱일기로 모욕한 것이야말로 역사적 적반하장이다. 일본의 이순신 콤플렉스는 가여울 뿐이고.괘씸한 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다. 일본 편을 들어 "전쟁 메시지는 안 된다"며 현수막 철거를 요구했다. 역사적 맥락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 우리 선수단은 욱일기 응원 금지를 조건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하는데, IOC가 이 약속을 지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이번 올림픽은 최초의 팬데믹 올림픽이자 무관중 올림픽이다. 수백만 명의 인류를 희생시킨 코로나19로 지난해 개최가 취소됐다. 많은 국가들이 올해 개최에도 반대하고 일부 유명 선수들이 대회 보이콧을 선언했지만 IOC와 일본이 개최를 강행했다. 위험을 무릅쓴 참가국과 선수들에게 감지덕지 머리를 조아려야 할 입장이다. 그런데 텃세에 갑질이니 이런 배은망덕이 없다. 최근엔 우리 선수단 급식에 후쿠시마산 대신 우리 식재료 쓴다고 시비라니, 상종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이 정도면 죽창가를 외쳐야 당연할 여권과 지지층이 조용하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위행위' 운운한 주한일본공사의 망언에도 전례 없이 차분하다. 일본 방문을 고심하는 문 대통령에 대한 배려라면 놀라운 집단이성

  • [참성단] 백신예약 중단 소동

    [참성단] 백신예약 중단 소동 지면기사

    정부는 이달 초 만 55~59세 국민은 7월 말부터 모더나 백신을 맞을 것이라며 사전 예약을 받겠다고 했다. 지난 12일 예약접수가 시작됐으나 오후 들어 잠정 중단됐다. 185만여명이 접수를 마친 시점이었다. 접종 시점 보유 물량을 넘어선 때문이다.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던 대기자들은 허탈감에 분통을 터뜨렸다.정부는 재고량을 밝히지 않았지만 물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예약을 받다 수요를 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문은 185만명 분량을 확보한 상태에서 534만명을 대상으로 예약을 받는 무리수를 왜 강행했느냐는 거다. 누가 봐도 중단 사태가 뻔한데 말이다.50대 후반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백신 예약은 14일 저녁 재개됐으나 불통사태가 재발해 또다시 불만을 샀다. 오후 8시 예약이 재개되자 수십만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예상 대기시간이 140시간을 넘기도 했다. 접속 장애가 한 시간가량 이어졌다. 일부 대상자는 예약 재개 사실을 느닷없이 발표하고 직전에야 통보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정부 계획이 틀어지면서 40·50대 접종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1차 예약을 못한 50대 후반 167만명은 빈자리가 생겨야 다음 달 7일까지 가능하고 아니면 9~14일로 늦춰진다. 50~54세 접종 일정은 당초 다음 달 9~21일이었으나 1주일 늦춰진 16~25일로 연기됐다. 40대 이하 접종은 8월 시작되지만 본격적인 접종은 9월에나 가능할 전망이다.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천500명을 넘어서고, 접종 계획이 줄줄이 미뤄지면서 K-방역에 불신·불만이 폭발 지경이다. 방역 4단계인 수도권 자영업자들은 '다 죽게 생겼다'며 차량시위를 벌였다. 비수도권도 2단계로 격상되면서 숙박 예약이 줄 취소되고 관광지 상인들이 울상이다.자랑인 K-방역 성과가 무색해졌다. 청와대 방역책임자 경질요구에 '소통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엉뚱한 소리다. 초등생 수준 산수를 틀려 예약이 중단됐는데도 '물량 부족은 아니다'라고 한다. 백신 접종 계획이 차질을 빚은 이유가 뭐냐고 하는데 '백신 수급은 차질이 없다'고

  • [참성단] 코로나 대유행에 덮친 폭염

    [참성단] 코로나 대유행에 덮친 폭염 지면기사

    중국 신장위구르의 화염산엔 '여의봉'이라는 애칭의 온도계가 있는데, 지난 5일 지표면 온도 77℃를 기록했다. 손오공이 철선공주의 파초선을 훔쳐와 불길을 잡았던 바로 그 화염산이다. 지금은 고전과 자연이 절묘하게 조합된 관광지가 됐다. 서유기의 서사와 화염산 열기를 체험하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단다.열돔(heat dome)에 갇힌 미국과 캐나다가 장작불로 달군 온돌방처럼 쩔쩔 끓고 있다. 화염산의 낭만은 눈곱만큼도 없다. 연일 40~50℃를 넘는 폭염에 수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10억개의 어패류가 그대로 조개찜이 된 것은 물론 태평양 연안 해양생물 집단폐사도 잇따르고 있단다. 마른하늘에 잦은 벼락으로 산불이 속출하면서 마을이 사라졌고, 소방관들이 희생당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 이후의 세상) 소설의 삶을 살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는 참담하고, '기후재앙의 서막이 열렸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섬뜩하다.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당장 다음 주부터 한반도도 열섬에 갇힌다는 기상예보다.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형성한 열돔으로 발생한 2018년 폭염과 복사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2018년 폭염은 모든 기상관측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울 39.6℃, 강원 홍천 41.0℃는 역대 최고기온이었고, 전국 평균 폭염일수 26.1일은 역대 최악의 폭염이라는 1994년의 기록을 경신했다. 온열질환자가 4천명을 넘었고 5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철로가 휘어졌고 아스팔트가 갈라졌다. 에어컨 가동으로 가정용 전기요금 폭탄이 예상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전기요금을 할인하고 나섰다.올해 폭염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과 겹쳐 오는 바람에 걱정이 크다. 어제 신규 확진자가 1천600명대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비수도권 지역 방역단계도 상향조정됐다. 폭염은 방역에 악재다. 지난해 의료진 등 방역현장 종사자들을 괴롭힌 건 바이러스보다 더위였다. 폭염은 노령 확진자의 회복도 방해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의 생계도 걱정이고, 쪽방촌 독거노인들의 건강도 미리 챙겨야 한다. 코로나 대유행과 손잡고 온

  • [참성단] 화봉삼축(華封三祝)과 저출산

    [참성단] 화봉삼축(華封三祝)과 저출산 지면기사

    수원 화성(華城)이란 이름은 '장자' 천지편의 요(堯)임금 고사에서 나왔다. 요임금이 중국의 서북쪽인 '화' 지방을 순방할 때 이곳의 관리가 장수하고 부자가 되시고 자손을 많이 두시라고 축원을 하자 요임금은 이를 모두 거절했다. 이유를 물으니 다자녀(多男子)는 걱정이 많고 돈이 많으면 번거로운 일이 많아지고 장수하는 것은 욕됨이 많기 때문이라 했다. 이른바 '화봉삼축' 고사가 바로 이것이다.요임금은 중국사에서 최고의 이상사회로 꼽았던 요순시대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군주이자 성인이었다. 정조가 새롭게 축성한 신도시 수원성의 이름을 화성이라 한 것은 이 같은 고사를 인용하여 자신도 요임금 못지않은 태평성세를 이루겠다는 정치적 각오를 선언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동시에 이 화려할 '화'자를 선택한 것은 수원 구읍치인 화산(花山)과 발음이 유사할 뿐 아니라 신도시 수원이 번성하라는 뜻을 담아 이 같은 이름을 지었을 것으로 생각된다.예전에는 많은 자손 특히 아들을 많이 낳는 것을 큰 복으로 여겼다. 2019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0.918명으로 채 1명이 안 된다. 신생아는 30만2천676명인데 사망자는 30만5천100명으로 사망자가 신생아 출생보다 더 많았다. 높은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은 국가와 사회의 위협 요소다.지난 1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인구의 날'이었다. 저출산 고령화는 세계적 추세인데, 과연 지금 우리나라를 포함한 지구촌 전체가 아이를 낳고 살기가 좋은 조건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온난화로 인한 이상고온과 살인적인 폭염에 집중 호우와 극단적인 가뭄 같은 온갖 기상이변으로 지금 지구촌은 몸살을 앓고 있다. 또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와 미세먼지, 그칠 줄 모르는 전쟁과 경쟁적으로 벌어지는 군비확장과 무기개발, 극심한 빈부격차 등 애를 낳는 것은 고사하고 살아가는 일도 벅찬 상황이다. 낮은 출산율은 단순한 인구감소, 인구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겪고 있는 지구적인 문제와 긴밀히 연동돼 있다.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우리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