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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반달곰과 웅담

    [참성단] 반달곰과 웅담 지면기사

    1981년 5월 광주시 퇴촌면 야산에 생후 3년생가량 반달곰이 출현했다. 인근 앵자봉 자락까지 행동반경을 넓히며 10여 차례 목격됐다. 경찰이 추적에 나섰고, 언론은 연일 중계방송을 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고, 국민들은 손에 땀을 쥐며 결과를 지켜봤다.며칠 뒤 엽사의 총에 사살된 곰은 사육장에서 탈출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야생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간에 좋다는 쓸개는 경매를 통해 1천600만원을 받고 모 제약사에 넘겨졌다. 간 기능 개선 약품을 파는 이 회사는 탤런트 백일섭을 모델로 내세워 광고 효과를 극대화했다. 광주시는 판매 대금으로 '반달곰 장학금'을 만들었다.지난 6일 용인의 곰 농장에서 반달가슴곰 2마리가 탈출했다. 그중 한 마리가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곰의 공격에 대비하라는 재난문자까지 발송되면서 지역이 뒤숭숭했다.경찰은 당일 농가 인근 야산에서 한 마리를 사살했다. 한 마리 곰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지자체와 환경 당국은 사살에 대한 비판여론을 수용해 나머지 곰은 발견하더라도 포획하기로 했다. 사육장 인근과 예상 도주로에 CCTV를 설치하는 등 포획 준비작업을 마쳤다고 한다.웅담(熊膽)은 귀하고 비싼 약재로 대접받는다. 서양 의학도 곰 쓸개 핵심 성분인 우루소데옥시콜산(UDCA)에 주목한다. 곰의 방광에 모인 소변을 재흡수해 간에서 완전 해독시킨 뒤 다시 단백질로 만들어내는 효능이 있다. 곰이 배설 없이 수개월 겨울잠을 잘 수 있는 이유다.정부는 한때 반달곰 사육을 권장했다. 농가 소득원으로 떠오르면서 사육장이 늘어났다. 그런데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면서 수출입이 금지되고 판로가 막혔다. 사육 곰은 10살이 넘으면 웅담 채취가 가능하도록 했으나 이마저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곰 사육을 막으려 중성화 사업을 했으나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다.2012년에도 용인에서 두 차례 곰 탈출 소동이 있었다. 잡고 보니 복부 부위에 구멍 자국이 선명했다. 살아있는 곰에게 호수를 꽂아 쓸개즙을 강제 추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에 탈

  • [참성단]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

    [참성단]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 지면기사

    1964년 7월2일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은 민권법에 서명했다. 공공장소에서뿐 아니라 취업, 교육, 법률상으로 인종과 피부색, 종교, 성별, 출신국가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 법이다. 가장 큰 수혜자는 노예해방 이후 100년 동안 실정법으로 차별을 받았던 흑인들이었다. 성차별 문화에 희생당했던 여성들 또한 남성과의 동등한 사회적, 경제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됐다.하지만 민권법으로 다인종, 다문화 국가 미국사회에서 모든 차별이 철폐됐는가 하면, 아니다. 미국 대법원이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의 동등한 작업에 대해 동등한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건 1974년 일이다. 1993년 취임한 빌 클린턴 대통령의 내각 기념사진에 5명의 여성·4명의 흑인·2명의 히스패닉 장관이 포함되자, 한 칼럼니스트는 "다양한 미국인들의 얼굴"이라고 감격했다. 민권법 시행 50주년인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모든 미국인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진행형 차별을 인정했다.차별 없는 미국을 선언한 민권법의 대의는 여전히 미완이다. 경찰의 차별적 공권력 행사에 흑인들은 오늘도 저항한다. 역차별 논란도 심하다. 백인들은 소수집단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의 일환인 할당제 폐지를 법에 호소하고, 특히 백인남성들의 불만은 정치세력으로 확장되고 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진 법원의 판단은 혼선을 초래한다. 2003년 미시간대의 인종 할당제를 합헌으로 결정했던 미 대법원은, 2014년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입학 사정을 폐지한 미시간주의 결정을 인정했다.최근 우리 사회에서 젠더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민감한 주제를 돌출시켰다. 유승민 전 의원이 주장하고 이준석 대표가 맞장구친 가운데, 원희룡 의원 등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유 의원과 이 대표는 기능 상실을 폐지 이유로 내세웠지만, 논쟁이 여성의 반발과 남성의 지지로 단순화되면 성 대결로 번질 수 있는 휘발성 이슈이다.미국 사회에서 보듯이 차별은 일거에 해소할 수 없는 숙제다

  • [참성단] 김정은 신변이상설

    [참성단] 김정은 신변이상설 지면기사

    1986년 11월 어느 날 휴전선 비무장지대가 이상하게 조용했다. 체제 우월성과 대남 비방을 쉴새 없이 쏟아내던 북한군 확성기가 잠잠하더니 장송곡이 울려 퍼졌다. 전방 북한군 영내에 일제히 반기(조기)가 올랐다는 목격담이 돌았다. 김일성 주석 사망설은 급속하게 번졌고, 신문은 호외를 발행했다.보도에 따르면 김 주석은 열차를 타고 가다 총격을 받았다. 군부 중심의 심각한 권력투쟁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군부 쿠데타로 변란이 일어났고, 암살 주범은 중국으로 도주해 각국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소환되고 있다는 설이 돌았다.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졌고, 남북 관계에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전쟁설이 제기됐다. 남한은 물론 일본과 서방세계를 놀라게 한 사망설은 오래가지 않았다. 망자(亡者)가 몽골 사절단을 맞으려 대중이 운집한 평양공항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김 주석은 1994년 7월 공식 사망했다. 사인은 심장마비. 당시에도 호외가 발행됐고, 피살설 등 추측이 난무했으나 사실무근이었다.지난 7일 증권가에선 김정은이 '뇌출혈로 열흘째 의식 불명에 빠졌고' '수술 후 사망했으며' '평양이 봉쇄됐다'는 사설 정보지(지라시)가 퍼졌다. 일부 매체는 익명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에서 쿠데타 조짐이 보인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은 곧바로 근거 없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지난달 말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정상적으로 통치 활동을 한다고 부연했다.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사망 27주기를 맞아 노동당 간부들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북한 매체가 8일 보도했다. 증권가에 돌았던 '김정은이 뇌출혈로 의식 불명에 빠지고 수술 후 사망했다'는 내용은 낭설이 됐다.북한 최고지도자의 신변 이상은 중대 사안이다. 한반도는 물론 국제정세에 메가톤급 영향을 미친다. 김일성 부자에 김정은 위원장까지, 건강 이상과 군부 반란설이 대를 잇는다. 죄다 허무맹랑한 헛소리로 판명되지만 그때마다 증시가 요동치는 등 소동이 반복된다.정보가 넘쳐나고 위성으로 차량 번호를 감지하는 세상인데도 북한 사정엔 더듬이 신세다. 수십 년이 지났어도

  • [참성단] '국경 없는 기자회'

    [참성단] '국경 없는 기자회' 지면기사

    국제 언론인 인권보호단체이자 언론감시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해마다 세계 각국의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고, 5년 마다 '언론자유 약탈자'를 발표한다. 지난 5일 37명의 언론자유 약탈자를 발표했다. 명단에 오른 지도자들은 모든 형태의 독재 정권 수장들이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5년 전에 이어 명단에 포함됐다. "감시, 억압, 검열, 선전에 통치 기반을 둔 전체주의 정권의 최고 지도자"라 했다. "권력으로 언론을 장악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시 주석의 꼭두각시"라며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도 명단에 올렸다. 영구집권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쿠데타를 일으킨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 최고사령관도 포함됐다. 언론 탄압과 언론인 살해로 정권을 유지하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브라질 대통령, 인도 총리도 약탈자로 지목됐다.홍콩의 빈과일보 폐간에서 보듯이 공산주의 정권을 비롯한 모든 독재 정권은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존 밀턴이 아레오파지티카에서 밝혔듯이 거짓과 진리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대결하고 경쟁하면 필연적으로 진리가 승리하기 때문이다. 대중을 통제하려면 진실을 가려야 한다. 독재자들에게 언론은 소련 공산당 서기장 흐루쇼프의 말처럼 '으뜸가는 이념의 무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북한의 '로동신문'과 중국의 '환구시보'를 떠올리면 된다.다행히 대한민국은 언론의 자유를 구가한다. 올해 RSF 언론자유지수는 전 세계 180개 국가 중에 42위이지만 아시아 지역에서는 1위이다. 공영방송(TBS)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김어준씨는 RSF 언론자유지수의 공정성을 보여준다. 친정권 편파방송 시비에도 불구하고 야당 시장 취임 뒤에도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언론의 자유가 너무 과도했나, 여당이 허위·조작보도 방지를 명분으로 언론사에 대한 가짜뉴스 조사와 징벌적 손해배상을 입법 중이다. 가짜 뉴스로 인한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적 제재는 당연하다는 주장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반론이 치열하다.다만 언론자유와 관련

  • [참성단] '초연함'과 '비르투(virtu)'

    [참성단] '초연함'과 '비르투(virtu)' 지면기사

    마키아벨리(1469~1527)는 권력은 함께 나눌 수 없으며, 도덕과는 별개라 했다. 전근대 유교사회에서는 정치와 도덕이 분리돼 있지 않았지만, 삼권분립과 민주주의가 제도화한 근대에 와서 정치와 권력, 도덕은 서로 다른 영역이 됐다. 권력은 오직 국가를 운영하고 정권 재창출에만 골몰해 있다. 이를 위해서라면 권력은 때로 불의와 부도덕도 불사한다.권위적 독재시대에는 반공과 색깔론을 무기로 야당을 억누르고 국민을 통제해 왔다. 그 이후에는 여든 야든 진보든 보수든 따질 것 없이 상대의 도덕적 결함이나 불법, 탈법 사례를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삼아왔다. 다 정권을 유지하고 재창출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그럴싸한 명분을 갖다 붙여도 국민들은 그게 다 정치쇼요, 정치공세라는 것을 안다. 이를 보고 혹 통쾌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나 침묵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지치고 짜증이 난다. 정치에 대한 환멸의 지수만을 높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유튜브 등을 활용한 마타도어, 페이크 뉴스, 비방전이 판을 친다.어쩌면 대선주자 1, 2위가 처가와 본인 문제로 법적 구설에 올랐다. 높은 지지율이 이들의 정치적 역량과 정책, 도덕성 등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사법기관과 경찰의 조사 시점과 발표가 공교롭다. 이런 사태들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TV 채널을 돌리고, 신문을 덮고, 클릭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인가.옛날 선비들처럼 화양계곡이나 곡운구곡이나 두문동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지금은 어찌해야 하는가. 매슈 아놀드(1822~1888) 같은 19세기 영국 비평가들이 제기한 사심(私心)없음, 초연함으로 번역되는 'disinterestedness'의 태도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만 보고 무조건 묻지 마 지지를 할 게 아니라 사태의 본질이 뭔지 냉정하게 지켜보고 또 유력주자들이 대변하는 가치와 정책, 역량과 도덕성 등을 모두 꼼꼼하게 따져보자. 그리고 표로 심판하자. 마키아벨리는 이런 유연한 대처와 정치적 태도를 가리켜 비르투(virtu)라 했다. 우리의 초연함과 비르투야말로 공작정치와 마타도어와 비방전의

  • [참성단] 엘리자베스 2세 동상

    [참성단] 엘리자베스 2세 동상 지면기사

    대영제국(大英帝國)은 17세기 들어 신대륙과 동양으로 진출, 여러 나라를 식민지로 삼았다. 19세기엔 캐나다, 인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지배국 범위를 넓혔다.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며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다. 1차 대전 이후 일부 피지배국이, 2차 대전이 끝나면서 대부분 국가가 독립했다.식민지를 벗어났어도 신생국 대부분은 영국연방국으로 남았다. 6대륙을 망라한 53개국으로, 영국과 대등한 지위에 있는 주권국이다.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캐나다는 영국과 국왕이 같은 군주제를 유지한다. 인도·가나는 공화제를 채택하는 등 통치체제가 각기 다르다. 이 때문에 반영 진영에서는 이름만 남은 껍데기 연방이라 조롱한다. 지배층이 본토 출신이라 일반 국민들 뜻과는 괴리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연방국가 중 캐나다는 장자(長子)로 대접받는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가 국왕이고, 수상이 내각을 이끈다. 프랑스·미국과 치열하게 싸워 쟁취한 대가이기에 영국의 애정도 각별하다. 중국보다 넓은 영토와 풍부한 지하자원도 매력적이다. 외교무대에서 영국 입장에 번번이 손을 드는 든든한 우군이다.캐나다 위니펙에서 '원주민 인종청소 규탄 시위대'가 지난주 주의회 앞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빅토리아 여왕(1837~1901) 동상을 쓰러뜨렸다고 외신이 전했다. 캐나다 옛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어린이 유해 1천여 구가 발견된 사건의 불똥이 번진 것이다. 시위대는 빅토리아 여왕 동상을 발로 차고 주변에서 춤을 췄으며, 붉은 페인트로 동상에 손자국을 냈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동상엔 백인 우월주의 단체를 뜻하는 'KKK'를 적기도 했다. 여왕이 캐나다 국가 수반인 것은 식민지배 잔재이며, 백인 중심 역사의 상징이라는 게 시위대 주장이다.캐나다 정부가 '문화적 집단 학살'로 규정한 이번 사건의 너울이 허리케인으로 진화 중이다. 총리가 사과했고, 희생자 추모를 위해 9월30일을 법정 공휴일로 정했다. 장자의 돌출 반항에 영국도 깜짝 놀란 기색이다. 영연방 균열의 전조라는 전망이 나온

  • [참성단] 섹스(Sex) 없는 사회

    [참성단] 섹스(Sex) 없는 사회 지면기사

    알프레드 찰스 킨제이는 미국 교도소 재소자 1만8천명을 인터뷰한 자료를 바탕으로 '남성의 성적 행동(1948년)'과 '여성의 성적 행동(1953년)'을 잇따라 발간했다. 이 두 권의 책이 바로 미국과 전 세계를 강타한 '킨제이 보고서'이다. 여성도 남성과 같이 성욕이 있고, 동성애를 한 차례 이상 경험한 남성이 37%에 이른다거나, 기혼 남성의 절반·기혼 여성의 25%가 혼외 정사를 갖고, 여성의 절반은 혼전에 성관계를 갖는다는 등의 연구 결과는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킨제이 보고서로 촉발된 성혁명(sexual revolution)의 기세는 대단했다. 성 관련 담론들이 음지를 벗어나면서 남성 중심의 지배구조에 균열이 생겼고, 성적 자율성이 높아진 여성들은 자신의 권리와 존엄에 눈을 떴다. 킨제이는 은밀한 침실문화를 막대그래프와 숫자로 보여주는 것만으로 성을 해방시키고 세상을 바꾼 셈이다. 휴 헤프너가 1953년 성인잡지 플레이보이를 창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실존 인물인 70대 남녀 노인의 성생활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박진표 감독의 영화 '죽어도 좋아'가 논란 끝에 '제한상영가' 등급에서 '18세 이상 관람가'로 완화돼 개봉(2002년)한지 벌써 20년 가깝게 지났다. 이제는 남성과 여성이 성적 자기결정으로 선택한 모든 형태의 섹스가 허용되고 존중받는다. 여성에게 혼전 순결을 강조했다가는 '꼰대'로 몰리기 십상이고, 간통죄마저도 사라진 세상이다. 성관계에 적대적인 사회적, 문화적 제약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한국 성인 3명 중 1명(36%)이 지난 1년간 성관계가 없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00년 비슷한 조사에서 11%였던 섹스리스(sexless) 인구의 3배 이상이다. 연세대 연구팀이 서울 지역의 만 19세 이상 남녀 2천182명을 대상으로 한 '2021년 서울 거주자 성생활' 연구결과이다. 여성 응답자의 43%와 남성 응답자의 29%가 1년간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한다. 또 지난 1년간 성관계를 가진 20대 남성은 58%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낮았다고 한다.연

  • [참성단] 중국공산당 100주년

    [참성단] 중국공산당 100주년 지면기사

    1930년대 중반, 국민당 장제스에 밀린 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은 홍군(紅軍)을 이끌고 대장정에 나선다. 18개 산맥을 넘고, 12개 강을 건너면서 전력 80%를 잃었으나 마침내 추격대를 따돌렸다. 9천600㎞를 행군해 산시성(陝西省) 옌안(延安)에 둥지를 틀고 사령부를 세웠다. 마오쩌둥과 지휘부는 병사들과 함께 토담집에 기거하며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 베이징에서 680㎞ 떨어진 촌구석 옌안이 중국공산당의 성지(聖地)로 대접받는 역사적 배경이다.볼셰비키 혁명을 모태로 1921년 창당한 중국 공산당은 28년 뒤 중화인민공화국 창건까지 숱한 위기와 고비를 넘겼다. 반공주의자 장제스 군(軍)과의 대결에서 번번이 패했고, 도중에 일본 군대와도 맞서야 했다. 마오쩌둥은 국공합작과 대장정, 농민 친화 등 탁월한 전략과 지도력으로 난관을 타개했다. 전력의 열세를 딛고 국민당과의 대결에서 승자가 돼 장제스를 타이완 섬으로 몰아내고 공산국가 건국을 실현했다. 사후 반세기가 지났어도 마오쩌둥은 '중국공산당의 아버지'로 추앙받는다.중국공산당은 당과 홍군이 국가와 군대를 만들고 운영한 특이한 경험을 했다. 탈냉전 파고에 소련과 동유럽이 몰락했으나 여전히 건재하다. 지구촌 양강으로 미국과 패권을 다툰다.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대규모 자축행사가 열렸다. 4만여 명이 동원돼 붉은 물결로 덮였고, 스텔스 등 첨단 군용기들이 하늘을 수놓았다고 외신은 전했다.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이날 중화 민족이 괴롭힘을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신중국 100년을 위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에 매진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절대빈곤 문제를 해결했으며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전면 건설이라는 제2의 100년 목표를 향해 힘차게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중국의 들뜬 분위기와 달리 부정적 전망이 쏟아진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과 독립을 외치는 티베트 자치구 등지는 시위에 대비한 경계가 삼엄했다. 당에 대한 인민들의 충성도는 갈수록 옅어진다. 시장 경제와 사회주의 체제의 불안

  • [참성단] 경기도지사 대권 도전사

    [참성단] 경기도지사 대권 도전사 지면기사

    경기도는 서울을 압도하는 1천300만명이 넘는 인구로 전국 유일의 1천만 광역자치단체이자,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1을 감당하는 대한민국 경제 중심지이다. 31개 기초자치단체엔 인구 100만을 넘는 대도시와 도농복합형 중·소도시가 공존한다. 대한민국 축소판이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다. 지방자치 부활 이후 민선 경기도지사들이 자동적으로 대권후보 반열에 올라 주목받은 배경이다.실제로 경기도지사들의 대권 도전은 20년 넘게 이어졌다. 이인제 전 지사는 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했다. 높은 지지율로 이회창 후보를 위협하던 그는 경선에서 패배하자, 탈당과 독자 출마를 강행했다. 16대 대선 때는 새천년민주당 유력 후보로 주목받았지만, 경선을 강타한 노무현 돌풍에 분루를 삼켰다. 합리적 이미지로 기자들이 선호하는 대권 주자로 호평을 받았던 손학규 전 지사도 17, 18, 19대 연이어 대권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개혁보수를 자임했던 남경필 전 지사는 바른정당을 창당해 19대 대선에 참전했지만 역시 당내 경선에서 발걸음을 멈췄다.역대 경기도지사들의 대권 도전사는 등용문(登龍門) 통과에 실패한 이무기나 잠룡(潛龍)들의 엘레지로 얼룩졌다. 경기도지사직이 대권 잠룡들의 무덤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박약한 지역주의이다. 팔도 사람들이 다 모인 경기도는 지역주의 무풍지대이다. 도지사와 도민의 지역적 유대와 결속이 희박하니, 자기 집에서 먹고 들어갈 정치 밑천도 빈약하다. 게다가 이인제 말고는 대선 정국에서 여론을 선도한 인물도 없었다. 역설적으로 압도적인 여론의 지지로 작은 대한민국 경기도의 표심을 잡으면 전국을 호령할 수 있다는 얘기다.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오늘 공식적으로 20대 대통령 선거 도전을 선언한다. 성남시장 시절 19대 대선후보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겨뤘던 때와는 정치적 체급이 완전히 달라졌다. 경기도지사직으로 자력갱생한 이후 여당의 지지율 1위 주자로 성장했다. 정치는 생물이니 예단은 금물이지만, 이 지사가 집권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주도하는 최초의 경기도지

  • [참성단] 패션과 문화정치

    [참성단] 패션과 문화정치 지면기사

    현대철학의 신기원을 연 소쉬르(1857~1913) 언어학의 핵심은, 의미는 차이에서 발생하며 기표와 기의의 관계가 임의적이라는 것이다. 언어학·기호학·구조주의 등으로 확장한 그의 방법론은 사회구조 분석과 문화 비평 등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소쉬르 언어학의 사회학적 확장판으로 부르디외(1930~2002)를 들 수 있다. 그의 '구별짓기: 문화와 취향의 사회학'의 골자는 문화적 기호(嗜好)와 취향도 각기 다른 사회적 출신 배경 곧 계급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당연히 '옷', 패션도 다양한 취향과 계급성을 반영한다. 정장, 연미복, 군경의 제복, 의사의 가운, 연예인들의 화려한 의상 등도 사회문화적 취향과 직업·계급·위계를 나타낸다.청바지 찢어 입기는 패션의 문화정치, 저항의 문화다. 서부개척 시대에 시작된 노동자의 옷인 청바지는 하위문화다. 그 청바지를 입는 순간, 계급·직업·연령·성적 차이 등이 모두 무화(無化)하는데 그마저도 찢어 입음으로써 패션문화의 위계를 부정하고 저항한다.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패션 정치가 화제다. 그는 원피스를 입거나 멜빵바지를 입고 등원하는 것으로 권위·예의·격식 등을 상징하는 국회의 주류문화에 도전한다. 최근에는 등을 노출한 의상을 입고 타투 관련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하였다. 젊은 진보 정치인으로서의 장점과 발랄함을 최대한 활용하여 사회적 이슈를 생산해내는 정치 감각과 수완을 보여주고 있다.이 같은 류 의원의 행보는 일상의 권위와 억압에 도전하는 미시정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의 이런 행보가 국회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억압적인 사회구조나 인식은 그대로인데 멜빵바지 입기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시정치, 패션의 정치는 이벤트성이 강하다. 가령 청바지 찢어 입기는 저항의 문화가 아니라 더 새로울 것 없는 낡은 유행이 됐으며, 심지어 찢어진 기성품 청바지가 판매되는 등 상업문화로 변질된 지 오래다.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최재형 전 감사원장까지 대선에 나서는 상황에서 아직도 진보 정치를 대표하는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진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