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참성단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참성단] 자영업자의 실명 비판 지면기사
2017년 6천470원이던 최저임금이 이듬해 7천530원으로, 16%(1천60원) 인상됐다. 역대 최대치 상승 폭이다. 올해는 8천720원으로, 4년 만에 35%(2천250원)나 껑충 뛰었다. 최저 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근로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제한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소득주도성장론(Income-led growth)은 가계의 임금과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도 늘어나 경제성장이 이뤄진다는 이론이다. 서구 경제학자들이 주장한 임금주도성장론(Wage-led growth)이 바탕이다. 높아진 소득을 분수처럼 분출해 소비를 촉진한다는 '소주성'에 대한 평가가 갈수록 박해진다. 정부와 여당에서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정부의 경제 키워드도 혁신성장으로 간판이 바뀌었다.광주광역시에서 커피점을 하는 자영업자 배훈천씨가 정부 경제정책을 두고 '무식·무능·무대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12일 광주에서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과 호남의 현실'이란 주제로 열린 만민토론회 자리에서다. 그는 "동네 장사하는 사람이 상호와 이름을 밝히고 나서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 실명을 공개했다.그는 최저임금 상승에 대해 "강남이란 구름 위에서만 사는 자들이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오손도손 사는 자영업과 서민들의 생태계를 순식간에 망가뜨려 버렸다"고 주장했다. 주 52시간제 시행과 관련, "가계수입이 제자리거나 오히려 줄어드니까 시장의 활력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고 했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중소상공인을 살리려면 김대중 경제정책을 계승해야 한다"는 그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헛발질하지 않도록 공공부문을 대폭 감축해야 한다"고도 했다.50대 자영업자가 실명을 내걸고 현 정부를 작심 비판한데 대해 반향이 뜨겁다. 일부 네티즌은 '시무 7조 조은산과 주부논객 삼호어묵을 잇는 재야 논객의 등장'이라 열광한다. 조은산과 삼호어묵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통렬하게 비난하는 풍자콘텐츠로,
-
[참성단] 이준석의 샐러드 볼 정치 지면기사
지난 주말 내내 대한민국 온·오프라인 키워드는 '이준석'이었다. '36세 0선 이준석'이 보수 대표 정당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되자 국민이 놀랐고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사전 여론조사는 그의 당선을 예고했지만, 막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현실이 워낙 충격적이고 신선해서다.대한민국 보수, 진보 정당은 40대 정치군인들과 민주화투사들이 대립한 60년대 정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국의 청년 학도들이 4·19혁명으로 이승만을 하야시켰다. 이승만 공백의 혼란을 틈타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킨 나이가 44세였다. 박정희의 장기집권을 저지하려 71년 대선 야당 경선에 나섰던 김영삼, 김대중은 40대 기수들이었다. 40대 후반인 육사 11기 전두환, 노태우는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했다.쿠데타를 감행한 40대 정치군인들은 권력을 탈취했지만 끝이 안 좋았다. 박정희는 측근에게 암살당하고, 전두환과 노태우는 역사의 법정에서 영원한 피고이다. 70년대 40대 기수였던 김영삼, 김대중은 두 번의 군부정권이 종식되고 나서야 고목에 꽃을 피웠다.권력은 총구에서 나오거나 인내에서 싹 튼다는 오래된 경험칙이 최근 들어 갑자기 무너지고 있다. 친문 당원들로부터 '듣보잡' 소리를 듣던 0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화려한 스펙의 중진 후보들을 제치고 집권여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자리 잡았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은 정권의 방탄조끼 역할을 거부한 이유만으로 정권교체의 선봉이 됐다. 보수정당은 민심과 힘을 모아 청년 이준석을 대표로 선출해 화룡점정을 찍었다.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 된다. 이재명, 윤석열에 이어 이준석을 호출한 민심은 대한민국 정치를 완전히 바꾸기로 작정한 듯싶다. 이준석을 통해 정치 격변을 눈치챈 정치권은 분주하다. 국민의힘 중진, 다선의원들은 이 대표 체제를 신속하게 인정했다. 대통령은 축하전화를 하고 이재명 지사는 긴장하고, 더불어민주당은 벤치마킹을 서두른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엄지 척' 분위기다. 정치판 전체에 혁신과 변화의 기운이 퍼지는 나비효과가 상서롭다.이 대표는 취임사에서
-
[참성단] 여름 장마 지면기사
코로나 19로 숨 막혔던 지난해 여름, 유례없는 긴 장마에 산하(山河)가 잠겼다. 기상청이 낸 '2020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46명이 숨지고, 1조2천585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산사태는 역대 3번째로 많았다.지난해 6월 24일 시작된 장마는 8월 16일까지 54일 동안 지루하게 이어졌다. 가장 짧았던 1973년(6월 25~30일)에 비해 48일이나 길었다. 이 기간 강수량은 851㎜로, 연간 강수량 1천100~1천300㎜의 70% 이상이 집중됐다. 8·9월엔 태풍이 4개나 동남부 지역을 지나면서 피해가 가중됐다.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기상청은 공식적인 장마예보를 하지 않는다. 기상업체들에 따르면 올 장마는 중부지방의 경우 이달 25일 시작돼 7월 26일 끝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기간 17.7일 비가 내리고 총 강수량은 378㎜로 전망된다. 예년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벌써 이상 조짐이 확연하다. 지난달 이틀에 한 번 꼴로 비가 오면서 5월 강수일수(14.4일)로 기상 관측 이래 최다 기록을 세웠다. 강수량도 142.4㎜로, 7번째로 많았다.일본 시코쿠 지방은 지난달 15일 장마가 시작돼 1951년 이후 가장 빨랐다고 한다. 규슈 남부(5월 11일)와 북부(5월 15일)는 역대 두 번째로 이른 시기다. 중국도 중남부를 중심으로 비가 이어지고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지난달 평균강수량은 1961년 이후 가장 많았고, 양쯔 강은 1865년 관측 이래 156년만에 최고 수위를 기록했다.장마철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발달하면서 전선을 형성해 북동아시아 지역을 오르내리며 비를 뿌린다. 연간 강수량의 30~40%가 집중되면서 벼농사 작황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장마 기간에 적당량 비가 내리면 고온다습한 기후와 맞물려 농작물 재배에 적합한 환경이 된다. 여름철에 비 내리고 뜨거워야 풍요로운 가을을 맞을 수 있다.장마철 기상은 예측불가다. 게릴라 호우에 태풍까지.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중국은 벌써 물난리로 장강(長江)이 위태롭다. 지구환경 변화로 인해 기
-
[참성단] '이재명 기본소득' 공방전 지면기사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코로나19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관철시켰다. 이 지사의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에 여론이 호응하자, 끝까지 선별지급을 고민하던 정부가 두 손을 든 것이다. 성남시장 시절 발아한 '이재명 기본소득'이 경기도를 넘어 전국적인 의제로 떠오른 순간이다. 날개를 단 '이재명 기본소득'은 거침이 없었다. 경기도는 기본소득박람회로 정책 홍보를 강화했고,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기본소득 기관지로 활용했다.잘 나가던 이재명 기본소득이 여야 대권주자와 유력인사들의 십자포화에 갇혔다. 발단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과 설전이었다. 빈곤층 현금지원이 핵심인 오 시장의 안심소득 정책실험을 이 지사는 '차별급식 시즌2'로 비판했다. 이재명 기본소득의 우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유승민 의원이 이재명 기본소득을 현금 포퓰리즘이라며 오 시장 편을 들고 나섰다.이 지사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교수의 저서를 인용해 기본소득을 옹호했다. '노벨상을 수상한 석학과 유승민 중 누구 말이 옳겠느냐'는 식의 반격이었다. 이 장면에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바네르지 교수의 기본소득론은 선진국용이 아니라 후진국용 정책'이라며 그의 저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원문을 공개했다. 이 지사의 바네르지 인용이 아전인수라는 반격이었다. "한국은 복지 후진국"이라는 이 지사의 답변은 궁색했다.여당 대권주자들도 이재명 기본소득 저격에 가세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했고, 인용한 학자들의 주장마저 왜곡했다"고 혹평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은 돈을 나눠 주는 건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박용진, 이광재 의원도 비판의 대열에 섰다. 이 지사가 나홀로 '기본소득 농성전'에 갇힌 형국이다. '이재명'을 견제해야 할 야당의 전략과 여당 경선 경쟁자들의 입장이 연합하는 우연(?)이 절묘하다.기본소득 논쟁은 SNS에서 시비를 가릴 수 없는 거대 담론이다. 나라의 운명을 가를 거대 정책이 페이
-
[참성단] 시간복지(時間福祉) 지면기사
우리는 시간적 존재다. 백세 상수(上壽)가 현실화한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 시대라 하지만, 백년이라는 긴 세월도 유한한 시간이다. 인생의 순간순간이 황금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귀중하다. 시간은 곧 생명이며 삶이다.올해는 64일의 공휴일이 있다. 주말을 포함하면 휴일이 115일이 된다. 얼핏 휴일이 많아 보이지만 옛날 조상들보다 우리는 더 많이 일하며, 더 바쁘고, 더 여유가 없이 살아간다. 프랑스의 노동사회학자 보방(Vauban)에 따르면, 18세기까지 유럽에서 평민들의 노동시간은 연평균 180일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 일하고, 하루를 논 셈이다. 지금처럼 휴일을 법제화하고 시간을 국가적으로 관리하지 않았지만 날이 궂거나 덥거나 추우면 일을 할 수 없어 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절대빈곤을 벗어난 사회의 다음 과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복지의 완성이다. 그런데 복지가 꼭 돈을 들이고, 예산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 생활을 보장해주는 복지도 필요하지만, 시간도 복지에 해당한다. 직업을 갖고 생활 전선에 뛰어든 봉급생활자들, 임금노동자들, 학생 등은 특히 시간적 약자들이다. 시간이 없기에 아파도 힘들어도 웬만하면 그냥 참고 산다. 또 좋은 공연, 영화, 경기를 보고 싶어도 시간이 나지 않는다. 휴식시간도 부족한데 언제 이런 문화생활을 누리겠는가.하루에 1시간 주어지는 점심시간도 빠듯하다. 직장 주변이나 구내식당에서 재빨리 식사를 해야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 인터넷으로 뉴스도 보고 잠깐의 토막잠이나 짧은 산책을 할 수가 있다. 그런데 왜 꼭 점심시간이 1시간이어야 하는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30분쯤 더 주어질 수는 없는가. 1시간 30분이면 좀 더 먼 거리의 맛집도 가볼 수 있고, 쪽잠을 자거나 잠시의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출퇴근 시간도 그렇다. 미세먼지가 많거나 태풍, 폭설이 예고된 날은 출근 시간을 30분 연장해주고, 문화가 있는 수요일 2시간 일찍 조기 퇴근을 실시한다면 주 52시간이라는 법정 근로시간을 더 유연하게 잘 지킬
-
[참성단] '임자 만난' 일론 머스크 지면기사
익명(인)을 뜻하는 어나니머스(anonymous)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국제해커집단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웹사이트 포챈(4chan)에 게시물을 올려 존재를 알렸다. 신분을 철저하게 숨기는 점조직으로 운영되며, 회원은 3천명 정도로 추정된다. 사리사욕을 챙기려 범죄를 일삼는 블랙 해커(black hacker)와 달리 표현의 자유, 사회 정의를 추구하며 부패와 폭력에 저항한다. 2010년 미국 정부 외교 기밀문서를 폭로한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는 선언을 해 주목받았다.정치학자들은 2011년 아랍 민주화운동의 성공 요인으로 어나니머스의 역할에 주목한다. 아랍 시위대를 지지하는 선언을 했을 뿐 아니라 튀니지, 이집트 등 독재국가 정부 사이트를 공격해 마비시켰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해 어나니머스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100인'에 선정했다.회원들은 '가이 포스크'를 쓰고 등장한다.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2005년 제작한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나오는 가면이다. 전체주의나 독재 정부의 국민 통제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홍콩시위대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어나니머스가 가상화폐를 쥐고 흔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경고장을 던졌다. '머스크에게 보내는 어나니머스 메시지'란 영상에서 "당신이 가상화폐 시장에서 하는 놀이 때문에 여러 삶이 파괴돼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아공 광산에서 훔친 자산 속에서 태어난 당신은 (노동계층의 힘든 사정을)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머스크 아버지가 에메랄드 광산을 소유한 사실을 빗댄 거다.머스크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가상화폐 시장을 들쑤시고 있다. 막강한 영향력으로 비트코인 가격을 올린 뒤 사익을 챙겼다는 비판을 받는다. 어나니머스는 "당신은 이 안에서 당신이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번엔 임자를 만났다"며 "기대하라"고 했다.머스크는 반응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침묵은 길지 않을듯하다. 어나니머스가 이슬람 무장단체 IS도 집요하게 공격한 이력을 모를 리 없다. 전황(戰況)은 머스크에게
-
[참성단] 시끄러운 현충일 지면기사
현충일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을 국민이 한마음으로 추도하는 국가 추념일이다. 삼일절, 광복절, 6·25전쟁일 등 대한민국 건국, 수호와 관련된 국경일과 기념일이 가능했던 건 순국선열 덕분이니, 현충일의 의미는 실로 무겁다. 단 한 명이 연주하는 트럼펫 진혼곡이 가슴을 울리는 건 우리 공동체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뜨거운 감정 때문일 테다.엄숙해야 할 현충일이 최근 몇 년 시끄러웠다. 2019년 현충일은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사가 발단이 됐다. 문 대통령은 "광복군에는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며 "통합된 광복군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했다. 김원봉은 6·25 전쟁 당시 북한 전시내각의 노동상이었다. 북한이 일으킨 전쟁의 희생자인 국군과 UN군을 추모하는 자리에 '김원봉'이 등장하자 난리가 났다.지난해 현충일을 앞두고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해전 전사자 유족과 생존장병이 추념행사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언론 보도로 시끄러웠다. 국가보훈처는 코로나19 탓이라 변명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해 3월 열린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 천안함 전사자 어머니가 대통령에게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인지를 따진 사건이 연상됐기 때문이다.올해 현충일, 국립서울현충원 안에서 대통령이 참석한 추념식이 벌어지는 동안 바깥에선 천안함 생존장병 16명이 시위를 벌였다. 추념식에 참석해야 할 장병들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밝혀라"라는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천안함 재조사'를 결정했다가 취소한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관계자 처벌과 생존장병 전원 국가유공자 인정을 요구했다.문 대통령은 추념식을 마치자 곧장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성추행 피해 신고 은폐에 절망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 부사관의 빈소를 찾은 것이다. 여 부사관의 피해와 가해자의 범죄는 80일 넘게 은폐됐다. 조직적인 타살에 가깝다.조국
-
[참성단] 보훈의 달 6월 지면기사
미국인 윌리엄은 평소처럼 한적한 길을 운전하고 있었다. 갑자기 경찰차가 다가오더니 차를 멈추라고 지시했다. 차를 세운 윌리엄은 과속했느냐 물었지만, 그게 아니라고 한다. 경찰은 윌리엄 차에 붙어있던 육군 스티커를 보고 차를 세웠다고 했다. 경찰은 "나라를 위해 일하는 당신에게 그저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소." 윌리엄은 답했다. "저는 이라크에서 15개월 동안 복무했어요."이 말을 듣고 경찰이 울먹였다. "우리 아들도 이라크전에 참전했었죠. 잘 다녀오겠다고 했는데…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얘기를 듣던 윌리엄은 눈시울이 붉어졌고, 조용히 위로를 건넸다. 차 안에는 국기(성조기)가 놓여 있었다.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받은 국기와 같았다. "당신이 내 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차를 세웠어요. 저를 한번 안아줄 수 있나요?" 윌리엄은 눈물을 흘리며 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두 남자는 오랫동안 서로를 끌어안고 울었다.사실 포옹이 정말 필요했던 사람은 윌리엄이었다. 그는 참전 후유증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었다. 이날도 병원 치료를 받고 집으로 오던 중 경찰관을 만난 것이다. 2분짜리 이 동영상은 986만 뷰어를 기록했다.국가보훈처가 국가유공자의 차량 번호판에 특정 문양이나 문구를 새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국은 '골드 스타'(Gold Star) 제도를 통해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과 그 가족들을 예우한다. '골드 스타'는 전투나 군사 관련 임무수행 중 사망한 군인들을 가리키며, 그 가족을 '골드 스타 패밀리'(Gold Star Family)라 한다. 차량 번호판에는 황금색 별 문양과 'GOLD STAR FAMILY'라는 문구가 새겨진다. 지방 정부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각종 행사를 열고, 주차장 전용공간 제공 등 혜택을 준다.보훈의 달, 6월이다. 정부는 참전유공자와 상이군경, 국가 유공자, 유족으로 나눠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금액이 너무 적다는 푸념이 나온다. 국가 보훈 예산 비율은 전체예산의 1.5%, 서울시 복지예산 14조5천억
-
[참성단] 불꺼진 수원역 집창촌 지면기사
"누가 때리고 감금하면서 이 장사 하냐구. 지금은 21세기야, 21세기!" 2004년 9월23일 자정. 수원역 집창촌을 찾은 경인일보 기자에게 한 포주가 내뱉은 볼멘소리다. 이날부터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으로 집창촌 업소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격렬한 찬반 논란이 있었다. 성매매를 근절하자는 찬성론은 인권적 당위였다. 오히려 성매매를 확산시키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는 반대론은 현실적 고민이었다.성매매특별법 시행 17년이 지난 지금 유감스럽게도 반대론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성매매 강요자와 성매매 목적 인신매매자를 징역형에 처하고 성매매 수익을 전액 몰수하는 법의 엄포에도 성매매가 근절됐다는 징후조차 안 보인다. 되레 집창촌이 위축되면서 유사, 변태 성매매 산업이 확산됐고, 성매매 장소도 상가와 주택가로 확산되는 풍선효과는 뚜렷하다. 이뿐 아니다. 10대 또래 내의 성 착취 사건이 속출하고, 리얼돌 체험방 등 법의 사각지대에서 성매매 산업은 첨단을 지향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메타버스가 결합하면 성 산업은 천지개벽할 것이다.그렇다고 성매매특별법이 표적이었던 집창촌의 불법과 인권유린을 막은 것도 아니다. 지난 4월 한 달에만 파주의 '용주골'에 고향 후배인 장애여성을 팔아넘긴 일당이 법의 심판을 받았고, 수원역 집창촌에서 성매매업소 5곳을 운영해 128억원의 매출을 올린 남매가 적발되기도 했다.욕망은 더 큰 욕망에 굴복하는 법이다. 전국의 산재한 집창촌들이 지역주민의 개발욕망에 의해 쇠락하고 있다. 개발 요지를 깔고 앉은 집창촌들은 주민들에게 눈엣가시다. 수원역 집창촌이 6월1일부터 폐쇄됐다. 개발 압력과 부진한 영업을 견디다 못한 업소 주인들의 자발적 폐쇄다. 파주, 평택은 물론 부산, 대구 등 전국의 유서(?) 깊은 집창촌들도 같은 운명인 모양이다.법의 승리도 아니고 성매매 근절도 아니다. 정육점 조명 아래 성매매 여성들이 줄지어 호객하는 구시대 영업의 자진 퇴출에 불과하다. 성매매는 인류 최초의 직업이자 광고 상품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는 집창촌이 사라졌다고 안도할 일이 아니다.
-
[참성단] 독도, 올림픽… 이바라기 노리코 지면기사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내게 다정한 선물을 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몰랐고/ 순수한 눈짓만을 남기고 다들 떠나버렸다.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이바라기 노리코(1926~2006)의 시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한 대목이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청춘의 시기에 시인은 예쁘게 꾸밀 이유를 잃는다. 예쁘게 꾸민들 봐줄 사람도 없었고, 또래의 젊은 남자들은 모두 전쟁터로 끌려나갔기 때문이다. 얼핏 자아도취적 시로 읽힐 수도 있는 이 시는 전쟁, 강제징병 같은 국가 폭력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역사적 시련의 시기를 극적으로 실감나게 보여준다.이바라기 노리코는 평생 윤동주(1917~1945) 시를 애독했으며, 누구보다 한글과 한국문화를 사랑한 시인이었다. 그의 열정과 노력으로 1990년 이후에는 '서시', '쉽게 쓰여진 시' 등 윤동주의 시 4편이 일본의 국정교과서에 실려 146개 고등학교에서 사용하였다. 그리고 한국의 현대시를 번역하여 출판하는 등 시인은 평생 한국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요즘 올림픽을 앞두고 한일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른다. 위안부 및 징용 문제로 불거진 갈등이 수출제한 조치로 비화했고, 이제 올림픽을 앞두고 독도를 일본 영토로 포함시키는 행태를 저지르고 있다. 인류의 축제인 올림픽을 후쿠시마 원전 사태 극복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 하더니 이제는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야욕마저 숨기지 않는다. 이에 우리 전직 총리들을 비롯한 지도자급 인사들은 올림픽 불참을 선언해야 한다 하고, 올림픽 보이콧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리는데 일본은 마음대로 하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국익과 국가 체면을 앞세운 양국의 국가이성이 이 문제들에 대해 협의하고 양보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이를 정부 간 외교, 즉 국제(國際)를 풀려 들면 더 꼬인다. 이럴 때 양국의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이 나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문학평론가 최원식 교수는 이를 민제(民際)라 했다. 때로는 한 편의 시와 드라마와 노래가 외교관 백 명보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