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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대통령 출마 40세 조항'

    [참성단] '대통령 출마 40세 조항' 지면기사

    에마뉘엘 마크롱이 2016년 11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 신인 마크롱은 성장 과정과 정치 철학을 담은 책 '혁명(Revolution)'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기존 정치에 맞서 민주혁명을 일으키겠다. 이것은 프랑스를 위한 우리들의 투쟁"이라며 제3의 길을 제시했다.그는 중도성향 정당인 '앙마르슈(En Marche, 전진)'를 창당했다. 사회당과 공화당 거대 양당의 견고한 정치구도를 극복하고 비주류 정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이 출범된 이래 60년 만에 최초로 비주류 정당 출신의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만 38세 때이다.유럽과 북미 등 정치선진국에선 30대 대통령과 수상(首相)이 이상하지 않다. 20대에 정치에 입문해 경력을 쌓고 30대에 두각을 나타내는 게 일반화됐다. 대통령 출마도 젊은 세대의 참여 기회를 폭넓게 허용한다. 프랑스는 만 18세 이상이면 대통령 피선거권을 부여한다. 미국과 오스트리아는 35세 이상이다.대한민국은 만 40세가 돼야 출마자격을 얻는다. 국회의원 피선거권은 25세 이상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시인 1960년대 개정된 헌법에 규정한 조항으로, 이유는 분명치 않다고 한다. 마크롱이 한국 태생이라면 내년 3월에야 첫 출마가 가능하다. 국민의힘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36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내년 대선에 나설 수 없다.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촉발한 세대교체 바람이 정계를 흔들고 있다. 정의당 2030 정치인들은 대통령 피선거권을 40세 이상에만 부여한 현행 규정을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차별이자 불공정이라는 거다. 29세 류호정 의원은 "36세 이준석이 제1야당의 대표가 될 수 있다면, 마흔이 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발의한 개정안은 40세 조항을 삭제했다. 25세부터 대통령 피선거권을 주자는 취지다. 그러나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헌법을 바꾸려면 재적 국회의원 3분의2 이상 동의해야 한다. 평균

  • [참성단] 1인 가구 시대

    [참성단] 1인 가구 시대 지면기사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는 1인 가구 연예인들의 일상을 엿보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웹툰작가 기안84의 괴식(?)에 탄식하고, 운동중독 가수 김종국의 자린고비 일상에 혀를 내두른다. 쌈디의 유별난 조카 사랑이 그럴듯하고, 돌싱 배우 임원희의 고독은 짠하며, 아파트 구매 찬스를 놓친 중견배우 김광규의 전세살이엔 격하게 공감한다. 싱글 라이프 연예인들의 천태만상은 대중의 훔쳐보기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싱글 라이프 관찰 예능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엔 나 홀로 1인 가구가 즐비하다. 여성가족부가 28일 공개한 '2020년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30.4%, 2인 이하 가구는 62.1%나 된다. 특히 1인 가구는 2010년 15.8%에서 배나 늘었다. 반면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핵가족 가구는 2010년 48.4%에서 2020년 31.7%로 감소했단다. 우리나라 표준가구였던 핵가족이 1인, 2인 가구로 핵분열한 셈이고, '나혼산'과 '미우새'식 싱글 라이프 관찰 예능이 장수하는 배경이다.하지만 보통 사람들과 셀럽들의 나 홀로 살기는 질적으로 전혀 다르다. 1인 가구의 혼자 사는 이유들이 하나같이 절박하다. 학업이나 직장·취업을 위해(24.4%), 배우자가 사망해(23.4%) 혼자 산다니 그렇다. 청년들은 무한경쟁의 한 가운데서, 고령층은 자연적·사회적 가족해체로 인해 나 홀로 격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층과 고령층에서 1인 가구가 폭증하는 현상은 사회, 경제, 문화분야에서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청년층 1인 가구는 비혼으로 이어져 인구감소를 부채질하고, 고령층 1인 가구는 고독사의 일상화를 부추길 수 있다. 가족으로 연대하지 못하는 1인 가구의 증가로 정치적 대립도 세분화되고 있다. 20대의 성별 대립과 세대별 대립으로 폭발한 이준석 신드롬은 반짝 현상이 아니다.이모, 고모, 삼촌이 없는 신세대 1인 가구와 손자 손녀 없는 구세대 1인 가구의 폭증으로, 사회적 연대의 기초였던 가족의 의미를 재

  • [참성단] 2021 도쿄 올림픽

    [참성단] 2021 도쿄 올림픽 지면기사

    1894년 부활한 근대 올림픽은 세계대전과 좌·우 이념 갈등에 따라 수차례 위기를 겪었다. 1916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키로 한 6회 대회는 1차 세계대전으로 무산됐다. 1940년(일본 도쿄)과 1944년(독일 베를린) 대회 역시 2차 세계대전의 풍랑에 휩쓸렸다. 1980년 소련 모스크바 올림픽은 미국 등 민주 진영 국가들의 불참으로 반쪽이 됐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빌미가 됐다.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은 최악의 흑역사로 남았다. '검은 9월단'인 8명의 팔레스타인 테러범들이 선수촌을 습격해 이스라엘 선수 2명을 살해하고 선수 9명을 납치했다. 이스라엘에 감금된 팔레스타인 죄수 200명의 석방을 요구하며 인질극을 벌였다. 인질 구출작전 과정에서 인질 전원과 테러범 5명, 서독 경찰 1명이 사망했다. 희생자들의 추모제가 올림픽 주 경기장에서 행해졌고, 경기는 하루씩 연기됐으나 끝까지 강행됐다.코로나19로 지난해 예정됐던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됐다. 전쟁이 아닌 전염병 창궐로 인한 첫 사고 사례다. 오는 7월23일부터 8월8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나 여전히 찬·반 논란이 거세다. 유럽과 북미대륙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늘면서 찬성여론이 높아지는 추세다. 정작 일본 내에서는 국민 80%가 부정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전히 낮은 접종률과 감염자 수 증가가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최근 미국이 일본 여행을 금지하면서 불참 전망이 나왔다. 미국은 이를 부인했으나 도쿄올림픽조직위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IOC 위원이 "일본 총리가 대회 취소를 요구해도 대회 개최를 강행하겠다"고 한 것도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IOC는 올림픽대회 참가선수를 33개 종목, 1만500명 안팎으로 제한한다. 각국을 대표하는 최정예 선수들은 자신과 조국의 명예를 걸고 피땀으로 연마한 기량을 발휘한다. 4년마다 개최되기에 기회는 이번뿐이라는 절박함으로 선수들은 청춘의 열정을 온전히 쏟아낸다.올림픽이란 무대를 통해 새로운 별들이 탄생하고, 때론 스러져간다

  • [참성단] '이준석 신드롬'

    [참성단] '이준석 신드롬' 지면기사

    정치권을 강타하는 '이준석 신드롬'이 예사롭지 않다. 제1야당 국민의힘 대표에 도전장을 낼 때만 해도 찻잔 속 미풍이었다. 마키아벨리 말 그대로 여론은 불가사의한 힘을 발휘한다. 마치 이준석의 도전을 고대한 듯이 압도적인 지지가 순식간에 모였다. 다급해진 원로·중진·다선 정치인들이 여야를 초월해 한목소리로 이준석 격하에 나섰다.국민의힘 중진들은 이준석을 애 취급하다 본전도 못찾았다. 5선의 주호영은 에베레스트 등반대장론으로, 거물급 나경원은 화물트럭론으로 이준석을 저격했다. 대선을 치를 차기 당 대표의 경륜과 경험을 강조한 것이다. 이준석은 주 의원에겐 '팔공산', 나 전 의원에겐 '전기차'로 답했다. 대구 5선의 기득권과 문어체 낡은 사고를 단어 하나로 제압했다.불똥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도 튀었다. 이준석이 뜨자 당 자체가 하루아침에 폭삭 늙어버렸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2030의 잔인한 심판을 겪은 터라 충격은 심각하다. 보수야당의 세대교체 바람이 진보여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과 차기 대선에 미칠 영향에 전전긍긍이다. 이해찬으로 병풍을 친 이재명의 독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장유유서'를 앞세웠다가 '꼰대'라는 역풍을 맞았고, 정청래 의원은 "이준석이 당 대표가 되면 나쁠 것 하나 없다"고 짐짓 허세를 부린다. 우왕좌왕이다.이준석 신드롬은 오랜 세월 낡은 정치의 혁신을 갈구했던 민심을 보여준다. '30대 0선 이준석'이 여야 원로, 중진, 다선들의 반발을 동력으로 돌풍이 되고 핵폭풍으로 커지는 이유다. 시대정신은 보수와 진보의 기득권을 혐오한다. 공정과 정의에 바탕한 새로운 질서를 요구한다. 소위 꼰대들은 이를 반박하자니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꼰대들의 만담에 이준석의 답변은 촌철살인이다. 대중과 소통하는 화법 자체가 다르다.마키아벨리는 "전도가 양양한 사람들은 시대의 성격을 민감하게 느낀다"고 했다. 이준석은 민심의 비밀금고에 갇혀 있던 시대정신을 꺼내 들었다. 여당의 신세대 정치인들도 자극받았다. "여야를 떠나 이준석 후보를 지

  • [참성단] '주역(周易)'과 한미동맹

    [참성단] '주역(周易)'과 한미동맹 지면기사

    위편삼절(韋編三絶)은 학문적 탐구 자세를 일깨우는 말로 사용되나 실제로는 공자가 '주역'에 심취한 나머지 책을 묶은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열심히 읽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주역'은 유교 삼경의 하나로 천문·지리·인사 등을 음양의 원리에 따라 8괘·64괘·효사(爻辭)에, 공자(孔子)가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십익(十翼) 등으로 구성돼 있다.공자뿐 아니라 문왕·주자·소강절에 김일부 등 수많은 인물들이 '주역'에서 일가를 이루었다. 근대 고승들 가운데 탄허 스님(1913~1983)도 '주역'에 통달한 인물이었다. 화엄학과 노장사상에 유불선까지를 망라하는 걸출한 학승이면서 미래 예측 능력까지 갖춘 도인이었다. 탄허 스님의 아버지 김홍규(1888~1950)는 독립운동가이자 보천교의 지도자급 인물이었는데, 아버지의 지원으로 탄허는 어린 시절부터 동아시아의 전통사상과 철학을 접하고 심후한 경지에 이를 수가 있었다. 탄허는 베트남전이 발발하자 미국의 패배를 정확하게 예언했고, 또 한미관계에 대해서는 동맹 차원 이상의 필연적 관계로 보았다. '주역'의 8괘로 풀이하면 한국은 간방(艮方)으로 소남(少男)이요, 미국은 태방(兌方)으로 소녀(少女)에 해당한다. 뜨거운 청춘인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가 만났으니 더 말할 나위 없다는 것이었다.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여당은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에 생명공학과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하고, 야당은 자화자찬에 지나지 않는다며 맞받고 있다. 대통령이 영빈관에서 묵지 못한 것과 한국전쟁 참전 용사 퍼켓 예비역 대령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한 것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한미동맹을 과시하는 동시에 한국과 중국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읽기도 하고, 반면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이례적인 파격이며 결례가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대통령의 방미가 성과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여야대표 초청 성과보고회도 곧 열릴 모양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역내 안정을 위해 한미동맹은 부득이한 필연이

  • [참성단] 50대 여성 개물림 사망

    [참성단] 50대 여성 개물림 사망 지면기사

    거리나 공원을 걷다 덩치 큰 맹견을 만나면 긴장하게 된다. 어린 시절 개에게 물린 트라우마가 있다면 극한의 공포체험일 수 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가 아닌 '세상에 물지 않는 개는 없다'일 수 있다. '우리 개는 순해서 물지 않아요'는 누구에게나 그런 건 아닐 것이다.올 초 가평군에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던 20대가 맹견에 피습됐다.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로트와일러 견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공격했다. 견주가 자신의 개를 제압하지 못했고,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는 '맹견사고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SNS에 올렸고, 많은 시민이 공분했다.지난 22일 남양주에서 50대 여성이 대형 견에 물려 숨졌다.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피해자는 목 뒷덜미에서 많은 피가 나 심정지 상태였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대원들은 인근에서 피해자를 문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견을 마취총을 쏴 포획했다. 경찰은 근처 CCTV에서 대형 견이 달려드는 모습을 확인했다.포획된 개는 몸길이 150㎝, 무게 30㎏ 크기다. 골든리트리버로 알려졌으나 풍산개와 사모예드 잡종에 가깝다는 전문가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사고 지점 인근 개 사육장 주인을 조사했으나 자신의 개가 아니라는 진술을 받았다. 유기견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목줄을 착용했던 흔적이 남아 의문이 커지고 있다.경찰은 견주(犬主)를 찾고 있다. 하지만 신원을 확보하더라도 형사 처벌이 아닌 민사상 손해배상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풍산개 잡종은 입마개 의무 착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입마개를 해야 하는 견종은 도사견과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뿐이다.'개통령'으로 불리는 강형욱 동물훈련사는 몸집 크고 사나운 맹견이라도 끝내 굴종시킨다. 어떤 독종은 순화 과정을 밟는데 수개월이 소요된다. 반려견을 무한사랑으로 돌보는 강 훈련사지만 사람을 해치는 개를 대하는 태도는 단호하다. 사람을 물어 숨지게 했다면 안락사가 마땅하다고 한다. 견주도 죄에 맞는

  • [참성단] 노병 옆에 무릎 꿇은 한·미 정상

    [참성단] 노병 옆에 무릎 꿇은 한·미 정상 지면기사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0월5일자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한국: 잊혀진 전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후 미국에서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은 한국전쟁의 별칭이 됐다.한국전쟁은 미군 전사자만 4만명에 달하고 자유진영 대 공산진영 최초의 무력충돌이었다. 하지만 2차대전에 질린 미국 국민은 모르는 나라 '한국'의 전쟁에 관심이 없었다. 트루먼 행정부도 만주 핵공격을 주장한 맥아더를 해임하고 서둘러 휴전한 전쟁을 업적으로 자랑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전쟁은 2차대전의 영광과 베트남전의 상처 사이에서 더욱 조용히 잊혀졌다.한·미 정상회담이 잊혀진 전쟁인 한국전쟁을 전격적으로 소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 참여했다. 추모의 벽은 높이 1m, 둘레 50m의 화강암 벽에 미군 3만6천595명, 카투사 7천174명의 한국전쟁 전사자 이름을 새겨 2022년 완공된다. 잊혀진 전쟁의 무명용사들이 70여년 만에 이름으로 귀환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은 고통스러운 역사도 영광스러운 순간도 항상 함께해 왔다"는 말을 남겼다.바이든 미 대통령은 94세의 한국전 참전 노병인 랠프 퍼켓 주니어 퇴역 대령에게 미군 최고의 영예인 명예훈장을 수여했다. 수여식에는 문 대통령이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 함께했다. 퍼켓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병력으로 중공군의 인해전술로부터 고지를 지켜낸 전쟁 영웅이다.기념촬영 장면이 감동적이다. 휠체어에 앉은 퍼켓 대령 옆에 고령의 바이든이 무릎 꿇고 앉자 문 대통령도 서슴없이 반대편에서 무릎을 꿇었다. 자유와 민주를 지켜낸 영웅을 향한 한·미 정상들의 경의, 한·미동맹의 가치를 이보다 잘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또 나올까 싶다.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혈맹의 뿌리를 재확인하는 성과를 남겼다. 그동안 한·미동맹의 균열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의 기억으로 균열의 틈을 메웠다.'전쟁의 종식은 추모에서

  • [참성단] 조상묘 훼손

    [참성단] 조상묘 훼손 지면기사

    불교를 지도이념으로 삼은 고려와 달리 유교를 숭상한 조선시대는 매장문화가 성행했다. 풍수학에서 꼽는 명당(明堂)자리에 조상을 모셔야 후대에 발복(發福)한다는 믿음이 강했다. 흔히 알려진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등 명당 종류만 27가지나 된다. 장례문화도 성역이 돼 1년 상(喪)이냐 3년 상이냐 당쟁으로 화를 불렀다.영화 '명당'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부친 남연군 묘 이야기를 다룬다. 풍수사 정만인은 대원군에게 가야산의 2대(代) 천자지지(天子之地)와 오서산의 만대영화지지(万代榮華之地) 중 어느 것을 택하겠느냐고 묻는다. 대원군은 천자지지를 택해 아버지를 이장하고 7년 뒤 둘째 아들을 얻었는데, 그가 고종이었다. 정사와 야사가 혼재하나, 묘 이장은 역사적 사실이다.일본이 서구화에 나선 1800년대 중반 이후에도 조선은 쇄국의 문을 굳게 닫았다. 통상을 요구하는 프랑스와 미국에 맞서 무력충돌을 했다. 1866년 병인양요와 1871년 신미양요 사건이다. 이 와중에 독일 상인 오페르트 일당은 대담하게도 1868년 남연군 묘를 파헤쳐 매장품을 훔치려 했다. 단단한 석회질에 막혀 도굴에는 실패했으나 조상묘를 중시하던 조선사회에 충격을 줬고, 척화비 건립의 빌미가 됐다.윤석열 전 검찰총장 조부(祖父)의 묘역이 훼손됐다는 주장이 언론에 의해 제기됐다. 봉분 위에는 인분, 앞에는 작은 구덩이를 판 뒤 식칼과 부적,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1m 정도의 머리카락 뭉치를 넣고 다시 덮은 흔적이 남았다고 한다. 친척이 발견했다는데, 경찰은 신고된 사실이 없다며 내사설 보도를 부인했다.조국 법무장관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던 2019년 9월, 트위터에 '윤석열 저주 인형 사진'이 게재됐다. 700여명이 같은 사진을 올렸는데, 인형 전신에 빨간 핀 10개를 꽂은 모습을 담았다. 노트 한 장을 빨간 펜으로 '윤석열'이라 쓰고 저주하는 글을 적어 인증사진을 올린 이용자도 있었다.증오를 넘어선 저주는 범죄화할 개연성이 높다. 싫고 거북한 감정이 임계치를 넘어서면 이성을 잃게 된다. 때론 주술적 수단으로 상대방을 망가뜨리려 한다

  • [참성단] 초라한 국가행복지수

    [참성단] 초라한 국가행복지수 지면기사

    UN은 해마다 3월 20일 세계 행복의 날에 국가별 행복지수를 채점한 세계행복지수를 발표한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공개한 '2021 세계 행복보고서'는 2020년 한국의 행복도 순위를 전체 95개국 중 50위로 매겼다. 10점 만점에 5.793점이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의 행복지수로는 낙제점에 가깝다.한국개발연구원(KDI)이 19일 공개한 3년 평균 점수는 더욱 가관이다. 2018~2020년 평균 국가행복지수 5.85점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과 비교했더니 35위로 꼴찌를 간신히 면했다니 말이다. 대한민국 밑에는 그리스와 터키 뿐이다. KDI는 OECD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긴 근로시간(연간 1천967시간), 가장 높은 미세먼지 농도,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을 원인으로 꼽았다.하지만 SDSN의 행복지수 측정 항목을 보면 KDI의 분석은 지엽적이다. SDSN는 갤럽 여론조사를 통해 국가별로 1천명에게 소득 수준, 건강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복지), 선택의 자유,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 사회적 관용 등 6개 항목을 바탕으로 삶의 만족도를 조사한다. 즉 한 국가의 국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 정치, 사회적 조건을 살펴보는 셈이다.나열한 행복의 조건은 나라 마다 다르고, 국민 마다 체감 정도가 엇갈린다. 행복 조건에 대한 문화적 태도도 상이하다. 초강대국 미국의 행복지수가 OECD국가 중 18위이고, 슬로바키아·칠레의 행복지수가 우리 보다 앞서는 이유다.국민소득이나 기대수명에서 대한민국은 꿇릴 게 없는 나라다. 복지도 사각지대 해소엔 못미치지만 예산 비중은 해마다 치솟고 있다. 반면 부정부패나 사회적 관용 분야에서는 자신할 수 없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아파트 특별공급 혜택을 누리고, 개발정보를 이용해 투기판을 벌인다. 정치권에 만연한 내로남불 의식구조로 사회적 관용은 고갈됐다. 계층 사다리를 잃은 청년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젠더 갈등은 미래를 잉태할 수 없는 불임 사회의 막장을 보여준다.행복은 계량화 할 수 없

  • [참성단] 천상천하유아독존

    [참성단] 천상천하유아독존 지면기사

    기독교에 십사처가 있다면, 불교에는 팔상이, 원불교에는 십상이 있다. 예수님께서 겪으신 마지막 고난의 길 즉 십자가의 길이 십사처라면, 팔상은 부처님의 구도과정과 일생을, 십상은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님의 행적과 일대기를 열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 것이다. 오늘은 부처님오신날이다. 불기로 환산하면 이천오백육십오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부처님의 팔상 가운데서 두 번째가 바로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이다.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신 부처님의 탄생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불소행찬'과 '전등록(傳燈錄)' 등에 따르면, 부처님께서는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으며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즉 "이 우주에서 나보다 더 존귀한 사람은 없다"는 탄생게(誕生偈)를 외치셨다 한다.그러면 이 말은 무슨 뜻일까. 나만 홀로 고귀하고 다른 사람과 존재는 그렇지 않다는 안하무인의 말로 곡해할 수도 있겠다. 이 말씀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나는 부처님 자신이야말로 이 세상과 만생령을 제도하기 위해 세상에 나온 가장 고귀한 자요 구세주라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나' 즉 우리 모두 각자가 존귀한 존재이니 모두가 진짜 존귀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자는 뜻이다. 물론 '대인연경' 등을 보면 석가모니 부처님 자신은 직접 이런 말을 했다는 말씀을 하신 적은 없다. 이 탄생게는 석가모니 이전의 과거불 가운데 한 분인 비바시불(毗婆尸佛)이 하신 말씀으로 나와 있다.그런데 사람이라고 해서, 존재한다고 해서 무조건 존귀하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실유불성(悉有佛性) 곧 불성이 있는 고귀한 존재이지만, 스스로의 노력과 행동으로 존귀한 존재가 되자는 인권 선언이자 당부의 말씀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타당할 것이다.요즘 '정인이 사건'으로 대변되는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문제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를 얼룩지게 만드는 인면수심의 반복적 범죄들을 지켜보면서 인간이 모두 고귀하다는 말씀에 슬쩍 회의가 들기도 한다. 부처님 오신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