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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중국산 낙지 담합 지면기사
낙지는 문어와 주꾸미의 사촌격 연체동물이다. 빨판이 달린 여덟 개 다리에 민머리가 자유자재로 변형한다. 뼈도 없이 흐물거리는 촉감에 끈적한 진액으로 무장해 함부로 만질 수 없다. 외국인들이 혐오하는 대표 한국 음식이다. 영화 '올드 보이'에서 배우 최민식이 산낙지를 통째 먹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거나 역겨웠다는 외국인이 많다.갯벌에서 게와 조개류를 잡아먹고 사는 낙지의 주산지는 전남 다도해 일원이다. 국내산 낙지 열 마리 중 여섯 마리가 이 지역에서 난다. 깊이가 최대 2m나 되는 구멍을 파고 은신하기에 어지간한 꾼이 아니면 포획하기 만만치 않다. 낱마리로 잡아야 하고, 계절별 수확량 편차가 크다. 초여름 산란기엔 2개월 동안 포획이 금지돼 품귀 현상이 반복된다.'쓰러진 소도 일으킨다'는 속설이 말하듯 보양식으로 대접받는다. 타우린과 단백질이 풍부해 환자와 임산부에 좋다.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하거나 3~5㎝ 크기로 잘라 산 채로 먹는다. 크기가 작고 발이 가는 세발낙지는 통으로 먹는다. 물량이 적은 탓에 산지가격도 만만치 않다. 마리당 2만원은 줘야 산 놈을 먹을 수 있다. 소비자들은 대체재인 중국산이라도 가격 부담이 적지 않다고 불평한다. 왜 이런가 했는데, 이유가 있었다.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인천수산물수출입협회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적발해 과징금 1억1천5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산 낙지 수입업체들이 모인 협회가 산낙지 단가 하락을 막으려 도매가와 수입 횟수를 통제한 혐의다. 협회는 2017~2018년 사이 회원사들의 산낙지 수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중국 업체의 가격 인상 요구에 완력으로 맞선 것이다. 부당한 담합과 가격 조정 횡포에도 위세에 눌린 국내유통업체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수입업체들이 결성한 협회가 유통시장을 교란해 주머니를 채웠다. 가격 통제와 물량 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소비자 몫이 됐다. 협회가 중국산 산낙지 수입시장을 장악하면서 비싼 가격이 당연시됐다. 서해안 관광지마다 한 집 건너인 조개구이 식당들도 중국산을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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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아이언 돔' 지면기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거침없는 군사작전으로 중동정세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선제 공격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시작했지만, 이스라엘의 반격은 압도적이다. 지상군을 투입한데 이어 AP, 알자지라 등 언론이 입주한 가자지구 건물을 공습으로 날려버렸다.객관적으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당랑거철의 형국이다. 개전 초기 전 세계에 타전된 동영상이 이를 증명한다. 하마스는 1천여 발의 로켓을 날렸지만 대부분 이스라엘 상공에서 요격됐고 20여 발만 육상을 타격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 제대로 작동한 결과다. 아이언 돔은 단거리 로켓이나 포탄을 요격하는 미사일 포대다. 아이언 돔을 뚫지 못하고 폭죽처럼 밤하늘에서 폭발하는 하마스의 로켓들을 보며 전 세계가 전율했다. 말 그대로 투명한 '강철 지붕'이다.아이언 돔을 실전 배치했을 때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던 모양이다. 가성비 때문이다. 하마스의 실전용 단거리 로켓, '까삼 로켓'은 그야말로 팔레스타인 국력만큼 싸구려 무기다. 1발 제작 비용이 100만원이 안 된다고 한다. 반면 아이언 돔에서 발사하는 요격 미사일은 1발당 수천만원이다. 이번처럼 1천여 발의 까삼 로켓을 요격하려면 단 며칠 사이에 엄청난 군사비를 감수해야 한다.하지만 반론이 귀에 쏙 들어온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하마스를 비롯한 가상 적국과 테러단체의 공습에서도 안전하다는 심리적 안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아이언 돔이 막아주기 때문이다. 국민이 누리는 심리적 안정이야말로 돈으로 추산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라는 주장이다.우리 군도 한때 아이언 돔 방어체계 도입을 검토했다가 백지화했다. 한 번에 수십 발을 발사할 수 있는 북한 방사포 5천500문은, 하마스의 싸구려 로켓과는 질과 규모에서 차원이 달라서다. 대안으로 한국형 아이언 돔 자체개발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북한의 고고도 미사일은 사드(THAAD)로, 장사정포는 한국형 아이언 돔으로 요격하는 방어체계인 셈이다.그런데 사드는 포대 설치를 반대하는 민원과 중국의 견제로 찬밥 신세이고, 한국형 아이언 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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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일론 머스크와 비트코인 지면기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다방면에 천재적 재능을 보여준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그를 '미국 기업인으로 2021년 4월 포브스 기준 세계 3위의 억만장자'라 소개한다. 페이팔의 전신인 온라인 결제 서비스 회사 X.com과 로켓 제조 회사 겸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했고, 초고속 진공 열차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자신이 최대주주인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를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로 키웠다.그의 트윗 계정엔 화성과 우주로켓 사진이 실려있다. 스페이스X는 이미 왕복우주선 발사에 성공했고, 올 하반기 우주여행을 시작한다. 환경운동에도 뛰어들어 2016년 할리우드 미남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지구촌 환경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다.지난 2월 테슬라가 15억달러(1조6천815억원) 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앞서 머스크는 소셜미디어에 "나는 비트코인 지지자"라며 "8년 전에 비트코인을 샀어야 했는데 좀 늦은 것 같다"고 했다. 테슬라는 자사 전기차를 살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비트코인 거래가가 급등해 지난달 중순 8천200만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그가 언급한 도지 코인도 덩달아 점프를 했다.일론 머스크가 지난 12일 트윗을 통해 테슬라 구매 시 비트코인 결제 허용을 돌연 중단한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컴퓨터를 대량 가동하면서 전기가 많이 소비되고 있으며 화석 연료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변명한다. 이후 비트코인은 7% 이상 급락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한국 시장도 한때 13%나 폭락한 6천76만원에 거래됐다.머스크의 느닷없는 트윗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들이다. "(머스크)가 방송에 나와 내가 도지 파더(아빠)라더니, 방송 끝나자 도지 코인은 사기라고 했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지난달 비트코인 일부를 팔아 1억 달러를 챙기고 난 뒤 말을 바꿨다는 비판도 거세다.지구와 우주를 설계한다는 머스크가 비정상 궤도인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든 것 자체가 실망이다. 초일류기업이 뒷골목 상권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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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 지면기사
2001년 12월 수원미술전시관이 초대형 전시회를 예고했다. 나혜석, 김관호, 이중섭, 박수근, 이인성 등 한국 근대미술 거장 13명의 미공개 작품 20점을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였다. 소장자 홍모씨는 선대부터 수집했다 주장했지만, 한국화랑협회의 진품 감정서는 없었다.곧바로 위작 시비가 일었다. 진품 공인이 없는 위작을 공공미술관에서 전시할 수 있느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작가의 사인 위조를 주장하는 후손도 등장했다. 나혜석기념사업회와 이인성기념사업회는 전시 취소와 도록 회수를 요구했다. 당시 경원대 교수였던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위품을 진품으로 보증서 준 꼴"이라고 개탄했다. 결국 수원미술전시관은 개막 당일 '한국근대서양화 미공개작품전'을 취소했다. 지역 공공미술관의 열악한 수준을 보여준 역대급 스캔들의 전말이다. 홍씨와 그의 소장품들은 지금껏 종적이 묘연하다.이번엔 진짜가 나타났다. 삼성이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이다. 국보급 고서화와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근대미술 거장들과 해외 거장들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 이중섭미술관과 박수근미술관도 작가의 진품을 기증받는 행운을 누렸다. 만일 수원에 나혜석미술관이 있었다면 그녀의 '화녕전작약'을 기증받았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나혜석'이라는 수원문화의 아이콘은 더욱 빛났을테고, '화녕전작약'으로 문화유산 화성의 스토리텔링은 한결 풍부해졌을테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이름만큼 건조하다.지방자치단체들의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영남 지자체들은 삼성 가문의 고향 연고를 앞세운다. 고향 연줄에서 밀린 수원시는 이목동 이건희 묘지와 삼성전자를, 용인시는 이병철 묘지와 호암미술관을 내세워 유치전에 가세했다. 하나같이 치졸한 명분이다. 이건희 컬렉션을 보전할 문화적 비전과 예술적 감수성은 언급조차 없다. 껍데기뿐인 시립미술관을 국립으로 출연하겠다면 차라리 설득력이 있을테다.이건희 미술관은 대통령의 언급만 있을 뿐 정부 구상은 싹도 트지 않았다. 실체 없는 유치 경쟁에 이 난리이니, 실제 공모라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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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포스트휴머니즘과 기후변화 지면기사
계절의 여왕 5월의 첫 황금주말이 사라졌다. 지난 주말 내내 전국을 뒤덮은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이다. 미세먼지와 황사는 환경오염이 부른 기후변화의 결과다. 이상 고온에 폭설, 유례없이 긴 장마, 그리고 코로나19까지 모두 문명이 만든 재앙이다. 희뿌연 잿빛 하늘 아래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들을 보면서 문득 지구의 종말을 다룬 SF영화들이 떠오른다. 문명의 모델을 바꾸고 환경을 지켜야지 하는 것은 오직 관념과 구호일 뿐 우리는 여전히 서로가 서로에게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되는 반환경적 삶과 생활 패턴을 바꾸지 못하고 산다.이럴 때 문득 생각 난 인문학 담론이 포스트휴머니즘이다. 이 포스트를 탈(脫)·후기(後期)·초월(超越) 중 무엇으로 번역해야 할지 모를 만큼 포스트휴머니즘은 아직 명쾌한 정의가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AI나 생명공학 같은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인간이 가진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영생을 꿈꾸는 '길가메시 프로젝트'를 포함해서 근대사회를 지배해온 휴머니즘론 같은 인간중심주의를 반성하고, 나아가 인간중심적인 사고와 환상에서 벗어나자는 메시지만큼은 분명하다.지금 인류세(人類世)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환경파괴·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이상 기후에 팬데믹까지 인류 사회가 직면한 산적한 문제들을 포스트휴머니즘론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 이 우심(尤甚)한 문제들을 외면한 채 질병·죽음 같은 생물학적 한계를 과학기술을 통해 극복하자는 트랜스휴머니즘 같은 인위적 진화론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누리고 있는 인권·평등·민주주의는 수많은 사상가들과 양심적 행동주의자들의 고귀한 희생과 땀으로 누리고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존엄한가. 존엄을 받을 가치 있게 살고 있는가. 혹시 인간중심주의적 사고와 이념으로 타인과 환경과 다른 생명체들에게 휘두르고 있는 폭력은 없는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소식과 대통령 4주년 연설 등의 뉴스가 들려오는 황망하고 바쁜 출근길 버스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에 잠겨봤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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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평택항 대학생 사망사고 지면기사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한강공원에서 의대생 손정민(22)군이 실종됐다. 함께 술을 마신 친구는 손군이 한강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잠을 자다 사라졌다고 했다. 손군 아버지가 생사확인에 나섰고, 5일 만에 서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사고사와 타살 가능성 모두를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다.이 사고는 억측과 소문이 유난하다. 언론은 손군만 아니라 그를 불러낸 친구의 가족, 신상, 행동까지 집요하게 추적하며 의혹을 제기한다. 손군 시신을 옮기는 장면과 장례식이 중계방송하듯 보도됐다. 손군과 친구가 나눴다는 미확인 대화가 소셜네트워크에 올라와 특정 단어의 의미를 확인하려는 문의가 잇따랐다. 친구 아버지 신상은 탈탈 털렸고, 공중파 방송은 시사고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제보자를 찾고 있다.지난달 22일 평택항 부두에서 대학생 이선호(23)군이 작업 도중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손군이 실종되기 3일 전이다. 그는 용역회사 지시에 따라 적재물 정리작업을 하다 개방형 컨테이너에 몸이 깔려 숨졌다. 군 제대 뒤 용돈이라도 벌겠다며 막노동을 자처했다고 한다. 유족과 친구들은 날개만 300㎏인 컨테이너 작업을 하는데 안전장비는 물론 안전교육도 없었다고 주장한다.이 사고는 한동안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몇몇 일간지에 단신으로 보도됐을 뿐이다. 가족은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규명을 통해 억울함을 풀어달라 호소했다. 시민·사회단체가 나서면서 뒤늦게 후속 보도가 나왔다.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자 정치권이 가세하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빈소를 방문했다.비슷한 또래의 20대 청년이 잇따라 변을 당했다. 그런데 세상은 한강에만 주목할 뿐 평택은 관심 밖이다. 서울 소재 대학 엘리트 의대생에, 정확한 사고 경위가 오리무중인 미스터리가 이목을 끈 요인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단 몇 푼이라도 벌겠다며 노동현장에 뛰어든 젊은이의 허망한 죽음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사고 뒤 이군 누나가 SNS에 가슴 먹먹한 사연을 올렸다. 부모에게 손 안 벌리겠다며 작업장에 가면서도 시험공부를 하겠다며 노트북을 챙겼다고. 투병하는 9살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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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이한동'과 '중부권 대망론' 지면기사
경기도의 정치 거목 이한동 전 국무총리가 8일 별세했다. 11대부터 16대 국회까지 6선 국회의원에 신한국당 대표, 한나라당 대표, 자유민주연합 총재와 내무부 장관,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정계와 관계에서 일군 화려한 이력이 보여주듯이, 한 시대 경기도 정치를 대표했던 '인물'이었다.1988년 새내기 기자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출입하면서 처음 마주한 이한동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의 전형적 정치인이었다. 거구임에도 반듯한 체형은 균형이 잡혔고, 걸걸한 목소리는 조리있는 언변을 따스한 인정으로 감쌌다. 그는 설득할 줄 알고 양보할 줄 아는 정치인이었다. 야당과 일이 꼬일 때마다 이한동이 원내협상을 진두지휘하는 원내총무에 발탁된 이유다.1989년 12월31일 전두환의 국회증언은 그의 정치인생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다. 민정당 원내총무로서 백담사의 전두환을 설득해 국회 증언대에 세웠다. 통일민주당의 노무현은 명패를 던지고 평화민주당의 이철용은 "살인마 전두환"을 절규했다. 대의기관인 국회의 전두환 심판으로 한 해를 마치고 곧바로 이어진 3당 합당과 민자당의 출현으로 정치지형은 안정화된다.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의 집권여당에서 원내총무와 당 대표를 지낸 그는 극단적인 지역갈등 정치의 탈출구를 제3지역에서 찾았다. 수도권과 충청권의 합리적인 중도 민심을 정치의 주류로 만들어 통합의 정치 공간을 열고자 했다. 역동정치론, 국민통합론을 거쳐 완성된 '중부권 대망론'으로 1997년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다. 하지만 이인제에 뒤진 3위로 분루를 삼켰고, DJP연합정권의 국무총리로 정치인생의 정점을 찍은 뒤 2004년 정계를 은퇴했다.지금 정치는 이한동 시절의 정치와는 다르고도 같다. 여야가 낮엔 싸우느라 얼굴을 붉히고, 밤엔 문제를 풀기 위해 한 잔 술로 얼굴이 붉어졌던 낭만적 협치의 문화는 사라졌다. 반면에 도로 영남당, 다시 호남당이라는 지역 편파적인 정치구조는 여전하다. 합리적인 수도권 민심은 여전히 비주류로 머물고, 수도권 뜨내기 의원들이 균형발전론을 방관하는 동안 정부와 공공기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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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무개념 주차 횡포 지면기사
수년 전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캠리 승용차로 막아선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진출입로가 막힌 입주민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50대 여성운전자는 자신의 차에 관리사무소가 불법주차 경고스티커를 붙인 것을 사과하지 않으면 차를 빼지 않겠다고 버텼다. 경찰은 승용차를 이동해달라는 민원에도 일반도로가 아닌 아파트 단지라며 견인하지 않았다.공분한 주민들은 차를 들어 올려 인도로 옮기고 차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차량 외부는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마세요' 등 주민들이 붙인 스티커로 도배됐다. 관리사무소는 정당한 조치였다며 운전자를 일반교통방해죄로 고발했다. 이 여성은 나흘 만에 사과했으나 법원은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최근 인천에서 '무개념 주차 횡포'가 잇따라 재림했다. 지난 4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송도의 한 아파텔 벤츠 차량의 주차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이 실렸다. 공동주택 주차 공간이 아닌 통행로를 가로막은 승용차에는 '주차위반 경고스티커를 붙이지 말라'는 내용의 협박성 메모까지 붙어 있었다. 고발자는 사진 4장과 함께 "욕과 함께 딱지 붙이지 말라고 써놨네요.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라고 했다.지난달 미추홀에서는 벤틀리 차량이 이중 주차를 해 다른 차량이 다닐 수 없게 하거나 경차 전용 공간 2개 면을 독차지해 빈축을 샀다. 운전자는 경고스티커를 붙인 것에 화를 내면서 경비원에게 반말과 욕설을 했다. 송도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아우디 승용차 운전자는 '토요일 스티커 붙이면 가만히 안 있을 거니까 붙이지 마라. 정말 화나니까'란 메모를 남겨 주민들이 어이없다고 혀를 찬다.황당 주차 사례를 보면 고가의 외제차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운전자의 행태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적반하장(賊反荷杖)일 거다.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행태를 나무라는 주변 사람들에게 폭언과 폭력, 협박을 일삼는다. 일그러진 플렉스(Flex) 문화의 폐해일 수 있다.지하주차장은 법상 도로가 아니기에 교통법의 사각지대다. 다중집합장소나 공동주택 주차장에서 다른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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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대통령의 명예 지면기사
명예에 목숨 걸던 시대가 있었다. 푸시킨은 아내 곤차로바와 염문설이 돌던 프랑스 장교 당테스와 결투를 벌여 총상을 입고 이틀 만에 사망했다. 마크 트웨인은 언론인 시절 경쟁사 언론인과의 설전 끝에 결투를 신청받자 죽을까봐 전전긍긍했다. 사격 솜씨가 형편 없었던 것이다.모욕적인 상황에서 명예의 훼손을 인내하기란 쉽지 않다. 명예는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다. 명예를 훼손당하면 사회에서 자존감을 유지하기 힘들다. 하다못해 뒷골목 건달들도 양아치를 경멸하며 족보의 명예를 지킨다. 모욕을 당했다고 목숨을 걸고 결투를 벌였던 푸시킨의 시대는 끝난지 오래다. 모욕당한 명예를 회복하려면 법정 결투, 즉 법에 의지해야 한다. 우리 형법은 명예훼손, 사자의 명예훼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모욕을 모두 죄로 규정한다. 단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면 죄가 안 된다고 했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다. 또 반의사 불벌과 친고 원칙을 규정했다. 명예훼손과 모욕은 피해자가 참거나 무시하면 그만이라서다.문재인 대통령이 2년 전 자신을 "북조선의 개"라고 모욕했다며 30대 청년에게 제기했던 고소를 지난 3일 취소했다. 대통령이 국민을 고소한 유례 드문 일이 뒤늦게 알려지자 난리가 났다. '대통령 욕도 못할 세상이 됐느냐'는 놀라운 반응이 대세였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던 과거 발언의 진정성도 도마에 올랐다.문 대통령이 "모욕적인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국민) 지적"을 수용한 것은 늦었지만 천만다행이다. 대한민국 최고위직 공인인 대통령과 30대 청년의 법정 결투는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대통령 입장에선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닐테고, 진다면 국민 볼 면목을 잃었을테다. 명예를 회복하려다 명예를 잃을뻔 했다. 조만대장경 전과 후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회적 평판이 달라졌듯이, 공인들의 명예는 대부분 제 스스로 무너진다.지금도 궁금한 건 국민 고소가 대통령의 진의였는지다. 푸시킨과 마크 트웨인이 결투에 목숨을 걸었던 건 주변에서 부추긴 탓도 컸다. 마크 트웨인은 결투가 무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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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백신 주권(主權) 지면기사
코로나19와 백신은 요즘 최고의 화두다. 백신 수급 불안이 불거지면서 방역 정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백신은 1796년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의 우두법에서 비롯됐지만, 천연두를 막기 위한 의학적 노력은 15세기 중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두법(人痘法)이라고 해서 천연두 환자의 고름이나 딱지를 코로 흡입하는 중장묘법이나 천연두에 걸린 환자의 옷을 빌려 입는 의묘법 등이 중국에서 시행된 바 있다. 병원성이 낮은 병원체를 이용하여 면역력을 얻는 방법을 백신 접종이라 하는데 백신이라는 말은 암소를 가리키는 라틴어 백카(vacca)에서 유래했다. 이 우두법으로 에드워드 제너는 '백신의 아버지'로 통한다.백신이 보편화하기 이전 인도에서는 천연두를 일으키는 악마 즈바라수라(Jvarasuera)를 물리치기 위해 여신 시탈라(Shitala)를 숭배하기도 했고, 우리의 경우에는 천연두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마마를 주관하는 신령인 호구별상마마를 달래는 마마배송굿 또는 손님배송굿을 벌이기도 했다.우두법이 나오기 전까지 천연두의 위세는 엄청난 것이었다. 전 지구적으로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14~16세기 멕시코에서 번성했던 아스테카 문명은 코르테스가 이끄는 스페인군이 퍼뜨린 천연두로 인해 멸망하고 말았다.K-방역으로 성가를 올린 신속 진단키트·마스크쓰기·사회적 거리두기는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 집단면역을 확보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방법은 백신 접종과 치료제 개발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에 불거진 백신 부족으로 인한 접종 차질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 이유가 백신 자국우선주의의 탓도 있지만, 백신 수급과 관련한 당국의 대처방식과 방역행정이 못내 아쉽다.앞선 국가들을 따라잡는 추격형 성장이나 세컨드 웨이브 전략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제부터라도 백신 개발, 신약 개발 등 기초분야에 대한 보다 더 과감한 투자와 지원정책 그리고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팬데믹 시대는 정치적 주권 못지않게 백신 주권도 중요하다. 이번 사태가 백신 주권을 확보하고, 정책을 되짚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