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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공시지가 인상

    [참성단]공시지가 인상 지면기사

    김영삼 정부는 부동산 실명제로 거래의 투명성을 높였다. 재산공개를 의무화해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막았다. 30대 기업과 임원의 토지소유 현황을 조사하는 등 재벌의 부동산 투기도 강하게 눌렀다. 대통령 아들이 구속되고 IMF 사태를 맞았으나 부동산 시장은 안정됐다.외환위기를 조기에 끝장내려는 김대중 정부는 규제완화정책을 추진했다. 분양가를 자율화했고, 임대사업자에 세제지원을 늘렸다. 국민임대 100만호 건설을 위해 수도권 그린벨트를 과감하게 풀었다. 강남지역 아파트가 본격 상승하기 시작했다.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자 노무현 정부는 다시 규제를 강화했다. 역설적으로 전국 아파트 가격이 치솟았다. 강남 은마아파트는 1999년 2억원에서 2002년 4억원, 2007년 14억원이 됐다. 역대 정부 중 부동산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시기다. 정부는 2007년 표준지 공시지가를 12.4% 인상했다.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부동산 가격폭등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진화됐다.정부가 토지·주택 공시지가를 대폭 인상했다. 2021 표준지 공시지가는 지난해보다 전국 평균 10.37% 인상됐다.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19.08% 올라 역시 최대폭이다. 공시지가는 국·지방세 과세와 각종 부담금 징수의 근거가 된다. 전국지자체는 표준지가를 토대로 5월 중 개별공시지가를 확정한다.종합부동산세 대상 공동주택은 전국에서 70%나 급증했다. 이 수준으로 확정될 경우 민원이 폭증하고 조세저항이 거셀 것이란 우려다. 야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시가 책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반기를 들었다.정부는 공시가가 올라도 서민들은 걱정할 게 없다고 한다. 중·저가 아파트는 각종 공제 혜택으로 외려 세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다. 여론이 나빠질 것을 예상한 단기 처방이란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보편복지를 확대하는 정부에서 증세를 피할 방법은 뭘까.야당을 떠난 노(老)정객이 여당의 4·7 보선 패인 중 하나로 '세금의 정치'를 꼽았다. '세금이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줄 모르고 세금

  • [참성단]가스라이팅

    [참성단]가스라이팅 지면기사

    최근 한 여배우의 스캔들이 화제다. 학교폭력, 스태프에 대한 갑질, 학력위조 등 제기된 의혹이 종합선물세트다. 그 중에 연인이었던 남자배우에 대한 가스라이팅 의혹도 있다. 드라마에 출연 중이던 연인에게 극중 스킨십을 금지시키는 문자 메시지가 공개됐다. 실제로 남자배우는 애정 신(scene)을 거부하다 중도하차했다고 한다.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어 통제하고 지배하는 정신적 학대행위를 말한다. 연극 '가스라이트'에서 유래했다는데 기본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애착,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둘 다 문제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단다. 결과는 참담하다.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피해를 인식하지 못한다. 가해자가 켜놓은 가스등 불빛 안에 갇히는 것이다.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등 각종 반인륜적인 폭력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낯익은 용어가 됐다. 가정에서는 부모들의 가스라이팅으로 자기도 모르게 부모에게 병적으로 의존하는 자녀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반복된 폭력을 인내하는 주된 이유도 가스라이팅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총선 전엔 여당이 영입한 청년 인재가 전 여자친구의 가스라이팅 의혹 제기로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논리적으로 가스라이팅은 개인뿐 아니라 집단에 대해서도 가능하다. 최근에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신간에서 "한국은 미국에 가스라이팅 된 상태"라고 밝혔다. 미국에 의존하는 우리의 한미동맹 의식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찬반 논란은 있겠지만 논리적으로는 가능한 비판이다. 국민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독재정권의 대국민 가스라이팅은 집요하다.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나자 참패한 여당은 반성을, 승리한 야당은 겸손을 강조하며 민심을 받들겠다고 했다. 얼마나 지났다고 스스로 뱉은 말을 삼켜버리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조국과 내로남불을 반성했다가 혼쭐이 났다. 한 의원은 반성을 반성하는 반성문을 올렸다. 강성 당원들의 문자 조리돌림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야당은 대권

  • [참성단]일본산 수산물

    [참성단]일본산 수산물 지면기사

    한겨울 동해산 명태는 국민 생선이었다. 보관 상태에 따라 생태가 동태가 되고, 코다리·북어로 말려져 식탁에 올랐다. 강원도 최북단인 거진항에는 생태찌개 전문 식당이 유난히 많았다. 갓 잡아올린 생태에 소금만으로 간을 한 이 지역 생태탕은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극찬을 받았다. 저녁엔 든든한 술안주였고, 아침엔 시원한 속풀이였다.거진항 거리를 채웠던 생태 집은 사라지고, 동태찌개 식당 몇이 명맥을 잇는다. 2000년대 초 기후 변화로 동해안 명태가 자취를 감추면서 생태찌개 식당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동해안의 생태 포획을 금지하고 처벌 규정까지 만들었다. 국내산은 씨가 말라 러시아·일본산으로 대체됐다.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침수되면서 오염수 유출이 우려됐다. 정부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안전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국민 불안이 커지자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수입을 금지했다. 이후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일부 수산물은 금지 대상에서 해제됐다.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기로 한 것과 관련,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원산지 검사와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주요 수입 수산물 17개 품목에 대해 유통 이력을 관리하고 있다. 이 중 일본산 수산물은 가리비, 참돔, 멍게, 방어, 명태, 갈치, 홍어, 먹장어로 8개 품목이다. 연간 수입 물량은 3만t 규모다.소비자 심리를 꿰뚫는 대형유통업체들은 일제히 일본산 수산물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산 유입에 민감하다는 점을 의식해 일찌감치 손절한 거다. 전통시장과 음식점들도 판매 금지 대열에 가세했다. 그나마 근근하게 버텨온 생태찌개 집들마저 죄다 문을 닫을 판이다.식탁에 오르는 먹거리는 안전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근거 없는 막연한 추측과 불안감으로 소비가 위축되어선 안 된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데 정부 입장은 어정쩡하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원전 오염수와 수산물 안전성과의 인과 관계를

  • [참성단]'불가리스 품절'과 '백신 품귀'

    [참성단]'불가리스 품절'과 '백신 품귀' 지면기사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매대에서 사라졌다. 제조업체인 남양유업의 연구소장이 13일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자, 소비자들이 장바구니에 쓸어담았다. 원숭이 폐 세포에 배양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불가리스를 투여한 결과 바이러스의 77.78%가 감소했고, 개 신장세포에 배양한 감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99.999%, 사실상 100% 감소했단다.연구결과는 놀랍다. 실험 결과가 인체에 똑같이 작용한다면 인류는 백신도 치료제도 없이 바로 코로나에서 해방된다. 독감은 불가리스 한 통이면 만사형통이다. 하지만 착각이다. 남양유업의 연구를 인체에 적용하려면 감염 세포를 모두 추출해 불가리스에 적셔야 한다. 치료를 위해 사람이 죽어야 한다는 얘기다.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인정한다 해도 인체에 실현할 방법이 없으니 허무맹랑한 소리다. 어제 오전 치솟던 남양유업 주가는 곧 잠잠해졌다.불가리스 소동은 코로나에 지칠대로 지친 예민한 민심을 보여준다. 상술에 가까운 연구결과에도 앞뒤 없이 반응할 정도로 코로나에서 벗어나고픈 국민 염원은 간절하다. 하지만 유일한 게임체인저인 백신의 접종·수급계획이 자고 일어나면 꼬여버리니 환장할 노릇이다. 대통령이 백신 물량 확보와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자신하자마자 미국이 얀센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처럼 혈전 부작용이 심각해서다. 우리는 600만명분을 도입할 예정이었다.상반기 접종 백신의 대부분인 아스트라제네카와 더불어 얀센 백신마저 안정성 시비에 올랐는데 문제는 그마저도 턱없이 모자라거나 아직 도착도 안 했다. 반면 같은 시간에 런던 시민들은 야외 펍에서 맥주를 즐긴다. 이스라엘은 곧 관광객 입국을 허용한단다. 6억명분의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을 가진 미국이 일상을 회복하는 건 시간문제다. 백신 격차의 결과는 날이 갈수록 선명해지고, 백신 접종 후진국의 코로나 블루는 더욱 또렷해질 것이다.정치인들은 불가리스 소동에서 불안과 공포에 갇힌 민심을 읽어야 한다. 여든 야든, 아니면 여야를 초월하든 당장 백신사절단을 꾸려 백신 여유

  • [참성단]일본의 방사능 해양 방류

    [참성단]일본의 방사능 해양 방류 지면기사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해안가의 후쿠시마 원전을 거대한 쓰나미가 덮쳤다. 원전의 전력공급망이 차단되면서 냉각수 공급이 끊겼다. 후쿠시마 원전이 흰 연기를 뿜어내며 폭발하던 장면에 세계는 전율했다. 초유의 대양 오염 공포 때문이었다. 세계 각국은 일본 수산물 수입을 중단하거나 검역을 강화했다.하지만 진짜 공포가 시작됐다. 일본 정부가 13일 지난 10년간 탱크에 모아 두었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125만t을 바다에 방류하기로 최종 결정해서다. 오염수의 방사능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정화해 2년 뒤부터 30년간 방류하겠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나 일본 국민들은 믿지 않는다. 이미 1차 정화했다는 탱크 내 오염수에서 치명적인 방사능 물질들이 기준치의 100~2만배 이상 검출됐다는 그린피스 보고서도 있다.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의 이유로 저렴한 비용을 꼽았단다. 겉으론 예의와 염치를 차리면서 속으론 자국 이기주의에 집착하는 일본의 '혼네'(本音·본심)가 가증스럽다.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는 명백한 반인류 범죄다. 해류를 탄 방사능 쓰레기가 1년도 안 돼 제주와 동해 바다에 도착한단다. 해류를 타고 5대양에 퍼질 것도 당연하다. 일본이 뭐라고 지구 바다 전체를 핵쓰레기장으로 만드나.우리 국민의 방사능 감수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원전에서 사용한 작업복, 장갑, 부품 등 중·저준위 폐기물을 처리하는 경주 방폐장 하나 건설하는데 30년 가까이 걸렸다. 얼마 전에는 월성원전의 정화 전 삼중수소가 기준치를 넘었다는 보도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그런데 일본이 방류한다는 오염수는 방사능 물질이 농축된 고준위 폐기물이다. 방사능 해류가 우리 앞바다에 이르면 통영 멍게가 미야기 멍게가 될 수 있다. 수산업과 국민 식생활에 미증유의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다.정부는 일본 정부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국제기구에 오염수의 객관적 검증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중국도 대일 국제소송을 예고했다. 하지만 미국은 짐짓 무관심한 태도다. 미·중 신냉전의 틈을 노린 일본의 방류 결정은 얄미울 정도로 전략적이다. 정부의 대응만큼이나 일

  • [참성단]LH 공공임대주택

    [참성단]LH 공공임대주택 지면기사

    2012년 6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수원 광교신도시 공공임대 아파트를 분양했다. A16, A23, A24, A27 4개 블록 1천548가구다. 10년간 입주자에게 임대한 후 분양 전환되는 주택이다. 부동산 업계는 A16이 가장 매력적이고, A27, A23, A24 순이라고 봤다. 막상 청약 결과 A27 블록에서 미달사태가 나 같은 해 10월 추가모집을 했다.A27은 672가구로, 4개 블록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단지다. 전용면적 84~135㎡의 중·대형 평형이 주목받았다. 신분당선 상현역 역세권 단지라는 장점도 두드러졌다. 흠이라면 인근 영동고속도로와 용서고속도로의 소음 정도. 부동산 관계자들은 당시 역세권도 아닌 흥덕지구 인접 A23과 A24보다 주목받지 못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LH 직원 1천900명이 지난 10년간 LH 공공임대·공공분양 주택을 계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이 LH로부터 받은 2011~2020년의 전수조사 자료 분석 결과다. 자사 공공임대 주택이 279명, 공공분양 주택 1천621명이라고 한다.임대주택에 입주한 LH 직원 233명 가운데 168명은 수도권에 집중됐고, 이 중 절반이 넘는 93명이 광교지구에 몰렸다. 2012년에만 LH 직원 44명이 공공임대 계약을 했고, 이들 중 33명은 A27 블록에 집중됐다. 세종시에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2명이 계약했다. 공공분양은 503명이 2012∼2015년 진주에 있는 경남혁신도시지구에 계약했다. 진주는 2015년 LH 본사 이전지다.공공임대나 공공분양 모두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이 우선 공급대상이다. 70%는 다자녀 가구나 노부모 부양자, 신혼부부,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국가유공자, 관계기관 추천을 받은 자에게 공급된다. 여기에 LH 직원들이 끼어들기를 한 것이다. 가족 친지까지 합하면 규모는 더 늘어날 거란 추정이다.LH는 이 같은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광교와 세종 지역에 집중된 데 대한 입장은 없다. 미달사태로 추가분양을 한 광교 A27에 LH 직원들이 몰린 까닭이 궁금하다

  • [참성단]보험 적폐

    [참성단]보험 적폐 지면기사

    세계적인 재보험사 스위스리(Swiss Re)가 해마다 발표하는 시그마 보고서를 보면 세계 각국의 보험료 수준을 알 수 있다. 보고서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한국인은 1인당 연간 3천366달러, 약 371만원을 보험료로 지출했다고 한다. 생명보험료로 1천822달러, 손해보험료로 1천544달러다. 세계 19위 수준으로 한국 보험사들의 총 수입보험료는 1천745억 달러에 달한다. 2017년 14위였던 1인당 지출 순위도 떨어지고, 1천812억 달러인 총 수입보험료도 축소됐다.보험업계와 전문가들은 포화 상태인 보험시장의 내리막길을 보여주는 통계라며 걱정한다. 그래서인가 보험사들은 손해율 줄이기에 악착같다.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분쟁이 그치지 않는 이유다. 최근 3년간 암보험 지급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가 398건에 이른다는 경인일보 보도(4월8일자 7면)는, 갑상선암을 둘러싼 보험사와 가입자의 심각한 분쟁을 보여준다. 갑상선 전이암에 대한 보상을 거부하고 갑상선암에 대해서만 소액을 보상하는 보험사들의 횡포가 관련 중재기관에 의해 잇따라 철퇴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었다.보험금을 지급할 때가 돼서야 약관을 들이대는 보험사들의 무책임한 가입자 모집 관행도 문제지만, 고의적으로 보험금을 노린 블랙 컨슈머들도 보험 생태계 전체를 복마전으로 만드는데 일조한다. 지난해 구급차와 고의 사고를 내 고령의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던 택시운전사는 47건의 교통사고에 연루돼 보험금만 1억2천만원을 챙긴 사실이 수사과정에서 밝혀져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병원마다 가벼운 교통사고에도 누워버린 나이롱 환자들이 넘쳐난다. 이로 인한 손해는 무사고 운전자들의 보험료에 전가된다.제2의 건강보험이라는 실손보험은 국민 3천800만명이 가입했지만, 0.5%의 계약자가 지급 보험료의 60%를 받고 90% 이상의 가입자는 보험금을 청구하지도 않았다. 대다수 가입자들이 소수의 의료 쇼핑을 부조하면서 보험료 인상까지 부담할 판이다.보험 가입자 대다수가 약관 횡포를 앞세운 보험사들의 이익과 비양심적인 가입자들의 보상금 독식의 희생양이 되

  • [참성단]곤지암소머리국밥

    [참성단]곤지암소머리국밥 지면기사

    경기 광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해장국 '효종갱'과 소머리국밥이 있다. 뼈를 우린 육수에 얼갈이 배추와 콩나물을 넣은 효종갱은 조선 양반들의 숙취 해소용으로 사랑받았다. 소머리국밥은 뼈와 고기를 삶고, 여기에 소머리 고기를 넣어 뚝배기에 푸짐하게 담아낸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하룻밤 묵으며 보양식으로 먹던 음식으로 전해진다.1980년대 초, 최미자 할머니가 생계를 위해 소머리국밥집을 열었다. 광주시 실촌면(현 곤지암 읍) 곤지암리 신작로 골목 10평 남짓 실내에 테이블 4개를 놓았다. 연탄불에 은근하게 고아낸 국밥은 주변에 입소문이 났고, 단골이 늘어났다. 때마침 중부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인근에 골프장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줄까지 서게 됐다.최미자 소머리국밥은 3차례 자리를 옮겼다. 스키장을 갖춘 곤지암리조트가 개장한 뒤 스키어들의 성지가 됐다. 추운 날씨에도 대기표를 받아야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국밥을 맛볼 자격을 얻는다. 손 크고 인심 후한 할머니지만 주당들은 반기지 않는다. 술은 테이블당 1병만 허용된다. 술을 과하게 즐겼던 애들 아빠를 징그럽게 싫어했다고 한다.중부고속도로 나들목이 개설되고, 자동차에 내비게이션이 달리면서 곤지암 소머리국밥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주말이면 골퍼들과 스키어들이 몰려 30~40m씩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관광버스가 단체 손님을 실어 날랐다. 경상·전라·충청에서도 식객들이 찾아왔고, 한때 20곳 넘는 국밥집이 운영됐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경기침체와 광우병 파동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현재는 원주민이 주인인 '동서소머리국밥'과 '구일가든' 등 7개 업소가 맥을 잇고 있다.지역 상공인들과 식당 업주들이 가칭 '곤지암 소머리국밥 축제'를 추진한다. 침체한 지역경제를 살리고 국밥의 명품화를 통해 특화하자는 취지다. 광주시도 정체상태인 곤지암읍 활성화를 위해 소머리국밥을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음식 문화거리 지도와 종합 안내도를 제작하고 경강선 역 10분 거리라는 장점을 알리는 전철 내 광고판도 설치하기로 했다.소머리국밥은 전국구

  • [참성단]백신 딜레마

    [참성단]백신 딜레마 지면기사

    로이터 통신이 최근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300만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주목할 대목은 사망자 증가 속도다.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누적 사망자가 200만명에 이르기까지 1년이 걸렸는데, 불과 3개월 만에 100만명이 추가됐다고 한다.세계 각국이 백신 접종 경쟁에 돌입했지만, 코로나19에 희생되는 인류의 고통은 진행형이다. 외신이 전하는 남미의 재확산세는 심상치 않다. 엊그제 24시간 사망자가 처음으로 4천명 선을 넘었다는 브라질은 침통하다. 봉쇄도 마스크도 없이 유유자적하던 보우소나루 정권을 향해 민심이 분노한다. 브라질발 변이 바이러스에 이웃 국가들의 피해도 막심하다.백신 접종 모범국인 이스라엘과 칠레의 상반된 접종결과도 황당하다. 전체 인구의 52%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이스라엘은 1만명대 신규 확진자가 수백명대로 줄고 중환자와 사망자 수도 급감했다. 2월부터 봉쇄를 해제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회복했다.반면에 남미의 접종 선진국 칠레는 국민의 36% 이상이 백신을 맞았지만, 지난주에만 약 5만명의 신규확진자가 발생하고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다. 급기야 제헌의회 선거를 연기하고 수도 산티아고에 재봉쇄령을 발동했다. 천당과 지옥과 같은 결과의 다양한 원인에 양국의 백신 차이도 포함됐다. 이스라엘은 화이자 백신만 쓴 반면, 칠레는 접종 백신의 90%가 시노백이었다.현재 인류가 접종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모두 유전자 작동원리에 기반한 백신이다. 전 지구적 위기라는 절박한 상황 때문에 임상실험 단계가 축소되거나 생략됐다. 접종과 임상실험이 동시에 진행 중인 최초의 백신들이다. 안정성, 지속성, 후유증이 모두 오리무중이다. 유럽 의약품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전증의 상관관계를 인정한 것은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하지만 대안이 없다. 코로나19 게임 체인저는 백신과 치료제다. 치료제는 임상실험 단계에 있고 백신은 부족하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까. 부작용의 손실보다 집단 접종의 이익이 훨씬 크다. 우리 국민도 부작용에 대한 공포보다는 백신 접종으로 일상을 회복하려는 염원이 더 클

  • [참성단]'생태대첩'(?)

    [참성단]'생태대첩'(?) 지면기사

    "처마 끝에 명태明太를 말린다/ 명태明太는 꽁꽁 얼었다/ 명태明太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중략)/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明太다(후략)" 시인 백석이 20대 시절 함경도에 머물면서 지은 '멧새 소리'라는 시다. 자신을 언 채로 말려지는 길고 파리한 명태로 단정한 청년 백석의 시적 감수성이야 해석이 분분할테지만, 명태의 원적지 함경도가 아니었다면 시의 정서는 반감됐을게다. 함경도 명천의 태(太)씨 어부가 잡았다 해서 명태 아닌가.베링해~오오츠크해~동해의 한류에 의지하는 명태는 오랜 세월 백성의 물고기였다. 한겨울 뿐 아니라 늦봄까지 그물 가득 올라왔단다. 겨우내 동태로 실컷 먹고도 남아, 말려서 사시사철 먹는 북어(北魚)는 태자 돌림 별칭이 수십여개다. 한국전쟁 중에도 시인 양명문이 읊은대로 "에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되어 시인의 시가 되고 안주가 됐다.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라는 양명문의 '명태'는 국민 생선에 대한 예찬으로 손색이 없다.하지만 명태를 생태로 먹기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냉장유통이 언감생심이던 시절에 바닷가 사람이나 누릴 호사였을테다. 지금이야 선어는 물론 활어마저 하룻밤 사이 전국으로 유통되는 시절이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바다 연안태는 2000년대 들어 씨가 말랐다. 일본산 생태도 동일본 원전사고 이후 수입이 끊겼다. 음식점에서 내놓은 명태는 모두 냉동 원양태이거나 수입태다. 생태는 없다.사라진 생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판을 팔팔 끓였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제기한 내곡동 토지 특혜보상 의혹이 선거 막판 생태탕 논란으로 번졌다. 오 후보가 16년 전 문제의 토지 측량에 동행한 뒤 자신의 생태탕집에서 식사를 했다는 주인장 모자의 증언이 나오면서다. 오 후보는 부인하지만, 박 후보는 증언을 앞세워 거짓말로 단정했다. 특혜보상 진위 논란을 생태탕 식사 진위 공방이 덮었다.민주당은 생태탕집 주인 모자를 의인이라며 경찰 보호를 요청하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생떼탕'을 끓인다며 흑색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