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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이건희 컬렉션' 이동작전

    [참성단]'이건희 컬렉션' 이동작전 지면기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이것은 강도다: 세계 최대 미술품 도난 사건'은 미국 보스턴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 도난 사건을 다룬다. 경찰관 복장을 한 2인조 남성 용의자가 경비원을 제압해 포박한 뒤 81분 동안 내부를 돌면서 13개 작품을 훔쳐 유유히 사라졌다. 사건은 '성 패트릭 날'인 1990년 3월18일 새벽에 발생했다.도난당한 명화는 렘브란트, 마네, 드가 등 전설적인 거장들의 작품이다. 가치를 환산하면 현재 감정가로 5억 달러(약 5천600억원) 수준이고, 당시로는 2억 달러로 평가된다. 박물관 측은 1천만 달러란 거금을 보상금으로 내걸었으나 30년이 지나도록 미제로 남아 있다.범인들은 고가의 미술품을 겨냥했으나 부주의하며 거칠게 다뤘고, 가치가 높지 않은 화병을 가져가기도 했다. 용의자 추정을 헷갈리게 하려는 의도된 행동으로 추정된다. 4부작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는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뒤 박물관의 허술한 관리 실태를 조명하고 누가 훔쳤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당국의 압박으로 입지가 좁아진 보스턴 지역 마피아 단체 소행으로 추정했으나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국립중앙박물관이 이건희 컬렉션 이동작전에 돌입했다고 한다. 물동량은 자그마치 고미술품 2만1천693점이나 된다. 호암미술관과 삼성미술관 리움 양쪽에 소장된 유물을 중앙박물관 수장고 내 별도 공간으로 '훼손 없이 안전하게' 옮기는 유물 대이동이다. 작전 수행에 도움을 주려 삼성 측은 무진동 차량 등 유물 전문 운송 차량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중앙박물관은 기증 유물 보관을 위해 1천㎡ 규모의 '이건희 수장고'를 마련했다고 한다. 온도는 물론 지진과 화재에도 피해가 없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워낙 방대한 수량에 작업 과정이 까다로워 이동을 마치더라도 등록까지는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중량이 큰 석조물들은 아직 목적지를 정하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고가의 예술품은 장소를 옮길 때가 가장 위험하다. 신출귀몰한 절도수법은 영화와 소설의 단골 소재다. 가드너 박물관 사건은 보안장비가 허술하기 짝이 없

  • [참성단]노동의 위기

    [참성단]노동의 위기 지면기사

    지난 1일 노동절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노동단체들의 집회와 행진이 벌어졌다. 코로나 재난으로 인한 구조조정을 반대하고, 비대면 사회를 지탱하는 플랫폼 노동자와 서비스 노동자들의 권리향상 등 노동계의 요구가 빗발쳤다. 민주노총은 하반기 총파업도 예고했다.소년 노동자 출신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 "지금 대한민국의 노동이 위기에 놓였다"며 "땀흘려 일한 근로소득으로는 급격히 벌어지는 자산격차를 따라갈 수 없어, 대한민국은 땀의 가치가 천대받는 사회로 전락해가고 있다"고 했다.이 지사가 우려한 대한민국 노동의 위기는 청년세대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MZ세대는 노동의 가치에 절망한 상태다. 경실련 분석대로라면 임금 노동자가 서울 아파트를 사려면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36년을 모아야 한단다. 이 정부 들어 15년이 늘었단다. 임금의 30%를 저축해 아파트를 사려면 118년이 걸린다니 평생 노동해도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하고 죽는 셈이다.프랑스 격언에 '젊은이는 희망에 살고 노인은 추억에 산다'는 말이 있다. 노동의 가치에 절망하고 분노한 대한민국 청년들이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에서 일확천금의 꿈을 키운다. 곳곳에서 터지는 성공사례가 이들의 희망봉이다.떼돈을 번 일부 동학개미, 서학개미를 추종하는 개미군단들이 주식시장의 큰 손이 됐다. 밤새워 미국 주식을 거래하느라 직장에선 졸고 있는 청년 직원들이 주식시장이 탄광이라면 가상화폐 시장은 금광이다. 수개월, 수년 사이에 수십, 수백억원의 투자 차익을 챙겼다는 대박 사례가 속출한다. 400억원의 비트코인 수익을 내고 퇴직을 선언한 '삼성전자 형'의 뒤를 잇겠다는 수많은 청년들이 코인 광풍에 몸을 실었다.적금을 깨고 대출 받아 주식과 가상화폐에 영혼을 바친 청년들의 눈에 핏발이 서렸다. 투자환경에 영향을 미칠 정책에 불을 켜고 반대한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주식 공매도로 주식시장이 철렁 가라앉으면 난리가 날 것이다. 정부와 여야 정당은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가상화폐 규제를 머뭇댄다.부동산이 노동의 가치를 조롱하자 청년들

  • [참성단]자녀의 성(姓) 결정권

    [참성단]자녀의 성(姓) 결정권 지면기사

    1980년대 소개팅이나 미팅 자리에서 청춘들은 호구조사가 먼저였다. 단일 본 성씨인 경우 같은 성을 가진 이성이 나오면 서둘러 자리를 떠야 했다. 오랜 세월 동성동본(同姓同本) 간 혼인은 관습상 금기시됐고, 법으로도 금했다. 동본이란 죄로 혼인신고를 못해 자녀에게도 피해가 대물림되는 등 폐해가 심각했다. 극단적인 선택도 많았다. 여성·시민단체가 나서고 각계의 진정이 잇따랐다. 2005년 법이 폐지되면서 8만여 쌍이 족쇄를 벗어났다고 한다.호주제(戶主制)는 승계 순위를 아들, 딸(미혼인 경우), 처, 어머니, 며느리 순으로 정해 남아 선호 풍조를 조장했다. 가족 구성원이 호주에게 종속돼 자율성과 존엄성을 부정하고 평등한 가족관계를 해쳤다. 여성은 혼인 전엔 아버지 호적, 결혼 뒤 남편 호적, 남편 사망 뒤 아들 호적에 올랐다. 뿌리 깊은 가부장제를 깨부수겠다며 한 이혼녀가 낸 위헌소송이 헌법불합치로 결정되면서 2000년대 후반 폐지됐다.자녀의 성(姓)을 정할 때 부모 협의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부성(父姓)이든 모성(母姓)이든 상관없이 자율 결정이 가능해지는 거다. 자녀의 성을 결정할 시점도 혼인신고가 아닌 출생신고 때로 바뀐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의 핵심 내용이다. 다양성과 보편성, 성 평등을 지향하면서 수혜자를 혼인·혈연관계 중심의 '정상가족'에서 벗어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부성 우선주의'를 벗어나자는 취지에서다.'혼인 중 출생자'와 '혼인 외 출생자' 구분도 폐기된다. 법률혼과 혈연가족 밖에 있는 비혼 동거 등 가족 형태도 법·제도 안으로 들어온다. 비혼 여성의 단독 출산을 위한 사회적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방송인 사유리로 인해 관심이 높아졌으나 여성 단독 출산을 위한 정자 기증은 불가능하다.성리학(性理學)을 추앙한 조선 시대는 남존여비(男尊女卑)의 극성기였다. 아내가 아들을 낳지 못하면 내쫓을 수 있는 권리(칠거지악·七去之惡)를 줬다. 불과 100여 년 전이다. 서울·부산시장 보선 뒤 20대 페미니즘 논란이 뜨

  • [참성단]'이건희 컬렉션'

    [참성단]'이건희 컬렉션' 지면기사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가족들이 28일 전무후무한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을 공개했다. 우선 26조원이라는 이 회장의 유산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진다.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들이 납부할 상속세 12조원은 지난해 정부 상속세 세입의 3~4배란다. 서민들에겐 비현실적인 숫자다. 사회환원 계획도 역대급이다. 감염병 예방 인프라 건설과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환자를 위해 1조원을 기부한다.하지만 압도적인 현금의 향연도 '이건희 컬렉션' 기증에 비하면 초라하다. 유족들은 이 회장이 수집한 1만1천여건, 2만3천여점의 미술품을 국·공·사립 박물관, 미술관에 기증한다. 작품 면면이 경이롭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와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1393호)' 등 국가지정문화재만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이다.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장욱진은 물론 모네, 피카소, 르누아르 등 국내외 근·현대회화 거장들의 명작들이 즐비하다.호사가들은 3조원가량이라는 감정가를 놓고 입방아를 찧지만, 당대 최고라는 '이건희 컬렉션'은 실제 시장 가격에 호환불능의 무형의 가치를 더하면 금액으로 환산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하다. 미술계가 '이건희 컬렉션' 기증을 경악할만한 사건으로 평가하는 이유다.가장 큰 수혜자는 지정문화재 60건을 포함해 고미술품 2만1천600여점을 기증받는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조 단위의 작품과 유물들을 거저 받아 국립의 품격과 위상이 치솟았다. 올해 소장품 구입예산 40억원으로는 꿈도 꿀 수 없던 일이다. 국내외 근·현대 거장들의 작품 1천600여점을 기증받는 국립현대미술관은 비로소 근·현대 회화의 역사성을 완성할 수 있게 됐다. 모네, 달리, 피카소, 샤갈, 르누아르, 고갱의 작품은 '덤'이라기엔 배보다 큰 배꼽일테다. 제주도의 이중섭미술관도 이번 기증으로 제대로 '이중섭미술관'이 될 모양이고 대구미술관·전남도립미술관·박수근미술관도 이름값이 가능해졌다.박물관, 미술관만 횡재한 것이 아니다. 작품을 관람하는 국민 모두가 수혜자다. 정부가 감사 성명을 발표해도

  • [참성단]시대착오적인 군대 밥상

    [참성단]시대착오적인 군대 밥상 지면기사

    1812년 러시아 정벌에 나선 나폴레옹의 군대는 모스크바를 점령할 때까지는 천하무적이었다. 하지만 식량 보급선은 끊어지고 모스크바엔 먹을 것이 없었다. 식량 대신 약탈품을 가득 채운 군대는 퇴각하면서 자멸했다. 거란군은 호기롭게 고려 국경을 넘었지만 식량 한 톨, 물 한 모금 남기지 않은 고려의 청야전술에 배를 곯다가 퇴각하던 중 귀주에서 강감찬에게 몰살당했다. 최강의 군대도 병사가 굶주리면 순식간에 당나라 군대가 된다.6·25 전쟁 때 정부가 급조한 국민방위군은 식량 없는 군대의 비극을 보여준다. 이승만 정부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북한 인민군의 전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민방위군을 설치한다. 60만여명의 수도권 장정들이 국민방위군에 편입돼 부산 등 후방 집결지로 행군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와 군 고위층이 국민방위군 예산을 횡령했다. 구걸로 연명하는 국민방위군의 행군은 죽음의 행렬이었다. 엄동설한에 굶어 죽고 얼어 죽은 장병이 수만명으로 추정될 뿐 70년 가까이 비극의 진상과 보상은 전설로 희미해졌다.최근 부실한 군대 급식을 고발하는 병사들의 제보 사진과 글들에 정부를 성토하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휴가 후 귀대해 자가격리 중인 병사들에게 제공된 도시락 사진들은 기막히다. 밥반찬으로 나물 한 줌과 깍두기 두 조각, 통조림 햄 한 조각에 김 몇 장이다. 노숙자 무료급식도 이보다 낫다 싶어 부아가 치민다. 1천원짜리 생일상 사진도 가관이다. 생일 병사에게 제공해야 할 1만5천원짜리 케이크 대신 생일 초를 꽂아넣은 1천원짜리 빵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경인일보가 보도한 군부대 생일병사 떡케이크 납품 문제(3월23·24일자 1면 보도)는 괜한 지적이 아니었다.카투사를 선망했던 시절이 있었다. 미군과 같이 먹는 급식이 한국군의 '짬밥'과는 천지 차이였던 이유도 컸다. 하지만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고, 군대 밥 좋아졌다고 믿은 지도 꽤 됐다. 그만큼 부실한 병영급식 사진들은 충격적이다. 장병 1인의 한 끼 단가가 2천930원으로 중·고교 급식단가의 절반이라니 한참 잘못됐다. 눈 깜짝할 사이

  • [참성단]배우 윤여정의 조연

    [참성단]배우 윤여정의 조연 지면기사

    두 살 터울인 조영남과 윤여정은 70년대 초, 음악다방에서 처음 만났다. 피아노 앞에 앉은 조영남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윤여정은 '한국에도 저렇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구나'하고 천부적 재능에 감탄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1974년 결혼해 두 아이를 두었으나 1987년 이혼했다. 윤여정은 육아를 위해 연예활동을 접고 미국행을 택할 정도로 가정에 충실했으나 조영남이 다른 여자와 외도를 하면서 파경을 맞았다.얼마 전, 조영남이 방송에 나와 "내가 바람을 피워 이혼한 것이다. 그때(일이) 이해가 안 된다. 왜 애들을 두고 바람을 피웠는지 이해가 안 된다. 머리가 나쁜 거다.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지난날을 후회하는 듯한 발언이다. 그와 친하다는 방송인 유인경은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혼 뒤에도 워낙 미련을 못 끊고 있으니 가수 이장희의 권유로 꽃을 보냈는데, '한 번 더 갖고 오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다"는 거다.윤여정이 1980년대 한인(韓人) 가정의 미국 이민사를 그린 영화 '미나리'로 2021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다른 후보들과 어찌 경쟁이 되겠는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했다. 두 아들이 일하러 나가라고 해 열심히 일했는데 고맙게도 상을 받게 됐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됐다. 1957년 영화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두 번째 아시아 배우다.방탄소년단을 앞세운 K-팝에 이어 K-무비가 주목을 받는다. 지난해 한국 영화 '기생충'은 감독상과 작품상 등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올해는 미나리가 6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글로벌 유통망을 가진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된 국내 작품이 최상 순위에 자주 오른다.윤여정은 데뷔 첫해인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군인이던 조영남은 짧은 머리를 하고 시상식에 나와 축하해줬다. 옛 연인이 세계적인 연기자 반열에 오르는 장면을 TV로 지켜봤을

  • [참성단]가상화폐의 미래

    [참성단]가상화폐의 미래 지면기사

    "내가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다." 지난해부터 경제, 금융 전문가들이 국내 주식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의 거품을 경고할 때마다 인용된 아이작 뉴턴의 한탄이다.뉴턴은 18세기 초 설립된 남해회사 주식을 샀다. 영국 정부의 채권을 인수하는 대신 남미와의 무역독점권을 보장받은 주식회사였다. 하지만 기대했던 노예무역이 무산되자 남해회사는 대정부 로비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주식을 공개한다. 회사는 금광 발견 등 가짜뉴스까지 퍼트려 주가 상승에 올인했다. 국민 사이에 주식 매수 광풍이 불었다. 뉴턴도 차익을 실현한 재미에 추격매수에 나섰던 모양이다. 하지만 거품은 꺼졌고 뉴턴도 2만 파운드, 지금 돈으로 20억원을 날렸단다. 이 모든 일이 1720년 한 해에 있었던 일이다.지난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적대적 발언으로 가상화폐 시장은 벌집을 쑤신 형국이다. 은 위원장은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고 투자자 보호계획도 없으며 상당수 가상화폐 거래소가 폐쇄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가상화폐 거래에 과세한다는 방침은 분명히 했다.시장의 반응은 확연하게 엇갈린다. 은 위원장의 경고를 가상화폐 시장의 버블을 경계하는 확실한 경고등으로 받아들이는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이 때문에 대장 코인인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하지만 주말을 지나면서 가상화폐의 가치를 지지하는 투자자들의 저항으로 보합세가 유지되고 있다. 주식에서 가상화폐로 갈아탄 20대들은 "조폭도 자릿세를 받은 상인은 보호해준다"며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언급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가상화폐의 미래는 오리무중이다. 지금은 카지노 칩처럼 투자자에게만 의미있는 화폐다. 칩이 카지노 밖에선 플라스틱 쪼가리에 불과하듯, 비트코인도 실물 시장에선 아무 의미가 없다. 투자가 계속 유지되려면 가상화폐 가치가 무한하게 상승해야 하는데, 세상에 그런 재화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카지노 조명이 꺼지고 화투판 담요를 걷어 버리면 칩도 바둑알도 무의미해진다. 화폐 발행권을 쥔 정부가 "이제 끝"을 외치면 정말 끝

  • [참성단]'유럽축구 슈퍼리그'

    [참성단]'유럽축구 슈퍼리그' 지면기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 중 최강 리그는? 독일·영국 리그는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거친 몸싸움이 특징이다. 스페인은 화려한 개인기에 고난도 기술축구가 돋보이고, 이탈리아는 빗장 수비에 이은 반격이 매섭다. 장·단점이 분명하고 개성이 강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유럽 축구리그 수준을 간접 평가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다. 각국 리그 최상위 32개 팀이 참가해 예선리그와 토너먼트를 거쳐 우승팀을 가린다. 유럽 명문 구단의 각축장이자 천문학적 매출이 뒤따르는 꿈의 무대다. 유럽 축구팬들은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대회보다 챔피언스리그에 더 열광한다.지구촌 축구팬을 놀라게 하는 뉴스가 나왔다. 축구 슈퍼리그(ESL)의 출범 소식이다.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 등 프리미어 리그 6개 구단과 AC밀란, 인터 밀란, 유벤투스(이상 이탈리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등 12개 구단이 참여한다고 선언했다. 미국자본인 JP 모건이 46억 파운드(약 7조2천억원)을 투자한다는 속보가 전해졌다.리그 운영방식은 챔피언스리그와 유사하다. 15개 팀이 주말 경기를 벌인 뒤 상위 팀끼리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린다. 오는 8월에 시작해 내년 4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 등 슈퍼스타들이 뛰게 된다. 주말마다 챔피언스리그 수준의 게임을 볼 수 있다.하지만 영국은 물론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 각국 축구협회가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참가 구단은 기존 리그에서 퇴출하고, 소속 선수는 각종 대회 참가를 막기로 했다. 프리미어리그 6개 구단은 즉각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탈퇴를 선언했다. 슈퍼리그 출범 자체가 어렵게 됐다.'꿈의 리그'를 향한 당찬 도전은 멈춰 섰다. 빅(Big)클럽 위주의 폐쇄적인 리그 운영에 비판 여론이 거세고, 양대 축구 연맹이 가로막는다. 하지만 허를 찔린 담대함에 놀란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재주는 구단·선수가

  • [참성단]양주시 노인의 기적

    [참성단]양주시 노인의 기적 지면기사

    총격으로 머리 관통상을 당하고도 살아남기는 힘들다. 총기 난사 사건이 일상인 미국에선 드물지만 이런 기적이 일어난다. 2012년 70여명의 사상자를 낸 콜로라도 총기 난사 사건의 피해자 패트라 앤더슨은 4발의 총알을 맞았고, 1발은 코를 관통하고 뇌를 관통해 두개골 뒤편에 박혔다. 하지만 총알 제거 수술을 받고 회복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신의 보호"라 했다.2001년 애리조나 총기 난사 사건은 더욱 극적이다. 범인은 연방 하원의원 개비 기포드를 표적으로 삼았다. 6명이 희생됐고 기포드 의원도 총알이 뇌를 관통하는 중상을 당했다. 하원의원을 노린 총기 난사에 미국인은 충격에 빠졌고 그녀의 쾌유를 기원했다. 신의 가호인지 수술은 성공했다. 하지만 언어장애와 실명 등 심각한 후유증으로 의원직은 사퇴했다. 이후 총기규제 전도사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최근 양주시의 박모씨에게도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 5일 70대인 박씨는 유해조수구제단원이 발사한 산탄에 총상을 입었다. 1발의 산탄엔 다수의 총알이 들어있어 목표물 공격 반경을 넓혀준다. 피해자는 신체 여러 곳에 총상을 당했는데 총알 1개는 우뇌를 관통했다. 양주소방서 구급차는 피해자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에 신속하게 이송했다. 외상센터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수술을 무사히 마쳤고, 현재 피해자는 일반 병실에서 회복 중이라고 한다.박씨의 구사일생은 양주소방서의 신속한 호송과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의 즉각적인 대응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오인 사격 사고를 냈지만 유해조수구제단원의 지체없는 신고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우뇌를 관통당하고서도 살아남은 건 기적에 가깝다.현재 경찰은 유해조수구제단원을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란다. 사고 당일 양주시의 요청으로 유해조수 포획에 나섰다가, 나물을 뜯던 박씨를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냈으니 처지가 딱하다. 하지만 박씨에겐 치명적인 사고였으니 법적 처벌을 피하긴 힘들테다. 그래도 관청의 요청으로 농가피해를 막기 위한 유해조수 포획 중 벌어

  • [참성단]'군 가산점제도' 부활(?)

    [참성단]'군 가산점제도' 부활(?) 지면기사

    1979년 제대군인 우선 채용을 명시한 매사추세츠주 법률이 헌법의 평등조항을 위반한다는 위헌 심판에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은 이랬다. "군필자 우선 고용권은 군복무의 희생에 대한 보상, 제대 후 사회 복귀를 위한 편의, 애국적 임무수행의 조장 및 충성스럽고 규율 있는 인력들을 주정부 공무원으로 유도하기 위해 고안된 방안으로써 전통적으로 정당화되어 왔으므로 합헌이다."1998년 7급 공무원 시험에 낙방한 이화여대생들과 연세대 남성 장애학생이 군복무 가산점제도 때문에 떨어졌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1999년 평등권,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심판으로 군 가산점제도를 폐지시켰다. 남성들의 군복무 불이익을 여성과 장애인의 불이익으로 해소할 수 없으니 군 가산점 이외의 방법으로 보상하라는 취지였다.군 가산점제도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과 우리 헌재의 판결이 다른 건 국방환경이나 사회·문화적 수용성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미국 사회는 군 가산점제도를 정당화한 전통을 계속 감당할 수 있었던 반면, 우리 사회는 법적으로 국방의 의무에서 배제된 여성과 장애인이 겪는 차별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세월이 흘러 상황이 일변했다. 특히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진입 장벽은 거의 사라지고 진출 분야도 거의 제한이 없다. 오히려 교단에서는 남자 교사를 보기 힘든지 꽤 됐다. 남성들은 국방의무 자체를 역차별로 주장한다. 20대 남성(이대남)은 또래 여성과의 경쟁이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민감해진 공정과 정의의 감수성으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남불을 심판했다.혼비백산한 민주당에서 이대남을 향한 구애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용기 의원은 군 가산점제도 부활을 주장한다. 여성들도 군 가산점제도 부활을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앞세워 개헌도 불사한단다. 박용진 의원은 '남녀평등복무제' 도입을 제안했다. 여성도 징병하자는 국민청원엔 6만명이 넘게 동의했다.여당 의원들의 주장과 제안이나, 일도양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군 가산점 부활은 사회·문화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