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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참성단]'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지면기사

    42.195㎞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은 체력뿐 아니라 강인한 정신이 겸비돼야 한다. 레이스 내내 선수들은 완주와 포기 사이에서 갈등한다. 아테네 병사가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달려온 거리가 더 길었다면 올림픽 종목이 될 수 없었을 것이란 우스개가 있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만으로 박수를 받는 유일한 스포츠 종목이다.마라톤은 우리 민족에도 특별하다. 나라 잃은 암울한 시기 손기정은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 민족 영웅이 됐다. 2시간 30분대를 깬 세계신기록이었으나 일장기를 단 비운의 주인공이다. 서윤복은 1947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2시간 25분 39초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다. 동양인으로서 처음인데, 손기정이 그의 감독이었다.이후 침체기를 겪은 한국 마라톤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가 우승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이어 이봉주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며 마라톤 강국의 계보를 이었다. 지난 2000년 그가 세운 2시간 7분 20초의 한국신기록은 21년째 난공불락이다.이봉주는 평발에 짝발(왼발 253.9㎜, 오른발 249.5㎜)이란 치명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마흔 살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165㎝ 단신에 왜소한 몸체, 친근한 인상으로 '국민 마라토너'로 사랑받았다. IMF 사태 때 박세리와 함께 희망과 용기가 됐다. 은퇴 이후엔 방송인으로 변신,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존재를 알렸다.국민 마라토너가 예기치 않은 시련을 맞았다. 1년 전부터 원인 불명의 근육 긴장 이상증을 앓고 있는 근황이 전해지면서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병명은 난치병으로 분류되는 '근육 긴장 이상증'이라고 한다. 의지와 무관하게 근육이 꼬이거나 목이 뒤틀리면서 돌아가는 등 통증을 동반한 근육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얼마 전 방송에서 그의 불편한 거동을 본 시청자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고향인 충남 천안에서는 '이봉주 선수 도와주기 운동'에 나섰다. 시와 체육회가 후원회를 결성하고 그의 이름을 건 전국 마라톤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한다.그는 '병마와 싸워

  • [참성단]쿠오모를 버리는 미국 민주당

    [참성단]쿠오모를 버리는 미국 민주당 지면기사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지난해 코로나19 시국에서 천당에 있었다. 111일 이어진 일일브리핑으로 코로나19 방역을 진두지휘했다. 노마스크를 외친 트럼프와 대비됐다. 마스크를 벗은 청년들을 꾸짖고, 시민이 선물한 마스크 1장에 눈시울을 붉혔다. 미국 대중들은 '행동하는 대통령(CuomolsTheActingpresident)'이라는 트위터 해시태그로 그를 지지했다.하지만 지난해 연말 뉴욕주 요양원 사망자 축소의혹이 터진데 이어 연쇄적인 성희롱 스캔들로 지옥에 떨어졌다. 비서, 보좌관, 참모 등 여성 측근 6명이 강제 입맞춤, 성생활 질문, 강제 포옹 등 그에게 당한 성희롱을 폭로했다. 쿠오모는 부정하고 뉴욕주 검찰은 조사 중이다.쿠오모의 사퇴가 여론의 중심에 놓였다. 여론조사(시에나대 연구소) 결과는 정치적이다. 뉴요커 50%가 당장 사임을 반대한 반면, 사임을 지지하는 여론은 35%였다. 공화당 지지자의 3분의2는 사임을 찬성하고, 민주당 지지자 61%는 반대한 결과였다. 민주당 소속인 쿠오모를 지지하는 민주당원들의 결속은 성희롱 충격에도 무너지지 않았다.놀라운 건 민주당 정치인들이다. 뉴욕주의회 안드레아 스튜어트-커즌스 상원의장과 칼 헤스티 하원의장이 모두 쿠오모의 사퇴를 요구했다. 연방 하원의 민주당 의원들도 거들고 나섰다. 급기야 바이든 대통령도 쿠오모의 기소를 예상하며, 사임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민주당원들은 쿠오모를 지지하지만, 민주당 정치인들은 쿠오모 대신 피해 여성 편에 섰다.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의 지난 17일 기자회견 이후 많은 일이 벌어졌다. 피해자 기자회견의 핵심 메시지는 '2차 가해를 중단'과 '살고 싶다'였다. 여론이 공감했다. '피해호소인' 공동 작명자로 지목된 남인순, 진선미, 고민정 의원이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선거캠프에서 사퇴하고, 김태년 민주당 대표 대행이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재차 사과한 배경이다.반면 박 전 시장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2차 가해도 여전하다. 일부 친문 지지자들은 사과를 한 고 의원도 "왜 도망치냐"고 비난할

  • [참성단]알몸으로 절이는 중국 김치

    [참성단]알몸으로 절이는 중국 김치 지면기사

    한국 김치는 발효 음식이다. 신라 때부터 젓갈을 사용해 묵은지를 최장 6년까지 저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김치 냉장고는 오랜 기간 부패하지 않고 보관한 지혜를 현대 문명으로 개량한 것이다. 반면 중국 김치는 발효가 아닌 절임이다. 그저 소금을 치고 간단한 양념으로 버무리는 방식이다. 저장 기간도 1주일이 한계다.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김치는 김치라 하지 못한다. 풀무원과 CJ제일제당 등 국내 식품 제조기업들은 중국에 수출하는 김치나 김치 관련 제품에 파오차이라 명기한다. 파오차이는 중국 쓰촨성 주민들이 수천 년 전부터 만들어 먹은 절임 채소를 말한다. 피클과 비슷한 모양새로 김치의 의미로 쓰인다.동북공정을 통해 한반도 역사를 날조한 중국은 김치도 자신들의 음식 문화라고 소개한다. 명백한 사실 왜곡이고, 주작이다. 문제는 글로벌 포털사이트 구글이 중국이 김치 원조국이라고 표기한다는 거다. 외국인들이 중국의 원조 조작을 사실로 받아들이기 딱 좋은 환경이다.중국은 한국인 대표 음식 비빔밥도 넘본다. 중국 회사가 만든 차돌박이 돌솥 비빔밥이 국내 TV 드라마에 등장했다. 이 제품은 중국 내수용으로, 시중에서 구할 수 없다. 한국 드라마의 영향력을 통해 제품홍보를 노린 것이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한국 연기자가 맛있게 먹었지만, 정작 이 제품은 시중에서 구할 수 없다. 중국어 용기에 담긴 비빔밥을 본 해외 시청자들이 중국 음식으로 오해할 수 있다.중국산 김치를 내놓는 식당들에 식객들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한다. 국내 소비자들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중국 김치 공장의 토악질 나는 실태를 봤기 때문이다. 알몸의 인부가 누런 물이 담긴 통에 들어가 맨손으로 배추를 휘젓는다. 구덩이 속 무를 한 남자가 발로 밟고 다니기도 한다. 녹슨 굴착기로 절인 배추를 옮긴다. 안 봤으면 모르나 이런 비위생적인 장면을 보고 중국 김치를 먹겠다고 할지 의문이다.이웃 나라를 대하는 중국의 소인배적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살만하니 뵈는 게 없다는 오만한 태도다. 역사를 뜯어고치고 먹거리까지 조작한다. 역사·문화적 우월성

  • [참성단]박원순 피해자의 호소

    [참성단]박원순 피해자의 호소 지면기사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17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전 시장을 고발한 지 252일 만에 언론 앞에 선 것이다. 그녀와 연대했던 여성단체 대표들이 함께한 회견 명칭은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집단적인 2차 가해에 묻혀 온 현실을 반영한 작명이다. 주최 측과 기자단은 피해자의 노출을 철저히 막기 위해 영상촬영과 녹취행위 금지에 합의했다고 한다. 그동안 피해자가 당한 2차 가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보여준다.피해자의 처지는 절박했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고,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 설 자리가 없다고 느꼈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호소는 간곡했다. 2차 가해를 향한 분노는 컸다. "'사실의 인정'과 멀어지도록 만들었던 피해호소인 명칭과 사건 왜곡, 당헌 개정, 극심한 2차 가해를 묵인하는 상황들.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저는 불쌍하고 가여운 성폭력 피해자가 아닙니다. 저는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는 존엄한 인간입니다.", '그분의 위력'에서 벗어나려는 용기는 뜨겁다.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원인은 박원순, 오거돈의 성폭력 사건이다. 하지만 정권유지와 정권탈환의 전초전이라는 정략적 프레임이 선거판을 지배한다. 800억원짜리 보궐선거의 원인에 대한 성찰은 없다. 여권은 박원순의 유산에 집착한다. 우상호는 "박원순이 우상호이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고 했다. 김진애는 "박원순의 족적이 눈부시다"고 했다. 박영선은 '피해호소인' 작명자들을 선거 캠프에 모셨다. 검사 진혜원의 조롱은 양반이었다. 야당은 피해자의 일상회복에 관심이 없다. 대여 공세의 도구로 소비할 뿐이다. 피해자의 피해와 여당의 난처한 상황이 유지되길 바랄지도 모른다.박원순 피해자와 여성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발생 원점으로 되돌려 정치권의 성찰을 요청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서

  • [참성단]윤여정의 '미나리'

    [참성단]윤여정의 '미나리' 지면기사

    배우 윤여정이 별의 순간을 잡았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미국영화예술아카데미는 15일 미나리를 작품·감독·남우주연·여우조연·각본·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로 발표했다. 지난해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넘어 아카데미 작품·감독·각본·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의 '기생충'은 한국 영화였다.반면 미나리는 미국 영화다. 한국계 미국 배우와 한국 배우들이 한국어로 이민 국가 미국의 정체성을 그려냈다. 할리우드의 아메리카 퍼스트 문화를 두 해 연속 강타한 '한국의 기적'에 미국이 감탄한다. 그 중심에 윤여정이 있다. 70대 윤여정은 아카데미 수상 후보에 오른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됐다.윤여정은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중에게 친숙하게 소비됐던 대중연예인이다. 본인 스스로 생계형 연예인을 자처할 만큼 작품과 배역을 가리지 않았다. 그의 아카데미상 후보 지명이, 마치 목욕탕에서 가끔 만난 동네 아재가 노벨 문학상 후보가 된 듯 낯설고 놀랍다.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남긴 어록이 각별하다. "한국에서는 선생님 좋을 대로 연기하라고 해. 이런 환경에 있으면 난 괴물이 될 수도 있어요. 그게 매너리즘이지. 미국 가서 거기 애들한테 'what?'이라는 소리를 듣고, 여기서는 진짜 내가 'nobody'구나 생각하고, 연기를 잘해서 얘네들한테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고 결심하는 거. 그게 도전이죠." 영화 데뷔 50년 만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이야말로 '미나리'의 생명력을 닮았다.영화 미나리는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작품에 익숙한 한국 관객에겐 너무 담백하다. 1980년대 병아리 감별사로 미국에 이민 간 한 가족의 삶에서 딱 한순간을 떼어내 보여준다. 부부가 골라낸 수평아리는 소각돼 검은 재로 흩어진다. 농장을 지켜내지 못하면 그들도 미국 사회에서 수평아리 신세가 될 수 있는, 이민 가정의 불안과 희망은 날 것 그대로다. 이민자들의 나라 미국이 공감한 대목이다.영화에서 미나리는 미국 이민자들의 '불굴의 의지'를 은유한다. 하지만 엔딩 자막이 뜰 때쯤 땅

  • [참성단]'마블러스 마빈 헤글러'

    [참성단]'마블러스 마빈 헤글러' 지면기사

    세계 프로복싱의 황금기는 1970~1980년대이다. 체급별 슈퍼스타가 즐비했고, 번개 머리 돈 킹 프로모터는 유명 선수를 능가하는 인지도와 유명세를 떨쳤다. 그가 성사시킨 무하마드 알리(1942~2016)와 조지 포먼(71) 타이틀매치는 복싱사를 바꾼 '세기의 대결'로 꼽힌다. 스타 선수는 천문학적 대전료를 받았고, 프로모터들은 돈방석에 앉았다.1970년대는 헤비급의 시대였다. 알리와 포먼, 조 프레이저(1944~2011), 켄 노턴(1943~2013)의 먹이 사슬에 팬들이 열광했다. 노턴은 알리의 턱을 부쉈고, 프레이저는 알리를 굴복시켰다. 리턴매치에서 TKO 패한 프레이저는 왼쪽 눈을 실명했다. 포먼은 노턴과 프레이저를 아이 다루듯 일방적으로 두들겼다. 알리는 지능적인 경기 운영으로 포먼의 무쇠주먹을 무력화하며 8라운드 KO승을 거뒀다. 링 위에 누워버린 포먼과 이를 지켜보는 알리의 표정 컷은 복싱사에 길이 남을 순간이었다.1980년대는 중량급 전성기였다. 마빈 헤글러(66)와 슈거 레이 레너드(55), 토마스 헌즈(53), 로베르트 두란(60) 등 4대 천왕이 링을 지배했다. 헌즈는 레너드에게 패했고, 두란은 헤글러에게 무릎을 꿇었다. 레너드는 헤글러에 판정승을 거뒀으나 전문가들과 언론은 판정이 잘못됐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헤글러는 리턴매치를 원했으나 성사되지 않았고, 현역에서 은퇴했다.전설로 불리는 '민머리' 헤글러가 지난 14일 사망했다. 부인 케이 G 헤글러는 '뉴햄프셔의 집에서 예기치 못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고인은 '길거리에서 싸우지 말라'는 어머니 가르침에 따라 복싱을 배웠다. 1983년 세계복싱평의회(WBC), 세계복싱협회(WBA), 국제복싱연맹(IBF) 미들급 3대 기구 통합챔피언에 올랐다. 왼손 돌주먹을 앞세운 파괴력으로 '링 위의 도살자'로 군림했다. 팬들은 경이롭다며 '마블러스(Marvelous) 마빈'으로 불렀고, 그는 '마블러스 마빈 헤글러'로 개명했다.복싱 팬들조차 현 WBA, WBC 헤비급 챔피언을 알지 못한다. UFC 격투기에 밀려 시

  • [참성단]증발된 아이

    [참성단]증발된 아이 지면기사

    독재 정권과 마약 카르텔이 지배하는 남미 국가들에서 '인간 증발'은 심각하다. 2014년 멕시코에서는 임용 차별 철폐 시위를 벌였던 교육대학생들 43명이 체포된 뒤 한꺼번에 실종됐다. 멕시코 검찰은 마약조직이 이들을 살해한 뒤 소각했다지만 증거는 없었다. 1980년부터 2006년까지 100여개국에서 5만건이 넘는 강제 실종 사건이 UN에 보고됐다고 한다. UN이 2006년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강제실종보호협약)'을 채택한 이유다.우리도 힘들었던 시절 많은 사람들이 공권력에 의해 사회로부터 강제 증발됐다. 미국으로 망명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은 1979년 프랑스 파리에서 증발됐다. 1991년 법원 선고로 사망이 확정됐지만, 그의 증발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1975년부터 부랑자 수용을 빌미로 운영된 부산 형제복지원은 12년 동안 많은 사람을 증발시켰다. 멀쩡한 사람을 부랑자로 낙인 찍어 강제수용했고, 513명이 복지원 울타리 안에서 사망했다.최근 대법원은 박인근 전 형제복지원장의 특수감금 무죄판결을 파기해달라는 검찰총장의 비상상고를 기각해 피해자들이 피눈물을 쏟았다. 부산형제복지원 사건을 계기로 우리도 강제실종보호협약에 가입한다지만,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강제실종을 실행할 권력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하지만 범죄에 의한 인간 증발 사례는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증발'은 2000년 발생한 최준원(당시 4세)양 실종 사건을 다뤘다. 딸의 생존을 굳게 믿는 아버지는 딸 찾기를 멈출 수 없다. 1991년 증발한 대구 개구리 소년 5명은 11년 뒤에야 참혹한 유골로 돌아왔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풀리지 않은 의문에 가족들이 악몽에 갇혔을 것이다.구미 학대 사망 아동의 친모가 외할머니라는 충격적인 유전자 조사 결과로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다. 문제는 사망 아동의 엄마가 아니라 언니로 밝혀진 여성이 출산한 딸이 감쪽같이 사라진 점이다. 현행 의료 및 행정체계에서 신생아들이 뒤바뀌고 증발하는 일이 가능하다니 가슴이 서늘하다. 세간의 관심은 엄마의 딸

  • [참성단]송도갯벌 저어새

    [참성단]송도갯벌 저어새 지면기사

    갯벌을 메꿔 일군 인천 송도신도시는 토목공학의 걸작이다. 서쪽과 남쪽에 일부 뻘밭이 남았는데, 람사르 습지로 보호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검은머리갈매기 등이 서식하는 생태학적 중요 지역으로 꼽힌다. 인공도시와 자연환경이 어우러지는 송도는 공존과 공생의 체험 학습장이다.최근 송도 갯벌을 두고 난감한 일이 발생했다. 국제 환경단체인 홍콩야생조류협회(Hong Kong Birdwatching Society)가 정세균 총리와 박남춘 인천시장에게 갯벌 훼손을 우려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낸 것이다. 갯벌을 훼손하는 도로 건설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다. 협회는 서한에서 "송도갯벌을 관통하는 도로계획은 생물다양성 협약과 람사르협약에 따른 국제적 약속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갯벌이 훼손될 거란 우려는 수도권 제2 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19.4㎞) 구간과 배곧대교 건설이 추진되면서다. 인천지역 환경단체들은 송도습지보호지역·람사르습지보전대책위를 구성해 도로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교통 여건이 개선되고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기대와 습지 생태를 파괴한다는 비판이 맞선다.철새인 저어새는 여름철 송도에 머물다 겨울이면 홍콩 마이포 습지로 날아가 월동한다. 송도 갯벌이 훼손되면 저어새 개체 수가 줄어들고, 마이포 습지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홍콩 환경단체가 우리 정부와 인천시에 서한을 보낸 배경이다. 인천시는 2019년 홍콩특별행정구와 '송도 갯벌과 홍콩 마이포 습지 간 자매 서식지'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인천시는 2009년 송도 6·8공구와 11공구 일대 갯벌 6.11㎢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2014년엔 람사르 협회로부터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정부가 람사르 협회에 등록을 신청해 지정받은 뒤 수년 만에 도로 건설을 추진하면서 스스로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를 하게 된 셈이다. 환경단체가 '국제적 망신이 되고 있다'고 비난하는 이유다.교통난 해소를 위해 도로와 교량은 확충돼야 한다. 교통 편의와 함께 경제 효과도 상당하다. 하지만 건강한 생태계를

  • [참성단]'토지공개념'의 이단자들

    [참성단]'토지공개념'의 이단자들 지면기사

    "토지를 공공의 재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19세기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책 '진보와 빈곤'에서 나오는 얘기다. 조지는 토지 소유자들의 지대(地代) 수익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며 단일 토지세를 주장했다. 토지공개념의 교사이자 교과서다. 지난 연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재단 유튜브 방송에서 헨리 조지를 소개하면서 "더는 땅을 사고팔면서 부자가 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새해 소망을 밝혔다.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유 이사장의 소망을 잔인하게 짓밟았다. LH는 토지공개념을 실현할 공공기관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택지를 개발하고 주택을 지어 지대 수익을 국민에게 분배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LH 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에 떼로 몰려가 투기판을 벌였다. 은행 돈을 빌려 맹지를 사고 땅을 쪼개고 왕버들을 심었다. 이들의 투기 이익의 원천은 원주민과 입주민의 피눈물이다. 벼농사를 한다고 사기도 쳤다. 경자유전을 명시한 헌법은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이래 놓고 초호화 사옥에 앉아 국민을 조롱하는 문자를 날린다.토지공개념은 진보 정권의 경제적 신앙이다. 소수 유산계층의 토지, 주택 독점을 증오한다. 집권할 때마다 강남을 요절낸 이유다. 세금을 왕창 때려 살 집 말고는 토해내라고 윽박질렀다. 그런데 정작 정권의 토지공개념을 뒷받침해야 할 공공 조직이 썩은 줄은 몰랐다. LH 직원뿐 아니다. 전국에서 비슷한 공직자 투기 의혹이 빗발친다. 정부가 강남과 전쟁을 벌이는 동안 공공부문 정보 독점자들은 '부동산'을 '맛동산'으로 즐기고 있었다. 토지공개념의 이단자들이다.대통령과 여당은 국민 분노를 뒤쫓아 가느라 숨찬 기색이 역력하다. 투기 조사 범위는 확대되고, 조사는 수사로 바뀌고, 검찰에 경찰을 도우라고 난리다. 토지공개념이 신앙인 정권이라면 나라 전체가 뒤집어지는 걸 각오하고서라도 전모를 밝혀야 한다. 국민은 LH 직원의 일탈을 빙산의 일각으로 의심한다.신도시 개발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청와대, 정부, 여야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 전원이 자발적으로 토지와 금융거래

  • [참성단]영국 왕실의 추문

    [참성단]영국 왕실의 추문 지면기사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1952년 즉위해 69년째 재위를 이어가고 있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최전성기를 통치한 고조 할머니 빅토리아 여왕의 63년 재위(1837~1901) 기록을 경신했지만 여전히 정정하다. 이런 엘리자베스 여왕도 한 미국 여인이 영국 왕실에 일으킨 초대형 스캔들이 아니면 왕좌에 오르지 못했다.영국 국왕 조지 5세가 1936년 서거하자 장남인 에드워드 8세가 즉위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새 국왕은 즉위 직전 미국인 기혼녀 월리스 심슨과 깊은 관계였다. 영국 왕실은 심슨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에드워드 8세는 심슨과의 결혼을 밀어붙였지만 영국은 물론 호주 등 영연방 국가 전체가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새 국왕은 즉위 1년도 안 돼 왕관 대신 사랑을 택했다. 왕위는 동생이 물려받으니, 그가 바로 영화 '킹스 스피치'의 말더듬이 국왕 조지 6세고, 조지 6세의 장녀가 엘리자베스 여왕이다.큰 아버지 에드워드 8세와 미국 여인 심슨의 스캔들로 왕위에 오른 엘리자베스 여왕이 최근 미국인 손자 며느리 때문에 체면을 구겼다. 둘째 손자 해리 왕자와 메컨 마클 부부가 최근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왕실의 인종차별을 폭로했다. 해리 왕자가 "아들이 태어났을 때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지에 대해 (왕실 내부에서) 우려와 대화들이 오갔다"고 밝힌 것이다.이들의 결혼은 마클의 이혼 경력과 흑백 혼혈 때문에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왕실은 마클을 가족으로 인정했지만 실제로는 차갑게 대한 모양이다. 부부는 왕족의 명예와 권리를 포기하고 영국을 떠났다. 우리에겐 화제성 스캔들이지만 미국 언론과 영국 언론은 해리-마클 부부와 영국왕실 편으로 나뉘어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입헌군주제 국가는 왕실을 통해 국가 정체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태국에선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의 문란한 사생활로 군주제 폐지를 요구하는 민심이 커지고 있다. 생불로 추앙받던 푸미폰 국왕 시절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이어 그의 둘째 아들 해리 부부를 통해 드러난 영국 왕실의 폐쇄성과 순혈주의는 신성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