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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바이든 시대 개막 지면기사
'미국 국민 여러분,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십시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 연설 중 백미(白眉)로 꼽히는 대목이다. 그는 무기력한 시대, 신임 대통령으로서 미국 국민의 분발을 촉구했다.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재선 취임연설문은 고작 135단어에 불과했다. 연설에 걸린 시간이 2분이 못됐다. 가장 긴 취임사는 1841년 윌리엄 헨리 해리슨 대통령의 8천445단어 분량 연설이다.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 속에 2시간이 넘도록 연설을 한 후유증인지 해리슨은 취임 한 달 만에 폐렴으로 숨졌다. 역사상 가장 긴 취임연설을 한 주인공이 가장 짧은 재임 기간이라는 기록도 세웠다.게티즈버그 연설의 주인공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재선 취임연설은 역대 미 대통령 취임사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아무에게도 적의를 품지 말고 모두에게 자선의 마음으로 의로운 편에 굳건히 서서 우리가 처해 있는 일을 끝내도록 노력합시다. 이 나라의 상처를 싸매도록 온 힘을 다합시다. 전투에서 쓰러진 사람과 미망인, 고아들을 돌보도록 애씁시다'라고 연설을 마쳤다. 분량은 짧았으나 남북전쟁으로 갈라진 미국을 통합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로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평이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미국은 시험을 받았고 우리는 더 강해졌다"며 "우리는 어제의 도전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동맹을 복구하고 다시 한번 세계에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고립주의적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힘이 아닌 동맹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재정립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은 축제의 장이 아닌 전시 상황을 방불케 했다. 코로나19 등으로 관람석은 성조기로 채워졌고, 2만5천여명의 군인들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식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전날 고별 연설에서 새 정부 출범을 축하한다면서도 바이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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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경기도 '배달특급' 실험 지면기사
2010년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한 김봉진은 스마트폰 배달대행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배민)'을 출시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수거한 전단지로 배달대행 음식점 네트워크를 만들어 키운 배민이 이젠 4조8천억원짜리 배달앱 최강자로 성장했다. 배달앱(요기요·배달통) 운영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민을 인수하겠다며 평가한 기업가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연말, 요기요와 배달통 매각을 조건으로 DH의 배민 인수합병을 승인했다. 천문학적인 현금과 경영 참여를 보장받은 김봉진은 우아하게 성공신화의 정상을 지르밟았다.창업자의 유니콘 '배민'. 하지만 음식자영업자와 배달노동자에겐 상전 중의 상전이다. 연초 눈 쌓인 도로 위에서 배달 라이더들은 오토바이 곡예를 벌였다. 비판 여론이 폭주하자 놀란 배달앱들은 일방적으로 배달을 셧다운 시켰다. 그러자 이번엔 코로나19 이후 배달에 목을 맨 많은 음식점들이 하루 장사를 접어야 했다. 배달앱에 종속된 배달 노동자와 음식자영업자의 구차한 현실이 폭설로 여지없이 드러났다.배달앱에서 음식점들이 벌이는 경쟁은 살벌하다. 배달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은 필수고, 고객들이 지불해야 할 배달비를 떠안기도 한다. 비용이 늘어난 만큼 매출을 늘리기 위해 배달앱 광고에 목을 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고객 평점은 저승사자다. 악질 고객의 별 1개에 매출이 곤두박질친다. 음식에서 맛과 정서는 사라졌다. 시간 엄수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배달 노동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 자산이라곤 온라인 네트워크뿐인 배달앱만 비정규 노동과 영세 자본 위에서 환하게 웃는다. 배달앱은 인공지능이 인간과 자본을 지배하는 미래를 보여준다.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지난해 12월1일 오산, 화성, 파주시에서 시범서비스를 실시한 '배달특급'은 수수료 1%에 광고비도 없다. 지역 화폐 할인혜택도 있다. 자영업자와 소비자 상생 배달 플랫폼이다. 덧붙여 고객 갑질의 온상인 고객 평점 제도는 없었으면 한다.경기도는 배달특급 서비스를 올 3월까지 수원 등 6개 시·군으로, 연말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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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코로나 1년의 신세계 지면기사
1년 전 오늘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왔다. 국내 입국한 중국 여성이었다. 당시만 해도 정확한 학명 없이 '우한 폐렴'으로 불렸다. 이 여성은 인천의료원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완치된 뒤 귀국했고, "한국 의료진은 나의 영웅"이라는 편지를 보내왔다. 하지만 코로나 청정국의 미담은 2월18일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악몽으로 변했다. 신천지발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첫 확진자 발생 후 1차 대유행까지 채 한 달이 안 걸렸다.신천지교회, 사랑제일교회, 겨울철 등 세 차례 대유행을 거치면서 지난 1년 동안 7만3천115명이 확진됐고, 1만2천364명이 치료 중이며, 1천283명이 사망했다. 특히 수도권 겨울 집단감염인 3차 대유행이 정점이었다. 전체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올 겨울에 발생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민간인 사망 기록일 듯 하다. 물론 전 세계 코로나 환자가 1억명에 육박하고 사망자가 200만명을 넘어선데 비하면 선방한 것은 맞다. 하지만 비극은 절대적이라 상대평가가 불가능하다.코로나로 열린 신세계는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인류는 이동을 멈추고 국경과 집안에 갇혔다. 온라인 네트워크가 비대면 세계의 확실한 지배자로 떠올랐다. 방역의 전권을 쥔 권력과 시민사회의 갈등은 민주주의, 인권 등 오프라인 시대의 핵심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 '노 마스크(No Mask)'를 고집하던 트럼프는 탄핵심판대에 올랐고, 존슨 영국 총리는 죽다 살아나고서야 마스크를 썼다. 스웨덴의 자연집단면역 실험은 대참사로 막을 내렸다. 신천지와 사랑제일교회를 쥐잡듯 잡았던 우리 정부를 향해 서울 동부구치소 재소자는 "살려달라"로 외쳤다.세계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표준을 만든 K-방역의 위세는 백신 확보 경쟁에서 뒤지면서 빛이 바랬다. 무엇보다 정부의 자의적인 방역기준에 저항하는 민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2월 마스크 없이 신촌상가를 방문해 "손님이 적으니 편하시겠다"고 농담을 건넨 정세균 국무총리는 1년 만인 지난 1월 국회에서 위기의 자영업자를 생각하며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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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현실이 된 '벚꽃 엔딩' 지면기사
지난해 3월21일, 전국 처음으로 창원에 벚꽃이 피었다. 따뜻한 겨울 날씨에 평년보다 8일가량 일찍 꽃망울을 터뜨렸다고 한다. 주요 도시의 벚꽃 개화시기는 대구 3월22일, 부산 23일, 광주 27일, 대전 30일 서울 4월6일, 인천·춘천 4월8일이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 국내 대학들 얘기다. 벚꽃이 일찍 피는 지역에 소재한 학교부터 폐교한다는 암울한 현실을 빗댄 표현이다. 말대로라면 경상·전라 지역 대학들이 먼저 문을 닫고 다음은 충청, 강원, 수도권 순서가 될 것이다.2021학년도 정시모집 마감 결과 전국 주요대학들의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주요 8개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4.73대1로, 서울대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지방거점국립대학들도 하락 폭이 컸다. 전남대는 2.70대1에 머물렀고, 경북대 3.11대1, 전북대 3.17대1이었다. 수도권 대학은 평균 4.8대1로, 지난해 5.1대1보다 0.3 포인트 낮아졌다.정시모집에서 각 대학은 가·나·다 군(群)으로 나눠 학생들을 뽑는다. 응시생은 최대 3곳까지 대학을 지원할 수 있다. 이때문에 정시모집 경쟁률 3대1은 1대1과 같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지방 소재 대학들의 정시모집 경쟁률은 평균 2.7대1이었다. 상당수 학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입시 전문가들은 이른바 '벚꽃 엔딩'이 이제는 경고가 아닌 현실이 됐다고 진단한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지방대와 전문대에서 정원 미달에 따른 재정 악화로 폐교하는 학교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거다. 실제로 2024년에는 대입 가능 자원이 37만3천400여명에 그치면서 대학 정원의 25%를 채울 수 없는 것으로 예측됐다.학령인구가 급감하는데 대학 정원은 여전하다. 교육부는 대학 기본역량 평가를 통해 구조개혁을 유도하고 있으나 미미한 숫자다. 벚꽃이 이미 충청도를 지나 수도권 남부지역에도 개화했다고 아우성이다 비수도권은 대학마다 학생 충원에 비상이다. 장학금에 기숙사 확충은 대학 공통어가 됐다.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갈수록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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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육군참모총장 진정한 주임원사들 지면기사
명량해전 전야. 이순신이 휘하 장수들을 불러모아 말했다. "병법에 이르길 반드시 죽으려 하면 살고(必死則生) 반드시 살려 하면 죽는다(必生則死) 하였다. 너희 각 제장들은 살 마음을 먹지 말라. 조금이라도 군령을 어기면(小有違令) 즉시 군율로 다스릴 것이다(卽當軍律)."명령은 지엄했지만 공포는 현실이었다. 해전 당일 삼백여척의 적선을 마주한 조선 수군은 겁에 질렸다. 이순신의 배가 적진을 향해 돌격했지만 부하 장수들은 전선 뒤에서 머뭇댔다. 장군은 깃발을 올려 집합 명령을 내렸고, 거제현령 안위의 배가 먼저 도착하자 일갈했다. "안위야 군법에 죽으려 하느냐." 뒤이어 도착한 중군장 김응함도 추상같이 질책했다. 정신이 번쩍 난 안위와 김응함은 그제서야 적진 한복판으로 돌격했다.죽음을 무릅쓰고 명령을 수행하는 조직이 군대다. 상관의 명령이 안먹히는 군대는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 강한 군대와 유능한 지휘관들이 상명하복의 군기 유지에 애쓰는 이유다. 이순신은 군기 빠진 군관과 병졸들의 볼기를 쳤고, 탈영병의 목을 베어 군영에 효시했다. 군기 위반엔 인정을 두지 않은 덕분에 전장의 공포 한 가운데서 겁에 질린 부하를 적진에 돌격시킬 수 있었다.육군 부사관들이 육군참모총장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남영신 총장은 지난 연말 육군 주임원사들과의 화상회의에서 "나이 어린 장교가 나이 많은 부사관에게 반말로 명령을 지시했을 때 왜 반말로 하느냐고 접근하는 것은 군대문화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장교가 부사관에게 존칭 쓰는 문화, 그것은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라고 발언했다. 이에 주임원사 몇 명이 총장 발언으로 "인격권을 침해당했다"고 진정서를 작성했단다.참모총장이 직접 훈시에 나설 정도면 장교와 부사관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인 모양이다. 실제로 장교의 반말 지시를 무시하고, 장교에게 경례를 생략하는 부사관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장교들이 부사관과 병사들에게 수모를 당하는 군기 문란 사건도 속출했다. 물론 장교들도 베테랑 직업군인을 예우하고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예우와 존중이 상명하복의 군기를 깨트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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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광주대단지 사건' 50주년 지면기사
1960년대 후반, 서울시는 무허가 판잣집을 정리하기로 하고 광주군에 위성도시인 광주대단지를 조성해 이주할 계획을 세웠다. 철거민들에게 싼 가격에 토지를 분양해주고 세금을 면해주겠다고 했으나 이는 말뿐이었다. 주민 불만은 극에 달했고, 서울시장은 약속한 면담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주민들은 폭발했다. 1971년 8월10일 대단지 주민 5만여명이 성남출장소 앞에 집결했다. 이들은 세금 감면과 분양가 인하, 공장과 상업시설 설치, 취업센터 설치 등의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경찰기동대 700명을 투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분노한 주민들은 경찰을 제압하고 관리사무소와 파출소에 방화하는 등 대단지 전역을 초토화했다.지나던 승용차와 택시, 버스를 멈춰 세우고 승객들을 모조리 끌어내 운송 수단을 확보한 뒤 서울로 이동했다. 정부는 즉시 사과하고 이주민 요구를 전폭 수용하는 등 화를 달랬다. 이틀 뒤 서울시장이 광주대단지를 성남시로 승격하고 주민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시위대는 자진 해산했다.이 사건은 정부의 무계획적인 도시정책과 졸속행정에 반발한 해방 후 최초의 시민 생존권 투쟁이었다. 일부 학자는 이를 폭동으로 규정한다. 반면 처음부터 지역을 점거하고 폭력을 행사할 의도가 없었다는 점에서 무리가 있다는 견해가 맞선다.성남시가 '광주대단지사건 50주년'을 맞아 올바른 명칭 지정 등 기념사업을 벌인다고 한다. 사업추진위를 구성해 각종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대와 공동으로 학술토론회, 주민주도형 골목축제, 기획 공연 및 전시, 사적지 기념 동판 설치, 시민통합 토크쇼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대단지 사건은 전태일 분신사건과 함께 하위계층의 권익향상에 발자취를 남겼다. 세제지원과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냈다. 정부가 무력진압 대신 굴욕적인 협상을 택한 드문 사례다. 하지만 관련자 명예회복이나 보상은 여전히 미미하다.50주년을 맞아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100만 성남시는 서울에서 쫓겨난 빈민들의 서러운 눈물과 한(恨)을 딛고 일어섰다. 그런데도 정부의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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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기로에 선 'SNS 민주주의' 지면기사
트위터가 트럼프 영구 퇴출을 발표했을 때 커다란 논란이 일 것으로 짐작했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국 의회의사당 점거 난동은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이다. 우방은 경악했고, 패권 경쟁국인 중국은 조롱했다. 글로벌 SNS 기업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트럼프 퇴출은 정의로운 심판처럼 보였다.이성은 늘 감성의 뒤를 따른다. 트럼프를 영구 퇴출한 트위터가 표적이 됐다.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SNS 기업들이 미국 대통령 입에 지퍼를 채운 초현실적인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나쁜 권력자라는 트럼프의 평판은 사실이지만 민간기업이 그의 자유를 제한할 권리는 없다는 얘기다.인권은 표현의 자유를 통해 구현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보호하고 지지한다. 법에 의한 제한은 최소한에 그친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트럼프 퇴출은 이 원칙에 반한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공산주의, 전체주의 국가가 된다. 트위터가 자유민주주의의 심장인 미국 한복판에서 전제 권력을 행사하자 자유진영의 정치인들이 뒤늦게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선 이유다."미국 시민의 자유발언이 중국, 북한 같은 공산주의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스티브 데인스 미 공화당 상원의원의 탄식은 참담하다. 트럼프 변호가 아니라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경고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계정 영구정치는 문제"라고 가세했다. 의회 점거 사태와 트위터의 트럼프 계정 폐지로 미국의 온·오프라인 민주주의가 한꺼번에 추락했다.표현의 자유를 확장해 준 SNS가 이젠 저질 정치인들의 팬덤 정치 수단으로 변질한 건 사실이다. 트럼프가 증거다. '페북 정치'의 살벌한 대치로 합리적 대중을 소외시키는 우리 정치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 맹목적인 SNS 정치집단은 타인의 인권을 예사로 유린한다. 자유와 방종이 SNS 해방구에서 위험하게 동거 중이다. 그렇다고 SNS 기업의 개입을 허용할 수도 없다. 트럼프가 선례가 되면 여론에 의지한 자의적이고 선택적인 검열을 인정하는 셈이다. 선출된 권력이 무력해지고 시민권력이 왜곡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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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한의사들의 항변 지면기사
현직 관리와 왕실의 종친만이 응시했던 과거시험을 '등준시(登俊試)'라 한다. '등준시무과도상첩'은 영조 때 시행된 등준시 무과 합격자 18명의 초상을 모아 놓은 화첩이다. 그런데 이 중 세 명의 얼굴이 '곰보'다. 마마(천연두)를 앓은 자국이다. 역병은 양반이라고 봐주지 않았다. 전염병이 있으니 당연히 방역행정도 있었고, 왕명으로 역병 관련 의서도 발간했다.허준이 지은 '신찬벽온방'엔 역병 예방을 위해 환자를 등지고 상대하고, 병자의 옷을 시루에 찌라고 했다. 현대판 거리두기와 소독의 개념과 비슷하다. 하지만 바이러스를 몰랐던 시절이니 과학적 실증과는 거리가 먼 누적된 임상의 결과였을테다.현대 한의학은 허준 시대와 전혀 다르다. 한의대생들은 한의학과 양의학의 교과과정을 두루 섭렵하는 6년 커리큘럼을 이수해야 한다. 국가는 자격시험을 통해 한의사 면허를 주고, 전국 시·군·구 보건소에 공중보건한의사를 배치한다. 한의사도 의사, 치과의사와 같이 국가가 질병 치료의 독점적 권리를 인정한 의료인이다.코로나19 사태에서 한의사들이 단단히 뿔난 모양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방역 일선 참전 의사를 밝혔다는데 정부가 미적거렸다고 한다. 검체채취, 역학조사와 같이 교육받은 일반인도 가능한 기초 방역에도 한의사 투입을 주저하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역학조사관 80%가 공중보건한의사였고, 코로나 확진자 홈케어 시스템에도 한의사를 배치했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단다. 하지만 경기도 사례일 뿐이다.양의학계는 바이러스가 한의학 영역 밖이라는 입장인 모양이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 방역을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해야 할 정부 입장은 이와 달랐어야 했다. 지난 1년, 한의사들을 검체채취, 역학조사, 경증환자 관리에 투입했다면 의료인력 대란도 막고 의미 있는 한의학적 임상 자료도 축적했을지 모른다. 중국은 양·한방 협진이 활발하다고 한다. 협진으로 사스 환자 사망률을 낮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정부가 코로나와의 방역 전쟁에서 양·한방을 구분하는 건 한가한 행정이다. 고양이 손발이라도 빌려 할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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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대기면성(大器免成) 지면기사
동트기 전, 어둑한 식당 앞에 사람들이 몰려와 줄을 선다. 추위에 떨며 서너 시간을 기다리다 오전 8시쯤 문이 열리면 차례대로 입장한다. 매주 토요일마다 되풀이되는 미국 텍사스주 '스노스(Snow's)' 바비큐 식당의 진풍경이다. 직원이 10여명 남짓한데 요리는 86세 '투치 토마네츠 아줌마'가 전담한다.경력 60년의 아줌마는 평일에는 지역의 고등학교에서 잡역부로 일한다. 출근하면 청소하고 나무를 단장한다. 그의 바비큐는 주말 하루만 허락된다. 토요일 새벽 1시에 일어나 바비큐 요리를 준비한다. 전체 소요시간은 12~16시간이다. 소·돼지·닭·칠면조를 전통방식으로 구워낸다. 화력이 절정인 숯불을 삽으로 화로에 붓고, 화덕에 고기를 올려 열기와 연기로 익혀낸다.'천상의 맛'이라는 투치의 바비큐를 맛보기 위해 미국 전역과 유럽, 아시아에서 손님들이 몰려든다. 수백 미터 줄을 서야 먹을 자격을 얻지만, '괜한 고생을 했다'는 사람은 없다. 여든 중반이 넘은 노구에도 여전히 식자재 구매부터 요리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다. 최고의 바비큐 장인은 여전히 그만둘 생각이 없다고 한다.남편과 아들을 잃고 한동안 실의에 빠졌었다. 단골은 물론 먼 나라에서 온 식객들의 위로를 받으면서 다시 힘을 냈다. 전에는 까칠했는데 손님들과 더 가까워졌다. 덕담을 주고받으며 기념촬영을 하는 게 일상이 됐다. 덕분에 '한 입 베어 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는 마법의 바비큐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80대 장인의 전설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 시리즈에 소개됐다. 어떤 시청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꼭 가봐야 할 버킷리스트가 됐다'고 한다.노자의 도덕경에 '대방무격(大方無隔)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구절이 있다. 큰 사각(四角)은 모서리가 없으며,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진다는 거다. 늦은 나이에 출세하거나 이름을 떨치게 된 인사를 일컫는다. 어떤 학자는 노자가 말한 건 대기만성이 아닌 대기면성(大器免成)이었다고 한다. 큰 그릇은 완성됨이 없이 계속 만들어질 뿐이라는 것. '큰 사각은 모서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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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벙커 정치'와 트럼프의 몰락 지면기사
자신이 선동한 폭도들이 의회의사당을 유린하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광기의 시간을 보냈던 모양이다. 국내 한 언론의 미 언론 보도 종합에 따르면 트럼프는 "거의 흥분 상태였고 완전히 괴물 같았다"고 한다. 의사당 폭도들을 "미국의 애국자"로 치켜세우면서, 자신의 부통령 펜스는 선거인단 개표를 막지 않는다며 배신자로 몰았다. 보도는 트럼프의 광증을 "현실을 직시할 수 없는" '벙커 멘탈리티'라 했다.'벙커 멘탈리티'는 고립무원의 비이성적인 심리상태를 의미하는 조어로 보인다. 외부와 단절된 벙커에 갇히면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이 불가능해진다. 베를린 함락 직전 총통벙커에서 결사항전을 지휘한 아돌프 히틀러의 최후가 그랬다. 그는 지하 10m 벙커 안에서 연합군에게 반격과 수비를 명령했지만, 이를 수행할 독일군은 궤멸했고, 2인자 헤르만 괴링은 대놓고 등을 돌렸다. 히틀러는 벙커 안의 가상현실에서 희망과 절망의 극단을 오가는 광기로 제국의 최후를 지휘했지만, 그렇다고 패전의 현실이 변할리 없었다. 그는 약혼녀 에바 브라운과 벙커 결혼식을 올린 다음 날 자살로 생을 마쳤다.임기 말 트럼프도 파국을 향하고 있다. 의사당 폭력 선동은 최악의 정치적 착란이었다. 민주당은 트럼프를 반란 선동자로 규정하고 탄핵을 예고했다. 반란자를 단 하루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에, 공화당도 변명할 엄두를 못 낸다. 백악관 참모들과 장관들은 정권에서 줄지어 하차했고, 대학들은 트럼프의 명예박사학위를 취소했다. SNS 대기업들이 결정적 한방, 벙커버스터를 투하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트럼프 계정을 영구정지하거나 폐쇄한 것이다. 트럼프는 벙커정치의 엑스칼리버를 압수당한 채 온라인 정치에서 삭제될 처지다.멘붕에 빠진 트럼프는 오락가락한다. 여론의 반전에 놀라 '질서있는 정권 이양'을 발표하면서도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엔 불참한단다. 강성 트럼프 지지자들은 연방의회, 주의회와 바이든 취임식을 겨냥한 무장봉기를 선동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미국의 상식은 트럼피즘의 비상식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