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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함백산 추모공원

    [참성단]함백산 추모공원 지면기사

    2015년 화성시가 비봉면 함백산 자락에 화장시설을 짓겠다고 하자 인접한 수원 서부권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후보지와 칠보산을 사이에 둔 호매실동 주민들은 수차례 집회를 열고 사업 백지화를 요구했다. 지역 정치권은 찬·반 진영으로 갈렸고, 경기도지사가 나섰으나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심의를 통과하고 나서도 여진은 계속됐다.수원시는 화장장 수요의 시급성이 낮고 인근 39·42번 구도의 상습정체, 생태보전지 훼손 등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일부 주민들은 다이옥신 발생에 따른 건강 문제를 우려했다. 화장 시설 때문에 국도가 시도 때도 없이 막힌다는 주장은 최대치를 가정해도 지나치다는 게 교통전문가들의 견해였다. 무색·무취·무연의 첨단 친환경 공법이라는 화성시의 설명은 먹혀들지 않았다.함백산 추모공원이 오는 6월 개장한다. 5개 지자체가 30만㎡에 사업비 1천212억원을 공동 부담해 화장로 13기, 봉안시설 2만6천514기, 자연장지 2만5천300기를 확보한 종합 장사시설이다. 장례식장 8실, 주차장, 공원 등 필수 시설과 편의·휴식 공간을 갖췄다. 장례에서 봉안까지 원스톱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운영시스템을 적용한다.화성시민은 물론 공동사업주인 광명·부천·안산·시흥·안양시민 360만명이 특별 혜택을 받는다. 이들 지자체 주민들은 화장비로 16만원(외지인 1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수도권에 교통이 편리해 봉안시설과 자연장지도 수요가 몰릴 전망이다. 장사시설이 부족해 애를 먹은 관련 지자체들은 해묵은 난제를 해결하게 됐다.추모공원은 2017년 준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집단민원에 따른 갈등 조정에 시간을 빼앗기면서 4년여 늦어지게 됐다. 과학적 근거가 아닌 부동산가격 하락을 우려한 주민들의 단체행동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추가됐다. 지역 주민들은 지난 4년간 애먼 고생을 했다.가까운 길을 놔두고 굳이 먼 길을 돌아야 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함백산 공원은 지자체가 뜻을 모은 대표적 협업 사례로 꼽힌다. 악성 민원인 혐오·기피 시설로 골치가 아픈 시·군들에 모범 답안이 될

  • [참성단]K방역 불복 시위

    [참성단]K방역 불복 시위 지면기사

    목숨이 경각에 달린 민중의 세상을 모르거나 외면하는 권력은 위험하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고 말한 적이 없다. 선동가들의 가짜뉴스였다. 문제는 이 가짜뉴스가 민생에 무관심한 프랑스 왕실의 태도를 정확하게 짚었고 민중의 분노를 유발했다. 민중은 대혁명으로 왕정을 절단냈다. 조정이 지방관리들의 가렴주구를 방치하자 조선 농민들은 전국에서 봉기했다. 임술년(1862년) 농민봉기로 조선은 급속히 쇠락한다. 철종이 민생 현장을 외면한 탓이다.K-방역에 저항하는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 정부의 방역조치로 생계가 끊어진 자영업자들이 전국에서 "왜 우리만"을 외치며 불복 운동을 벌이고 있다. 헬스장 관장님들과 필라테스 원장님들이 영업금지에 반발해 업소 문을 여는 '오픈 시위'에 나섰고, 카페와 유흥업소 주인들도 동참했다. 코로나19 영업제한 조치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도 청구하고 나섰다.자영업 영업제한 조치의 형평성을 지적하고 호소하는 언론과 국민의 소리를 외면한 결과다.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도 등록된 업종에 따라 매장 영업이 달라지고, 아래층 태권도장엔 기합소리가 우렁찬데 헬스장은 불을 꺼야 한다면 분통이 터지는 건 당연하다. 영업금지는 자영업자의 밥그릇을 깨는 조치다. 공정하지 않다면 살기 위해 저항하는 건 민주적 권리다. 책상머리에서 생계금지 업종을 선별한 정부의 용기가 대단하다.서울동부구치소 문제도 간단치 않다. 공권력으로 가둔 수감자들의 인권은 전적으로 공권력이 책임져야 했다. 마스크도 안주고,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한방에 몰아넣었단다. 코로나19로 사망한 수감자를 가족에게 연락도 없이 화장했다는 의혹은 차마 믿기 싫다. 교정시설 코로나방역을 홍보한 법무부 유튜브 동영상은 앙투아네트 케이크에 버금간다. 서울동부구치소는 신천지교회와 세월호 사이에 머물며 정권을 괴롭힐 것 같다.문재인 대통령은 5일 국무회의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정점을 지나 조금씩 억제되는 모습을 보인다"며 "코로나 극복 모범국가"를 약속했다. 생계가 경각에 달린 자영업자들과 서울동부구치소 수감자들이

  • [참성단]'우주의 기운'

    [참성단]'우주의 기운' 지면기사

    1990년 2월14일. 미국의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는 태양계와 작별하기 직전 지구를 촬영한 사진을 전송해왔다. 사진 속에서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했다. 이후 '창백한 푸른 점'은 지구의 별칭이 됐다. 이 촬영을 주도한 칼 세이건은 동명의 저서에서 "지구는 우주에 떠 있는 보잘 것 없는 존재임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오래전부터 인류는 광대무변한 우주의 기운이 일정한 법칙과 규칙으로 인간의 삶에 관여한다는 운명론에 입각해 천체의 운행을 관찰해왔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하늘의 기운이 땅과 사람의 기운에 미치는 영향을 읽어내는 점성술이 성행했던 배경이다. 우주의 기운을 빌려 땅의 평화를 기원하는 제의는 그리스 신전에서 채화한 성화로 불을 밝히는 현대 올림픽에서도 면면히 이어진다. 우리 전국체전도 마니산 참성단에서 채화한 성화를 밝힌다.우주의 기운, 천기(天氣) 읽는 일은 정치적으로 중요했다. 점성술을 신봉한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는 천둥을 두려워했고, 번개를 막기 위해 월계관을 썼다고 한다. 유교권의 황제나 군주들도 역병이나 기근이 발생하면 자신이 하늘의 기운을 역행한 죄를 자백하고, 천기를 살펴 제사를 지냈다. 제갈량이 하늘에서 동남풍을 빌려 적벽대전에서 승리했듯, 권력을 얻고 유지할 수만 있다면 '우주의 기운'을 마다할 리 없기는 현세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 일테다.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4일 시무식에서 할리우드 영화 '토르'의 대사에 나오는 '우주의 기운'을 언급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집중된 대전환의 시간이 우리 앞에 열리고 있다"고 밝혀 화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우주의 기운인 천심(天心)이 작동하길 바라는 덕담일 것이다.하지만 민심이 천심이라고 했다. 유교 세계의 군주들은 민생을 통해 하늘의 기운을 보았다. 하늘은 백성들의 행·불행으로 군주의 정치를 심판한다 믿었다.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금 우주의 기운이 아니라 정권의 사면이 더욱 간절한 처지이다. 민심을 읽지 못한 탓이다.지금 민생은 고단하고 민심은 흉흉하다. 정치인

  • [참성단]낮술 금지령

    [참성단]낮술 금지령 지면기사

    전날 저녁 늦게까지 과음한 속은 숙취로 거북하다. 잦은 설사로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들끓는 속 쓰림에 자진 토를 한다. 해장국을 먹을 수 있는 정도라면 다행한 일이다. 아침·점심을 거르고 오후 서너 시쯤 반상 앞에 앉았으나 서너 숟가락에 그치고 만다. 위장이 다시 요동치면서 음식을 자꾸 밀어낸다. 20대 초반부터 40년 가까이 술과 함께 지냈으나 숙취로 인한 괴로움은 어찌해볼 방도를 찾지 못했다.아점 무렵, 쓰린 속을 달래볼 요량으로 찾아간 중화식당에서 어쩌다 해장술을 마주한 애주가를 보게 된다. 구석 자리에 똬리를 틀고 홀로 앉은 50대 사나이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도 전, 벌써 두 잔째를 들이켰다. 단무지와 춘장을 찍은 흰색 양파를 집어 든다. 드디어 자장면이 나오고, 사내는 두꺼비 한 마리를 거뜬하게 해치웠다. 감히 넘볼 수 없는 고수의 위엄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전남 순천시장이 전국 처음으로 낮술을 금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4일부터 17일까지 2주간 거리두기를 연장하면서다. 식당에서는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류판매를 할 수 없다. 주·야간 상시 점검반을 편성해 지도·단속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위반하면 무관용을 원칙으로 형사 고발과 강력한 행정조치를 하겠다고 한다.국민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더 커지게 생겼다고 걱정한다. '낮술 환영'은 언감생심이다. 반면 동감한다는 네티즌도 있다.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다 같이 노력하고 희생해야 한다'는 거다. 이참에 낮부터 술에 취하는 잘못된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한다.'승무'와 '지조론'을 남긴 청록파 시인 조지훈(1920~1968)은 초인적인 애주가였다. 술과 관련된 숱한 일화를 남겼고, 김삿갓·황진이·변영로와 더불어 4대 호주가(豪酒家)로 꼽힌다. 시인은 술을 말하면서 외주(畏酒)를 낮은 단계로, 낙주(樂酒,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를 주성(酒聖)의 경지로 평했다.시인은 마흔여섯에 이승과 작별했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가 오랜 기간 병마와 싸웠다고

  • [참성단]유리창 대선정국

    [참성단]유리창 대선정국 지면기사

    문재인 대통령은 SNS 신년 메시지 "모두의 삶이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질 때까지 한 사람의 손도 절대 놓지 않고 국민과 함께 걷겠다"며 '국민 일상의 회복'을 약속했다. 2일 현충원 방명록에도 '국민의 일상을 되찾고 선도국가로 도약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연초부터 달아오른 여야 대권 경쟁으로 대통령이 코로나 방역에만 전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신년사에 선전포고를 담았다. "잘못된 정치의 근본을 바꿔야 나라가 바로 서고 국민이 살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국민 공감 수권정당으로 우뚝 서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본격화될 대선정국을 염두에 둔 출사의 변이다.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긴 어둠도 새벽의 기운을 이길 수 없다"며 불퇴전의 의지를 과시했다. 야당은 이미 선거현장에 가 있다.여당의 간판 대권 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신년사도 관심을 끌었다. 이 대표는 "인간의 얼굴을 한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각계의 협력과 참여를 얻겠다"고 문학적 서사로 대권포부를 밝혔다. 반면 이 지사는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며 경제적 기본권 확대, 공정 세상 실현, 복지 확대, 균형발전과 평화정착을 내세웠다. 대선 슬로건과 정책으로 손색이 없다. 이미 당내 경쟁은 시작됐다. 이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으로 중도층을 겨냥한 통합 행보를 시작했고, 이 지사는 '나까지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며 전략적 침묵으로 대응했다.하지만 여론의 가장 큰 관심은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신년사에서 "국민의 검찰이란 오로지 그 권한의 원천인 국민만 바라보고 좌고우면하지 않는 것"이라며 "국가, 사회의 집단적 이익을 내세워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함부로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헌법의 핵심 가치"라고 밝혔다. 정치권은 그의 신년사를 법과 정치 사이에 두고 어디에 가까운지 해석하느라 진땀을 흘린다.여권은 친문(親文)진영 대권 주

  • [참성단]송구영신(送舊迎新)

    [참성단]송구영신(送舊迎新) 지면기사

    삼백예순의 나날들/ 기쁨과 슬픔/ 아쉬움과 홀가분이 섞여 있다/ 우리 함께 했기에 좋았던 한 해/ 설레이며 새해를 맞이하라(서윤덕 시인의 '송년').2020 경자년(庚子年)은 전염병의 창궐로 일상이 무너진 참담한 한 해였다.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고, 살기 위해 흩어져야 했다. 상투적으로 건네는 '건강하시죠'란 인사말이 진심 걱정하는 마음 씀씀이가 됐다. 인적마저 끊긴 세모(歲暮)의 밤거리, 칼바람이 매섭다. 너도 답답하고, 나도 우울하다. 시인도 지난 삼백예순의 나날들이 '좋았던' 건 아닐 듯하다.정결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리라/ 그렇게 맞이한 이 해에는/ 남을 미워하지 않고/ 하늘같이 신뢰하며/ 욕심 없이 사랑하리라/ 소망은/ 갖는 사람에겐 복이 되고/ 버리는 사람에겐/ 화가 오느니/ 우리 모두 소망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황금찬 시인의 '나의 소망' 중에서).2021 신축년(辛丑年)이 밝았다. 동해안 정동진이 갇히고, 한남정맥 광교산을 둘러막아도 해는 솟아오른다. 새해를 맞는 마음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희망이 있고, 설레는 마음에 즐거움이 넘친다. 따뜻한 시선으로 이웃을 둘러보는 여유로움이 충만하고, 어린아이 같은 무구(無垢)한 마음을 가져본다. 수천 도(度) 열기를 응축한 시뻘건 해를 보면서 작은 소망 하나 축원(祝願)한다. 새해를 마중한 시인은 사랑과 소망을 노래했다.역술로 보면 신축년은 절기상 12월로, 새벽 1시 언저리다. 칠흑 같은 어둠과 꽁꽁 언 대지를 가리킨다. 좋은 징조는 아니라는 뜻이다. 국내 한 역술인은 천재지변과 홍수, 지진 등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 창궐을 예지해 유명세를 떨친 14살 인도 소년 아비냐 아난드의 예언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천재지변은 물론 전쟁과 이변으로 세계 경제가 붕괴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디난 일 애다디 말오 오는 날 힘써서라/ 나도 힘 아니 써 이리곰 애다노라/ 내일란 바라디 말오 오늘 나를 앗겨서라'(매암 이숙량(1519~1592). 오지 않은 앞날을 걱정하는 건 어리

  • [참성단]'2020년'

    [참성단]'2020년' 지면기사

    2020년이 오늘 하루를 끝으로 저문다. 올해도 늘 그렇듯 음력 경자년(庚子年)을 가불해 상서로운 기대로 양력 첫 날을 열었다. 경자년 흰 쥐가 다산과 재물을 상징한다며 풍요로운 한 해가 될 것이라 했다. 하지만 2020년 자영업자 주머니는 탈탈 털렸고, 나라 곳간엔 빚 문서만 쌓였다. 출산율은 역대 최악 기록을 갱신했다. 경자년 코로나19 대란에서 무사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모든 일이 틀린 점괘 탓이라면 40여일 남은 경자년을 뭉텅 잘라내고 싶을 정도다.2020년은 인류 전체가 문명을 전환한 '코로나 원년'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멀리 볼 것 없이 우리 사회의 비대면 문화가 확산일로다. 기업들은 재택근무의 손익계산을 따져보며 화상회의를 정착시킬 태세다. 배달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수많은 식당들이 온라인 배달 플랫폼 기업에 종속되고 있다. 코로나가 온라인 산업혁명을 재촉하는 형국이다. 결혼식과 장례식은 간소해지고 송년모임은 사라졌다. 익숙해지면 문화가 된다. 코로나가 끝나도 코로나가 남긴 변화는 이어질 것이다.견딜 수 없을 만큼 어려웠던 시절, 서로 따뜻한 정이라도 나눌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참 살벌하게 서로 맞선 한해였다. 정치 탓이다. 코로나 때문에 광장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간 정쟁은 서로를 죽이기에 충분했다. 연초 대통령은 "애벌레에서 나비로 탄생하는" 상생의 탈피를 다짐했지만, 나비는 날지 않았다."우리 절 밭두렁에 벼락 맞은 대추나무/ 무슨 죄가 많았을까 벼락 맞을 놈은 난데/ 오늘도 이런 생각에 하루해를 보냅니다.(무산 조오현 '죄와 벌')" 정권의 누군가가 선승( 禪僧)의 깨달음을 흉내만 냈더라도 정치가 이리 망가졌을까 싶다. 벼락 맞을 정치가가 없으니 국민만 벼락 맞은 대추나무 신세가 됐다. 아시타비(我是他非) 지옥을 2020년에 실어 보내긴 힘들 모양이다."어서 잊을 건 잊고 용서할 건 용서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어요.(이해인 '송년의 시')" 그래도 연말이다. 한 해의 희로애락을 정리 정돈할 인연들이 그립고 보고픈 건 어쩔 수 없는

  • [참성단]동부구치소 팬데믹

    [참성단]동부구치소 팬데믹 지면기사

    법무부는 지난 28일 초유의 구치소 수감자 소개작전을 벌였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서울동부구치소 수감자 345명을 청송교도소로 이송한 것이다. 이송 버스는 히터도 잠근 채 운행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전파될까 그랬단다. 청송교도소 교도관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7개 조가 돌아가며 2박3일 근무한 뒤 14일 동안 외부와 격리된다. 수감자와 다를 바 없는 신세가 됐다. 그렇다고 동부구치소가 한숨 돌린 것도 아니다. 이날 하루 230여명의 확진가가 추가로 쏟아져 나왔다.코로나 사태 초기 세계 각국에서 교도소 탈옥과 폭동사건이 속출했다. 브라질, 베네수엘라, 칠레 등 중남미 국가는 물론 이란, 스리랑카 교도소에서 코로나19 예방조치에 반발하거나 감염 공포에 휩싸인 재소자들이 폭동을 일으키거나 집단탈옥을 감행했다. 미국은 교도소 감염과 폭동을 우려해 경범죄자들의 조기 석방을 단행했다. 이를 노리고 코로나에 걸리려 물컵을 돌려쓰다가 적발된 재소자들도 있었다.동부구치소 집단감염은 상식적으로 예상 가능한 참사였다. 교정시설 수용규정에 따르면 혼거실의 1인당 배정면적은 2.58㎡, 1평도 안 된다. 외부와 격리된 채 혼거실에 수용된 수감자들은 전염병의 손쉬운 표적이고, 일단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속수무책이다. 지난 20일 동부구치소의 한 수감자가 창틀에 매달려 옷가지를 흔들며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이 한 방송사 카메라에 잡혔고, 어제도 한 수감자의 절박한 '창문 SOS'가 포착됐다. 수감자들의 감염 공포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힘들다.교정시설 코로나19 대책은 이미 실행중이었어야 맞다. 그런데 언론에 보도된 법무부의 해명이 걸작이다. "수용자들에게 마스크를 매일 지급했다면 국민여론이 좋지 않았을 것"이란다.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법무부는 형사 피의자 인권보호를 목청 높여 외쳤다. 피의사실 공표도 안 되고 포토라인도 없앴다. 그런 법무부가 교정시설 수감자에겐 인권보다 국민여론을 앞세운다. 인권의 보루인 법무부의 인권의식이 선택적이라면 심각한 문제다.동부구치소 팬데믹 이후에야 법무부

  • [참성단]취업 포기한 청년들

    [참성단]취업 포기한 청년들 지면기사

    '프리터(Free + Arbeit)족'은 직업이 아르바이트인 젊은 층을 말한다.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어 생계유지를 위해 알바를 한다. '니트(NEET) 족'은 일하지 않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들이다. 15~34살 취업인구 중 미혼으로 학교에 다니지도, 가사 일도 하지 않는다. 취업하겠다는 의욕도 없기에 의지가 충만한 프리터족과 구별된다.통계청은 지난달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쉬었다'는 응답자가 235만명이었다고 밝혔다. 이 중 4년제 대학을 나와 일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으며 그냥 쉰 20·30대 청년이 19만3천명이다. 지난해 11월 대졸 청년 백수는 13만7천명이었다. 1년 전보다 40% 이상 늘어난 셈이다. 대졸 백수 중 20대는 10만6천명, 30대는 8만7천명이다.역시나 코로나19 탓이 크다. 기업 채용 규모가 확 줄어든 데다 주요 대면 업종의 부진이 심각하다. 숙박·음식점, 스포츠·예술, 여행·교육 서비스업 등 청년 고용 업종이 치명상을 입었다. 일자리를 찾다 지쳐 의욕을 잃은 청년세대가 늘어난 이유다.니트족은 소비 능력이 평균에 못 미친다. 이렇다 할 소득이 없으니 부모와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을 준다. 경제의 잠재성장력을 떨어뜨리고 경제 활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불안을 유발하는 사회병리 현상으로 취급된다.한국경제연구원은 이달 초 한국의 대졸자 취업률이 2009년 OECD 37개국 중 14위에서 2019년 28위로 14계단 크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OECD 국가들의 평균 청년대졸자 실업률은 2009년 6.1%에서 2019년 5.3%로 0.8%p 개선됐지만, 한국은 5.0%에서 5.7%로 0.7%p 악화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2.8%p(5.2%→2.4%), 일본은 2.1%p(4.7%→2.6%) 낮아졌다.새해에도 일자리 시장엔 먹구름이 짙다. 코로나 조기 종식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좀비 기업이 늘어나는 민간 경제도 불안하다. 불과 2개월 뒤면 다시 졸업시

  • [참성단]코로나 사망자를 위한 애도

    [참성단]코로나 사망자를 위한 애도 지면기사

    인종과 문화는 달라도 망자와 이별하는 상례(喪禮)는 엄숙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쟁과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는 예법이 무너진다. 대규모 전염병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유럽엔 스페인 독감 사망자들을 한꺼번에 묻은 집단매장지가 도처에 산재한다. 실록에 1천400여건의 역병 기록을 남긴 조선 조정은 역병이 창궐할 때마다 버려진 시신을 모아 매장하거나, 그것도 힘에 부치면 한데 모아 화장하기도 했다.코로나 팬데믹에서도 존엄한 죽음이 불가능하긴 마찬가지다. 전 세계 누적 사망자가 174만여명인 상황에서 희생자에 대한 예의는 사라졌다. 발생 초기 중국에선 시신을 트럭에 한데 실어 처리한다는 얘기가 돌았고, 1등 국가인 미국에선 냉동 컨테이너에 시신을 보관하는 실정이다. 많은 국가에서 장례식은 생략됐고, 가족과 대면도 못한 채 화장됐다."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부고 소식을 알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르기로 하였습니다. 상주 000."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받은 4건의 SNS 부고 내용이 한결같았다. 그 밑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댓글이 빼곡하게 매달렸다. 부고를 알리는 상주나, 찾아가 애도하지 못하는 문상객들 모두 죄송하고 미안한 심경인 코로나19 장례식 풍경이 참담하다.일반 장례식 풍경이 이럴진대 코로나 사망자 유가족들의 심경은 어떨지 상상하기 힘들다.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코로나19 사망자 장례관리 지침'은 선 화장 후 장례가 원칙이다. 임종을 지켜보려면 의료진 수준의 방호복을 입어야 하지만, 고인과의 마지막 대면은 사실상 힘든 모양이다. 의료용 비닐백에 밀봉된 시신은 수의도 입지 못한 채 가능한한 당일 화장한다. 우리 장례문화에서 이런 식으로 부모와 혈육을 보내는 건 평생 한으로 남을 일이다.이렇게 시나브로 우리 곁을 떠난 코로나 사망자가 어제까지 808명이고, 12월 한 달에만 280여명이다. 요양병원에서 전원을 기다리다 사망한 고령자도 적지 않다. 상례의 생략도 가슴 아프지만, 최선의 치료를 받았는지에 대한 의문은 두고두고 유족들을 힘들게 할 것이다.수십만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