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춘추칼럼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 북한의 미사일 기술 지면기사

    아리랑 위성으로 남쪽부터 사진을 찍으면, 휴전선을 넘자마자 국토의 색깔이 초록에서 갑자기 누렇게 바뀐다. 그만큼 북한의 산림이 황폐했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지난 4월5일 우리가 나무를 심는 사이, 북한은 주민들의 굶주림을 뒤로 하고 대포동2호 미사일을 발사했다. 다행히 북한이 주장하는 위성 발사는 이번에도 실패했지만, 미사일로는 3천㎞이상의 발사 능력을 과시한 성공적 실패였다.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단편적인 정보로 그 윤곽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연구는 1960년대 함흥군사연구소에서 시작하여, 1970년대 이집트에서 획득한 스커드B를 복제, 화성 5호를 개발함으로써 급속히 발전했다. 무게 6t 길이 11m의 화성 5호는 추력 13t급 액체 엔진을 사용하며 사거리는 300㎞이다. 이어 개발한 스커드C급인 화성 6호는 탄두 무게를 줄여 사거리를 500㎞까지 연장한 것이다. 북한 미사일기술의 큰 전기는 1980년대 스커드 엔진을 개량, 추력 27t의 노동1호를 개발한 것이다. 노동 1호 개발에는 구소련의 붕괴 과정에서 스커드B를 개발한 마키예프 기술자들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 1호는 북한의 노동지역에서 서방에 처음 관측되어 붙여진 이름으로 내부적으로는 화성7호로 불린다. 무게 16t 길이 16m인 노동 1호의 사거리는 1천200㎞로 추정되며 1993년에 첫 발사시험을 하였고, 이란의 샤하브 미사일 개발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1998년에 발사한 대포동 1호는 3단 로켓으로, 1단은 노동 로켓을 쓰고 그 위에 2단으로 스커드B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1단으로 노동이 아니라 스커드 엔진 4개를 묶어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으며, 3단은 고체 킥 모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게 33t 길이 27m로 추정되는 대포동 1호는 1t 탄두를 2천500㎞이상 운반할 수 있다. 이번에 발사한 대포동2호는 무게 75t 길이 약 32m의 3단 로켓으로, 1단은 노동엔진 4개를 묶어 약 110t의 추력을 내고, 그 위에 다시 노동로켓 1개를 올려 2단으

  • 임원부터 가르쳐야 한다 지면기사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올해 초 한 공석에서 연설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 웅진그룹의 전 임원들은 4년째 매 주마다 3시간씩 한자리에 모여서 교육을 받고 있다. 그것도 근무시간인 월요일 오후 4~7시까지이다. 올해는 독서토론을 늘리자는 취지에서 2주마다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나는 궁극적으로 우리 임원들로 하여금 1주일 근무시간의 50%를 교육을 받는 데 쓰도록 할 생각이다. 임원은 한마디로 '판단'을 내리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내리는 판단 하나하나는 회사의 운명에 오랫동안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이 사람들이 내리는 '판단의 질'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런데 '판단의 질'은 그것이 얼마나 풍부한 지식과 창의적 생각의 바탕에서 나온 것이냐에 좌우된다. 지금은 긴 근무시간이 아니라 지식과 창의가 돈을 버는 시대이다. 공부는 하는 과정에서는 그 열매를 알 수 없지만 지나보면 꾸준히 집적된 지식과 통찰을 통해 그 효과를 알 수 있다." 윤 회장은 항상 시대를 앞서 살아온 사람이다. 윤 회장의 발언은 시대를 앞서가는 기업인의 탁월한 통찰이 아닐까 싶다. 삼성의 임원 교육과 관련한 얘기도 눈길을 끈다. 정말 정신이 확 드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액션러닝 과정은 문자 그대로 서바이벌게임을 방불케 했다. 그 과정은 사람의 판단력, 지식 수집 능력, 팀워크 등 유능한 기업인에게 필요한 능력을 극한까지 개발하면서 동시에 임원들 중 옥석을 선별할 수 있게 만들고 또 그 결과로 자연스레 기업이 엄청난 도움을 얻게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삼성의 저력은 바로 이런 교육 과정에서 나오는구나란 생각이 절로 드는 대목이다. 얼마 전 GE의 크론트빌 연수원에 가서 리더십 교육을 받고 온 LG 임원들의 경험담도 이런 맥락이다.모두가 교육을 받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결국 GE의 성공도 그 근저에는 바로 임원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구나 하고 느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현실은 어떤가. 상당수의 우리나라 기업들에는 묘한 전통이 있다. 배우는 것은 소위 '아랫

  • 우리 삶의 주체 지면기사

    내가 주체란 표현을 쓰자니 우습다.똑 북조선 짝퉁 같아서다.그러나 언어란 공용의 재산이다. 함부로 쓰는 자가 문제지 옳게 쓰는 사람이 잘못일 리는 없다.옳게 쓰는 사람, 그 사람은 또 옳게 사는 사람이기도 한 법이다. 누가 옳게 사는 사람일까? 옳게 산다는게 도대체 무엇일까? 오늘 우리 삶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그것이 과연 무엇인가?그것을 안다는 것은 그러나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것을 아는 길 중의 하나가 바로 우리들 삶의 주체가 누구인가를 아는 일이다. 그래 그 주체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이 또한 그리 쉬운 대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문제이겠다.어찌보면 유산자, 중산층, 비즈니스맨, 지식인들 같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노동자, 농민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들이 주체가 아니라고 대답하기 이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으니 어떻게 사는 사람이 주체냐 하는 것이고 그럴 땐 왜 그러냐 하고 묻는 속에서 그 사회적 삶의 바람직한 철학이 무엇이냐에 대한 그야말로 바람직한 철학적 대답이 나오는 법이다. 또 그것이 나올 때 바로 그 주체를 중심으로 한 삶의 삶다운 개선 행위가 시작되는 것이며 비로소 그 삶과 사회는 제대로 발전하게 되는 법이다. 과연 주체가 누군가?그것은 시대마다 다를 것이다.그러면 이 시대는 어떤 시대이고 이 시대는 어떤 사람들이 주체로 되는 것일까?이 시대를 쉽게 규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쉽지 않다고 해서 또 그렇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과연 무엇인가?나는 지난해 봄 서울 시청앞 촛불시위 때 이런 글을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기고한 적이 있다."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고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주체가 나왔다. 그들은 인류역사상 단 한번도 주체가 돼 본적이 없는 '꼬래비들', 즉 미성년, 젊은 주부들, 그리고 비정규직이나 노인, 홈리스를 포함한 쓸쓸한 대중들이다"라고.이제 과연 새로운 시대라고 부를만한 때가 시작되었는가? 되었다.유럽 보수 경제학의 온상인 '마가렛·대처룸' 안에 그대로 앉은 채 영국 보수파 총리 고든·브라운이 왈, '워싱턴 콘센서

  • 국민들은 분노해야 한다

    국민들은 분노해야 한다 지면기사

    박연차 사건이 연일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과거 법이 힘이 없고 권력만이 난무하던 시절 권력형 부정부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권력자들에게 접근하여 돈을 뿌리고, 권력의 핵심부는 그 돈을 받았다. 그 돈의 액수도 보통사람의 기준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행해졌다. 뒤늦게 착수한 검찰의 수사로 당시 권력의 핵심부에서 권력을 휘둘렀던 이른바 실세들이 줄줄이 잡혀들어가고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검은 돈들이 이러한 사회악을 수사하고 처벌하여야 하는 검찰에까지 손을 뻗쳤다는 점이고, 이와 관련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검사들까지 이러한 돈을 받고 사건을 축소·은폐하거나 검찰권행사에 변화를 가져왔다면 이는 국가적인 범죄이고, 달리 용서할 길이 없다.과거 우리는 권력형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하여 부패방지위원회도 만들고 특별검사제도도 법제화하여 수사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특별검사사건을 보면, 당시에 저질러졌던 비리와 부정의 모습을 그대로 알 수 있다. 이러한 거대한 부정은 평범한 국민들에게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거대 권력을 쥐고 있는 세력과 돈을 많이 가진 자들에 의하여 합동으로 저질러져 온 것이다.이러한 일을 볼 때마다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힘없는 보통사람에게는 합법적으로 허가 하나 받는 것도 엄청나게 힘들고, 행정관서의 잘못을 하나 바로 잡는데도 있는 힘을 다해 호소해야 겨우 해결될까 말까한데, 이들이 저지른 짓을 보면, 순진하게 사는 우리 국민들만이 바보가 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정권에서 빚어진 것이다. 입만 열면 상대를 부도덕하다고 공격하고 부패했다고 목청을 높이고, 정의나 진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자기 비판세력을 부정부패한 사람들로 몰아쳤는데, 그들이 바로 이 엄청난 부정과 부패를 저지른 것이 드러났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있을 수 없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의 아들이나 친인척이 항상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되어 늘 수사의 대상이 되어 왔음에도 대통령의 형이라는 사람이 내놓

  • 녹색성장과 과학기술 지면기사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중 하나가 저탄소 녹색성장이다. 물론 저탄소 경제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녹색성장이 구호성으로 철학 없이 포장돼 짜맞추는 식으로 추진된다면, 결과적으로 국력낭비가 될 수밖에 없다. 녹색성장은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삶의 방식과 사회경제 구조를 바꾸는 국가 장기 전략으로 추진돼야 한다.45억년 전 지구가 생겨난 이래,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지구의 탄소순환시스템에 의해 생명을 유지해 왔다. 즉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CO2를 분해시켜 산소와 탄소유기체를 만들고, 이 탄소유기체를 생물이 흡수 산화시켜 에너지를 이용하고 CO2는 다시 공기 중에 돌려보내는 순환시스템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흡수 배출되는 CO2가 균형을 이루며 지구 생태계가 유지되어왔다. 그러나 약 오만년 전 나타난 우리 인류는 만 년 전 빙하기가 끝나자 농경을 바탕으로 문명을 만들고 또 불을 사용하며 지구 생태계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백여 년 전부터는 산업혁명을 통해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진입하며 지구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하였다. 특히 최근 백년간은 과학기술에 의해 문명이 폭발하며 우리 인류의 삶과 지구 생태계는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다.가장 큰 변화는 과학기술 문명에 의해 대부분의 인류가 잘 살게 된 것이고, 또 그 결과 지구 생태계 전체가 심각한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우리 인류는 오랫동안 어렵게 살아왔다. 우리가 동굴에서 나와 산업혁명을 일으키기 전까지 우리 인류의 일인당 평균소득은 100$ 이하라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 인류의 일인당평균소득은 약 6천$ 수준으로, 아마 지금 중산층이 옛날 왕 보다 더 잘 살것이다. 그리고 이런 풍요한 삶과 경제 성장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엄청난 화석연료 사용으로 지탱되어 왔다. 현재 인류가 하루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은 약 4천억㎾h 이고 이중 70% 이상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 유능한 정부의 기준

    유능한 정부의 기준 지면기사

    현 정부가 취임한 지 이제 막 1년이 넘었다. 지나간 1년보다 더 중요한 4년이 남았기에 새 정부의 취임 1년 성적은 너무 중요하다. 그렇다면, 한 정권의 치적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잘한 일도 있고 못한 일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단순히 경제만 갖고 평가할 수도 없다. 경제성장을 이뤘다 해도 만약 돈을 마구 풀어 인플레이션 위협을 가중시켰다면 그것은 잘한 일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인플레이션 위협 없이 경제성장을 이뤘다고 해도 만일 주변 국가들이 다 그보다 더 많은 성장을 이뤘다면 역시 별로 잘한 것이 못 된다. 그렇다면 객관적 평가 기준이란 무엇일까? 과연 그런 것이 있는 것일까? 결국 한 정부의 업적은 임기 동안 그 나라의 총체적 합이 얼마나 좋아졌는가를 갖고 평가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얼마나 발전시켰으며, 사회적으로는 얼마나 안정됐고, 경제적으로는 얼마나 성장했느냐 하는 것의 총합이 바로 그 정권의 업적을 평가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 정치·경제·사회 발전의 총합,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그 나라 미래의 발전 가능성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떻게 잴 수 있는가. 우리끼리 그것을 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각종 정파의 이해관계에 얽혀 사실 누구의 말도 신뢰하기가 힘들다. 결국 외국 전문가의 평가를 얻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런 외국 전문가의 평가가 있는가. 있다. 그것도 매년 말이면 정확히 나오는 평가가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바로 그 해에 그 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의 합이다. 세계의 다국적 기업들은 수많은 나라를 후보로 두고 투자 결정을 한다. 그들은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에 투자한다. 그 나라가 좋아질수록 투자 액수도 늘어난다. 그들은 한마디로 한 나라의 발전가능성을 평가하는데 도사들이다. 엄청난 돈이 걸려 있기 때문에 이들은 나라를 정하는 데 있어 엄청난 공부와 연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경제를 중요하게 보지만 그것만 보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의 총합을 평가한다. 아무리 시장이 넓어도 정치가 불안하면 안 된

  • 나에게 한수 바둑을 두라면 지면기사

    세상을 바둑판이라고 부른 사람은 여럿일 것 같지만 내 기억에 분명히 남는 이는 19세기의 한국 후천개벽사상가였던 강증산(姜甑山) 선생이다.선생은 오선위기(五仙圍碁), 다섯 신선이 두는 바둑판으로 한반도의 현대를 예언한 바 있다. 네 신선은 중국, 일본, 미국, 소련이고 나머지 한 신선은 한국이겠다. 그런데 이 주인신선은 현대 100년을 내내 한 수도 쓰지 않고 네 신선의 복잡한 바둑판을 꼼짝 않고 구경하다가 끝내 네 신선이 판을 끝내고 제 집으로 돌아간 뒤 그 복잡다단한 바둑수를 몽땅 제 것으로 만들어 세상에 다시 없는 웅숭깊은 바둑을 두게 된다는 것이다.지금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4강의 바둑판은 과연 어떠한가? 재미가 있건 없건 간에 세상 돌아가는 판세를 꿰뚫어 알려면 이 판만 잘 들여다보면 훤히 다 알게 되어 있다. 그만큼 세계와 지구의 온갖 사정이 다 압축돼 있는 곳이 한반도와 그 주변 동북아시아 태평양지역이라 할 수 있겠다.나는 한때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호츠크해를 지나 캄차카반도에 간 적이 있다. 거기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페트로 파블로프스크 항구 맞은편의 풀언덕 미센나야쇼브카에서 바라본 아바차만의 광경이다. 그 광경은 내게 9천년에 걸친 몽골리안 루트의 유목 이동의 근원적 동기가 다름 아닌 보다 더 거대한 호수가 있는 보다 더 거대한 산을 찾는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을 일으켰던 것이다. 보다 더 거대한 호수가 있는 보다 더 거대한 산이 뜻하는 것은 내게는 보다 더 거대하고 풍요한 신시(神市), 바자르였다. 중앙아시아와 동북아시아의 장바닥은 반드시 산 위의 물가에 섰기 때문이다.이 말을 듣고 웃는 사람이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다음 말을 듣고 나면 아마도 그 웃음이 곧 등골의 오싹한 소름으로 변할는지도 또한 모르겠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도 키르기즈스탄의 1천500m 고지의 이쉬쿨 호숫가에서 열리는 '야르마르크'라는 국제바자르는 이천사오백년의 역사를 가졌음에도 그 상품의 수다한 종류와 내용의 풍요로움, 거기 모여드는 먼 유럽과 아시아, 남아메리카 및 호수에서

  • 존엄사와 안락사 지면기사

    작년 연세대병원에서 발생한 인공호흡기 제거를 둘러싼 사건에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 환자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병원에 대해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 문제가 매일 같이 발생함에도 그 동안 이를 정면으로 다루지도 않았고, 진지하게 논의하지도 않았다. 지난 해 서부지방법원의 판결이 있고 나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됐다. 그런데 이 판결이 있고 나서도 인공호흡기 제거에 대해서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고 가이드라인도 없어 병원측은 환자의 생명을 어떻게 하는 것이 타당한지 몰라 항소를 했다. 이 사건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서부지방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여 역시 환자에게 설치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문제는 인간의 생명 존중과 인공호흡기의 제거로 인한 사망을 어떻게 조화롭게 정당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에서는 각 나라마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의식, 전통, 삶의 방식, 죽음에 대한 시각 등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 어느 한쪽의 견해가 절대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도 없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죽음에도 인간의 존엄이 존중되어야 하고 따라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여 고통받는 환자로 하여금 존엄하게 사망에 이르게 하는 존엄사(尊嚴死)를 인정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행위가 옳지 않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안락사(安樂死)라고 하고 이러한 안락사는 살인과 마찬가지여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제3자의 입장에서 비난받지 않으려면 인간의 생명존중을 외치고 인공호흡기의 제거는 옳지 않다고 하는 것이 옳다고 하는 것보다는 더 쉽다. 그러나 환자의 입장에서 이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면,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느끼게 된다.서울고등법원은 이 문제를 숙고한 끝에 인간의 생명도 존중하면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수 있는 4가지의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환자가 회생 가능성이 없는 비가역적인 사망과정에 진입하여 있을 것. 둘째, 환자의 일시적 충동이 아닌 진지하고 합리적인 치료중단의 의

  • 우리 인생과 우주 지면기사

    우리는 지금 서기 2009년 지구라는 행성 위에서 길어야 백년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눈앞의 현실은 경제난 속에서 발버둥 치며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한번쯤은 고개를 들고 전 우주의 공간과 시간에서 내 삶의 의미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태양의 행성인 지구는 직경이 1만3천㎞로 만약 지구를 사과 크기로 생각한다면, 해발 9㎞의 에베레스트 산은 그 위의 작은 모래이며, 30㎞의 대기층도 얇은 사과 껍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큰 지구도 태양계에 비하면 작은 먼지에 불과하다. 태양은 직경이 140만㎞로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보다 3배 이상 크다. 태양까지의 거리는 1억5천만㎞로 빛의 속도로 8분 거리지만, 로켓으로는 5개월이 걸린다. 태양계의 끝은 대략 100억㎞까지이며, 빛의 속도로 반나절 거리이다.그러나 태양계도 은하계에 비하면 한 점에 불과하다. 우리 은하계는 태양을 포함 약 1천억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크기가 무려 10만 광년이나 된다. 바로 이웃별인 프로시마 센타우리로 가는데만 로켓으로는 수 천 년이, 빛의 속도로도 4년이 걸린다. 그러나 이런 은하계도 우주전체에 비하면 또 한 점에 불과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전체의 크기는 약 200억 광년으로 그 속에는 수 천 억 개의 은하가 있고, 우리와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 은하도 빛의 속도로 200만년이 걸린다. 우주에 비하면 우리의 삶은 정말 점 속의 점도 되지 않는다.이제 우주의 역사를 살펴보자. 최근 미국 WMAP 위성의 관측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137억 년 전 빅뱅에 의해 탄생하였으며, 이 때 생긴 우주 복사파가 아직도 남아 TV화면의 노이즈로 보인다고 한다. 우주 탄생 50만년 후에는 수소와 헬륨이 생겨났고, 최초의 별은 5억년 후에, 지구는 90억년 후인 약 45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지구에서 원시 단세포 생명체가 탄생한 것은 38억 년 전의 일이며, 6억 년 전 고생대에는 폭발적인 진화가 일어나 바다에는 삼엽충이, 육지에는 양치류가 번성하며 지금의 석탄층이 만들어졌다. 중생대는 약 2억5천만년 전

  • 선택이 넘치는 사회 지면기사

    만약 산신령이 당신에게 다가와서 '내가 딱 한 가지 선물을 주겠다. 무엇이든 얘기해봐라'고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주문하겠는가? 많은 사람이 '건강' '돈' 등을 주문하겠지만 아무리 건강하더라도 거지가 되면 무엇을 하겠으며, 돈을 잔뜩 갖고도 병상에 누워만 있다면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그러나 딱 한 가지만 주문하면서도 가장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있다. 그것은 '가장 많은 선택을 가지도록 해달라'고 주문하는 것이다.가만히 생각해보면 인간이 가장 원하는 것은 '많은 선택'이다. 돈이나 건강 같은 것들은 깊이 생각해보면 다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일 뿐이다. 행복한 인간이란 사실 많은 선택을 가진 사람이다. 인간이 가장 원하는 것이 선택이라면 가장 좋은 사회란 자연히 시민에게 '다양한 선택'을 제공해주는 사회다. 선택이 없는 사회를 우리는 '배급제 사회'라고 부른다. 공산주의 사회가 대표적인 예다. 공산주의의 가장 큰 단점은 결국엔 모두를 가난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그에 못지않은 단점으로 모든 것을 '배급'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있다.그렇다면 선택을 주는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 예를 들어, 국민의 행복지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교육 문제를 보자.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를 '평준화'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평준화는 우리 학생들에게 중요한 선택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공부만으로 경쟁하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지만, 축구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편안히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다. 이러한 후자의 학생들에게 평준화는 매우 좋은 제도다. 바로 그들이 원하는 선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우리 교육의 근본 문제는 평준화 제도가 아니라 전자의 학생들, 즉 경쟁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경쟁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있지 않은 점이다. 머리가 터지도록 경쟁하고 그를 통해 탁월함을 추구하고 싶은 학생들은 그것을 선택할 수가 없다. 그들은 선택을 빼앗긴 채 '뺑뺑이'라는 배급품에 만족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평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