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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마를 기다리나? 지면기사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0% 밑으로 떨어진 지 한참 지났다. 한자리 수로 떨어졌다는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국민 열 명 가운데 한 두 사람만 지지하는 대통령이라면 이미 정상적인 통치행위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하다. 국민들은 지난 한달 보름여 동안 촛불을 들고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을 반대하며 대통령의 성의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급기야 6월 10일에는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이명박 대통령의 충심어린 사죄와 쇠고기 재협상, 반서민적 정책의 전면적 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제껏 변화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한 달 보름, 그리고 연인원 수백만명이 거리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의 대답은 여전히 엇박자다. 예정되었던 국민과의 대화도 연기하고 내각과 청와대의 총사퇴도 미뤘다. 국민 앞에 머리 숙이며 대통령 스스로 내세우던 소통과 쇄신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오히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 사태를 정치적 좌우대결이라는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보고 있으며 보수의 결집을 통해 상황을 돌파해 보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 같다. 예컨대 친박연대, 자유선진당과의 정치적 딜을 추진하며 보수연합을 가시화하고 있다. 친박연대의 복당을 추진하고, 자유선진당에는 총리 자리를 내민 것이다. 이와 더불어 KBS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를 실시하고 정연주 사장을 검찰이 소환하는 등 퇴진 압력을 가하고 있다. YTN이나 MBC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방송장악 의도를 감추려 하지 않고 있다. 보수논객들은 이심전심으로 촛불집회를 좌우대결, 정치투쟁으로 몰아가고 촛불을 든 국민들을 조롱하며 강경진압을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다.우선 보수적 정치세력과 적절한 권력 나누기를 통해 보수지지층을 결집시킨 다음, 정부가 내세우는 것처럼 미국과 잘 협의하여 30개월이상 쇠고기만 당분간 안 들어오게 하고 이를 친정부적 신문들과 순치된 방송이 여론몰이를 해나간다면 상황을 충분히 반전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여기에 조금만 더 버티면 본격 장마가 시작된다는 계산도 깔

  • 위키경제와 촛불집회 지면기사

    위키피디아(온라인 무료 백과사전)는 대규모 협업(collaboration)에 의한 혁신과 가치창출 방식이라는 위키경제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협업으로 만들어진 이 백과사전은 어느 한 기업이나 개인의 소유가 아니며, 열정을 가진 수만명의 사람들이 공동으로 저술한 것이다. 정규 직원 다섯 명이 관리하는 위키피디아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보다 열배 이상 방대하고, 정확도 면에서는 거의 비슷하다. 개방된 백과사전의 본질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자기 지식과 관점을 첨가할 수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오류와 지적 테러의 가능성, 그리고 의도적 방해에 영향받을 위험이 있지만, 위키피디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급성장하여 이용자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웹에 기반을 둔 대규모 협업은 역동적인 사업 모델과 혁신적 경영 방식을 출현시킴으로써 이른바 위키경제라는 참여의 시대를 열었다. 그 결과 대규모 협력에 의한 가치창출이라는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기업은 참여의 시대가 성공의 기회를 넓혀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화학 분야의 세계적 기업인 P&G(Procter and Gamble)사는 R&D 인력이 7천500명이나 되지만 화학업계의 혁신 가속화로 선두자리 유지가 벅차게 되었다. P&G사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연구 인력을 늘리는 대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관련된 아이디어의 50%를 회사 밖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채택함으로써 혁신 경쟁에서 앞서가게 되었다. R&D의 아웃소싱은 기업에서 제시하는 R&D 과제와 전세계 과학자들을 연결시켜주는 혁신적인 네트워크 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다.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최근의 촛불집회는 이러한 대규모 협업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위키경제'가 정치, 사회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보인다. 촛불집회는 웹을 기반으로 자발적 조직화에 의한 대규모 협업이라는 위키경제의 특징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또한 독립적인 많은 시민기자들이 집회현장을 직접 취재하여 뉴스

  • 자연재해 대응 바로 알기 지면기사

    지난달 발생한 미얀마의 사이클론(인도양 태풍) 피해와 중국 쓰촨성의 지진 참상은 우리들 인간에게 자연재해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생생한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4년 전 동남아에서 발생했던 쓰나미의 사례가 보여 주었듯이 이 같은 자연재해는 한 국가의 안보와 사회안정, 그리고 인간 개개인의 삶의 질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스(SARS)나 조류 인플루엔자를 포함한 전염질병과 같이 새로운 '21세기형 안보위협'으로 꼽히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즉, 자연재해와 전염질병 등은 해당 국가에 미치는 피해의 대규모성과 발생의 돌발성으로 인해 군사위협 못지 않게 국가의 명운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안보위협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재해가 국가와 사회, 그리고 인간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이에 대비하는 자세나 대책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물론 국가에 따라 예방조치 및 대비태세를 비교적 잘 갖춘 나라도 있지만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사태가 발생한 이후에야 허겁지겁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 대체로 언론보도를 통해 우리가 보아 온 형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우리가 자연재해와 전염질병 등을 단순히 '신(神)의 행위'가 아닌 새로운 21세기형 안보위협으로 간주하고 국제적 차원에서 예방조치 마련과 대비책 설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최근에 나타나는 자연재해는 과거와 달리 인간에게 주는 피해 범위가 엄청나 과거의 사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라는 점이다. 이번에 미얀마를 덮친 사이클론이나 중국을 강타한 지진의 규모와 피해는 모두 세계 기록감이라고 할 수 있다.자연재해와 전염질병이 21세기형 안보위협으로 꼽히는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결국은 국가안보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 개개인 삶의 질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태풍과 중국의 지진으로 수만명이 직접적인 인명피해를 당했으며 또한 수백만명이 집을 잃고 생활의 터전으로부터 쫓겨났다는 사실은 자연재해가 어떠한 재래식 전쟁이나 무력갈등

  • 이야기 산업의 미래 지면기사

    베르나르 베르베르, 오르한 파묵, 요시모토 바나나 등 외국 유명 작가들의 방한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소설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자국 영화를 보호하기 위한 '스크린 쿼터'는 있어도 자국 소설을 보호하기 위한 '스토리 쿼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나 민족 단위로 소설이 창작되고 유통되던 시절은 지나갔다. 독자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으며, 작가들은 적자생존의 냉혹한 시장에서 작품성으로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 역시 국경을 넘어선 지 오래다. '올드보이', '미녀는 괴로워', '플라이 대디 플라이'의 원작은 모두 일본 작품이다. 영화나 드라마 연출을 희망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일본 만화나 일본 소설 마니아란 사실도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소설이나 한국만화의 판매가 저조한 상황에서도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들과 '신의 물방울', '노다메 칸타빌레' 등의 일본 만화는 날개 돋친듯 팔렸다. 나날이 성장하는 뮤지컬 시장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뛰어난 소극장용 창작 뮤지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극장용 뮤지컬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에 비싼 라이선스 비용을 내고 들여온 작품들이다. 이야기 산업은 스토리텔링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콘텐츠로 문화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기존 이야기 산업이 문학·영화·연극·드라마 등 예술을 중심에 두었다면, 디지털 콘텐츠의 발달과 함께 21세기 이야기 산업은 예술 외적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게임의 가공할만한 문화적·경제적 파급 효과는 이미 확인된 바 있으며, 제품 광고나 기업 광고, 기업 경영과 개인 경영에서도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아직 그 수준이 탁월하진 않지만 이야기를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도 만들어졌으며, 이야기를 단순히 보고 듣고 읽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오감을 통해 온 몸으로 이야기 자체를 즐기는 가상현실에 대한 연구도 상당히 진척되었다. '이야기 말하기(story-telling)'의 수준을 넘어 '이야기 하기(story-doing)'의 차원까지

  • 준비 안된 정권의 예정된 '위기'

    준비 안된 정권의 예정된 '위기' 지면기사

    출범한 지 100일도 안 된 이명박 정권의 지지율이 20%대로 폭락했다. 역대 정권 가운데 최악이라 한다. 혹자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몇 달 동안 느꼈던 피로감이 과거 정권 5년 동안의 그것과 맞먹는 것 같다고 토로한다. 뭐라 이야기하든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몇 개월은 국민의 뜨거운 기대와는 달리 실망과 실패의 연속이다. 더욱이 때 아닌 미국 쇠고기 파동으로 민심이반이 가속도가 붙은 형국이니 가히 정권의 위기라 부를 만하다.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 게다가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반이 훌쩍 넘는 국회의석을 갖고 있는 뭐 하나 아쉬울 것 없는 정권이 도대체 왜 이런 위기에 직면했을까?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안하무인적 인사행태가 국민들의 눈에 심하게 거슬렸다. 수십억 수백억의 자산가들로 가득 채운 내각과 청와대 진용, 게다가 땅투기, 위장전입 등으로 문제있다는 국민여론에 대해 '부자가 뭐가 문제냐'며 응수하던 그 오만함을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한다. 법을 어겼더라도, 도덕성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신임하는 '자기 사람'이면 무조건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울화통을 터트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게다가 마치 점령군마냥 법으로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공직자들마저 모조리 솎아냈다. 이러한 무리한 인사행태가 대통령이 '자기사람' 심기 위해 그러는 것을 국민들이 모를 리 있겠는가? 또한 인수위부터 시작된 설익은 정책의 퍼레이드가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영어몰입 교육을 추진한다고 했다가 국민적 반감이 커지니까 그런 정책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며 안면을 바꿨다. 0교시, 우열반을 부활시킨 소위 '학교 자율화 조치'로 학부모와 학생들을 너무 힘들게 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는 어떤가? 언제는 이것이야말로 국운융성의 길이며 물류혁명을 통해 경제를 살리는 대안이라 주장하더니 그런 주장이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난 이후에는 수로를 만드는 것이니 운하가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 미국에서도 문제가 너무 많아 개혁논쟁이 붙어 있는 소위 '미국식' 의료보험 체계를 들여오겠다고 하다가 국민 반발이 거세지니, 의료

  • 광우병 논란, 사회적자본 확충 계기로 지면기사

    최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괴담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사회적 자본 부족이 중요한 원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협력을 촉진시키는 제도, 규범, 네트워크, 신뢰 등 일체의 사회적 자산을 포괄하여 지침하는 것으로서 이 중 사회적 신뢰가 사회적 자본의 핵심이다.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어 있는 선진민주사회에서는 사회적 이슈의 공론화 과정에서 사회적 신뢰가 높은 전문가 집단, 언론, 정부 등이 여론을 걸러줌으로써 성숙한 토론과 합리적인 의견 수렴이 이루어진다.반면 사회적 신뢰가 낮은 사회일수록 돌발적 사건이나 대중매체의 피상적 분석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여론의 급격한 쏠림현상을 초래하기 쉽다. 여론의 쏠림현상은 합리적인 정책대안 도출을 어렵게 하고 나아가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켜 극단적인 경우 사회적 아노미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선진사회로의 도약을 위해 사회적 자본은 필수적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자본은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회적 기반이다.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가 원활하게 거래되기 위해서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 신뢰가 전제되어야 된다. TV나 자동차를 살 때 품질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면 거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시장경제에서는 거래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 품질인증, 성능보증, 예금보험, 주가조작 거래에 대한 처벌 등 다양한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장치들은 '거래비용'을 낮추어 거래를 활성화함으로써 생산적 경제활동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그러나 제도적인 신뢰증진 장치만으로는 생산적 경제활동을 활성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지식기반경제에서 혁신은 성장의 주 원천이다. 그런데 혁신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실리콘 밸리의 경우에서 보듯이 아이디어와 기술, 자본과 경영노하우 간의 결합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와 같은 다양한 사람간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협력체결 계약의 법적 보호와 혁신에 대한 금융지원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지만 근본적

  • '21세기형 안보위협'에 대비하자

    '21세기형 안보위협'에 대비하자 지면기사

    지난 달 초순 전북지방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걱정이 높아가고 있다. 관련 축산업자는 애지중지 기르던 닭·오리 등을 모두 살처분 해야 하는 등 우리 사회 전체가 입을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으니 피해 당사자들과 농정당국의 애타는 마음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으리.사실 조류 인플루엔자는 과거에 우리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가금류 전염병으로서 국가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막대하다. 발생했다는 보고가 접수되면 급속한 전염 위험 때문에 수 ㎞ 반경내의 가금류는 모두 살처분 해야 하고 대외 수출마저 끊기니 경제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디 그뿐이랴. 인간에 대한 오염 가능성 때문에 닭과 오리등과 관련된 국내 소비도 큰 폭으로 떨어진다고 하니 우리 사회 전체가 입을 피해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과거에는 우리가 대치하고 있는 군사적 위협만이 우리 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불안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이제는 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은 새로운 요인들도 경제·사회 불안에 한 몫하고 있으니 우리의 안보에 대한 위협요인은 매우 다양해진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이 꼭 군사적 위협은 아니더라도 한 나라의 경제·사회적 안정에 해를 끼쳐 종국에는 국가의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우리는 '비전통적' 또는 '비재래적' 안보위협이라고 부른다. 몇 년 전 동남아지역에서 창궐했던 '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SARS)과 같은 전염질병과 테러·마약 등이 이러한 '비전통적' 안보위협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또한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와 기후변화 등도 비전통적 안보위협 요인의 범주에 포함되고 있다. 이들은 비록 군사적 위협의 형태는 띠지 않지만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막대하여 전통적인 군사적 위협만큼 한 나라의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21세기형 안보위협'으로 불린다. 전통적인 군사위협과는 판이하게 다른 이들 21세기형 안보위협 요인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3가지의 특징을 지닌다.첫째, 행위주체와 발생 원인이 불분명

  • 두 미래 지면기사

    대한민국에서도 첫 우주인이 나왔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이소연씨가 우주비행을 마치고 귀국한 것이다. 우주에서 보낸 나날이 그녀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 달에 발을 디딘 우주인과의 인터뷰를 모은 앤드루 스미스의 '문더스트(Moondust)'는 좋은 참고자료다. 지구인 중에서 달에 발을 디딘 사람은 열둘인데, 그 중 세 명이 죽고 아홉 명만 남았다. 우주복을 입고 달에 선 표지 그림부터 눈길을 끈다. 지구로 귀환한 후 지금은 우주에 관한 그림을 그리는 앨런 빈의 솜씨다. 1969년 아폴로 12호를 타고 달에 다녀온 그는 우주비행의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우리는 300년 동안 망원경으로 우주를 살피고 탐사선을 머나먼 우주로 보내고 있는데도, 달 위를 걸으며 바라보던 지구만큼 아름다운 천체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저는 우주 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던 것입니다."미래에는 더 많은 이들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우주비행을 즐기리라는 낙관적인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과학기술이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전제가 깔렸다. 역사소설가인 내가 이미 죽은 자들의 흔적을 찾아 책을 뒤지고 답사를 다니는 동안,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가 훗날 인류에 어떻게 공헌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가령 나노로봇을 연구하는 과학자는 이 매우 작은 로봇을 인체에 넣어 병균을 모조리 퇴치하는 날을 꿈꾸고,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를 연구하는 과학자는 말이나 행동으로 명령을 내리지 않더라도 고감도 센서가 인간 개개인의 업무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유비쿼터스 세상을 그린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막대한 산업쓰레기를 지구가 다치지 않도록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찾는 과학자도 있고 예술 활동을 더 많은 이들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도록 뇌를 중심으로 인지 영역을 탐구하는 과학자도 있다. 과학자들이 치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펼쳐 보이는 미래는 현재의 고통과 어려움을 어느 정도는 해결하고 있다.미래를 그린 소설가들의 작품은 하나같이 어둡고 칙칙하다. 조지 오웰의 '198

  • 포장 미학인가? 허위 광고인가? 지면기사

    지난 15일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학교운영과 관련해 중앙정부가 규제해왔던 29개의 지침들을 폐기하고 개별 학교가 알아서 시행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개별학교 운영에 있어 정부가 강압적으로 하라 마라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분명 좋은 취지로 보인다. 그런데 막상 학생, 학부모, 교사들은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연일 반대 기자회견과 토론회가 열리고 심지어 중고생들이 모여 '학교 입시지옥화 조치'를 철회하라며 촛불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왜 '학교 자율화'라는 좋은 취지를 담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조치에 반대하고 나선 것인가? 그 배경에는 교육부의 방침이라는 것이 제목과 내용이 한참 어긋나 있고 포장과 알맹이가 완전히 다르다는데 있다. 4·15조치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학교자율화'라는 그럴싸한 포장과는 달리 학교를 과거의 낡은 관행으로 되돌리는 조치이며 학생들을 획일적으로 몰아가는 입시몰입정책에 다름 아님을 알 수 있다. 가령, 과거 한때 시행했던 '우열반'에 대한 규제를 푼다고 하면 대다수 학교가 '자율적'으로 우열반을 편성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공부 좀 하는 학생의 부모라 하면 'SKY 입시반' '특목고 준비반'을 만들자는 요구가 왜 안 생기겠는가? 학교가 나서 이런 학부모들의 요구를 반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우반'에 들어가면야 좋겠지만 모든 학생이 우반에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 자식이 열반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어떻겠나? 학생은 학교 다닐 맛이 안날 것이며 그런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결국 우열반 편성은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들이 우반에 들어가기 위해 한층 더 사교육에 목매달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할 것이다. 0교시와 야간자율학습을 금지하던 지침을 폐기하면 당연히 대다수 학교에서 0교시와 야간자율학습을 '자율적'으로 시행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학교별로 경쟁하게 하고 학교별 성적을 따져 재정지원도 달리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니 이렇게라도 해서 학교 성적을 올리려 혈안이 되지 않겠는가? 아침밥도

  • 경제·금융교육 확대 시급하다 지면기사

    서브프라임사태로 미국경제는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침체에 처해 있으며 그 여파는 세계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모든 금융위기가 그러하듯 서브프라임사태는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의 탐욕과 금융감독의 실패에 원인이 있다. 그러나 문제가 배양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 것은 서브프라임 대출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서브프라임 대출 이용자들의 금융무지라는 것이 미국정부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따라서 서브프라임사태와 유사한 금융위기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금융문맹의 퇴치가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미국은 '금융문맹퇴치를 위한 대통령위원회'를 설치하였다. 위원회는 중학생 대상의 새로운 교과목으로 '돈의 수학: 평생의 교훈'을 승인하였으며 '금융문맹퇴치봉사단'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美하원은 금년 4월을 '금융문맹퇴치의 달'로 선포하였다. 금융교육, 보다 넓게는 경제교육의 부족이 초래한 경제문맹, 금융문맹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에서는 서베이 결과 900만명의 영국인이 은행예금, 보험, 펀드 등 금융상품에 대한 복잡한 정보를 두려워하고 심지어 기피하는 '금융공포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영국, 러시아 등 유럽국가들에서는 정부가 경제·금융교육 확대를 천명하고 나섰으며 민간단체들의 경제·금융교육 사업도 활성화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제·금융 교육 수준은 어떠한가?우리나라의 경제·금융교육 수준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금융소외계층 규모이다. 금융서비스 이용자 3천463만 명의 20%에 달하는 720만 명이 신용불량자로 금융서비스의 소외계층이다. 이중 260만 명은 금융채무불이행자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금융대출과 자기명의의 사업은 물론 취업 등에 심각한 제한을 받아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신용불량자가 된 것은 신용카드대란 등 정책실패 및 서민층을 위한 금융서비스 부족에 원인이 있지만 문제의 뿌리를 제공한 것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금융서비스이용자들의 금융무지이다. 이와 같이 심각한 금융무지를 초래한 원인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