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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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칼럼] 율곡과 다산의 나라 사랑 지면기사
율곡 이이와 다산 정약용, 조선을 대표하던 학자였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율곡은 태어나기야 강릉이었지만 고향은 파주로, 파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생을 마쳤다. 다산은 광주 출신으로 태어나고 삶을 마친 곳도 광주였으나 오늘날에는 남양주시로 행정구역의 명칭이 바뀐 곳이다. 임진왜란 이전에 살았던 율곡은 당시의 일반 성리학자들과는 다르게 백성과 나라에 대한 관심이 특별하여 온갖 병폐를 안고 있던 나라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여기면서 많은 개혁안을 제시하였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그대로 두면 반드시 '토붕와해(土崩瓦解)'의 화란이 온다고 거듭 주장했다.율곡의 논리는 명쾌했다. 병들지 않은 곳이 없는 나라, '경장(更張)'하지 않으면 나라가 존재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국왕에게 대책을 올리고 상소(上疏)를 통해 경장의 방안을 제시하였다. 대표적으로 '경제사(經濟司)'라는 국가 기관을 설립하여 경제를 살려내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백성들이 굶주리고서야 어떻게 강한 나라가 되어 나라도 평안하고 외침도 막을 수 있겠느냐면서 경제 살리는 대책을 진언했다. 경제를 살려내 강병 육성으로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자는 예언까지 했던 점은 율곡이 얼마나 훌륭한 애국심의 소유자였는가를 증명해주고 있다. 율곡, 경제 살리고 강병육성 진언다산 '숭문의 시대' 기술개발 외쳐끝내 뜻 이루지 못하고 위기·망국 18~19세기를 살았던 다산, 온 세상이 썩은 지 이미 오래라면서 털끝 하나 병들지 않은 것이 없다면서 지금 바로 나라를 개혁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는 망하고 말리라고 예언하면서 나라와 백성을 살려내려는 온갖 방책을 강구하였다. 특히 탐관오리들의 발호로 세상이 너무나 썩어 문드러져서(腐爛) 그대로 두면 필망(必亡)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하였다. 율곡의 '경제사'에 해당하는 '이용감(利用監)'이라는 새로운 국가 기구를 신설해서 이용후생의 혜택으로 나라와 백성을 살려내자고 주장하였다. 숭문(崇文)에 빠져 있던 그 시대에 기술 개발과 기술 도입 없이는 절대로 국부는 이뤄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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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수 칼럼] 우리 경제 터닝 포인트에 몇가지 위협 요소 지면기사
COVID-19 팬데믹과 재난지원금, 인플레이션과 스태그 플레이션, 엔데믹 선언 등에 이어 무역 적자에서 16개월만인 지난 6~7월 연속 흑자로 돌아선 것이 경기 회복의 시그널인가. 폭염과 태풍 카눈에 지친 국민들에게 청량제가 되었으면 한다. 미 연준(FED)에서는 기준금리를 베이비 스텝인 0.25%를 또 인상했다. 이는 22년만에 최고치로 미국시장도 불확실성이 덜 진정됐다는 예다. 美 금리의 급등, 中 부동산 디폴트 확산이 우리에게는 또 다른 악재로 미칠 가능성도 있다.두 달 연이은 무역흑자가 비록 유가 하락에 따른 석탄과 가스, 원유 등 에너지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수출액이 수입액을 간신히 웃돌아 발생한 불황형 흑자지만, 차제 터닝 포인트로 그 기대나 관심이 매우 높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의하면 지난달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오히려 16.5% 감소해 10월 이후 연속해서 마이너스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에 속내는 시장이 지금보다 더 위축될까 강한 우려나 염려도 있다.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뤄왔던 중소기업 특히 창업 1세대 분들이 고령화로 기업의 승계나 매각이 아닌 폐업을 결정한다는 소식에 아연실색이다. 그 수가 무려 1천500여 곳이 넘는 것으로 '2세는 사업에 별 관심이 없고 전문경영인 영입 역시 실패했다'라며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M&A마저 막혀 선택지는 오로지 폐업이 유일한 돌파구라 진언하고 있다. 美금리급등·中부동산 디폴트 확산유가 하락 따른 에너지 수입 감소16개월만 '불황형' 무역흑자 전환 정부도 2019년 4월부터 M&A 거래정보망을 통해 기업을 팔거나 인수를 원하는 데 관심 있는 기업들을 매칭해주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매물로 오르는 기업들이 상당기간 경기 침체와 상속세 등 경영이 최악으로 치닫자 부도나 강제적 구조조정만은 피하자라며 부실기업만이 아닌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알짜배기 기업들도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다. 업계는 상속·증여세에 2세 승계를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수라 알려주고 있다.지난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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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선거혁명을 예고하는 경고와 징조들 지면기사
2018년 폴란드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열다섯살 스웨덴 소녀 툰베리가 세계 각국의 정치인들을 직격했다. "당신들은 자녀를 사랑한다 말하지만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어린 선지자의 경고를 어른들은 무시했다. 푸틴은 "어느 누구도 툰베리에게 세상이 얼마나 복잡한지 말해주지 않았나 보다"고 했다. 트럼프는 "밝고 훌륭한 미래를 기원하는 행복한 소녀 같다"고 했다.소녀 툰베리의 경고는 지금 현실이 됐다. 미국에선 선인장이 말라죽고,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한겨울에 일광욕을 한다. 열돔에 갇힌 지구 곳곳에서 태양의 빛과 열에 사람들이 쓰러진다. 펄펄 끓는 바다는 거대한 태풍을 키워 육지를 물바다로 만든다. 과학자들은 수 십년 동안 기후 재앙을 경고했다. 사라지는 빙하는 분명한 징조였다. 정치인들은 경고와 징조를, 내년이면 정상이 될 이변으로 격하했다. 푸틴은 전쟁 중이고 트럼프는 대권 도전에 나섰다. 모든 비극엔 경고와 징조가 선행한다. 비극을 막을 선지자의 지혜와 자연의 섭리다. 모든 비극은 예정된 비극이라 더 비극적이다.기후위기 원년급 폭염 속에 대한민국은 비장하다. 한 시대와 세대의 종언을 고하는 만종이 울려퍼진다. 오래된 경고는 유효하고 새로운 징조는 심상치 않다. 기후위기 경고… 정치인들 무시했으나 현실로LH 부실시공·대낮 칼부림 등 사회위기 조짐 오래된 경고는 산업화와 민주화 정치세대의 유통기한 만료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두 개의 기적으로 탄생한 나라다. 당대의 숙적 박정희와 김대중이 차례로 기적을 이룬 이적은 세계적 신화다. 박정희는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며 민주주의를 유보하고 한정된 자원을 국부 창출에 집중했다. 김대중은 사형선고에도 굴하지 않고 인동의 뚝심으로 쓰레기통에서 장미를 피워냈다. 박정희의 산업화와 김대중의 민주화의 목적어는 국가와 민족이었다. 그들의 리더십은 오롯이 국가와 민족을 향했다. 김대중이 박정희와 역사적으로 화해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산업화와 민주화의 유산을 반분한 정당이 국민의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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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칼럼] 상생의 공동체 세상 만들기 지면기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 뉴스에 우크라이나 드론이 모스크바를 공격했다고 하니,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도 편할 수만은 없는 듯하다. 편하지 않은 게 아니라 큰일이다. 뉴스에 의하면 푸틴 대통령은 징집 연령 상한선을 27세에서 30세로 높이고 소집 영장이 발부된 사람은 출국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싸울 군인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금방 끝내려던 전쟁이 오래 계속되고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강화되면서 러시아 청년들이 허무하게 대량으로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탱크 안에서나 들판에서 우크라이나 드론의 표적이 된 병사들이 희생되는 장면을 텔레비전은 전자게임을 보여주듯 송출하곤 한다. 비록 전쟁을 먼저 건 나라의 병사라 해도 꽃 같은 목숨이 아니던가. 우크라이나는 더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고골을 러시아 작가로 알고 성장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민족적 정서나 러시아에 대한 반감은 이번 전쟁을 통해서야 비로소 소상히 알려지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를 코앞에 두고 여러 쟁점들이 산적한 가운데 나토 가입을 서둘러 푸틴의 전쟁 정책에 빌미를 제공한 점은 없었던가? 그렇지 않아도 푸틴은 체첸 지역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전쟁 상태를 야기함으로써 국민적 지지를 끌어올리는 지도자가 아니었던가? 두 나라는 비록 지배와 피지배로 얼룩진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전쟁으로 서로를 또다시 살상해야 하는 새로운 비극을 연출하지는 않았어야 한다. 이 전쟁에서 나는 국민을 이끄는 지도자가 얼마나 현명해야 하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봉기로 세상 바로잡고자한 전봉준젊은 강일순 무고한 희생 염려 거부 고부에서 전봉준이 거사를 일으키고자 하여 같은 고을의 젊은이 강일순을 찾아갔다. 이는 증산교 경전인 '도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정확하게 옮길 수 없지만, 봉기를 일으켜 세상을 바로잡고자 한 전봉준의 이야기에 강일순은 무고한 백성이 희생될 것을 염려하며 거부하였다고 한다. 동학군이 결정적인 비극적 운명을 맞이한 것은 공주 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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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칼럼] 근대적 한국인, 근대적 대한민국 지면기사
'계단주의'라는 경고문을 흔하게 발견한다. 영어식 표현인 'Watch your Step!'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지만, 계단은 행위의 주체가 아니기에 의미의 맥락은 달라진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당신의 행동에 유의하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만일 이를 계단으로 해석한다면 비탈길, 젖은길, 자갈길 모두에 각각의 주의표시를 해야할 판이다. 이와 달리 물품이 선반에 빽빽하게 진열되어 있는 상점에서 '선반 주의'가 아니라 '머리 주의'라고 씌어 있는 곳들도 종종 발견된다. 다른 예로 테니스 동호인들은 자신의 공이 네트에 걸리면 "오늘따라 네트까지 도와주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우리식의 세계관이 담겨 있는 독특한 표현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피동적이고 방어적인 세계관이 담겨 있다. 자유로운 행위주체로서의 근대적 개인은 없다. 자신의 행위를 구속하는 외적 요인을 강조하고 자신을 그 피해자 혹은 '을'로 규정한다. 우리는 이른바 '구조'를 개인의 행위를 제어하는 한계 혹은 개인 자유의 한계로 이해하고 인식한다. 반면 자유로운 개인과 주체적, 자발적 행위를 강조하는 미국인들은 '구조(structure)'라는 단어의 개념적 의미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지 않다. 그들에게는 개인들의 자유가 충돌하는 경계에서 자신의 행위의 한계를 발견하기 때문에 그 지점에서 어떠한 합의와 보상의 방식을 통하여 그 한계들을 돌파하는 방안을 찾는다. 한국인 피동적이고 방어적 세계관국가간 충돌, 외부 요인 먼저 인식 개인 혹은 국가간의 충돌 속에서 우리는 외부의 뭔가에 의한 좌절을 먼저 인식한다. 사람간의 정당한 이해갈등을 흑백논리 등을 통해 하나의 적대로 이해한다. 자본가들이 적이 되거나, 국가 혹은 국가의 현실적 구성원이 적이 된다. 자유로운 개인들의 사회계약을 바탕으로 성립하는 근대국가는 종종 자본가, 지배세력, 기득권을 보호하는 적으로 변모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에 뿌리를 둔 한 통일운동가이자 종교인은 '벽도 밀면 길이 된다'는 말로 분단의 장벽을 넘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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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근 칼럼] 교양 교육의 어려움 지면기사
대학은 상품이 아니다. 하지만 대학이 상품으로 취급되는 현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오히려 한국 사회의 대학은 일반적인 상품만큼 평등하지 않다는 점에서 대단히 불합리하고 불완전한 상품이다. 일반적인 상품은 돈만 내면 누구나 구매할 수 있지만 대학이라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자격시험을 통한 경쟁을 거쳐야 할 뿐 아니라 그 결과에 따라서 원치 않는 상품이라도 구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등록금을 지불하고 대학이라는 상품을 구매한 학생들은 강의를 듣고 학점을 취득할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 학생들은 등록금이 아깝다고 생각하며 반발하게 된다. 심지어 등록금 냈는데 왜 학점을 안 주느냐고 주장하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있을 정도다.학생들은 대체로 전공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등록금이 아깝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항변은 합목적적이다. 애초 대학이라는 상품을 구매한 목적이 전공을 충실하게 익혀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학의 교양 교육은 그 반대다. 전공은 충실하게 가르치지 않으면 등록금이 아깝다고 생각하는데 교양은 충실하게 가르치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전공 시간에는 착실한 학생이 교양 강의에는 결석을 자주 하거나 교양 시간에 전공 공부를 하는 학생이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많은 학생이 교양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을 학생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 뒤에는 교양을 등한시하는 사회구조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교양 없는 한국 사회가 교양 교육을 어렵게 하는 주범이다. 무조건 들어야 졸업 '번들상품' 비슷물리학도에게 詩 알려주기 어렵듯타전공생에 교양교육 쉬운일 아냐 대학에서의 교양은 전공에 견주면 더욱 불합리한 상품이다. 싫든 좋든 무조건 들어야 졸업이 되니 선택의 여지 없이 받는 번들 상품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아니 끼워 팔기 강매 상품이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구매자의 처지에서는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데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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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칼럼] 지금이 인천의 대전환 적기이다! 지면기사
나는 자랑스러운 인천시민이다. 인천은 내가 가장 오랫동안 살아온 곳이자 내 삶의 터전이다. 자식들을 낳아 키운 곳이고, 제자들을 가르쳐 온 곳이기 때문에 인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인천이 진정한 미래도시, 초일류도시로 발전하길 소망한다. 지금까지 인천은 수도권의 배후도시로 간주되어 왔다. 인천은 서울과 수도권의 물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인천에서 일하고 서울에서 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로 인해 인천에 사는 사람들은 항상 떠나기를 갈망하며 인천에 대한 애착이 낮다고 여겨져 왔다. 물론 이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렇다는 얘기다.나는 인천을 다섯 개의 터미널 도시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이 다섯 개의 터미널은 공항 터미널, 항만 터미널, 에너지 터미널, 쓰레기 터미널, 전력 공급 터미널을 말한다. 인천공항과 인천항은 설명이 필요 없는 시설들이다. 인천시민 중에는 세계적인 공항과 항만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나머지 세 개의 터미널은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는 시설이지만, 우리는 이러한 시설들을 어쩔 수 없는 시설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 존재를 애써 무시한다. 이제 이 다섯 개의 터미널을 디지털 전환, 첨단 바이오 및 헬스 산업, 스마트 도시산업의 전초 기지로 활용함으로써 인천은 대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공항과 항만에 대해 생각해 보면, 인천 공항은 수도권 배후 공항 역할에서 벗어나 지금은 세계적인 허브 공항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인천의 변화를 주도하는 시설이 되었다. 공항과 관련된 면세, 관광, 레저산업은 영종도, 청라, 송도 미래도시, 강화 및 제물포 개항지구와 연계하여 한류 문화 지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영종도와 강화도 연결 대교는 강화를 역사안보갯벌 문화지구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인천항은 인천 신항, 인천 크루즈터미널, 인천 컨테이너 터미널 등을 활용하여 다른 지역에서는 할 수 없는 시설과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기존의 인천항, 남항 등은 인천의 해양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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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양평 수모' 방관하면, 똑같이 당한다 지면기사
지난 5일자 경인일보는 사설 '정치와 정무에 흔들리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게재했다. 종점 변경 의혹을 둘러싼 야당과 정부의 공방이 예사롭지 않았다. 민주당이 특혜 변경 의혹을 제기한 도로 종점에 영부인 김건희가 있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반박은 서늘했다. 늘공의 빈곤한 정무감각을 탓하며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러다 고속도로 사업이 지체되고 표류할까 조바심이 났다. 정치와 정무로 국책사업을 흔들지 말라고 경고한 배경이다.지체와 표류를 걱정했던 양평군과 지역언론의 우려는 순진했다. 민주당은 6일 강상면 종점 현장을 찾아가 특혜 의혹을 기정사실화했다. 다음 날 원희룡 장관은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정치가 없는 한국정치에 일말의 양식을 기대했던 지역의 호소는 철저하게 짓밟혔다.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양평군민들의 15년 숙원사업이자, 1조8천억원 짜리 국책사업이다. 양평군민 13만여명이 오매불망 고대하던 고속도로가, 야당의 상투적인 의혹제기와 국토부장관의 신경질에 없던 일이 됐다. 양평군민에겐 생명선인 도로를 야당은 정쟁거리로, 여당 장관은 정치적 결백 입증용으로 날려 먹었다. 원인과 결과, 시종(始終)이 내로남불로 뒤얽혀 해법부재의 지경에 이르는 한국형 정쟁의 특징을 감안해도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는 어이없는 일이다. 막장조차 없는 정쟁이 국책사업을 말아먹기에 이르렀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1조짜리 국책사업민주 의혹제기·원희룡 장관 백지화 선언 국책사업 역사상 최초의 정치적 백지화 사례가 하필 서울~양평고속도로이다. 아무래도 경기도라서, 양평군이라서 당하는 모욕이다 싶다. 영호남과 충청권에서 정치적 시비로 국책사업을 날린다? 상상할 수 없다. 제주도 국책사업을 이런 식으로 백지화한다? 원 장관이 미치지 않고서야 가능할 리 없다. 강력한 정서적 연대로 무장한 지역의 국책사업은 정쟁도 가볍게 뛰어넘는다. 십수년간 검토 차원에 머물던 동남권신공항은 2021년 2월 문재인의 선언과 국회 특별법 입법으로 순식간에 30조짜리 가덕도 신공항 사업으로 확정됐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동의했다.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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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칼럼] 조선의 선비 화서 이항로의 애국심 지면기사
조선은 선비의 나라였다. 선비란 유학에 고명하고 애국심이 투철하여 백성과 나라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글만 잘하는 사람이라고 모두 선비는 아니다. 다산 정약용은 그의 '속유론(俗儒論)'이라는 글에서 선비 중에는 참선비(眞儒)와 속유(俗儒)가 있으며 선비라면 참선비이어야 한다면서 참선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하였다. '참된 선비의 학문은 본디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편안히 하고 오랑캐를 물리치고 재용(財用)을 넉넉하게 하고 문식(文識)과 무략(武略) 등을 갖추는 것을 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다.'다산의 이야기에 의하면 선비란 글이나 잘 하고 온순하고 모범적인 처신을 하는 사람이 아닌 것을 알게 한다. 정치에도 밝아야 하고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경제에도 밝아 부강한 나라를 만들 그런 역량까지 지녀야만 참선비라는 말을 듣게 된다. 500년 전통의 조선에는 참으로 많은 선비들이 있었기에, 조선은 선비의 나라라고 하는데, 특히 나라가 망하기 직전의 한말에 경기도 출신 참다운 선비 한분이 계셨으니 바로 화서 이항로(1792~1868)였다. 고종 3년, 병인양요로 '민심 흉흉'대원군 기세에 바른말 못하던 시대 정조 16년인 1792년 2월, 경기도 양평군(당시는 양근군) 서종면 노문리 벽계마을의 청화정사(靑華精舍)에서 이항로는 태어났다. 청화정사는 아버지 때부터 있던 기와집으로 화서의 서재요 강학하던 곳이지만, 한말 의병운동과 척양척왜의 기본논리인 '주리척사(主理斥邪)'의 시대정신이 싹텄던 세기의 토론장이었다. 화서는 큰 스승의 문하에 들어가 학문을 익힌 적은 많지 않고 아버지 우록헌(友鹿軒) 이회장(李晦章)이 글 잘하던 진사(進仕)였는데 대부분 아버지에게서 글을 배운 뒤 독학으로 연구를 거듭하여 대학자에 오르게 되었다. 학문이 깊어져 명성이 높아지자 경기도 일대는 물론 다른 지역의 학자들까지 학문을 물으려 청화정사에 몰려들면서 백계마을은 크게 알려져 학문을 강론하는 세기의 명소가 되었다. 한말 위정척사파의 효장들인 중암 김평묵(金平默)·성재 유중교(柳重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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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수 칼럼] 이민정책이 저출산·저성장 극복의 한 대안이길 지면기사
산업과 민생 현장에 일자리가 넘쳐나도 '일할 한국사람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저출산의 인구절벽이 가시화되면서 '외국인 불모지'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성장과 고용이 소멸될 첫 국가가 될 가능성을 예고하며 올해도 1%대 저성장을 전망하면서 성장률을 제고하려면 외국인 근로자를 지금의 4배 이상 더 고용해야 한다는 이민정책 연구 결과(한국경제연구원 외, 2023)가 가히 충격적이다.정부도 수년간 저출산의 타개책으로 많은 예산과 해결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실행했지만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은 게 없다. 전 세계에서 인구 감소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지속적인 정책과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에서의 노력과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숙련직 이민 활성화로 좋은 결과를 거양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고무적이다.이민자 비율을 배로 늘린 캐나다의 이민정책에서 그 해답을 찾으면 어떨까 싶다. 전 세계가 저출산에 이어 인구 감소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해외 고급 인력에게 영주의 특단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패스트 트랙'의 '신속입국제도(Express Entry)'가 캐나다 이민제도의 주요한 핵심이다. 지난 3년 간 선진국 중엔 비교적 높은 3.4%의 성장률을 달성한 것은 경이적이다. 캐나다 '3년간 3.4% 성장률 달성' 주목IT인력 엔지니어 중 이민자 41% 차지 다문화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세계 이민사의 핵심 요소를 살펴보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첫 번째가 문화의 다양성 인정보다 더 앞서간 진정한 '다문화 공존 사회'로, 현대인의 삶 그 자체가 다문화이며 현실 세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하는 이민의 나라지만, 기본적으로 소수문화를 주류 문화에 용해와 편입시키려는 동화주의(assimilation)인 용광로(melting pot) 정책을 시행 중인 대표적인 미국의 이민정책에 대해서다.두 번째로 각자의 문화적 다양성이 보편화되면서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도 이에 동참하고 지향하는 주요 '자문화중심주의인 차별배제모형'은 소수자들만의 고유성을 인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