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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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칼럼] 백범 김구를 생각한다 지면기사
백범(白凡) 김구라 하면 평생 독립운동을 한 지사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끈 주석으로 알았다. 필자가 이 김구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접하기는 춘원 이광수가 해방 후에 '백범일지'를 다듬어 펴낸 문제를 살피고자 할 때였다.일제 말기에 대일협력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광수에게 백범은 어째서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자서전을 펴내게 했던가? 이광수와 김구의 만남은 1908년 황해도 안악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김구는 안악 양산학교에서 김홍량이라는 분과 함께 교육운동에 매진하고 있었고, 바로 그때 일본 메이지중학에 유학하던 학생 이보경(이광수)이 여름방학을 맞아 신민회 황해도 지부 몫을 하던 안악의 '면학회'를 찾아 야학 일을 도왔다.이러한 김구와 이광수의 만남은 당시에 신민회 운동을 주도한 도산 안창호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광수는 일본 도쿄의 유학생들 앞에서 연설하던 안창호의 정신과 인품에 감화된 학생이었고, 바로 그 때문에 자신의 고향도 아닌 안악으로까지 방학길을 멀다 않고 찾아갔다. 그렇다면 김구는 어찌하여 그 무렵 그곳 안악의 양산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었던 것일까?위태로운 국운에 동학투쟁한 김구교육운동 필요 깨닫고 양산학교로안창호와 대한민국 임시정부 결성 황해도 해주 사람인 김구는 반상의 계급적 현실과 위태로운 국운에 의기를 품고 동학에 입도하여 투쟁한 배외주의적 색채가 강한 인물이었다. 동학 투쟁에서 안중근의 부친 안태훈의 비밀서신으로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던 김구는 국모 명성황후의 원수를 갚으려 일본 군인 토전양량(土田讓亮)을 척살한 죄로 인천 감옥의 사형수가 되었다. 그의 사상이 일대 전환을 맞이한 것은 바로 이 인천 감옥에서였다. 인천의 외국계 형사범들을 가둬두는 감옥은 외국문물에 밝은 개화사상가들의 학교와도 같았다. 김구 또한 여기서 옥리가 가져다준 '태서신사'니 '세계지지' 같은 책들을 읽으며 동학투쟁에서 교육운동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를 발견했다.과연 김구는 '관념의 사람'이 아니라 '행동의, 실천의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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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칼럼] 이성과 과학 대신 감성과 선동이 넘쳐 지면기사
한국노총 금속노련의 간부가 철탑 고공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의해 진압되었다. 이에 한국노총은 공권력의 폭력성을 규탄하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불참하고 탈퇴를 저울질한다. 민주노총 또한 올해 초 정권퇴진운동을 선언하였으니 사회적 대화는 사실상 중단되었다. 노동계의 강도높은 반정부투쟁에 대해 정부는 엄정한 법집행을 예고하면서 노정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여당은 생산성 향상에는 무관심하면서 정치투쟁과 불법파업을 일삼는 특권세력에게 엄정한 법집행이 필요하다고 한다. 야당은 노동계의 파업과 정치투쟁을 '노란 봉투법' 등으로 오히려 후원하고자 한다. 이 간부의 농성은 임금교섭과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는 포스코 하청사 '포운'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이 400일을 넘겨 장기화된 데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 천막농성이 왜 발생했는지, 그 해법이 있는지 제대로 따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 노총간부의 농성이 불법적인지 아닌지는 따지지도 중시하지도 않는다. 모두 묻어버리고 사태 발생의 이유도, 문제 해결방식도 알 수 없는 거대한 패싸움이 거대한 사회적 합의를 대체할 뿐이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가 임박하였고 여야를 넘어서 사회적 이슈로 진화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급식에 대해 방류시점부터 전수 방사능 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소금사재기' 사태가 발생하며 소금거래액이 8배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 전교조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서명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일부 정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저지 TF'를 가동하고 있다. 문제발생이 임박했는데 해결책도 없이 뒷북만 치고 있다. 日 오염수 방류 임박 사회이슈 진화IAEA 중간보고서 공신력 폄하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중간보고서는 일본 도쿄전력이 오염수 샘플에서 방사성 핵종을 측정분석한 방법은 적절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곧이어 동일한 내용의 최종보고서가 나온다는 사실을 애써 눈감고, 심지어 이 기관의 공신력을 폄하하기도 한다. 조사에 참여한 IAEA 산하연구소와 한국, 미국, 프랑스, 스위스, 일본 등 5개국의 실험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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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수도권 대의(代議) 않는 수도권 정치 지면기사
민주화 이후 지역균형발전 시대가 활짝 열렸다. 산업화 시대의 경제성장 수혜를 수도권이 독점한데 대한 반작용이 컸다. 민주화 주체세력들로 재편된 여야 정당을 지배한 영·호남 정치권이 주도했다. 언론자유화로 등장한 신생 지방 언론들이 뒤를 받쳤고 부활한 지방자치가 엄호 사격을 했다.지역균형발전은 마법의 지팡이다. 지방에 국제공항이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수도 이전으로 비화했다. 헌법재판소가 안간힘을 다해 막아서자, 정부의 절반을 세종시로 옮기고 공공기관, 공기업을 전국에 뿌렸다. 20년 동안 경제성 때문에 지지부진했던 동남권신공항을,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통과시켜 불가역적 사업으로 확정한 것이 불과 2년 전이다.천문학적인 재정을 수십년 퍼부었으니 균형 발전의 성과가 없을 리 없다. 하지만 눈 비비고 볼 정도라기엔 턱없다. 곡식 널던 무안공항은 여전히 적자고, 양양공항은 휴업을 선언했다. 흩어진 공공기관, 공기업은 각 지역에서 새로운 불균형의 거점이 되고 있단다. 부산, 광주 언론들은 여전히 청년들의 수도권 러시를 걱정한다. 천문학적 재정에도 턱없는 지역균형 성과무관심속 '건설비리 천국' 변질 경인지역 수십년에 걸쳐 지역균형발전이 금단의 성역이 된 동안 경기·인천은 찍소리 못했다. 성장의 발목을 잡는 규제해제 호소는 냉소와 무관심으로 돌아왔다. 대신 서울에 봉사할 일꾼들이 잠잘 신도시만 잔뜩 늘었다. 복지와 기반시설 비용만 늘고, 건설 비리 천국이 됐다. 규제에 시달린 기업들은 해외로 도망갔다. 특별법으로 호흡기를 달아 줄 정도로 반도체 산업은 위기에 처했다.지역균형발전은 정치적으로 오염됐다. 지방은 균형의 효과를 의심하고 수도권은 균형의 부작용에 시달린다. 정치적 오염은 정치적으로 정화할 수밖에 없다. 힘이 없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경기·인천 국회의원이 62명이다. 서울을 포함하면 121명이다. 이들이 지역균형발전 담론을 합리적으로 전향시키는데 힘을 합하면 못 이룰 일이 없다.항상 이 지점에서 절망적인 정치 한계에 직면한다. 수도권 유권자들을 대의하지 않는 경·인지역 국회의원들 말이다. 인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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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근 칼럼] 분필 지면기사
며칠 전 강의실에서 생긴 일이다. 준비한 강의 자료를 스크린에 띄우려고 컴퓨터를 켰는데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컴퓨터뿐 아니라 빔 프로젝터도 켜지지 않았고 스크린도 내려오지 않았다. 전원 코드를 확인했지만 결국 원인을 알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칠판에 글을 써가며 강의할 생각으로 분필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칠판 한쪽 구석에 부착된 분필통을 열었더니 오랫동안 쓰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이라도 해주듯 허연 분필가루 속에 여러 개의 동강 난 분필이 뒹굴고 있었다. 나는 분필을 손에 잡으면 분필 가루가 손에 묻겠다는 생각이 들어 잠깐 망설이다가 분필을 손에 잡았다. 이윽고 강의를 시작했는데, 강의하는 내내 머릿속에는 이런 물음이 떠나지 않았다."선생인 내가 분필을 두려워하다니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시골에서 자란 내가 서울로 전학해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한 번은 고향의 어머니가 학교에 와 담임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3학년이었으니 아마 입시 관련 학부모 상담 때문이었을 것이다. 선생님을 만나고 난 뒤 어머니는 담임이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시느냐고 물었더니 어머니는, 선생님 양복 소매에 분필 가루가 묻어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어머니는 담임선생님의 소맷단에 묻어 있는 분필 가루를 보고 훌륭한 선생님이라 판단한 것이다. 한평생 한복 짓는 일을 업으로 삼아 언제나 깔끔한 옷매무새와 청결을 강조하셨던 어머니였는데, 그런 어머니가 뜻밖에도 미처 털어내지 못한 옷소매의 분필 가루를 훌륭한 선생님의 조건이라고 생각하셨던 것이다. 학창시절 담임 소맷단에 분필가루어머니 눈엔 '훌륭한 선생님' 조건 세월이 한참 흐른 뒤 내가 강단에 서면서 어머니가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저절로 알게 되었다. 직업상 책을 읽고 글 쓰는 일을 자주 하는 내게 가장 중요한 도구는 두말할 것 없이 필기구다. 옛사람들은 지필묵연(紙筆墨硯, 종이·붓·먹·벼루)을 문방사우(文房四友)라 부르며 아꼈지만 지금의 내게는 종이만 그대로일 뿐 붓과 먹, 벼루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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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칼럼] 챗GPT와 인공지능 거짓말 지면기사
챗GPT의 등장 이후로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적절히 활용하면 매우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챗GPT의 인기로 인해 '챗GPT ○○○'이라는 도서가 쏟아지듯이 출판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챗GPT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했기 때문에 한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성할 수 있다. 한 사람의 뇌는 정보를 저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경험에 한정된 지식과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생성한 정보를 모아 거대한 언어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으므로 뇌의 저장 용량과 비교할 수 없다. 우리땅 독도, 다케시마로 질문하면"일본 통제" 대답… AI 만능 아냐 생성형 인공지능에 적절한 질문을 하면 매우 신속하고 풍부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때로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답변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제 생성형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경쟁력을 가진 사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은 만능이 아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공지능 환각(ai illusion)' 또는 '인공지능 할루시네이션(ai hallucination)'이다. 인공지능 환각은 '어떤 질문에 대해서 인공지능이 부적절한 답이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답을 천연스럽게 생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챗GPT에게 "독도는 어느 나라에 속하나?"라는 질문을 하면 "독도는 한국의 영유권에 속해 있습니다. 독도는 한국어로 불리는 섬으로, 동해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반도 동쪽에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독도가 한국의 일부로서 관리되고 있으며, 해당 지역에 경비대를 파견하여 주권 및 통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생성한다. 그러나 "다케시마는 어느 나라에 속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다케시마는 현재 일본이 실제로 통제하고 있는 섬입니다. 다케시마는 동해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일본에서는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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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칼럼] 최익현 '일본의 쌀 한 톨, 물 한 모금 먹지 않겠다' 지면기사
1873년은 고종이 12세로 왕위에 오른 지 10년째로 고종의 나이 22세, 아버지 대원군의 섭정을 받지 않아도 임금 노릇이 가능한 때였다. 그때 비록 낮은 벼슬에 있던 41세의 당당한 직신(直臣) 면암 최익현(1833~1906)은 어느 누구 입도 뻥긋 못하고 대원군 위세에 눌려 숨죽이고 살아가던 시절, 대원군의 모든 독단과 국정 농단에 대한 실정을 나열하며 대원군 탄핵 상소를 올렸다. 세상이 발칵 뒤집히는 큰 사건이 터졌다. 그러나 고종과 민비는 그런 때를 학수고대하며 자신들의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던 때, 최익현에게 정3품 당상관인 승지에 임명하고 곧이어 호조참판으로 특진시켰다.그런 강력한 탄핵 상소에 대원군은 마침내 권력을 놓고 양주로 퇴거해버린다. 그러나 대원군의 세력들은 온갖 음모를 꾸며, 최익현이 임금의 아버지와 아들을 이간시킨 인륜의 죄를 지었다고 감옥에 가두고 제주도에 위리안치하는 무서운 형벌을 내렸다. 그러나 3년만에 최익현은 풀려서 귀향했다. 역사는 이때부터 망국의 징조가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1886년 병자년, 이른바 병자수호조약이라는 불평등 조약이, 일본의 통상을 허용해주는 수교가 이룩된다. 친일파들의 꾐에 빠진 민비의 실책으로 망국에 입문하는 조치였음을 가장 명확히 파악한 최익현은 곧바로 광화문 앞에 도끼를 붙들고 상소를 올려 조약파기를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무도한 민비 세력은 최익현을 흑산도로 귀양보내 4년이나 고통을 당하게 했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조선의 국권이 완전히 일본에 넘어가고 충신·열사들은 비통함을 참지 못해 자결로 순국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최익현은 죽기야 쉽지만 국권을 회복하지 못하고 망한 나라를 찾지 못하고 죽을 수는 없다고 의병대장이 되어 민중 직접투쟁의 길에 들어섰다. 일본은 오직 조선을 삼킬 생각만으로 모든 조약의 약속도 지키지 않고 파기만 하면서 침략의 마수만 뻗치고 있었다.병자수호조약·을사늑약 '망국징조'국권 회복 위해 직접 투쟁의 길로 74세의 노충신 최익현은 '기신배의(棄信背義)' 16죄를 열거하여 일본의 악행에 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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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수 칼럼] PEF, 기업 구조재편 시장에 순기능만 있을까 지면기사
지난달 모 일간지에 게재된 '부진은 잊어라… PEF 올 16조 투자 시동과 사모펀드 연합군 지방銀 인수 추진'이란 기사가 유별나게 눈에 띈다. 국내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는 '자본시장법'에 의거해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비공개로 투자금을 모아 채권이나 주식 등에 투자하는 펀드로 국내외 인플레로 급격한 금리인상, 스테그플레이션 등 시장 전체가 침체·위축되면서 기대와는 달리 투자와 투자금 회수에 지나칠 정도로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유는 미(美) 연준(Fed)의 금리 인상, 각국의 각자도생과 우리의 기조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쉽사리 투자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한 자산운용사의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본격 둔화한 2022년의 상황이 반영되는 올해의 실적은 더욱 어렵고 저조할 것이라고 보는 한편, PEF별로 수조 원대 신규로 조달된 펀드를 지난해와는 달리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거나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국내 몇 대형 PEF사는 최근 몇 년간 안전한 투자처를 못 찾아 유동성이 넘치면서 대신 큰 호황을 누렸지만,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자 큰 규모의 금리 인상이 자금경색과 불안전성으로 또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급반전하면서 당분간 PEF의 투자를 우려스럽게 전망하는 이도 있다. 한편 국내 PEF 운용사는 그동안 주로 내국인만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앞으로는 해외 기관으로부터도 자금을 모아 포트폴리오의 역량을 더 높여야만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투자은행 업계에선 IMM PE가'마이너스 손' 전락했다는 소식과기업사냥꾼도 당했다는 것을 보면시황 잘 직시하고 위험 고려해야과거 론스타 분쟁 남의 얘기 아냐 최근 PEF는 기관전용펀드 약정액 규모가 5년 만에 두 배가 넘게 불어나 125조원을 넘었다는 소식도 있다. PEF가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내면서 돈이 크게 몰리고, PEF는 더 큰 딜을 함께하면서 기업에겐 구조재편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어 PEF 운용사들이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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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윤석열 대통령, 국민과 직접 대화 나서라 지면기사
미국 29대 대통령 워런 하딩은 신이 축복한 외모를 가졌다. 얼굴, 체격, 음성, 태도가 대통령다웠다. 유권자들은 워런 하딩에 반했고 60%대의 지지로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실상 그는 술과 도박, 여자에 이골난 한량이었다. 공화당의 계파 수장들이 정치 무능자인 그를 후보로 합의 추대했다. 허수아비를 세운 셈인데, 워런 하딩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백악관에서 술판, 도박판을 벌이고 측근들은 부정부패를 일삼았다. 미국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손꼽힌다.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 '블링크'에서 '신속한 인식의 어두운 면'을 '워런 하딩의 오류'라 했다.내일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이다. 돌이켜보면 대통령 윤석열은 대중의 신속한 인식과 정치적 행운이 겹친 결과였다. 살아있는 권력에 굴하지 않는 검사의 인격에 대중이 환호했다. 권력의 핍박에 핏대를 세우며 대드는 검사는 난생 처음이었다. 때 마침 제1야당에 대통령 후보가 없었다. 당시 여당은 온갖 실정의 끄트머리에서 활력을 잃었고, 여당 후보 이재명은 흠집투성이였다. 대중을 '검사다움'으로 매료시킨 윤석열은 역대 민간 대통령이 거쳤던 정치적 과정을 생략하고 순식간에 대통령이 됐다.지금 대통령 지지율은 30% 초반대다. 화제를 뿌렸던 방미외교 성과가 끌어올린 지지율도 미미하다. 저조한 지지율의 원인은 대통령이 좀비정치에 갇힌 탓이다. 서로 물고 뜯고 할퀴며 적대적으로 공생하는 여야 생태계를 30% 안팎의 좀비형 극렬 지지층이 떠받친다. 대통령이 여기에 갇혔다. 윤석열에게 좀비정치의 청산을 기대했던 30~40%의 중도 대중이 지지를 철회했다. 대중은 검사만큼이나 대통령직을 대차게 수행할 것이라 믿었던 대선 판단이 오류였을까 걱정한다. '좀비정치'에 갇혀 지지율 30% 초반대 저조국정 설명·이해구하는 도어스테핑 재개 필요 대통령이 좀비정치에 갇힐 이유가 없었다. 헤아리기 힘든 범죄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과는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격이 달라졌다. 국민의힘에 대선 후보 씨가 말랐던 건 대통령에게 행운이었지만, 역설적으로 국민의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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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칼럼] 바야흐로 역사혁명 시대 지면기사
유튜브는 실로 놀라운 매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발신자가 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여기서도 일종의 '검열' 같은 것이 있고, 권력 메커니즘이 작용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언론의, 매체의, 혁명은 혁명이다.이 유튜브에서 요즘 두드러진 것이 역사 채널, 특히 고대사 채널이다. 최근 필자가 즐겨 보는 채널은 '책보고'라는 것, 그리고 '황현필 한국사'라는 것, 그리고 '이덕일 역사 TV' 같은 것인데, 그 공통점이 고대사 인식을 바꾸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몇몇 예를 들었지만 그밖에도 유튜브에는 이런저런 고대사 재인식을 겨냥한 채널들이 많다. 필자는 이 채널들을 대부분 '구독' 표시를 해놓았다. 역사라는 것이 어떤 주장을 들어서 진위를 판단하기 쉽지 않고,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도 넘쳐나는 것이 유튜브일 것이다. 제각기 다른 고대사 이야기를 펼치는 많은 '유튜버'들 말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어떤 대목은 비교도, 대조도 해보아야 하고 정히 궁금한 것은 해당 역사서를 직접 찾아보기도 해야 한다. 최근에는 '흠정 만주원류고'라는 책도 사보았고 '고구려의 숨겨진 역사를 찾아서'도 구입해 놓았다.빅데이터 시대 각종 문헌·역사서컴퓨터에서 비교·유추해야 할 것남 보기에 흉이 될 만한 것은 차라리 드러내 버리는 게 낫다. 후배들 가운데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고 있고 그래서 각별히 믿고 경청하는 사람이 있어, 요즘 내가 이렇다 하니, '환빠'가 될까 걱정이라고 한다. '환단고기'를 진서(眞書)라 하고 단군이며 환웅을 신화에서 건져내 역사로 만드는 사람들에 휘말릴까 걱정이라는 것이다. 듣고 보면 과연 그렇다. 이광수를 연구한다고, 그의 역사소설들을 분석한다고 하다 보니 '마의태자'며, '원효대사'며, '사랑의 동명왕' 같은 작품들의 이면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려니, 신채호며, 최남선 같은 일제강점기 역사가들 담론을 '겉핧기'로나마 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남선은 모르겠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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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칼럼] 민족과 통일을 잊으면 지면기사
한반도를 중심으로 신냉전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 미국, 일본의 자유민주주의 동맹과 러시아, 중국, 북한의 국가사회주의 동맹이 맞서는 형국이다. 양 동맹 사이를 배회하던 한국이 한 축에 정착하면서 이 대립구도가 더 선명해지는 듯하다. 20세기 초반 영·일동맹이나 러·일간의 한반도 분할 시도 등에서 보이듯, 북방국가들과 해양국가들 간의 대립구도에서 한반도는 늘 중요한 메뉴였다. 해방 이후 한반도는 이 구도에 늘 긴박되어 있었고, 남북분단과 두 국가형성을 낳았다. 통일정부수립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1946년에 북조선인민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실질적인 정부를 구성했고 뒤이어 남한은 1948년에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정부를 구성하였다. 두 개의 한국은 이 대립구도 하에서 각자 독자적인 국가형성의 길을 밟아갔다. 남한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체제를 수용하고 북한은 인민민주주의와 국가사회주의의 체제를 수용하여 그 안에 각각의 대중들을 포섭해갔다. 뒤섞인 이념과 대중들은 두 국가 체제를 용인하지 못했고 두 국가의 내부에서 혹은 두 국가 간에 내전을 벌였지만 이 대립구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남한은 한동안 자유민주주의적 해양국가동맹의 나라로 커 나가는 듯했다. 정치적 독재이든, 경제적 발전국가이든, 자유주의적 군부체제이든, 보수적 민주주의체제이든 지향하는 정치체제와 국가동맹은 일관되었고 상당한 수준으로 정돈된 대중들은 그 체제에 동의하는 듯했다. 그러나 감성적 민족주의와 통일이 다시 대두되고 체제변경을 추구하는 세력이 등장하고 반일종족주의와 반미제국주의가 떠오르면서 다시금 내전의 양상을 만들어 나갔다. 냉전적 대립구도의 완화와 사회주의블록의 와해, 그리고 글로벌 시장 통합이 그러한 공간을 열어주었을 것이다. 정치엘리트 이념으로 대중 지배뿐 그들을 위한 정치·행정에는 소홀 잠정적으로 국가는 국민을 위한 최선의 공동체로 받아들여진다. 그 국가는 국민에게 더 높은 삶의 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보이지 않는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는 '상상의 공동체'로서 존재한다. 한반도의 한 국가는 민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