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전호근 칼럼] 호모 에로르(Homo E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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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근 칼럼] 호모 에로르(Homo Error) 지면기사

    음악방송을 듣고 있는데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이 흘러나왔다. 평소 좋아하는 곡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듣고 있는데 곡이 끝난 뒤 진행자가 "로드리고 아랑훼즈의 '협주곡'을 들으셨다"고 소개했다.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을 로드리고 아랑훼즈의 '협주곡'이라고 잘못 소개한 것이다. 실수를 알아차린 진행자가 서둘러 정정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끝내 마음에 걸렸는지, 곡 소개를 잘못해서 불편하셨을 텐데 다음부턴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나는 노련한 진행자가 저지른 뜻밖의 실수에 불편은커녕 안도감마저 느꼈다. 언젠가 비발디의 '2대의 트럼펫을 위한 협주곡'을 '그대의 트럼펫을 위한 협주곡'으로 잘못 소개한 다른 진행자도 있었고 보면 이런 실수는 흔하기도 하고 또 생방송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각별한 재미라 하겠지만 무엇보다 요즈음 같은 인공지능(AI)시대에는 실수하는 인간(Homo Error)이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들었기 때문이다."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인류는 오랫동안 다른 존재와 인간을 비교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왔다. 고대의 동아시아인들은 인의예지(仁義禮智)와 같은 덕목을 기준으로 도덕적 존재(Homo Ethicus)로서 인간을 규정했고, 근대의 데카르트는 이른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명제를 내세워 생각하는 존재(Homo Sapiens)로 인간을 규정했다. 그 외에도 인간만이 미래를 전망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전망하는 인간(Homo Prospectus), 인간만이 예술과 같은 창조적 작업에 몰두한다는 사실을 내세워 창조하는 인간(Homo Creatura), 인간만이 놀이에 몰두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이라는 말을 만들기도 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 '인공지능시대'더 이상 '인간만'이라 규정할수 없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시대에 이런 말들은 더 이상 인간만을 가리키는 규정일 수 없게 되었다. 가령 흔히 목격하는 인간

  • [이재우 칼럼] 동시에 피는 봄꽃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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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칼럼] 동시에 피는 봄꽃이 두렵다! 지면기사

    올해는 유난히 봄꽃이 한꺼번에 개화하였다. 보통 삼월 초가 되면 남녘으로부터 매화, 산수유 등이 피었다는 소식이 전해오고, 여러 곳에서 꽃맞이 축제를 연다. 매화가 지면 복사꽃, 개나리, 목련, 진달래, 제비꽃, 민들레, 벚꽃이 핀다. 그다음에 라일락, 영산홍, 황매화 등이 피어난다. 그런데 올봄에 봄꽃은 꽃피는 순서를 잃은 듯이 한꺼번에 피어나고 개화 시기도 빨라졌다. 동네 공원에 매화, 개나리, 민들레가 먼저 피어나더니 곧이어 목련, 진달래, 벚꽃이 동시에 피어났다. 벚꽃이 지자마자 라일락이 꽃을 피우고 황매화와 영산홍의 꽃봉오리가 터지기 직전이다. 기온 상승에 따라 봄꽃의 북상 속도가 결정된다. 개나리는 보통 하루에 약 30㎞의 속도로 북상한다. 올해 꽃의 북상 속도는 거의 예측하기 어려웠다. 많은 꽃이 짧은 시간 내에 한꺼번에 피니 보기에는 좋지만, 과학자들은 위기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지구온난화 간접 증거 '기후 교란'환경 스트레스, 식물·곤충 위협에너지·산업부문 탄소배출 줄여야 누려왔던 '편리함' 우리의 목 조여미래세대 위해 기성세대 행동할때 기후 스트레스가 재앙을 몰고 올 것이다!꽃이 한꺼번에 피는 현상은 지구온난화의 간접적인 증거이다. 현재와 같은 기후 교란이 지속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평균 기온의 지속적인 상승은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봄꽃의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많은 꽃이 일시에 피어나면서 식물과 매개 곤충 사이의 호혜적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화분매개곤충인 꿀벌, 꽃등에과의 곤충, 나비 등은 자신이 선호하는 꽃의 개화에 따라서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전 세계 꽃 피는 식물의 약 80%는 화분 매개 곤충에 의존한다. 사람이 먹는 곡물의 약 75%는 곤충의 수분 매개로 열매를 맺는다. 2022년에 기상청이 예측한 시나리오 중, 현재와 같은 수준의 탄소 배출이 유지되는 고 탄소 배출 시나리오를 따르면 봄꽃 개화 시기는 금세기 말에 23~27일 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한다. 거의 한 달 정도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는

  • [윤인수 칼럼] 윤석열 대통령과 중부권 대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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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수 칼럼] 윤석열 대통령과 중부권 대망론 지면기사

    찰나 같은 순간이었지만 '경기·인천'이 지역분할 정치구도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때가 있었다. '중부권 대망론'. 이한동이 1997년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며 전면에 내세운 정치 슬로건이다. 합리적인 중도 민심지대인 수도권과 충청권이 정치의 주역으로 등장하자는 선언을, 언론은 정권 쟁탈전을 초월한 정치 교체론으로 해석했다.87체제 이후의 정치 지형은 지역패권들의 충돌로 얼룩졌다. 보수와 진보가 영남과 호남을,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부산·경남과 광주·전남과 대전·충청을 분할지배하는 지역패권은 철옹성에 버금갔다. 선거 공식은 간단했다. 지역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임자 없는 경기·인천에서 땅따먹기로 승부를 봤다. 13대 때부터 개방적인 수도권에 타향받이 정치신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3김의 공천은 그만큼 힘이 셌다.중부권 대망론은 이런 정치판을 뒤엎자는 도발이었다. 해공 신익희 이후 모처럼 등장한 경기도 출신 전국구 정치거물 이한동의 주장이라 무게가 실렸다. 3김의 추천으로 시나브로 경기·인천에 스며든 타향받이들에 위협받던 토박이 경·인지역 국회의원 상당수가 뒤를 받쳤다.결과적으로 이한동의 중부권 대망론은 도전으로 승화되지 못한 채 도발로 끝났다. 신한국당 경선에서 이회창이 승리했다. 이한동은 논산 출신 경기도지사 이인제에게도 뒤져 3위에 그쳤다. 3김의 지역패권은 강력했고, 이한동과 경·인 정치권의 정치력과 대중성은 판을 잠시 흔들 정도였지, 뒤엎기엔 역부족이었다. 국힘 '내부혁신 포기' 고립 상쇄 기회 날려민주도 비정상적인 이재명 지배 체제 강화 중부권 대망론이 지역패권 정치의 장막 속으로 사라진지 26년이 지났다. 중부권 대망론을 압도할 정치 교체의 기회가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다. 서울내기 윤석열은 통상적인 정치적 성장 과정을 생략한 채 대통령이 됐다. 보수의 박근혜에 대들고 진보의 문재인을 거부한 검사 경력이 정치 자본의 전부였다. 대중은 그 소박한 자본에서 기성정치를 해체할 희망을 봤고, 때마침 보수 야당의 대선후보 씨가 말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 [박석무 칼럼] 대동법의 명재상 잠곡 김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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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칼럼] 대동법의 명재상 잠곡 김육 지면기사

    임진왜란·병자호란을 겪은 뒤의 조선 후기는 나라도 가난했지만 백성들은 참으로 배가 고팠다. 가난한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배고픈 백성들을 배부르게 하는 일이 정치의 최대 책무였건만 주자학에 매몰되어 이(理)다 기(氣)다만 따지며 싸우던 유학자들은 나라와 백성을 구제하는 일에는 매우 등한시했다. 나라의 형편이 그러하던 시절, 1580년 16세기 후반에 태어나 17세기 중반인 1658년에 79세로 타계한 잠곡(潛谷) 김육(金堉)은 탁월한 경세가로서 대동법의 전국적인 시행으로 나라와 백성을 구제하자고 끈질기게 주장하여 그 일을 성공시킨 위인이었다.대동법은 조선 후기에 시행되었던 가장 합리적인 세법(稅法)이었다. 이 법은 토지 1결당 백미 12말을 납부하게 하는 세법으로 그간 공물 진상, 관수(官需), 쇄마(刷馬) 등 각종 명목으로 잡다하게 걷어들여 균등치 못한 조세를 형평하게 만든 제도였다. 이 제도는 김육이 착안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미 광해군 원년인 1608년 이원익·한백겸 등의 주장으로 경기도에서 시행을 시작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타지역으로 확대하지 못하고 있었다. 광해군 시절 벼슬하지 않고 경기도 가평에 은거하면서 10년 동안 농사를 짓던 김육이 인조반정 이후 나라의 부름을 받고 조정으로 들어왔고, 1624년 45세의 나이로 문과에 급제하여 본격적으로 벼슬을 시작하면서 대동법 확대 시행을 간곡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44세에 인조반정으로 벼슬길 올라탁월한 경세가로 백성 구제하자고'대동법 전국 시행' 성공시킨 위인 김육은 어떤 사람인가. 1580년 한양에서 청풍김씨의 대표적 인물인 기묘명현 동천 김식(金湜)의 현손(玄孫: 고손자)으로 태어났다. 일찍 아버지가 타계하자 참으로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이곳저곳으로 옮겨 살면서 학문에 전념하였다. 율곡 이이·우계 성혼의 학문 전통을 이어받아 김상용·김상헌 등과 가까이 지내면서 과거시험에 열중했다. 13세에 임진왜란을 겪고 1604년 25세로 소과에 급제하여 성균관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학문을 연구했으나 그때는 광해군 시절이어서 벼슬할 뜻을 버리

  • [김헌수 칼럼] 인천, 세계 초일류도시로 거듭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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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수 칼럼] 인천, 세계 초일류도시로 거듭나려면 지면기사

    새해 벽두부터 인천은 재외동포청 유치와 '1천만 인천시민의 시대'를 열고자 온 시민이 동분서주 중이다. 민선 8기의 핵심 공약인 '제물포 르네상스와 뉴홍콩시티 사업'에 실제력을 제고하고자 갖은 노력을 다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달 15일엔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는 등 '뉴 글로벌시티 인천'으로 일자리와 돈의 환류, 사람의 왕래가 차고 넘치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초일류도시로 거듭나길 바라며, 시장을 필두로 직원 모두가 온 힘을 다해 매진하는 것 같다.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이룬 인천 내항에 옛 제물포와 주변 원도심 지역을 관광과 문화, 지역 활성화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지리적으로 도심의 오지였던 항만과 발전기능이 상당기간 쇠퇴하면서 균형발전이 더딘 곳에 새로운 변화와 고도의 혁신이 필요하다.이의 실현을 위해 내항 일대 182만㎡의 소유권을 가진 해양수산부와 함께 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인천시는 문화적 유산이 있는 내항 일대를 문화와 관광·역사가 어우러지는 다양한 복합공간으로 만들고, 인천을 상징하는 주요 시설과 성장잠재력이 충분한 사업을 유치해 신성장동력으로 성장의 균형을 이루는 것도 원도심을 살리는 길이다. 이 사업을 실제화하는 데엔 제 여건과 현장의 특성을 잘 고려하여 비전과 목표, 각 지역의 고유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추진전략을 제시해 지역 특화 발전을 도모하면서 인천 전 지역의 조화와 균형된 발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제물포 르네상스, 문화·산업·관광어우러진 사람중심 원도심 구현 한편 뉴홍콩시티 프로젝트는 송도와 청라, 영종 등 경제자유구역을 비롯 강화나 옹진군, 인천 내항을 거점으로 전역을 연계해 최첨단 미래산업, 그린산업, 물류와 관광, 항공과 금융의 허브 도시로, 여기에다 미래 첨단전략을 담아 실행하는 계획이다. 이는 글로벌시대 변화에 차원을 달리하는 전략적 대응과 인프라, 잠재력의 극대화로 인천을 홍콩 그 이상의 뉴 글로벌시티로 변모시켜 장차 강화도 남단을 비롯 '인천 글

  • [방민호 칼럼] 인구 문제, 경제주의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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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칼럼] 인구 문제, 경제주의를 넘어 지면기사

    분명 인구 문제를 경제 문제에 연결시키는 방식은 5·16 직후에 정책화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예각화되었다.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하더니,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 했다. 안 낳아야 한다는 논리가 이미 40년 전에 정식화되었다. 386세대는 군사독재의 경제성장 논리에는 분배 요구를 내세워 저항했지만 인구가 증가하면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맬서스 인구론적 사고법에는 어떤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 민주주의 요구와 함께 여성해방 사상도 함께 제출되었고, 그 시점부터 결혼 기피, 출판 기피는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X세대는 경제적 풍요로움을 구가하면서도 개인의 행복이나 윤택함을 위해 자손을 포기할 수 있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한 최초의 세대였고, IMF세대는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생각한 최초의 세대였다. 이후 88만원 세대가 뒤를 이었는데, 이는 실질임금의 저하나 빈부 격차의 역행적 확대로 인해 미래에 대한 비관이 확산되고 신념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386세대부터 IMF 세대에 이르기까지 30년 이상을 결혼과 출산에 비판적이었으므로 그들의 자녀 세대인 MZ세대, 즉 밀레니엄 세대부터 Z세대에 이르는 젊은이들에게 이 낡은 전통을 일으켜 달라 하는 것은 현실성 없는 해법 같다. 지금의 20~30대를 설득할 방법은 거의 없어 보인다. 젊은 여성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사회적 진출의 장애요소이자 경력 단절이며, 남성 청년들에게도 그 무거운 사회적 절차는 수행하거나 달성하기 어려운 과업으로 여겨진다. 청년층 결혼·출산 기피 해결 방법은능률·노동집중 위주 자본주의 탈피가족삶 향유 보장시스템 도입해야 과연 방법은 없는 것일까? 만약 지금 정부가 착수해야 할 일이 있다면 사회 전체를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일 것이다. 자본주의는 지금 진행되는 상황에 따르면 인간 생명을 유지하고 증식시키는데 끝내는 불리한 경제제도임이 밝혀지는 것 같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생산활동에 다투어 투입되어야 하고 이 과중한 노동 집중은 가족적 삶의

  • [윤상철 칼럼] 불완전한 국가체제, 불안정한 민주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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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철 칼럼] 불완전한 국가체제, 불안정한 민주정체 지면기사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한 뒤에 열린 한일정상회담을 둘러싼 여진이 여전하다. 민족주의적 정서의 뇌관을 건드린 탓에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아가 한-미-일과 중국-북한 사이의 진영간 충돌 모습도 보인다.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지소미아 정상화 등 한일 양국간의 난제들을 풀기 위한 해법에 대해 여야간에 극단적인 이견을 보이는 배경에는 또 하나의 '그레이트 게임'이 도사리고 있는 듯 보인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외교-안보적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간에 이견을 내지 않으며, 서로 갈등하다가도 외교적 중대국면에서는 한 목소리를 내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북한과 중국, 미국과 일본 등에 관련된 입장들이 극단적으로 그리고 수시로 상충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기자는 사실을 보도하고, 학자는 진실을 토로하고, 정치인은 국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데 반해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고, 학자들이 이념의 주구들로 전락하고, 정치인이 집단적 사익을 위해 국익을 외면하는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철저히 국가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국제관계에서 한국 내에는 여러 개의 국익, 국익으로 덧씌워진 사익들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거대한 이념·사회적 합의 전혀없어조그만 갈등에도 큰 충돌로 이어져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국가형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국익에 대해 상반된 견해가 존재하고 그 외교적, 안보적 실행에 있어서도 극단적 이견을 보여준다는 사실은 한국이 단일한 국가를 형성하지 못했거나 여전히 분화하고 있다고 이해될 수 있다. 중국에 예속되어 있었던 조선에서 명과 청 사이에서 동요하거나 주전론과 주화론 사이에서 갈등했던 사실은 독자적인 국익이나 국가 정체성을 세우지 못한 데서 기인하는 바와 같다. 현재의 한국이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늘 불완전한 국가형성의 한계를 드러내는 측면도 존재한다. 한국은 북한을 배제한 자기충족적인 국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북한을 통합하고자 적극적으로 시도하지도 않는다. 그로 인해 한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극단적인 이견은 동일한 국

  • [전호근 칼럼] 재능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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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근 칼럼] 재능에 관하여 지면기사

    흔히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반은 맞는 이야기다. 한자어 재능(才能)의 '才(재)'는 초목의 싹이 아직 땅 아래에 묻혀 있는 모양을 그린 것이고 '能(능)'은 곰을 그린 상형문자로 곰처럼 강한 힘을 의미하는 글자다. 따라서 이 두 글자가 합쳐진 재능이란 말은 아직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인 능력을 가리키는 말이다. 곧 재능은 각 개인이 나면서부터 지닌 고유의 능력으로 사회의 영향과 상관없이 타고나는 것이다. 이른바 능력주의는 재능의 유무에 따라 사람마다 역량의 차이가 있게 되므로 이를 기준으로 사회적 재화를 차등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는 재능의 차이가 한 사람이 지닌 역량의 상이함에서 기인하기보다 사회적 분업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주장하면서 지게꾼과 학자를 예로 들었다."사람들이 가진 재능의 차이는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작다. 성인이 되었을 때 여러 직업의 사람들을 구별 짓는 것처럼 보이는 자질상의 큰 차이도 분업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가령 학자와 거리의 지게꾼은 전혀 닮지 않은 성격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 또한 선천적인 차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습관과 풍습 및 교육에 의한 것이다. 그들이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또 그 뒤의 첫 6년 내지 8년 동안은, 그들은 아마 매우 비슷했을 것이고, 그들의 부모나 놀이 친구들도 별로 두드러진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나이 때, 또는 그 얼마 뒤에 그들은 아주 다른 직업에 종사하게 된다. 그 무렵 재능의 차이가 눈에 띄게 되며, 그것이 차츰 커져서 마침내 학자의 허영심이 지게꾼과는 거의 아무런 유사점도 시인하지 않으려 하기에 이른다." 아직 안 드러난 잠재적 능력 지칭애덤 스미스 '능력주의' 반박 주장"사람들 간 차이, 생각보다 작아" 재능의 형성과 기원에 관한 애덤 스미스의 이 주장을 전적으로 옳다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같은 분야, 같은 조건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재능에 따라 성취에서 현격한 차

  • [이재우 칼럼] 챗GPT와 미래사회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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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칼럼] 챗GPT와 미래사회 변화 지면기사

    최근에 챗GPT로 온 세계가 떠들썩하다. 2016년 바둑 두는 인공지능인 알파고의 충격으로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과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후에 챗GPT 공개는 또 다른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붐을 일으키고 있다. 챗GPT는 OpenAI사가 만든 채팅 인공지능이다. 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자로 대형언어 모형(Large Language Model)을 사용하고 있다. 챗GPT는 매개변수 1천750억개를 사용한 거대 인공지능 기술로서 GPT3.5를 기반으로 2021년까지의 데이터를 학습하였다. 입력창에 영어나 한글로 질문을 입력하면 챗GPT는 거의 실시간으로 답변을 생성해 준다. 챗GPT를 사용해본 사람들의 평가는 놀랍다는 답변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의 창의영역으로 여겼던 글쓰기, 시짓기, 간단한 수학 질문에 대한 답변, 코딩 등의 영역에서 상당한 수준의 답변을 생성한다.전 세계의 빅테크 기업들은 앞다투어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 기술을 Bing 서치 엔진에 탑재했으며,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도 대화형 AI인 람다(LaMDA)를 선보였다. 우리나라의 네이버, 카카오, KT 등도 한글을 학습한 한국형 챗봇을 개발하고 있다. 여러 지자체에서 초거대 AI 센터를 건립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기술을 선점하려는 전 세계 유수한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할 것이고, 정부도 인공지능 쪽으로 연구 개발비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챗GPT가 부상하자 각종 도서가 발간되고 있고 세미나, 교육, 포럼 등이 열리고 있다. 많은 사람이 챗GPT가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챗GPT는 과연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학습 데이터양 적어 엉뚱한 결과'글쓰기' 교육적 타당성 논란 대두검색엔진 기능 대체할 가능성 커 전문가 수준 특정 프로그램 출력'교육분야 활용' 고민해 볼 시점챗GPT가 사회에 다양한 영향을 줄 것이지만, 그중에서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이다. 교육에 줄 영향 몇

  • [윤인수 칼럼] 상처뿐인 '더 글로리'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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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수 칼럼] 상처뿐인 '더 글로리' 사회 지면기사

    정순신 변호사의 망신은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주는 우리 사회의 비극을 함축한 다큐멘터리다. 정 변호사는 학교폭력 가해자인 아들이 전학 처분을 받자 불복하고 법정으로 끌고 갔다. 현직 검사의 아들 사랑은 실패했다. 대법원은 학교와 교육청의 전학 징계가 합당하다 판결했고, 아들은 결국 전학했다.아들과 아버지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선처를 구하고 징계를 수용하면 끝날 일이었다. 생활기록부의 학폭 징계 기록도 2년 후엔 삭제돼 아버지와 아들의 인생에서 떠오를 일이 없었다. 정 변호사가 법정에서 얻으려 했던 법익은 징계 취소였다. 아들의 장래에 혹시라도 지장을 초래할 학폭이력 세탁이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피해자는 가해자와 함께 생활하는 2차 피해에 노출됐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다.정순신 사태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주는 비극이재명 전위 문재인·이낙연 敵게시 반민주적 드라마 '더 글로리' 시즌1에서 학폭 가해자들은 고데기와 다리미로 주인공 '문동은'을 고문한다. 동은의 복수는 가해의 잔인성과 가해자의 반성 없는 악행으로 개연성이 뚜렷해진다. 시청자는 동은의 복수가 본격화될 시즌2를 학수고대한다. 예술에서 비극은 정화와 치유의 서사이다. 반면 현실의 비극은 권선징악의 궤도를 이탈해 권력 속에 은폐되고 더욱 잔혹하게 재생된다. 대중이 '더 글로리'의 현실판이라며 정순신 사태에 치를 떠는 이유다. 현실은 늘 허구를 압도하고 도피처를 잃은 대중은 절망한다. 학폭은 요즘 아이들의 세태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반영이다. 폭력으로 엉망진창이 된 우리 시대 말이다. 정치 언어는 적개심과 살기로 충만하다. 민주당의 언어는 반민주적이다. 이재명의 전위는 문재인과 이낙연을 적(敵)으로 게시한다. 대통령 부부를 인형으로 세워놓고 저주한다. 이재명을 기준으로 내부에선 동무와 반동을 구분하고, 밖으로는 선출된 권력을 저주한다. 국민의힘 언어라고 다를리 없다. 대통령실은 모욕과 냉대로 전당대회 경쟁 구도를 정리했다. 이준석은 소설 주인공 엄석대를 소환해 손오공의 분신처럼 부린다. 엄석대는 대통령이고 윤핵관이고 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