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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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칼럼] 실용적 권위주의로의 회귀? 지면기사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과 함께 16일 만에 종료되었다.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후속 파업들의 여진은 남아있지만 대중들의 냉랭한 시선과 더불어민주당의 동요와 퇴각 속에서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노란봉투법' 개정이 불투명해지고 '불법적' 노조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압력이 현실화되면서 노동조합의 환경이 더 열악해질 수 있다. 화물연대의 요구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품목 확대'였지만 관련 사안들이 두루 당사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경제가 처할 물류대란을 우려하는 여론은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다.민주화 이후의 역대 정부들은 다원민주주의 하에서 목소리가 큰 사회집단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여 미봉적 해결을 취했던 데 반해, 현 정부는 '공정과 상식' 그리고 법치의 이름으로 이에 전면 대치하는 방식을 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면을 보면, 지탱가능한 경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부드러운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실용적 권위주의'로 이행하는 양상이다. 과거에 '유신체제'와 '관료적 권위주의'를 만들어냈던 한국의 국가가 '포퓰리즘적 민주주의'로는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시도는 대통령탄핵으로 붕괴하였지만 문재인 정권의 정책적 난맥상은 '비효율적 민주주의'로 전락하고 말았다. 민주주의체제, 정치·경제조직 동반한쪽 파국땐 전체 사회 붕괴 이어져국가공격에 포퓰리즘 지속 불가능 민주주의체제는 자원분배를 둘러싼 국가 성원 간의 전쟁을 선거로 대체하는 체제이다. 역사적인 민주화 이행의 과정을 보면 전제적 권위주의적 정치권력이 물리적 폭력을 통한 지배를 포기하는 한편, 저항적 피지배세력 역시 대중동원을 통한 정치적 폭동을 자제하면서 선거를 통한 정치권력의 장악과 교체를 수용하는 거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때에 가능해진다. 이 과정을 통하여 사회경제적 자원의 정치적 분배 및 재분배가 자연스럽게 조정된다. 민주화 이행의 초기에는 정치적 목소리의 공간을 넓혀주기만 해도 충분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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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여의도 문법과 법치 문법 지면기사
문법도 법인데 시대에 맞게 수정되고 진화할망정 여러 문법을 둘 수 없다. 여의도 문법이 따로 있을 리 만무하다. 정치1번지 여의도 정치인들이 구사하는 언어 습관과 관행을 문법에 비유한 표현이자 국민의 정치 신뢰도에 대한 은유이다. 언어의 품격은 사람과 집단에 의해 결정된다. 여의도 문법은 국민의 정치 신뢰도에 따라 존중과 경멸로 용례가 엇갈린다.불행하게도 최근 회자되는 여의도 문법은 경멸적인 정치행태를 은유한다. 정략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거짓을 사실로 주장한다. 진실이 드러나도 반성은 물론 사과도 없다. 맥락 없는 가정과 과장으로 지지 진영을 선동하고 상대 진영을 모욕한다. 제1야당 덕분(?)에 대중은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여의도 문법의 실체를 알게 됐다.거짓 사실로 주장 진실 드러나도 사과없어김의겸·장경태 구사한 문법 기초는 적대감더불어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저 혼자 '청담동 술자리'라는 가상공간에 갇혀 존체를 상했다. 한 여인이 늦은 귀가를 변명하려 지어낸 가상공간이었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굴지의 로펌 변호사 30여명을 가두기엔 너무 허접했다. 아무도 안 믿을 일을 저 혼자 믿었다. 이태원 참사 추모 영상을 켜두고 떡볶이 먹방을 벌인 유튜버들과의 협업, 결과는 참담했다. 김의겸은 여인의 자백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윤석열 대통령 등"에게 "유감"을 표했다. 유감(遺憾)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다. "다시 그날로 되돌아간다 해도 다시 같은 질문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사과도 아닌 가정법 유감 표명에, 피해 당사자인 한동훈 법무장관은 '등'으로 퉁쳤고, 반복적 가해 의지를 덧붙였다. 김의겸의 여의도 문법이 국문법을 쓰레기통에 처박았다.장경태 의원은 대통령 부인을 겨냥한 '빈곤 포르노'와 '조명 촬영' 사이에서 맥락 없이 헤매다 해외에 언론사를 창간(?)했다. 사과는 없다. 김의겸과 장경태가 구사한 여의도 문법의 기초는 적대감이다. 이재명 대표를 향한 사법적 압박을 정권의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진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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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근 칼럼] 말(言)과 신자유주의 지면기사
평소 출석을 부르지 않는 내가 그날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모두 불렀다. 2022년 10월31일 월요일, 15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저 참혹한 주말이 지난 뒤 처음으로 강의가 있던 날의 일이다. 중간시험이 막 끝난 뒤라서일까. 한눈에 보기에도 평소보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의 수가 적은 게 마음에 걸렸다. 대답 없는 몇몇 학생들에게 강의가 끝난 뒤 전화를 돌렸다. 반가운 목소리가 하나둘 들려온다. 다음날까지 수업에 오지 않았던 모든 학생의 안부를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도 잠깐, 곧바로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슬픔이 몰려왔고 책임져야 할 자들의 말 같지 않은 말을 듣고 분노가 치밀었다.말(言)이란 무엇일까? 또 말이 통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말을 뜻하는 한자 '언(言)'은 입(口)에서 나오는 음파(≡)가 위쪽으로 퍼져나가는 모양을 본뜬 글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입이 아래에 있다는 사실이다. 아래에 있는 입(口)은 신분이 낮은 사람을 뜻한다. 그러니 말이 통한다는 것은 높은 사람의 말이 아래로 전달된다는 뜻이 아니라 낮은 사람의 말이 위에까지 전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래로 높은 사람의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란 없다. 신분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의 말은 아무리 목소리를 낮게 하더라도 다 알아서 듣기 때문이다. 말, 낮은 사람 言 위까지 전달 의미권력자, 아랫사람 말 잘 듣지 않아 그런데 높은 사람의 말은 말(言)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말이 아니라 명령(令)이기 때문이다. 명령을 뜻하는 한자 령(令)은 입(口)이 위쪽에 위치하고 아래에 사람이 엎드려 기는 모양(入)을 본뜬 글자다. 곧 아래에 있는 사람이 신분이 높은 사람이 하는 말에 복종하는 모양을 그린 글자가 령(令)자의 본뜻이다.명령, 곧 권력자의 말이 쉽게 전달되는 것은 그 말이 반드시 옳기 때문이 아니라 권력의 하수인들이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말은 잘 들리지 않는다. 때로 온몸을 던지며 죽음으로 항거해도 그들의 말은 세상에 반향을 일으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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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칼럼] 시스템 리스크 지면기사
국내외적으로 큰 환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2년 2월24일 새벽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쟁은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으며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 전쟁으로 세계 곡물 시장이 크게 교란되었으며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가스를 제한함으로써 올겨울에 서유럽이 큰 고통에 처할 수도 있다. 10월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158명의 숭고한 생명을 잃었다. 전쟁, 참사 등은 시대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세계화가 가속하면서 위기가 발생하면, 그 영향 범위가 광범위하게 넓어졌다. 2019년 12월31일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아직도 세계적 창궐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올겨울에도 대유행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회, 국가, 조직에서 위험이 발생하면 그 위험에 대응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왜 그럴까? 기업수준 사건 경제체제 전체 붕괴'크면 망하지 않는다' 부실 인지못해 크면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버려라!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한 편리한 도구, 초연결 사회에서 과도한 네트워크 의존은 사회 전체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는 경제학이나 금융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경제학에서 시스템 리스크는 기업 수준에서 발생한 사건이 산업 또는 경제 전체의 불안정성을 초래하여, 경제 체제 전체를 붕괴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대표적인 시스템 리스크의 예이다.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의 금융회사에 대규모 손실을 발생시켰다. 미국 4대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와 최대 금융 보험회사인 AIG가 결국 파산하였으며, 미국은 대규모 양적 완화정책으로 부실 금융회사들을 대규모로 구제하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 시스템에서 증폭하고 있던 위험 신호를 금융회사도, 규제 당국도, 미국 정보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였다. 거대 금융회사들은 '너무 커서 망하지 않는다(Too big to fail)'는 믿음으로 스스로의 부실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그러한 부실이 쌓여서 금융 시스템 전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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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칼럼] 광주(廣州)와 순암 안정복 지면기사
"경기도는 실학의 도이다." 오래 전에 필자가 했던 말이다. "광주(廣州)는 실학의 본고장이다." 요즘 필자가 하는 말이다. 조선 후기 '실학'이라는 학문을 집대성한 학자가 다산 정약용이고 다산은 경기도 사람이어서 경기도는 실학의 도라고 했다. 경기도 중에서도 가장 크고 가장 넓어 으뜸 고을이라 칭송받던 광주에서는 실학의 대종(大宗) 성호 이익이 태어나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던 곳이다. 지금의 안산(安山)은 성호가 살던 시대에는 광주 고을에 속했던 곳이다. 그래서 모든 기록에 성호는 광주의 안산 출신이라고 되어 있다.그때도 광주이고 오늘도 광주인 곳에서 일생을 보낸 순암 안정복(1712~1791)은 토박이 광주 사람이었다. 성호의 직계 제자로 실학자 중에서도 역사학에 가장 큰 업적을 이룩한 순암은 대표적인 광주의 인물이다. 지금이야 남양주시로 편입된 조안면 능내리 다산의 고향은 다산 생존 당시에는 광주군이었으니, 조선 실학의 거장들이 살아갔던 곳이 바로 광주였으니, '광주는 실학의 본고장이다'가 옳은 말임에 분명하다. 성호·순암·다산이 광주 사람들이었으니, 광주라는 지역의 훌륭함을 말로 감히 표현할 길이 있겠는가. 문화와 학문의 고장임을 자랑스럽게 여겨도 탓할 방법이 없는 곳이다. 성호 역사학 이어받아 조선역사를과학·실증적으로 연구한 최초 학자 성호도 훌륭하고 다산도 훌륭하지만 순암 안정복 또한 두 분 못지않게 훌륭한 실학자였다. 순암의 문집이나 관계되는 글을 읽으면서 이런 큰 학자가 살았던 광주에 대한 부러움이 커서 순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순암은 숙종 38년(1712)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물론 선대의 고향은 광주였다. 어린 시절 조부를 따라 서울, 전라도, 울산 등지에서 살았지만 20대 초부터 광주 경안면(慶安面) 덕곡리(德谷里)의 선영 아래에 집을 짓고 영주하였다. '텃골'이 본래의 명칭인데 비슷한 '덕골'이라는 뜻으로 '덕곡'의 한자 표시를 했다고 전해진다. 정조 15년이던 1791년 80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순암은 덕곡에 '이택재(麗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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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수 칼럼] 시진핑 주석의 3연임 '겉市속社', 우리 경제는 지면기사
지난달 23일 20차 중국 공산당 대회가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당 당 중앙위원 선임과 시진핑은 3연임의 체제를 공식화했으며,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재선됐다. 1978년에 덩샤오핑(鄧小平)이 주도한 개혁개방을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실시한 이후 최초 3연임 지도자다. 등샤오핑은 개혁과 개방을 추구하면서 흑묘백묘론으로 자본주의적 선부론(개혁개방의 기본 원칙)을, 시진핑은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분배정책인 공동부유로 노선을 바꾸려는 조짐과 미·중 갈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 예사롭지 않다.3연임과 관련 미국의 매사추세츠 터프츠대학교 크리스 밀러 교수는 "공산당식 통치에서 시 주석의 결정적인 역할을 재확인했다. 앞으로 중국은 엘리트의 당 집단지도체제가 아닌 독재 체제 전환을 상징한다"라며 공산당 내부에서 조차도 견제와 자유로운 비판 의견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고 국내외 강경한 정책추진으로 치닫는 분위기가 지배적이 될 것이라 했다. 1970년대 근현대사 지도자 중 한 명인 초대 마오쩌둥(毛澤東) 주석 이후 시진핑은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부각되면서 2018년 연임 제한제도 폐지 뒤에 내린 결정으로 그의 영향력은 더욱 더 강화될 것이라며 BBC Research에서도 중국의 시 주석은 당 총서기로서, 공산당의 수장인 대통령과 국가 원수,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군대마저 총지휘할 것이라 했다.중국의 시진핑이 3연임에 성공함으로써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하는 건 중국은 다시 권위주의적이며 전체주의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G2에 해당하는 경제대국과 막강한 군사력의 사회주의 국가로 되돌아갈 것에 대한 염려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중국도 최근 성장의 한계와 내수 회복이 어려워져 인민들의 불만과 불평을 잠재우려는 체제 전환을 하고자 경제에서 얻은 수혜를 인민에게 공평하게 나눠줘야 한다며 겉으론 시장경제 인척 공동부유를, 속내는 분배가 근본인 사회주의식 '겉시속사'로 되돌아갈 것의 여러 조짐이 있다. 수십년간 GDP급등 호황 누렸지만코로나 제로·고물가 등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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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칼럼] 이태원 참사의 진실을 묻는다 지면기사
기막힌 참사,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비극이다. 즐겁고 기뻐야 할 축제의 현장이 잠깐 사이에 젊은 목숨들을 빼앗기는 죽음의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제2의 세월호라는 말이 있다. 겉만 보면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참사와 유사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필자에게 두 '사태'는 전혀 같지 않다. 그리고 이 다른 점은 사태의 본질에 대한 또 다른 규명을 요구한다고 생각한다.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하는 수없이 세월호 참사 당시를 잠깐 회상해 본다. 그때 모든 것이 이상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모든 일들의 연속이었다. 안산 단원고에서 애초에 예약한 배가 세월호로 갑자기 변경되었고, 배는 안개가 자욱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무릅쓰고 출항했다. 항해사는 출항 직전에 세월호 회사에 입사한 사람이었고, 그가 침몰 과정에서 무슨 일을 벌였는가는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진도 앞바다에 이르렀을 때 이미 배는 상당히 기울어져 있었고, 그럼에도 선박의 선장이며 항해사는 계속해서 항진했다. 이윽고 아침에 배가 수상한 충돌과 함께 기울어지기 시작했지만 선장이며 등등은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되풀이했을 뿐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 한참 있다 해경선이 도착했지만 해경은 기울어지는 배에 갇힌 사람들, 선상에 매달린 사람들을 보고만 있었다. 해군도, 공군도 적극적인 구명 활동을 벌이지 않았고 심지어 미국의 군함이 구조를 돕겠다 하는 제안조차 거부했다.도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그날 아침 일찍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리고 있었다는데 여기에 늦게 보고된 세월호 사태를 접하고도 정부는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대통령은 연락이 닿지 않았고, 1970년대 한성호 침몰 사건을 기획했는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사는 노인이 모든 것을 주재하는 듯했다. 세월호 큰의혹 간단히 묻히는 현실납득 할 수 없는 또하나의 대량 희생 필자는 반드시 국가 권력을 쥔 누군가가 이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참사에 이은 국정 농단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 대통령은 참사의 의혹을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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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선진 대한민국의 치안 붕괴와 안보 구멍 지면기사
거리에서 축제를 만끽하려던 청년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세계 각국 청년들도 희생됐다. 핼러윈 참사의 원인은 핼러윈이 아니라 무능한 경찰이었다. 참사를 경고하고 구조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쇄도했지만 경찰은 완벽하게 치안 직무를 유기했다. 아니 '경찰'로 싸잡아 매도하면 안되겠다. 총경인 용산경찰서장부터 치안총감인 경찰청장에 이르는 지휘부의 직무유기이자 집단 무의식이다. 참사 당일 그들의 행적은 기괴했다.한 나라 경찰 수뇌부의 집단 무의식이라니, 불가사의하다. 전 정권에서 멀쩡했던 경찰 수뇌부가 현 정권 들어서 갑자기 '뇌송송 구멍탁'이 된건가. 그럴리 없다. 경찰 수뇌부를 무능한 백치로 만든 퇴화과정이 의심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정치이다. 정권이 경찰 수뇌부를 입 맛에 맞게 구성하고 수족처럼 부렸던 역사가 유장하다. 독재정권 보위를 위해 대학생을 고문해 죽이고도 "책상을 탁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발표한 정치경찰의 전설이 민주화 이후 정권들에서도 세련되고 교묘하게 계승됐다.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 지휘했던 서울경찰청장은 정권 실세인 김경수 의원을 두둔했다가 사과했다. 지방선거 직전 야당 시장 비서실을 압수수색한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여당 국회의원이 됐다. 지난 정권 때의 일이다. 일선 경찰관들이 파출소와 범죄현장에서 민생치안에 전념할 때 경찰 고위 간부들은 정치를 한다. 새 정부의 경찰 지휘부라고 다를리 없을 테다. 이태원 참사는 대한민국 경찰 참사이다. 시민들은 압사했고 경찰은 무너졌다.일선 경찰 현장 뛸때 고위간부들은 '정치'이태원 참사… 시민들 압사·경찰은 붕괴 정치 오염으로 인한 국방 신부전 증상도 심각하다. 북한이 지난 2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최초로 NLL 남쪽 속초 앞바다에 떨어졌다. 정부는 미사일이 향하는 울릉도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훈련이 아닌 실제상황이었다. 울릉도 국민들은 대피하지 못했다. 대피소 위치를 몰랐다. 공무원들만 신속하게 대피했다. 공습경보가 해제되고 경계경보가 발령됐다. 경계 일선의 책임자인 울릉경찰서장은 관사로 퇴근해 텃밭에서 상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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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칼럼] 서비스로서의 교육 (Education as a Service, EaaS) 지면기사
인터넷을 통하여 영화, 드라마 등의 미디어콘텐츠를 제공하는 OTT(Over The Top) 기업인 넷플릭스의 경우, 이미 2016년부터 사내의 모든 컴퓨팅 인프라를 AWS 클라우드로 이전하여 자체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대신 클라우드에서 컴퓨팅 인프라를 빌려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Software as a Service)라 부른다. 최근 고등교육에서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4차 산업혁명 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기업이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AI, 빅데이터, IoT, 메타버스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이 태부족인데도 이에 대한 교육을 학내에서 제대로 구축하고 인력을 양성하지 못하고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전통적인 교육과정 시간·비용 발생기업체 주도로 만든 좋은 프로그램온라인 서비스 현실 부합 교육 가능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구글, 테슬라, 아마존과 같은 첨단기업의 엔지니어들이 직접 교육과정을 만들고 강의와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단시간에 필요한 전문분야의 기술을 현장 중심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나노 학위과정(Nanodegree)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공개강좌(MOOC) 기업인 유다시티(Udacity)에서 기업의 요구에 맞추어 6개월 이내에 전문분야의 자격증(certificate)을 취득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코딩, 모바일프로그래밍, AI, 데이터사이언스, 로보틱스, 자율주행, 사이버보안, 디지털경영학에 이르기까지 당장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분야에 대하여 기업 내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수준의 역량을 갖추도록 강의, 협업 프로젝트, 멘토링 등이 구성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세계적인 유수의 기업에서 대학 졸업장보다는 이 분야의 나노디그리를 선발의 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200여 개가 넘는 국가에서 이를 수강하고 있으며 미국뿐만 아니라 인도, 영국, 독일 등에서의 수많은 나노디그리 이수자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취업을 하고 있다. 즉 전통적인 교육과정을 통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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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칼럼]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삶 지면기사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되는 동안, 언론과 학계에서는 코로나 이후의 사회적 삶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의가 코로나 특유의 비대면 대화를 통해 자못 진지하게 이루어졌다. 근본적인 변화가 이미 발생했고 설사 코로나가 종결되더라도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견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와중에도 사람들은 관성적으로 자기 나름의 삶을 회복해갔다. 코로나 이전에 비해 위축되어 있었지만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는 물리적으로 뛰어난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를 뛰어넘는 '소통'능력을 잊지 않았다. 생존을 위한 소통을 넘어서 집단지성의 창의성 또한 꿈틀거리는 본능이었다. 마스크에 호의적이지 않고 자유를 중시하는 서구인들이 축구와 야구 경기장에서 보이는 모습은 또 한 번의 유행을 경고하는 와중에서도 활기에 넘쳐 있어서 이미 코로나의 공포에서 벗어난 듯하다.사회 마다의 역사와 문화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 적응하는 방식을 서로 다르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코로나가 다소 약해지면 사람들은 곧바로 그 이전의 삶을 다시 드러냈다. 한국인들처럼 집단주의적 심성에 젖어 있는 사람들은 국가의 강제적(?) 격리를 규범적으로 수용하는 한편, 과거에 비해 소수의 사람들이 어울리는 심도있는 교류방식을 만들어낸 듯하다. 향후에 한국인들은 떼를 지어 모여서 노래하고 즐기는, 그러나 그 규모는 친밀도 높은 소수를 취하는 변화를 선택할지도 모른다. 재유행 경고에도 서구인들은 활기결혼정보회사 '동질혼' 늘어나고고독한 시민은 가족과 소통 갈구 결혼정보회사를 통한 동질혼이 상당한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20대 중후반에 이루어지는 결혼에는 스스로의 사회적 교류와 감성적 유대가 중요했다면, 30세를 훌쩍 넘겨 이루어지는 결혼은 긴 사회적 단절과 과도한 직업활동으로 인해 이들을 엮어주는 제3의 제도를 필요로 하였다. 잠깐이나마 코로나 팬데믹이 사회적 교류의 장을 제한했었다는 편의적 설명이 억지스럽지만 부가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결혼방식이 압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배경은 다른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결혼정보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