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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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칼럼]국부의 창출과 분배 지면기사
수 십년간 국가경제 근간 이뤄온조선·자동차·전자 등 한계 도달단순 여론조사로 정책방향 잡기보다현장목소리 듣고 유연하게 대처지속가능한 정부·경제발전 가능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민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의 안보나 국민의 안전, 그리고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함으로써 자유롭게 원하는 일들을 이루어 자존감과 행복감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부의 창출과 분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 즉 경제의 생산성을 높여 파이를 키우는 동시에 고용을 창출하여 파이를 잘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생산성 위주의 성장주도 전략을 펴다보면 환경 복지에 불균형이 누적되어 분배중심의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이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아닌가 한다. 개인의 소득이 늘어나는 것을 누군들 싫어하겠는가? 문제는 나누어 줄 재원을 키우면서 이에 비례하여 소득이 늘어나도록 해야 지속가능한 소득의 증대가 일어날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인위적으로 소득을 늘리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가정 하에 최저임금을 16.4%를 올리고 비정규직을 없애는 쪽으로 정책을 펴다보니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정부가 나서서 양질의 일자리인 공무원을 대폭 증원하겠다고 하고 있다.모두가 안정적이고 좋은 급여를 받는 일자리를 원한다. 하지만 제한된 국가예산을 미래의 국부창출과 산업경쟁력을 위한 투자 보다 당장에 일자리를 늘리는 쪽에 우선 순위를 둔다면 과연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게 된다. 정부의 역할은 일자리를 직접 나서서 늘리기보다 일거리를 늘려 간접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게 해야 지속가능해 질 것이다. 국민들의 안전을 향상하기 위해 경찰관의 숫자를 많이 늘리는 것은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면 인공지능을 갖춘 CCTV를 촘촘하게 배치할 수 있도록 정부가 프로젝트를 만들면 기업이 이러한 국가수요에 참여하기 위하여 기술을 개발하고 인력을 충원하여 국민의 안전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보기에 따라서는 전자의 정책이 당장에는 더 환영 받을 수 있을지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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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칼럼]창의성의 사회적 장애 지면기사
자유화는 문화적 취향 소비 통해과시·타인과 구별 결과만 초래자발·독립성 찾아내기 어렵다정치적 억압 수동적 만들진 않지만창의력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냐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고자 했다. 그러나 한국기자들은 오바마의 두 차례 요청에 거듭 침묵을 지켰고 정작 그 마이크는 중국기자에게 넘어갔다. 그 자리의 한국 기자들이 마땅한 질문거리를 준비하지 못했을까? 유창한 영어로 자신의 체면을 유지하고 국가의 위신을 세워야 한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울렁증 때문이었을까?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사전에 협의된 질문을 정해진 순서에 따라 발언하지만, 대통령의 두루뭉술한 답변에 대해 재차 캐묻거나 약속된 범위를 넘어서는 질문을 감히 시도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반드시 언어문제는 아니다.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중고교생 두발자유화선언'을 발표했다. 그는 "머리 모양을 정하는 것은 학생들의 '자기결정권'에 해당하며 기본권으로서 보장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인권과 민주주의의 차원에서 각 학교 단위에서 이를 공론화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학생들을 피동적, 수동적 존재로 보고 제한만 하는 낡은 교육관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가 기대하는 결과는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능동적이고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학생이자 시민이었을 것이다. 두발자유화가 기본적 인권의 문제이고 이를 민주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성취해내면 기자들이 보여준 억압된 피동성을 벗고 자유롭고 민주적인 창의성을 드러낼 수 있을까? 중국사회에서 성장하고 활동해온 중국인 기자가 보여준 무례할 정도의 당당한 모습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그 핵심적 문제로 보기도 어렵게 한다. 이미 상당한 정도로 진전된 두발자유화가 교육감의 선언으로 촉발되어 설사 민주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더라도 학교 내의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고 나아가 학생들의 자기주도성과 민주성, 그리고 창의성을 높일 것 같지도 않다.돌이켜보면, 자유화는 항상 기대했던 바의 바람직한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학생인권조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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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근 칼럼]위대한 패배 지면기사
1907~1910년 일제강점기 의병들맨몸으로 일본군 신식무기에 맞서이길 수 없는 전쟁 치른 이유는억압하고 핍박하던 못난 나라도자유로운 삶 위해 지켜야했기 때문"다 죽는구나. 다 죽어."드라마를 보던 아내가 길게 탄식을 내뱉는다. 무슨 드라마인가 물었더니 한말 의병과 관련된 이야기를 배경에 깔고 있는 '미스터 션샤인'이라며 줄거리를 간단하게 이야기해준다. 이야기를 들은 나는 이 드라마가 의병운동의 실상을 제대로 그려냈구나 싶었다. 동학 농민 전쟁부터 시작해 한말의 의병 운동은 전쟁이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로 점철되었기 때문이다.1년여 전 나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개최한 학술대회에 참가하여 장일순의 평화사상을 주제로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함께 학술대회에 참여했던 동학연구자인 원광대 박맹수 교수는 '전봉준의 평화사상'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나는 박교수의 발표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전쟁이라고 생각했던 전봉준의 무장투쟁이 실제로는 일방적인 피학살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박교수가 발굴한 자료에 따르면 전봉준의 지휘에 따른 농민군은 전쟁 내내 철저하게 불살생(不殺生)의 원칙을 지켰다. 전봉준이 내린 군령의 첫 번째 조항에는 적을 마주할 때 병기의 칼날에 피를 묻히지 않고 이기는 것을 으뜸가는 공훈으로 삼는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또 어쩔 수 없이 싸우더라도 결코 생명을 해치지 않는 것을 최고로 친다는 내용과 함께 행군하는 곳마다 절대 백성들의 물건을 해하지 말라는 명령도 포함되어 있었다. 도무지 군령이라고 볼 수 없는 내용이다.실제 동학농민군을 시종일관 비판적인 입장에서 기술했던 매천 황현의 '오하기문'에 따르더라도 1차 동학 농민혁명당시 농민군은 민폐를 전혀 끼치지 않은 반면, 서울에서 파견된 홍계훈의 경군은 막대한 민폐를 끼쳤다고 기술하고 있으며, '도쿄아사히 신문', '시사신보' 등 일본측 신문에도 일본 상인 가운데 농민군에게 피해를 입은 상인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조선잡기'에는 동학농민군의 규율을 두고 '문명적'이라고 기술하기도 했다.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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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칼럼]우리 정부는 플랫폼 정부인가? 지면기사
美, '챌린지'로 난제 시민과 해결우리도 '정책 플랫폼' 있었다면최저임금·영세업체 매출 감소로자영업자 대책 세우는일 없었을 것 국민이 정책 생산·실행 참여할 때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의 특징은 플랫폼 기업이라는 것이다.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 등 시가 총액 세계 5위까지 모두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다. 핸드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일상적으로 접속하는 구글의 플레이 스토아와 유튜브, 애플의 앱스토아와 아이튠, 페이스북은 다 플랫폼이다.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수많은 공급자가 자발적으로 제품과 서비스, 콘텐츠를 올리고 소비자는 쉽게 구매하거나 받아 쓸 수 있다. 플랫폼은 중개인의 개입 없이 공급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제품과 서비스를 찾는 탐색과 유통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어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또한 플랫폼이 일정 규모의 사용자를 확보하면,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더 쉽게 더 많은 사용자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면서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인다. 잘 만든 콘텐츠 하나가 입소문만으로 수백만 명, 수천만 명에게 전달이 되는 것도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래서 기업들은 플랫폼이라는 마당을 조성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기존의 포털 같은 정보서비스가 일방향의 서비스라면 플랫폼은 쌍방향으로 생태계(시장)를 형성하는 기능을 한다. 우리나라도 카카오톡, 배달의 민족, 쿠팡 등이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한마디로 플랫폼 기업들이 주도하는 플랫폼 경제의 시대이다. 지난 달에 정부도 빅데이터·블록체인·공유경제, AI(인공지능), 수소경제를 혁신성장 전략투자 분야로 선정하고 플랫폼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투자 규모도 대대적이다. 내년에만 5조 원을 투자하고 향후 5년간(2019~2023년) 9조~10조 원 규모 투자가 이뤄질 계획이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등 여러 산업에 걸쳐 꼭 필요한 인프라,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여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플랫폼 경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플랫폼 경제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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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진 칼럼]결심과 실천 지면기사
'사랑' 말로 하기는 참 쉬워혈연외에 어떤 사랑도 없다면동물의 왕국과 무슨 차이일까행복이란 서로 움켜쥐는게 아니라주고 받는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스스로를 "바보"라고 칭했습니다. 말로는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실제 삶에서는 '믿는 자'의 삶을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며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했지요.매 주말 강론을 통해 신자들에게 '행동의 중요성'을 전해야 하는 성직자들의 흔히 경험하는 속내를 김 추기경은 팔순이 훨씬 넘은 나이에 솔직하게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부끄럽다는 그 고백 이면에서 오히려 강한 실천 의지가 느껴집니다. 실천하지 못했다는 반성은 곧 실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바보 선언'을 한 그의 삶에서 여느 고위 성직자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많은 사회 참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시대의 어른조차도 결심에서 실천에 이르는 길이 이토록 멀고 험한 것이라면 우리는 어떨까요?조카뻘 되는 어느 여자 이야기입니다. 미국에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들른 한인성당에서 교포 2세 남자를 만났습니다. 서른쯤인 여자는 한국에서 취업을 준비하던 중이었는데, 미국 여행길에 혹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고 합니다. 남자는 편의점을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 현지 명문대를 졸업한 뒤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둘은 첫눈에 서로 호감을 느껴 몇 차례 데이트를 했다고 합니다. 이후 여자가 귀국하고 한 달쯤 지났을 무렵, 남자는 결혼을 결심하고 한국에 와 청혼을 했습니다. 여자의 부모에게도 허락받은 뒤 둘은 바로 미국에 건너가 남자의 부모에게도 인사를 드렸습니다. 마침 미국에 갔을 때 사업을 하는 남자의 고모가 여자의 취직까지 해결해 주었습니다. 누구나 인생에 한두 번쯤 큰 행운이 온다고 하는데, 마침 그 여자에게 그런 행운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그러나 한국에 들어온 여자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예비 시댁 식구들과의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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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칼럼]말의 피흘림 지면기사
세상 사람은 모두 불쌍한 존재월급 못받고 주지도 못해 딱하다서로의 처지 관대하게 볼 줄 알고이해·동정의 마음 담은 말들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썼으면 한다인터넷이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시작한 때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말의 피흘림도 함께 시작되었다. 인터넷 댓글은 피 흘리는 말들의 전시장 같았다. 댓글은 어떤 기사나 의견에 대한 반응을 나타내는 글인데,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문제를 다룰 때 그것은 거의 언제나 비판을 넘어 비난과 비방, 비아냥, 냉소로, 또 한도를 넘는 잔인한 공격으로 나타나곤 했다. 옳은 견해도 말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정중하게, 유머러스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그 거침과 투박함, 공격성으로 인해 듣고 보는 사람의 오해를 사고, 반발심을 불러일으키고, 심지어 그 올바름마저 옳지 못한 것으로 뒤바뀌기까지 한다. 옛날부터 말을 곱게 해야 한다 했다. 옛날에 국왕이 남면해야 한다고 한 것은, 단순히 남쪽을 바라보고 앉아야 한다는 것만 아니라 부드럽고 따뜻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국왕부터, 그러니까 지금 식으로 말하면 정치 지도자부터 말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곡진하고, 때로는 완곡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민심이 덩달아 편안해질 수 있다는 뜻이리라.말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은 그러니까 우리 사회에서 지긋지긋할 정도로 넘쳐나는 좌니, 우니, 보수니, 진보니 하는 것보다는 그 말을 쓰는 사람이나 집단의 성정에 관계하는 것이다. 돌아가신 어느 대통령께서는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보면 부드럽고 완곡하게 말씀하시는 장면을 잘 보여주지 않았고, 이 때문인지 그분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는 정치적 견해가 조금만 차이나도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자유자재로 퍼나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조롱과 풍자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말의 쓰임 가운데 하나일 수 있지만 이것이 지나쳐서 같은 '편' 사람들조차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는 정도가 되면 아주 곤란하다. 그래도 그분은 뜨거운 사람이어서 그 안에 어떤 모순과 잘못됨이 있었는지 몰라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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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칼럼]대입제도 개편 유감 지면기사
미래 준비위한 교과과정 변화 아닌수능 통한 정시모집 확대에 불과눈치작전·대입컨설팅 성행 불보듯되레 공교육 정상화 노력 역주행이젠 학생 역량 키우는데 중점둬야오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근 2022년 대입제도 개편 방안이 확정되어 현 중3 학생들의 대입이 바뀌게 되었다. 가장 크게 바뀌는 내용은 4차 산업혁명 등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교과과정의 변화와 이에 따른 선발방식의 개선이 아닌 수능을 통한 정시 모집의 확대에 불과하다.그간은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하여 평소 학교생활의 누적적인 기록인 학생부를 중심으로 선발의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하여 수시모집을 늘려왔으며 그 결과 일부 대학에서는 전체 80% 정도를 수시에서 선발하기에 이르렀다.우리의 교육이 기-승-전-대학입시가 되다보니 모든 교육의 관심이 대입에만 첨을 맞추게 되고 교육과정보다는 궁극적으로 대학입시에 유리한 조건을 충족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게 된다. 이번 공론화의 과정에서 학생부에 대한 불신 내지는 수능으로 한 번에 만회하는 기회를 늘리며 816가지나 되는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결론이나 한 마디로 미래지향적인 교육에 대한 어떠한 변화도 찾아볼 수 없는 오히려 온갖 눈치작전과 편법, 대입컨설팅만 성행하게 될 것임이 불 보듯 뻔하게 되었다.이런 상황 속에서 학생주도형 스스로 학습, 융합형 교육, 플립트 러닝 (거꾸로 교실), 인성교육 등이 학생이나 학부형들에게 무슨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학생, 교사와 교육과정, 교육환경을 어떻게 개선하고 향상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없이 단순히 대입선발 방식만 아무리 논의해도 결론은 항상 제자리 일 것이다. 가장 정확한 학생에 대한 평가는 시험점수가 아니라 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사들이 내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의 주관적인 평가는 매우 객관적이라는 것을 신뢰할 때 교육을 통하여 성장하는 차세대를 제대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이제 교사의 가장 큰 책무는 학생들을 관찰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학생 각자의 자질과 능력을 발견하고 성장 시키는 것이다.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에서 학생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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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칼럼]우리는 아무도 행복하지 않다 지면기사
야구광이며 운동권 출신인 자영업자 A씨"AG로 프로야구 중단 팬들에 예의 아냐정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 어이없어최저임금 독약 국민들 알면서도 계속 마셔"자영업자 A씨는 요즘 즐겁고 행복한 일이 1도 없다고 한다. 야구광이며 대학 시절 운동권이기도 했던 A씨를 만나 왜 요즘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은지 들어봤다. A씨는 프로야구, 특히 SK 와이번즈의 열렬한 팬이다. 요즘 그를 힘들게 하는 건 '프로야구 일시 중단'이다. A씨는 말한다.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프로야구를 통째로 중단하는 게 말이 되느냐. 프로 축구도 하지 않느냐. 지금이 '까라면 까는' 군사독재시대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봉 수십억 원을 받는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출전 핑계로 거의 한 달을 통째로 노는 것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A씨는 주장했다. 야구사랑이 넘치는 미국도 일본도 올림픽 때문에 프로리그를 중단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 KBO는 달랐다. 8월 17일부터 9월 3일까지 일정을 중단했다. 그러자 '병역특혜논란'이 나왔다. A씨는 KBO와 구단이 몇몇 선수들의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고 생각한다. 몇몇 선수는 상무와 경찰청 지원을 미루고 대표팀 자리를 노렸다고 확신하고 있다. 병역 미필자가 애초 7명이었는데 부상선수 교체를 핑계로 9명으로 늘어난 걸 보라는 것이다. A씨는 KBO와 구단이 모종의 야합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A씨는 "내가 요즘 즐겁지 않은 건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편의점주다. A씨는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대책'을 어이없어했다. "정부가 정책실패 등 계속 헛발질을 해놓고 왜 국민 세금으로 우리를 지원하려고 하느냐. 우리가 거지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첫 단추를 잘 못 끼웠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게 독약이었다. 그런데도 계속 독약을 마시고 있다. 문제는 독약인 줄 알면서도 계속 먹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말이 아팠다. "그 독약을 누가 마시냐. 결국 우리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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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칼럼]'내로남불'의 집단극단화 지면기사
국가 구성하는 개인들 생각이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하면소통통해 먼저 풀어 나가야그 뿌리 사회에서 정치로 뻗었다면치유의 출발은 사회안에 있다는것이른바 '내로남불'이란 말이 갈등하는 집단 간에 상대를 비난하거나 자신을 변명하는데 자주 사용된다. 정치와 언론을 넘어 지식인까지 두루 사용하고, 나무위키에 열거된 사례들을 보면 희소한 일탈현상은 아닌 듯하다. 개인적 에피소드에서 집단과 사회조직, 나아가 정치권력과 국가권력에 이르기까지 나타나는 현상이다. 얼핏 보면 크게 다를 바 없는 현상을 상대에 대하여 전혀 다르게 극단적으로 규정하는 점도 독특하다. 새정부 들어 인사청문회의 기준이 흔들리면서 여당의 '적폐청산'에 야당은 '내로남불'로 맞섰다. 6년 전의 국가정보원 여론조작사건(혹은 대선개입사건)과 작년부터 발생한 드루킹 댓글조작사건은 행위자와 이해당사자가 다를 뿐 민주주의의 근간인 국민의 여론형성을 심각하게 왜곡한 사례들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이어 '국가주의'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야당은 '촛불혁명'을 초래한 국정농단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여당은 시장과 국가의 역사적 성패에 대해 성찰하지 않는다. 내로남불은 주로 정치의 언어로 사용되지만, 돌아보면 그 뿌리는 넓게 퍼져있다. 정치인 팬덤현상들도 제3자의 눈에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바 '깨시민'이나 그들의 비판대상이나 진리에 있어서는 똑같이 독선적이다. 내부자 출신 정치인들에 대해서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참여연대나 비정규직 문제해결은 정부와 재계에 넘기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만을 옹호하는 민주노총도 다르지 않다. 워마드는 이른바 미러링으로 변명하면서 그들의 비판대상인 '한남'을 닮아갈 뿐 아니라 범죄를 예고하는 일탈을 쉽게 벌인다. 일부 기독교계는 입국 금지된 이슬람국가에 들어가 선교하면서도 무슬림의 국내 입국에 대해서는 공포증을 조장한다. "롤리콤은 범죄지만 쇼타콤은 취향"이라고 말하는 교수나 여성과 남성의 비혼에 대해 근거 없이 상반된 기준을 들이미는 교수의 편협한 시각도 이제 낯설지 않다. 어쩌면 내로남불은 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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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근 칼럼]어느 가족이 본 '어느 가족' 지면기사
'혈연 아닌 서로 필요해서 산다'는영화속 다섯명의 주인공들마지막 장면에서는 서로를 위해자신이 가장 소중한 것을 준다내가 본 '유일한' 가족 영화였다며칠 전 가족과 함께 집 근처 영화관을 찾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을 보기 위해서다. 당초 식구 넷이 다 같이 편안하게 즐길 만한 영화로는 적당치 않을 수도 있겠다는 일말의 염려가 없지 않았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지만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기에는 적잖이 불편한 장면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가족 모두 어엿한 성인인데다 의견 일치가 쉽지 않은 우리 가족의 특성상, 모처럼 같이 영화를 보기로 한 드문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가족 간 의견 일치가 어떻게 쉽지 않은지 궁금해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 잠시 옆길로 새자면, 우리 가족은 좋아하는 음식도 각기 다르고, 독서나 음악 취향도 모두 다르며 세대 차이도 꽤 심각한 편이다. 무엇보다 밥상머리 대화에서 다른 사람 이야기는 잘 듣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끝까지 해대는 통에 번번이 논쟁이 일어나 서로 얼굴 붉히기가 십상이다.이처럼 모래알 같은 가족이 한 명의 반대도 없이 '어느 가족'을 보는 데 찬성했으니 영화를 보기도 전에 고레에다 감독의 위대함에 고개가 숙여졌다.'어느 가족'은 원제가 '만비키 가족(万引き家族)'이다. '만비키'는 물건을 사는 척하면서 훔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원제를 우리말로 옮기면 '좀도둑 가족' 정도가 된다. 제목만 놓고 보면 가족 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가족파괴 영화라 해야 할 것이다. 세상의 직업으로 간주할 수 없는 도둑들의 이야기가 어찌 가족 영화일 수 있단 말인가.게다가 주인공들 중 사회가 용인하는 정상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가족 구성원 중 남편 역할을 하는 오사무는 아이를 시켜 가게의 물건을 훔치게 하고 때로 자동차의 창문을 부수고 직접 물건을 훔치기도 한다. 아내 역할을 하는 노부요는 세탁소에서 일하지만 세탁물에 잘못 딸려온 고객의 물건을 수시로 훔친다. 딸 역할을 하는 아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