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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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진 칼럼]한반도 평화 지면기사
'확실한 핵 포기'·'체제 보장 유지'북미간 불신에 국민들 의견도 갈려'교황 방북' 새로운 전환점 될수도이제 우리는 운명의 길 가야할 시점진지한 소통으로 내부 갈등부터 해결근래 들어 남한과 북한은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관계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양쪽 정상이 벌써 세 차례나 회담을 가졌고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미 정상 회담이 이루어졌습니다. 북한 노동자 연맹이 휴전선 아래로 내려와 축구 경기를 했고,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남측 관계자들이 바로 평양을 다녀왔습니다. 남북 간의 철도 연결을 위해 실사팀이 실험 운행을 단행하기도 했습니다.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저는 약 10년에 걸쳐 매년 한두 번씩 평양을 다니며 민간 차원의 교류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요즘 남북 교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북측 젊은 리더는 과거의 체제로는 이제 더 이상 지도자로서 나설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대립각만 고집해서는 고립만 가중될 뿐 국민을 부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경제의 안정 없이는 체제가 붕괴될 것이고 국가의 존립마저 흔들린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이제 우리는 통일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통일이 되면 양측은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된 것인가? 남측이 북측을 흡수하는 형태가 되나? 아니면 연방제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양 체제는 각각 유지되나? 국가 구성 체제부터 주변 열강들과의 이해관계까지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런데 잘 진행되는 듯 보이던 남북의 평화 로드맵이 또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엔은 북한의 모든 경제 활동을 제재하기로 결의한 바가 있습니다. 일단 그것부터 해결하고 다음 일을 도모해야 하는데, 도무지 이 제재가 쉽게 풀어질 것 같지 않습니다. 미국은 보다 더 확실한 핵 포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북은 여러 차례 핵 포기를 언급은 했지만 확신이 들 만큼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양자는 서로를 완전히 믿지 않습니다. 미국은 과거 경험에 비추어 북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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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칼럼]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지면기사
입은 먹는것 말고 말하기도 한다남을 칭찬만 않고 험담도 일삼아정화하자 해놓고 더러운 말 더 써말이 무서운 올해 이제 한달 남아더러움 속에서 자기도 보라… 몇 날 며칠째 입안에 맴도는 시구절이 있다. 창랑 뭐라 했는데 그게 어땠더라. 갓끈, 뭐라고도 했는데. 옛날 같으면 나중에 찾지 하고 말 것을, 인터넷은 뭐든 단번에 답을 주고야 만다. 어디? 아하, 굴원이었다. '어부사'에 나오는 시구였다. 한문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옛사람의 이야기를 알까만, 그래도 한번 들추어 보자면. 옛날에 굴원(약 B.C.~B.C. 278년)이라는 초나라 사람이 정계에서 물러나 강가에 머물러 있었다 한다. 그때 어부 하나를 만나 세상 한탄하기를, "온 세상이 모두 흐린데 나만 홀로 맑구료. 모든 사람이 다 취했건만 나만 홀로 깨어 있었구료. 이로 인해 추방을 당하고 말았소"라 하였다. 이 어부는 한갓 이름없이 살아가는 이겠지만 굴원의 '고고' 포즈가 마음에 들리 없었으리. 세상에서 물러나 세월의 흐름에 뜻을 맡기는 이는, 저희들끼리 중앙이니 서울이니 자부하는 곳에서 아웅다웅 다투는 꼴 한없이 부질없이 느껴졌으리라. 몇 번 문답 끝에 노옹이 남기고 떠나간 시구가 다음과 같다. 滄浪之水淸兮(창랑지수청혜)/可以濯吾纓(가이탁오영)/滄浪之水濁兮(창랑지수탁혜)/可以濯吾足(가이탁오족). 큰 바다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그 물이 흐리면 발을 닦으리. 시원스럽기 짝이 없는 말 같지만 간단치는 않다. 아니, 이 무슨 해괴한 '시류'주의자의 요설이란 말인가? 창랑이라 하면 큰 바다 물이라 할 텐데, 이 시는 왜 강물이라 해도 될 것을 굳이 바다라 했나. '나'는 아무리 커도 작다는 것을 알려주려 한 것일까? 바다 위에 떠 있으면 '나'만큼 작은 것도 없으리니 말이다. 세상이란 가뒀다 풀 수 있는 한갓 강물 따위가 아니요 제 혼자 힘으로는 너무나 감당하기 벅찬 산더미 바다라는 것이다. 그 물을 퍼내어 내 맘대로 깨끗하게 할 수 없고 또 제 맘대로 더럽힐 수도 없다. 곧 세상은 창랑, 큰바다 물, 내가 수초처럼 떠 있는 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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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칼럼]겨울이 오고 있다 지면기사
경제상황 1년간 나빠질 것이란 전망 '53%'실업자·노사분규 증가 예상도 '50%' 넘어청와대의 '현실과 동떨어진' 잇단 발언들내부 의사결정 과정 심각한 문제있다는 의미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드라마 광팬이었다. 그 바쁜 시간에 언제 시간을 내 드라마를 보는지 궁금할 정도다. 지금도 '오바마와 미드' '오바마가 좋아하는 미드 추천'이란 제목으로 그가 좋아했던 드라마 목록이 돌아다니고 있다. 워싱턴 정가 이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하우스 오브 카드', 이슬람 테러를 다룬 '홈랜드'는 오바마가 좋아했던 드라마들이다.특히 '왕좌의 게임'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로 꼽힌다. 제작사인 HBO에 방영도 하지 않은 시즌 6을 미리 보여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다. 당시 제작사는 "그는 자유세계의 '리더'이기 때문에 미리 보여줬다. 물론 내용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했던 일화가 있다. '왕좌의 게임'이 오바마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것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이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 탓이 크다. '왕좌의 게임'은 가상의 세계인 웨스테로스 대륙의 연맹 국가 칠 왕국을 무대로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가문들의 치열한 권력 다툼을 그렸다. 명대사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는 왕국의 북부를 다스렸던 주인공 스타크 가문의 가훈이기도 하지만, 왕권 다툼을 하는 가문 모두에게 북쪽 방벽 너머 '죽음과 겨울을 몰고 오는 백귀(白鬼)'의 공격에 대비하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비록 드라마이지만, 마치 우리 인류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들린다.오바마는 언젠가 "책과 드라마를 통해 현실 정치에서 알지 못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드라마 시청이 단지 '시간 때우기 용'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 오바마는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워싱턴 정가의 이면을, '왕좌의 게임'을 통해 국가 간 패권 다툼을 넘어서 인간의 힘으로도 막을 수 없는 거대한 위기를 헤쳐나갈 지혜를 배웠다. 요즘 드라마가 얼마나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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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칼럼]보헤미안 랩소디가 주는 교훈 지면기사
올바르게 알리고 예방대책 수립사회적으로 차별하는게 아니라오히려 인도적으로 보호하는 것최근 영국의 전설적인 록그룹 '퀸 (Queen)'의 스토리를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영화를 통하여 70년대 4옥타브를 넘나드는 성량과 화려한 스테이지 매너 그리고 여러 장르를 융합한 창의적인 곡으로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던 프레디 머큐리를 비롯한 브라이언 메이 로저 테일러 그리고 존 디콘의 활약상을 재현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옛 추억을 회상하게 하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팝음악의 역사에 함께하게 하였다. 퀸을 사실상 성공하게 만든 가장 큰 핵심은 리드싱어인 프레디 머큐리인데 다른 세 명의 엄친아(브라이언 메이는 천체물리학 전공, 로저 테일러는 치대생, 그리고 존 디콘은 공대생)와 달리 인도계의 디자인 전공자로 '퀸'이라는 그룹명뿐만 아니라 보헤미안 랩소디를 작곡하기도 한 그룹의 중심인물이다. 그런데 프레디 머큐리가 더욱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은 그가 동성애적 성적지향으로 인한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로 불과 46세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만약 에이즈가 아니었다면 좀 더 그의 무대를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 매년 12월 1일을 에이즈의 날로 정하여 에이즈에 대한 바른 이해와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은 HIV 바이러스이다. 성관계뿐만 아니라 혈액을 통하여 감염되므로 과거에는 수혈을 통해서도 전파되었다. 하지만 의료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명백하게 성적접촉으로 인한 에이즈의 전파가 가장 큰 확산의 원인이며 특히 남성 동성애자가 가장 큰 감염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고 말한다. 2016년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의 보고에 따르면 신규내국인 환자 1천62명중 남자가 1천2명 여자가 60명으로 남성의 비율이 16.7배에 달하며 대부분 남성과 남성 사이의 성관계로 감염되었으므로 이러한 팩트에 근거한다면 프레디 머큐리와 마찬가지로 에이즈의 가장 큰 전염경로가 남성보균자와 남성 간의 성관계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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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칼럼]학문 부재의 위험사회 지면기사
인류 정체성 마저 흔드는 사회변동미래 더 복잡하고 불안하게 만들어우리에 대한 지식 남에게 의존하며'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해 와이젠 '자유로운 학문'으로 벗어나야최근에 '학문기본법'에 대한 논의가 일군의 인문사회과학자들과 여러 학문공동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는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국가와 사인의 침해행위로부터 보호되어야 하고, 이를 규율하는 절차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며 시설, 인력, 재정 등 그 물적 기반이 사회권으로서 국가에 의해 제공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문의 자유도 대학의 자치도 빈곤한 사회 현실에 대한 자성이면서 미래위험사회를 맞이하여 국가와 사회에 대한 절박한 호소이기도 하다.실제로 대학은 학생들에게 학문도야의 공간이라기보다 취업을 위한 디딤돌 정도로 인식된다. 대학교수가 되려는 이들은 학문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기보다는 어떤 연구분야와 대학(원)이 더 유망한지를 중시한다. 국가와 사회도 다르지 않다. 학문은 정부관료와 정치세력의 입장과 정책을 정당화하고, 교육은 기업이나 산업의 성장에 기술적으로 혹은 인력 수급에 있어서 도움을 주는지가 관건이다.역사적으로도 학문의 역할과 효용은 제한적이었다. 조선시대의 학문과 교육은 유학을 지배이데올로기로 재생산하는 역할을 수행했고, 학자선비들에게는 입신양명의 지적 수단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식민통치에 필요한 관료들을 선발하고 이에 순치된 신민을 양성하였다. 개발독재기와 신자유주의시기에 학문과 교육은 자본주의적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도구였고, 서구 선진국가를 복사하여 따라잡기 위한 지적 도구였다.학문과 교육이 국가와 기업에 의해 그 사회적 역할이 제약되는 상황에서 본질적 자유이자 기본권으로서 수용되기는 어렵다. 학문과 교육에 대한 사회적 존경과 조건 없는 충분한 지원을 기대하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그로 인해 학문생산은 분산적이고 파편적인 생산체제하에서 이루어졌고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재생산체제를 갖추지 못하였다. 학문생산의 기지이자 후속세대의 교육장인 대학원은 국가지원 프로젝트에 연명하는 부실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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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근 칼럼]빛이 된 두 사람 지면기사
참형 당한 동학 1대 교주 '최제우'제자 최시형이 후천개벽 시점 묻자"때가 있으니 마음 급히 하지 말라기다리지 아니하여도 자연히…"그의 말은 절망의 시대 비추는 '빛'1864년 3월 10일, 경상도 대구의 관덕정 뜰에서 동학의 1대 교주 수운 최제우가 참형에 처해졌다. 사도를 일으켜 정도를 어지럽혔다는 좌도난정(左道亂正)의 죄목이었다. 그의 나이 41세, 동학을 창도한 지 3년 만이었다. 그는 죽기 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등불이 물 위에 밝았으니 의심이 없고(燈明水上無嫌隙) 기둥이 마른 것 같지만 아직 힘이 남아 있다(柱似枯形有餘力)."최제우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제자 최시형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1861년 여름이었는데, 이후 최제우는 최시형의 득도를 인정하고 1863년 7월 23일에 그에게 해월(海月)이라는 도호를 내린 바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등불이 물 위에 밝았다"는 말은 바로 바다 위에 떠오른 달 '해월(海月)'을 가리키는 비유다.최제우가 최시형에게 도를 전수하게 된 데는 깊은 내력이 있다. 최제우가 관의 지목을 피해 전라도 남원으로 피신했다가 몰래 경주로 돌아와 은신하고 있던 1862년 봄의 일이다. 스승의 종적을 알 수 없게 된 최시형이 스승을 그리워하며 수행하던 중, 반 종지의 기름으로 스무하루 동안 밤을 새우는 기적을 체험하게 된다. 그는 그때의 체험을 이렇게 이야기했다."임술년(1862) 정월이었다. 여러 달 동안 밤이 새도록 등불을 켰기 때문에 기름이 반 종지밖에 남지 않았다. 다시 스무하루 동안 밤새움을 했는데도 기름이 닳지 않았다. 이로써 마음에 '자연의 이치'가 있음을 알아차렸다."이렇게 마음에 있는 '자연의 이치'를 터득한 그는 누가 일러주지 않았는데도 스승이 있는 곳을 알고 찾아가게 된다. 최제우는 그가 찾아오자 깜짝 놀랐다. 당시 최제우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있는 곳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제자들은 그가 아직 전라도 어딘가에 피신하고 있는 줄로만 알고 있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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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칼럼]정부는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없는가? 지면기사
국민 안전 보호·국가 운영 방법과학기술에서 찾겠다는 자세 필요남의 일보다 자신 문제 해결 우선공무원의 'R&D 권한' 넘겨 받아DARPA같은 조직으로 창업 유도며칠 전에 한 연구관리 전문기관에서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PM(프로그램 매니저) 제도를 설명해 달라는 요청으로 대전에 가서 DARPA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R&D 시스템에 대하여 2시간 동안 강연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차를 몰고 올라오면서 그 열띤 진지함이 또 한 번의 좌절로 끝날 것을 생각하니 허망했다. DARPA PM 제도의 벤치마킹은 과학기술과 R&D에 대한 지금의 정부와 공무원의 사고방식으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R&D 정책과 제도는 미국의 것들을 '한국 실정에 맞게(적당히)' 벤치마킹한 것이 많다. 심하게 말하면 기술도 보고 베꼈듯이 정책도 베낀 것이다. 그런데 왜 정부가 세계 최고수준의 R&D 예산(올해 20조 원)을 투입하고 있는데, 여전히 성과가 없다는 평가가 반복되는 것일까? 수십 년 넘게 혁신성장동력을 마련한다고 했는데, 왜 경제는 혁신동력을 잃어가는 것일까? 노벨상을 바라보며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60년 된 DARPA PM 제도의 핵심은 과제기획 기능과 동시에 우리는 못 갖고 있는 예산집행의 전권과 재량권을 갖고 있다가 아니다. DARPA의 핵심은 국가가 왜 과학기술에 투자하고 R&D를 하는가 하는 철학의 문제이다. 학문의 증진, 산업의 육성, 경제 발전 등은 부차적인 것이다. 국가가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강력한, 효율적인 국가와 정부조직이 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첨단기술을 개발하여 국가를 지키고 국민의 안녕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60년 전에 소련이 먼저 인공위성을 쏴서 미대륙을 위협하는 사건, 4년 전 세월호 같은 사건이 안 일어나게 하겠다는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한 성찰과 대비이다.외부로부터의 기술적 충격,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위협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정부가 먼저 새로운 기술에 대한 도전을 계속해서 하겠다는 것이다.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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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진 칼럼]평등 사회 지면기사
우리나라 성범죄는 남녀 사이에서불평등한 권력이 만들어낸 결과힘 있는 자가 행사하는 '인권유린'범죄없는 성숙한 사회 만들기위해서로 배려·존중하는 마음 지녀야최근 우리 사회는 '미투(Me Too) 운동'을 체험하면서 양성 평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남성과 여성은 구별될 뿐 차별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언론을 통해 수많은 성폭력 고발 사례를 접하면서 그동안 묵과하던 행동들이 범죄가 된다는 것도 바로 알게 되었습니다. 친근감의 표시로 변명되던 술자리 스킨십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가 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 사람도 많으리라 봅니다. 지난 3월 문화체육부와 국가인권위원회는 특별 조사단을 만들어 문화예술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성폭력, 성추행 고발을 접수했습니다. 100일간 진행된 특별 조사는 상당수의 고발 건이 시효가 만료되는 등 가시적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성적 측면에서 얼마나 불평등한가에 대한 실상이 제대로 드러났고, 이것이 바른 변화를 이끌어내는 큰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제가 소속되어 있는 천주교 성직자계도 이번 미투 운동으로 큰 충격을 겪고 내부적으로 쇄신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성 평등에 관한 인식 전환을 체험 중에 있습니다. 특히 교구 소속 사제들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닷새간의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았습니다. 또한 해당 사제에게는 정직이라는 중징계가 처해졌습니다.6년 전부터 서울대병원 부설 서울 해바라기센터에서 운영위원으로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국립양성평등원의 성폭력 예방교육 강사 자격을 이수했고, 나름 준전문가 입장에서 성폭력 사례를 수십 차례 상담했습니다. 그런데 수많은 피해자를 대면하는 동안 한 가지 의문이 계속 되었습니다. '왜 성범죄가 발생하는가?' 한국 사회에서 성범죄는 남녀 간의 불평등한 권력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본질적으로 성범죄는 권력이 있는 쪽이 권력이 없는 쪽에 행사하는 인권유린입니다. 이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인간다움을 버리고, 인성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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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칼럼]지금, 국가와 정부, 그리고 시민들 지면기사
현재 국민들 환상에 머무는데 익숙보여주는것에 만족하고 찬사 보내그 덕에 인터넷이 언론과 표현 점령오늘날 민주주의 과거보다 더 위험진실 가리는 정보들 교묘하게 작동어느 순간, 더 이상은 나라가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둘 수 없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때가 있다. 예전에는 무엇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른지 비교적 명백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때는 '나'도 주류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단순하게, 투명하게 생각할 줄 알면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사태는 결코 명백하지 않고, 늘 알 수 없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고 의문을 갖는 순간, 복잡함, 불투명함을 자기 사유의 기반으로, 근본적 조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이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부주의하거나 둔감하게 지나치면 이 순간은 다시 사라져버린다.국가를 믿고, 국가가 시민들의 의지에 의해 수립되어야 한다고 믿고, 그러지 않은 정부라면 뒤집어 버리면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때, 국가가 없는 세계야말로 유토피아겠지만 그 국가 없는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국가 아닌 국가', '국가를 폐절시키는 국가'의 단계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때도 순진하다면 순진했다. 그런 국가가 얼마나 타락했던가를 깨닫고 국가 없는 세계에 대한 꿈도 함께 잊었을 때 국가라는 문제는 곧 어떤 정부냐 하는 문제로 바뀌어버렸다. 국가를 심문하지 못하게 되자 '근본주의'적 사유는 빛을 잃고 앞에 놓인 정부들 중 하나를 양자택일 식으로 골라잡는 일에 매달리게 되었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순진함이여, 썩 물러가라. '내'가 선택하고 지지한 어떤 정부도 선하지만은 않았으니, 다시는 '내' 의지를 어떤 정부를 위해 사용치 말라. 아깝지 않느냐, 낭비해 버린 젊음의 시간들이. 위선에서 교활을 거쳐 야만으로. 그리고 이제 다시 쇼로. 쇼가 펼쳐지는 무대 뒷면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홉스는 만약 정부가 없다면 사람들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날을 지새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자연 상태의 위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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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칼럼]나폴레옹과 모니퇴르 지면기사
동서고금 막론 권력자들 비판적 뉴스 경계당정, 1인미디어 '가짜뉴스 진원지'로 판단국가가 나서 손 보려한다면 부작용은 더 커표현의 자유등 민주주의 기본가치 훼손때문프랑스혁명 직후 분위기를 작가 앙드레 모루아는 '밀고가 시민의 의무였고, 단두대는 미덕의 제단이었다'며 한 줄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혁명은 많은 피를 불렀다. 사회는 혼란 그 자체였다. 그 틈을 이용해 권력을 장악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그 지긋지긋한 피를 더 흘려서는 민심을 얻지 못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생각한 게 언론이었다. 언론을 장악해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언론과의 전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쿠데타 직전에 73개였던 파리의 신문사가 1800년에는 13개만 남았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1805년 그는 비밀경찰 책임자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내 이익에 반하는 것은 어떤 것이라도 인쇄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1811년 신문은 4개만 남았다. 모두 친나폴레옹계 신문이었다. 정부의 실정(失政)은 물론 국민의 피폐한 삶은 한 글자도 보도되지 않았다. '모니퇴르'도 그중 하나였다.모니퇴르는 프랑스혁명 과정에서 시민들 편에 섰던 신문이다. 덕분에 혁명 후 프랑스 최고 언론의 위치에 섰다. 시민들은 모니퇴르에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자 그의 편에 섰다. 나폴레옹이 권력을 잃고 엘바 섬으로 유배된 후에는 부르봉 왕조에 붙어 나폴레옹을 공격했다. 그러던 중 1815년 3월 1일. 나폴레옹이 엘바 섬을 탈출했다.이 소식을 모니퇴르가 모를 리 없었다. 나폴레옹이 파리로 입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0일. 그 기간 모니퇴르의 1면 헤드라인은 수없이 바뀌었다. '식인귀, 소굴에서 탈출 - 호랑이, 카르프에 나타나다-괴물, 그레노블에 야영-폭군, 벌써 리옹에 진입-찬탈자, 수도 100㎞에 출현-보나파르트, 북으로 진격 중 -나폴레옹, 내일 파리 도착 예정-나폴레옹 황제, 퐁텐블로 궁에 도착하시다-어제 황제 폐하께옵서 충성스런 신하들을 대동하시고 퇼드리 궁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