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방민호 칼럼]많이 아픈 후배를 위해
    기명칼럼

    [방민호 칼럼]많이 아픈 후배를 위해 지면기사

    말수 적고 다정했던 후배에게모진 병고 시달림 뒤늦게 알아시대의 격류 요란하다지만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오직 그녀에게 생명의 따스한 빛 다시 돌아와 주기만을 바랄뿐얼마 전이다. 밀양에서 큰 불이 나서 제천에 이어 사람들 가슴을 아프게 하더니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서도 불이 났다고 했다. 소식을 들은 건 불을 다 끈 다음이다. 이번 불은 다행히 소방시설이 잘 되어 있어 번지지 않았다는데, 그래도 소식을 듣고는 화들짝 놀랐다. 마침 아는 사람이 바로 그때 입원해 있었다.혈액암에는 두 종류가 있어 특히 그 한 종은 고치기 어렵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후배가 그로 인해 고생하다 그 병원에 들어가 있었다. 조혈모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을 맞이할 때쯤 학업에 대한 꿈을 거의 완전히 잃어버렸다.무슨 일인가를 겪으면서 사람은 평범하게, 평균적으로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하게 됐다.여름방학 지나 늦가을에 이르자 정신적 긴장이 극도에 다다른 나머지 밤에 발작적인 증세가 나타났다.분명 꿈을 꾸고 있었는데 현실에서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현관문 여는 소리에 부모님이 일어나 나와보니 내가 내복 바람에 맨발로 현관문을 열고 있었다고 했다. 그때 우리집은 단독주택이었다.달려와 무슨 일이냐고 만류하자 '몽유병' 환자는 기를 쓰고 바깥으로 뛰쳐 나가려고 했다. 서슬에 아버지의 러닝셔츠가 찢어지고 물어뜯는 바람에 팔뚝에도 피가 흘렀다.이웃집 사는 아버지 후배까지 달려와서야 겨우 택시에 몽유인을 밀어넣고 병원으로 향할 수 있었다.한 병원에서 거부당하고 또다른 병원으로 향하던 중에야 몽유인은 겨우 꿈에서 깨어났다. 그렇게 가을, 겨울이 다 가고 봄이 오자 학교는 견디기 힘든 곳으로 변했다.연합 서클이라고,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어울리는 독서 동아리가 대전에 있었다. 남들은 공부하러 제각기 학교로 돌아간다는 3학년 봄에 몽유인은 본격적으로 서클활동을 시작했다. 카뮈의 '이방인'을 읽고 이어령의 '장군의 수염'도 읽었다. 그 무렵에는 다들 실존주의에 열을 올렸다.5월이 되자 일요일을 빌려 체육대

  • [이남식 칼럼]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기명칼럼

    [이남식 칼럼]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지면기사

    비트코인 투기로 피해 발생안정적 가치교환·고른 이익분배가능한 가상화폐만 살아남을 것블록체인·코인 기술 활용공유경제시스템 구축 등 '기회''선한 목적' 사용토록 감독·격려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대한 투기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사태가 발생되고 있다. 물론 투자자 중에는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을 이해하고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으로 투자한 경우도 있겠으나 대부분 이를 통해 횡재했다는 소문에 편승해 묻지마 투자가 결국은 투기를 낳게 된 것이다.모두가 잘 알다시피 2009년 뉴욕발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기존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말미암아 분산화된 거래원장을 통해 금융기관이 없이도 개인 간의 거래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소프트웨어로 암호화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등장하게 됐다. 그 후에 거래원장(ledger)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약 기능(smart contract)을 덧붙인 이더리움이란 가상화폐 등 현재 1천400여종의 가상화폐가 코인공개(ICO)란 과정을 통해 자금을 모집하고 거래소에 등록 돼 전 세계적으로는 약 4천50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나타내고 있다.원래 화폐란 가치교환의 수단으로 사용돼야 하는데 현재 비트코인이나 몇몇 화폐를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거래에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코인 그 자체가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경우 화폐를 공급하는 방법으로 채굴(minig)이라 해 컴퓨터로 거래원장을 분산시키는 노력의 대가로 코인을 보상해 주다 보니 코인은 제한 돼 있고 가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며 거래소에서는 단순히 전자지갑 속의 코인을 다른 사람의 전자지갑으로 이전하거나 현금과 교환해주며 수수료를 받다 보니 이 과정에서 보안이 완벽하지 못한 틈을 타고 다양한 해킹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그러다 보니 정부 당국에서도 여러 가지 규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투기로 인한 차액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살아남는 가상화폐가 되려면 적어도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가치교환이 이뤄지는 동시에 이

  • [윤상철 칼럼]정현신드롬 이후
    기명칼럼

    [윤상철 칼럼]정현신드롬 이후 지면기사

    지금의 정현에 대한 환호제2 정현 나올 때까지 이어질지…이성적 근거없이 만들어진정치적 지지는 아무 책임감 없이또 다른 '~빠'가 만들어질 때까지 맹목적으로 지속될지 모른다정현이 호주오픈 4강에 진출하자 대중은 열광하였다. 우리 국민들이 국가대항전이 아닌 개인스포츠에 주목하는 현상은 낯설지는 않지만, 스포츠 자체가 문화적 기호(嗜好)라는 점에서 기이하기도 하다. 이들 중에는 테니스 경험이 전혀 없거나, 아파트 단지의 테니스장을 주차장으로 만드는 데에 기꺼이 동조했던 이들도 있다. 이제 그의 안경이나 신발, 그리고 라켓이 관심을 끌게 되고,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테니스 레슨을 권할 것이다. 정작 신세대 정현의 자유로운 열정이나 성장과정, 그와 상대한 페더러가 건네준 배려는 그의 성공신화를 장식하는 에피소드로 동원되었다. 정현현상은 그 이전에 나타났던 박세리나 김연아의 신드롬과 다르지 않다. 오로지 세계적인 선수의 반열에 올라야 관심을 받고 그를 위해 희생되는 다른 것들은 가려지는 지극히 단선적이고 동질적이고 목표상향적인 사고와 행태가 지배해왔다. 탄탄한 생활체육 기반, 폭넓은 사회시설과 제도, 수많은 일선지도자들과 그 직업환경 등은 뒷전이다. 외국인 지도자와 훈련시스템도 히딩크와 고드윈처럼 신화와 전설로 부풀려지고 그 기여의 내실은 묻힌다. 오로지 개인 선수의 화려한 성공 이미지만 환호 받으면서 유포되고 소비된다. 배경과 결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성찰 없이 오로지 목표만을 위하여 치닫고 그 이미지만 감성적으로 소비되는 행태는 우리 사회의 다른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암호화폐 열기처럼 지극히 경제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하는 경제행위도 다르지 않다. 투자인지 불분명한 암호화폐 거래는 평창롱패딩을 사려는 장사진과 유사하게 반복되지만 그에 필수적인 블록체인 등은 뒷북치듯이 거론된다. 암호화폐 투자로 거부가 된 사례가 기사화되고 이를 모르는 사람은 시류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간주된다. 즉, 우리 사회의 목표지상주의는 동질성 선호로 인해 강화된다. 남들이 하면 해야 하고 그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왕따 당하거나

  • [전호근 칼럼]맛에 관하여
    기명칼럼

    [전호근 칼럼]맛에 관하여 지면기사

    나는 주사부나 김정희가 느낀그 맛이 어떻다고 말할 순 없지만가족들과 모여 먹는 일이야말로가장 큰 즐거움이란 걸 알 것 같다언젠가 내가 만든 요리 함께 먹으면그땐 맛이 뭔지 말할 수 있을듯언제부턴가 우리 식구 중에서 나만 빼고, 그러니까 아내와 딸, 아들 녀석까지 TV에서 먹는 걸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나오면 넋 놓고 본다. 얼마 전엔 어느 먹방에 유명 요리사 고든 램지가 나왔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나는 식구들의 그런 모습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일쑤였다. 왜냐하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먹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먹는 걸 보고 즐긴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이 먹는 모습을 방송으로 내보내는 일을 기꺼이 감내하는 출연자들은 더 이상해 보였다. 나라면 밥 먹을 때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면 밥이 잘 넘어가지 않을 것만 같아서다.그러다 나는 지금까지 어떤 방송을 보고 즐겼는지 생각해보았다. 지금은 거의 보지 않지만 나도 한 때는 스포츠 경기 중계방송을 즐겨 보았다. 야구나 축구 경기는 무척 즐겨 보는 편이었고 가끔은 권투나 이종 격투기를 보기도 했다. 그러니까 나는 사람들이 '싸우는 모습'을 주로 보았던 셈이다. 으레 치고 박고 싸우거나 승자의 환호와 패자의 눈물이 있는 그런 일들을 보고 즐겼던 것이다.반면 먹방에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즐거워하며 음식을 나눠먹는 평화로운 모습이 이어질 뿐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문득 먹방 보는 식구들이 이상한 게 아니라 그걸 이상하게 바라보는 내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오래 전 이야기지만 '음식남녀'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요리사인 주사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입맛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스스로 그런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가족들 또한 그의 요리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알지만 말하지 않는다. 그와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동료 요리사 온씨가 그의 고충을 알아차리고 이렇게 이야기한다."베토벤이 좋은 소리는 귀에 있지 않다고 말한 것처럼 좋은 입맛도 입에만 있는 것이 아니야

  • [홍창진 칼럼]삶의 전환점
    기명칼럼

    [홍창진 칼럼]삶의 전환점 지면기사

    '도의 길은 하루하루 없애가는 것'버리고 내려놓고 비우는 동안어느덧 '괴짜 신부'·'날라리 신부'"신부가 뭐 저래?" 수군대지만좀 어떤가 내가 행복하고남도 행복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사제가 된 지 7년째 접어들 무렵, 한 3년간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했다. 당시 중국은 개방은 했지만 종교에 관해서는 여전히 삼엄한 장벽을 치고 있었던 터라, 우리 신부들 사이에선 '대만 신부가 중국에서 선교를 하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었다더라', '어느 프랑스 신부가 중국에서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알고 보니 남몰래 포교하다가 중국 공안에게 살해당한 거라더라' 등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그러던 차에 고향이 얀삐안(鹽邊)인 주교님으로부터 중국으로 떠날 지원자를 받는다는 모집령이 떨어진 것이다. 중국엔 관심도 없었고, 더구나 목숨을 걸고 선교활동을 할 소명감 따위는 털끝만치도 없어서 모집령을 무시하고 있었는데, 눈치 없는 후배 신부가 순진한 얼굴로 찾아와서는 "형님, 저랑 같이 가요"하는 거였다. 선배된 체면에 겁나서 못 가겠다는 말은 차마 못하겠고, '우리 교구에 속한 신부만 해도 200여 명인데, 설마 내가 뽑히겠어?'하는 얄팍한 생각으로 지원서를 냈다. 그런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지원한 지 며칠도 안 돼 주교님으로부터 "어려운 자리에 지원해줘 고맙다"는 전화가 걸려왔다.(그 전화를 받고 얼마나 벽에 머리를 박았는지 모른다.)울며 겨자 먹기로 인사공문을 받아들었는데, 좀 이상했다. 사유란에 떡하니 적힌 '중국 유학'. 선교하러 가는데 웬 유학이냐고 물으니, 중국은 성직자 입국이 금지되어 있으니 일단 유학생 신분으로 위장해 입국을 하란다. 이러다 진짜 죽겠구나 싶었다.겁을 잔뜩 먹고 시작된 중국행은 생각보다는 살벌하지 않았다. 단지 더러운 환경 속에서, 한국에서 살던 때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는 살림살이를 해야 한다는 불편이 더 컸다. 수돗물이 순환급수제여서 모임에서 식사를 하다가 집으로 달려와 수돗물을 받아놓고 다시 외출을 해야 하고 자동차는 꿈도 못 꾸고 자전거를 타고 학교

  • [방민호 칼럼]새해엔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기명칼럼

    [방민호 칼럼]새해엔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지면기사

    우리들이 상상하는 모든 슬픔기쁨이 들어 있는 놀라운 삶입신양명·돈 벌기도 중요하지만지금은 풍요롭고도 절박한 시간올해엔 미래 기약할 수 없는나에게 '은총' 가득하길 기원한다또 새로운 한해가 열렸다. 이 개띠 해도 벌써 열흘 가까이 흘러갔다. 이 새해에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본다. 지난 몇 년 동안 텔레비전을 보지 않았다. 마지막 몇 년은 팟캐스트만 끼고 살았다.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는 직장에 배달되는 신문 헤드라인으로만 알았다. 정부 입맛에만 맞추는 방송 언론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된 습관이었다. 좋은 점이 없지 않았다. 시장 논리가 겨냥하는 것,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아예 모르게 되다시피 했다. 무슨 새 물건이 나왔는지, 어떤 가수가 인기를 끄는지, 무슨 영화가 수입됐는지 알지 못했다. 아이들이 바다에서 무참하게 죽어가는 세상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벌어지는 일들을 알지 않아도 되었다.정부가 바뀌고 방송사들이 달라져서일까. 이제 겨우 브라운관에 눈을 주게 된다. 아직도 드라마 같은 것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래도 잠깐씩이라도 앉아 뉴스 화면도 본다. 내가 원하는 세상만이 아닌, 뭇사람들의 세상에도 관심을 '표명'해 본다. 그러다 알게 된 것 하나가 교육방송에서 하는 의학 관련 논픽션 프로다. 아픈 삶을 그리는 것으로 그중 많은 사람들이 기약 없는 투병 생활을 하기도 한다. 끝내 삶의 마지막 국면에 다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새로 시작한지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다. 이상한 일은, 사람들이 병에 걸려 신음하는 상황을 지켜보는 일이 위안을 준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자신은 아직 살아 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남의 불행을 보고 쾌감을 느끼는 잔인한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일까? 그런 것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확실히 이기적이다 못해 철면피한 요소를 가진 존재다.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의 고통과 불행 속으로 들어가는 심리에는 다른 선한 면도 작용할 것이다. 사람들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자기 아닌 존재를 향한 이해와 동정의 마음을 가진 존재인 것이다.

  • [이남식 칼럼]쿨 코리아 (Cool-Korea)
    기명칼럼

    [이남식 칼럼]쿨 코리아 (Cool-Korea) 지면기사

    엄청난 사회적 소용돌이 겪고도아무 개선도 되지않는 경우 많아이제 구성원 모두 쿨해졌으면…그러려면 이해당사자 헤아리고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그러면 많은 문제점 해결책 보여201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아 독자 여러분 가정에 만복이 깃드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를 맞으면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면서 새로운 각오와 계획으로 시작하곤 합니다. 한 해가 있다는 것은 우리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러면 올해는 어떠한 각오로 새해를 시작 하시겠습니까? 사실 해가 바뀐다고 하여 상황이 바뀌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은 계속적으로 현재진행형입니다. 저는 독자 여러분께 올 해 부터는 우리가 좀 더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들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있습니다. 각자의 입장이 있겠지만, 각자도생을 외치며 나의 입장만을 주장한다면 어떤 문제도 풀어가기 어렵다고 봅니다. 서로의 입장을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며 서로를 배려해 간다면 수많은 문제들을 멋지게 해결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연간 수백만 명의 미숙아가 태어나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경우에는 의료수준이 낮기 때문에 대부분의 미숙아들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인큐베이터 시설이 보급되어 있으므로 미숙아라 하더라도 사망률이 매우 낮습니다. UN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협력하여 보통 2만 달러 정도하는 인큐베이터를 10분의 1 가격으로 그것도 저개발 국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여 개발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사실상 생산원가를 10분의 1로 줄인다는 것은 대단히 큰 성공이라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아프리카에서 미숙아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는 별로 진척이 없었습니다. 10분의 1가격의 인큐베이터를 운영할 인력, 전기, 자금 어느 하나 만만치 않았던

  • [윤상철 칼럼]금지되어야 하는 것!
    기명칼럼

    [윤상철 칼럼]금지되어야 하는 것! 지면기사

    타인의 생각을 '정치적 올바름''영악함'으로 대처해온 우리는차이와 차별 반복적으로 재생산자유주의 출발점은 사고의 자유사회적으로는 사람간의 생각차인정해주는데서 출발해야한 정치학자는 한국민주화의 한계로서 자유주의 혁명의 부재를 지적했었다. 그 결과 한국인들은 자신의 요구 주장에는 익숙하지만,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고, 개인의 자유를 상호간에 침해하지 않는 데에 둔감하다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제왕적 대통령제와 위계적 관료체제로 장착된 한국에서 개인의 자유는 행정편의적 관료주의와 충돌한다. 가령 한국인들은 모터사이클(이륜자동차)의 고속국도 주행이 금지된 유일한 나라라는 사실을 당연시한다. 총기소지허용을 옹호하는 미국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분개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토론되고 사회규범으로 제어되어야 하는 일들이 국가권력의 '금지와 전용' 포고로 대체된다. 그럼에도 정작 최우선적으로 금지되어야 하는 것들은 방치된다. 국가권력의 선별적 차별논리가 개인간의 차별에도 관철된 탓이다. 유엔 경제사회문화적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수차례 권고하였지만 현 대통령조차 후보시절에 이미 반대했었다.돌이켜보면, 우리 사회를 뿌리째 균열시킨 계급적·지역적 차별, 그리고 그에 근거한 사회집단간 혐오를 정치적 경쟁에 내맡기고 근절하지 못한 상황에서 더 보편적이고 덜 가시적인 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있을 리 없다. 오히려 우리 사회는 차별 자체가 부당하다는 인권 차원의 인식을 민주주의의 심화를 통해 극복하기보다는 차별을 정치적 선악으로 대체하여 혐오를 확산시키는 방식을 택했었다. 지역간, 계층간 차별과 불평등을 극복하고 이 시각을 한반도와 민족의 문제로 넓히고자 했던 세력들에 대해서 '종북좌파'로 매도하여 그 혐오를 증폭시켰다. 특정 지역과 여성에 대한 혐오와 국가를 사유화한 국정농단을 일베와 적폐로 규정함으로써 이 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끌어내고 유연한 민주화의 길에 동참한 세력을 모두 배제해버리고 있다. 어떤 나라가 종북좌파와 적폐세력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왜란과 호란의

  • [전호근 칼럼]생각할 겨를도 없이
    기명칼럼

    [전호근 칼럼]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면기사

    불길속에서 할머니 구한 세 청년그들은 맹자의 가르침 처럼이성이나 다른 능력에 주목 않고아무 생각없이 갑작스런 마음에서인간 본성 선함을 이끌어냈던 것그 용기 존경·감사의 마음 전한다지난 한 주 동안은 유난히 화재 사고가 많았던 모양이다. 며칠 전 TV로 뉴스를 보다가 강원도 춘천시 약사동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 소식을 접했다. 뉴스에 따르면 70대 노부부와 손자가 사는 집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할아버지와 손자는 곧바로 밖으로 대피했지만 휠체어를 타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는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다급해진 손자가 주변에 도움을 청하자 마침 근처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있던 청년 셋이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 휠체어에 앉아 있던 할머니를 구해 나왔다는 것이다.방송사의 카메라 앞에 선 청년 중 한 명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할머니를 구해 밖으로 나왔습니다."뉴스를 보고 있던 나에게는 청년이 인터뷰에서 한 말 중 '생각할 겨를도 없이'라는 표현이 참으로 인상 깊게 다가왔다. 맹자가 말한 '출척측은지심( 척慽惻隱之心)'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이기 때문이다.일찍이 맹자는 어린 아이가 막 우물에 빠지는 '유자입정(孺子入井)'의 사례를 가정하면서 그런 일을 목도하게 되면 사람이라면 누구나 '출척측은지심( 척惻隱之心)'을 가지게 된다고 했다. 여기서 맹자가 말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은 그가 주장하는 성선설의 중요한 근거이기도 하다.그는 측은지심을 필두로 악을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마음인 사양지심(辭讓之心),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가리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을 두고 인간의 선한 본성을 확인할 수 있는 네 가지 마음이라는 뜻에서 사단(四端)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어서 사람이 사지(四肢)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누구나 이 네 가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만약 이 네 가지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까지 이야기했다. 맹자에 따르면 이런 마음은 배워서 아는

  • [홍창진 칼럼]내 안에 답이 있다
    기명칼럼

    [홍창진 칼럼]내 안에 답이 있다 지면기사

    내가 좋아하는 일 찾아신나게 노력하는 사람과싫은걸 억지로 하는자 결과 뻔해즐겁지 않게 하다 망하느니처음부터 안하고 노는게 더 행복자율의지 그 뭔가를 찾을 때까지신학교에 입학한 뒤 첫 1년을 지낼 때 '내년쯤이면 다 때려치우고 집에 갈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살짝 들었다. 화장실 갔다가 보던 일도 끊고(?) 나오기가 다반사였고, 소등 시간이 되면 잠이 안 와도 억지로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그러는 동안 2학년이 됐는데, 때려치울지도 모른다는 내 예감은 다행히 빗나갔다. 2학년부터 들었던 철학수업이 꽤나 매력적이어서 규칙이 주는 압박을 잊고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령도 좀 생겨서 화장실 가서 늦게 오기도 하고, 소등 뒤에 이불 뒤집어쓰고 철학 책 읽다가 다음 날 수업시간에 좀 졸기도 하고, 규칙 안 지킨다고 교수 신부님께 욕도 좀 먹어주면서 살았다. '이렇게 살다가 잘리면 장가나 가지 뭐' 하고 맘을 편히 먹으니 숨 쉴 여지가 생기는 듯도 했다. 교수 신부님들도 이런 내 기질을 알았는지, 슬쩍 눈감아주는 아량을 베풀기도 하셨다. 그런 끝에 기적적으로 사제서품을 받았다. 만일 9년간 숨 쉴 여지없이 규칙대로만 살았더라면 중도에 신학교를 박차고 나왔을지 모른다. 아무리 내가 요령껏 규율을 피하며 살았다 해도 신학교 생활이 갑갑한 건 사실이었다. 신학교에서 생활하는 내내 속으로 외쳤다. '신부가 되기만 해봐라. 한 일주일 동안 잠만 잘 테다!'실제로 나는 신부가 되고 정말 사제관에 처박혀 잠만 잤다. 그것도 일주일이 아닌 한 달씩이나. 9년을 타율 속에 살다가 갑자기 자유가 주어지니 정말 너무 달콤했다. 하루 한 번 있는 미사만 마치면 나머지 시간은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사제관 안에서 두문불출하는 나를 두고 신자들은 신심 깊은 신부가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기도를 하나 보다 했을 거다. 그러기를 거의 한 달. 그런데 참 신기했다. 미사 집전만 겨우 하고 마음껏 게으름을 부리다 보니 슬슬 기도가 하고 싶어지는 거였다. 9년을 기도만 하며 살 때, 한 자리에 앉아 장시간 침묵 속에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