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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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칼럼]최저임금과 52시간제, 얻는 것과 잃는 것 지면기사
영세자영업자 임금인상 폐업 속출실업자↑ 근로시간 줄여 매출도 ↓반면 취업자 고임금에 소비력 상승고용구조 개선·워라밸 효과 얻지만채용증가로 이어지긴 어려워 보여한국은 외국 여행자들에게 천국 같은 나라이다. 도시는 밤늦게까지 붐비고, 가로등과 네온사인은 밤인지를 잊게끔 밝다. 택시비도 싸고 늦게까지 돌아다녀도 안전하다. 늦은 밤까지 식당들은 붐빈다. 밤늦게 음식을 배달해서 먹을 수 있고,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들도 많다. 자영업자 비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25%를 둔 우리가 누리는 혜택이었다. 유럽이나 선진국들을 여행하다 보면 이러한 혜택을 절감하게 된다. 도시의 가로등은 어둡고, 에어컨은 미지근한 바람이 나오고, 8시가 넘으면 음식점과 상가들은 문을 닫고 늦게까지 술을 마실 곳이 없다. 역시 우리나라가 놀기 좋은 나라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 많은 혜택을 제공해주던 자영업이 지금 위기에 처해있다. 대부분이 망한다는 자영업의 치열한 경쟁 상황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자영업자들이 집단적으로 더 이상 자영업 하기 어렵다는 한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세한 자영업자에게 종업원 임금을 10% 올려주는 것은 감당하기 어렵고, 많은 자영업자조차 버는 돈이 최저임금 수준밖에 안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 52시간제는 자영업 매출조차 줄이고 있다. 긴 노동에 쌓인 피로를 회식과 술로 풀었는데, 일찍 끝나고 집에서 가족들과 같이 보내거나 여가나 취미활동을 하는 직장인들이 늘어서 음식점 매출이 줄고 있다. 자영업 상황이 IMF 때보다 안 좋다는 여론의 불만 속에 경기 지표들도 하락세로 돌아서고, 고용 상황이 악화되면서 모든 경제 문제의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라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말 그런 것일까? 먼저 우리나라는 왜 자영업이 많은지를 볼 필요가 있다. 기업, 특히 대기업의 고용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고용자의 수를 늘리기보다는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더 좋다. 노동의 유연성이 낮은 상황에서 노동자의 단결을 막고, 주당 68시간까지라는 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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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칼럼]먹방과 비만 지면기사
보건복지부 '방송규제' 밀어붙이기식 잘못우선 '비만 심각성' 공지후 영향 미쳤는지최소한 통계 자료라도 냈다면 좋았을 것그후 방송사 자체적 제재했다면 더 효과적지난주 보건복지부가 '국가 비만 관리 종합 대책'을 내놓으며 '먹방' 가이드 라인 운운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시청자의 예상치 못한 격렬한 저항에 식겁한 보건복지부는 "진의는 그게 아니었다"며 얼른 발을 뺐다. 그럴 줄 알았다.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지만 지금 먹방 인기가 어느 정돈지도 모르는, 정말 세상 물정 캄캄한 공무원임이 분명하다. 며칠 전 종편 예능 프로를 보다 깜짝 놀랐다. '밴쯔'가 출연한 것이다. 밴쯔가 누군가. 인터넷 먹방의 지존. 먹방 콘텐츠만으로 구독자 250만 명을 돌파하고 연간 10억의 수입을 올린다는 슈퍼스타다. 밴쯔는 한 상 가득 쌓인 음식을 깔끔하게 먹어치우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짜장면 10그릇을 13분에 해치웠다. 그의 먹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대리만족하며 열광한다. 그가 마침내 인터넷 방송을 평정하고 종편 방송 고정출연자가 됐다. 우린 이제 곧 지상파에서도 음식을 먹어치우는 밴쯔를 보게 될 것이다. 시청률만 오른다면 무엇이든 하는 방송사들이 그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먹방을 우려하는 시선도 없진 않다. 먹방에 채널권을 뺏겼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사실 먹방이 많긴 많다. 못 믿겠다면 직접 확인해 보면 안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할 것 없이 예능 프로 중 50% 이상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먹는 것과 연결된다.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다루는 예능은 예외 없이 무언가를 열심히 해먹는다. 냉장고까지 통째로 들고 나와 요리 대결도 벌인다. 심지어 생판 모르는 남의 집에 가서 한 끼 얻어먹는 예능도 있다. 상황이 이러니 국민의 건강, 나아가 비만에 신경을 써야 하는 정부가 폭증하는 먹방에 우려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이 비만이고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천문학적이다. 그러나 먹방이 비만과 어느 정도 인과관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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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진 칼럼]가벼운 마음 지면기사
미래에 대한 걱정 쌓아둔다고당장 해결 되는 일은 없다주어진 현실 외면하라는게 아니라달라지지않는 일 고민에 발목잡혀고통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것해마다 여름이 되면 성당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캠프 준비로 바쁩니다. 당연히 신부는 봉사해줄 청년을 찾습니다. 그러나 요즘 도시 성당에서 청년 봉사자를 찾기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한국에 사는 청년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안고 있는 걱정이 있습니다. 바로 취업입니다. 취업문이 너무 좁은 탓에 방학 동안에도 쉬지 않고 스펙을 쌓아야 합니다. 물론 봉사도 스펙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성당 오빠, 성당 언니 스펙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해외연수나 국내에서의 극한 체험, 전공과 관련한 자격증 취득 등이 그나마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스펙입니다. 어떤 청년은 스펙을 쌓기는커녕 당장 학비 마련도 힘겨워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하며 더위와 씨름하고 있습니다.이 위기를 넘기고자 어머니 봉사자를 모집했습니다. '모집 인원 ○○명'에 지원자는 정말 0명이었습니다. 아무도 지원하지 않은 겁니다. 청년들보다는 어머니들 사정이 좀 낫겠지 싶어 어머니 봉사자를 모집했지만, 그분들 상황은 청년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어머니들 대부분이 정규직은 아니더라도 그에 못지않은 무게를 감내해야 하는 고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가사 노동과 아이 교육까지 도맡아야 하니, 일요일에 성당에 나와 주일미사에 참석하는 것만도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성당의 주일학교 교육이 아직 무급봉사에 의존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유급교사로 전환하지 않으면 길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마지막으로 아버지 봉사자를 모집해봤습니다. 공고를 내기도 전에 앓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옵니다. "성당 아이들 교육도 중요하지만 우리 아빠들 죽어나가는 사정도 좀 들어주세요." "해고 걱정, 폐업 걱정, 대출 상환 걱정! 신부님, 걱정이 태산입니다." 아버지 봉사자 모집은 방도 못 붙이고 계획을 철회했습니다.여름 캠프 봉사자 모집은 아쉽게도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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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칼럼]고독한 항해사 최인훈 선생 지면기사
소년시절 북한 초기사회주의 경험월남이후 그의 문학에 결정적영향전후 남북 이념대립 '광장'에 녹여자신을 난민간주 이상적사회 추구고단했던 탐색자여 고이 잠드소서작가 최인훈 선생이 영면에 드셨다. 공식적으로는 1936년생이라지만 실제로는 1934년생, 1·4 후퇴를 앞두고 북한 원산에서 부산으로 월남해서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다니셨다. 원래 원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계셨지만 여기 와서 다시 입학해야 했고 부모님이 학교 다니기 좋게 출생 연도를 낮춰 주었다고 한다. 필자는 요즘 이른바 월남문학이라는 것에 관심이 간다. 처음 이 말을 쓸 때는 국문학자가 베트남 문학을 공부하느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렇지만은 않다. 1945년 8월 15일 해방부터 1948년 남북한 단독정부 수립을 거쳐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에 이르는 약 8년의 세월 동안 남으로 내려올 사람들은 '전부' 내려오고 북으로 올라갈 사람들은 '전부' 올라갔다. 최인훈 선생은 원산고등학교 1학년 학생으로 이른바 원산철수라는, 흥남철수 직전의 철수 작전 때 한 가족 모두가 미군 수송선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왔다. 최인훈 문학은 바로 이러한 '월남'이 낳은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는 결코 간단치 않은데, 왜냐하면 소년 최인훈은 해방부터 월남하기까지 모두 5년 정도 북한 초기 사회주의 체제를 경험한 사람이 되었고 이것이 그의 문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해방이 되자 소년 최인훈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중에 최인훈은 그의 긴 소설에서 해방이 되자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무엇보다 사람을 때리지 않는 것이었다고 했다. 해방되기 전에는 조선 사람은 어디서든 얻어맞았다고 했다. 병원에서까지 사람을 때렸다는 문장을 읽을 때 필자는 가슴이 아팠다. 해방이 되자 북한 사회주의 정권은 학교나 병원에서 아이들을 때리지 않는 대신 유산자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살던 곳에서 추방시키고 학교에서는 계급주의 사상교육을 기계적으로 시행했다. 함경북도 회령에서 목재소를 운영하던 최인훈의 부친은 유산자 계급으로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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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칼럼]공간과 미래 교육 지면기사
미래가 요구하는 인재는창의성·혁신·기업가 정신 갖춰야이를 위해선 교육공간 변화 필수이재정 도교육감, 우수학생 육성학습의욕 돋우는 행정 펼치길 바라미국 서해안 샌디에고 인근의 라 호야에는 세계적으로 명망이 높은 솔크 생명과학 연구소가 있다.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요나스 솔크 박사가 1960년에 설립한 연구소로 지난 58년간 11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이곳을 거쳐 간 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탁월한 연구 성과를 거둔 연구기관이다. 그런데 이곳의 연구원들은 하나같이 바닷가에 마치 수도원과 같은 분위기의 연구소 공간이 창의성에 크게 영향을 주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루이스 칸이라는 걸출한 건축가가 설계했는데 솔크 박사는 건축가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건축 아이디어를 주었다고 한다. 소아마비 백신 연구 중에 수년간 진척이 없자 솔크 박사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당 (Basilica of St. Francis of Assisi)을 방문하여 머물게 된다. 그런데 이곳의 독특한 공간, 13세기부터 지어진 고딕과 로만 양식의 높은 천장 그리고 기둥이 정렬된 아케이드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백신 연구를 완성할 수 있었다. 루이스 칸은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바다, 석양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공간을 디자인한 결과 그간의 탁월한 연구 성과가 공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가 되었다. 원스턴 처칠의 '우리가 건물을 짓지만, 결국 건물이 우리를 만든다'(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는 명언처럼, 공간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최근에는 기능적 MRI (fMRI)를 활용하여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특히 핀란드에서는 미래지향적인 교육을 위하여 학교의 교육공간을 바꾸기 시작했다. 천장의 높이가 높고 교실의 벽을 없애며, 가구 또한 이동 가능하며 혼자 또는 그룹으로 수업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배치 가능하게 하여 문제해결 중심, 그리고 학생 참여형 교육으로 그 틀을 바꾸고 있다. 3년마다 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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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칼럼]누구를 위한 지역공동체인가? 지면기사
지역공동체는 시민이든 기업가든그들의 사회·문화·경제적 교류통해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집단…누구만의, 누구들만의 것도 아니다官이 주도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워성남시에서 지역화폐로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신임시장은 지역화폐로 지급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풍요로운 지역공동체를 만들어보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아동수당을 받아 사용하게 될 엄마들은 자율에 맡기는 현금지급을 선호한다. 그들은 지역화폐가 사용지역과 용도가 제한되어 육아현실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없었다고 반발한다. 또 다른 당사자인 기업이나 판매업체들은 아직 뚜렷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다. 이 사안은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간의 논란이자 이를 둘러싼 중앙정치와 연관되어 있지만 지역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최근에 화성시의 한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심포지엄에 주제발표자로 갔던 적이 있었다. 회의 주제가 '화성시민과 기업의 상생발전방향'이었던 만큼 심포지엄을 주최한 시민단체 회원뿐만 아니라 시의회, 상공회의소, 기업지원협의회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해 있었다. 의례 그렇듯이 시정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이 기업들을 규제하는 한편 지원하는 시청 고위 공무원들도 참석하였고 직접 제도와 정책을 홍보하고 있었다. 주제발표에서 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목적이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여 그 주식가치를 높이거나 이해당사자들의 만족도를 제고함으로써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오히려 기업 자체가 지역공동체의 시민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일종의 사회적 규범으로서 그 기원이나 의미와 무관하게 당연시되면서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자 했다. 이 심포지엄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진짜(?) 시민들이 등장하면서 주최 측의 의도에서 빗겨난 듯했다. 기업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대와 지역 농산물의 출하 시간대가 겹치면서 농민들의 고충은 더 심각해졌다고 했다. 기업들은 농촌의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농촌마을 안으로 들어오지만 막상 그 뒷감당은 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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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근 칼럼]정성껏 물을 주면 지면기사
모든 교육과정 대입위한 수단 간주연령대별 익혀야 할것들 팽개쳐 둬싹 자라기는 커녕 더 말라가기만사회구조 바뀌지 않는한 파행 지속유일한 방법은 학생들 변화시켜야송나라의 어떤 사람이 곡식 싹이 빨리 자라지 않는 것을 답답하게 여긴 나머지 조금씩 뽑아 올려주었다. 그는 집에 돌아가서 가족에게 곡식이 자라는 것을 도와주었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했다. 아들이 깜짝 놀라 뛰어가 보니 싹은 이미 말라죽어 있었다. 어떻게 해야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를 수 있는지 묻는 제자에게 맹자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로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른바 알묘조장(알苗助長, 싹을 뽑아 자라는 것을 도와줌)의 고사로 '맹자'에 나온다. 호연지기는 한 사람이 올바른 행동을 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도덕적 끈기와 유사한 것으로 플라톤이 이야기한 용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한 철학자답게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것이 양심(良心)이다. 하지만 양심을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은 이해관계에 얽히면 쉽사리 양심을 저버리고 이익을 취하기 일쑤다. 양심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호연지기는 이런 양심을 떠받치는 힘이다. 그러므로 호연지기를 기르지 않으면 양심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올바른 행위를 할 수도 없게 된다.맹자가 예로 든 알묘조장의 뜻은 이렇다.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해서는 곡식 싹이 자라서 열매를 맺는 것처럼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세상 사람들이 기다리지 못하고 속성으로 기르다보니 호연지기가 길러지기는커녕 도리어 말라죽고 말았다는 얘기이다. 맹자는 이어 세상에 조장하지 않는 이가 드물다고 탄식했다.지금 이 나라의 교육자나 학부모 중에도 아이들의 싹을 뽑아 올리는 조장(助長)을 하지 않는 이가 드물다. 모든 교육과정이 대학에 가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되어 연령대별로 꼭 익혀야 할 것은 팽개쳐 두고 오로지 대학입시를 위한 학습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조장도 이런 조장이 없다. 그러니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 대부분이 말라죽어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대학도 조장에 나서긴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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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칼럼]이산가족의 희망고문 또 시작됐다 지면기사
2015년보다 더 적은 남북 각각 100명이라니여기저기 실망으로 체념 섞인 한숨소리만생사확인 등 北 거부하자 우리측 받아들여추첨 탈락자들 '언제될지 모르는' 비극 맞아이럴 줄 알았다. 그래도 '설마'했다. 이번만큼은 분위기가 달라서다. 문제가 있다면 애매모호한 문구로 가득했던 그 선언문이다. 4월 27일 판문점 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그 선언문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남과 북은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남북 적십자회담을 개최하여 이산가족·친척상봉을 비롯한 제반 문제들을 협의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이 정도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그 다음에 덧붙여진 '오는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진행하기로 하였다'가 문제였다. 이게 이산가족 가슴에 뜨거운 '희망'의 불을 지폈다.특히 그날 만찬장에서 남북 정상이 술까지 곁들였다는 보도는 '정말 이번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더구나 그로부터 꼭 한 달 뒤, 젊은이들이 '번개'하듯 남북 정상이 다시 판문점에서 만났을 땐 '모든 이산가족이 상봉할것'이란 생각에 가슴까지 뭉클했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은 실향민 2세대고 이산가족 상봉 경험도 갖고 있지않은가. 누구보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이산가족이면 누구나 1세대인 부모님을 모시고 평양이든 영변이든 함흥이든 마음껏 다녀올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번 역시 일회성 보여주기 행사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지금 이산가족들을 엄습하고 있다. 우선 지난 22일 남북관계자들이 금강산 호텔에서 만나 오는 8월 20~26일 남북 각 100명씩의 이산가족들이 만나는 행사를 금강산에서 열기로 합의했다는 보도는 귀를 의심케 했다. 처음엔 '1000명'에서 '0'이 하나 빠진 줄 알았다. 5만7천여명의 이산가족 모두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2015년 10월 20일 20차 이산가족 상봉 때보다 가족 수가 더 줄었다. 남북 각각 100명이라니. 여기저기서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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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칼럼]한반도의 새로운 퍼즐 맞추기 지면기사
분단 70년 '지금은 새로운 변화시대'북한의 행동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文정부 평화구도 정착시킬 수 있을지미국의 여러가지 불확실한 상황속드러나지 않은 판의 답 맞춰 나가야어제는 6·25라고 하는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날이었다. 휴전한지 65년이 지난 올해 한반도에는 그 전쟁의 참전국들이 종전과 평화협정을 위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 말까지 또 다시 전쟁이 발발하는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핵 전쟁이라는 위기 상황까지 갔던 국면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대화의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남북한의 정상회담,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과 비핵화 협상을 북한의 위장 평화공세라고 주장하며 분단구조에 의존하던 보수 정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외면을 받아 몰락의 수준으로 참패했다. 1948년 남북한의 단독 정부 수립 이후 유지돼온 70년의 분단의 구조가 바뀌는 것인가? 지금 한반도의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먼저 70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려 보자.한국전쟁의 시작은 북한의 공격이었지만, 근본적으로는 한일합방과 2차 세계대전이라는 국제적인 갈등의 희생양이 한반도였다는데 있다. 우리 민족은 패전한 제국주의 일본이 아니고 식민지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미국과 소련(구 러시아)이라는 두 열강에 의한 분단은 민족 내부의 갈등을 증폭시켰고, 한국전쟁으로 참담한 비극을 겪어야 했다. 해방을 대비한 단일한 민족역량의 부족, 미국과 소련의 양대 세력으로 나눠져 등을 돌린 국내의 정치 세력, 국제 정세에 대한 무지 등이 민족의 비극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분단된 지 70년, 지금 한반도의 정세는 또다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70년 전 우리 민족의 역량과 안목의 한계가 분단이라는 현재를 규정하였다면, 현재의 상황은 또다시 우리 민족의 70년 미래를 규정할 수 있다. 올바른 행동을 위해서는 올바른 상황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변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해야 할 것인가? 먼저 북한의 행동과 의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왜 북한은 핵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다가 비핵화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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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진 칼럼]종교의 영역 지면기사
나의 종교로 믿음 생활하고 있다면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잘 살펴라종교는 미래 보장해주는 보험 아냐신을 통해 인간의 본모습 깨닫고욕심 버리고 평화 얻는게 참모습지하철도 다니지 않는 어두컴컴한 새벽, 전등불이 환하게 켜지는 곳은 절, 교회, 성당 그리고 보험회사 사무실이다. 새벽 미사를 드리려고 졸음을 참고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면, 건너편 고층 빌딩의 5개 층에 벌써 불이 들어와 있다. 그 환한 불빛 사이로 '○○보험'이라고 적힌 간판이 보인다. 종교인들이야 혼탁한 세상을 깨우기 위해 어둠을 뚫고 새벽을 연다지만 저들은 무엇을 위해 새벽부터 이 부산을 떠는 것일까?사실 20~30년 전만 해도 보험회사는 지금처럼 성장하지 않았었다.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취업과 결혼, 집 장만, 육아 등 미래의 청사진을 자신의 힘으로 일굴 수 있었다. 자기 주도적으로 인생을 꾸려갈 수 있는 여건이 되었기 때문에, 굳이 보험 같은 것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보험 상품 한두 개쯤은 갖고 있다. 미래가 너무 불안하기 때문이다.보험회사는 사람들의 이러한 심리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닥치지도 않은 미래의 불행을 과장되게 꾸며 사람들에게 겁을 준다.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버는 셈이다. 어떤 비용 투자 없이 불안을 사고파는 것으로 영업이 되니, 일면 신기루 같은 사업이라고 볼 수도 있다.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그 영업 형태를 종교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세월 일부 종교에서는 진리를 가르치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불안한 미래를 두고 겁을 주면서, 절대자인 신을 믿지 않으면 지옥 불에 떨어진다고 설교했다. 심지어 헌금을 내면 대신 기도해 불행을 막아줄 것처럼 유도하기도 했다. 일정 보험액을 내면 미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처럼 보험회사가 떠들 듯이, 종교 역시 얼마나 정성을 바치느냐에 따라 미래의 행복이 보장된다고 가르친 것이다. 그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면 죽어서 지옥에 간다고 겁을 주었고, 사람들은 종교를 떠나면 큰 봉변을 당하는 줄 알고 그 가르침을 맹신했다.요새는 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