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윤창호법 시행 5년 달라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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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윤창호법 시행 5년 달라진 게 없다 지면기사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은 2019년 마련됐다. 2018년 카투사 복무 중 휴가를 나온 윤창호씨가 음주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음주운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했고, 이에 국회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다. 법 개정으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면 면허정지, 0.08%를 넘으면 면허취소 처분을 받는다.한 청년의 죽음을 계기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처벌 기준이 강화됐지만, 큰 변화는 없다. 2020~2023년 연평균 인천지역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837건이다. 윤창호법 시행 전에는 감소 추세가 뚜렷했는데, 오히려 법 시행 이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면허취소 처분을 받은 인천지역 운전자도 2014년 8천84명, 2016년 6천9명, 2018년 4천894명 등 법 시행 전 감소세를 보였으나 2019년부터 4천명 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인천만이 아닐 것이다.전문가들은 음주운전 단속과 처벌 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그래야 음주운전을 '과실'이 아닌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갈 수 있는 '심각한 범죄'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4~2023년 음주운전에 적발된 운전자 10명 중 4.5명은 재범이다. 윤창호법을 비웃듯 술에 취한 상태에서 다시 또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이다. 음주운전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 오는 10월 도입되는 음주운전 방지 장치 의무화 제도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단속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보다 확실한 방법은 없다.윤창호법이 시행(2019년 6월25일)된 지 5년이 됐다. 그럼에도 음주운전이 줄지 않는 점을 고려해 정치권은 윤창호법보다 한층 강화된 입법에 나서야 한다. 제2의, 제3의 안타까운 사고로 여론이 또다시 들끓어야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인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거나 인명 사고를 내면 운전면허를 영구 박탈하거나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하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 [사설] 최악의 인명피해 남긴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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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최악의 인명피해 남긴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 지면기사

    역대 최악의 화학공장 화재로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어제 오전 10시31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리튬 1차전지 제조공장 화재로 22명이 사망하고, 중상 2명·경상 6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희생자 대다수가 화재발생 지점인 2층에서 근무 중인 노동자들이었다. 사망자 중 20명이 중국 등 외국인 노동자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했다.소방당국의 신속한 출동에도 불구하고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화재 원인 때문이다. 리튬전지 폭발로 인한 화재가 연쇄 폭발로 순식간에 확대돼 노동자들은 대피할 시간도 없이 화염과 유독가스에 갇혔다. 출동한 소방인력도 폭발 및 현장 붕괴 위험 때문에 구조를 위한 진입을 시도할 수 없었다. 결국 화재 발생 4시간39분 만에 초기 진압을 마친 구조대가 현장에 진입했지만 희생자들을 수습하는데 그쳤다.정확한 화재 및 피해 원인은 소방당국의 현장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속보로 타전된 화재 현장엔 평소의 안전 및 인력 관리에 큰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불길은 건물 2층에서 배터리셀 1개의 폭발로 시작됐다는데 현장에는 완제품 배터리셀 3만5천개가 쌓여 있었다고 한다. 잘 알려진 대로 리튬 사용 배터리는 화재 시 물로 진화가 힘들다. 리튬전지 생산공장이라면 화재 발생에 대비해 적절한 진압 및 대피 매뉴얼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작동했어야 상식에 맞다. 완제품 리튬전지를 노동자 근무 지역인 생산현장에 적치한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허술한 인력 관리로 인한 혼란도 심각했다. 소방당국은 진화 초기 단계에서 노동자들의 인력 명부가 타버려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화재 진압 초기 23명이던 실종자 수가 21명으로 수정됐다. 하지만 상당수 노동자가 일용직인 탓에 회사 측이 정확한 현장 인력 파악에 애를 먹은 탓이다. 화재 위험 제조 현장에 소통이 어려운 일용직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투입하는 일이 타당한지 의문이다.리튬전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엄청난 인명 및 재산피해가 불가피한 사실을 제조업체인 아리셀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화재 발생 직후 방화시설 작동 및 대피 매

  • [사설] 기회특구지정마저 되풀이된 수도권 역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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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기회특구지정마저 되풀이된 수도권 역차별 지면기사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난 20일 심의·의결한 1차 기회발전특구 지정안에는 총 8개 시·도 내의 20개 기초단체가 특구로 지정됐다. 특구로 지정된 지역들은 각종 규제 특례가 부여된다. 해당 지역에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재원과 보조금, 행정적 특례를 지원한다. 이번 특구들에 투자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 40조5천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게 정부 분석이다. 특별법상 경기도내 고양, 파주, 김포, 양주, 포천, 동두천, 가평, 연천 등 8개 시군이 대상에 포함되지만, 지정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정부의 수도권 역차별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접경지에다 수도권 중첩규제로 인구감소지역이 된 경기북부까지 역차별을 가하는 기조는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가 찬다. 기회발전특구라는 이름으로 인구감소지역에 기회를 주기로 해놓고선, 같은 인구감소지역인 경기북부지역은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의 기회발전특구 지정에서 또다시 배제시켰다. 특히 경기도가 이 같은 문제점을 짚으며 반복된 재고 요청을 했지만, 무시됐다는 점이 더 어처구니 없다. 수도권이라는 틀에 갇혀 지역경제와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경기북부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윤석열 정부의 수도권 역차별 기조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역소멸 대응 관련 정부 사업들이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역차별받은데 이어, 문화체육관광부의 소규모 관광단지 조성계획 대상에서도 경기지역은 빠져 논란이 됐었다. 이번 특구 지정 역시 비수도권만을 대상으로 한정하면서 정부 정책의 편향성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부처마다 이유도 제각각이다. 어떤 부처는 더 열악한 비수도권을 대상으로 먼저 시범사업을 해보고 추후 대상을 확대하겠다거나, 또 다른 부처는 예산이 한정적이어서 대상을 제한했다는 등의 이유를 대고 있다.경기북부도 지방이다. 게다가 정부가 동등하게 인정한 인구감소 지역이다. 최근엔 대북전단 등 남북관계 경색으로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경기북부다. '인구감소지역'이 뚜렷한 기준 없이 정부 부처의 입

  • [사설] 국민의힘 '친윤 대 비윤' 구도로는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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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국민의힘 '친윤 대 비윤' 구도로는 성공할 수 없다 지면기사

    어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장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권 도전을 선언함으로써 이미 출사표를 던진 윤상현 의원과 함께 4파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여권은 총선 참패 이후 국민에게 변화와 쇄신의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으며 여당 비상대책위는 무능으로 일관했다. 국회가 개원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보이콧으로 맞서고 있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전대)에서 누가 당권을 잡을 것이냐가 1차적 관심이지만 전대 과정에서 지난 총선 참패에 대한 평가와 성찰, 향후 당정 관계의 변화 가능성 여부, 민생과 미래 비전 등 국정과 여권의 여러 문제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될 것이냐는 더욱 절실한 의제들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또다시 윤심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친윤과 비윤의 대립구도가 이미 설정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원희룡 전 장관은 "당정은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야 하는데 자칫 싸우다 망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지난 국민의힘 워크숍에서 '당정은 하나다'란 메시지와 다를 게 없다. 원 전 장관은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견제하는 카드로 당정일체론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여권의 근본적 문제 중 하나는 수직적 당정 관계에 의해 대통령의 종속변수처럼 전락한 집권당의 행태다. 집권당이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윤심 경쟁에만 매몰된 결과가 총선 기간 중 불거진 이종섭 전 장관 대사 발령과 김건희 여사 문제 등에서 민심과 괴리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따라서 의석의 절대적 열세를 극복하고 집권세력으로서 나름의 역할과 위상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의 당정 관계의 일신이 필요하다. 이는 당 대표가 마냥 대통령실과 대립하고 각을 세우라는 게 아니다. 정권이 민심과 괴리된 방향으로 갈 때 여당이 올바른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그런데 초반부터 친윤 대 비윤의 구도로 전대가 흘러간다면 여권의 쇄신 동력을 기대할 수 없다. 당 주류는 야권이 대통령 탄핵을 겨냥하며 강공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당정 관계가

  • [사설] 'APEC' 유치 실패, 아쉽지만 기회는 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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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APEC' 유치 실패, 아쉽지만 기회는 또 있다 지면기사

    인천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는 실패로 끝났다.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선정위원회는 지난 20일 경주시를 개최도시로 정하는 내용의 건의안을 의결해 정부의 준비위원회로 넘겼다. 돌발변수가 없는 한 경주시가 내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이 회의의 개최도시로 최종 결정된다. 인천은 2022년 12월 범시민유치위를 출범시키고, 110만명에 이르는 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는 등 회의 유치에 공을 들였으나 경주·제주와의 3파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일각에선 개최도시 선정 과정에 지역균형발전론이 영향을 미치고, 늘 지적돼온 중앙 정치력의 결여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됐었다. 하지만 인천시나 유치위는 다른 도시들보다 우위에 있는 관련 인프라와 경제협력 증진이라는 회의 취지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실패의 충격과 아픔이 너무 컸던 탓일까. 개최도시 선정 발표 이후 인천은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선정 다음 날인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마치 수능 만점자를 탈락시킨 것과 같은 참 나쁜 결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외교부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유 시장은 경주시가 개최도시 공모·평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평가의 객관성이 결여됐다고도 주장했다. 유 시장은 잘못된 결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곧 외교부 장관을 만나 신중하고 현명한 결정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년 만에 유치 재도전에 나섰으나 역시 고배를 마신 제주자치도의 오영훈 지사가 "매우 아쉬운 결과"라면서도 제주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데 자양분이 될 것이라며 승복의 뜻을 나타낸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선정 결과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천의 심정은 이해된다. 지난 1년 반 동안 회의 유치에 쏟은 노력과 정성이 간단치 않았다. 인천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친 셈이어서 아쉬움이 더욱 클 것이다. 외교부는 인천시에서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만큼 경주시를 APEC 개최도시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인천시 또한

  • [사설] 문화유산 송도역사 복원 외치다 철거한 연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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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문화유산 송도역사 복원 외치다 철거한 연수구 지면기사

    연수구가 결국 옛 송도역사를 철거했다. 협궤열차 수인선 마지막 역이었던 옛 송도역사 건물이 지난달 완전 철거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수구는 안전등급 판정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그동안 공언해온 복원원칙을 뒤집은 결정인데다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들도 반영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연수구청은 송도역사 철거가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전진단결과 사용금지하고 보강·개축해야 하는 E 등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송도역사가 수인선 폐선 이후 20여년간 사실상 방치돼온 데 따른 당연한 결과이다. 구조물 보강을 통해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이나 다른 대안을 찾을 노력은 하지 않고 철거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옛 송도역사 복원사업이 주목받은 이유는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역사적 가치 때문이었다. 수인선은 일제가 경기도 내륙의 미곡을 인천으로 수송하고 인천으로부터는 생활 물자를 보낼 목적으로, 인천에서 수원(水原)을 거쳐 여주(驪州)에 이르는 52㎞ 구간에 부설한 철도였다. 옛 송도역사는 1937년 개통한 협궤 수인선 역사 가운데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유일한 역사였으며, 1973년 남인천역 폐쇄 이후 20여년간 수인선의 종착역으로 남아 있었다.송도역사의 가치에 대해서 관련 전문가뿐만 아니라 연수구청에서도 "여러 수인선 역 가운데 유일하게 철거되지 않은 역사이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최근까지도 주장해왔다. 연수구청장은 지난해 5월 '승기천·송도역 현장방문' 때에도 송도역사의 복원을 강조했으며, 12월 '송도역사 복원공사 착수보고회'에서도 송도역사의 가치를 재확인하면서 문화공원으로 복원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송도역사 건물은 지어진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 자체가 가치였다. 그 때문에 2018년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송도역사 건물부지가 도로에 포함되어 있어 도로 개설로 건물이 철거될 위기에 처하자 도시계획 변경안을 통해 도로폭을 축소함으로써 옛 송도역사 건물 전체를 문화공원 안에 존치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연수구청도 2019년부터 전문가와 문화계 인사로 구

  • [사설] 소비자 감정 건드린 쿠팡의 악수(惡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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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소비자 감정 건드린 쿠팡의 악수(惡手) 지면기사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쿠팡을 향한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3일 쿠팡이 랭킹순 항목의 검색 순위를 조작해 소비자들에게 자체브랜드(PB)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한 정황이 발견됐다며 쿠팡과 쿠팡의 자회사 CPLB를 향해 1천4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여기에 형사고발까지 시사하며 이례적으로 강력한 철퇴를 내렸다.공정위가 칼을 빼든 이유는 두 가지다. 쿠팡이 PB 상품과 직매입 상품의 판매를 늘릴 목적으로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점, 그리고 임직원을 동원해 '셀프 후기'를 작성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자사 연관 상품들이 검색 순위 상위에 노출되는 효과를 봤고, 이를 소비자들이 우수한 상품으로 오인해 구매를 선택하게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쿠팡의 행태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제한했다는 측면에서 불공정거래 행위로 규정하고 1천억원대의 막대한 과징금 폭탄을 부과했다.쿠팡은 즉각 반발했다. 전 세계 유례 없이 상품 진열을 문제 삼아 과도한 과징금을 매긴 건 형평성을 잃은 조치라며 강한 유감을 표하는 동시에 행정소송을 통해 부당함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실상 공정위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건데, 문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1천만명 이상의 회원들이 이용 중인 로켓배송 서비스를 축소·중단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이다. 로켓배송은 늦은 밤에 주문해도 다음날 새벽에 도착한다는 이점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애용하는 서비스다. 공정위와의 분쟁 속에서 나름의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로켓배송이었지만, 여론전을 펼치려다 오히려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됐다.더욱이 쿠팡은 20일 예정됐던 부산 첨단물류센터 기공식도 일방적으로 취소하며 배째라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로켓배송 중단을 우려하던 소비자들은 차츰 분개하기 시작했다. 공정위의 조치가 과도한 것 아니냐며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던 이들마저도 하나둘씩 등을 돌리고 있다. 쿠팡의 대응은 결과적으로 악수(惡手)가 됐다.쿠팡은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이용 아래 성장을 거듭

  • [사설] 대부업 최고금리 저신용자 벼랑으로 내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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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대부업 최고금리 저신용자 벼랑으로 내몬다 지면기사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저신용자들이 늘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17일 발표한 '저신용자 및 우수대부업체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6∼10등급)가 최소 5만여 명, 최대 9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조달한 금액은 8천300억∼1조4천300억원으로 추정됐다. 재작년에 불법 사금융으로 옮겨간 인원(최대 7만여명)과 조달금액(최대 1조2천300억원)보다 더 증가했다.설문은 최근 3년 이내 대부업 또는 사금융 이용 경험이 있는 저신용자 1천317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 한 달 동안 실시됐는데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응답자의 77.7%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급전을 구할 방법이 없어 불법 사금융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74%는 대부업체에 대출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한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응답자의 50%는 연 100%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었고, 연 1천200% 이상의 금리를 내고 있다는 비율도 10.6%에 달했다.영업을 중단하거나 신규 대출을 하지 않는 대부업체들이 늘고 있고, 그나마 대출을 해주는 곳들도 부동산담보가 확실한 것만 취급하는 곳이 적지 않다. 합법적인 대부업체도 고금리 때문에 시중에서 돈을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2년 이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대폭 상승, 대부업체들의 조달금리가 크게 높아졌으나 법정 최고금리는 20%로 불변이어서 대부업체의 문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마진이 중요한데 원가 금리가 법정 최고금리를 상회해서 돈을 빌려줄수록 손해 개연성이 커지는 한계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경기악화로 대부업 이용자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져 대부업체 연체율이 급증한 것은 설상가상이었다.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마지막 대출 보루인 합법 대부업체의 문이 좁아지자 어쩔 수 없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눈덩이 가계부채 폭탄에 저신용자가 뇌관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단기자금 대출이 절실한 취약계층에겐 활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현재 대부

  • [사설] 의료계와 대화 위해 불필요한 자극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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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의료계와 대화 위해 불필요한 자극 자제해야 지면기사

    우려했던 동네 병·의원의 대규모 집단휴진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보건복지부의 잠정집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 결정을 따른 전국의 병·의원은 모두 5천379곳으로 전체의 14.9%에 그쳤다. 사전 신고한 숫자보다는 훨씬 많았지만 지난 2020년 의료계 파업 첫날 32.6%에 비하면 절반이 채 되지 않는 규모다. 경기도는 17.3%로 전국 평균을 조금 상회했고, 인천시는 14.5%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휴진 사실을 모른 채 가까운 병·의원을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환자들의 불편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집안에 갑작스러운 환자 발생으로 가슴을 졸여야 했던 국민들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까 싶다.정부는 채찍과 당근을 함께 내보이고 있다. 집단휴진 당일 모든 의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정부는 집단행동의 일환으로 불법 휴진이 최종 확정된 의료기관에 대해선 엄중한 법 집행을 재확인했다. 또 집단휴진을 주도하고 있는 의협에 대해서는 해산까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집단휴진을 '환자를 저버린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다. 반면 의대생과 전공의에게는 학업과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전망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이미 집단휴진 중인 서울대병원 교수들에 이어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오는 27일부터 휴진에 들어가고, 의협 또한 이날부터의 무기한 휴진을 선언함에 따라 이날이 사태의 분수령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사태 수습을 위해 정부가 연일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선 시비를 걸 생각이 없다. 그렇지만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이 집단휴진 전날인 지난 17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모 제약회사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한 것은 생뚱맞다. 1천 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리베이트 수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는 내용인데 진행 중인 수사를 이런 식으로 노출시키는 의도가 궁금하다. 만약 정부의 강공 모드에 경찰이 '숟가락 하나 더 얹으려는' 의도였다면 불순하다. 경찰의 '압박

  • [사설] 구시대적인 공람제도로 사유재산 침해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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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구시대적인 공람제도로 사유재산 침해할 수 있나 지면기사

    경인일보 18일자 7면에 보도된 '땅주인 항의해도 밀어붙여… 오산시 불도저 행정' 기사는 구시대적 행정이 국민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산시는 지난달 한 토지주의 농지 위로 6차선 도로를 신설하는 사업계획 고시 공고를 냈다. 토지주는 즉각 이의신청을 했다. 사업 실시 허가전 마지막 절차다.하지만 오산시와 토지주 사이의 분쟁의 원인은 2년 전으로 소급된다. 시가 토지주의 땅을 도로구역으로 지정한 때는 2022년이다. 시는 도로구역 지정 공람 절차를 법대로 준수했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법적 절차란 국토계획법상 지자체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의견청취 절차인 2개 이상 지방일간지 및 지자체 홈페이지 공람내용 게재다.문제는 공공사업으로 사유재산권을 침해받을 당사자가 공람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데서 발생했다. 해당 토지에 사업계획을 세우고 토지주는 사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시의 도로구역 지정과 공람 실시를 알게 됐다고 한다. 어떻게 땅주인도 모르게 사유지에 도로개설 사업을 벌일 수 있느냐는 항의는 시의 법적 절차 이행 답변에 무력했다. 자신의 땅에서 벌어진 공공사업의 전모를 알게 된 토지주는 결국 지난달 도로신설 사업계획 고시공고를 기다려 이의제기를 할 수 있었다. 땅을 활용할 계획이 없었으면 이번에도 모르고 넘어가 자기 땅에 도로가 건설되는 상황을 지켜볼 뻔했다.오산시 탓이 아니라 공람제도 자체가 문제다. 국민 대다수는 언론과 관공서 홈페이지에 뜨는 공람을 눈여겨보지 않는다. 대규모 택지개발처럼 사업 이해관계인이 집단적이면 공람 없이도 사업 정보는 저절로 공유되고 의견제시 기회도 잃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오산시의 경우처럼 공람 대상이 소규모일 경우 자기 땅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매일매일 눈에 불을 켜고 공람을 찾아보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2006년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용역한 공람제도 개선방안 연구에서도 주민들이 공람 사실 자체를 인지하기 어려운 공람제도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했다. 하지만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해당사자가 인지할 수 없는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