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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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소년 1천여명 '온라인 도박' 두고만 볼 텐가 지면기사
바카라·스포츠도박·카지노·슬롯머신 등 청소년 온라인 도박이 심상찮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작년 9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6개월간 벌인 '청소년 대상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에서 청소년 1천35명이 적발됐다. 전체로는 2천925명을 검거했으며 이 가운데 성인 75명을 구속, 범죄수익 총 619억원을 환수했다.적발된 청소년 중에 97.8%인 1천12명이 도박을 한 행위로 검거됐고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청소년도 12명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고등학생이 798명, 중학생 228명, 대학생 7명 순이었으며 초등생도 2명 포함됐는데 가장 어린 학생은 1만원을 걸고 도박행위를 한 9살 초등생이었다. 청소년 사이버도박이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청소년들의 도박사이트 유입 경로는 주로 중·고교생은 친구 소개(48.1%)와 사이트내 광고·문자메시지 광고·SNS 광고(35.9%)였다.이같이 청소년 사이버도박이 확산하는 이유는 성인 인증 절차 없이 실명 명의 계좌나 문화상품권만 있으면 간단한 회원 가입 후 도박 자금을 충전하는 등 쉽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4세가 넘으면 본인이 적접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그전에도 부모 허가만 있으면 계좌를 만들 수 있다. 이번 단속에서 청소년 명의 금융계좌 1천여 개가 도박 자금 관리 등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또한 도박을 게임이라고 잘못 인식하는 탓도 있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체육진흥투표권을 판매하거나 환급금을 내주어서는 안 되며 구매 제한을 어길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있지만, 일부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들은 '국가가 허용한 스포츠 베팅'이라는 허위 사실을 내세워 광고한다.도박은 강한 중독성으로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과 사회적으로도 큰 피해를 준다. 호기심 많고 절제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따라서 단순히 수사기관의 단속·처벌만으로는 근절에 한계가 있다. 가정·학교·지역사회의 관심과 교육이 강화돼야 하며, 불법 정보가 포함된 문자메시지 관련 대책 및 회원 가입 절차 강화 등도 필요하다. 더불어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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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기도 4차산업혁명센터 실효성 담보가 관건이다 지면기사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공을 들이는 세계경제포럼 4차산업혁명센터 설립에 제동이 걸렸다. 23일 경기도의회가 도에서 제출한 '경기도와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간 협력 협약 체결 동의안' 처리를 보류한 것이다.김 지사는 지난 1월 1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보르게 브렌데 세계경제포럼 이사장과 4차산업혁명센터를 설립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4차산업혁명센터는 과학기술 대변혁기에 글로벌 협력을 위해 다보스포럼이 각 국가 또는 지역과 협의해서 설립하는 지역 협력 거점기구이다. 201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최초로 설립된 이후 노르웨이, 일본, 인도 등 전 세계 18개 센터에서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과 기술 동향 공유, 연구과제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도는 첨단산업 분야의 다양한 이슈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상호 호혜와 이익의 관점에서 지속성 있는 지역기반 플랫폼을 설치하기로 했다. 도의회에서 동의안이 통과되면 추경 편성을 거쳐 올 하반기에 판교테크노밸리에 인공지능(AI) 기술혁신에 기반한 스타트업, 스마트 매뉴팩처링(첨단 제조연구실), 기후변화 대응 등에 중점을 둔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김 지사는 경기도를 스타트업의 천국으로 만들어 4차산업혁명센터를 한국을 대표하는 센터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이와 관련 도의회 경제노동위 남경순(국민의힘·수원1) 의원은 "연간 200만 달러(연회비 100만 달러, 운영비 및 사업비 100만 달러)의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센터 설립이 과연 경기도에 적합한지, 경기도민에게 도움이 될만한지를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또 "김 지사가 올해 초 행사장에 참여했다가 체결한 그 약속 때문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이유가 있나"라고 덧붙였다.고물가, 고환율, 저성장으로 도민들의 살림이 팍팍해지고 있다. 도는 4차산업혁명센터의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찍지만 김 지사의 업적 쌓기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 세계가 AI, 사물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 지능정보기술 개발에 몰입해 있다. 지난 22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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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의장 정치적 중립' 위협 발언 멈춰야 지면기사
20대 정기국회 첫날인 2016년 9월 1일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80여 명이 국회의장실을 점거한 채 농성에 들어갔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가 문제가 됐다. 정 의장은 개회사에서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논란과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발언이라며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면서 이틀 동안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흥미로운 건 앞서 2009년 18대 국회에서 미디어관계법 처리 문제로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의장실 점거를 주도한 이가 바로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였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시간과 세대를 초월해 여의도를 떠도는 유령과도 같은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논란이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다.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 가운데 차기 국회의장직 도전을 공식 선언한 이는 24일기준 6선 조정식 의원과 추미애 당선인, 그리고 5선의 정성호 의원이다. 이들 국회의장 후보들은 공개적으로, 거침없이, 국회의장의 중립을 위협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야당의 압승을 밀어준 민심을 국회의장 선출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내용들이다. 거기다가 이재명 당 대표를 향한 '구애(求愛)'까지 보태진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역구 당선인 161명 중 '친명' 당선인이 절반이 넘는다. 범친명계까지 합치면 100명에 이른다. 의장 후보들이 이런 친명계 의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투어 선명성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건드리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국회법은 국회의장의 경우 의장 재직기간 동안 당적을 갖지 못하며, 상임위원회에서 발언할 수 있으나 투표는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직접적으로 명문화하진 않으나 그러한 뜻을 살리라는 내용이다. 국회의장 자리를 탐내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명심(明心)' 경쟁과 선명성 경쟁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되고, 될 수도 없다. 후보들은 국회의장의 '기계적 중립'을 탓하는 바 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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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정부시의 의미있는 '백영수미술관' 시립화 지면기사
의정부시가 지역 사립미술관인 백영수미술관을 시립화한다. 24일 시와 백영수미술문화재단은 시립화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고 백영수 화백의 화실 겸 자택을 2018년 리모델링해 개관한 백영수미술관은 의정부 첫 사립미술관으로 지역의 문화 명소였다. 백 화백은 이중섭, 유영국, 장욱진과 신사실파 동인으로 활동한 미술계의 거장이다. 미술관은 그의 작품 4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하지만 소재지인 호원동이 재개발되면서 미술관 이전이 불가피해졌고, 이를 안타까워 하는 지역 문화계의 여론이 일었다. 결국 백 화백 가족들과 의정부시의 통 큰 결단으로 미술관은 거의 제자리를 지키게 됐다. 가족들은 조건 없이 작품 기증의사를 밝혔고, 의정부시는 법적 검토를 거쳐 재개발구역의 기부채납 공원부지에 미술관을 신축해 시립화하기로 결단한 것이다.백영수시립미술관은 사립미술관 공립화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큰 의미가 있다. 유족들은 작품의 보전과 유지에 시립화가 최선이라는 판단에 따라 사유 대신 공유(公有)를 결단하는 공공의식을 발휘했다.김동근 의정부시장은 미술관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안목이 있었고, 신속한 행정으로 시립화를 결정했다. 유족의 선의와 시의 행정이 멋드러지게 어우러져, 백 화백의 문화적 유산은 의정부 시민의 공공재로 영속하게 된 것이다.사립 미술관·박물관들의 운영 현실은 척박하다. 간판만 걸고 운영을 중단한 시설들이 적지 않다. 공립화를 요청하는 사립 시설들이 속출할 개연성이 짙다. 하지만 문화적 안목보다 비용과 효율을 앞세우는 행정은 소극적이다. 실례로 현대미술의 대가 박생광·전혁림 화백의 작품으로 각광받았던 용인시 이영미술관은 설립 20년만에 매각돼 사라졌다. 한 때 용인시와 기증 협의도 있었다지만 공론화에 이르진 못했다.미술관·박물관은 공·사립 경계를 떠나 도시와 나라의 문화공공재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으로 사립 문화시설을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정부시의 백영수미술관 시립화는 특별한 모범 사례여서 일반화하기 힘들다. 사립 미술관·박물관의 공립화엔 보상과 운영과 관련된 이해가 미시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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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권 침해 당한 교사들 지원책 빈틈 없어야 지면기사
초등학교 교실에서 담임교사를 폭행한 30대 학부모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을 당한 교사는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직도 교단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최근 인천지법은 상해·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학부모 A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11월18일 오후 1시 30분께 인천 서구 한 초등학교 교실에 찾아가 30대 교사 B씨의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A씨는 범행 당시 교실에 있던 아들의 친구들인 학생 10여명에게 "우리 애 신고한 게 누구냐"며 소리를 질러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받았다.이 학부모는 피해 교사를 쌍방 폭행으로 맞고소하고 자신의 아이를 학대했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뻔뻔함마저 보였다. 교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을 때까지 마음고생이 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공황장애와 불면증 등을 겪으며 괴로워하던 교사는 2022년 3월부터 공무상 요양(휴직)에 들어가 여태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교사가 폭행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일부 학생들도 정신적 충격으로 집단 심리상담을 받아야 했다. 중학생이 된 피해 학생들은 스승을 위한 증언을 하고자 지난해 1심 법정에 출석하기도 했다.지난해 서이초 교사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교사 B씨에게는 그저 남의 얘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병가 중 치료비 부담은 물론이고 휴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생계 문제 등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처지라고 한다. 더군다나 인천시교육청은 1심 재판과는 달리 항소심 변호사 비용 등에 대해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차일피일 미루다 뒤늦게 밝혀 교사는 또 한 번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인천교사노동조합 등 동료 교사들은 가해 학부모 A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며 아직 교단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B씨를 신속히 지원하라고 인천시교육청에 촉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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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섭단체 대표의 의회 사무처 인사 관여 신중해야 지면기사
경기도의회 사무처 인사에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관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다. 국민의힘 양우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의회 공무원 인사 일부개정규칙안'은 오는 25일 의회운영위원회 1차 심의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도의회 공무원의 충원계획, 승진·전보 임용, 징계 의결 등을 심의하는 인사위원회에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추천하는 각 3명 이내의 사람을 임명하거나 위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이 같은 조항은 의장의 인사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입법예고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다.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도의회 공무원의 모든 인사 결정과 인사위원회 구성 권한은 의장에게만 위임돼 있고 의장은 16~20명 정도의 위원을 임명·위촉한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의결된 인사 사안을 최종 결정한다. 이 때문에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위원 선정 개입은 상위법에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이뿐만이 아니다. 공정한 인사라는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2월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경공노) 의회사무처지부는 "임기제 사무관 A씨에 대한 임기제연장심의위원회 결과 '연장불가' 결정이 났는데 일부 의원들이 명분 없는 압박과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도의회 공무원 노동조합은 이번에도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상태다.지방자치 강화는 지방의회의 기능과 권한의 강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일에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인사는 의장의 권한을 통해 사무처가 전문성을 갖춰 운영하는 게 맞다. 교섭단체 대표라고 해서, 인사에 개입하려 하는 행위는 맞지 않다. 국회 원내대표가 국회 사무처 인사에 영향을 주는 법을 정한다고 해도, 이와 같은 반발이 있을 것이다. 교섭단체 대표에서 인사와 관련한 영향권 행사를 가능토록 하는 것은, 국회도 하지 않는 일이다.이처럼 우려가 큰일을 경기도의회가 선제적으로 나서 할 이유가 없다. 전국 최대 규모이자 지방의회를 상징하는 경기도의회가 이를 시작하면, 타 지역에 전파될 가능성도 높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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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방 사각지대에 방치된 주거용 컨테이너 지면기사
사흘이 멀다 하고 주거용 컨테이너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주거용 컨테이너에는 주로 취약층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주한다. 해마다 인명피해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주거용 컨테이너에는 소방시설 설치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상시 주거자가 많은 컨테이너가 소방 사각지대에서 화마에 노출된 셈이다.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21~2023년) 주거용 컨테이너에서 발생한 화재는 전국 총 267건으로 1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이 중 경기도 내에서 일어난 주거용 컨테이너 화재는 99건으로 전국 발생 건수의 37%나 차지하고 있다. 사망자는 10명으로 전국의 71%에 달했다. 인천지역은 같은 기간 5건의 화재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지난 21일 오산시의 한 주거용 컨테이너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이곳에 홀로 살던 70대 남성이 숨졌다. 17일에는 이천시의 창고용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던 30대 남성이 사망했다. 앞서 13일 고양시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숙소로 사용하던 컨테이너에 새벽에 화재가 발생해 잠자다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당시 현직 경기도의원이 화재를 목격해 재빨리 신고하지 않았다면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천과 고양 화재 모두 전기적 요인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컨테이너는 건축법상 가설건축물로 분류돼 임시 창고, 임시 숙소, 임시 사무실 등으로 사용하려면 지자체에 축조 신고 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가설건축물인 컨테이너는 소방시설 설치 기준이 없다는 커다란 맹점이 있다. 소화기, 자동화재탐지설비 등 화재 발생 시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장치가 의무가 아니라니 화재의 위험이 상존하는 이유다. 더구나 컨테이너 외벽은 구조상 철판과 철판 사이에 단열재가 부착돼 있고, 전기시설이 단열재 안에 매립 배관으로 설치된다. 전기적 요인에 의한 스파크가 발생하면 단열재에 불이 옮겨붙고 삽시간에 컨테이너가 전소될 수 있다.소방당국이 화재 취약 주거지역을 대상으로 월 1회 이상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지만 이것만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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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료계는 이제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지면기사
지난 19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발표한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의 자율적 조정 허용 방침은 그동안 '의대 2천명 증원'은 건드릴 수 없는 전제임을 강조해왔던 정부의 입장에선 크게 한 걸음 물러난 양보 조치다. 의대 정원이 확대된 대학들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인데 내년 의대 증원 규모의 자율적 조정을 요청한 6개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모양새를 취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에서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대 교수들이 오는 25일부터 자동적으로 사직 처리되는 점과 이달 말까지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반드시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읽힌다.하지만 의료계는 요지부동이다. 타협의 여지를 일절 보이지 않고 있다.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한 총리 발표 다음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양보안과 의료개혁 특위를 모두 거부했다. 내년도 증원 자율 조정을 요청한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평가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개혁특위를 발족해 공론화 과제들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한데 대해서도 "특위는 현재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며 불참을 확인했다. 하루 앞서 다시 총회를 가진 의대교수 비대위는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주장을 되풀이했고, 전공의협의회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한쪽이 칼끝을 누이면 다른 쪽도 마땅히 그렇게 해야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정부의 양보안 제시에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하는 형식이 아니라 의료계를 대상으로 직접화법을 취하는 모습이 훨씬 더 진정성 있게 보였을 것이다. 다분히 의도했을 대국민 설득에도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화의 끈을 이어가려는 정부의 노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2025학년도에 한해'라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당초 정부가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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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 복원의 계기가 되는 영수회담 돼야 지면기사
윤석열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번 주 영수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야당 대표와의 단독회담에 대해 시종일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 이미지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야당 대표와의 협치 자체를 백안시한 원인도 크다. 이번 총선에서 175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대표를 실제의 정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정은 교착을 넘어 마비 상태를 면치 못하게 된다. 더구나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하면서 대통령의 거부권도 무력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회담 의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이태원 참사 특별법,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 등 민감한 쟁점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과거의 영수회담에서도 여야 영수가 각자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자리가 된 경우도 많다. 이번 회담도 양측이 협치의 시늉만 내고 할 말만 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선거기간 중에 여야는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는 듯한 날선 발언과 비난 일색으로 증오와 저주의 언어를 쏟아냈다. 민생 현안이나 쟁점에 대한 공방은 실종되고 자신의 진영의 지지에만 호소하는 정치 양극화를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108석 대 192석의 의석 구도는 집권세력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의석 구도다. 개헌과 대통령 탄핵도 국민의힘에서 몇 석만 이탈표가 나와도 가능하다.일상적 여야 대치가 아닌 차원이 다른 대혼란과 변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는 20%대까지 추락했다. 일상적 여소야대를 넘는 비상한 정국이 도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야당도 의석만 믿고 강공 일변으로 나아간다면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의식한 방탄국회에 매몰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여야 영수회담에서는 상호 사법적으로 예민한 의제보다는 민생과 경제, 안보 등에서 의견을 좁혀 나가야 한다. 특히 국무총리나 비서실장 인선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의견을 구하거나 총리 추천 등의 제안을 하는 것도 상징적인 협치를 보이는 장면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나 야권연대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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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남도시공사에겐 '대장동 사건'이 아무것도 아닌가 지면기사
단군이래 최대 비리사건으로 재판 중인 성남 '대장동 개발 비리의혹 사건'의 조사 대상에 올랐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들이 주요 보직에 재발탁돼 시끄럽다. 특히 성남 도시개발 역사의 '대미'로 여겨지는 수조원대 규모 '백현마이스' 도시개발사업 관련 핵심자리에도 내정됐다는 말이 돌면서 반발이 크다.성남도개공은 최근 인사를 단행, 직원 A·B씨를 본사 핵심부서 실장 등으로 발탁했다. A씨는 이른바 '대장동 일당' 중 한 명과 같은 회사에 다니다가 대장동개발 민간사업자 공모 5개월을 앞둔 때 이례적으로 전문직으로 성남도개공에 채용됐고, '유동규 별동대'라고 불린 전략사업실에 배치돼 실장(3급)으로 일했다. 이후 대장동 사건관련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고 2021년에는 부하직원에게 욕설·폭행을 한 혐의로 벌금 50만원형을 받고 직위가 강등, 좌천됐다.그런데 이 같은 A씨가 본사 핵심부서 실장으로 발탁됐고 백현마이스 사업을 감시·감독하기 위해 시비로 주식 50%+1주를 매입할 예정인 '성남마이스AMC' 중요보직에도 내정됐다고 한다. 백현마이스 사업은 정자동 일원에 전시·회의 등 마이스산업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것으로 규모가 6조2천억원대에 이른다. 대장동 개발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며, 성남마이스AMC는 대장동의 '화천대유'와 같은 자산관리회사다. 또한 B씨의 경우도 대장동 사건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고 현장 부서로 좌천됐던 인물이다.이와관련 내부에선 '대장동팀이 돌아왔다'는 반발과 지연에 따른 인사라는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신상진 시장에게 투서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성남도개공은 유능한 자원들을 재기용한 것으로 시샘하는 직원들이 말을 퍼트리고 있다고 한다.하지만 대장동 사건이 무엇인가. 화천대유라는 특정회사에 7천억원대 거액의 부당 개발수익을 몰아주고 이를 감추기 위해 법조인·언론계 등에 무차별적 로비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희대의 사기극이다. 그런 사건의 수사 대상에 올랐던 직원들을 관련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인데 공사 핵심 보직에 재기용했다. 거기에 성남마이스AMC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