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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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장체험학습 학생도 교사도 보호받아야 한다 지면기사
현장체험학습 학생 사망 사고의 여파가 교육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2022년 강원도 한 초등학교가 속초에서 현장체험학습을 하던 중 학생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당시 현장에 있던 교사 2명이 기소돼 19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해당사고가 직접 원인이 버스기사의 돌발행동임에도 불구하고 현장 인솔교사를 형사재판에 넘긴데 반발해 법원에 무죄 판결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해당 사건은 인솔 교사들이 사전답사와 버스내 안전지도를 하는 노력을 했고 주의의무도 소홀히 하지 않았음에도 발생한 사고였다는 점을 감안해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청 감사와 경찰 수사를 통해 인솔 교사들이 학생 보호 감독 의무를 태만히 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두 교사를 기소했다. 학교에서 계획된 교육과정의 하나로 이루어진 현장체험학습 도중 일어난 예측하지 못한 안전사고에 대해 인솔 교사에게까지 형사상의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과잉처벌이라는 여론이 높다. 만약 이 사건의 공판이 유죄로 판결된다면 교사들을 위축시키고 교육현장에 큰 파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다.교총이 지난해 9월 전국 초등교원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97.3%가 현장체험학습시 안전사고로 인한 민원, 고소·고발이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본인이나 동료 교원이 민원과 고소·고발을 겪었다는 응답도 30.6%를 기록했다. 이 사건의 여파로 체험학습을 취소하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으며, 학교 주관 체험학습은 대부분 축소되거나 가정학습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체험학습은 교실에서 진행하기 힘든 특별 교육 활동이며, 학생 개인별 경제적 여건이나 환경과 상관없이 공평하게 기회를 부여해준다는 점에서 필수 교육활동이다. 학교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이 학생의 안전을 담보하면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조치와 배려가 필요하다. 더 시급한 것은 제도적인 문제이다. 체험교육 중에 일어난 불의의 사고에 대한 책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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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 대통령, 기자회견과 출근길 문답부터 재개해야 지면기사
엊그제 윤석열 대통령이 쓴 4·10총선 반성문의 키워드는 민생과 소통이었다. 총선 참패 엿새 만에 행한 사실상의 대국민 사과에서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낮은 자세로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된 다수 국민의 정권심판 의지와 고착화하는 자신의 '불통' 이미지에 대한 답변으로 들렸다. 그런데 반성문 또는 사과문을 써 내려가는 방식이 도무지 낯설다. "예산과 정책을 집중해서 물가관리에 총력을 다했다. 그러나 어려운 서민들의 형편을 개선하는 데 미처 힘이 닿지 못했다"라든지 "이자 환급을 비롯해서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애썼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고금리로 고통받는 민생에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는 식의 내용 전개가 그렇다. 당장 야당 대변인들부터 거세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불통의 국정운영을 반성하는 대신, 방향은 옳았는데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변명만 늘어놨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대통령 자신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잘했는데,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 게 문제라고 한다"면서 "국민이 외려 사과해야 하나 보다"라고 비틀었다.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도 내용과 형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리가 열심히 일했는데 국민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아쉬워했다. 공개된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는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는 발언이 없다가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대통령실을 통해 전달된 방식 또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두 가지, 즉 민생을 더 챙기고 더 낮은 자세로 소통하기 위해선 야당 대표도 만나야 하고, 대통령실과 내각에 대한 인적 쇄신도 필요하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더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 있다. 처음에 그랬듯이 국민들 앞에 서서 국민들과 직접 얘기하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파격적으로 국민들 앞에 직접 서는 방식을 선택했던 처음으로 돌아가 각본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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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지이양 은퇴직불제의 활착(活着)을 당부한다 지면기사
정부가 올해부터 새로 시행하는 '농지 이양(移讓) 은퇴직불사업'에 대한 농민들의 호응이 좋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사업을 시작한 지 20일만인 지난 15일까지 301명이 사업을 신청, 계약을 완료했다. 기대 이상으로 신청자들이 몰린 것이다. 농지 이양 은퇴직불사업은 은퇴한 고령 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를 농어촌공사에 매도할 경우 매각대금에다 별도로 매달 일정액의 은퇴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매각조건부 임대 시에도 유사한 혜택을 제공한다. 고령 농업인의 은퇴 후 소득을 지원하는 기존의 경영이양직불제도를 업그레이드한 것이다.10년 이상 농업을 경영하고 있는 65세 이상 79세 이하 농업인들이 대상인데 3년 이상 계속 보유 중인 농업진흥지역 농지 및 그 외 경지정리사업을 마친 농지에 한해 최대 4㏊까지 신청할 수 있다. '매도'와 '매도조건부 임대'로 구분해서 매도 시에는 1㏊당 매월 50만원, 임대 시에는 매월 40만원을 최장 10년 동안 지급하는데 올해부터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추진한다. 금년 예산은 126억원이다.농어촌공사는 이렇게 확보한 땅을 청년농 등에 우선 불하 혹은 경작하도록 한다. 농부가 은퇴하더라도 농지를 젊은 농부들에 계승케 해서 농업의 지속 발전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유럽·미국 등 농업선진국에서 식량안보와 환경·생태보전, 농촌공동체 유지 등에 기여하는 농업인들에게 직불금을 지급 중이다. 국내에서는 1997년부터 경영이양직불제를 시행하다 2020년부터 공익직불제로 전면 개편했는데 순기능이 크다.작년 11월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농업인의 비율은 계속 증가해서 전체 농가의 56.0%인 반면에 청년농은 2000년 6.6%에서 2020년에는 1.2%로 추락했다. 노후소득에 대한 불안으로 은퇴를 주저하는 고령농들이 많은 때문인데 농업 은퇴가 늦어지면 그만큼 농지의 유동성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청년농업인들의 농지 확보를 더 어렵게 해서 농촌·농업인구가 더욱 고령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한국 농업의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미래산업화를 선도할 청년농 육성의 골든타임이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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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화영의 '술판 회유' 주장, 검찰 명백히 밝혀야 지면기사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의 지난 4일 법정 진술이 뒤늦게 제1야당과 검찰간의 진실 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사건 피의자인 이 전 부지사는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창고'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회유당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검찰에서 사건 당시 이 경기도지사에게 '대북 송금 사실을 보고했다'고 진술했지만, 이는 검찰의 의도적 방치하에 회유당한 결과라고 강조한 셈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토대로 이 대표를 제3자뇌물 혐의로 소환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수원지검에 사건을 재이송한 상태다.이 전 부지사의 4일 법정진술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치명적인 사건조작 게이트에 빠진다. 사실이 아니라면 사법부를 기만한 피고인의 진술 조작은 별건의 범죄로 분리해 전모를 밝히고 엄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1야당 대표의 범죄 연루 혐의를 판단할 진술인 만큼 명명백백하게 진위 여부를 가려야 불필요한 정치적 혼란을 막을 수 있다.민주당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기정사실로 몰아가고 있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수원지검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진술 조작 모의 의혹이 있는 수사대상"이라고 규정했다. 이 대표는 "구속 수감자들이 한 방에 모여 술파티, 연어파티를 하고 작전 회의를 하는 게 가능하냐. 누군가를 잡아넣기 위해 검찰이 사실상 승인한 것"이라며 국기문란사건으로 단정했다. 16일 재판 출석에 앞서 "검찰의 태도로 봐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100% 사실로 보인다"고도 했다.검찰의 해명은 "엄격하게 수감자 계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교도 행정하에서는 절대 상상할 수도 없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밝힌 지난 13일 반박 입장문이 전부다. 하지만 상황은 말로 넘어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대표 말대로 CCTV, 출정기록, 담당교도관 증언을 수사 수준으로 조사해 밝혀야 한다.이 전 부지사측은 그동안 재판에서 지난해 6월 검찰 진술을 7월 공개적으로 번복한 뒤 일관되게 검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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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동 정세에 직격탄 맞은 물류·수출업계 지면기사
지난해 11월 '홍해사태'를 시작으로 이어져온 중동 정세 불안이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정점을 찍고 있다. 당장 인천항을 중심으로 한 물류·수출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기민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현재 전국 중고차 수출 물량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인천항 중고차 수출 업계가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인천항의 전체 중고차 수출 물량 중 요르단·리비아행 물량이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예멘 후티 반군이 국제 주요 무역로인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홍해사태가 벌어지면서 중고차 수출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운반선이 홍해를 우회해 남쪽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인데 이에 따른 물류 비용 증가로 중고차 수출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6개월 전만 해도 1대당 1천200달러였던 중고 자동차 운반 가격이 최근 2천달러 이상까지 치솟았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이런 여파로 인천항을 통한 자동차 수출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인천지역 자동차 수출액은 6억4천만달러로 1년 전보다 8.2% 감소했다. 인천의 자동차 수출액이 감소한 것은 24개월 만에 처음이다. 중고차 수출액이 21.5%, 신차 수출액도 2.6% 줄었다.중동 정세가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될 경우 인천항의 주력인 컨테이너 수출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천항에서 출발한 화물은 중국 상하이나 닝보, 칭다오 등에서 옮겨 실려 유럽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중동 사태가 악화할 경우 인천-중국-유럽을 가는 항로 자체가 연쇄적으로 막히게 돼 수출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물류가 끊기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경제도 크게 흔들리게 된다. 국내외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중동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도 초비상이다.총선 이후 국내 정치권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터진 중동발 악재에 우리 기업과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정부는 비상대응반을 꾸려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한다고 하지만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총선 이후 총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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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고받은 전세사기, 완성될 때까지 기다린 경찰 지면기사
최근 18억원대 수원 전세사기 일당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지만, 총책 이모씨는 해외로 도피해 재판에서 제외된 사실이 확인됐다. 피해자들이 최초 신고 때부터 이씨를 총책이자 주범으로 지목했음에도 경찰이 안이하게 대응한 탓이다. 당시 임차인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신고했지만 경찰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건으로 접수하지 않았다. '사회의 시한폭탄'이 된 전세사기에 분통 터지는 대처다.경찰과 피해 임차인 등에 따르면 이들 일당에 대한 최초 신고가 접수된 시점은 지난 2022년 9월이다. 수원시 권선구 한 다세대주택 임차인 A씨는 임대인이 1억6천만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목적으로 잠적했다며 수원남부경찰서에 신고를 접수했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 보증금 만기 시점이 아니니, 만기 도래 후 피해가 현실화되면 고소를 접수하라는 취지로 안내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결국 보증금을 못 받은 A씨 등 임차인들은 최초 신고 3개월 뒤인 12월에서야 이씨·강모씨·김모씨를 사기 혐의로 정식 고소할 수 있었다.A씨 등은 지난해 8월 추가 피해 접수된 70억여원대 고소에 대해서도 훨씬 전에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씨가 소유한 수원시 권선구 다른 다세대주택 2채의 정보와 근저당 규모 등을 특정하면서 이씨의 추가 범죄 혐의를 알린 것이다. 실제로 이씨가 해외 도피 직후 이들 다세대주택 임차인들은 70억원대 사기 피해 고소장을 냈다. 경찰은 해외 도피 11개월 전부터 이씨의 사기 범죄 전모를 인지하고도 대응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예고된 범죄의 주모자를 파악하고도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아 현재까지 이씨의 행방이 묘연하다니 기가 막히다. 경찰은 구속된 강씨와 김씨에 대해서도 한동안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다 송치 직전에서야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강씨와 이씨의 바지 임대인으로 밝혀진 피의자들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별개의 사건인 정씨 일가 전세사기 추산 피해 규모도 925세대 1천223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6월 전세사기특별법 시행 이후 1만3천명이 피해자로 인정됐지만 피해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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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월호 참사 10년, 우리 사회는 안전한가 지면기사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지 10년이 됐다. 이 참사로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 등 세월호 탑승자 476명 가운데 304명이 숨진 채 발견됐거나 실종됐다. 세월호 탑승자 전원이 무사히 구조되기를 온 국민이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지만, 그 소망은 빗나갔다.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최악의 인재(人災)로 우리 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특히 세월호 선장·선원의 무책임과 해경의 소극적 구조는 국민의 분노를 샀다.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면 들뜬 마음을 안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2학년 학생들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배가 가라앉는 상황에서도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반복됐다. 그 어린 학생들이 느꼈을 극도의 공포감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10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국민들은 마음속에 간직한 노란 리본을 아직도 떼지 못했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다짐과 약속 때문이다.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경기와 인천 등 전국에서 추모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 8일 단원고 앞 원고잔공원에선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선포식'이 열렸고, 13일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된 '세월호 참사 10주기 인천 추모문화제'에도 노란 리본을 단 시민들이 모였다. 경기도는 이달 11~17일을 세월호 참사 추모 기간으로 정했으며, 인천시는 16일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일반인 추모관 앞에서 10주기 추모식을 연다.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우리 사회는 안전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2022년 10월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무려 15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는 세월호와 판박이다. 안전불감증과 정부의 무능한 대처가 대형 참사를 막지 못한 직접적 원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세월호 참사와 동일하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공사현장 화재·붕괴 등의 사고도 있었다.우리가 행사를 열어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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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통치 스타일 대전환이 절실하다 지면기사
22대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은 윤석열 정부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정 사상 여당이 이토록 완벽한 참패를 기록한 선거는 전례가 없다. 민주화 이후에도 2000년 총선을 제외하곤 여당이 패배한 선거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사법적 문제와 도덕적 흠결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압승한 것은 그만큼 정권의 무능, 오만, 불통, 독선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의 의지가 강했다는 의미다. 집권 5년 내내 여소야대 정국을 피할 수 없게 된 윤 정권이 완전하게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의 지방선거와 대선은 물론 차기 총선조차 더 큰 패배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강대강 대치가 예상되는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나가려면 국민의 뜻에 따르는 길밖에 없다. 당연히 국정운영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하고 지금의 당정 관계의 틀도 획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취임 이후 국정운영 평가가 줄곧 30%대에 머무른 지지율의 정체를 극복하지 않으면 압도적 여소야대에서 임기 3년을 헤쳐나갈 수 없다. 일방적인 국정운영의 탈피, 야당과의 관계 복원, 국민과의 소통 등을 통하여 국정운영평가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지면 의석의 열세를 만회하고 위기를 넘어갈 수 있다.국무총리 인선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총리 인선은 향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의 가늠자다. 거대 야당과 총리 인사를 논의하고 더 나아가서 총리 추천을 야당에 제안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야당이 받아들이면 국회 임명동의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고 결국 여야가 합의한 총리가 탄생하는 것이다.장관도 총리로 하여금 헌법에 명시된 내각 제청권을 행사하게끔 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인사청문회에서의 논란을 피할 수 있고 이러한 인사가 이루어지면 국정운영 기조와 통치 스타일의 환골탈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고 지지율은 수직 상승할 것이다.나아가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에 대해서도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 또다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의힘에서도 재표결시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 이러한 변화로 지지율이 올라가면 야당은 탄핵과 임기 단축 등의 공세를 펼칠 명분을 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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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력 잃은 '서울 편입'과 복잡해진 '경기 분도' 지면기사
지난 2월 초 경기도 구리시와 김포시를 잇달아 방문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두 지역의 서울 편입과 경기도 분도 추진을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메가시티 서울' 추진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라는 상호배타적 현안들을 한꺼번에 끌어안는 발언으로서 주목을 끌었다. 특히 김포를 방문해서 남긴 "목련 피는 봄이 오면 김포시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은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2주 뒤 의정부를 방문해선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즉시 서울편입·경기분도 원샷법을 발의하겠다며 입법 일정까지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누가 봐도 뜬금포"라고 직격탄을 날리고,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현혹하지 말라"고 날 선 비판을 가했음에도 한번 달뜬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그 공약은 이제 땅으로 떨어져 버린 목련 꽃잎 같은 신세가 됐다. 한 비대위원장뿐만 아니라 서울 편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국민의힘 후보들이 모두 낙선의 고배를 들이키면서 추진세력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김포시갑 선거구에서 국민의힘 박진호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후보에게 8.5%p, 김포시을 선거구에서 홍철호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후보에게 11.05%p라는 큰 표 차로 모두 패배함으로써 가장 요란했던 김포지역의 서울편입론부터 힘을 잃었다. 과천, 광명, 구리, 하남 등 서울 편입 바람이 불었던 다른 지역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들이 전멸함으로써 서울 편입 얘기는 당분간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렵게 됐다. 아마 내후년 지방선거에서나 다시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도 사정이 복잡해졌다. 경기도는 김동연 지사의 핵심정책인 이 현안을 22대 국회가 출범하면 다시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3일 경기북부의 거점인 의정부에서 시기상조론을 꺼내들었다. 재정대책 없이 분도를 시행하면 강원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비록 투표 전의 발언이기는 했으나 총선 승리로 다시 당권을 거머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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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은 국정을 쇄신하고 야당은 나라를 봐라 지면기사
22대 총선이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났다. 민주당 175석, 조국혁신당 12석만으로도 야당은 사실상 입법전권을 확보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108석으로 개헌과 대통령탄핵 저지선만 겨우 지켰다. 선거결과는 지난 21대 총선과 거의 같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 가까이 지속됐던 행정과 입법의 부정교합 현상이 대통령 임기 전체로 연장된 것이다.총선이 끝난 자리에 국가와 민생이 남았다. 적극 지지층의 환호와 낙담과는 별개로 상식적인 중도 국민들은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소수 여당 정권의 행정 독주가 충돌하면서 국정과 민생이 흔들렸던 정치 불안이 지속될 것을 걱정한다. 정권과 야당이 변하지 않으면 과잉입법과 거부권이 충돌하는 대립정치는 더욱 극단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조국혁신당의 대통령 임기 중단 선거 구호가 실행될 경우 나라와 민생은 정치 혼란에 휩쓸려 도탄에 빠진다.먼저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 총선 표심은 여당이 아니라 정권을 심판했다. 경고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국정운영의 문호를 개방하고 진영을 초월한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 이태원참사 대응, 강서구청장 보선 후보 공천, 이종섭 전 국방장관 주호주대사 임명 등의 사례는 국민을 무시하는 정권의 오만으로 비쳤다. 야당과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면서 불통 정권으로 낙인찍혔다. 의정갈등은 일의 선후를 구분 못하는 무능의 표본이 됐다. 내각과 대통령실을 쇄신하고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국정쇄신의 첫발로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해야 한다.이재명 대표와 민주당도 과거의 정치행태와 결별해야 한다. 사법적 심판과 도덕적 지탄을 받는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압승이다. 과거처럼 국회 지배권을 내로남불 방탄과 정권타도에 집중하는 행태를 반복한다면 정쟁의 주도자로 찍혀 다음 선거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 입법 전권을 행사하는 수권 정당으로서 나라의 운명을 최우선에 두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최근 몇 차례의 선거에서 민심은 여야를 교차 심판했다. 싸우고 대립하는 무한 정쟁에 대한 혐오를 교차 심판으로 표출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