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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인칼럼] 간토대지진의 진상은 규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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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간토대지진의 진상은 규명돼야 한다 지면기사

    올해는 '간토대지진(關東大地震)' 발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1일 낮 12시경 도쿄 일대에 발생한 강도 7.9의 대지진을 말한다. 이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0만명에 이르고, 파괴되거나 소실된 가옥이 46만여 호, 이재민 수가 340만명에 달할 정도로 큰 지진이었다. 동양 최고의 도시라고 자랑하던 도쿄의 대부분이 잿더미 속에 매몰되었으며 요코하마(橫濱)는 도시 전체가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그런데 지진이 멈추고 난 뒤 한국인의 끔찍한 재앙이 시작되었다. 대지진 직후 일본군부는 조선인에 대한 악의에 찬 유언비어를 날조하여 퍼뜨리며 공황상태에 빠진 일본인들로 하여금 잔혹한 학살극을 벌이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대지진 직후 6천명 이상의 조선인들이 일본의 군대나 우익단체에 의해 학살되었다. 이런 참극은 일본 정부가 혼란에 빠진 일본 국민의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계략으로 '조선인이 각지에서 폭동을 획책하고 있으며 그 배후에는 사회주의자와 과격사상의 소유자가 있어 내란을 일으키려 한다'는 유언비어를 유포시킨 데서 촉발되었다.日군부 유언비어로 조선인 6천명 이상 학살어려운 발음 시켜 색출후 닥치는 대로 죽여 당시에 유포된 유언비어가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의도적 유포나 방조에 의한 것임이 여러 증거와 증언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 9월 3일 내무성의 경보국장은 조선인들이 진재를 이용, 불을 지르고 폭탄을 투척하여 좋지 못한 목적을 수행하려 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낸 사실과 '불령선인들의 행동 이면에 사회주의자와 소련의 과격파가 관련되어 있다'고 명시한 육군 참모장의 포고령도 사실로 확인됐다. 9월2일 아침부터 '조선인사냥'이 시작되었다. 광기에 찬 자경단원들과 군인들은 조선인이라면 거리나 집안에서 닥치는 대로 찾아내 죽였다. 이들이 조선인을 색출하는 방법은 한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15원15전(쥬고엔 고짓센)'을 발음해보라든가, 역대 일본천황의 이름을 대라고 해서 대답하지 못하면 조선인으로 단정했다. 수염이 길거나 털이 많은 사람도 조

  • [경인칼럼] '어린 왕자', 추억의 스테디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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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어린 왕자', 추억의 스테디셀러 지면기사

    서가를 정리하다 '어린 왕자'가 눈에 띄었다. 고등학생 때 돈이 없어 친구 책을 빌려 읽고 대학원생이 돼서 고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무심코 기념으로 사두고는 까맣게 잊고 있던 책이었다. '어린 왕자'는 프랑스 출신 작가의 작품임에도 국민적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이른바 이 성인동화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1900~1944)가 1943년에 영어로 발표한 작품이다. 작품을 쓸 당시 생텍쥐페리는 작가이자 군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지휘하에 있었던 2-33 폭격기부대에 소속된 조종사였던 것이다. 전투기 조종사로 복무하던 생텍쥐페리가 1943년 4월 뉴욕에서 영어로 작품을 썼는데, 영어 구사가 자유롭지 않아 단순하고 쉬운 작품을 쓸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오히려 '어린 왕자'를 신화적 작품으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이 작품이 불어로 출판된 것은 작가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후 몇 해가 지난 1946년이었다. '어린 왕자' 불어본을 낸 갈리마르는 최고의 권위를 가진 출판사로 지금도 콩쿠르상 등 주요 문학상 수상 작품들은 거의 다 독점 출판하다시피 한다. 27개 이야기로 구성 세계독자들 사랑 받아어른과 어린이 보는 세상 다르다는 메시지 '어린 왕자'는 모두 27개의 이야기로 이뤄져 있다. 작품은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어린 왕자를 만났다가 헤어지는 일주일 동안의 이야기다. 평이하고 단순한 스토리와 내용을 가지고 있으나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10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됐고 국내만 해도 300종이 넘는 다양한 판본이 있는 명실상부한 스테디셀러다. 동화의 이 압도적 대중성은 작품 자체의 내용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교롭게도 작가가 비행기 조종사였다가 사막 한 가운데 추락하여 사망했다는 극적인 상황과 맞물리고 여기에 작가가 손수 그린 삽화 같은 파라텍스트들도 흥행에 한몫했다. 파라텍스트란 제목·서문 등처럼 작품은 아니지만 작품을 이루는 주변적 요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27개의 이야기들은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

  • [경인칼럼] 세계 최고(最古) 기업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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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세계 최고(最古) 기업의 비결 지면기사

    지난 4월29일 밤 11시30분경에 인천시 서구 원당동 검단지구 AA13-1, 2블록에서 시공 중인 아파트 동(棟) 간 지하 주차장의 지하 1∼2층 지붕 구조물 970㎡가 붕괴되었다.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GS건설이 동부건설, 대보건설 등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시공 중이었다. 공공분양 당시 1순위 청약률이 42.8대 1에 달했던 이 아파트는 총 1천666가구로 오는 10월 완공 예정이었다.붕괴된 공사현장의 지붕구조물은 콘크리트 슬래브로 지난해 7월 콘크리트 타설과 시공작업을 진행한 후 9개월가량 경과되었다. 슬래브 두께도 300㎜로 상당히 두껍게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너진 지점 상부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들어설 예정으로 한 달 전부터 붕괴 이틀 전까지 두께 1m의 토사를 붓는 성토작업을 진행했었다. 사고 발생 시간이 늦은 밤이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입주예정자들은 "입주 후에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인천 시공아파트 철근 누락 지하주차장 붕괴GS건설, 부실 인정했지만 건설부조리 아직도5월9일 GS건설은 자체조사 결과를 근거로 부실시공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천장을 지탱하는 철근들이 설계와 달리 누락되었는데 철근들이 누락된 지점이 30여 곳이란다. 15개월 전 17명의 사상자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기억이 생생한데 GS건설에서 또다시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 모골이 송연하다. GS건설이나 HDC현대산업개발의 상호는 잘 몰라도 '자이'나 '아이파크'는 소위 명품(?) 브랜드로 회자되는 등 도급순위 최상위의 1군 건설사들이다. 불안한 입주 예정자들은 GS건설에 전면 재시공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는데 조사결과는 7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다. 원희룡 장관은 5월16일 기자들 앞에서 "조사결과에 따라 최강조치도 불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고강도 조사와 최고징계 운운한다고 건설 부조리가 없어질까?日 곤고구미 \

  • [경인칼럼] 존재 이유를 상실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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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존재 이유를 상실한 정치 지면기사

    정치가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관리하고 계층과 집단간의 충돌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정치적 쟁점이나 여야의 첨예한 이슈들을 법률의 테두리에서만 해결하려 한다면 대치와 적대를 해결할 길이 없다. 그래서 법의 차원을 넘어서 절충을 시도하고 타협을 통해서 접점을 찾아나감으로써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정치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여야의 극한적 대결이 일상화되고 정치는 불신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래도 여야가 표면적으로는 협치를 입에 올리고 대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정치에서 협치와 대화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졌다. 불신과 냉소가 일반화하고 법안을 둘러싼 여야 인식 차이는 집단간의 불화로 이어짐으로써 사회는 끊임없는 분열과 적대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야당의 일방적 독주로 간호사법이 통과되고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 제53조에 부여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에 이어 두 번째 거부권 행사다.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도 같은 수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간호사법이어 노란봉투법도 거부권 예상손해배상 청구범위 등 일부 쟁의의 판단 간호사법이나 노란봉투법은 최소한의 접점을 찾아서 합의를 할 수 있는 법들이다. 간호사법 제정은 '지역사회'라는 문구를 문제 삼은 의사협회와 이를 고수하고 있는 간호사협회가 법의 취지와 배경 등에 대해 상호관용의 정신으로 임했다면 여야 합의로 통과될 수 있었다.자본주의 경제에서 노동과 자본의 이해관계는 엇갈리는 게 정상이다. 충돌지점의 쟁점과 이슈를 절충해 나가기 위해 존재하는 게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 노동관계법 들이다. 노란봉투법은 여당과 기업들이 강력 반대하지만 국제기준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하청노동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을 규정하는 원청으로 넓히고, 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무분별하게 인정하지 않고 개별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정하게 하는 등의 내용이다.국제노동기구(ILO)는 '노조와 하청 파견 노동자의 고용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 [경인칼럼] 경기도 패싱(Passing)
    칼럼

    [경인칼럼] 경기도 패싱(Passing) 지면기사

    김동연 경기지사가 윤석열 정부를 비전, 정책, 리더십 없는 3무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한 라디오 매체와 인터뷰에서다. 김 지사는 대통령과 정부에 자주 쓴소리를 한다. 광주광역시를 찾아서는 "정치는 불통, 경제는 무능, 외교는 불안, 사회는 갈등·분열인 대한민국이 역주행하고 있다"고 했다.김 지사는 줄곧 국무회의 배석을 요청해 왔다.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중 서울시장만 참석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1천400만 수장으로서 당연한 주장이나 수용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어떤 정부도 성공해야 한다'는 지사 말보다 거친 입에 주목한다. 현 정부가 정례 국무회의에 부를 일은 없을 듯하다.지난 3월 삼성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안을 발표했다. 부지가 710만㎡(200만평)를 넘고, 300조원 넘게 쏟아붓는 원대한 구상이다. 원삼 SK하이닉스 반도체 이전에 이은 초대형 호재에 전역이 들썩였다. 두 달 새 아파트 호가가 1억원 이상 뛰었다.이천-용인-화성-평택을 잇는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벨트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렸다. 김 지사는 지원 의사를 밝혔고, 반도체 전담조직을 출범시켰다. 산단 조성에 따른 광역교통망 확충, 배후단지에 속도를 내려면 지자체 도움이 절실하다. 도는 개발 역량이 입증된 GH가 공동시행자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도의회는 GH 참여를 보장하라는 건의서를 냈다. 하지만 정부는 산단조성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단독시행한다고 밝혔다. 경기도를 배제한 것이다. 전국 15개 후보지 중 11곳은 LH와 지방공사가 공동시행한다. 지역에선 "정부가 의도적으로 경기도를 패싱(Passing)한 게 아니냐"고 술렁인다. 야당 지사에 대한 불만과 경고라는 거다. 김동연, 비전·정책·리더십 '3無 정권' 비판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GH 의도적 배제" 지난달 수원·용인·성남·화성시장이 서울시장과 만났다. 지하철 3호선을 화성까지 연장해 달라고 청원했다. 장애물인 수서차량기지 문제는 진전이 없었다. 서울시는 노선연장을 위한 전제로 차량기지 이전 카드를 내민다. 다들 지하철은

  • [경인칼럼] 아름다운 동행, 추사와 그의 스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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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아름다운 동행, 추사와 그의 스승들 지면기사

    이번 봄에 추사고택을 다녀왔다. 새로 문을 연 추사기념관에 볼 자료들도 많았지만, 고택 뒤편 오석산의 바위 곳곳에 남아 있는 추사의 필적을 살펴본 것은 망외의 소득이었다. 오석산의 바위에는 '시경(詩境)','소봉래(小蓬萊)', '천축고선생댁(天竺古先生宅)' 등의 문구가 남아 있었다. 암각서는 청년 김정희가 북경에서 만나 사제 도의를 맺은 스승 옹방강(翁放綱)으로부터 받은 탁본이나 그의 서재에서 본 문구들을 본 뒤의 감동과 새로운 학문적 포부를 돌에 새겨 남겨 놓은 것이다. 방필의 예서로 뚜렷이 남아 있는 바위 글씨를 보면서 김정희와 그의 스승들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김정희의 첫 스승은 실학파 학자였던 박제가였다. 박제가가 추사의 재주를 일찍부터 알아보고 사제관계를 맺으면서 북학에 대한 기초적 소양을 쌓았다. 그러나 박제가의 유배가 계속되어 자주 만나지 못했고 유배에서 풀려나자마자(1805년) 사망하여 추사는 스승 없는 학인으로 남아 있었다. 그가 필생의 스승을 만난 것은 1809년 생부 김노경의 자제군관으로 북경에 갔을 때다. 북경에 머무는 동안 청나라 학술계를 이끌고 있던 대학자 완원(阮元)을 찾아가 사제의 도의를 맺었다. 김정희의 스승이 된 완원은 245권으로 구성된 유학 총서 '경주소교감기' 한질을 선물로 주고 고증학과 금석학의 수많은 이론과 학설의 요지를 전해 주었는데, 김정희는 그것들을 모두 기록으로 남겨 조선으로 돌아온 후 평생 학문의 지침서로 삼았다고 한다. 이때가 1810년 1월, 김정희는 25세 완원의 나이 47세 때이다. 완원·옹방강, 총명한 젊은 학자 자질 발견노대가들 진리탐구 이정표 평생 학술 교류 완원을 만난지 얼마 후에 추사는 청나라를 대표하는 원로학자 옹방강을 찾아가 필담을 나눈 끝에 사제의 도의를 맺었다. 당시 78세였던 옹방강은 8만점에 달하는 서적과 금석학 자료가 보관된 수장고를 둘러보도록 허락했다. 옹방강도 새로운 제자에게 자신의 서적과 서화, 금석문의 탁본을 선물로 주었으며 특별히 자신의 문하에 있는 학자들도 소개해주었다. 오직 필담으로만 이뤄진

  • [경인칼럼] '별'을, 다시 읽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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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별'을, 다시 읽어 보다 지면기사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별'을 볼 일이 없었다. 프로방스 지방의 목가적 감성이 도드라진 알퐁스 도데(1840~1897)의 '별'과 조우한 것은 오십 줄을 훌쩍 넘긴 수년 전 봄 어느 날 인사동 골목길에서였다. '별'은 도데에게 문명(文名)을 안겨준 단편집 '방앗간에서 온 편지(Lettres de mon moulin, 1866)'에 수록된 작품인데, 내 마음속에 살고 있는 소년의 감수성을 뒤흔들더니 별빛처럼 반짝이는 기억으로 남은 교과서 소설이었다. '별'은 황순원의 '소나기'와 함께 병영생활 같았던 학창 시절을 견딜 수 있게 해준 작품이었다. 따분한 수업과 군대 훈련소 같았던 민방공훈련과 반공웅변대회와 땡볕에서 일사불란하게 연습을 거듭해야 했던 매스게임 등 통제된 학교생활에서 '별'은 마음의 쉼터요, 내적 망명처였다. 교과서를 받자마자 제일 먼저 읽어버린 소설이었지만, 그 이후에도 마치 처음 보는 작품인 것처럼 학교생활이 힘들 때마다 펼쳐 들었던 작품이었다. 교복 주머니 속에는 '삼중당 문고본 소설'도 있었으나 학교에서는 교과서 이외의 다른 책은 금지되어 있었고 선생님께 야단맞고 압수되기 일쑤였기에 '별'은 학교에서 합법적으로 읽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작품이었다. '별'과 '소나기'는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까까머리 청춘들에게 사랑의 본질은 성적 결합에 있지 않고 맑고 순정한 감정에 있다는 것을 주입하기 위한 교육부의 순화교육용 작품이었으나, 우리는 이를 통제되고 엄격한 학교생활에 대한 저항의 서사로 읽고 있었다. 이른바 교과서 소설 또는 교과서 시들은, 졸업 후에 문학작품과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문학에 대한 거의 유일한 경험으로 남게 되는 작품이 되는지라 알퐁스 도데는 김소월·서정주·황순원 등과 함께 교과서가 만든 인기작가가 됐다. 황순원 '소나기'와 함께 학창시절 버티게인사동 노점 고서방서 다시 만나 만감 교차 그런데 알퐁스 도데의 작품은, 그 순수서정과 상관없이 국가이성들이 좋아하는 국책문학으로 줄기차게 활용, 소비돼왔다. 역시

  • [경인칼럼] 대학경쟁력이 국운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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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대학경쟁력이 국운을 결정한다 지면기사

    미국에서 대학진학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20년 기준 고등학교 졸업자 가운데 곧바로 대학에 입학한 비율은 63%였다. 70%에 육박했던 2018년보다 약 7%p 줄어든 것으로 지난 10년간 가장 저조했다. 대학진학률 하락은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에도 계속되어 2022년에는 전년보다 1.1% 더 떨어졌다. '대학에 갈 필요가 있는가?'라는 설문결과가 눈길을 끈다. 지난 4월 초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6%가 '대학은 가치가 없다'는 항목에 동의했다. 18∼34세 청년 응답자들의 동의비율은 더 높았다. 2013년 CNBC가 같은 조사를 했을 때의 '없다'는 답변 40%보다 엄청 높은 것이다. 4년제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데 투자된 시간에 비해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미국 대학 등록금은 2배 이상 올랐다. 등록금이 매년 약 7%씩 지속적으로 인상된 탓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의 추산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현재 학자금 대출 총액은 1조7천500달러(약 2천400조원)로 대학졸업자 1인당 평균 부채가 3만7천달러(5천200만원)에 이른다. 1인당 공교육비 2019년 기준 OECD '하위'등록금 15년째 동결 대학들 살림살이 '허덕' 한국에서도 대학진학률이 떨어지고 있다. 2007년에 82.8%로 정점을 찍은 이후 조금씩 줄다가 지난해에는 73.3%로 추락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대학진학률은 여전히 세계 최고다. 선진국(OECD)의 평균 대학진학률은 44%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2019년 기준 1만1천287달러로 OECD 36개국 가운데 30위로 바닥 수준이다. 2011년에는 32개국 중에서 22위였다.공교육비란 정부재원과 민간재원을 합한 수치이다. 한국의 공교육비 지출 규모 순위가 떨어진 원인은 공교육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재원인 등록금 동결로 크게 줄어든 반면에 정부재원은 그만큼 늘지 않은 때문이다. 대학

  • [경인칼럼] 정당체제는 임계점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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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정당체제는 임계점을 넘었다 지면기사

    총선을 1년 남겨놓은 시점에서 보는 한국정당체제는 참담하다. 대통령실과 여당, 제1야당의 작금의 행태나 수준으로 볼 때 과연 정치가 지속가능한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원리인 책임성은 온데 간데 없고, 대표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제1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말할 것도 없고, 급기야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살포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마당에 정당정치가 온전할 리 없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1년 당 대표 선거때 불거진 의혹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모르는 일이며, 개인의 일탈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송 전 대표가 인지하고 직접 개입한 정황을 의심할 수 있는 녹취가 공개됐음에도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송 전 대표는 대표로 선출된 이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낙연 후보 측이 주장한 결선투표를 일축하고, 중도 사퇴 후보들의 득표를 무효표로 처리함으로써 이재명 대표가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후 자신의 지역구인 계양을을 사실상 이 대표에게 넘김으로써 이 대표의 원내 입성과 당 대표로 선출되는데 긍정적 역할을 했다. 계양을은 민주당의 텃밭이기 때문이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핵심 기제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돈으로 표를 매수하는 매표(買票)는 대가성을 전제로 금품을 수수하는 부패 범죄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민주주의의 파괴행위이다. 표심을 교란하고 민심을 왜곡하며, 정당정치의 근본을 허물음과 동시에 대의제 자체를 형해화시키는 최악의 범죄다. 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전대 돈봉투 의혹대통령·與 국정 재검토 안하면 상황 더 심각 여당 역시 나을 게 없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이슈와 시점에 따라 부침이 있겠으나 국정 지지도가 20%대에서 30%대 초라는 것은 임기 말이 아니라는 시기적 요인만 제외한다면 사실상의 레임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론이 제기될 때의 지지율이 20%대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을 회고해보면 보수정당으

  • [경인칼럼] '나도 달라'더니, '그깟 300'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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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나도 달라'더니, '그깟 300'이라니 지면기사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돈 봉투가 오갔다. 송영길 당 대표 후보 측 캠프 인사들이 건넸고, 받은 쪽은 현역 의원과 대의원 수십 명이다. 의원 몇은 주려고도 안 했는데, '이왕이면 나도 달라'며 보챘다고 한다. 의원실과 보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검찰 주장이다. 검·여의 정치공작이라던 민주당은 녹취록이 공개되자 말이 줄었다.윤관석 의원,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통화는 물증에 가깝다. 불법자금 모금과 전달 경로가 구체적이고 선명하다. 강 회장이 6천만원을 조달해 300만원씩 열 개 봉투에 나눴다. 이를 받은 윤 의원이 의원회관을 돌며 대상자들과 만나 전했다. 이 부총장은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부추긴다. 후에 3천400만원이 더해졌을 것이다.'민주 전대 돈봉투' 비리·부패정당 낙인 걱정'2008년 한나라당 전대 돈봉투 파문' 판박이 "돈이 제일 쉬운데." 이 전 부총장이 한 말이다. 선거판과 표심의 향배를 꿰뚫은 정곡(正鵠)이다. 유권자 수가 적은 전대에서 금권의 위력은 배가 되기 마련이다. 수십 년 선거판을 전전한 정치 낭인(浪人)다운 풍찬노숙의 위엄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2012년 당 대표 선거에서 패한 뒤 비슷한 어록을 남겼다. "바람은 돈과 조직을 이길 수 없다"고. 늦은 깨우침으로 차기 전대에서 새누리당 대표가 됐으나 '성완종 리스트'에 올랐다.'이정근의 입'은 종잡을 수 없다. 민주당은 연루된 의원만 열 명을 넘는다는데, 검찰 수사가 어디로 향할지 몰라 노심초사다.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와 겹쳐 비리·부패 정당이라 낙인 찍힐지 걱정이다. 자체 진상규명과 송 전 대표 귀국을 두고도 오락가락했다. 당이 조각날지 모른다는 위기론이 증폭된다. 국민의힘은 '더넣어 봉투당'으로 바꾸라 조롱한다. 위기에 몰린 김기현 대표도 반색이다.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2002년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에, 2008년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을 잊었을 리 없다. 지금 민주당과 판박이다. 고승덕 의원이 돌려줬다는 돈 봉투 금액이 딱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