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경인칼럼] 광교문화론(光敎文化論)을 위하여
    칼럼

    [경인칼럼] 광교문화론(光敎文化論)을 위하여 지면기사

    왕건이 부처님 가르침 준다 '광교산' 이름지어89개 암자 존재했다는 구전… 불교와 인연유교·천주교 유산도 품은 흔치 않은 사례山 중심되어 지역 교류 모델로 발전시키길광교산은 수원의 진산으로 해발 582m에 이른다.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의 주봉으로 산자락이 수원·용인·성남·의왕 등 4개 도시에 걸쳐있다. 진산은 감여학(堪輿學) 또는 풍수지리학 용어로 도시나 고을을 지켜주고 지기를 공급해 주는 주산을 말한다. '대동여지도'는 전통 감여학에 따라 산맥 즉 용맥을 중심으로 한반도 전역을 담아낸 지도(첩)인데, 여기에도 광교산이 수원의 진산으로 표기돼 있다.수부도시 수원의 진산답게 광교산은 수원·화성·용인·안양 등 일대 모든 하천의 시발점이요 근원이 되고 있다. 수원이 매년 반복되는 폭우와 태풍에도 다른 도시에 비해 수해 피해를 거의 입지 않는 것도 물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 시작되고 흘러나가는 도시 입지의 특성 때문이다.광교산의 옛 이름은 광악산(光岳山) 또는 광옥산(光獄山)이었다가 928년 견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왕건이 이곳 행궁에 머물고 있다가 이 산에서 한줄기 광채가 하늘로 솟는 것을 보고 부처님께서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 하면서 친히 광교산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그래서인지 광교산에는 창성사지·광교사지·미학사지 등 절터가 확인되고 있으며, 고려 시대에는 89개에 이르는 암자가 있었다는 얘기가 구전으로 내려올 정도로 광교산은 불교와 인연이 깊다.그렇다고 광교산에 불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광교산 자락이 뻗어 있는 용인시 수지구에 자리 잡은 심곡서원은 조선 중종 때 문신으로 사림파의 영수였던 정암 조광조(1482~1519)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효종 때(1650년)에 건립된 사액서원이다. 서원의 맞은편에는 정암의 묘역이 조성돼 있다. 그리고 그 인근에 청천부원군 심온과 혜령군·예천군 묘가 들어서 있으니 광교산에는 유교문화가 약여하게 살아있다.여기에 더해 천주교 관련 유적도 있다. 수지구 동천동 주택가 인근의 손골성지가 그러한데, 이곳에는 1866년 병인박해 당시에 순교한 신자들

  • [경인칼럼] 탄소중립은 뉴노멀
    칼럼

    [경인칼럼] 탄소중립은 뉴노멀 지면기사

    中企, 탄소중립 경영 투자비 수억대 '부담'탄소국경세 이중규제 제기에 EU 묵묵부답 이산화탄소 배출규제 세계적 움직임 강화기후위기시대 '수출한국 게걸음' 낭패 우려지난 13일(현지시간) 끝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최종합의문에 '화석연료'가 등장했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체로 '화석연료'를 지목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첫 총회 이후 당사국들이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의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공동의 움직임에 합의한 것은 28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총회에 참가한 약 200개국 중 절반이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합의문에 넣을 것을 주장했지만 결과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전환'이란 모호한 표현으로 마무리되었다. 지구온난화는 자연적 요인 탓도 크지만 산유국들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화석연료 사용억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 유럽연합(EU)이다.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준비에 돌입한 지 2개월이 지났다. 온실가스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EU 회원국들에 수출할 경우 해당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에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인데 2021년 7월에 EU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의 55%로 낮추기로 하고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업종을 우선 적용대상으로 정했다. 2023년 10월부터 2025년까지 준비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부과한다.수출국 입장에서는 또 다른 무역장벽으로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린다. 탄소국경세에 따른 한국의 관련산업 타격이 불가피하다. 2021년 7월 한국은행은 EU가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수출은 연간 약 0.5%(32억달러, 약 8조1천224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9월 국회미래연구원은 2030년 기준 우리나라 탄소국경세 부담액이 8조2천45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전환기(지난 10월∼2025년) 동안에는 철강, 비료, 전기, 시멘트 등을 EU 역내로 수출할 때 페

  • [경인칼럼] 합의제 민주주의의 다당제 전환이 절실하다
    칼럼

    [경인칼럼] 합의제 민주주의의 다당제 전환이 절실하다 지면기사

    선거법·선거구 획정 못한 국회 '직무유기'밥 먹듯 위헌·위법해도 제지할 방도 없어총선을 일당 우위체제 만들 '왜곡된 인식'기본적인 역할마저 포기한 모습 '비정상'국회는 올해도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시한을 넘기는 것도 모자라, 정기국회 기간 내에도 예산안 처리에 실패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년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선거의 규칙인 선거법도 정해지지 않았음은 물론 선거 1년 전에 확정되어야 할 선거구도 획정되지 않았다. 가히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선거구를 아직도 획정짓지 못한 것에 대해 '중대한 헌법 위반'으로 규정했다.입법부인 국회는 법을 제·개정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그런데 이러한 입법부가 위헌과 위법을 관행처럼 반복해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 선거구 획정이 예비후보 등록일인 12일을 이미 넘긴 상태는 위헌·위법 상황을 의미하고 이는 총선 출마자들과 유권자의 참정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이다.지난 21대 총선 당시에는 선거일을 불과 한달 남짓 남긴 2020년 3월6일에야 선거구 획정이 이뤄졌다. 17대 총선 때는 선거 37일전, 18대 47일, 19대 44일, 20대 42일을 각각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마쳤다.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으면 예비후보자들은 선거사무소를 어디에 마련해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현역의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도 출마자 정보에 대해 제한적으로 알 가능성이 커져서 선거의 정당성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지금의 의석 분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전에 치러진 선거의 결과이지만 내년 총선은 윤 정부 출범 2년만에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부여될 수밖에 없는 선거다. 물론 이에 못지 않게 제1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는 상황이 여당 심판 못지 않게 야당견제론이 나올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어떠한 선거 프레임이 되든지 총선 이후 여야 관계는 총선 전의 상황에서 나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1대 국회는 역대 어느 국회보다 여야 거대정당들의 적대의 정치가 극한에 이르고

  • [경인칼럼] '빅뱅'의 순간이 지나갔다
    칼럼

    [경인칼럼] '빅뱅'의 순간이 지나갔다 지면기사

    12·12 군사반란때 육참차장의 결정적 오판챗GTP 산실 오픈AI 반란 수츠케버의 오류'회군'과 '투항' 惡 막을 마지막 기회 사라져'생성형 AI, 인간 지배 가능성' 불길한 예감12·12 군사반란 당시 윤성민은 갓 부임한 육군참모차장이었다. 맹렬하게 흥행의 기세를 올리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에서 배우 유성주가 연기한 '민성배 중장'이 바로 그 사람이다. 쿠데타가 발발하자 납치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의 직무대행 자격으로 반란군 진압에 나선다. 즉각 육군 지휘부를 소집하는 한편 전 부대 지휘관들에게 부대 장악과 출동 통제 지시를 내렸다. 이때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다음단계에서 결정적 오류를 범한다. 자신의 지시로 출동한 9공수특전여단이 반란군 병력보다 먼저 서울로 진입할 수 있는 상황. 궁지에 몰린 반란군 지휘부가 상호 병력 동원금지를 제의하는데 이를 덜컥 받아들인다. 수를 잘못 읽었다. 그는 9공수에게 회군 명령을 내렸다. 반면 반란군 측 1공수는 그대로 서울로 진입해 육군본부와 국방부를 점령한다. 저항은 미미했다. 판세가 급격히 기울었다.지난달 챗GPT의 산실 오픈AI에서 발생한 '반란'에서도 오류의 행보를 보인 인물이 등장한다. '서울의 봄' 못지않은 드라마틱한 전개 과정을 보여준 사내 정변에서 초반 주도권을 쥐었던 수석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다. 공동창업자 겸 사내이사 3인 중 한 사람으로서 인공지능(AI) 개발 총괄책임자인 그는 11월17일 역시 공동창업자이자 사내이사인 CEO 샘 올트먼과 이사회 공동의장 그렉 브록만을 전격적으로 해고한다. 효율적 이타주의자들(Effective Altruists)인 3명의 사외이사와 결의해 일으킨 반란이었다. 다음날 전 직원회의에서 "쿠데타가 아니냐"는 성토가 빗발쳤다. 수츠케버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사회는 비영리단체의 사명, 즉 모든 인류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인공일반지능(AGI)을 구축하기 위한 의무를 다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오픈AI는 일론 머스크와 함께 공동설립한 비영리단체가 영리법인을 지배하는 독특한 경영구조를 갖

  • [경인칼럼] 레트로 혹은 기억을 제거한 추억
    칼럼

    [경인칼럼] 레트로 혹은 기억을 제거한 추억 지면기사

    MZ세대 레트로 콘텐츠 '공시적' 접근 대상뉴트로로 잊었던 과거의 가치 재발견 못해대중적 취향 흐름으로 공공 개입은 최소화진정한 기억은 장소 고통·시련도 되살려야레트로 트렌드의 위세는 여전하다. 2015년에 시작한 TV드라마 '응답하라'시리즈,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에서 개봉된 '오징어게임'에 레트로 코드로 구성된 콘텐츠들이다. 가요계도 트롯 열풍으로 뜨겁다. 잊혔던 가수를 불러내고, LP판매량이 CD판매량을 35년만에 추월하는 기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달고나, 붕어빵, 약과 등의 레트로 간식이 인기이다.열차 운행이 멈춘 후 폐허로 서 있던 시골역이 어느날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단장하여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레트로(retro)는 회고나 추억을 뜻하는 레트로스펙트(retrospect)를 줄여 부르는 약어처럼 쓰이다가 이젠 단어로 자리잡았다. 그렇지만 문화산업이나 관광 분야는 그렇다치고 레트로에 편승하려는 지방정부의 박물관 전시, 도시재생 사업, 문화정책 등은 되돌아봐야 한다.복고풍의 유행은 과거에도 있었고 다른 문화권에도 있었기에 주기적 문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과거에는 패션 분야에 국한되거나 단기간에 그쳐 문화산업 전분야로 파급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의 레트로 열풍은 예외적인 데가 있다. 급속한 산업화와 문화적 변화를 체험해온 한국사회의 기성세대들이 느끼는 정서적 회귀 본능 때문일 수도 있고 K팝과 한류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 계기일 수도 있다.기성세대들에게 레트로는 일종의 향수 같은 것이다. 연탄 화덕이나 양은 도시락 같은 생활소품들, 검은색 옛날 교복, 빛바랜 가족사진은 지난날의 추억을 환기하는 오브제가 되었다. 이제 먹고사는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 그런데 정작 레트로의 주요 소비자는 MZ세대라는 점이다. 이들은 옛날 교복을 입은 적도 연탄불에 익힌 밥을 먹은 추억도 없는 세대들이다. 이들에게 레트로 콘텐츠들은 흘러간 과거가 아니라 편의점의 진열장에 놓여 있는 상품처럼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중의 하나, 즉 '공시적(s

  • [경인칼럼] 애도의 윤리와 한국의 사부곡(思父曲)
    칼럼

    [경인칼럼] 애도의 윤리와 한국의 사부곡(思父曲) 지면기사

    주체의지 무관 타자 죽음에 슬픔이자 공감위덕왕·현종 이어 제왕 사부곡 정조에 절정현륭원 비롯해 수원화성·행궁이 바로 그것감정 넘어 윤리성 회복 애도정치로 피어나길애도(哀悼)는 타인의 죽음에 대한 슬픔의 표현이면서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치유의 의미를 가진다. 데리다는 '죽음의 선물'을 통해서 애도는 내가 하는 것이고, 내게 속한 것 같으나 실제로 그것은 타자(인)에 의해 주어지거나 파생된 것이라 했다. 그는 애도를 통해서도 특유의 해체철학을 전개한다. 애도는 살아남은 자들의 것이고, 주체에게 주어지는 윤리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 윤리는 법적·종교적 이유 없이 주체에게 주어지며 무조건적 따르고 실행할 수밖에 없으므로 데리다는 이를 "미친 결정"이라 했다. 애도란 주체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자의 죽음에서 저절로 주어지는 슬픔이자 그에 대한 동정과 공감의 표현이기 때문이다.애도는 또한 타자성을 훼손하거나 타자를 망각하지 않으면서 주체가 타자를 '환대'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것이 글쓰기든 예술이든 애도를 통해서 새롭게 생성되는 것은 '내 안의 타자' 또는 '애도하는 주체'이다. 이처럼 주체는 단독적·독립적이지 않고 관계적이면서 타자의 부름에 응답함으로써 생성되거나 주어지는 것이다.애도는 슬픔이란 감정과 철학의 차원을 넘어서 문화적이고 정치적인 것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한국사에 등장하는 역대 제왕들의 아버지에 대한 애도와 사부곡에서 애도의 정치와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1993년 역대급 발굴로 꼽히는 백제의 금동대향로는 능산리 고분군 발굴 조사 과정 중 주차장 건설 현장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백제금동대향로는 위덕왕이 자신의 아버지이자 선왕인 성왕을 기리기 위해 제작한 애도의 산물, 곧 사부곡이 낳은 걸작이다. 아버지 성왕은 관산성 전투 과정 중 매복하고 있던 신라군의 공격을 받고 포로로 잡혀 참수 당하고 만다. 위덕왕이 굴욕적이고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 성왕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사찰이 바로 능산리 사찰이다. 여기서 출토된 백제금동대향로는 당대 최고의 금속세공 기술이 응축된

  • [경인칼럼] 정부도 외면한 벼랑 끝 소상공인들
    칼럼

    [경인칼럼] 정부도 외면한 벼랑 끝 소상공인들 지면기사

    밑바닥 경기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때보다 더 어렵다고 호소하는 소상공인들이 많다. 개그맨 정준하가 6년 동안 잘 운영하던 서울 압구정동의 꼬치집까지 최근에 폐업했다. 올해 들어 자영업자 폐업률이 지난해보다 30% 급증하면서 국내 자영업 비중이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자영업자는 572만9천명으로, 전체 취업자 수(2천869만8천명)에서 19.96%를 차지하는 등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여서 '자영업천국'은 옛말이다. 자영업자 폐업률 지난해보다 30%나 급증금리 인상·고유가·달러 강세·경기침체 탓소상공인들의 체감경기도 별로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집계하는 전국 소상공인 체감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 10월은 69.6으로, 전월 대비 0.9p 하락했는데, 11월의 전망BSI는 89.4로 전월대비 6.9p 떨어진 것이다. BSI는 기업가의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100)를 밑돌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의미이다. 올해 1∼8월 법인 파산 접수건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58.6% 증가한 1천34건이다. 소상공인들이 주로 신청하는 개인회생도 작년보다 41%나 급증했다. 올 들어 폐업을 결정한 기업과 자영업자는 2008년 금융위기나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많다. 작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데다 고유가와 달러 강세, 그리고 경기침체가 겹친 탓이다. 지난 2분기말 기준 자영업자들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액은 1천14조2천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자영업자 연체율은 1.15%로 8년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윤석열 정부는 첫 번째 국정과제를 소상공인 한계차주 돕기로 정하고 지난해 10월부터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시행했다.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의 금융권 대출 상환기간 연장, 금리부담 경감, 원금 일부 탕감 등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또한 금융당국은 지난 3월부터 자영업자들의 고금리 대출을 7% 이하 저금

  • [경인칼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무엇을 시사하나
    칼럼

    [경인칼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무엇을 시사하나 지면기사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은 민주화 이후 같은 시기 역대 어느 정부보다 정체되어 있다. 정체의 주된 원인들은 소통 부족, 수직적 당정 관계, 인사 실패, 책임정치 실종, 과도한 우편향의 소모적 이념지향 등을 꼽을 수 있다. 고물가와 경제문제는 윤 정부만의 책임이라고 볼 수만은 없기에 조금 다른 차원이다. 외교 이슈는 긍정과 부정 평가 모두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국제정치의 차원에서 안보 이슈가 서서히 불안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미국과 중국의 대만을 둘러싼 갈등, 미일의 밀착,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의 집단안보 강화, 북한과 러시아의 전략적 제휴 등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이고 고조되고 있는 중동전쟁 등과 함께 우리에게 큰 위협 요소들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남북대결 구도의 장기화와 긴장 관계의 고착화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결정적 상황변수들이다. 남북한 긴장 관계를 일거에 해소하고 평화 분위기로의 반전은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문제는 현 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강경파들은 9·19 군사합의의 폐기까지 심심치 않게 거론하고 있을 정도로 대결 구도를 해소하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하는 데에 있다. 긴장관계 고착땐 한반도 평화 결정적 변수로문제는 대결구도 해소 노력조차 포기하는것 지난달 22일 한국 공군, 미국 공군, 일본 항공자위대가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사상 처음으로 3국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한미 공군이 한반도나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한 적은 있지만 한미일 공군의 합동 공중훈련은 처음이라는 점이 특기할 만 하다. 일본 전투기가 참여하는 한미일 공중훈련과 한일 군사협력 강화는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처한다는 실리와 명분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고 간섭할 환경과 빌미를 줄 우려를 의식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의 전폭적 지원하에 '반격능력 보유'를 내세우며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의 전환, 지역맹주로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한반도 영내에서

  • [경인칼럼] '선영아 어떡해'
    칼럼

    [경인칼럼] '선영아 어떡해' 지면기사

    16대 총선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2000년 3월23일. 도시의 주요 교차로마다 정체불명의 현수막이 일제히 내걸렸다. 하얀색 천에 엉성한 필체의 검정색 여섯 글자. 낯설고 기이했다. 처음엔 우리 동네에만 붙은 줄 알았지. 웬 얼빠진 녀석이 옛사랑을 소환하며 부린 객기거니 했다. 한 청년의 도발적인 애정 고백쯤으로도 여겼다. 어떤 이는 후보를 극적으로 알리려는 선거 캠페인인 줄 알았단다. 때가 때인지라 그럴 만도 했다.대한민국 광고사에 한 획을 그은 티저광고 '선영아 사랑해'는 그렇게 화장발 가신 민낯으로 우리 앞에 불쑥 나타났다. 종로2가 피자가게 골목의 실제 사랑 고백 낙서를 빌려 온 이 현수막 광고에 세상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호기심과 궁금증을 참아내지 못했다. 당시 총선 출마자 가운데 '선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후보는 단 두 명, 그것도 남성이었는데 서울 서초 갑의 배선영 후보가 문제의 현수막이 경쟁 후보의 음해공작이 아닌가 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나중에 결혼과 육아정보를 다루는 새로운 여성정보사이트가 광고의 주체로 공개되자 한 달 만에 15만명의 회원 신청자가 몰려들었다. 급기야 광고기획자가 'KBS 9시 뉴스'를 통해 전 국민에게 소개되기에 이르렀다. 현수막 하나에 온 나라가 들썩였다. 현수막, 강렬한 메시지로 근·현대사 미디어지금은 천하의 천덕꾸러기 손가락질 받아 현수막은 사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형태와 방법의 선전·광고·홍보 수단이다. 대체로 가로 500㎝, 세로 90㎝인 직사각형 천 위에 온갖 구호와 문구가 담긴다. 그게 전부다. 그렇지만 직접적(直接的)이고, 직각적(直覺的)이며, 직관적(直觀的)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매우 강력한 미디어다. 굴곡 많았던 우리 근·현대사의 여러 장면에서도 그러했다. 역사의 변곡점마다 현수막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로 기능했다. 3·1운동이 들불의 기세로 일어날 때 학생들은 '어서 잠을 깨어 속히 나서라'고 적은 현수막을 높이 들었다. 그해 4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모인 이승만, 서재

  • [경인칼럼] 제물포 산수화에서 배우는 지혜
    칼럼

    [경인칼럼] 제물포 산수화에서 배우는 지혜 지면기사

    인천 개항 140년, 문득 개항 당시 인천을 그린 '인천제물포도형(仁川濟物浦圖形)'이라는 산수화가 떠올랐다. 제물포 포구를 비롯한 인천 해안 지형, 월미도와 소월미도, 지금은 자유공원이 된 응봉산, 그리고 영종도의 풍경과 특징을 간명하게 그려 놓았다. 개항 당시 풍경을 비단에 묘사해 놓은 서울대 규장각 소장의 이 그림은 장정이나 완성도로 볼 때 왕실 화공이 그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제물포 초상화'는 지도처럼 지형지물마다 이름과 설명을 일일이 써놓아 전통산수화와 다르지만 근대도시로 바뀌기 직전 인천의 모습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해변에 '작로운운처(作路云云處)'라고 표시한 곳은 부두에 새 도로를 낼 곳이며, 인천포대 근처에 '일인가가(日人假家)'는 일본인들의 임시가옥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 지도는 개항 당시의 인천을 가장 인상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세부가 충실하고 산천과 길과 도서를 한꺼번에 제시하고 있는 시각 자료이기 때문에 인천 연구에는 참으로 요긴한 자료이다. 그런데 이 그림지도는 옛 지도처럼 지형과 방향별로 다르게 그리고 글씨도 다르게 써 놓았다는 점이다. 북쪽의 응봉산은 정면으로 볼 수 있지만 서쪽의 영종도는 왼쪽으로 90도, 맞은 편 월미산은 180도, 남쪽의 섬과 바다는 오른쪽으로 90도 돌려 그려져 있다. 동서남북 돌려가면서 보아야 하니 원근법에 익숙한 눈에는 산만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인천제물포도형' 개항 당시의 모습 인상적산점투시법 그림으로 인터넷 거리뷰와 흡사 이 그림을 원고에 넣거나 화상 강의에 사용할 때는 방향별로 돌려 보여주거나 일일이 설명해야 하니 더 번거롭다. '인천제물포도형'은 전형적인 산점투시법에 의한 그림으로 화가의 눈을 한 점에 고정시키지 않고 다른 각도에서 본 묘사대상을 한 화면에 그리는 방법을 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림지도를 보면서 동양의 투시도법 원리를 이해하게 되고 그 시선과 의도에도 수긍하게 되었다. 이 그림지도를 동서남북 한 방향으로 돌려보면 인터넷 지도의 거리뷰와 흡사한 한 편의 파노라마가 된다.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