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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도시 브랜드와 민주주의 지면기사
서울시의 새 브랜드 슬로건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신규브랜드 후보로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과 '서울포유(Seoul for you)'를 두고 2월15일부터 3월16일까지 최종 결선 투표를 진행한 결과, '서울 마이 소울'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브랜드 슬로건은 지난 20년 동안 세 번이나 바뀌었다. 2002년 '하이 서울(Hi Seoul)', 2006년의 '소울 오브 아시아', 2015년의 '아이 서울 유'에 이어 세 번째 변신이다. 새 브랜드 홍보비와 기념품, 조형물 제작비에 드는 예산 낭비 논란과 함께 새 브랜드가 2006년도판을 연상시켜 신선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새 브랜드 '서울 마이 소울'은 서울과 '나'의 영혼을 등치시킨 은유 구조를 하고 있다. '서울'과 '소울'은 음가가 거의 같아 운율감은 강점이다. 동음이의어의 언어유희가 주는 가벼움도 있다. 새 브랜드의 의미를 '따뜻한 사람과 자유로운 열정이 가득한 내 마음이 향하는 곳 서울'이라고 하는 설명은 중언부언이다. '소울'은 '소울 메이트'와 같은 용례도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사후에 육체로부터 분리된다고 여기는 기독교적 생명 원리에서 유래한 말이라서 엄숙하고 비장한 느낌도 있다. 성공한 도시 브랜드는 민주적 소통의 결과로 만들어진다. 그만큼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독일 베를린시의 도시 슬로건인 '비 베를린(Be Berlin!)'은 4년여에 걸친 다양한 대시민 캠페인을 통해 만들어졌다. 베를린 시민과 관광객이 베를린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고민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도시브랜드 전략과 연결하여 성공한 사례이다. 뉴욕(New York)도 도시혁신운동의 일환으로 기존의 슬로건 'I♥NY'을 46년 만에 'WE♥NYC'로 리브랜딩했다. 이 브랜딩은 디자인을 바꾼 것이 아니라 뉴욕시가 역점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시민 참여형 자원봉사 프로젝트인 '스프레드 러브 NYC(Spread Love NYC)'과 연계하여 새로 제정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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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리더십 유감(遺憾) 지면기사
봄이 왔다. 아직 2023년이라 날짜를 쓰는 것이 어색한데, 어느새 4월이다. 홍매·청매·진달래가 만발하고 성급한 벚꽃은 벌써 꽃잎을 떨구고 있다. 꽃이 이리도 만개했는데 벌들이 보이지 않는다. 너무 일찍 개화한 탓이다. 예년보다 13~17일이나 일찍 꽃이 피었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너무 이른 개화로 미처 벌들이 찾아오지 못하는 것이다. 개화 시기와 벌들의 먹이활동 사이의 시간적 불일치를 탈동조화라 하는데, 탈동조화는 식물의 수분(受粉) 활동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탈동조화가 어디 이뿐이랴. 정치 리더십과 선거제도와 시민들의 기대가 서로 엇박자를 그리며 또 다른 탈동조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정치 지도자와 리더십 문제로 우리뿐 아니라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위기는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정치하는 정치 리더들과 현재 정치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링컨이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말한 "국민(people의 바른 번역은 국민이 아니라 인민이다)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는 현재 민주주의 시스템 및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定義)로 수용, 인유된다. 그러나 국민에 의한(by people)이 반드시 국민을 위한(for people)으로 연결되지 않고 이 사이에는 엄청난 낙차와 불일치가 존재한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현 선거제도에서 국민에 의한 투표는 항상 후회를 남기고 국민이 스스로 자기의 발등을 찍은 결과로 끝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투표 이후의 불복과 항의 시위들도 그 증거다.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국가와 사회의 안전을 아랑곳하지 않는 지도자의 노선과 도덕성, 자질문제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국가적 리스크로 작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 정치적 이득위해 국가·사회안전 아랑곳불필요한 갈등 야기·국가적 리스크 작용 허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전쟁을 불사하는 러시아 대통령, 경기 활성화를 명분으로 엄청난 규모의 달러화를 살포하여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 전 수상과 아무런 차별 없이 정책과 노선과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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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주목되는 하반기 물가 지면기사
지난달 정부는 물가와의 일전(一戰)을 벌였다. 2월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서민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 조절"은 물론 "도로·철도·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 및 지방정부에도 지방공공요금 안정을 당부했다. 같은 날 서울시가 오는 4월 지하철·버스 기본요금 300∼400원 인상계획을 하반기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경기도 내 22개 시·군이 상·하수도, 쓰레기봉투 가격 등 지방공공요금 동결을 선언하는 등 전국의 모든 지자체들이 기민하게 대응했다.이날 윤 대통령은 은행과 통신부문에도 경고장을 날렸다. "통신, 금융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이라며 고통분담을 거론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3일에 기준금리 동결로 정부에 화답했다. 보험, 캐피털 등이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3월 한 달 동안 추가 모바일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볼멘소리를 해대며 대출금리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는 주류가격 인상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었다. 소주병 공급가격이 20% 넘게 올라 식당에서 파는 소주 한 병 가격이 6천원까지 오를 것이란 소문에 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다급했던 정부가 지난달 26일에 소주가격 실태조사 운운하며 소주업체들을 압박한 것이다. 다음날인 27일 국내 소주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당분간 소주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 발표하자 나머지 소주업체들도 뒤를 이었다. 맥주업계는 주세(酒稅)가 리터 당 30.5원 올라 4월부터 출고가를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대세에 승복했다. 풀무원샘물은 이달부터 출고가를 5.5% 올릴 계획을 일단 보류했다. 윤석열정부는 문재인정부가 재임기간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폈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사돈 남 말 하는' 격이 되고 말았다. 정부, 주류가격 인상 제동걸자 업계 '주춤'전기·도시가스 요금 언제까지 묶어놓을지 당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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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적대적 공생'이라는 결정적 장애를 극복해야 지면기사
한국정치가 앓고 있는 결정적 장애는 정치양극화다. 양극화가 정파간 극단적 대립을 불러오고, 정치는 문제 해결 능력을 상실한 채 정치 행위자의 권력추구 공간으로 전락한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결정적이고 직접적 원인은 강성지지자로 불리는 팬덤 지지층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강경 극우성향의 태극기 세력은 헌법 체계를 부정하고 국정농단을 저지른 행위에 대한 비판과 처벌을 부정하고, 맹목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비호하며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다. 2019년 '조국 사태'때 보편과 공정, 상식을 외면한 조국 수호 세력은 명백한 사실 확인을 마다한 채 조국 전 장관과 그의 아내인 정경심 교수를 비호했다. 그리고 검찰개혁이란 명분으로 조국을 수사하는 검찰의 수사권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박근혜 탄핵에 반대한 '태극기 세력'과 '조국 수호 세력'은 정권을 상대정당에 넘겨줘야 했다.특정 세력 유지 위해선 '팬덤 활용' 절대적중도, 정치공간 퇴출 무당층으로 존재 상실국민의힘의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하고 김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하며 대치정국을 풀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의 여야 정당체제의 구조적 특성상 정치복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두 가지다. 첫째, 김 대표가 대통령실의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지원에 힘입어 대표에 당선됐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이 있지만 이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국민의힘의 핵심 당직에 친윤 그룹이 포진하면서 대통령실의 여당 장악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이는 정당의 상대적 자율성을 여하히 확보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지만 정치권력의 속성상 자력으로 쟁취하지 않은 권력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둘째, 여권내의 견제와 비판의 작동 여부보다 정당체제의 정상적 운영과 관련하여 주시할 점은 여야의 적대적 공생 구도가 지속되고 강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여야 관계의 경색 구도가 확대 재생산할 확률이 높아진 것은 '친윤' 대 '친명'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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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지역조합 이대로 안된다 지면기사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지난주 치러졌다. 경기도 180명, 인천 23명 등 전국 농·수·축·산림조합장 1천346명이 선출됐다. 후보자는 3천82명으로, 평균 2.3대 1이다. 넷 중 하나(290명)는 무투표 당선됐다. 최고령은 82세, 최연소는 41세다.전국 축소판 경기도는 당선자 열 중 일곱(125명)이 수성에 성공했다. 셋은 리턴매치에서 승리했다. 초선은 52명(28%)에 그쳤다. 60대가 125명(69.5%)으로 압도했다. 50대 38명(21.1%), 70대 이상 17명(9.4%) 순이다. 40대 후보 6명은 전멸했다. 조합장 전원이 쉰을 넘었고, 최연소가 50세다. 평균연령만 높아졌을 뿐 4년 전 선거와 닮은꼴이다.현직이 절대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기회는 불평등, 과정은 불공정, 결과는 정의롭지 않다. 임기내내 조합원을 관리하는 조합장과 달리 도전자는 얼굴조차 알릴 방도가 마땅치 않다. 조력자 없는 '나 홀로' 홍보에, 그 흔한 현수막도 걸지 못한다. 선거기간(2주)에만 유권자 상대 문자 전송, 통화가 허용된다. 토론회도 열리지 않는 '깜깜이' 선거를 중앙선관위가 주관한다. 조합장은 선거 직전까지 자리를 지키며 프리미엄을 누린다. 20% 넘는 조합이 무투표인 까닭이다. 현직이 양보하지 않으면 사실상 기회가 없는 상황인 거다. 현직, 선거 직전까지 프리미엄 누려 '유리'특정인 수십년 독식·친위대 '그들만의 세상' 상임조합장은 연임만 허용되나 비상임조합장은 제한 규정이 없다. 당사자 의지면 무한 출마가 가능하다. 이런 연유로 파주에선 6선 신화가 탄생했고, 오산 포천 김포 파주에선 5선 조합장이 배출됐다. 전국으로 넓히면 5선 넘는 조합장이 널렸고, 10선 기록이 있다. 보좌그룹인 이사, 감사도 연임제한이 없다. 서로가 끌어주고 밀어주며 20~40년 왕좌를 지켜낸다.비상임조합장을 두게 된 사유가 있다. 조합장에 편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운영 전반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조합원의 실익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뻔한 틈새를 놓칠 리 없다. 전국 조합장 열 중 넷은 비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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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멋'의 인문학 지면기사
'멋'을 학술적 탐구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일상에서 늘 사용하는 말이기 때문이겠으나, 문학이나 미학 분야의 논자들이 오래 전부터 다뤄온 미적 범주이다. 아직 '멋'이라는 말의 뿌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 고유어임에 분명하지만 중세국어에서 용례가 극히 드물어 조선후기나 근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이 근대적 생활상을 반영하기 위해 고안되거나 파생된 말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멋'이 문헌에 등재된 것은 게일(J.S.Gale) '한영자전'(1891)인데, 여기서 '멋'은 '맛'과 거의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어 조지훈은 민족어의 미의식이 미각적 표현을 바탕으로 파생된 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멋의 본질을 밝히려고 시도한 초기의 논자들은 신석초, 이희승, 조윤제, 조용민 등이다. 그 가운데 신석초(申石艸)는 그의 '멋설'에서 멋이 한가롭고 여유로운 상태에서 발생한 정제된 감성으로 보았다. 국어학자 이희승은 멋의 본질이 '흥청거림'과 '일탈'에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국문학자 조윤제는 '멋이라는 말'이라는 에세이를 통해 이희승의 일탈론을 비판하고 멋은 '조금 어긋난 행동' 즉 파격에서 생겨난 것이며, 한국적 미의 특징은 '은근과 끈기'로 파악하였다. 이들의 언급은 멋의 기원과 특성을 다룬 것으로서 멋의 일탈과 변형적 특성이 단편적으로나마 드러났다. 조지훈은 민족미학의 중심 개념으로 파악고유섭은 '즐거움 주나 통일성 결여' 비판 조지훈은 '멋'을 민족미학의 중심 개념으로 파악했다. 기존의 멋론을 종합한 '멋의 연구'에서 그는 '아름다움'과 '고움', '멋'을 한국 예술의 기본 범주라고 전제하고 그 가운데 '멋'은 한국적 미의 중심이요 이상이었으며 지도적 기능을 지닌 미적 범주였다. 그는 멋의 낙천적인 민족 정신이 정상과 규격을 뛰어넘는 변형미의 형식을 통해 다양성과 율동성을 드러낸다고 보았다. 지훈은 '멋의 예술론'으로 나아갔다. 멋의 예술은 슬픔 속에 신념의 힘을 갖춘 것이며, 소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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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경기도에는 왜 문학관이 없을까? 지면기사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중심부다. 인구나 규모, 예산 등 모든 면에서 서울에 버금가는 지역이다. 경기란 말은 왕의 직영지, 수도를 보위하는 울타리, 나라의 근본지지(根本之地)란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경기의 실상은 이 같은 언어적 의미와 한참 멀다. 서울과 가깝기에 서울의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누리며 서울에 버금가는 혜택을 받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경기는 규제도 많고 서울도 지방도 아니라는 모호한 위상으로 정책적 배려나 지방에 주어지는 지원 같은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중적 상황에 놓여 있기도 하다. 또 도의 특성상 직장이나 학교 등 서울이 주 생활무대이고 거주지만 서울 인근의 도시에 두는 경우도 많고 유입인구가 많기에 여타 지역에 비해 구성원들의 결속력이나 자기정체성도 그리 강한 편이 못된다. 특별한 사안이 아니라면 지역문제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이 같은 중층성과 모호함은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도 작동하고 있다. 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도 지방도 아닌 중층성·모호함 지녀도립·광역 개념의 설립 확실한 주체 없어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 문학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 경기다. 그러나 역시 중심부이되, 중앙은 아닌 또 서울도 지방도 아닌 특수지역이기에 풍요 속의 빈곤, 혜택 속의 소외가 있는 것이다. 경기도에는 경기란 이름을 내건 다양한 문화시설과 기관(미술관·박물관·재단) 등이 있다. 그런데 딱 하나 문학관이 없다. 인천을 포함하여 경기도민이 찾아갈 수 있는 문학관은 2017년을 기준으로 조병화문학관·만해기념관·한국근대문학관(인천)·강화문학관(인천)·노작 홍사용 문학관·청류재 수목문학관·육필문학관·황순원 기념관·진아 문학박물관·한국시문학관·박두진 문학관 등 모두 11곳이 있다. 접근성은 있으나 인천광역시는 경기가 아니므로 실제로 경기도의 문학관은 9곳에 불과하다. 2022년 기준 경기도의 인구수는 1천358만9천432명이며 31개의 시군구가 있다. 이 거대규모의 지역에 문학관이 고작 9곳이며,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도립(道立) 문학관은 아예 없다. 많은 문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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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바보 강사법 지면기사
6, 7년 전의 일이다. 서울 여의도에 볼일을 보러갔다가 9호선 국회의사당역 근처에서 필자의 대학 선배를 만났다. 그 선배는 박정희 철권통치 하에서 반독재투쟁을 주도하다가 고문과 투옥은 물론 학교에서 제적까지 당했던 전설적인 인물이다. 반가운 나머지 인사를 했더니 그 선배는 국회의사당 정문 인근의 2∼3인용 천막으로 필자를 안내했다. 비닐로 덮은 허름한 천막 입구에는 고등교육법 개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자보들과 피켓 등이, 텐트 내부 돗자리 위에는 침구와 식사도구, 물통, 세면대야, 라면봉지, 핸드마이크 등이 놓여 있었다. 거의 혼자 그곳에서 숙식하며 외로운 투쟁 중이었다.한마디로 충격이었다. 금배지 서너 번쯤 달고 국회를 누비고도 남을 정도로 자격이 충분한 양반의 행색이 남루하고 초라해 보이니 말이다. 어설픈 민주투사들이 구국의 영웅인양 호의호식하며 정치판에서 호통치는 모습과 너무 대비되었다. 필자는 황망한 나머지 명함만 건네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떴다.이후 그 선배로부터 종종 문자를 받았다. 2010년에 모 지방대학 시간강사가 학교 측의 부당한 대우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연을 전하면서 대학의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투쟁에 협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시간강사 출신의 시민운동가들이 만든 강사법안은 강사료의 파격적 인상과 대우, 전임교원에 준하는 신분보장 등이 담겨져 있어 솔직히 황당한 느낌이었다. 그 선배는 강사법 제정을 지지하는 자필서명도 부탁을 해서 몇 차례 망설이다 역자사지 심정으로 청원명부에 사인을 했다.그리곤 한동안 그 선배와의 교신이 끊어졌는데 어느 날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 국회 통과뉴스를 접했다. 찌는 듯한 더위는 물론 추운 겨울 여의도의 삭풍(朔風)까지 견디며 수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천막농성을 했던 그 선배에게 전화로 노고를 치하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돈에 미쳐가는 지경인데 자신의 신념에 따라 초지일관하는 노(老)시민운동가에게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필자가 향후의 계획을 묻자 그 선배는 "고향에서 농사지어 입에 풀칠이나 하며 남은 여생을 보내겠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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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집권당 경선에 드리운 음영 지면기사
권력은 눈에 보이는 권력 뿐만 아니라 무의사결정(non decision making) 상황을 다루는 경우도 있다. 이는 다른 행위자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가시적 권력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유리한 의제를 아예 거론조차 못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보다 더 치명적인 권력이 자신의 이익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심어줌으로써 권력자의 의지대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듯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에게 심어주는 잘못된 믿음이 마르크스의 이른바 허위의식이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윤심' 경쟁 이외에 비전이나 민생 담론이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박정희·전두환 시대는 물론이고 민주화 이후에도 대통령이 집권당 총재를 겸했을 때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지명했다. 이는 대통령과 집권당의 관계가 종속적이고 수직적이라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이다. 그러나 정당이 권력의 수족으로 전락한다는 것은 정당민주주의 뿐만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작동 그 자체에도 결정적 손상을 초래할 수 있기에 대표 경선으로 대표 결정 방법을 바꿨다. 대통령 권력 깊숙이 개입 정황 곳곳서 발견원치않는 인물들 축출 방식 거칠고 노골적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 경선은 경선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대통령의 권력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경원의 '투항', 유승민의 '저항', 권성동의 '침묵'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일련의 상황은 대통령실의 권력이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진복 정무수석이 공개적으로 안철수 후보에게 공개 경고를 당에게 요청하는 것은 이의 극적인 방증이다. 당심과 민심의 비율을 70대 30으로 한 당헌을 고치고, 결선투표를 도입한 것도 권력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당선시키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후 대통령의, 권력의 경선 개입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내년 총선에 표심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없고 당심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친윤 후보가 당 대표가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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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윤석열 대통령이 낯설다 지면기사
20대 대통령선거는 0.73%p, 역대 최소 득표율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다. 여야 각 진영이 한 표의 낭비도 없이 결집한 가운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중도층 민심 0.73g이 윤석열을 지지한 결과였다. 정치 질량으로 환산하면 1g도 안 되는 민심의 무게 차이로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고 이재명은 고배를 마셨다.중도 민심 0.73g에 담긴 정치적 의미의 무게는 압도적이었다. 당시 집권세력에 대한 총체적 심판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무능은 지표와 실물로 드러났고, 외교·안보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무너졌다. 조국 수호에 집착하면서 조만대장경은 민주당 내로남불 정치의 바이블이 됐다. 정권연장의 기수로 나선 이재명은 의혹의 심연에서 탈출하려다 상식의 덫에 걸렸다. 윤석열이 대장동의 몸통이라는 억지에 중도 대중은 모욕감을 느꼈다.심판이 이루어지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국정이 달라졌다. 북한과 중국으로 경사졌던 외교·안보는 한·미동맹과 자유진영 연대 강화로 균형을 회복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합법적으로 대응하자 노조의 유아독존에 균열이 생겼다. 중소건설업체 사장들이 일감을 따고 현장을 유지하려 민노총과 한노총에 가입한 노조원이었다고 커밍아웃했다. 청와대를 버린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났다. 30%대에서 횡보하던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올랐다. 0.73g에 불과했던 중도민심이 확장될 기세였다. 심판은 끝났고 나라에 새 기운이 도는 줄 알았다. 당권투쟁 한복판 주자급으로 스스로 격하내부충돌로 0.73%p 마저 까먹는 '뺄셈정치' 하지만 딱 여기에서 멈췄다. 무당파 중도층이 침묵 모드로 돌아섰다. 국민의힘 당권투쟁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대통령이 당권투쟁의 한 복판에 강림했다. 국민경선을 당원경선으로 바꾼 당헌개정이 신호탄이었다. 윤핵관이 주도했고 표적은 유승민이라 해석됐다. 나경원도 무릎 꿇렸다. 진정한 친윤(親尹)이라는 읍소를 공직 해임으로 물리쳤다. "대통령 본의가 아닐 것"이라 하자,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결정"이라 했다. 초선 의원 50명은 나경원 비토 성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