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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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빈계무신: 암탉은 새벽이 없다 지면기사
중국의 은나라를 무너뜨린 주의 무왕(武王)은 전쟁에 임하면서 목(牧)이란 땅에서 맹세를 하면서 나온 말이 빈계무신(牝鷄無晨)이다. 무왕은 "옛사람의 말에 암탉에겐 새벽이 없으니 암탉이 새벽에 울면 집안의 기운이 흩어진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은나라의 폭군 주가 여인의 말만 듣고 정치를 망치고 있으니 그를 치는 것은 천벌을 행하는 것입니다" 하였다. 우리가 흔히 하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의 유래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한나라의 패망에 늘 여자가 있어왔다. 동주열국의 춘추시기를 열게 된 것도 포사라는 여인의 웃음소리를 사고자 그런 것이고, 은나라의 주도 달기라는 여인의 치마 속에 빠져 현인을 멀리하고 간신을 가까이두면서 주지육림(酒池肉林)에 빠져 그런 것이다. 그러나 어찌 여인 때문이겠는가! 임금 스스로 하늘의 도리를 끊고 백성에게 원한을 맺었기 때문인 것이다. 한 사람이 나라의 운명을 정한다는 일인정국(一人定國)이 바로 이런 뜻이다./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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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근생시설 주거용 구입, 이행강제금 폭탄 맞을 수도 지면기사
같은 건물인데도 유독 한두 층만 집값이 유난히 저렴한 경우가 있다. 이때 건축물대장을 확인해보면 다른 층은 모두 주택인 데 비해 저렴한 층만 근린생활시설로 되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받고는 준공검사 뒤 주택으로 분양하는 것이다. 다세대주택은 세대당 1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하지만, 근린생활시설은 그런 제한이 없기 때문에 건축주 입장에서는 한두 층만 근린생활시설로 해두면 주차장 부지를 덜 확보해도 된다. 뿐 만 아니라 다세대주택의 경우 660㎡ 이하이어야 한다.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용적률을 다 채우기 위해 일부 근린생활시설을 추가하는데 그 면적 부분은 위 660㎡에 포함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건축주가 불법적으로 주거용으로 개조해 분양하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양 당시 이러한 사실을 수분양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취득·등록세가 주거용의 경우보다 거의 두 배나 많이 부과되어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러나 법에 무지한 일반인에게는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통상가격보다 10∼20% 싸게 내놓아 현혹하는 것이다. 이러한 불법개조 사실이 발각되면 당장 시정명령과 벌금이 부과되고, 그래도 시정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까지 부과된다. 법적으로는 행정대집행(강제철거)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구청에서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아가 건축물대장 상에 '위반건축물'이라고 표시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위반 부분에 대한 원상복구를 하지 않는 한 다른 부분에 관하여도 용도변경도 전혀 허용되지 않는다.금전적 피해도 만만치 않다. 일단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취득·등록세는 물론 재산세도 주거용보다 고액이며, 금융권에서 대출조건도 훨씬 불리하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는 매년 부과되는 이행강제금이다.주택의 경우 특례법이 적용되어 연면적85㎡ 이하는 최대 5회까지 이행강제금이 부과되지만 연면적85㎡ 초과 주택이나 상가(근생포함)의 경우는 횟수의 제한 없이 해마다 계속 부과하게 된다. 따라서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원상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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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독자의 소리]주택 소방시설 설치 '자율안전관리' 첫 걸음 지면기사
화재 예방을 위해 소화기와 화재감지기는 화재징후 초기에 진화를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시설이다. 하지만 주택은 상대적으로 화재에 대비한 공간과 소방시설 설치가 미흡해 여전히 화재가 빈발하고 인명 및 재산 피해 또한 가장 많이 일어난다. 최근 3년간 전체 화재의 24.3%, 전체 화재사망자의 60.7%가 주택에서 발생했고 특히 주택화재 사망자 중 83.5%가 단독·연립·다세대 등 일반주택에서 발생한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일반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화재경보기와 소화전 등이 갖춰진 경우가 드물다. 또 화재의 주요 원인인 전기시설이 낡고, 가스기기 사용 등에 있어서도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일반주택은 소방시설 설치에 법적 규제를 받지 않다가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에 적용돼 내년 2월 4일까지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최근 고양시 일산지역 일반주택에서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던 화재가 소화기를 이용한 신속한 대응으로 자체 진화된 사례가 있다. 화재 초기 소화기는 소방차 몇 대와 맞먹는 위력을 발휘한다. 커피 몇 잔 가격으로 유사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막을 수 있다.대학(大學)에 심불재언시이불견(心不在焉 視而不見 )이라는 구절이 있다. 마음에 있지 아니하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매일 볼 수 있는 소화기 등 소방시설에 평소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수천 번을 지나쳐도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가정에서 정작 소화기를 사용하고자 할 때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법이 아무리 엄격해도 게으름뱅이를 부지런하게 만들 수는 없다. 자율 안전관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 가능하다.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자발적으로 설치해 가정에서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는 '진정한 민간의 자율관리'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정일영 (일산소방서 예방교육훈련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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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남구 새이름 찾기 '다시' 나선 까닭은 지면기사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과 군·구 역사적 의미 탐구역사고도 중심에 자리잡아 주민들의 자부심 원천'더 이상 남구는 안된다'는 지역여론 거세기 때문미국에는 촬~스, 한국에는 철수. 나라는 달라도 한 집 건너 이름은 비슷하네요. 대한민국에는 인천, 부산, 대구, 광주, 울산, 포항에 모두 '남구'가 있습니다. 이 많은 남구 중에 진정한 남구는 어디일까요? 이제 방위를 쫓는 무개성한 이름 대신 지역 특성을 살린 새로운 이름이 필요할 때입니다. 우리가 살아갈 남구의 이름을 찾아주세요."인천 남구가 구 명칭 변경사업을 추진하면서 요즘 밀고 있는 홍보 문안이다. 살짝 웃음 코드를 입혀 무심하게 '툭'하고 이름에 차별성이 없음을 뇌지만, 사실 말 속엔 절절함이 담겨 있다. 이를 듣고 누군가 "그래?" 하고 관심을 보인다면, 일단 홍보는 '성공'인 셈이다.남구가 올 들어 힘쓰고 있는 사업이 새 이름 찾기다. 도시 가치 재창조를 내세운 인천시가 방위개념의 기존 구 이름을 바꾸자고 제창 한데서 출발, 동구와 남구가 선봉에 선 것은 수 차례 언론 보도를 통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게다가 올봄 찬반을 묻는 주민 여론조사결과 동구는 79%에 달하는 찬성으로 새 이름을 '화도진구'로 하자는 데까지 진도가 나갔지만, 남구는 찬성보다 반대의견이 더 많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대한 주민들이 내세운 이유를 들여다보면 예산과 행정력 낭비에 명칭변경 뒤 생길 수 있는 혼란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 주민은 "남구라는 명칭이 익숙하다. 아무 불편도 없는 데 왜 바꾸려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남구는 왜 주민이 반대하는 사업을 다시 추진하려고 하는 걸까. 그 이유를 지면을 빌려 말해보려 한다. 시 정부가 역점을 두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과 맞물려 각 군·구는 지역성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탐구하는 전기를 맞았다.학계에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예서 인천 역사의 원류가 남구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강옥엽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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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의 음악살롱]한국의 밥딜런 '들' 지면기사
2016년,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가수로선 처음이다. 문학마니아에게는 의외겠지만, 나와 같은 입장에선 두 손을 번쩍 들면서 기뻐한다. 1970년대, 밥 딜런이 한국가수에게 끼친 영향은 크다. 그의 명곡 '블로윙 인 더 윈드'는 '바람만이 아는 대답'과 같은 제목으로, 한국의 많은 포크가수가 번안해서 불렀다."'한국의 밥 딜런'은 누구일까?"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소식과 함께, 새삼 이런 질문을 접하게 된다. 저마다 좋아하는 가수를 한국의 밥 딜런으로 꼽는다. 오래전부터, 자타공히 '한국의 밥 딜런'이라고 불린 가수는 '담배'를 부른 서유석이다. 1970년대의 3대 저항 포크가수로서 김민기, 한대수, 서유석을 꼽고 있다. 이렇게 세 사람을 꼽는 건 신중해야 한다. 한국의 초기 포크가수와 그들의 저항적 노래를 얘기할 때 양병집을 빼놓을 수 없다.당시 청바지를 입고 통기타를 치는 남녀가수들이 초기에는 밥 딜런과 조안 바에즈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그런 노래 속에서 '미국 포크'에서 '한국민요'의 관심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한국적 포크음악에서 투코리언즈의 '벽오동 심은 뜻은'은 큰 의미가 있다. 이 노래는 시조와 민요 등 한국적인 노래말과 함께 한국적인 곡조가 돋보인다. 투코리언즈의 한명이 바로 김도향이었다. 다양한 음악을 거친 김도향은 1990년대 '월이 아리랑', '여보게 저승갈 때 무얼 가지고 가나(거문고 반주)' 등의 곡을 내놓았다.1970년대 초반의 포크음악으로서 김민기의 '밤뱃놀이', '가뭄', 양병집의 '타박네', 서유석 '진주난봉가' 등은 무척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렇게 가수 마다 한 두곡에 불과했던 한국적인 포크음악은 송창식을 통해서 보다 더 한국적인 색깔이 짙은 음악으로 자리하게 된다. 송창식의 '에이야홍 술래잡이' '밀양머슴아리랑' '돌돌이와 석순이' 등을 들으면 그가 한국적인 음악을 두루 섭렵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김정호가 있다. 김정호의 '님'은 마치 남도민요(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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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독자위 9월 모니터링 요지·경기 지면기사
활성탄 납품 문제점 심층취재 흥미 이끌어경주 지진관련 안전수칙 등 안다뤄 아쉬움행정구역 다른 아파트단지 사례 집중보도를경인일보 9월 독자위원회가 지난 5일 경인일보 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이날 회의에는 김준호(수원대 객원교수) 위원, 박은순(경기여성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위원, 이을죽(미래사회발전연구원 이사) 위원, 허성수(안산상록경찰서 생활안전과장) 위원, 홍문기(한세대 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이민상(협성대 교수) 위원과 장동빈(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경인일보에서는 김성규 사회부장이 나와 의견을 들었다.9월 독자위원회의는 경인일보가 집중적으로 다룬 '군공항 이전'과 '정수장 저질 활성탄 납품' 문제 관련 기사에 대한 의견이 주를 이뤘다.홍문기 위원은 "군공항 이전 문제는 연일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며 "연속 보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핵심은 결국 모든 지자체가 반대하고 있다는 것인데, 국가안보와 관련된 희생을 지역주민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며 해당 표현이 타당한지에 대한 검증도 요구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장동빈 위원도 "9월에도 상당한 지면을 통해 군공항 이전 문제 등을 다뤄 경기 남부지역의 주요한 이슈로 부각 시킨 것은 지역 주민 입장에서 매우 의미있는 기사라고 판단된다"며 "다만, 29일 1면에 보도된 '수원 군공항 이전 화성 민심 갈라졌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여전히 이전 문제에 대한 쟁점의 출발점이 해당 지역 주민의 요구와 이전 예정지의 갈등 문제로 부각된 것으로, 향후 갈등을 부추기거나 이전 후 갈등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사 제목에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장 위원은 또 "2일자 1면 '활성탄 납품구조 개선활동 핵심관계자 업체가 빠졌다', 5일자 1면 '자가 공장 없는 무등록 업체가 활성탄납품' 등 지속적인 기사와 심층적인 취재에 기초한 기사를 통해 검찰 수사를 이끌어 내고 국정감사 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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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독자위 9월 모니터링 요지·인천 지면기사
'철도의 날' 일제잔재 청산 지속노력 바라'빼앗긴 꽃게어장' 어민피해 관심촉구 필요市 지방세 감면 철회 기사·사설 시점 혼란경인일보 지면을 평가하는 9월 인천본사 독자위원회가 지난 12일 인천본사 회의실에서 개최됐다.이날 독자위원회 회의에는 김하운 독자위원회 위원장(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과 이경환(SGI서울보증 삼화대리점 대표), 조강희(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광수(인천시교육청 장학사) 독자위원이 참석했다.독자위원들은 이달 지면에 대해 눈에 띄게 다양한 분야에서 날카로운 시각을 선보인 기사가 많아 읽을거리가 풍성했다고 입을 모았다.조강희 위원은 5일자 <월요기획: 강화 초교의 자연학교 실험>(1·3면) 기사가 신선했다고 평가했다.그는 "자연에 대한 교육 활동이 많은 이 학교를 경쟁이 중심이 되는 도심 학교와 잘 비교한 것이 신선했다"며 "인천시나 교육청, 지자체가 이들 학교에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경인일보가 관심을 갖고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일제가 만들고, 우리가 기념하는 우리나라 '철도의 날'의 문제를 지적한 <월요기획, 일제잔재 '철도의 날' 이제라도 바꾸자> 기사도 독자위원회의 눈길을 끌었다.이광수 독자위원은 "철도의 날이 일제강점기에 처음 시행됐고, 더군다나 이날 조선을 식민지와 병참기지로 만들기 위해 대대적으로 신사참배가 이뤄졌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며 "일제 잔존 역사를 잘 알리고 변경을 제안하는 정말 좋은 기사였다. 경인일보 주도로 우리 곳곳에 숨겨진 일제 잔재를 청산하려는 노력이 더 광범위하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이경환 위원도 "국토부가 철도의 날 변경을 검토하는 것에 나섰다는 30일 기사를 봤는데,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때 까지 경인일보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조 위원도 "철도의 날과 관련된 국토교통부 등 다른 정부 부처의 입장도 지속 취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이번 기회에 꼭,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두 차례에 걸쳐 보도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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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연인]가을의 뒷모습 지면기사
깨끗하게 헤어지는 법을 배워야겠네여름 내내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꼭 붙어 지낸 나뭇가지와 잎사귀바람 부는 날 서둘러 헤어지는구나 뒷모습을 오래 보았지 뒤돌아보지 않고 인파에 휩쓸려 사라져버린 그대쓸쓸한 등이 눈에 밟히고잘 지내요 힘없는 그 말 귓가에 맴도는데이 거리를 혼자 걸을 수밖에 없다그대 쓸쓸한 뒷모습을 기억하는겨울이 온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이이승하(1960~)모든 살아 있는 존재의 뒷모습은 쓸쓸하다. 정면에서 보이는 강한 생명력도 그 뒤를 보여 줄 때, 빛이 바래고 어두워 보인다. 낙엽 물드는 10월의 마지막 날 우리는 절정에 이른 '가을의 뒷모습' 속에서 생명에의 근원적 외로움을 발견한다. 또한 거기서 '깨끗하게 헤어지는 법'을 찾아 "여름 내내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꼭 붙어 지낸 나뭇가지와 잎사귀"에서 '서둘러 헤어지는' 이별을 배운다. '뒤돌아보지 않고' 순식간에 나무에서 하강하는 낙엽을 보면, 어느 날 "인파에 휩쓸려 사라져버린 그대" 가슴 아픈 사랑과 같이 아직도 "쓸쓸한 등이 눈에 밟히고" 있지 않은가. "잘 지내요" 말하고 떠나버린 '그대 쓸쓸한 뒷모습을 기억'하는 10월의 마지막 거리에 서면 지나온 빛바랜 시간이 굴러다니다가 앙상한 얼굴로 마주치기도 한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이승하(1960~)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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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디멘터 정권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지면기사
2016년 한국사회가 '神政사회'샤머니즘 정권이었다니…이들이 저지른 수많은 문제명확히 밝히고 대가 치르게해야국민호도한 자들 모두 책임 묻고간과하지 않겠다는 각오 필요판타지 장르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악한 캐릭터 중의 하나가 타인의 생명이나 기력을 갈취하는 캐릭터이다. 예를 들면 '뱀파이어'가 대표적이다. 이런 캐릭터는 마성적 세계를 다루는 작품에서 다양하게 변주된다. 흡혈의 화소는 동양에도 흔하다. 가까운 홍콩영화에서는 좀더 진전되어 유명한 홍콩영화 <동방불패>에서는 한국계 배우 임세관(임아행 역)이 인간의 생기를 순식간에 흡수해 버리는 충격적이고 끔찍한 '흡성대법'을 구사하기도 한다. 물론 구미호 같은 캐릭터는 특별하다. 미모의 구미호가 젊은 남자를 유혹하여 그 기력을 흡수한다는 화소는 동양적이면서도 매우 현대적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 캐릭터는 인간보다 여우에 집중되기 마련이어서 적당히 작은 동물을 잡아먹고 살면 되는 여우가 왜 인간을 탐하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당연히 여우는 인간이 되고자 인간을 탐하는 것이다. 금수로서 분수에 넘치는 인간을 욕망하는 여우는 더 나은 삶을 꿈꾸는 하층민의 욕망 위에 만들어진 것이고 이는 인간으로 표현되는 지배계층의 공포와 분노를 정당화한다.그러나 21세기 생명력 착취 캐릭터에는 이유가 없다. 최근 20년 사이 전세계 최대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에는 이러한 흡혈의 상상력이 진화한 최고의 캐릭터 '디멘터'가 등장한다. 이는 물질, 실체에 국한되지 않은 현대의 생명관을 반영한다. '디멘터'는 보지도 못하고 감정이라고는 전혀 없으며 등장만으로 인간에게서 행복한 기억을 흡수하고 가장 나쁜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나아가 영혼 자체를 빼앗는 사악한 존재이다. 무엇보다도 '디멘터'는 그렇게 인간에서 갈취해 간 행복이나 영혼으로 무엇을 하는지, 왜 그러는지 밝혀져 있지 않다.2016년 한국사회가 신정(神政)사회, 이 정권이 샤머니즘 정권이었다는 사실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그러나 확신한다. 고조선에 있던 홍익인간이란 이념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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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데이터를 쌓아야 한다는데… 지면기사
애플·구글 등 자체 인공지능 알고리즘 연구팀 운영데이터 모으고 의미 읽어낼 수 있는 기초연구 중요전문 연구자 확보 새로운 지적자극 경험하게 해야몇 해 전에 구글의 수학자를 워크숍에 초청했다. 발표 동영상을 찍지 말아 달라 하더니 발표 파일도 남기지 못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럴 수밖에 없으려니 했다. 나름 폐쇄적인 회사의 숙명을 가지고 있는 회사니까. 시대를 앞서가는 연구를 하고 자율주행 자동차 등에서 치고 나가는 구글에게, 그 과실의 사업화를 위한 기업 비밀 유지가 왜 중요하지 않겠는가.그런 구글이 작년 11월에 기계학습 소프트웨어인 텐서플로를 누구나 수정까지 할 수 있게 공개하자 인공지능에 한발 걸친 사람들은 환호했다. 보통 사람들은 기계학습이니 딥러닝이니 하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던 때였다. 올봄에 알파고 충격이 우리나라를 강타한 뒤에는 초등학생에게도 생소하지 않은 말이 됐으니 상전벽해다.알파고로 화들짝 놀란 우리 사회에 열띤 후속 논의가 이루어졌다. 인공지능의 주요 알고리즘은 공개되어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발전할 것이니, 부족한 데이터를 쌓는 게 시급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구글이 알고리즘은 공개해도 데이터는 공개 안 한다고도 한다. 어디서 이런 착시와 오해가 생겼을까. 구글이나 테슬라가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세 작동 알고리즘을 공개할 거라는 건 환상이다. 집단지성으로 기술을 다 같이 발전시키는 게 합리적이지만, 지금은 보편적(generic) 수준의 개방을 크게 넘지 못한다. 알파고 기술이 공개됐다는 것도 오해다. 알파고의 요소 알고리즘과 전체적인 작동방식은 네이처 논문의 형식으로 공개됐지만, 타사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알파고의 정확도를 재현하고 있나? 상세 알고리즘이 있으면, 공개된 기보 데이터를 수집해서 학습한 뒤에, 끊임없이 다른 프로그램과 두어보면서 방대한 추가 데이터를 만들고 축적해서 학습할 수 있다. '하면서 배우는(learning by doing)' 것이다. 결국 타 기업이 못 따라가는 이유는, 데이터의 부족이 아니라, 몬테카를로 서치를 어느 정도의 규모로 하는지, 딥 러닝의 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