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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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권력의 칼날 머리 위의 칼날 지면기사
권력의 단맛에 취해 권좌위의 칼날은 알지 못해우리나라, 칼날 아래 놓인것처럼 일촉즉발 상황 함부로 나대면 안된다는 사실 깨친 사람들 나서야'다모클레스의 검'. 그리스 전설에 나오는 이야기로 권력의 위태로움을 경고하기 위한 우화로 사용된다. 다모클레스는 기원전 시칠리아 시라쿠사의 왕인 디오니시우스의 신하였다고 한다. 그는 온갖 아첨을 늘어놓으며 왕의 심복이 되었다. 왕이 얼마나 행복한지 찬양해 마지않는 것도 아부 목록에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왕이 다모클레스에게 제안한다. 그토록 부러워하는 왕의 자리에 앉아 볼 기회를 주겠다고. 다모클레스는 감격과 함께 왕좌에 올랐다. 세상을 내려다보며 즐기는 동안은 최고 권력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을 만끽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득 천장을 쳐다본 순간 감격은 공포로 변했다. 머리 위에 한 올의 말총에 매달아 놓은 예리한 칼이 왕좌를 겨누고 있었던 것이다.1961년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유엔연설 중에 핵전쟁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이를 인용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로 미·소가 핵전쟁 직전까지 치달으면서 '다모클레스의 검'은 일촉즉발의 위험을 뜻하는 말로 굳어졌다. 하지만 본래는 권력의 자리가 항상 칼날 아래 있는 왕좌처럼 위험한 것임을 강조한 내용이라 생각한다. 권력이 주는 행복만 누리다가는 칼날에 다칠 수 있다. 권력이 높을수록 매달린 칼날에 가까이 가는 셈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최고권력자나 그 주변인일수록 더욱 권력의 위험을 경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새누리당이 다시 한번 풍파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총선 백서가 나오자마자 윤상현, 최경환 의원 등의 공천 개입 녹취록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비박이 또 한번 일전불사 채비를 갖추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다는 말밖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아무리 쪼그라들었어도 새누리당은 명색이 집권당이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모이면 나라의 엄중한 상황을 걱정한다. 경제는 한없이 추락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은 늘어만 간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급한 것은 안보라고 한다.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감수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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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국방부, 수원 군공항이전 부지 조속히 발표하라 지면기사
수원시에 위치한 제 10전투비행단은 일제강점기 말에 건설되었고, 1954년에 한국공군으로 기지 관할이 이양된 후 지금까지 공군의 최전방 전투기지로 역할을 수행해 왔다.설립 당시에는 외곽지역이라 큰 피해가 없었지만 이제는 급격한 도시개발로 도심의 중심부 위치로 변화되면서 전투기 소음으로 인한 건강권 피해와 고도제한에 따른 재산권 피해를 가져왔고 이에 십수년 전 부터 총선, 대선 때마다 후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군공항 이전을 외쳐주었다. 이에 착한 수원시민들은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당선시켜준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헛공약 뿐이었다. 왜 헛공약이 될 수밖에 없었을까? 그건 그들이 국회에 가서, 청와대에 가서 법적 근거 없이 말로만 외쳤기 때문에 군공항 이전이 이루어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그러다가 2013년 드디어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김진표 의원의 대표발의로 제정 된다. 군공항 이전이 너무 간절했던 수원시는 그 해 법안 내용대로 시민공청회를 거쳐 이전건의서를 국방부에 제출하고 그 다음해에 국방부는 군공항 이전 타당성 승인안을 발표한다. 이뿐만 아니라 국방부에서는 2015년 내에 이전 예정부지를 발표하겠다고 까지 하였다. 이렇듯 발 빠르고 내실 있게 군공항 이전사업을 추진했던 수원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일 경제타당성이 수원시보다 낮은 대구 군공항의 통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갑자기 대구 군공항 이전을 공식 발표한 박근혜대통령의 의중이 궁금하다. 지역적 차별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법적 근거와 필요성에 기초한 결정인지 충분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수원 군공항은 무기를 탑재한 비행훈련이 오래전부터 멈추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연료통이 시내 야산에 떨어지면서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군공항이 되어버린 지금, 수원시 군공항 이전사업이 법적 절차를 무시하겠다는 방침이 아니라면 수원 군공항 이전 사업은 대구 군공항 이전사업보다 앞서 추진되어야 한다. 만약 수원 군공항 이전사업이 더 이상 지연된다면 국방부는 법에 따른 책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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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거는 기대 지면기사
6·25전쟁의 판도를 바꾼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오는 7월 27일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는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벌어지는 치열한 사전 첩보전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160여 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특히 할리우드의 명배우 리암 니슨(Liam Neeson)이 맥아더 장군으로 출연해 제작발표 당시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어왔다. 관객 1천만명을 거뜬히 넘어설 것이라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영화 '명량' 이후 전쟁 블록버스터를 애타게 기다리는 영화팬들과는 달리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중 하나는 맥아더 장군을 지나치게 전쟁영웅으로 미화하는 21세기형 반공영화 아니냐는 것과 영화로 인해 자칫 인천에 전쟁도시의 이미지가 덧씌워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첫 번째 지적은 영화제작자의 몫이고 아직 개봉 전이니 뭐라 할 말이 없다. 단 두 번째 걱정, 영화로 인해 인천이 전쟁도시로 이미지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걱정에 대해서는 '그건 그저 기우(杞憂)일 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관광용어 중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란 게 있다. 전쟁이나 테러와 같은 비극적 역사의 현장, 대규모 재해와 재난이 발생했던 지역이나 도시를 찾아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는 관광을 의미한다. 우리말로는 역사교훈여행이라고도 한다. 수백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되었던 아우슈비츠, 9·11테러로 무너져 내린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부지(Ground Zero) 등은 대표적인 역사교훈관광지다(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우리나라에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이나 거제도 포로수용소와 같은 곳이 있다. 파주의 임진각이나 남침용 땅굴 현장 등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싶은 관광지 중 늘 상위권에 랭크되곤 한다. 그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의 불행했던 역사와 분단의 현실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다. 아름답고 화려하고 즐거운 것만 관광자원은 아니라는 사실도 새삼 일깨워준다. 영화 인천상륙작전도 그런 관점에서 보는 게 옳다. 오히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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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애인고용을 위한 플랫폼' 지면기사
우리는 가끔 장애인이나 장애인단체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며, '저 사람들 또 시작이네'하며 무심코 지나친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입장에선 삶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사실 장애인도 스스로 변해야 하지만,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품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경기도주식회사'사업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에게 키높이발판(플랫폼)을 제공해 주듯이, 아무리 자유경쟁주의 사회라 할지라도 장애인들의 키높이발판 요구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다.장애인들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한 기본권은 수십 년 전부터 줄기차게 입법화되어지고 있다. 특히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장애인고용법'은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의무 고용하게끔 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용자는 장애인근무환경 개선 등의 어려움을 이유로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고 고용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이러한 실상을 개선하고자 경기도장애인체육회에선 한국장애인고용공단(경기지사)과 전국장애인체육진흥회와 3자간 MOU를 체결하고 장애체육인 고용 촉진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체육활동만을 전제로 한 고용도 장애인 고용으로 인정받고, 장애인 선수와 사업주 모두 윈-윈하는 전략으로 장애인 선수는 생계안정과 장애인체육 활성화를, 기업체는 사회공헌활동과 이미지개선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그러나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선 장애인운동시설의 부족, 기초 수급자 문제, 장애인과 기업주의 의식 변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기업체에 고용된 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는 운동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장애인체육시설은 경기도 31개 시·군 중 8개 시·군 15개소 밖에 없는 실정으로 운동을 원하는 장애인 선수들은 왕복 2~4시간이 소요되는 원거리 장애인체육시설을 이용한다.이런 안타까운 상황개선을 위한 일이 마냥 어렵게 느껴지지만, 의외로 마음만 먹는다면 쉽다. 첫째는 예산이 많이 수반되는 장애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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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에세이] 화담 숲에서 지면기사
살아가면서 지치고 버거울때숲을 찾아 모든걸 내려 놓고온갖 근심 걱정 잊어 버리세요꽃·나무·돌·바람·새가 되어정갈한 마음으로 과욕 버리면상처입은 마음 치유할 수 있어요화담 숲은 아름답습니다. 이곳에 들면 세상은 이미 평안이요 행복이지요. 새소리 바람소리가 해맑고 침묵보다 아늑하고 언제 들어도 늘 해맑은 얼굴로 맞이해주는 넉넉함이 있습니다. 숲에 드는 일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지요. 숲에선 잊었던 자연의 모습과 자연의 소리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마다 다른 풀과 나무와 돌이 어우러진 숲은 그 자체로 빼어남의 극치요 절경이지요. 잎과 잎들이, 가지와 가지들이, 나무와 나무들이 몸을 부비는 소리, 이름 모를 새소리와 풀벌레소리, 계곡의 물소리, 그 소리들이 어우러지면 그 자체로 오묘한 선율이요 거대한 합창입니다. 화담 숲이 바로 이러한 곳이고 버거운 삶의 고단함을 씻을 수 있는 휴식처란 말이지요.화담 숲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발길이 넘쳐납니다. 숲을 찾는 이들을 위해 굽이굽이 펼쳐놓은 나무 길이 인상적이지요. 본래의 자연형상을 그대로 살리면서 더해놓은 나무와 꽃이 주변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나무와 꽃에는 예쁜 이름표를 달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했지요. 숲에 사는 새들의 사진과 이름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단순한 숲 체험을 넘어 아이들의 학습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지요. 곳곳에 폭포와 작은 연못이 있고 잘 어우러진 나무와 숲이 사시사철 다른 얼굴로 안겨들어 일상의 근심 걱정을 말끔히 씻을 수 있는 곳입니다. 산자락에 누워 먼 하늘과 흰 구름을 바라보며 默想에 잠겨보는 여유도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요.화담은 계절 따라 깊고 푸르고 붉고 하얀 모습으로 곱게 단장하고 우리를 반겨줍니다. 맑은 얼굴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는 더없이 낭랑하고 싱그럽지요. 향기로운 봄날 저녁엔 밤하늘의 은하수보다 아름다운 수많은 반딧불이의 圓舞가 그야말로 환상적입니다. 화담은 늘 깨어있고 숲은 언제나 푸르게 살고 있지요. 세상이 변해가도 숲은 본래의 싱그러움과 청정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화담 숲에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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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대한민국 뿌리산업인 '제조업' 지면기사
미·독·중, 국가 경쟁력 향상위해다양한 전략 세워 노력하고 있다우리도 구조조정·산업축소 아닌세계수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과기업 혁신·정부 적극 지원 통해제조업만의 경쟁우위 확보해야요즘 조선업계의 장기 침체로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 되고 있다. 작년에는 5천명이 실직하였고 올해도 2만 명 이상의 노동자 해고가 예고되고 있어 노동계에서는 빨간불이 켜져 있다. 조선업은 선박과 해양 구조물을 만들거나 수리하는 제조집약 산업으로 2015년까지 대한민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산업으로 대표되고 있었다. 세계 10대 조선사 중 상위 5위까지는 대한민국 조선소이고 10위 중 세 곳을 제외하고는 다 대한민국이 차지하고 있었을 정도였다.2011년 기준 산업통산자원백서에 의하면 조선업은 대한민국 전체 수출의 10%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효자산업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었다.그러나 2006~2008년도에 선박 제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물동량에 비해 선박 숫자가 많아 선박 공급 과잉이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선박 수주 감소와 선박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최근 조선업은 수조원대 적자가 발생하였고 조선업은 장기 침체와 구조조정이 가속화되어 산업 전반의 위기로 이어졌다. 대한민국의 제조업은 1960년대 GDP의 6%를 차지하였다. 2010년 이후 29~30%로 상승하였지만 이익률이 높지 않아 경제 성장에는 크게 기여 하지를 못하였다. 산업의 전환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공동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산업공동화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상실한 산업이나 기업이 소멸하고,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국내 기반이 없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신산업은 창출되지 못하고 산업기술에 공백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미국과 독일은 첨단을 달리는 선진국임에도 제조업에 대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을 하고 있다. 제조업은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국가 경제의 근간을 맡고 있으며, 세계적인 경제불황을 이겨낼 수 있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유수의 선진국들은 제조업의 경쟁력을 통해 불황 속에서 경제를 지키고 불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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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된장찌개와 분꽃 향기로 기억되는 여름 저녁 지면기사
추억은 냄새로도 남는가 보다. 온종일 뜨겁던 해가 지려면 한참 남은 요즘 같은 여름 저녁이다. 아기 새처럼 짹짹대는 어린 우리 네 자매와 아직 젊으신 부모님이 함께 평상 위 두레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며 떠먹던 된장찌개와 진분홍 혹은 노랑 얼룩빼기로 대문 옆에 활짝 피어 있던 분꽃향이 따로 또 함께 어우러지던 냄새가 내 어릴 적 여름 기억 중 한 조각이다.비오는 날은 또 어떠한가. 처마 끝에서 주룩주룩 떨어지는 빗물과 댓돌 아래 마당에 옴폭 파인 자국을 만들며 튀어 오르는 물방울을 바라보며 먹던 찐옥수수의 구수한 냄새와 비 그친 후 올라오던 외갓집 대청마루 냄새, 젖은 흙내음 역시 그러하다.아파트에서 나고 자라는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질 여름날의 추억은 무엇이 될까?집, 학원,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셔틀버스, 어디든 한결같이 틀어놓은 에어컨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 아이들은 과연 여름임을 느낄 새나 있을까?이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유명 관광지나 해수욕장을 휴가지로 택하거나, 눈을 해외로 돌리는 가족들도 많을 것이다. 푸른 바다와 하얀 파도 부서지는 해변도 좋고, TV 프로그램에서 청춘들이 만끽했던 방비엥의 튜빙도, 어르신들께 감동을 주던 가우스의 건축물도,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도 정말 모두 다 좋다. 나무가 튼튼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성한 잎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튼실한 뿌리가 땅에 깊게 박혀있어야 한다. 세계인으로서의 안목을 넓히기에 앞서 우리 땅에서 느낄 수 있는 일상의 소박한 행복을 아이들 가슴 속 깊이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 함께 우리 것을 경험하고 몸으로 익히는 즐거움은 얼마나 행복한 추억이 될 것인가? 밭에서 금방 따서 직접 찐 옥수수가 설탕이나 인공감미료 없이도 얼마나 달콤한지, 옷 버릴 걱정 따윈 하지 않고 내리는 비를 맞아가며 아빠와 함께하는 개울에서의 송사리잡이가 얼마나 신나는 지를 아이들이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늘 먹는 간장, 된장, 고추장이 마트에서 파는 게 아니라 콩으로 만든 메주와 천일염, 맑은 물과 고춧가루, 엿기름들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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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산학(産學) 복합체 지면기사
대학들 기업이 원하는 인재양성 위해 이공계 늘려매년 50억~300억원 지원 '교육자본주의 시대' 도래비실용 학문 멀리하면 결국 사회에 '부메랑으로'워싱턴회사(Washington Inc.)란 용어가 있다. 중상주의정책의 현대적 표현으로 미국 정부 관료들과 군수기업들 간의 유착관계를 의미하는 산군(産軍)복합체가 전형적 사례이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61년 1월 퇴임사에서 군대의 안보논리와 방산업체의 이윤논리가 의기투합해서 형성된 산군복합체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한데서 비롯되었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세이무어 멜만 교수는 이를 '국방성 자본주의'라 명명했다.자본주의사회에서 군수품은 여타 상품들과는 달리 정부가 유일한 소비자로써 수요독점이 특징이다. 또한 군수산업은 첨단기술과 보안, 규모의 경제 등이 전제된 터에 시장의 안정성은 더욱 중요해 정부와 방산기업 간의 쌍방독점이 일반적이어서 초과이윤 혹은 방산비리 등으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세계 방산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한 미국의 군수독점자본들은 군부 및 정치권과 결탁해서 지속적으로 파이를 키웠다. 덕분에 미국은 세계최고의 군사대국으로, 군수산업은 미국경제를 견인하는 기관차로 각각 자리매김했다. 그 와중에서 자원낭비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역기능도 확인되었다. 이윤동기가 인류의 발전과 안정을 좌우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오늘날 자본주의는 대학에도 질적 변용을 강요하고 있다. 경제적 권력이 사물의 소유에서 지식의 소유로 이동함에 따라 기업들이 직접 대학의 연구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변형 농산물(GMO)의 리더기업인 스위스의 노바티스는 1998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식물학 및 미생물학과에 연구보조비로 무려 2천500만 달러를 제공했다. 노바티스는 대가로 이 학과에서 개발하는 성과의 3분의 1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또한 버클리대학은 노바티스에게 연구개발 예산을 감독하는 위원회의 5명의 위원 중 두 자리를 제공했다.기업들의 대학지원 성과도 탁월했다. 1998년 한 해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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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부천시, 가와사키市와의 아름다운 동행 지면기사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축하사절로 후쿠다 노리히코(福田紀彦) 가와사키 시장을 비롯하여 시의회 의장, 시의원, 경제인, 문화예술인 등 180여명의 가와사키 시민이 21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부천시를 방문한다.부천시와 가와사키시는 지난 1996년 10월 우호도시 협약을 체결하고 20년째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경제, 문화, 행정, 교육,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이번 방문 일정에는 영화제 참석과 함께 교류 20주년을 기념하여 가와사키시를 대표하는 쇼와 오케스트라단과 부천필의 협연도 펼쳐진다. 일본 가나가와현(神奈川縣) 가와사키시(川崎市)는 수도인 도쿄와 이웃해 위치한 점이나 인구(120여만명), 공업도시라는 점 등 부천시와 유사한 점이 많은 도시 중 하나다. 아무래도 도쿄보다 집값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교통이 편리하다 보니 예전부터 재일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어느 때보다도 위안부 문제 등 한일관계에 민감한 사안이 많은 가운데에도 가와사키發 신선한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가와사키(川崎)시 당국은 혐한(嫌韓)단체가 시위 목적으로 신청한 시내 공원사용을 불허했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5월 24일 일본 국회에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금지법이 통과된 뒤 혐한단체의 집회 장소 사용을 불허한 첫 사례로 기록되었다. 가와사키시의 용기있는 결단이 아닐 수 없다.후쿠다 가와사키 시장은 "지금까지 시내에서 헤이트 스피치 데모가 벌어져 온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시민의 안전과 존엄을 지키는 관점에서 이 같은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일본의 헤이트 스피치 금지법은 "특정 인종·민족 집단을 겨냥해 공공연히 생명·신체·명예·재산에 위해를 가하려는 언동, 특정 집단을 표시 나게 멸시하는 언동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또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상담 시스템을 정비하고, 교육 활동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요즘 가와사키시에서 극우단체의 혐한시위가 일어나면 일반 시민단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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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방약무인: 곁에 사람이 없는 듯 행동하다 지면기사
바람은 쓸쓸하고 역수물은 차구나(風蕭蕭兮易水寒) 장사가 한번 감에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 (壯士一去兮 不復還) 호랑이 굴을 찾아 교룡의 집으로 들어간다(探虎穴兮入蛟宮) 하늘을 우러러 기합을 외치니 하얀 무지개를 이루는구나(仰天噓氣兮 成白虹) 이 시는 형가(荊軻)라는 자객이 진(秦)나라 시황제로 불리는 정(政)을 암살하기 위해 역수(易水)를 거너기 전 불렀던 노래라고 한다. '사기'의 '자객열전'에 등장하는 형가는 위(衛)나라 출생이다. 연(燕)나라의 태자 단(丹)의 식객이 되어 그의 부탁을 받아 진나라 왕을 암살하기 위해 진나라에서 온 장수 번오기의 목과 연나라 지도를 가지고 진나라에 들어갔지만 진나라의 왕을 죽이는데 실패하고 죽게 된다. 그가 연나라에 있을 때 죽이 맞아 깊이 사귄 고점리란 인물이 있었는데 고점리는 축(筑)이란 악기를 잘 다루었다. 서로 술을 마시면 고점리가 악기를 연주하고 형가는 노래를 부르며 노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 방약무인(傍若無人)이다. 본래는 마치 주위에 아무도 없는 듯 신경 쓰지 않고 서로의 감흥에 취해 연주하고 노래했다는 뜻이다. 나름대로 인연과 품은 뜻이 있고 게다가 이런 기질이 있었기에 자객이 되어 암살을 시도했을 것이다.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일상에서는 방약무인하면 큰 실례로 나쁜 의미인데 요즈음 연일 뉴스에 나오는 각종 테러를 보면 정말 방약무인이다. /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