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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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불량 기자재 퇴출, 공사현장 안전의 시작 지면기사
지난 1일 발생한 남양주 진접선 복선전철 주곡2교 지하 공사현장 폭발·붕괴사고는 4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은,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23일에는 수서·평택간 KTX 공사장의 붕괴 사고로 인부 2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했고 같은 해 3월에는 화성 동탄신도시와 용인을 잇는 도로 건설 작업 현장에서도 콘크리트 타설 중 붕괴 사고로 9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모두 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피해갈 수 있는 인재형 사고였다.안전보건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근로자 수는 전국적으로 9만900명에 달하고 있고 이 가운데 건설 현장에서 산업재해를 경험한 근로자 수는 2만3천600명으로 전체 26%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근로자 수만 해도 모두 1천850명에 달하고 이 중 건설업 종사자는 486명으로 4명 중 1명꼴로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공사 현장에서의 안전사고 중 불량 기자재 사용으로 인한 발생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설 기자재'는 공사 현장에서 건설근로자의 통로 확보 등을 위한 '비계(飛階)' 등의 임시구조물을 만드는 데 쓰이는 강관(쇠파이프), 광관조인트, 파이프서포트 등의 자재를 말하는 것으로 근로자의 '생명 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러나 감사원이 지난달 3일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설자재 품질관리 실태 감사' 발표에 따르면 전국 18개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가설기자재 6종, 116개 표본에 대한 성능시험에서 54.3%인 63개가 불량으로 확인됐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이 발주한 고등학교 신축 공사의 경우 단관비계용 강관과 파이프서포트는 안전인증 기준을 미달했고 강관조인트는 미인증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에선 성능 인증업무를 위탁받은 한국가설협회 등 민간협회의 엉터리 검사와 고용노동부의 부실한 관리 문제도 지적됐다. 지난 2009년 1월 안전인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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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번영의 아버지 지면기사
미국경제 기초 다진 록펠러·카네기·포드·모건…전세계 공업·금융 슈퍼파워로 부상시킨 주춧돌역막대한 재산 사회환원… 한국판 주인공들 학수고대호국의 달이다. 수많은 호국영령들을 떠올리면 숙연해진다. 최소한 이 달 만큼은 물신주의에 찌든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때이다.나라마다 국조(國祖)들이 있다. 단군 할아버지와 중국의 황제(黃帝), 일본의 아마테라스(天照大神) 등으로 각각 국가공동체의 구심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양에서도 동일한 사례들이 간취되는바 대표적인 종족이 유대인이다. 세계적으로 민족기원력(民族起源曆)을 사용하는 민족은 한국인과 유대인이 유일한데 한국의 경우 금년은 단기(檀紀) 4349년인 것이다. 기원전 2333년에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했다는 설에서 비롯되었다. 유대력(猶太曆)으로 올해는 5777년으로 기원전 3761년에 야훼가 유대인들의 시조인 아담을 창조했다는 설에 근거한다. 반만년에 걸친 디아스포라에도 유대인들은 특유의 형제자매론으로 끈질긴 생명력과 민족적 아이덴티티를 유지해 왔던 것이다. 선민사상이 자칫 국수주의로 흐를 수도 있어 경계대상이나 국민적 단결에 절대적이어서 역사가 일천한 나라들도 경쟁적으로 국부(國父) 모시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신생국들은 '호랑이 담배 피던'식의 올드 버전과는 달리 비교적 합리적인 건국신화(?)를 창조한 것이다. 건국 240년의 미국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인들에겐 3명의 아버지(國祖)들이 있다. 첫째는 1620년에 메이플라워호로 영국을 떠나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에 식민지를 개척한 필그림 파더즈(Pilgrim Fathers)이다. 둘째는 18세기 후반 영국으로부터의 미국 독립 쟁취에 주체적 역할을 했던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이며 셋째는 미국 현대경제의 초석을 놓은 번영의 아버지들이다. 나라마다 민족과 국가건설에 기여한 조상에 대한 국민적 사랑은 있게 마련이나 자유방임으로 상징되는 미국인들의 국부(國父)에 대한 존경과 자부심이 이채롭다.역사학자들은 개신교의 '하나님 말씀'을 전도하려는 뉴잉글랜드 초기정착민들의 열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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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대기환경 개선과 '물' 지면기사
경유차·화력발전소·공사장 등한반도 뒤덮은 미세먼지로 불안고층빌딩에서 물 뿌리거나살수차로 제거하는 방식 좋을듯사용하는 물은 환경·비용 고려빗물·재활용수 쓰는게 바람직최근 필자를 생각에 잠기도록 이끈 뉴스가 하나 있다. OECD에서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질 지수' 관련 뉴스였다. 이 지수는 주거, 소득, 직업, 교육, 환경 등 11개 부문을 평가해 국가별 삶의 질을 가늠하는데,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38개국 가운데 28위였다. 필자가 특히 놀란 것은 우리나라 환경이 37위, 끝에서 두 번째라는 점이었다. 국제기구의 평가 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겠으나, 이 발표가 미세먼지나 이른 폭염 등 우리 현실에 비추어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어 마음이 적잖이 불편했다. 한반도 상공을 뿌옇게 뒤덮은 미세먼지는 사람들에게 많은 괴로움, 커다란 불안감을 준다. 해마다 봄철이면 되풀이되는 황사와도 다른데다가, 그 원인이 중국발 스모그만이 아니라는 것도 밝혀졌다. 여론이 들끓었고 경유차, 화력발전소, 공사장 비산먼지 심지어 고등어구이까지 수많은 물건과 현장이 주범으로 지목되었다. 관계기관 등에서 다양한 대책을 연이어 발표하였지만, 보다 명확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우리 경인지역은 대기상태에 특히 민감하다. 누구보다 맑고 깨끗한 하늘을 소망한다. 대한민국의 대표 관문인데다 오랫동안 황사에 시달려와서다. 여기에 미세먼지 문제가 새로 부각되면서 주민들의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이 가까운 지정학적 위치 외에도 화력발전소가 많고 제조업이 몰려있으며 화물차와 경유차 운행이 잦기 때문이다. 물론, 중앙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중국과의 환경외교, 화력발전소 폐쇄, 경유차 감축, 환경 부담금 등 각종 대책이 강구되고 있기는 하다. 이런 노력이 결국 성과를 거둘 것을 믿지만, 이와 더불어 '환경을 살리는 물의 역할'에도 새롭게 주목해 볼 것을 제안한다.실생활에서 먼지는 보통 물로 씻어 없앤다. 미세먼지도 고층빌딩 옥상에서 스프레이 형태로 물을 뿌려 국지적으로나마 농도를 낮추거나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살수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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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경제자유구역 '선택과 집중'이 답이다 지면기사
'수도권-지방' 이분법적 논리 여전히 못 벗어나'형평-분배'로 성장 막고 꽁꽁묶인 규제도 문제정부, 제2의 도약 맞아 완화정책·전폭 지원 절실지금 세계는 저성장과 장기불황 국면으로 치열한 무한 경쟁시대를 맞이함에 따라, 세계 각국은 대도시권 경제자유구역(FEZ)을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대도시권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투자확대와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후발국들은 FEZ 육성을 통해 선진국 추격과 경쟁에 총력을 기울여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지난 2003년 8월 우리나라의 최초 FEZ로 지정돼 올해 13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의 성과는 눈부시고 놀랍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말 현재 누적 FDI(외국인 직접투자)는 83억300만달러이고, 지난 한해에는 12억600만달러 유치로 우리나라 전체 8개 FEZ의 82%를 점유, 다른 FEZ를 압도한 경제자유구역 1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경쟁도시와의 비교에서 현대경제연구원의 동아시아 특구 경쟁력평가보고서(2015년)에 의하면 중국 선전,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보다 낮은 경쟁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IFEZ는 인프라 부문에서는 우위를 점했으나 시장의 매력도와 투자의 효율성 부문에서는 경쟁력이 하위수준으로 작금의 현실은 어둡다고 할 수 있다.FEZ는 외자 유치나 지역균형발전의 문제로 다룰 일이 아니며 '선택과 집중'의 논리에서 나온다. 그런데 지역 안배의 정치논리를 남발하다 보니, 1도 1특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며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래의 성장동력을 창조하는 인프라와 규제 완화가 적용되는 FEZ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형평과 분배의 논리가 곳곳에서 성장의 길을 가로막고 꽁꽁 묶여있는 규제들이 문제이다.IFEZ의 경우 국내 대기업의 공장 신설을 제한하는 수도권 규제로 개발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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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망하면 이가 시리다 지면기사
얼마 전, 수도권 물류기업 경영자들의 소모임에 다녀왔다.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밝지 않은 분위기였고, 그 자리에서 뇌리를 스친 고사성어가 바로 '순망치한'이다.우리는 1997년 '일시적' 금융위기 때, 알짜배기 기업과 부동산들이 해외의 '먹튀' 투기꾼들에게 사냥감이 됐던 씁쓸한 기억을 품고 있다. 구조조정이 잘되어 경기가 회복되고 보니, 엄청난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어 남 좋은 일이 되고 말았다. 이번 세계경제위기 속의 구조조정도 해운업은 작은 시작일 뿐, 조선, 건설, 철강 등 기존의 주력산업치고 21세기에 최적화되도록 살갗이 벗겨지는 환골탈태를 앞두지 않은 부문이 없을 정도다.물론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대기업들이 혹시라도 시대착오적인 방만한 족벌 경영, 비합리적 조직문화, 중대한 경영판단 실책이나 불법·탈법 등으로 현 사태를 야기한 측면이 있다면, 그 책임은 엄중히 물어야 한다. 하지만 정의구현 일변도의 속 시원한 극약 처방으로 국적선사가 고사하여 멸종되기라도 한다면 그건 더 큰 위기를 자초하는 셈이다. 조만간 세계 경제가 회복됐을 때, 우리 무역업계는 지금껏 집구석 호랑이로 국내 물류업계만 닦달해온 처지에, 글로벌 물류 공룡들에게 휘둘리는 영원한 '글로벌 을'의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테니 말이다. 입술이 망하면 치아가 시린 법이다. 그러니 미우나 고우나 내 자식을 키워내야 하고, 매서운 회초리로 다스리더라도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반듯한 세계적 일꾼으로 성장시켜 놓아야 한다고 본다.이런 생각이 개인적 소회에 불과하다거나 무역업계의 시각치고는 새삼스럽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2004년 화물연대파업으로 항만과 컨테이너야드가 텅텅 비고 해외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곤욕을 치른 바 있었다. 그 당시 무역협회는, 물류비 절감으로 국제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물류업계를 압박만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무역업계에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고, 무역과 물류가 '상생 동반자'라는 사실을 절감했다.이에 따라 무역협회는, 2005년에 출범한 인하대 물류대학원과의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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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연예인들 잇단 성스캔들… 범죄성립 요건은 지면기사
최근 유명 개그맨 유상무의 성 스캔들 사건이 터졌다. 유상무는 상대가 자신의 여자친구인데 술에 취해 실수로 고소한 것이라는 입장이고, 여자는 고소취소를 다시 철회하였고 유상무의 말과는 다른 주장이다. 이러한 연예인 성 문제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서로 좋아 성관계를 했다는 주장이고, 상대 여자는 강제로 당했다는 주장이다. 강간죄가 성립되려면 폭행이나 협박으로 상대방을 겁을 주어 성관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폭행·협박이라 함은 반드시 상대방의 반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면 충분하다. 마취제·수면제 등을 사용하거나 최면술을 걸어도 여기서 폭행에 해당된다. 다만 그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유형력 행사가 없어도 협박만으로 강간죄가 인정될 수 있다. 말로만 협박하였다고 해도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른 것으로 보아 강간죄가 인정된다. 유부녀인 피해자에 혼인외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성관계를 가진 경우, 혼인외 성관계 사실의 폭로는 명예손상, 가족관계의 파탄, 경제적 생활기반의 상실 등 생활상의 이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강간죄가 성립된다. 결국 말로만 하는 협박이라도 그것이 상대방의 반항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면 강간죄가 성립된다고 봐야 한다.평소 관계나 성관계 전후의 사정 등에 비춰 강간죄가 부인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성범죄는 둘 사이에 은밀한 장소에서 벌어지고 양측의 상반된 진술 속에서 누군가의 말을 믿어야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그 구별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판례를 보면 강간당한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가해자와 연락을 취하고 가해자의 차에 동승하는 등의 행동을 한 경우 강간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또 남자와 피해 여성이 전화로 사귀어 오면서 음담패설을 주고받을 정도까지 되었고 사건 당시의 정황으로 보아 여성이 충분히 구호요청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은 경우 강간죄가 부인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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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친일, 그 자기기만의 역사를 넘어 지면기사
인천연극계나 문단에서함세덕을 기리고 싶은것은 당연그의 뛰어난 성과와 과실조차안타깝게 이해하는 날 올것그가 남긴 작품 깊이있게 탐구사색하며 실천하는게 중요지난 7일 인천 문학시어터에서는 인천연극협회 주관으로 '함세덕과 인천연극의 미래'라는 주제로 작은 포럼이 열렸다. 2015년이 탄생 100주년이었으나 변변한 기념행사도 준비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공유된 자리였다. 함세덕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인천이 낳은 한국근대연극사 최고의 작가이다. 그러나 친일과 월북으로 그의 문학이 제대로 조명되고 해석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렸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친일부역행위가 명백한 인물을 기념하는 사업에 공공재원을 지원받을 수는 없다. 당연한 일이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불공평하게 시행되고 있는 현실이나, 과실 때문에 공적으로 기릴 수 없는 불합리한 지점을 들어 재고를 요구하기도 하며 심지어 당시에는 누구나 친일을 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더 이상 이를 거론하지 말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친일은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리고 이는 아예 거론되지 않거나 누구나 다 그랬다는 합리화로는 절대 극복될 수 없다. 친일의 문제는 현재에도 청산되지 않았고 이는 우리 사회 전 영역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거론할 수 없으니 간단하게 문학의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의 판단으로 친일문학은 일종의 자기기만의 결과이다. 친일작품을 심층 분석하면 대부분 친일부역을 강요받는 자아와 이를 용인하는 자아가 복잡하게 뒤엉켜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식민지 조선의 대부분 작가는 식민지 조선인이 평등하게 일본제국의 신민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친일작품의 1차 주제는 일본제국을 찬양하고 전쟁참여를 독려하며 희생과 헌신을 예찬하는 것이었다. 스스로 믿지 못하는 것을 외칠수록 표현은 과격해지고 목소리는 높아졌으며 종국에는 한낱 식민지의 소모품인 주제에 제국의 지배자처럼 사고하고 산 채로 먹히면서도 그것이 영광이라고 호도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것이 현재도 남아있는 친일문제의 일원인 것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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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의 음악살롱] 잠비나이와 포스트국악(Post-gugak) 지면기사
영국음반레이블 벨라유니온(bella union)에서 잠비나이(JAMBINAI) 음반이 전 세계에서 동시 발매된다. 한국음악의 세계음반시장 진출과 관련한 커다란 성과다. 그간 한국정부의 노력으로, k-pop이 세계에 널리 알려진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외국음반사가 한국 아이돌의 k-pop을 음반으로 출시하려 하진 않는다. 잠비나이는 음악 외적인 어떤 도움도 없이, 오직 그들의 음악만으로 서구음반시장에 진출했다! 이런 사실은 k-pop의 해외공연과 관련 홍보성 뉴스보다도, 대한민국에서 훨씬 비중 있게 다뤄야 하지 않을까? 잠비나이는 국악기를 기본으로 한다. 피리(이일우), 해금(김보미), 거문고(심운용)의 트리오밴드다. 그들의 음악의 가치는 무엇인가? 잠비나이를 장르로 얘기하자면, '포스트록(Post-rock)'이다. 그간 한국에서 록그룹의 연주에 태평소와 같은 강렬한 메탈사운드가 합쳐진 적도 있었다. 언뜻 생각하면, 잠비나이가 다루는 세 개의 악기는 록에 전혀 적합한 악기가 아니다. 잠비나이는 세 악기 간의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내면서, 독특한 그들만의 사운드를 만들었다. 이런 것이 전 세계의 록팬을 열광시켰다. 한국의 민속악기가 록음악의 하나의 돌파구를 제시한 셈이다. 잠비나이는 결코 퓨전국악이 아니다. 2000년대부터 시작한 퓨전국악의 성과를 크게 인정한다. 재즈와 만나고, 힙합을 만나면서, 국악 혹은 국악기를 알렸다. 이런 퓨전국악은 불특정다수가 좋아하는 대중성에 연연하는 면이 강하다. 잠비나이는 다르다. 잠비나이뿐 아니다. 현재 해외 유명페스티벌에서 크게 부각되고 있는 숨'su:m'과 거문고팩토리는 다르다. 거슬러 올라가면, 공명이 있다. 이들의 음악을 이제 더 이상 퓨전국악의 범주에 넣지 않길 바란다. 왜냐? 이들은 기존의 퓨전국악팀들이 지향했던 '국악의 대중화'를 생각지 않는다. 더불어 그들의 음악을 '국악'이라고 불리는 것도 때론 불편해 할지 모른다. 그들은 자신의 음악을 하는 거다. 그 수단으로서 국악기가 존재하는 거다. 그렇다면 잠비나이와 같은 음악을 뭐라 해야할까?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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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연인] 연애의 단면(斷面) 지면기사
애인이여당신이 나를 가지고 있다고 안심할 때 나는 당신의 밖에 있습니다.만약에 당신의 속에 내가 있다고 하면 나는 한 덩어리 목탄에 불과할 것입니다. 당신이 나를 놓아 보내는 때 당신은 가장 많이 나를 붙잡고 있습니다. 애인이여나는 어린 제비인데 당신의 의지는 끝이 없는 밤입니다. 김기림(1908~미상)사랑은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알면서 그것에 집착한다. 당신 안으로 다가가면 당신 밖에서 저 만치 가 있는 "애인이여" 처음부터 서로의 것도 아니면서 구속하고, 누구의 것도 될 수 없으면서 속박하며 "당신의 속에 내가 있다고" 믿는 어리석은 그 이름 "애인이여" 사랑이라는 그 달콤한 말로 억압하면 할수록 검게 그을린 '한 덩어리 목탄'일 뿐, 자유를 허락할 때 '나를 붙잡고' 있던 '끝이 없는 밤'을 날아서 실체도 없는 '연애의 사각지대'에서 해방되지 않던가./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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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코딩교육과 문맹탈출 지면기사
자신의 목적 '최적 알고리즘' 설계하는 능력돼야대학입학·취업률로 교육 잘되고 있는지 척도 삼아취업 측면에서 이젠 평생교육이 필요한 시대 도래어린 시절에 대나무와 창호지를 가지고 연을 만들어 본 사람은 그 연이 하늘 높이 올라갈 때의 성취감을 기억한다. 고난이도의 조립식 장난감을 완성해본 사람은 그게 그렇게 자랑스러웠다. 자신의 손으로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낸 경험은 그래서 늘 특별하다. 요즘에는 스스로 프로그래밍한 소프트웨어가 자신의 의도대로 신기한 일을 해낼 때 통쾌감을 경험하는 아이들이 많다. 음악이나 미술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처럼, 프로그래밍은 아이의 머릿속 상상을 세상에 구현하는 새로운 통로가 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프로그래밍, 즉 코딩(coding)을 가르쳐야 한다는 흐름이 생겼다. 이미 영국이 교육과정에 코딩 교육을 도입했고, 미국이 여러 주에서 도입을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곧 시작된다. 단순 코딩은 번역과 비슷한 과정이라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잘할 수밖에 없고, 이런 기술만을 숙련해서는 미래에 쓸모가 높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통역을 대신하게 돼도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여전히 미래를 위한 좋은 투자지 않나. 접할 수 있는 세상이 훨씬 커지니까.코드카데미의 자크 심즈 창업자가 얼마 전에 방한했다. 코딩에다 가르치는 곳이라는 뜻의 아카데미를 조합한 코드카데미는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기업이다. 전 세계에 수천만 명의 이용자를 두고서 세계적인 코딩 교육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그가 강연한다고 하길래 코딩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강연이려니 했는데, 뜻밖에도 그가 강조한 것은 수학 문맹(computational illiteracy) 해소였다. 계산적 읽고 쓰기(computational literacy)는 계산을 잘하는 능력을 뜻하는 게 아니다.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는 과정인 알고리즘 설계 능력이 대부분이고, 이를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코딩 능력이 나머지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방식들 중에서 최적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