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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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에세이] 불합리에 신음하는 박물관, 소통으로 극복하다 지면기사
공익시설 불구 각종규제 발목문화발전 앞장 마을리더 조차경제적이유 부정적 의견 팽배국민 수준 운운 ‘불통’ 자초한문화전문가 스스로 반성 절실사회적 가치 알리기 나서야얼마 전 지인들과 사회 불합리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던 기억이 난다. 각자 겪었던 불합리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진실이 통하는 합리적인 사회를 디자인해 보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해되지 않는 여러 일들을 겪게 된다. 그 때마다 우리는 누군가를 탓하며 불합리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게 되고, 변화를 시도하며 목청을 높인다. 그러나 변화되지 않는 사회시스템에 스스로 지쳐 자신만의 보호막을 만들고 불통의 늪으로 빠져 들게 되는 듯하다.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사회는 이렇게 형성되어 가는 것이리라. 결국 합리적이고 갈등 없는 사회는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고 진정한 소통을 위해 모두 노력할 때 가능한 것임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진정한 소통은 나의 말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세에서 비롯됨을 언젠가 무심코 읽었던 ‘예수님은 온 몸이 귀였다’라는 글귀에서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에겐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경청하려는 귀는 없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타인을 비방하고, 불합리를 비판할 입만 있는 것은 아닐 는지. 모든 것을 비워내고 또 다른 채움을 위해 침묵으로 귀를 여는 자연의 움직임에서 진정한 소통을 배우게 된다.박물관을 운영하면서 불합리한 상황을 수없이 겪게 된다. 관람객 편의와 안전을 위해 진행되는 일들이 범법이 되고, 국민의 문화 향유와 발전을 위해 진행되는 일들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터부시 되고, 개인이 설립해 운영하는 박물관은 공익을 위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규제로 불이익을 당하는 등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심심찮게 펼쳐진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될 때 마다 이해와 소통을 위한 노력보다 국민의 문화수준을 비판하고, 불합리한 사회를 비난하는 것으로 상처 받은 마음을 위로하며 불통의 벽을 높였던 듯하다. 며칠 전 지역 문화발전의 일환으로 기록화 사업을 구상하는 마을 리더들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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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꿈·끼 있는 과학인재 위한 환경 만들어야 지면기사
우수한 인재 양성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말을 많이 하곤 한다. 인재는 학교 교육과 지역 사회의 지원으로 길러진다. 특히 과학에 대한 꿈과 끼를 펼치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일환으로 특수목적고가 있다. 특수목적고가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 위주의 교육기관으로 전락했다고 비판받고 있지만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고 설립이 타당하다는 주장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경기도에서 지정 고시해 운영되는 특수목적고는 경기과학(영재)고와 경기북과학고 2개교뿐이다. 전국 단위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경기과학영재고를 제외하면, 일반 과학고는 1개교당 모집 정원이 100명이다. 각 시·도의 과학고와 모집 정원을 보면 서울 2교에 300명, 인천 2교에 170명, 경기 1교에 100명, 대구·경북 3교 160명, 부산·울산·경남 5교 500명, 대전·충남 2교 155명, 전남 1교 80명, 전북 1교 60명, 강원 1교 60명, 충북 1교 60명, 제주 1교 40명이다. 학생 수 측면에서 보면 경기도 학생 수는 초등학생 총 73만2천여명이고 중학생 44만여명이다. 부산·울산·경남은 학생 수가 경기도의 70.4% 정도인데도 과학고 모집 정원은 400명이나 많다. 과학고는 학생이 거주하는 시·도 내에서 선발하는데, 그만큼 경기도 과학 꿈나무들이 교육적 차별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교육부가 일반고에 지정·운영하는 과학중점고 현황을 살펴봐도 경기도권 학교는 21개교로 20.1%에 불과하다. 또 과학·외국어·영재 교육 활성화 지원을 위한 올해 도교육청 예산이 지난 2013년도에 비해 48% 급감했다. 우리는 경기도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갈증과 희망을 너무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이쯤 되면 경기도에 과학고가 추가로 설립돼야 한다는 명분이 충분하다. 기초 과학의 중요성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 문을 활짝 열어 주고 진로 선택의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기초과학이 육성될 수 있고 우리나라가 더 큰 과학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 특혜성 차별 교육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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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수질오염 차단’ 굴포천 국가하천 지정을 지면기사
굴포천은 인천 부평구에 있는 금마산 칠성약수터에서 발원해 부평구와 경기도 부천시, 김포시를 거쳐 한강으로 흐르는 하천이다. 굴포천은 하천 유역 중 40%가 한강 수위 이하의 저지대로, 과거부터 집중호우 시 침수 피해가 되풀이되던 하천이다. 1987년 7월 사망 16명, 이재민 5천427명 등 굴포천 유역에서 집중호우 피해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국가는 1992년 12월 굴포천 방수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여러 이유로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지 못했다. 1999년 8월 집중호우로 또다시 이재민 2천539명, 농지 침수 21.72㎢, 주택·공장 침수 798개소 등 치수사업이 진행되는 기간에도 수해는 계속됐다. 2008년 이후 굴포천 방수로 사업은 4대강 사업의 하나인 경인아라뱃길 사업으로 변경됐다. 국가가 아라뱃길 사업을 통해 굴포천의 ‘홍수 예방’과 ‘뱃길 조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아라뱃길 오염 방지를 위해 굴포천의 물이 아라뱃길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보(洑)가 설치됐다. 이 때문에 굴포천은 과거보다 유속의 흐름이 거의 없는 호수로 변모했다.굴포천의 물이 정체되면서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비가 올 경우에는 홍수 예방을 위해 보를 여는데, 이 물이 아라뱃길 녹조 발생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염분 농도 차이에 의해 민물고기 떼죽음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보 때문에 물이 썩고, 비가 올 때만 보를 열다 보니 굴포천과 아라뱃길 모두 수질오염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고자 인천시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수십 차례 중앙정부에 굴포천을 국가하천으로 지정·관리해 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타 시·도와의 형평성과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거절하고 있는 상태다.굴포천이 국가하천으로 지정되어야 하는 이유는 하천 길이가 15.31㎞, 유역 면적이 131.75㎢, 인구 200만이 넘는 도심지를 관류하는 하천으로 ‘하천법’ 제7조 규정의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아라뱃길을 조성하면서 굴포천을 거대한 호수로 변모시킨 점, 굴포천과 아라뱃길을 함께 관리할 때 수질오염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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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강한 물과 청정에너지를 만드는 K-water 지면기사
최근 독일의 한 자동차 회사의 탄소배출량 조작 스캔들이 터지면서 탄소배출이라는 화두가 매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탄소배출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로 석유, 석탄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많이 배출되며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전력생산의 60%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후손에게 푸른 지구를 물려주고 언젠가는 고갈되는 자원인 화석연료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 중에 하나는 바로 깨끗하고 고갈되지 않는 청정에너지 자원(물, 바람,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신재생에너지의 중심에는 바로 K-water가 있다.K-water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총 시설용량의 25%인 1천335㎿를 운영하는 국가 신재생 에너지 1위 기업으로서, 수력, 풍력, 태양광 등 100%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K-water는 2013년 국가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22%에 달하는 30억㎾h 규모의 청정에너지 생산으로 매년 135만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508만 배럴의 유류수입 대체로 5천800억 원의 외화를 절약하는 성과를 거두는 등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 및 전력공급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지금의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K-water 팔당권관리단은 남양주시 와부읍에 위치한 덕소정수장내 정수지를 활용하여 K-water내 최대 태양광 발전시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정수장내 태양광 발전은 주로 건물 옥상에 소규모(시설용량 1㎿이하)로 설치했으나, 팔당권관리단은 정수장내 저수 용도로만 활용되던 정수지 상부 유휴부지에 금년 상반기부터 실시설계 및 구조적 안전성 검증 등의 절차를 거쳐 시설용량 1.01㎿ 규모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 개발 사업을 지난 9월에 착공했다. 이달 중 완공 예정인 이 시설이 발전을 개시하게 되면 기존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시설용량 0.33㎿)을 포함, 연간 약 1천534㎿h(시설용량 1.34㎿)의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게 될 전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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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기후변화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전환해야 지면기사
송도국제도시 기상·기후산업 클러스터 조성 최적교통·정보·행정인프라 모두 갖춰 유리한 조건‘기후변화 대응 메카’ 되려면 과학관 설립 시급기후변화가 갈수록 심화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 및 적응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한편, 이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이러한 흐름에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9월 제70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이 부담이 아니라, 기술혁신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필자 역시 이러한 흐름에 공감하고,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기상·기후산업 클러스터 조성 및 기후과학관 설립을 위한 토론회를 지난 4일 기상청·한국기상산업진흥원·인천시와 함께 개최한 바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기후변화 위협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내실 있는 논의가 이뤄졌기에 그 내용을 조금 소개하고자 한다.첫째, 최적의 입지를 가진 송도국제도시에 기상·기후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다.기상산업은 대표적인 융복합 산업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기상정보 제공은 물론 날씨경영 컨설팅, 응용소프트웨어 개발,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연관 비즈니스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 산업이다. 이미 한 유명 제과업체에서 식품업계 최초로 기상·매출 관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날씨 판매지수’를 개발, 보급해서 한 달 만에 조리빵 매출이 30% 증가하는 등 기상산업의 부가가치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기상산업은 전체 기업의 약 46%가 10인 미만의 소기업이며, 전체 기상기업의 평균 매출액이 5억 원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할 뿐만 아니라, 산업 구조에서도 장비업이 80%를 넘고 서비스업은 10%에 불과한 기형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제1의 국제도시이자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에 기상·기후산업 클러스터를 만든다면 집적 효과를 통한 기상산업 발전 유도는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함께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클러스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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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경기도와 ‘장보고 프로젝트’ 지면기사
도내 어장에서 생산된 김 등다양한 수산식품 가공 개발중국시장 적극 공략해야 한다해상무역 판도 바꾼 장보고처럼한중FTA 위기를 기회 삼기위해철저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필요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수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 ‘장보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해상왕’ 장보고의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여 우리 수산물 수출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우선 수출 스타품목인 ‘김’을 집중 육성 지원한다. 장보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최근 중국 상해에서 한국 수산물 홍보행사(K-Seafood Fair)도 개최했다. 중국 오피니언 리더를 초청하여 세미나를 개최하고, 한국 수산물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한국 수출업체와 중국 바이어 간 만남의 장도 마련했는데, 한국 수산물에 대한 중국 현지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 중국검험인증그룹유한회사(CCIC)로부터 한중 농수산식품 교역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패도 받았다. 과거에는 김이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소비되는 품목이었고, 그나마 한인마켓에서 반찬용 위주로 소비되었다. 최근 김의 수요는 다양하다. 밥과 같이 먹는 반찬용도를 넘어서 간식이나 안주용 스낵으로 김을 즐긴다. 김 소비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 스낵김, 조미김 등 다양한 신상품이 외국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증대시킨다. 국내 업체들도 어린이용 김, 불고기맛 김 등 다양한 신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외국인 소비자들을 겨냥해 수출용 김은 바삭바삭하게 가공하고, 여러 가지 맛을 가미한다. 2012년 aT는 세계 3대 요리학교 중 하나인 미국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와 공동으로 글로벌 김 메뉴 요리책자를 펴낸 바 있다. 요리 시연회에서 서양음식으로 변모된 김은 인기가 대단했다. 유럽, 남미 등 전 세계를 상대로 충분히 수출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맛과 영양 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현대인의 취향에 알맞기 때문이다.김은 해외에서 칼로리가 낮고 단백질, 비타민 함량이 높은 ‘웰빙식품’으로 통한다. 소비패턴 변화와 수출증대 노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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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9년 7개월간의 봉사(奉仕) 지면기사
그간 몸담았던 인천시노인인력개발센터 회장직을 그만두게 되었다.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10여 년이라는 긴 시간도 그러하거니와 기관책임자이며 노인이기도 한 당사자로서 최선을 다하여 열정을 쏟았기 때문일 것이다.전국 최초로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담기관이 인천에 설립되고 그 초대 회장직을 위촉받아 취임한 것이 2006년 5월이었으니 계산해보니 9년하고도 7개월이다. 비록 비상근이기는 하였지만 시장이 세 번이나 바뀌는 동안에도 계속 그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노인관련기관장이라는 것이 권위를 나타내는 자리가 아닌 순수한 봉사자로서의 자세와 헌신을 요구했기 때문이라 믿는다.그동안 일곱 번에 걸쳐 노인일자리경진대회를 개최했고 일하는 노인 전국대회도 개최하여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특화사업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바리스타를 양성하고 공공기관에 실버카페를 운영하면서 시민들에게는 양질의 식음료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노인들에게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노인독서지도사 양성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더욱이 내년부터 추진하는 실버택배사업은 민관협력의 모범사례로 노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이 될 것이다.인천이 노인 일자리 창출 부문에서는 전국 최초, 전국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시민사회가 함께 공감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얻을 수 없는 자랑이다. 이러한 정성에 맞게 인천시가 전국 노인일자리사업 종합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기관의 영예를 얻었다. 필자는 그 일부를 담당하면서 미력이나마 일조하였다는 긍지와 보람을 가지고 있다.뿐만 아니라 필자는 노인복지증진을 통하여 국가 사회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기도 하였다.이제 이 봉사 자리도 법이 바뀜에 따라 그만 두게 되었다. 금년 12월 4일부터 65세 미만의 상근자가 회장으로 근무하도록 사회복지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정들었던 자리를 물러난다고 하여 본인이 당사자인데 어찌 노인에 대한 관심이 식을 수 있을 것인가.노인일자리 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 함께 해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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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원화성과 행궁의 풍수 지면기사
수원화성과 행궁은 조선 후기 건축의 백미로 꼽힌다. 그런데 이 명품 문화재에 대한 연구서나 안내 책자들을 볼 때면 언제나 일말의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휴대전화를 빠뜨리고 외출한 것 같은 허전함과 불편함이 있는 것이다. 그 공복감의 정체는 다름 아닌 풍수에 대한 고려를 놓친 데서 생겨난 문화적 허기다.‘풍수’는 자연과의 조화와 최적의 장소를 찾기 위한 생활철학이다. 그럼에도 풍수를 허황된 잡술로 보거나 땅에 대한 학문으로 보는 관점이 있다. 명당을 찾는 기복적 잡술로 보든 땅과 공간에 대한 감여학(堪輿學)으로 추켜세우든 어쨌든 풍수는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의 사고와 생활을 지배해 온 오랜 관습임에 분명하다. 조선 건국 이래 수도의 지위를 지키고 있는 서울도 왕궁은 남쪽 방향으로 둔다는 군자남면설(君子南面說), 왕궁 앞에는 조정을 두고 뒤편에는 시장을 둔다는 전조후사(前朝後肆), 좌측에는 종묘를 우측에는 사직단을 둔다는 좌묘우사(左廟右社) 등의 원칙을 밝힌 ‘주례’와 음양오행설에 따른 사대문의 배치와 작명 등 철저하게 풍수설에 따라 조성된 도시다. 상왕(上王)의 도시 수원은 유학과 풍수설에 입각하여 조성된 작은 한양이었다. 청계천처럼 도심의 한복판을 흐르는 수원천이 있고, 도성과 궁궐에 버금가는 화성과 행궁이 있으며, 보신각에 해당하는 여민각을 뒀다. 또 좌묘우사의 원칙에 준해 행궁 좌측에 화령전을, 우측에 향교를 갖췄으니 수원은 유학과 풍수설이 합작해 만든 조선 최대의 계획 신도시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수원의 풍수는 어떨까? 바로 이 점이 기존의 인문학에서 놓치고 있거나 오불관언(吾不關焉)하고 있는 대목이다. 수원화성에서 눈여겨봐야 할 풍수의 포인트는 화성행궁과 동북각루, 곧 방화수류정이며 명당이 아닌 곳을 명당으로 조성하려 한 선조의 지혜다. 우선 수원 토박이들이 ‘용두각’으로 부르는 방화수류정은 수원화성의 절정이며 지기가 뭉치고 응결된 곳에 세워진 예술품이다. 총 576칸에 달하는 화성행궁 역시 조선 최대의 행궁으로 양기풍수와 비보풍수의 절정을 보여준다. 수원의 진산은 광교산이고 팔달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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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YS에 대한 인천 기억과 인물 재조명 지면기사
강화·옹진 편입과 송도 갯벌매립 신도시조성 결정하나회 해체 ‘軍정치개입 차단’ 군부통치 종식시켜산업·민주화… 지금의 대한민국 만들어 낸 디딤돌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로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수 놓았던 민주화 세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6년 전 세상을 떠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양김으로 불리며 부국강병이 최우선이라는 산업화 세대의 국가우선론에 끈질기게 저항하고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해온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의 법칙은 거스를 수 없다지만 한 시대를 이끌었던 두 사람을 모두 보내니 새삼 허망하고 안타깝다.김영삼 전 대통령은 인천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인천이 지금처럼 넓은 면적을 가진 국제도시로 자리매김 한데는 그의 공이 크다. 강화와 옹진을 경기도에서 떼어내 편입시켰고 김포의 검단면이 인천의 시계로 들어온 것도 김 전 대통령 재직시절이다. 갯벌로 남아있던 송도 앞바다를 매립해 신도시를 만들도록 결정한 것도 그였고 인천공항을 세계적인 공항으로 키우도록 한 것도 그였다. 지금 인천의 모습은 기실 김 전 대통령에 의해서 자리매김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어쩌면 김 전 대통령은 투옥과 연금이 반복되고 국회의원직에서 조차 제명당하던 1970~80년대의 엄혹한 시기를 민주화의 소명의식으로 버텼고 그 과정에서 노동운동과 인권운동의 성지로 자리매김하며 수도권의 민주화 전진기지 역할을 해온 인천에 대해 동지의식이나 부채의식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에 대한 갑론을박은 현대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이승만과 김구 박정희와 김대중에 대해서처럼 현재 진행형이지만 꼭 첨언 하고 싶은 게 있다. 미시적으로 보지 말고 거시적으로 보고 부분으로 판단하지 말고 전체를 보고 평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며 90년 노태우 대통령의 민정당과 전격 합당해 여당정치인으로 변신한 김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시비가 분분하지만 92년에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 보여준 행보는 왜 합당을 결심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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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불원지복: 머지않아 회복한다 지면기사
일제 강점기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일제에 항거한 독립투사들의 가슴속에 간직한 태극기에 쓰여있는 글자가 ‘不遠復’이었는데 바로 가까운 장래에 나라를 되찾는다는 예언과 의지를 담은 글자이다. 자신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누구든 빨리 되찾고 싶어하는데 잃어버리자마자 빨리 되찾는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을 택시 안에 놓고 내리면 종일 그것을 찾을 생각에 궁금해하고 걱정하는 경험을 떠올려보면 짐작이 간다. 공자는 사람이 잃어버린 것 가운데 소중한 마음이야말로 빨리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제자 안연의 태도를 들었다. 안연은 도덕적 허물을 지으면 그것을 빨리 알아채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았다고 칭찬하면서 ‘不遠復’을 실천한 대표적 지성인으로 평가했다. 그런 안연이 30대 초반의 나이로 숨을 거두자 공자는 애석해 하면서 그가 머지않아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염원하였다. 불가 三生의 윤회를 믿지 않더라도 안연이 지닌 도덕 정신이 현대에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의미 정도로 보면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 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사람이 죽으면 돌아오라고 망자의 옷을 흔들며 이름을 부르며 ‘復’을 세 번 외치는 풍속이 있었다. 다시 돌아오라는 외침이다. 사람은 성인이든 범인이든 누구나 죽는 것은 정해진 사실인데, 누구는 죽으면 다시 돌아오라고 사람들이 외치고 누구는 다시는 돌아와서는 안 된다고 외친다. 다시 돌아와 달라고 외치는 사람은 살아있을 때 자신의 허물을 빨리 고쳐 소중한 마음을 회복했던 사람이 아닐까 싶다./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