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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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엄마와 아이에게 필요한 ‘30㎝’ 지면기사
엄마가 된다는 건 참 대단한 사건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자신이 엄마가 됐다고 생각했는지 물으면, 그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다양하다.누군가는 아이의 심장소리를 들은 직후부터 엄마가 됐다고 느끼는 한편, 또 다른 누군가는 아이를 낳고도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단다. 그런데 참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건 처음 아이에게 젖을 물렸을 때, 남편의 아내에서 아이의 엄마가 되었구나 하고 새삼 실감한다고 한다. 모유 수유를 통해 아이는 건강한 영양분을 제공받고, 엄마와의 유대감을 형성한다. 모유 수유라는 건 이렇게 신비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실은 모유 수유는 가장 자연스러운 자연의 섭리이며 인간의 본성이다. 그런데 가끔은 이러한 모유 수유의 가치를 너무나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쉽게 대체가 가능한 거라 치부해 버리거나, 숨겨야만 하는 부끄러운 일인 양 언급하는 걸 삼가는 것이다. 또한 수유의 사회적 환경 열악 등으로 수유를 포기하는 일도 많다. 하지만 모유 수유는 그렇게 가벼이 여길 문제가 아니다. 모유는 임신 7개월부터 유방에서 만들며, 이 때 초유는 성숙유에 비해 단백질과 비타민 A가 더 많다고 하며 아이의 정서적인 성장에 도움을 주고 모유를 먹이면서 아기와 대화를 하고, 눈을 맞추며, 스킨십을 함으로써 아기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게 되어 뇌 성장 발달을 촉진한다. 반대로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자궁수축을 촉진하여 산후 출혈을 줄이고 유방암과 난소암의 위험이 적어지는 장점도 있다.이처럼 모유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며, 아이랑 엄마 관계의 시작점인 만큼 쉽게 포기할 것도 아니다. 다행히도 최근 모유 수유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어 지자체에서 관련 조례 제정에 나서고 있다. 현재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군포시 관공서 27개소 중 모유 수유 관련 시설을 갖춘 기관은 10여 곳에 불과하다. 또한 수유시설에 관련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서도 관련된 편의시설이 그저 ‘권장사항’으로 되어 있다. 모유 수유에 대해 매우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조금씩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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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 대한민국의 새 관광모델 ‘양평 헬스투어’ 지면기사
자연요법 통해 건강·레저 즐기는 ‘신개념 여행상품’숯가마 찜질·시골밥상·마을길 걷기등 ‘힐링 만끽’미래성장동력 6차산업 연계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얼마 전까지만 해도 메디컬 투어(의료관광) 상품이 국내외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헬스투어는 의료관광과 같이 건강과 여행을 접목한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광의의 헬스투어 영역 안에 의료관광도 하나의 요소다. 그러나 의료관광은 사후 치료목적이 강한 반면,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의 개념은 약하다. 헬스투어는 이를 보완한 만성질환 치료부터 건강증진, 레저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충족한다. 또한 보고, 먹고, 체험하는 농촌관광과는 달리 여행과정에 걷기, 온천욕, 산림욕 등 자연요법을 도입해 건강과 관광을 함께 즐기는 신개념 여행상품이다. 이는 에코테라피(자연치료요법)로 가족 중심의 건강을 도모하는 새로운 개념의 보양관광이다. 한마디로 ‘양평 헬스투어’란, 양평군의 청정 자연환경을 온몸으로 느끼고, 과학적인 근거에 기초해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증진하는 건강여행이다.양평군은 최근 양평의 미래를 이끌고, 우리나라 관광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을 ‘양평 헬스투어’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지난 9월 ‘1박 2일 소리산 코스’ 상품 출시를 시작으로 11월 3일 ‘양평 헬스투어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해 헬스투어의 방향을 제시하는 등 본격화에 시동을 걸었다. 양평은 상수원 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로 묶여 개발의 여지가 없는 반면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천혜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살려 운영하는 헬스투어는 양평의 미래를 책임질 또 하나의 필수가 됐다. 소리산 코스 상품은 출시된 지 2달여 만에 벌써 16회에 걸쳐 364명이 참가, 입소문을 타고 예약문의가 이어지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또 국제 심포지엄의 경우 건강과 여행을 융·복합화해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새 관광모델인 만큼 토론자와 신문·방송 언론인,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며 높은 관심을 모았다.양평형 헬스투어는 보건복지플라자에서 기본 건강상태 확인을 시작으로 천혜의 자연 속에서 계곡트레킹, 크나이프요법, 기후요법, 지형요법 등 자연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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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년창업의 성공 조건 지면기사
초보자도 손쉽게 조종할 수 있는 미니드론, 애완동물 전용 탈취제, 누룩발효 더치커피… 일반 소비자들이 듣기에 생소한 제품일수도 있지만, 청년창업으로 성공한 업체의 대표 생산제품들로 소비자들의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남들이 대기업 취직과 공무원 시험에 청춘을 걸고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할 때 이 청년들은 과감하게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제품개발에 매달려 그들만의 성공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다.최근들어 청년들의 창업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청년창업오디션 및 각종 아이디어 경진대회가 열리고 있으며, 대박조짐이 보이는 제품의 경우 투자를 하겠다는 일반인 및 전문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어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들 또한 우후죽순으로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경험이 없는 청년창업자들이 창업을 할 때 난관에 부딪히는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제품을 만들기 위한 자금은 어떻게 조달할 것이며, 사무실 확보, 매출처 등으로 혼자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큰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다.이러한 청년창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하여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벤처·창업활성화를 위한 자금지원, 엔젤투자 등으로 청년들의 자금지원 제도를 마련해놓고 있으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각 시·도에 개소하는 등 창업공간 인프라 확충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필자가 소속된 중소기업진흥공단 경기지역본부도 지난 2012년 1월부터 청년전용창업자금을 지원,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꿈을 실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자금 뿐 아니라 경영 멘토링으로 재무 및 생산관리 등 혼자서 하기에는 벅찬 여러가지 경영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금년도부터 청년창업기업의 판로개척을 위하여 대형유통망 기획자(MD)와의 코칭 및 백화점을 활용한 현장판매전 개최 등을 통하여 전사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정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포함한 중소기업 유관기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요소는 바로 청년창업자들의 성공에 대한 의지와 경영마인드일 것이다. 단순히 창업한다고 해서 정부나 유관기관의 도움만 바라고 있을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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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의 눈] 멀리 사는 친척보다 이웃이 좋은 까닭 지면기사
며칠 전 식사준비로 분주한 이른 아침, 위층에 사는 S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침마다 라디오 볼륨을 높였던지라 혹여 불만을 표시하려는 게 아닌가 싶었다. S는 의외로 집에 혼자 자고 있는 아들을 깨워달라고 했다. 여러 번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대로 두면 학교에 못 갈 것이니 아이가 일어날 때까지 초인종을 누르거나 현관문을 세게 두드려달라는 것이다. S의 절박함이 묻어나는 전화에 맨발에 삼선슬리퍼를 끌고 위층으로 갔다. 얼마나 누르고 두드리고 했을까. S집 옆 호에 사는 분이 나오고 몇몇 이웃이 더 모여들고 S가 나에게 디지털도어록 비밀번호를 알려주기 바로 직전, S의 아들이 잠에 푹 전 목소리로 인터폰을 받았다.또 하루는 아래층에 사는 이웃 Y로부터 인터폰이 울렸다. Y와는 층간소음으로 심하게 다퉈 서로 얼굴을 붉힌 적이 있었다. 약간 긴장된 상태로 Y를 맞았다. Y 역시 S처럼 예상외의 말을 했다. ‘집에 디지털도어록이 고장 났는지 열리지 않는다. 열쇠수리점에 전화를 하려는데 휴대전화마저 집에 두고 나왔다. 휴대전화 좀 빌려줄 수 있겠냐’ 였다. Y 또한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일주일 동안 연이어 일어난 S와 Y의 일에 조금 당혹스럽고 어이없기도 했다. 근데 일이 다 해결된 뒤 마음을 가득 채우는 뿌듯함과 흐뭇함은 또 뭔가 싶었다. 그리고 내가 이웃에게 받았던 도움이 스멀스멀 되살아났다. 여행 갔을 때 쌓인 신문과 우유를 치워준 일, 급한 일로 어린아이를 맡겼던 일 등. 생활에서 잊힌 지 오래된 ‘멀리 사는 친척보다 이웃이 낫다’, ‘세 닢 주고 집 사고, 천 냥 주고 이웃 산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층간소음, 담배 연기, 애완동물 등으로 이웃 간에 불미스런 일이 자주 생기는 요즘이다. 이웃과의 사이는 어떠해야 할까? 어릴 적, 옆집 철수네 숟가락이 몇 개인지 이웃 사정을 훤히 아는 사이는 아직 내게 부담이다. 하지만 “이웃사촌이라고 급할 때는 떨어져 사는 딸보다는 한 지붕 밑에 사는 그 사람들이 더 의지가 되실 거 아녀요?” 라는 박완서 선생의 소설 속 문장에 공감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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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연인] 밤 지면기사
나의 이 그리움 당신이 가져가소서.나의 이 외로움 당신이 가져가소서.그러나 이 아픔 차마 못 드려 강물에 버렸더니밤마다 해일이 되어 내게로 다시 옵니다 도종환(1954~)밤은 거대한 ‘어둠의 입’을 가졌다. 저녁이 온다는 것은 어둠 속에 사로잡힌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캄캄해지고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도 눈을 뜨는 것이 있다. 가시광선의 파장으로 사물을 드러내는 빛처럼 ‘내면의 어둠’이 깊을수록 ‘그리움’과 ‘외로움’은 빛을 발한다. ‘나의 이 그리움’과 ‘나의 이 외로움’의 풍경은 잠들지 못하는 밤에, 더욱더 선명해지며 보이지 않던 것까지 보여준다. 기억의 저편에서 밀려오는 강물처럼 출렁이는 그리움의 물결은 외로운 밤을 그렇게 건너간다. 잊으려고 “이 아픔 차마 못 드려 강물에 버렸더니” ‘밤마다’ 더 큰 ‘해일’이 되어 찾아오는, 오늘을 당신은 살고 있다./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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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지면기사
이혼형태 변화는 유책주의서파탄주의로 형성돼 왔으며국가개입이 점점 줄고있다는 것자녀양육·재산분할 문제등은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차원서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우리나라에서 이혼은 협의이혼과 재판이혼으로 대별할 수 있다. 지난 해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협의이혼은 8만9천700건이었고, 재판이혼은 2만5천800건이었다. 부부의 한 당사자는 민법에 규정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재판이혼에 관한 우리 법의 특징은 상대적 이혼원인주의를 채용하여 개별적 이혼원인 이외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이유가 있을 때에도 이혼을 인정하고 있다. 법에서 정한 재판상 이혼원인에는 유책주의와 파탄주의가 있다. 유책주의란 배우자 중 일방이 혼인 의무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한 해 상대방에게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그 기능은 이혼원인을 제한하여 혼인을 유지하고, 파탄의 책임 없는 배우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 파탄주의란 부부당사자의 책임을 묻지 않고,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그 기능은 이미 파탄되어 회복 가능성이 없는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데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는 파탄을 이유로 책임이 없는 상대방에게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인정된다. 즉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기조로 유지하면서 예외적으로 파탄주의를 허용하고 있다. 지난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다. 이 판결 진행과정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6월에 공개변론을 열고 생방송 중계를 하는 등 세간의 관심을 모았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질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전면적으로 파탄주의가 도입될 것인가가 문제였다. 대법원은 15년 전 혼인 외의 딸을 낳자 가정을 떠나는 등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해 책임이 있는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한 사건에서, 남편은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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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혁의 역사산책] 모화적 사대주의(慕華的 事大主義) 지면기사
조선이 건국되면서 내건 이념은 사대교린(事大交隣)이었다. 큰 나라를 섬기고 이웃 나라와 사귄다는 사대주의를 천명한 것은 오늘날 시각에서 보면 부끄러운 일일 수도 있다. 자주 국가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조선건국의 주체들이 명나라에 대한 사대를 천명한 것은 진정한 사대가 아닌 정책적인 것이었다. 신라가 비록 당나라를 동원해서 삼국을 통일했지만 끝내 당나라와 전쟁을 벌이며 당나라 세력을 몰아낸 것부터 우리 역사에서는 우리가 힘이 부족할 때에는 정책적인 사대를 취해왔다. 조선 건국 주체였던 이성계와 정도전이 사대를 천명하면서도 다시 요동정벌을 추진했던 것도 마음속 깊이 중국을 사대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다.그러나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치욕 이후 조선의 집권자들과 사대부들에게는 정책적 사대주의가 사라지고 어느 순간인가 모화적 사대주의가 나타나고 있었다. 이들은 이성과 주체성을 잃고 국가의 이익보다는 사대의 명분만을 중시하는 자아 상실의 사대주의 중독증에 걸렸다. 그들은 임진왜란으로 나라를 잃을 위기의 조선을 명나라가 구해주었으니 명나라에 대한 은혜를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감은사상(感恩思想)에 너무도 깊숙이 취해 있었다. 임진왜란을 극복하기 위해 온 힘을 다 바친 의병들의 투쟁이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조선 후기에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명나라를 위해 국왕들은 창덕궁 후원 깊숙한 곳에 대보단(大報壇)을 만들어 중국 황제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사대부들도 오로지 명나라의 연호만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러한 모화적 사대주의는 국시(國是)가 되어 국가와 백성들을 위한 자주적이고 합리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들을 이단으로 몰아붙여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했다.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자! 과연 중국이 조선을 구했는가? 당시 참전한 명나라는 평양성 탈환에 공을 세운 것 말고 한 것이 없다. 그나마 평양성 탈환은 목숨을 건 사명당 유정과 영규 대사를 비롯한 승군들과 조선 관군의 참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히려 명나라 장수들은 일본군으로부터 막대한 뇌물을 받고 더 이상 일본과 전쟁을 하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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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에세이] ‘나’의 할머니 지면기사
요즘 난 돌아가신 할머니가살아계셨을때 보다 더 생각난다이별하시기전 엄마에게 ‘모두 보고싶다’고 하셨던 말을고통스럽게 되새기며조금씩 부재에 대해 느껴진다지난달에 할머니는 아흔두 살의 나이로 엄마 곁을 떠났다. 엄마 곁이라는 말을 내 곁이라고 하지 못하는 것은 할머니를 뵌 적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친지들이 사는 남쪽을 떠나 유일하게 인천에 자리잡았고 그 당시 그렇게 이주해온 젊은 세대들이 그렇듯 엄마는 고향에 자주 가지 못했다. 내가 외가에 간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나중에는 교통편도 나아지고 시간적인 여유도 생겼지만 어려서 가깝게 지내지 못한 친척들을 갑자기 어른이 되어서 살갑게 대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적어도 내게 친지란, 조부모란, 남쪽의 그 고향이란 실감보다는 어떤 개념에 가까웠던 게 사실이다. 할머니는 요양원을 떠나 평생을 지내셨던 고향 집으로 돌아왔다. 그 마을 선산에 할머니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할머니는 일곱 남매를 키웠고 손자 손녀들의 몇도 그 손에서 자랐다. 사랑이 지극하셨던 분이라 그런 할머니를 기억하는 이들의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사실 나는 그렇게까지 슬픔에 집중하지는 못했다. 다만 엄마와 친척들의 애달픈 마음, 고통스러운 표정과 서로를 위로하는 손길들을 보며 내가 느낄 수도 있었던, 그러나 결국은 채 알지 못한 할머니의 사랑을 짐작할 뿐이었다.장례를 치르는 동안 나는 다른 손주들과 달리 검은 평상복을 입고 있는 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 발인 날이 되어서야 장례에 합류했고 몇 시간 잠깐 입을 상복을 굳이 빌리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에 따랐지만 나는 그것이 어떤 표식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멀다는, 할머니에게서 그렇게 멀리 있었던 혈육이라는 표식처럼 말이다. 장례가 끝나자마자 우리 가족은 다시 상경길에 올랐고 길은 멀었다. 이모들에게 우리는 이제 집에 돌아와 쉬고 있다, 라는 문자가 도착했을 때에도 우리는 도로를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엄마는 엄마를 잃었지만 그렇게 울다가도 순식간에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와 자식들이 피곤하지 않은지, 필요한 게 없는지를 살폈다.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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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지자체와 콘텐츠 관련 기업의 상생 지면기사
지자체 ‘성과 중시’ 대부분 수행업체 수도권서 물색지역기업 참여시켜 경험·안목 쌓을 기회 제공 필요기업, 분야별 특화로 전문성 높이고 타업체 협력해야앞선 기고에서 일본 돗토리 현이나 구마모토 현의 캐릭터와 지자체의 상생 모델을 언급하였다. 이들이 성공사례를 확보하기까지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음을 기고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물론 사례를 만들어 가기 위해 중요한 것이 돈과 시간인데, 과연 이것만으로 이 성공 사례가 구축될 수 있었을까? 다른 부분의 성공 요인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성공사례들이 우리나라, 우리 지역에도 똑같이 적용되었을 때 가능할까 라는 자문에 자답은 명확하지 않았다.이러한 의문을 풀어가면서 우연하게 성공사례를 보유한 그들과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의 사례유형을 살펴보면 지역개발형과 지역기반형의 형태로 크게 구분할 수 있었다. 물론 이 구분은 필자가 임의로 정한 것이므로 공식적으로 사용되지 않음을 인지해 주기를 바란다.지역개발형은 지역 전통이나 문화, 인물, 특산물 등을 소재로 지역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콘텐츠로 구분하였고 지역기반형은 지역 소재 기업의 캐릭터나 지역 출신의 인물(저작권자, 개발자 등)을 활용하는 등 이미 대중에게 알려진 콘텐츠를 지역에 맞게 활용하는 것으로 정해 보았다.지역개발형의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구마모토현의 ‘쿠마몬’과 영화 ‘해리포터’와 ‘브릿지 존슨의 일기’의 주무대인 영국 코츠월드(Cots World)를 들 수 있고 지역기반형은 위에서 언급한 돗토리현의 ‘가가와 기타로’(작가: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로 구분할 수 있다. 두 가지 구분 모두 지역과 연계된 콘텐츠와 지자체 간에 상생방안이라는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단, 필자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이 사례들 대부분에 지자체는 있었으나 이 사례에 참여한 지역 기업은 없었다는 것이다. 즉, 사례로 언급한 국가의 지역들조차 지역 기업의 참여나 역할은 필자의 노력이 부족한 것인지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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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대 군인에게 감사와 일자리를 지면기사
광복 70년, 6·25전쟁 65년을 맞이한 올해. 지난 2012년 첫발을 내디딘 제대군인 주간도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올해 제대군인 주간은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제대군인에게 감사와 일자리를’이라는 슬로건으로 고용노동부와 국민안전처 등 6개 부처와 48개 기업이 참여한 취·창업 한마당, 고용 우수기업 인증 현판식, 영상공모 및 취업과 창업 성공 수기 공모 시상식 등 범정부적, 범국민적 다양한 행사로 치러졌다.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북한은 끊임없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이나 지난 8월 목함지뢰 사건 등 무력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엄중한 안보상황 속에서 대한민국 영토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 중심에는 1천만 제대군인이 있다. 따라서 모든 국민이 제대군인에 대해 감사와 함께 이들이 처한 상황을 올바르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특별히 10년 이상 장기복무한 뒤 전역한 제대군인들은 투철한 애국심을 바탕으로 국토수호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국방분야의 훌륭한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가족의 생계와 사회에서 필요한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해 전역 이후 사회에 복귀해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시점에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중·장기복무 제대군인 취업률은 58.7%로 미국 95%, 영국 94%, 프랑스 92% 등 외국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어서 이들에 대한 재취업 지원이 시급하다. 국가를 위해 젊음과 열정을 바친 이들이 전역 이후 일자리를 얻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면 앞으로 우리의 젊은이들이 ‘충성스러운 군인’이 되길 꿈꾸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제대군인에 대해 국민들이 올바른 시선을 갖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함도 물론이다. 중·장기 복무 군인들이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국방에 전념하고, 전역 이후 뛰어난 지도력과 강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에 이바지한다면 우리나라는 튼튼한 안보와 경제발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