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수요광장] 적십자회비, 아직도 세금 같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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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광장] 적십자회비, 아직도 세금 같나요? 지면기사

    재난으로 고통받는 이재민과소외되고 어려운 취약계층에사랑과 용기 북돋아 주는인도주의적 차원의 기부…자발적으로 1년에 한번 내는정성 담긴 ‘소중한 성금’성공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노력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나누지 않는 성공은 실패와 동의어입니다. 가장 많이 득을 보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베푸는 이들입니다. 행복이란 뭔가를 움켜쥐거나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베풀 때 찾아옵니다. 오랫동안 나눔과 선행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으로부터 좋은 사람으로 인식됩니다. 배려나 돌봄의 행위는 조금 손해 보는듯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 행위를 나만 하고 있다는 박탈감이나 고독감 때문입니다. 배려와 나눔, 돌봄이 사회적인 감각으로 번져가고 일종의 문화로서 형성되려면 누군가가 먼저 그것을 행해야 합니다. 먼저 행하는 누군가가 나타나기만을 모두 기다리기만 한다면, 그 선한 기대와 의지에도 불구하고 나눔 문화는 생겨나지 않습니다. 한 알의 씨앗을 심지 않고서 열매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남북 이산가족 상봉장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심한 경쟁 속에 선발되어 상봉장에 나온 가족이 적십자 봉사원을 보며 “저 해마다 적십자회비 내고 있어요.” 누구도 묻지 않았는데 “적십자가 이렇게 좋은 일 하는 줄 몰라서요” 하더랍니다. 적십자는 남북 이산가족 만남의 통로이자 유일한 창구입니다. 한 나라의 분쟁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 때 유엔이 나섭니다. 유엔이 나서지 못할 때 적십자가 나섭니다. 적십자는 독립국가에만 있습니다. 올해 한국적십자가 태어난 지 110년입니다. 최근 기부금이 감소하는 걸 안타까워하고 기부문화 발전에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는 취지로 기부천사와 함께하는 나눔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참여한 국회의원들이 “나눔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없었다”며 어려웠던 젊은 날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진정한 성공은 나눔을 통해 완성된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꿈을 실현한 이들의 고백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어려운 계층이 많습니다. 복지와는 거리

  • [자치단상] 큰 임금 세종대왕의 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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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치단상] 큰 임금 세종대왕의 인내 지면기사

    수확량 따라 세금 일정량 매기는 ‘공법제도’ 고안17년간 여론수렴·토론 실시 ‘과학적이고 치밀’약자를 사랑하고 배려하려는 ‘열민지사’ 깊은 뜻요즘 경제가 모든 문제를 앞선다. 오죽하면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빌 클린턴이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라는 경구로 상대방을 제압했던 일이 떠오를 정도다.세종대왕의 재위 중에도 경제는 늘 어려운 문제였다. 즉위 초기에 세종대왕은 조세로 인한 고민이 많았다. 원인은 장기간 흉년 때문이었다. 세종대왕 역시 “나의 재위 20년 동안 풍년이 든 때가 한 해도 없었다”라고 회고할 정도였다. 당시 조선뿐만 아니라 동아시아가 기후로 인해 흉년이 들었던 것이다.또 다른 이유는 잘못된 조세제도였다. 당시에 시행했던 ‘손실답험법’은 추수기에 관리들이 현장에 나가 실제 수확량을 헤아려 세금을 매기는 제도였다. 이 방식은 관리의 눈에 따라 세액의 높고 낮음을 결정했기 때문에 그 폐해가 많았다.현장을 확인하는 관리들은 향응을 제공하는 곳은 세금을 적게 매겨 점점 세액이 낮아지면서 전체적으로 세금이 줄어들게 되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세종대왕께서 생각한 방법이 공법제도였다. 이는 평년의 수확량에 따라 일정량을 매기는 방식이었던 것이다.1430년 세종대왕은 어전회의에서 대안인 공법을 의제로 부각 시키면서 전국적인 여론조사를 시작했다. 5개월간 관리부터 농민까지 17만여명에게 가부를 물었다. 또한 세종대왕은 이를 공론화함은 물론 과거시험 문제로 출제해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결국 17년간의 긴 여론 수렴과 토론 끝에 전분연분법(田分年分法)이 탄생하게 됐다. 즉, 8도 토지에 차등을 두는 전분육등법(田分六等法)과 흉풍에 따라 9단계로 구분하는 연분구등법(年分九等法)을 병행하도록 했던 것이다.세종대왕께서 시행한 개혁의 단계도 과학적이고 치밀하다. 먼저 전국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다음으로는 관료의 다양한 의견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나갔다. 다음은 재상, 공신 등 고위관료들과 오랜 토론을 거쳐 당사자들이 수긍하는 상황에서 법을 시행했다. 이는 중앙집권적 양반관료제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 [발언대] 국민안전처 출범 1주년 실천적 안전의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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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대] 국민안전처 출범 1주년 실천적 안전의식 필요 지면기사

    1년 전 대한민국의 재난안전을 관리하고 포괄하는 부처 신설을 위한 논의가 있었다. 최종 후보로 ‘국가안전처’와 ‘국민안전처’가 올랐고 국민의 희망을 담아 그해 11월 19일 ‘국민안전처’가 탄생했다.현대사회의 재난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시간과 공간도 초월하며 그 규모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인식에 기반해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재난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최근 국민안전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3만8천144건의 화재 중 주택 화재는 전체의 25%인 9천699건으로 가장 높다. 원인은 거주자의 부주의(51%), 전기적 요인(22%) 순이다. 인명피해는 사망이 167명(56.8%)으로 절반을 넘게 나타났다.한 번의 큰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는 29번의 작은 사고와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대부분 재난이나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여러 번의 경고나 위험을 미리 알리는 징후(徵候)가 있고, 이를 안일한 마음으로 넘겨버렸기 때문에 결국 대형재난이나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는 법칙이다.앞서 우리 삶의 터전인 주택화재 통계를 보더라도 화재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개개인의 잘못된 습관이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확대되어 순환, 반복되는 양상을 보이는 ‘부주의’에 있다. 이는 결국 ‘안전의식 부재와 안전 불감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근대화 과정에서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어 안전을 무시한 채 결과만을 위해 달려왔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안전을 무시하는 습관을 키우고 말았다. 이러한 좋지 않은 습관을 바로 잡아 예견된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실천적 안전의식’을 바로 세워야 한다.‘인간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한다’는 말이 있듯이 안전 확보의 열의와 신념이 행동화될 때 비로소 우리는 안전의식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은 상황에 따라 지킬지, 아닐지 고민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자발적 의지이며 윤리이다.국민안전처가 출범 1주년이

  • [특별기고] 계절처럼 순환하는 폐기물 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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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계절처럼 순환하는 폐기물 자원 지면기사

    인간이 버린 엄청난 쓰레기를처리 못하면 지구는 죽어갈것온전한 녹색환경 유지하려면해마다 사계절이 돌아가듯폐기물 자원도 순환시켜에너지화 하려는 노력 필요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겨울이 찾아든 거리에는 가을이 남기고 간 낙엽들이 흩어져 있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낙엽이지만 길 위에 떨어진 낙엽들은 바스러져 먼지가 날리고 배수로를 막는 등 문제를 일으켜 환영받지 못하는 쓰레기로 인식되고 있다. 그동안 낙엽을 쓰레기로 분류해 처리한 비용은 한 해 수억 원에 달했다. 이에 서울·대구·강원도 등에서는 낙엽을 폐기하는 대신 친환경 퇴비로 재활용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낙엽의 퇴비화는 경제적 낭비도 줄일 뿐만 아니라 환경도 지키는 일거양득의 ‘자원순환’을 실천한 적절한 예이다.자원순환에 대한 관심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독일에서는 1980년대에 세계 최초로 폐기물 분리·선별 기술을 개발해 고형연료인 RDF를 생산해 오고 있다. RDF는 폐기물 중 가연성 물질을 추출, 고형화 처리한 다음 재생에너지로 화력발전소 등에서 보조연료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원순환사회촉진법을 제정하고, 오는 2020년까지 가용 폐자원을 전량 에너지화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자원순환사회’를 환경 분야의 최대 화두로 삼은 것이다. 수도권매립지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자원순환’을 실천하는 대표적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매립지’ 하면 단순히 쓰레기를 매립 하는 곳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수도권매립지는 지난 20여 년간 ‘폐자원은 곧 에너지’라는 모토 아래 매립지를 푸른 희망이 자라나는 녹색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수도권매립지는 매일 200t가량의 생활쓰레기를 RDF로 만들고 음식물 폐기물에서 한 해 1천660대의 버스에 공급 가능한 바이오가스를 생산한다. 세계 최대 규모인 50MW 매립가스발전소에선 폐기물 매립 후 발생되는 매립가스로 전력을 생산, 지난해 551억 원 가량을 벌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 발생하는 음폐수를 활용해 1일 약 2만5천㎥의 바이오가스를 생산,

  • [열린마당] ‘Smart 축산물 위생 인터넷 자율점검제’ 참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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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마당] ‘Smart 축산물 위생 인터넷 자율점검제’ 참여를 지면기사

    평균적으로 보면 1년에 몇 차례는 축산물 위생업소 관리상태가 엉망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가면서 위생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불특정다수의 국민이 먹는 식품(축산물)에 위해를 가하는 일은 더는 발생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이에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도 국민(소비자)에게 신뢰받는 안전한 축산물을 공급하겠다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오늘도 축산물 위생 감시에 노력하고 있지만 국민들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공무원을 비롯한 축산물 위생감시원은 위해(危害) 축산물을 근절시키는 파수꾼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근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화상담이나 현장 지도·단속 과정에서의 예기치 않은 언쟁이 발생하기도 한다.위반사항에 대해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도록 관계규정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재적발되지 않도록 지도하지만, 간혹 내용을 잘 알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경제적 피해 (고발, 과태료, 과징금, 영업정지 등)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반발이 도를 넘기도 한다.현재 광주시가 관리하는 축산물 위생업소는 식육판매업소 657개소, 식육포장처리업 118 개소 등 총 5개 업종에 873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년 10월까지 행정처분 현황을 보면 고발이 4건, 과태료와 과징금 부과가 69건에 7천700여 만원, 영업정지가 16건으로 총 89건에 처분이 내려졌다.이런 상황을 줄여나가고자 광주시에서는 2016년도 축산물 위생감시 방향을 행정혁신과 스마트 행정 구현으로 정하고 위생업소 자율에 중점을 둔 일명 ‘Smart 축산물 위생 자율점검제(Self-Monitoring)’를 운영할 계획이다.업소 불시 점검에 따른 불만과 불안감을 제거하고 자발적인 업소 관리를 유도해 위법행위 예방과 함께 대시민 신뢰성 확보와 건전한 영업질서 정착에 기여하고 아울러 영업자의 적정한 긴장감 유지와 안일한 업소 관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사업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축산물 성수기(설·추석·연말연시)와 위생 취약시기인 하절기가 도래하기 전 연 4회 영업자 스스

  • [박신영의 영화로 보는 역사] 가려진 여인상 가려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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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신영의 영화로 보는 역사] 가려진 여인상 가려진 역사 지면기사

    영화 ‘위로공단’은 2014년 ‘수출의 여인상’ 제막식 장면에서 시작한다. 감독은 구로공단 50주년 기념으로 세운 여인상이 다시 하얀 포장막으로 가려지게끔 필름을 거꾸로 돌려 버린다. 이어서 영화는 1970년대 청계천 봉제·가발공장, 1978년의 동일방직, 1979년의 YH무역, 1985년의 동맹파업에 참여한 구로공단, 2002년의 기륭전자, 2007년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2011년의 한진중공업에서 일하며 노동운동에 참여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증언을 담는다. 세월이 흘렀다. 갓 상경한 소녀들이 공장에 취직하려고 모여들던 가리봉 지역은 가산 디지털단지로 바뀌었지만 여성 노동자들의 삶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노동자가 대우받으며 잘사는 세상은 여전히 오지 않고 있다. 현재 여성노동자들은 기본적인 육체노동에 더해 감정노동에까지 시달리고 있다. 이를 영화는 다산콜센터 상담원과 스튜어디스, 대형 마트 직원의 인터뷰로 보여준다. 한편,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면 빨갱이로 몰려 구타당하던 구로공단의 여공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2014년, 여성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하자 무장군인들이 총을 쏘아 진압한다. 캄보디아 프놈펜의 카나디아 공단에 있는 한국 의류 공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영화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구로공단에서 카나디아 공단까지, 열악한 노동 현장에서 자본과 공권력에 맞서 싸운 여성노동자들의 각각 다른 시간과 공간의 기억을 상징적 이미지로 연결하여 주제를 드러낸다. 영화제 아닌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한 것이 이해가 된다. 특히 인터뷰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수건이나 보자기, 손으로 눈을 가리고 걸어가는 자매가 등장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수출의 여인상’이 가려지는 첫 장면에서 암시하듯, 이들 여성노동자들의 삶과 역사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나의 어머니와 여성 노동자들에게 바칩니다.’ 영화가 끝날 때 화면에 떠오른 자막을 보고 있노라니 착잡한 기분이다. ‘한국 여성들은 의무는 행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한다’‘국가 발전

  • [월요논단] 목숨을 바쳐 지킬 것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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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 목숨을 바쳐 지킬 것이 있다면 지면기사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에서조씨집안 혈육 지키기위해목숨 바친 공손저구 역할 맡았던인천시립극단 배우 ‘임홍식’ 영면자신 연기분량 모두 소화하고빛난 인상 준 고인의 명복을 빈다올 하반기 국립극단 가을마당 상연작이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란 작품이다. 중국 원나라 때 기군상(紀君祥)이 진(晉)나라 때의 일을 희곡으로 쓴 것이다. 중국 CCTV에서 제작한 41부작 드라마도 소개된 바 있고 2013년에는 첸카이거 감독의 ‘천하영웅’(원제 趙氏孤兒)이 개봉되기도 하였다. 진나라에는 두 사람의 대신이 있었다. 문신으로는 조순(趙盾)이었고 무신으로는 도안고(屠岸賈)였다. 도안고는 유능한 장군이었으나 음험한 위인으로 조순을 경계하였다. 조순이 공주를 며느리로 맞아 진영공과 사돈이 되자 도안고는 더욱 시기하였고 결국 음모를 꾸며 조순을 제거하였다. 공주와 결혼한 아들 조삭 또한 죽음을 맞이했고 조씨 집안은 모조리 도륙을 당하였다. 임신 중이던 공주는 냉궁에 갇혀 조씨 집안의 유일한 혈육을 출산하였다. 공주는 이 혈손을 지키고자 문객 정영을 불러 아이를 당부하고 자결하였고 냉궁을 지키던 장군 한궐도 아기를 내보내기 위해 자결하였으며 아기를 감추기 위해 은퇴한 대신 공손저구도 자결하였다. 정영은 자신의 아들과 고아를 바꿔 아들을 희생시키고 고아를 살려내었다. 그러나 아들을 잃은 정영의 아내는 절망하여 자결한다. 끝내 살아남은 고아는 정영의 아들로 자라며 아이러니하게도 도안고의 양아들이 되어 도안고에게 무술을 전수받는다. 성장한 고아는 자신의 내력을 알게 되자 도안고를 죽여 가문의 원수를 갚는다. 상식의 시선으로 보면 ‘복수’가 뭐라고 아기 하나 살리려 수많은 사람이 죽으며 심지어 자신의 자식까지 희생하나 비판할 수 있다. 물론 타당하다. 모든 생명의 본능은 자손을 낳아 후대를 잇는 것이다. 더욱이 아무것도 모르는 죄 없는 아기를 대신 죽게 하다니 ‘희생’을 미화할 수는 없다. 작품에서도 모든 사람이 고아를 위해 죽으나 정영의 아내는 자신의 자식을 위해 죽는다. 비극은 하나가 아닌 것이다. 이는 곧 희생의 정당성, 희

  • [시인의 연인] 처음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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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연인] 처음 순간 지면기사

    눈꽃 한 방울 내 입술에 와 닿을 때그 차가운 꽃내 더운 살갗에 묻어 스러질 때그 작은 침에 찔린 뾰족한 아픔이성냥불 그신 듯화르륵,입술 잔주름 위를 축지법으로 번져나갈 때그 아픔 얼마나 달콤했는지까마득히 달아나도사라지지 않는 당신을 처음만났던 순간 방민호(1965~)세상에 모든 ‘처음 순간’은 도달하고 있거나, 도달해 있다. 지나가 버린 ‘처음’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설렌다. 거기에 다가온 사람들은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면서 살고 있는 줄 모른다. 첫사랑의 첫키스 같이, 갑작스러운 입맞춤은 “눈꽃 한 방울”같이 ‘내 입술에서, 내 더운 살갗에서’ 녹아버린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 작은 침에 찔린 뾰족한 아픔”만이 남아버린 것을 우리는 ‘첫사랑’이라고 부른다. 그 기억은 ‘성냥불 그신 듯’ 검게 그을려 있지만 ‘그 아픔’도 돌이켜 보면 얼마나 달콤했던가. 오늘은 “사라지지 않는 당신을 처음”이라고 호명해 준 그 사람이 그립다. 어디선가 도달하고 있을, 첫눈은 그것을 알고 내리지만 당신보다 빨리 녹는다./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발언대] 부동산개발 등록제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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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대] 부동산개발 등록제를 아시나요? 지면기사

    부동산개발업 법이 시행된 지 8년이 지났다. 하지만 법 제정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현재까지 등록한 580개 업체가 전문인력 등에 대한 변경신고를 안해 과태료가 부과되고 있으며 등록요건 미달로 취소를 당한 업체가 247개소에 달하는 등 아직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부동산개발업은 IMF이후 건설업체가 시공사와 시행사로 분리되고 부동산 개발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일반인들도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기획부동산·부동산매매업자·부동산컨설팅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자들이 참여하게 되었고, 영세한 시행사들은 과다 경쟁과 전문성 부족으로 상가·오피스텔 사업시행 과정에서 사기분양·허위 광고로 다수의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사업시행자의 무분별한 부동산개발에 따른 피해 방지를 위해 기존 형법 또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 제재만으로 그 한계가 있어 ‘부동산개발업 등록제’를 시행하였다. 토지 5천㎡ 이상(연 1만㎡ 이상)을 건설공사·형질변경으로 조성하거나 건축물 연면적 3천㎡이상(연 5천㎡ 이상)을 건축·대수선·리모델링·용도변경 후 타인에게 공급(판매·임대 등)할 경우 반드시 부동산개발업을 등록해야한다. 그러나 시군구청 인·허가 관련 부서와 신청업무를 대행하는 측량설계사무소, 건축사사무소 등에서 ‘부동산개발업’ 등록대상 여부를 제대로 확인 않고 잘못된 안내로 자가사용 확인서 제출 후, 판매 또는 임대 등의 행위를 위해 사업주체 변경을 신청하면 승인되지 않아 자금 사정 등으로 부도가 나기도 하고 설령 등록 절차 없이 인허가 승인 후 타인에게 공급(판매 또는 임대)할 경우 사업 주체는 무등록사업자로 고발되어 전과자 신세가 되기도 한다. 경기도에서는 인·허가 업무 처리시 부동산개발업법을 잘못 적용하는 사례를 줄이고자 시·군·구 인·허가 담당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잦은 인사이동 등으로 인하여 부동산개발업법 시행 8년이 지난 현재까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사업주체 개개인은 부동산을 개발할 때 상식적으로 등록제를 항상 염두에 두고 개발

  • [특별기고] 위험한 사회에서 안전한 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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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위험한 사회에서 안전한 사회로 지면기사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1986년 ‘위험사회’란 저서를 통해 서구를 중심으로 추구해온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이 실제로는 가공스러운 ‘위험사회’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합리성을 토대로 이룬 근대화가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컨트롤할 수 없는 위험성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 게 ‘원전’인데, 이 합리적인 선택엔 1986년 체르노빌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이 따라온다. 대한민국도 급속한 근대화 과정에서 대규모 재난 사고를 수차례 경험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를 통해 우리 사회엔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1971년 대연각 호텔 화재로 자동 소화 스프링클러 시스템을 고층 건물에 설치하는 제도를 도입했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에는 구조·구급 시스템이 소방을 중심으로 체계화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국무총리 직속의 국민안전처가 출범하게 됐다.우리 사회는 급속한 근대화 속 사회 발전과 더불어 파생되는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상태인데도,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기심으로 변화와 발전을 추구해왔다. 컨트롤 할 수 없는 위험이 너무 많아지고 있는데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사회 인프라, 문화는 함께 변하지 못했다. 달라진 게 없는 건 아니지만, 위험과 불안감이 더 커졌기 때문에 국민의 기대에 걸맞은 변화와 발전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국민들이 재난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는 국민안전처를 출범시켰다. 이 국민안전처가 출범한 지 1년이 됐는데, 우리 사회는 그동안 주변의 위험 요소들을 상당히 감소시켜왔다. 안전 관리 시스템을 변화시켰고 안전을 위한 사회 인프라의 확충, 안전 문화의 정착을 위한 노력에 힘써왔다고 할 수 있다.지방 정부도 같은 맥락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난안전본부를 도지사 직속으로 해 소방 중심의 재난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다른 지자체가 소방과 안전 관리를 분리 운영하는데 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