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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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우리 지금 만나' 김동연의 행보 지면기사
예상 밖의 행보다. 당선 직후 경기도정이 빼곡히 적힌 서류철에 파묻혀 묻고 따지는 김동연을 예상했다. 기획재정부 출신 엘리트 관료, 경제부총리, 아주대 총장 등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을 수식하는 화려한 이력들만 떠올리면 당연한(?) 상상이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경쟁상대였던 국민의힘 경기도당을 찾아가 손을 붙잡고 협치를 간곡히 부탁했고 남경필, 이재명 등 당을 초월해 전임 경기도지사를 만나 그들의 경험을 배웠다. 조금 껄끄러울 수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도 직접 찾아가 "함께 머리를 맞대보자"며 어깨동무를 했다. "당연히 그래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단체장들의 당선 이후 행보와 비교하면 흔한 일은 아니다. 만나서 해결할 수 있다면 기꺼이 발품을 팔아 만나고, 불편하고 어색할지라도 필요하다면 먼저 손을 내밀고 읍소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승리의 여운을 만끽하며 고개와 어깨가 뻣뻣해지기 쉬운 게 통상적인 당선 후 행보인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또 하나, 특별한 행보가 눈에 띄었다. 김동연 당선인은 발달 중증장애인 참사 경기도분향소를 찾아 발달장애인 부모들과 '다시' 만났다. 최근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비극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것이 방문의 이유기도 하겠지만 그 속에는 그들만이 아는 '애틋함'이 자리한다. 사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유세 현장을 찾아왔다. 김동연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봐달라는 호소였다. 수원에서 있었던 마지막 유세현장에서도 부모들은 가장 앞쪽에 앉아 간절한 호소가 적힌 피켓을 들고 연설 중인 김동연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당선 이후 부모들을 다시 만난 것은 그런 날들 속에 오갔던 '무언의 약속'이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대권을 향한 광폭행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이것이 '김동연 스타일'이라면 분명 경기도에 새로운 변화를 알리는 기분 좋은 행보인 것만은 틀림없다. /공지영기자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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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신포동에서 연극봅시다 지면기사
인천 사람들이 대충 '신포동'으로 뭉뚱그려 부르는 인천의 구도심 개항장 일대에 연극을 볼 수 있는 소극장 한 곳이 더 생겼다.그동안 신포동에는 극단 다락이 2011년 '다락소극장' 문을 연 이후 힘겹게 버티며 극장을 유지해 왔는데, 극단 십년후가 '신포아트홀'을 열고 지난 4일부터 관객을 맞고 있다. 극장 문을 닫는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시기에 지역 극단의 연극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더 늘어나다니. 연극계 전반에 침체된 분위기를 거스르며 나타나고 있는 지금의 변화가 무척 신기하고 반갑게 느껴진다.무엇보다 인천에서 연극하는 이들은 이 같은 변화를 반갑게 여기고 있다. 과거 신포동 일대는 서울 대학로 못지 않은 소극장 전성기를 누렸는데, 그때가 다시 찾아오는 것 아니냐고 기대하는 이들도 여럿이다. 그런데 반가운 소식이 또 들린다. 조만간 차이나타운 '하인천역' 인근에 소극장 한 곳이 또 문을 열 계획이라는 소식도 들린다.가슴이 설렌다. 설렘과 동시에 이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많은 이들이 함께 지켜보고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런 직함이 없는 시민들은 물론 시장, 구청장, 공무원, 예술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지금 이 변화를 지켜보고 이야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이 이야기하고 이 변화를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지난 주말 인천 신포동 개항장 일대는 나들이객으로 붐볐다. 가족·친구·연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저마다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신포동을 즐기는 이들 속에서 나는 그날 소극장 한 곳에서 연극을 감상했다. 객석의 관객은 20명 남짓. 아쉬움이 남지만 기대는 여전히 있다.많은 이들이 잘 준비하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 신포동에 생길 거라는 확신이 든다. 일단 다 함께 주말 신포동에서 연극 한 편 감상하는 일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김성호 인천본사 문체레저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문체레저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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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531표'의 무거움 지면기사
6·1 파주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경일 후보가 국민의힘 조병국 후보를 매우 어렵게 이겼다. 개표 초반부터 밀리던 김 후보는 새벽 3시 반을 넘어서면서 뒤집기 시작해 531표(0.29%p) 차이로 신승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정책보좌관은 누가 간다더라", "도시관광공사 사장은 누구로 내정됐다더라", "누구는 국민의힘 후보 측에 줄을 섰다던데…" 등의 말이 세간을 떠다닌다. 2014년 민선6기 지방선거 후 파주 공직사회는 '피바람'이 불었다. 전임 시장 때 주요 보직에 있던 직원들이 모두 좌천되고, 일부는 경찰 수사까지 받았다. 민선7기 때도 민선6기와 비슷했다. 그리고 '정책보좌관'이라는 특이한 제도가 하나 도입됐다. 시장을 정책적인 부분에서 '보좌'한다는 자리였다. 파주시청에는 정책보좌관을 비롯해 11개 국장급(4급) 보직이 있다. 그러나 공직 내부에서는 정책보좌관을 여타 국장들보다 한 등급 높게 봤다. '시장이 데리고 들어온 사람'이니 '작은 시장'으로 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책보좌관은 출근하자마자 '업무 파악'이라며 시정 전반에 걸쳐 업무보고를 받았다. '점령군 사령관'에게 불려가 보고하면서 직원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정책보좌관은 이후 과·팀장들을 수시로 불러 보고받고, 지시하고, 질타하는 등 업무를 직접 챙겼다. 국장들을 건너뛰는 일명 '패스트트랙(신속처리)'인 것이다. 인사철이 되면 정책보좌관실 문턱이 닳도록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정책보좌관이 설치다(?)보니 지역 정가에는 시장을 지칭해 '6급 주사'라는 말까지 흘러다녔다. 그랬던 정책보좌관이 지금은 도시관광공사 사장을 하고 있다. 도시개발과 관광개발을 통해 '돈을 벌어야'하는 즉 '극도의 사업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관을 맡고 있는 것이다. 가히 '팔방미인'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제 막 당선된 민선8기 김경일 파주호(號)에도 이 같은 조짐이 일고 있다. 김 당선인은 '531표의 무거움'을 느끼길 바란다. 시민들은 '공직을 탕평'하고 '시민을 위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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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선거 현수막 어찌하오리까? 지면기사
6·1 지방선거가 끝나면 거리에 내걸렸던 각 후보의 현수막이 철거된다. 후보 측에서 자진 철거를 하겠지만, 상당수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철거하게 되는데 선거 현수막 처리는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공직선거법엔 선거현수막은 후보마다 동별 1개씩 내걸 수 있는데 이번 지방선거에 사용된 현수막 몇 개가 길거리에 내걸렸는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후보 선거사무실 건물에 부착된 대형현수막은 제작하는데 수백만원의 비용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처리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일부 지자체에선 현수막을 이용해 우산이나 마대, 에코백 등으로 재활용하기도 하지만 후보 얼굴이 인쇄된 선거현수막은 재활용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선거용 현수막은 대부분 소각 처리된다. 화학약품이 처리된 화학섬유인 현수막을 태우면 당연히 다이옥신, 미세플라스틱 등 1급 발암물질이 이산화탄소와 함께 공기 중에 퍼져 나가 환경오염원으로 손꼽힌다.여기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이 바로 현수막과 탄소중립이다. 탄소중립은 개인, 회사, 단체 등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녹색연합은 선거현수막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30년산 소나무 2만1천100그루 흡수량에 달한다는 통계를 내놓은 바 있다. 이를 지방선거에 적용하면 최소 30년산 소나무 몇십만 그루에 해당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된 셈이다.그런데 이번 지방선거도 탄소 중립을 외치던 후보들조차도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마치 선거기간 동안 현수막이 옥외광고물법의 예외로 인정받는 것처럼 탄소중립도 선거기간엔 예외를 인정받는 듯하다. AI시대에 고전적인 현수막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많지만, 한 표라도 아쉬운 후보들에겐 이를 대체할 홍보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지금이라도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현수막의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문성호 지역자치부(광명) 차장 moon23@kyeongin.com문성호 지역자치부(광명)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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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맛깔 난 '협치'의 '새 술' 국민에게 안길 때! 지면기사
5월, 대한민국의 의전서열 1·2위 자리가 모두 새 주인을 맞았다.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한 데 이어 24일에는 의전서열 2위 국회의장에 더불어민주당 5선 김진표 의원이 사실상 선출됐다.김 의원은 절차적으로 국회 본회의에서의 무기명투표를 남겨놓고 있지만, 통상 원내 1당 후보가 국회의장직을 맡는 점을 감안하면 선출은 이미 확정된 셈이다. 국회의장은 장관급인 국회 사무총장과 차관급인 비서실장, 입법차장 등에 대한 인사권을 가짐은 물론 국회 의사 일정을 조정하고 법률안을 직접 본회의에 올리는 직권상정 권한도 있다.이렇게 같은 달 행정부와 입법부를 대표하는 수장의 탄생은 대한민국 정치사에도 많은 기대감을 불러온다.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입법부로서 당연한 권리의 행사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참된 '협치'가 전제될 경우 민생 현안 해결이라는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다.물론 우려도 따른다. 국민의힘 당적으로 당선된 윤 대통령과 민주당 당적을 보유한 김 의원이 서로 등을 돌리는 '대치'를 선택한다면, 그야말로 파국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이 때문인지 20대 국회 후반기를 이끈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당시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의장으로서의 역할과 행정부의 관계에 대해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이어 "서로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고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역지사지는커녕 죽기 살기로 싸우기만 하면 공멸이 기다린다"는 언급도 남겼다.이렇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곧 두 수장의 '공식 동행'이 시작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데, 이미 부대는 준비됐으니 이제 맛깔 난 술을 담가볼 차례 아니겠는가. '대립과 대치'의 역사를 써내려간 21대 국회 전반기의 기록이 후반기에는 부디 '성공한 협치'의 기록으로 쓰이길 바란다. /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kyt@kyeongin.com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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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의정부에서 생긴 일 지면기사
요즘 음식점들은 '조리과정'을 공개한다. 손님에겐 보이지 않는 주방공간에 CCTV를 달아 주방장이 조리하는 과정을 공개하는 것이다. 꼭 CCTV를 달지 않더라도, 조리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하거나 일일이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배달음식점, 밀키트 등이 성황을 이루며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년 전 만해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일부 음식점 등에 시범사업으로 운영한 게 다였지만, 지금은 음식업체들 스스로 조리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만든 음식은 믿고 먹어도 된다'는 신뢰를 파는 것이다.예전 우리 사회 같으면 "뭘 그렇게까지 호들갑이냐" 싶겠지만, 지금의 우리는 그들이 파는 신뢰에 대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그만큼 우리 일상에서 신뢰를 주고받는 일이 무척이나 중요한 가치가 됐다는 반증이다. 지방선거의 열기가 절정에 치달은 요즘이다. 내가 사는 지역의 일꾼을 뽑는 일이기에 흔히들 지방선거를 지방자치의 축제라 부른다. 이렇게 설레고 즐거운 때에, 지방자치의 신뢰를 깨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것도 인구 약 50만의 북부 최대도시인 의정부에서 말이다. 12년간 의정부를 이끌며 이제 아름다운 퇴장으로 빛날 줄 알았던 안병용 시장이 돌연 의정부 부시장을 직위해제했다. 사유는 '지시 불이행'. 시장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으니, 부시장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지시일까 살펴봤더니 개발사업 관련 특혜 의혹을 받아 감사원으로부터 해임징계를 요구받은 A 과장의 승진을 지시했고 부시장은 지방공무원임용령을 근거로 '불법지시'를 거부했다. 며칠간 실랑이 끝에 결국 직위해제는 취소됐는데, 그 과정조차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지방자치 역사가 벌써 30년이 넘었는데 이 희대의 사건은 시대를 역행해도 한참을 역행했다.모두의 신뢰를 사기 위해 평범한 이들도 내밀한 양심까지 끄집어내 증명하는 세상이다. 세상이 달라졌다. 정치는 더더욱 달라져야 한다. /공지영 정치부 차장 jyg@kyeongin.com공지영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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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열흘남짓, 그들을 알아내야 할 시간 지면기사
임태희, 성기선 두 경기도교육감 후보를 안 건 오래되지 않았다. 임태희 후보는 대선 직후 도교육감에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 통화로 처음 만났다. 성기선 후보와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들어본 건 지난주가 처음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경주했으니 보수와 진보를 대표해 교육 수장에 도전할 자격을 얻었을 것이다. 다만 나조차도 낯선 데 오는 6월1일 투표를 해야 할 도민들은 오죽할까 싶다.현장에 나가는 게 일인 기자로서 시민들께 후보를 적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짧은 인터뷰 동안 후보들의 말과 행동에 주목했다. 언어적 메시지뿐 아니라 비언어적 습관도 읽어내고 싶었다. 임 후보는 최신형 아이폰을 쓴다. 말로 꼬투리를 잡아 정쟁을 벌이기 일쑤인 정치권에선 보기 드문 일이다. 녹취가 안 되는 기기이기 때문이다. 임 후보는 스스로를 '얼리어답터'라고 지칭했다. 1956년생, 만 66세인 그이지만 캠프 운영 주체는 90년대생들이다. '젊은 사람들이 결정하고 후보는 따르면 된다'는 게 임 후보의 지론이다. 생각이 젊은 그는 때로 청년처럼 보였다.성 후보는 정열적이다. 사투리가 조금 섞인 말씨를 쓰는데(그는 경남 출생이다) 짧은 말 속에도 비유와 위트를 섞는다. 언뜻 들으면 '가벼운 사람인가' 싶지만 주어·서술어부터 논리 구조까지 거의 완벽하다. 학부에서 시작해 생애 대부분을 교육과 관련된 활동으로 보내 현장과 이론에 모두 능하다. 특히 거침없는 자신감, 탈권위가 가장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성 후보 캠프 같은 선거 사무실을 자주 보진 못했다. 캠프 구성원들이 후보를 어려워하는 법이 없다. 기자들과의 인터뷰 도중에도 전달할 말이 있으면 말을 끊고 바로 후보에게 말하기도 한다. 일견 위계가 없는 듯 보이지만, 그것이야말로 탈권위일 것이다. 앞으로 보름 뒤면 4천717개 학교, 165만9천182명 학생, 12만5천192명 교원, 1만1천508명 직원(2021년 기준)을 대표할 도교육감을 선출한다. 열흘 남짓, 길다면 길고 참으로 짧은 기간이다. /신지영 사회교육부 차장 sjy@kyeon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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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생소한 사건 지면기사
"우리에게도 생소했던 수사였습니다."김포 지적장애인 시신 암매장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사건은 숨진 피해자뿐 아니라 피의자들도 지적장애가 있거나 수사과정에서 경계성 지적장애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의 생소하다는 발언은 피의자들의 진술패턴과 피해자를 둘러싼 사건전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피의자들은 책임 전가하는 것 없이 순순히 범행을 진술했다. 더러 진술이 오락가락하기도 했으나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의도가 아닌 지적장애에서 비롯된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피해자 부인이 남편의 실종신고를 하지 않은 것도 부인의 지적장애가 원인으로 지목됐고, 피해자가 피의자들과 별다른 이유 없이 동거한 이유도 지적장애라는 공통분모로 뒤늦게 설명이 됐다.수사 측면에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패턴이 노출됐다. 피해자가 숨지기 두 달 전 그에 대한 감금·폭행신고가 접수됐지만, 현장에서 자취를 감춘 피해자가 경찰과의 전화통화에서 피해 사실을 적극 부인하는 바람에 사건이 아무 일 없이 종결됐다. 출동 경찰관들은 통화상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던 피해자의 장애 여부를 알 수 없었다. 비장애인과 외양적으로 구분이 안 되는 지적장애의 특성 때문이었다.경찰에는 지적장애인을 조사할 때 가족 등 신뢰관계인을 동석하도록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최근 의정부 일대에서 감금 폭행당하다 구출된 지적장애인은 부모를 동석시키고 나서야 피해진술을 시작했다. 암매장사건 피해자의 감금·폭행 신고 당시에도 범행장소와 멀지 않은 곳에 피해자가족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해당 가이드라인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일선 경찰들에 생소했고, 이마저도 장애 여부 자체를 파악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었다.산나물을 캐던 주민이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지속적인 폭행을 당하다 죽음에 이르고 야산에 파묻힌 피해자는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누구나 누려야 할 사회안전망에서 그는 소외돼 있었다. /김우성 지역자치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자치부(김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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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안양 롤러사고 원인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면기사
지난해 12월 1일 오후 6시40분께 안양여고 사거리 인근에서 지중선로 전기토목공사 도중 중장비 기계인 롤러가 급전진하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근로자 3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60대 롤러 운전자 A씨는 지난 10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돼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금고 2년형을 선고받았다.사고는 지난 3월 열린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발생 다음 날인 12월 2일 국민의힘 후보 신분으로 사고 현장을 찾아 "(사고 원인을) 파악해 유사사고에 대한 확실한 예방책이 무엇인지 살펴보겠다"며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있는데 사고 뒤에 책임을 논하고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예방 방안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다녀간 뒤 경찰 수사 이후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12월 22일 A씨를 구속기소 했고 선고는 지난 10일 내려졌다. A씨에 대한 선고는 이뤄졌지만 아직 사고의 구조적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경찰과 고용노동부 안양지청은 지난달 말께나 돼서야 시공사, 하도급 업체, 재하도급 업체 관계자 5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와 전기공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신호수 배치 유무나 불법 재하도급 여부는 법적 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A씨 재판에서 안양지원은 현장의 상황에 대해 '차량의 왕래가 빈번하며 롤러 차량 전담 신호수가 배치돼 있지 않았다'고 봤다.사고 발생 이후 6개월이 지나고 있다. 사고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롤러 운전자 개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사고 현장의 구조적 문제도 함께 따져봐야 함은 분명하다. 안양지역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12월 5일 긴급하게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진상규명과 근본적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활동하겠다고 밝혔다.법원의 명확한 판단이 나오기까지, 대통령과 정치권이 약속을 지킬 때까지 이 사고가 유야무야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길 바란다. /이원근 지역자치부(안양·과천) 차장 lwg33@kyeongin.com이원근 지역자치부(안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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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법 위반의 경중 지면기사
"아들뻘 되는 사람한테 범법자 소릴 듣고 한숨도 못 잤습니다."취재현장에서 만난 70대 A씨는 "아무리 사회정의를 위한 행정이라지만 공무원들의 행실이 도를 넘은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려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부천 원종동에 공동주택을 지어 분양 중인 A씨는 자신이 건설한 건물 1층 외벽에 분양홍보 현수막을 불법으로 부착했다가 단속됐다. 최근 부천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20~30대로 보이는 공무원 2명이 단속을 나왔는데, 현수막 철거 과정에서 막말과 함께 범법자 취급을 당했다는 것이다.A씨는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까지 보여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사진에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공무원들이 현수막을 철거하는 광경이 담겼다. 신분증을 들이미는 모습도 있었다. 지정된 게시대 이외의 모든 현수막은 단속 대상이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A씨는 법을 위반했다. 개발붐을 타고 도심 곳곳에 출몰하는 현수막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닐 공무원들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법 위반에도 무게가 각기 다르고 내용은 더욱 천차만별이다. 그중에는 차량 정지선 침범 단속처럼 인식개선을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의 규범도 있다. 현수막이 그렇다. 행정기관들의 홍보를 위해 혹은 정치인들의 정치행위를 위해, 또 영세사업자들의 광고행위를 위해 불법 현수막을 일정 부분 눈감아준 게 사회 통념이었다. 주민들의 민원 제기로 단속을 해야 했다면 철거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면 그만이다.불법 현수막을 많이 내걸수록 행위자의 과태료 부담은 증가한다. 위반이 반복된다면 고발도 할 수 있다. 현장에서 꾸짖을 사안이 아니다. 불법 현수막을 단속당한 정치인이나 정당이 시청의 항의를 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A씨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에만 수억원의 세금을 성실히 낸 시민이라고 자부하는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시민의 봉사자'라는 사명을 망각한, 과도한 행정행위였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상훈 지역자치부(부천)차장 sh2018@kyeongin.com이상훈 지역자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