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오늘의 창] 계포일락(季布一諾) 지면기사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선택한 대한민국에서 협의, 합의, 약속 이행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싶다.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고 공존하기 위해 협의하면 마땅히 합의가 붙고, 그 합의를 이행함으로써 미래 협의의 장을 열어둔다.검수완박이 어떻게 읽혔을지는 각자의 마음에 있을 테지만 하나 분명한 건 국민의힘이 합의를 파기했다는 것이다. 지난 4월22일, 나흘간에 걸쳐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는 주장하고 갈등하고 새벽에 만나 논의한 끝에 합의문에 최종 서명했다. 논란이 있던 검찰개혁법안은 양당 합의로 균형점을 찾았다. 무엇보다 청와대와 인수위마저 수용의사를 밝혀 의미 있는 합의라고 생각했다. 국민의힘은 불과 사흘 만에 최고위원회 회의를 통해 이를 뒤집었다. 그렇다고 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합의를 파기한 이후 진행된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검찰개혁 관련 법안들은 국민의힘의 검토를 거쳤다.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들은 '의장의 뜻'으로 포장된 국민의힘 요구대로 진행됐다. 그럼에도 표결에는 동참하지 않았다.21대 국회가 후반기를 맞이한다. 바싹 약이 오른 더불어민주당은 후반기 원구성에서 법사위원장을 맡겠다고 한다. 2년 전 민주당은 국민의힘에게 '후반기에 법사위 위원장을 국민의힘에게 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검찰개혁법안 합의가 깨질 당시 원구성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 말이 이미 나왔다고 한다.소탐대실일 수 있다. '남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니 나도 약속을 안 지킨다'는 편의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주로 국민의힘 패널로 등장하는 장성철 교수가 최근 이런 말을 했다. "'저 사람들이 그랬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아요'라고 해야 국민과 중도층이 정권교체를 잘했다고 박수를 치지 똑같으면 국민들이 얼마나 불행한가." 그 말 그대로 민주당에 해 주고 싶다. 그리고 민주당이 이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국민의힘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우린 천금같이 여깁니다. 앞으로도 미래에도 우리는 국민과의 약속을 천금같이 지킬 것입니다. 그것이 가시밭길일지라도." /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
[오늘의 창] 한순간 사라진 최북단 모감주나무 자생군락지 지면기사
'모감주나무'라는 나무가 있다. 6~7월이면 황금빛에 가까운 노란색 꽃을 피운다. 열매가 단단해 약재로 쓰이고 염주를 만들기도 해 '염주나무'라고 불린다. 풍요와 부를 상징하는 나무이므로 최근에는 가로수나 정원수 등으로 심는 경우가 많지만, 자생 군락지를 형성한 지역은 많지 않다. 국내 주요 자생 군락지인 충남 태안군 안면도와 경북 포항시 남구 발산리, 전남 완도군 군외면 대문리 등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모감주나무 자생 군락지가 보호해야 할 생태자원임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최근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 있는 국내 최북단 모감주나무 자생 군락지가 훼손되는 일이 있었다. 옹진군이 자생 군락지 인근에 있는 오군포천 소하천 정비공사를 위해 20여 그루를 베어내고, 10여 그루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 업무를 담당한 옹진군 건설과에서는 소하천 정비공사 과정에서 나무를 베어낼 수밖에 없어 마을 주민과 협의해 상태가 좋은 일부는 다른 곳으로 옮기고, 나머지는 벌목했다고 해명하고 있다.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는 모감주나무 자생 군락지가 하천 정비로 인해 사라지게 된 이유는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옹진군 내의 녹지와 천연기념물 등을 관리하는 부서와 백령면에서는 이곳의 존재를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옹진군 건설과가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이곳이 보호 대상인지를 관련 부서에 문의했지만, 보호가 필요한 특별한 나무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관리 대상이 아니므로 옹진군은 별도의 보호 대책 없이 공사를 시작한 셈이다.게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은 모감주나무가 제대로 성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모감주나무가 이식에 부적합한 품종인 데다, 하천 옆에 있던 나무를 산 중턱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옹진군은 모감주나무의 특성에 맞는 관리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김주엽 인천본사 사회교육부 차장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사회교육부 차장
-
[오늘의 창] 경기도엔 경기 쌀이 있다 지면기사
여행을 다녀오면 엄마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밥솥에서 밥 한 주걱을 크게 펐다. 각종 산해진미를 맛보고 왔을텐데도 쌀밥을 먹지 않으면 어딘가 속이 허하다고 했다. 밥 한 숟갈을 크게 뜨고 나서야 이제야 좀 힘이 난다고 말했다. 김포 통진면에서 5천년 전 탄화된 쌀이 발견된 점을 미뤄보면 쌀은 한민족의 수천년 역사와 함께 해왔을 것이다. 한국인의 유전자에 쌀의 힘이 각인됐을 지도 모를 일이다. 따끈한 쌀밥 한 숟갈을 먹어야 비로소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은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그러나 어느덧 쌀은 힘을 잃었다. 쌀을 먹지 않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인의 1인당 쌀 소비량이 30년 전인 1991년의 반토막이 됐다는 통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당장 오늘 아침부터 점심까지 돌이켜보니 쌀을 단 한 톨도 먹지 않았다. 아침을 거른 채 하루에 두 끼만 먹는 날이 허다하고 그나마도 밀가루와 고기 등으로 식사를 해결한다.쌀 소비가 줄어드니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쌀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돼, 수요가 줄어드는데 공급은 늘어나니 가격이 급락한다. 지난해 쌀 농사가 풍년이었지만 누구도 웃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쌀농사를 너무 많이 짓지 말자고 정부가 나서서 목소리를 높이는 게 현주소다.사실 경기도는 유서 깊은 쌀의 고장이다. 지역 곳곳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쌀농사를 지어왔다. 31개 시·군 중 상당수는 지역 대표 쌀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물맑은양평쌀, 슈퍼오닝쌀, 김포금쌀, 수향미, 임금님표이천쌀, 대왕님표여주쌀 등 내로라하는 쌀들이 경기도 땅에서 농부의 땀방울로 재배된다. 쌀이 본연의 힘을 잃은 이때, 경기도 농업의 근간도 흔들리고 있다. 경기도민들만이라도 경기도 쌀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봤으면 하는 게 지역 농민들의 바람이다. 쌀을 먹지 않는 시대, 경기도의 쌀을 알리는 기획기사 연재를 시작한 이유다. 경기도 쌀들이 다시 힘을 얻길, 백옥의 제 빛을 발하길 소망한다. /강기정 경제산업부 차장 kanggj@kyeongin.com강기정 경제산업부 차장
-
[오늘의 창] 일상의 봄 지면기사
봄날은 어쩐지 아슬아슬하다. 봄인가 싶다가도 눈꽃이 날리고, 봄인가 싶었는데 땀방울이 흐르는 시간이 뒤섞여서 그런 듯하다. 정초부터 줄곧 기다린 마음을 몰라주고 금세 아스라이 가버릴 것 같다. 어쨌든 요즘, 올해의 봄날이 한창이다. 봄에 한껏 어울리는 행사가 지난 주말 열렸다. 오산시는 가을에 개최할 경기정원문화박람회의 예고편 격으로 '가든&플라워 쇼'를 기획했다. 행사 장소는 꽃과 음악, 웃음과 여유로 장식됐다.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둘러앉은 사람, 꽃을 향해 돌진하는 반려견을 붙드는 사람, 아이에게 걸음마를 알려주는 사람….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있는 풍경이 얼마 만인지. 그 가운데 누군가 말했다. "진짜 봄 같다." 그는 아마 코로나19 이전의 봄을 떠올리며 한 말일 것이다. 우리는 지난 2년여 동안 손을 깨끗이 하고, 마스크를 휴대하고, 만나는 사람의 숫자를 조정하고, 식사 방법을 바꾸는 등의 새로운 일상을 정립했다. 그러한 노력 끝에 지금은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만날 수 있고 실외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도 완화됐다. 마스크를 완전히 벗을 날도 가까이 온 것 같다. 그토록 기다리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설레고, 또한 아슬아슬 하기도 하다. 아직 코로나19 상황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래서 '일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일상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다. 반복하는 이유는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매일 씻고, 매일 먹는 것이 필요해서 일상이 됐다. 새로운 일상이 생겼다면 그것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자주 손을 씻고 서로의 비말이 섞이지 않게 조심하는 것은 코로나19 감염이 아니고서라도 감기 예방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굳이 다시 일상에서 퇴출시킬 이유가 없어 보인다. 코로나19 전과 후의 일상이 혼재하는 5월이 왔다. 일상과 일상이, 화합이 이루어지는 날들이 이어지길 바란다. /민정주 지역자치부(오산·화성)차장 zuk@kyeongin.com민정주 지역자치부(오산·화성)차장
-
[오늘의 창] '쌀값 폭락' 농민기본소득 확대 필요 지면기사
산지 쌀값이 3월 하순 이후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농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지난 25일 농민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 벼를 담은 200여 개 톤백을 쌓아놓고 정부의 2021년산 쌀 수급 안정을 위한 '시장격리 역공매 최저가 입찰방식'을 규탄하는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했다. 농민들은 "양곡관리법 제10조는 매입가격을 시장가격으로 규정함에도 정부는 이를 위반하고 쌀값 7만원(조곡 40㎏)보다 15% 이상 낮은 6만3천763원의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시장가격을 왜곡시켜 쌀값 하락을 조장했다"고 반발했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5.2%(2019년 기준), 곡물 자급률은 21.7%에 불과한데도 쌀값 폭락이 이해가 안 되지만, 이는 1994년 4월 우루과이라운드가 타결되면서 수입 농산물 시장이 전면 개방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021년산 쌀 초과공급물량 27만t 가운데 1차분 14만5천여t이 최저가로 낙찰되자 추가물량의 시장격리를 정부에 요청하고 '공익직불금' 사각지대 해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효성을 거두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대목에서 올해부터 경기도 내 17개 시·군이 시행하는 농민기본소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 여주시·양평군지역위원회에서 도 최초로 '농민수당' 정책을 추진하면서 여주시는 2020년 9월 1차 농민수당을 지급했다. 양평군은 군의회에서 보류돼 2021년 하반기에 농민기본소득(1인당 월 5만원·연 60만원)으로 지급했다. 올해 대상자는 여주 2만2천여명, 양평 1만7천300여명에 달한다. "요즘처럼 기름값, 원료값 등 물가가 한없이 오르는데 매달 5만원씩 들어오니 좋지요. 30여 년 농사를 지으면서 언제나 농민은 뒷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존중을 받는 느낌이 듭니다." 농민기본소득은 취약계층을 위한 소득 불평등의 보상이라고 말하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농업·농민이 꼭 필요한 공익적 가치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농민기본소득을 확대해야 한다. /양동민 지역자치부(여주·양평) 차장 coa007@kyeongi
-
[오늘의 창] '되는 방향의' 정책적 고민 필요 지면기사
의왕 백운지식문화밸리(이하 백운밸리)에서 종합병원을 추진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상돈 의왕시장은 물론, 지역구인 이소영 국회의원까지 직접 등판하면서 힘을 싣고 있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도 각 후보자들이 앞다퉈 종합병원 유치를 공언하고 있다. 백운밸리내 종합병원 부지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총 8차례 매각이 불발된 만큼, 후보들은 표가 걸려있다고 유치를 약속하는 것 보다 치밀한 분석과 정무적 판단을 근거로 유치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16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의왕은 서울과 교통 접근율이 상당히 좋은 데다가, 특히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인덕원과 의왕에 정차함으로써 교통편의는 수도권 최고 수준이 될 지자체다. 여기에 백운밸리는 대형 쇼핑몰도 운영 중이며 백운호수를 끼고 있어 도심 속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갖고 있다.그러나 일각에서는 당장 종합병원 유치를 위해 배후인구 15만명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추진이 어렵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한다. 즉, 주민 수 부족으로 추후 경영상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지난 20일 인구수 6만2천여 명인 과천시는 과천도시공사 주최로 고려대의료원측과 함께 '종합의료시설 유치 및 자족 기능 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진행했는데, 과천 주변에 대형병원이 과연 없을까. 사업추진주체인 의왕도시공사와 의왕백운PFV·백운AMC 등은 입주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국내 최고 로펌과 '되는 방향의' 논의를 이어나가면서 사업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정력까지 병행되면 '명품 백운밸리'로 거듭날 것이다. /송수은 지역자치부(의왕) 차장 sueun2@kyeongin.com송수은 지역자치부(의왕) 차장
-
[오늘의 창] 선거와 마타도어 지면기사
민주주의 꽃인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2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선거인 만큼 그 어떤 선거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정치권은 물론 언론과 사회단체, 시민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정당 및 후보별 맞춤형 정책이 쏟아지길 희망하고 있다.하지만 현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진흙탕 싸움에만 여념이 없다. 안성지역도 이번 선거철에 어김없이 마타도어가 난무해 씁쓸하다. 실제로 '공무원 땅 투기 연루설'을 비롯해 '후보자 자녀 성 비위 문제', '시장 측근 채용비리 수사', '음주운전' 등 출처와 진실을 알기 힘든 마타도어들이 지역 선거 이슈를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다.물론 선거전에서 지역사회 발전을 이끌어 나갈 후보자들에 대한 도덕성 검증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지역발전을 위한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도 중요하다.후보자들은 현실적으로 정책과 공약을 내세우기 보다 남을 헐뜯고 비방하는 것이 당선에 한걸음 더 빨리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착각하겠지만 그 착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일부의 유권자들도 으레 '선거철이 도래하니 정치인들이 또 마타도어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기 보다 마타도어를 전면에 내세운 후보들에게는 표심으로 심판해주길 희망한다.특히나 안성의 경우 우석제 전 시장과 이규민 전 국회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중도 하차한 아픔과 경험이 바로 직전에 있었던 만큼 이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 선거에는 반드시 깨끗하고 공명한 정책선거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후보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성적보다 성장에 집중하길 바란다. /민웅기 지역자치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민웅기 지역자치부(안성) 차장
-
[오늘의 창] 경기도지사선거, 비호감 되지 않으려면 지면기사
대통령선거 전에 썼던 '오늘의 창'을 두고 여기저기서 내 아이의 돌봄을 걱정해주었다. 무척 감사했지만, 솔직히 조금 당황했다. 내가 글을 잘못 쓴 탓이 크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나와 같은 마음으로 대선을 바라봤을거라 생각했다. 나름 그 마음을 대변한다는 책임감에 '나'를 예시로 썼는데 그것이 그저 나의 문제로만 치환되는 듯했다. 이 자리를 빌려 걱정에 대한 답을 드리자면, 내 아이는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 그럭저럭 잘 버티고 있다.개인의 문제로만 치환되는 사회 구조의 문제. 사회구조라는 말도 좀 거창하다. 사실은 우리의 생활과 직결된 문제를 정치가, 그리고 우리 스스로조차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나는 지난 대선도 그래서 망했다고 생각한다. 말로는 민생을, 손은 국민을 향해 뻗었지만 정말로 보통사람의 삶을 고민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대선 내내 따라붙었던 '비호감' 딱지는 네거티브가 난무하고 서로에게 도를 넘는 막말이 오가서도 그러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내 삶에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 바랐던 국민들이 선거를 지켜보며 대단히 서운했음을 표출한 회초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방선거도 '요상'하게 돌아간다. 선거가 한 달이 조금 더 남았을 뿐인데, 경기도민들이 겪는 삶의 문제들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또 어느 후보 하나 경기도의 미래와 발전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이가 없다. 역대 이런 경기도지사 선거가 있을까 싶을 만큼 이목이 쏠린 선거인데 말이다. 도민 입장에선 경기도 위상이 이만큼 성장했구나, 격세지감을 느낄 새도 없이 선거는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 지방선거야말로 땅에 발을 딛고 함께 호흡하며 이웃의 마음으로 '민생'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어쩐지 국회와 청와대, 인수위 같은 골리앗들의 정치싸움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양새다. 이러다 '미니 대선'이란 애칭(?)까지 붙은 경기도지사 선거도 비호감 선거로 전락하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공지영 정치부 차장 jyg@kyeongin.com공지영 정치부 차장
-
[오늘의 창] 진영논리 아닌 인물·정책선거를 지면기사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가평도 어김없다. 시내 곳곳을 누비는 형형색색의 유니폼을 입은 예비후보자들의 모습이 이를 실감케 한다. 여기에 예비후보자를 내걸은 대형 홍보 현수막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모습 또한 그러하다.가평은 김성기 군수의 3선 연임제한으로 군수 선거가 '무주공산'이 되면서 출사표가 잇따르고 있다. 10일 현재 더불어민주당 3명, 국민의힘 8명, 무소속 3명 등 총 14명이 군수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가평은 수도권에서 대표적 보수지역으로 손꼽힌다. 앞선 지선, 총선, 대선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역대 군수선거만큼은 무소속 후보가 강세를 보였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부터 2014년 지방선거까지 총 9차례(보궐선거 포함) 군수선거 가운데 무려 7차례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그러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한 번 선거 지형이 바뀌었다. 3선에 도전한 김 군수가 지난 2차례 선거(무소속 출마 당선)와는 달리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서서 당선됐기 때문이다. 반면 보수 후보가 독식해온 기초·광역의원 선거에서는 예상을 깨고 최초로 민주당 소속 광역의원, 기초의원(7석 중 4석)이 당선됐다. 이를 두고 당시 지역 정가에선 수십 년만에 진영 간 대립의 지역선거구도가 깨졌다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오며 인물·정책 선거론이 대두됐다.그 때문인지 몰라도 일각에서는 다가오는 선거가 진영이 아닌 민생논리 경쟁구도로 인물·정책 등이 쟁점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 출마자들은 진영 대립보다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가다듬고 대략의 얼개를 만들어 유권자에 제시해야 한다. 또 그 얼개는 인기에 영합한 지엽적 사안이 아닌 지역발전을 대전제로 삼아야 한다.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어야지, 꼬리가 강아지를 흔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김민수 지역자치부(가평)차장 kms@kyeongin.com김민수 지역자치부(가평)차장
-
[오늘의 창] 그림에 가격표를 붙이자 지면기사
지난주 미술작품 전시가 열리는 작은 갤러리 두 곳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반가운 풍경을 목격했다. 작품 옆에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두 갤러리 모두.나는 예술작품에 가격을 붙이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생각보다 그런 전시장은 흔치 않다. 그래서 반가웠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팔고 사는 것만큼 미술작품을 사고파는 것이 아직 대중적이지 않기에 나는 당당히 가격표를 붙이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다.보는 이가 그림을 사주어야 창작자들이 건강한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보는 이가 감상하는데 머무르지 말고 사는 것으로 생각과 행동을 확장하려면 가격표 붙이는 일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미술관 문턱을 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데, 그림 가격을 묻고 또 직접 사려고 생각하는 이들은 그보다 더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런면에서 가격을 공개한 두 전시의 풍경은 조금 달랐다. 한 전시는 작품명과 설명에 가격을 보기 좋게 출력해 깔끔하게 붙여뒀다면, 또 다른 전시는 작은 스티커에 작품 가격으로 추정되는 숫자만 작은 손글씨로 견출지에 써붙여뒀다. 한 갤러리에서는 무언가 당당함과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이, 다른 곳에서는 아직은 부끄럽고, 어색하고, 수줍은 얼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돈 밝히는 세속적인 작가로 오해받기 싫어 작품에 가격표 붙이는 것을 어색하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작가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의 작품에 스스로 가격을 매기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거라고 갤러리 운영자들도 얘기한다. 그결과 어떤 전시에는 가격표가 붙고 어떤 전시에서는 그렇지 않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그래서 제안하고 싶다. 모든 작가와 갤러리가 합심해 더 이상 이런저런 눈치 보지 말고 인천의 모든(공공이 여는 전시를 제외한) 전시작품 옆에 가격표를 붙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당당히 얘기했으면 좋겠다. 여기 인천은 원래 그런 곳이라고. /김성호 인천본사 문체레저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문체레저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