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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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부천시, 정책 홍보물 급작스레 사라진 이유 지면기사
버스셸터광고는 많은 옥외광고 매체 중에서 사람들 눈높이에 위치한 유일한 조명 광고로 최근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부천시는 이달 3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관내 버스정류장 24곳에 해당 광고를 진행했다. 시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광고내용을 보면 '스마트-시티 똑똑한 부천생활'을 알리는 내용이다. ▲공공와이파이로 데이터 free도시 ▲부천나누림센터에서 정보격차 해소 ▲스마트시티 패스로 편리한 이동생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란색 바탕에 붉은색으로 쓰인 똑똑한 부천생활이란 글자는 유독 눈에 띄었다. 게다가 1970~1980년대 복고풍 스타일의 '철수와 영희'를 닮은 캐릭터 그림은 시민들의 시선을 더욱 사로잡았다. 시 정책 홍보는 제대로 된 듯했다.그러나 이 광고물이 4일 만에 사라졌다. 이유는 광고물 중앙에 빨간색 동그란 테두리가 있는 데다가 주변으로 노란색 빗살 무늬가 그려진 모습이 마치 일본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는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욱일기를 언급한 이들은 "공무원이 고의로 한 것 같다. 사상이 의심된다", "담당자가 일베충(극우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회원) 아니냐"고 비난했다. 욱일기는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사용한 깃발로,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함께 군국주의 침략의 상징으로, 당시 일본으로부터 침략당했던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 국민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상처이다. 이처럼 해당 광고물에 대해 때아닌 욱일기 논란이 일자 시는 즉시 교체를 선택했다.그런데 정작 이를 본 시민 10명 중 단 한 명만 욱일기를 언급하는가 하면 기자 역시 눈에 띄는 광고일 뿐 욱일기는 전혀 연상되지 않았다. 홍보의 목적은 남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당연히 일부는 이번 홍보물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 기업들은 앞다퉈 '레트로 마케팅'으로 소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기자는 이번 레트로 감성이 묻어나는 홍보물이 시대에 걸맞은 특색 있는 기획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상훈 지역사회부(부천)차장 sh2018@k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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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위기'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유지될 수 있을까 지면기사
인천지역 연안여객선 준공영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인천 옹진군 자월면 이작·승봉·자월도와 육지를 잇는 2개 항로를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항로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앞서 해수부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연평도 항로를 오가는 연안여객선 운항 선사에도 올 하반기 준공영제 결손금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이 항로 연안여객선은 하루 1차례 운항으로 전환된 바 있다.연안여객선 준공영제는 정부가 매년 일정액의 예산을 운항 선사에 지원해 안정적으로 연안여객선을 운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도서지역 항로 가운데 2년 연속 적자 혹은 1일 생활권이 구축되지 않은 항로를 대상으로 선사 운항 결손금을 국비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1일 생활권 미구축 항로 중 선사가 항차 수 혹은 기항지를 늘려 운항했을 때 발생한 결손액을 전액 지원하는 한편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항로는 운항결손액의 최대 70%를 보전해왔다.그런데 이작·승봉·자월도와 연평도의 준공영제 예산 지원이 중단되면서 이들 섬 주민들은 병원 진료 등을 받기 위해 배를 타고 나오면 무조건 이틀 이상 육지에 머물러야 할 형편에 놓이게 된다. 주민들이 당연히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지역의 여론이 악화하자 해수부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연평 항로를 다시 준공영제 항로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도 육지와 이작·승봉·자월도를 오가는 연안여객선이 1일 2차례 유지될 수 있도록 예산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으나 아직 제대로 확정된 것은 없다.정부와 인천시는 인천 도서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유지 방안을 찾아야 한다. 육지 사람에게는 당연한 교통편의를 섬 주민들도 누릴 수 있게 만들겠다는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취지를 고려하면 당연한 행정이다. 섬 주민들도 육지 주민들과 동등한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정부와 지자체는 명심해야 한다. /김주엽 인천본사 사회팀 차장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사회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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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왜 굳이 중계했냐하면… 지면기사
법률이 제정·개정되기까지 꽤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을 간추려 보면 국회의원·정부의 법안 발의,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상임위 산하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 상임위 전체회의 심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본회의 상정·의결까지 6개 단계 정도다.보통 언론에서는 특정 법안이 발의돼 국회를 통과하는 모든 과정을 스포츠 중계하듯 보도하진 않는다. 언론이 예외로 특정 법안 처리 과정을 중계할 땐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정치갈등이 첨예한 법안으로, 법안 심사 과정마다 여야 대립이 극심할 때다. 이 경우 수많은 보도가 쏟아지는데, 매우 기술적이고 전문적 영역인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까지도 국민 관심사로 유도한다. 둘째는 국회의원이 지역구 현안·민원관련 법안 처리 과정을 챙기면서 홍보 보도자료를 낼 때다. 법안 발의, 상임위 법안심사소위 상정, 전체회의 상정, 법사위 상정 등 과정마다 법안 통과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희망 표현으로 보도되는 유형이다. 법안이 통과되진 않았지만 통과된 듯 보도하는 게 이 유형의 핵심이다.앞선 두 가지 유형은 아니지만 최근 처리 과정을 중계하듯 보도한 법안이 있다. 해양쓰레기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폐어구·부표 대책을 담은 '수산업법 전부 개정법률안'이다. 올여름 방송·신문에서 수차례 인천 앞바다의 심각한 해양쓰레기 현장을 보도,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 여러 언론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며 현장을 알렸지만, 이후 실질적 대책 마련에는 언론의 관심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해상에서 발생하는 어구 쓰레기 대책 법제화의 핵심인 수산업법 개정안을 다루는 보도는 경인일보 기사를 포함해 한두 건에 불과했다. 시민사회는 법안 통과를 적극적으로 촉구했지만 언론의 관심은 적었다.'보도의 홍수' 속에서 해양쓰레기 대책은 그대로 묻힐 게 분명해 보였다. 경인일보가 수산업법 개정안 처리 과정을 중계하듯 보도한 이유다. 지지부진할 우려가 컸던 수산업법 개정은 지난달 말부터 속도가 붙더니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박경호 인천본사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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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온라인 플랫폼 전쟁서 생존위한 '상생의 묘' 지면기사
1810년대 영국에선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이 일었다.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많은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됐고 고용 시장이 얼어붙자 기계를 부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시대적 흐름을 막지 못한 채 기계는 산업 현장의 주역이 됐고 버티지 못한 기존 노동자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대신 기계를 만들거나 다루는 등의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나타나 사라진 노동자들의 자리를 메웠다. 산업의 양상도 바뀌어, 기계의 힘을 빌린 제조업이 경제를 주름잡는 주 산업으로 거듭났다.그리고 2021년, 4차 '산업혁명'을 맞닥뜨린 지금도 러다이트 운동은 형태가 달라졌을 뿐 현재진행형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곳곳에서 온라인 플랫폼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택시를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하는 서비스가 출현하면서 기존 택시업계와의 마찰이 발생한 것은 신호탄일 뿐이다. 가상 착용 기술을 활용해 도수 있는 안경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려고 하자 안경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고, '중개'의 영역이었던 주택 매매 역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직거래'의 길이 열리면서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이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매장에 물건을 사러 가거나, 전화로 음식 배달을 주문하는 일 역시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졌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의 출현에 아우성이었다면, 대형마트는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배송되는 e커머스의 출현에 시름하고 있다. 그 사이, 소외된 노동자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형마트의 출현 이후 전통시장 상인들이 설 곳을 잃었듯, 이제는 대형마트 판매원들의 일거리가 줄어들고 있다.기존 노동자들의 자리는 최신식 장비와 서비스로 무장한 새로운 노동자들이 채운다. 뒤안길로 사라진 이들이 다시 돌아올 자리는 많지 않다. 기계가 부숴지지 않은 채 결국 공장 한 가운데에 자리잡았던 만큼, 지금의 전쟁 역시 승자는 정해져 있을 터다. 패자는 하릴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을까. 상생의 묘가 필요하다. 변화의 시대, 정부·의회의 어깨가 무거워야 하는 이유다. /강기정 경제부 차장 kanggj@kyeongin.com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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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받아쓰기 언론 지면기사
'받아쓰기 언론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건'이라고 쓰니 뒤통수가 따갑다. 수습기자 시절, 사수는 늘 통신사 사건기사를 다시 확인하라고 시켰다. 모월 모일 모처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기사가 나오면 그 지역 경찰서 형사과장에게 전화를 건다. "과장님, 연X뉴스에 이렇게 보도가 됐던데 거기가 00동이 맞나요?", "X시스에서 나온 기사 보고 전화드립니다. 피해자가 ○○살이라고 나왔던데 확실한가요?"직접 취재한 사건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확인해야 하는지 매번 통화가 끝날 때마다 한숨을 쉬었다. 통신사 기자도 다 확인하고 썼을텐데라는 생각에서다. 어느 날부터인가 '재확인', 좋게 말해 '팩트체크'가 비효율적인 절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후배들에게도 통신사 기사를 다시 확인해보란 말을 하지 않게 됐다. 수습의 다른 원칙 하나는 '디테일'이었다. 파출소를 돌던 수습시절 교통사고를 보고하면 "가해 차량 색깔이 뭐야?", 흉기 난동을 보고하면 "칼 손잡이가 나무야, 플라스틱이야" 같은 지엽적인 질문이 돌아왔다. "차종만 알면 됐지 차 색상이 중요해?" 그걸 또 확인하려고 파출소를 떠나지 못하고 1~2시간씩 더 머물렀다.질문이 몸에 익을만한 시간이 되니 원칙도 서서히 잊힌다. 디테일보다는 줄기와 흐름이 중요하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고. 그러다 '사건'이 터졌다. 경인일보가 단독 보도한 '화성니코틴살인사건'(12월1일자 1면 보도). 피해자인 남편이 숨진 장소는 집이다. 아내는 "현관 앞에 남편이 쓰러져 있다"고 신고했다. 이 사건을 보도한 통신사에서는 남편이 구급차에서 숨졌다고 썼다. 줄잡아 20개 언론사가 남편의 사망지점을 구급차로 서술했다. 지금도 남편은 니코틴이 들어간 미숫가루 물을 마시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구급차 안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한 번 확인하면, 남편은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 뒤 이튿날 집안 현관 앞에서 숨졌다. 받아쓰기 언론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건이다. /신지영 사회부 차장 sjy@k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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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집부자 아닌 무주택자 울리는 종부세 지면기사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혹자는 집값이 그만큼 올랐으니 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조세평등에 위배되는 징벌적 세금이라며 반발한다.그간 종부세는 보통 땅이나 집부자들에게 해당되는 사항이었기에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고공행진으로 뛰면서 과세대상이 대폭 늘어나 남 얘기가 아니게 됐다. 물론 무주택자들은 저세상 얘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종부세의 주 대상인 다주택자들이 오른 세금을 세입자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가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한 뒤 '세입자에게 종부세를 부담하게끔 보증금을 올리겠다', '계약 만기 후 전세를 월세로 돌리겠다'는 등의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정부는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법이라는 보호장치가 있다고 해명하지만 세입자 입장에서 집주인들의 '꼼수'를 막기란 쉽지 않다. 이미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1년이 훌쩍 넘었는데 전세대란은 여전하고 월세 전환은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재계약 갱신율도 전국 평균 19.7%에 불과하다. 다섯 집 중 한 집꼴이다.정부의 말처럼 1주택자의 종부세 대상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면 결국 종부세는 다주택자 등의 집부자가 아닌 집 한 채 없는 무주택 세입자들이 떠안게 될 판이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형국이다.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리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는 만큼 향후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선 제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또 집주인이 종부세를 세입자에게 미루지 못하도록 정부 차원의 현장 단속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처벌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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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배려와 어우러짐의 상징 '깍두기 문화' 지면기사
경제·사회적으로 팍팍한 코로나19 시대를 살면서 문득 배려와 어우러짐의 상징인 '깍두기 문화'가 생각났다.여기서 깍두기는 김치의 한 종류인 깍두기가 아닌 대한민국 사람만이 가진 정(情)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놀이문화에서 파생된 용어를 의미한다.지금처럼 다양한 놀이문화가 없었던 1980년대 시절, 동네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술래잡기나 오징어 게임, 공기, 비석 치기, 고무줄 놀이 등 맨몸 또는 간단한 물건으로 할 수 있는 놀이를 즐겼다.이러한 놀이는 대부분 편을 갈라서 했기에 아이들의 숫자가 홀수가 되면 1명은 게임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하지만 우리의 현명한 당시 아이들은 '깍두기'라는 묘수를 발휘해 문제를 쉽게 해결해냈다.공정한 놀이의 근간은 나의 편과 상대편의 수가 동일해야 하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당시 아이들은 놀이의 근본적 가치인 '함께 즐긴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한 명의 외톨이 없이 어느 한 편에 끼워서 모두가 즐거운 놀이를 통한 추억을 만들어 갔다.특히 이 '깍두기'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몸이 불편하거나, 어리거나, 게임을 잘 못하는 아이들이었기에 나는 감히 '깍두기 문화'를 배려와 어우러짐의 상징이라 주장하고 싶다.현재 대한민국은 초고속 성장의 이면에 드리워진 무한경쟁사회와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된 경제 등의 문제로 그 어느 때보다 팍팍한 시절을 보내며, 대부분의 국민들이 어쩔 수 없이 이기적으로 변모해가고 있다.대한민국의 기성세대들은 이미 깍두기 문화를 알고 이를 몸소 실천했던 만큼 힘들었지만 함께 즐겁기 위해 서로를 배려해주는 넉넉한 마음을 가졌던 어릴 적 기억을 되새겨 이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해 나가길 희망한다. /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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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정치의 계절 지면기사
얼마 전 인근 사립초등학교에 입학 원서를 냈다가 떨어졌다. 추첨으로 남녀 각각 21명씩을 뽑는 전형이었는데, '똑' 떨어졌다.사립초등학교가 공립초등학교에 비해 어떤 교육이 더 나은지는 솔직히 잘 알지 못한다. 교육의 질을 따질 형편이 못됐다. 나는 대한민국 워킹맘이고 내 아이는 내년 3월부터 점심만 먹고 돌아온다는 그 무서운 '대한민국 초등학교 1학년'이 되기 때문이다.특히나 대한민국에서 초등학생이 제일 많이 사는 경기도 대도시 초등학교는 돌봄교실조차 추첨을 통해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추첨에서 떨어지면 엄마 아빠가 퇴근할 때까지 학원을 떠돌아야 한다는 육아 선배들의 전언을 익히 들어온 터라 나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나마 사립초등학교는 '유치원'처럼 돌봄교실이 내실 있게 잘 돼 있다고 들어 부랴부랴 추첨 대열에 끼었다.비단 나만의 일은 아니다. 곧 초등학생이 되거나 초등학교 입학을 1년여 앞둔 주변 워킹맘들은 대부분 사립초등학교 입학을 고민한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입학할 수 있다'는 소문대로 결과는 꽝이었지만. 자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지지리 복도 없는 엄마라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내 아이는 2015년생이다. 아이를 출산할 무렵, 육아 선배들은 하나같이 육아휴직을 전부 소진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초등학교 1학년 시기를 위해 조금이라도 남겨두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어휴, 그때 되면 세월이 7년이나 흐르는데, 우리나라도 바뀌겠죠." 지금은 그때의 나에게 코웃음을 쳐주고 싶다.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내년 상반기,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열린다. 간절한 기대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귀 기울여보지만, 진실을 알 수 없는 정쟁만 난무하다. 예비 '초등맘'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현실의 문제엔 여전히 답이 없다. 언제쯤 우리 정치는 내 삶을 바꿔줄까. /공지영 정치부 차장 jyg@kyeongin.com공지영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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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10만 도시' 내다본 가평형 도시계획 수립을 지면기사
최근 가평지역 곳곳에서 도로·고층 아파트 등 대규모 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노선(안)을 마련 중인 제2경춘국도를 비롯해 가평읍 8곳(3천800여 가구), 설악면 8곳(5천600여 가구), 청평면 6곳(2천600여 가구) 등 총 1만2천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오는 2025년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인구 유입은 3만명 이상으로 가평군은 전망하고 있다.이는 현재 군 전체 인구 6만4천여명의 약 50% 가 증가하는 것으로 군 단위 지자체의 이상인 '10만 도시'를 꿈꾸게 한다.이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인구유입,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걱정의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도시의 발전적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조성된 도시계획도로, 부족한 공영 주차장, 열악한 응급의료시설 등 미비한 도시기반시설 문제를 우려하는 소리다.인접도로가 유일한 도심에 300여 가구 규모의 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는가 하면 다수의 시가지 도시계획도로 등이 개설과 동시에 주차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가평의 실상이다.아무런 대책 없이 이러한 사업이 추진되면 도심 교통 대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또 주차장으로 전락한 시가지 도시계획도로는 보행자 안전 위협은 물론 소방차 등 긴급 자동차 진입이 어려워 화재 발생 시 대형사고 우려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계획에 따른 형식적 도로 개설이 아닌 교통량, 인구분포 등 전반을 고려해 보행도로, 주차장 등 관련 시설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 후 추진돼야 한다.여기에 2개뿐인 관내 응급의료시설도 걱정거리지만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것도 지역의 안타까운 현실이다.이처럼 지역 곳곳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제라도 군은 단기 지엽적 도시계획이 아닌 장기 본질적 도시계획 수립 등 문제 해결방안 마련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차장 kms@kyeongin.com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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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인천여성의전화 새로운 출발을 응원한다 지면기사
인천에서 활동을 이어온 대표적인 여성 인권단체인 사단법인 인천여성의전화가 30년 가까이 써온 단체 이름을 버리고 새 이름 찾기에 나섰다는 소식을 최근 알게 됐다.인천여성의전화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니 오는 30일까지 온라인에서 새 이름을 공모해 다음 달 후보작을 추린 뒤 내년 1월 열릴 정기총회에서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는 공지가 있었다. 이름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링크와 함께 이 같은 결정이 지난 9월17일 열린 총회의 의견조사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30년 가까이 써온 이름을 바꾸게 된 더 자세한 이유를 알고 싶어 '인여전'에 전화를 걸었다. 전국에 있는 20여 여성의전화의 대표단체 성격인 한국여성의전화의 '지부'로서의 '연대'관계를 끝내며 새 이름을 찾기로 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30분 가까운 통화였는데, 요약하면 한국여성의전화가 인천여성의전화 한 회원의 활동을 문제 삼았는데 그 과정에서 충분해야 할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거부되거나 생략됐다는 것이 연대를 끝내기로 한 주된 이유였다.30년 가까이 인천여성의전화를 이끌어온 김성미경 대표는 정들었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데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그는 "여성의전화와 오랜 시간을 함께했는데 이름과 작별해야 한다는 것이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하지만 이 새로운 여성들의 요구와 그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수용하지 못하는 조직이라면 차라리 헤어지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다행인 것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인천여성의전화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새 이름 공모에 지난 주말을 기준으로 벌써 180건 넘은 이름이 도착하며 관심과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인천여성의전화 회원 수도 크게 늘었는데, 250여명인 회원이 현재 400명으로 인천여성의전화 출범 이후 가장 많은 회원 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결정으로 인천여성의전화는 더 큰 비난이나 배제, 고립, 핍박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길을 택한 여성의전화의 새롭고 당당한 새 출발을 응원하고 싶다. /김성호 인천본사 문체교육팀 차장 ksh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