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오늘의 창] 무엇이 그대들을 두렵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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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무엇이 그대들을 두렵게 하는가? 지면기사

    최근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강력범죄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사람들이 나를 무시한다'는 등의 뜬구름 잡는 이유를 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범죄는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타인이 혹은 사회가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고, 범죄는 그러한 피해의식의 발현인 경우가 많다. 그저 자신의 쾌락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특별한 경우도 있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 된 강력범죄 대부분은 사회 문제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점점 개인화되는 현실에서 타인과의 관계성을 만들어가지 않은 채 각종 SNS(소셜네트워크)로만 관계를 맺는 등 일방적인 관계 맺기가 강력범죄의 이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SNS를 무조건적으로 폄하하거나 비난하자는 것은 아니다. SNS를 긍정적·효과적으로 사용할 경우 새로운 인간관계의 표본을 만들 수도 있고, #(해시태크) 또한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사람들조차 하나의 의견을 만들어내도록 하는 새로운 희망의 전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SNS를 자신만의 공간으로 한정하고 무조건 타인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적대감을 실제 현실에 적용하고 표출하려해 SNS의 부정적 사회 현상으로 읽힌다.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그들을 두렵게 하는 것일까.그 근본문제는 직접적인 인간관계를 맺지 않기 때문인 듯싶다. 몇 해전 사람과 인공지능과의 사랑을 다뤘던 영화가 개봉한 적이 있다. 이 영화는 색다른 소재로 현대인들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 영화가 현실인 듯싶다. 최근 발생한 묻지마 강력 범죄는 가상의 공간에서 일방적으로 표현한 감정에 대해 불특정 인물이 싫어한다는 감정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실제 해코지를 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세상은 살아갈만 한 곳이다. 우선 주변 사람들과의 스킨십이 동반된 관계를 맺자. 반드시 자신의 감정(진심)을 알아줄 그 누군가는 곁에 있다. 그는 분명

  • [오늘의 창] 인천 2호선과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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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인천 2호선과 불신 지면기사

    인천도시철도 2호선이 개통한 지 한 달이 안 됐다. 한데 지난달 30일 운행 첫날부터 전동차 운행이 여섯 번이나 중단된 탓인지 사고철(事故鐵), 고장철(故障鐵)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하다고 해서 '안전 지옥철'이란 별명도 얻었다. 가좌역 1번과 2번 출구 계단은 총 240개가 넘는데, 에스컬레이터가 없다. 그래서 '헬(Hell) 계단'이라 불린다.인천 2호선이 운행 첫날부터 말썽을 부리자, 유정복 인천시장은 31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그럼에도 8월 2일에는 전동차 출입문 센서 문제로 전동차 운행이 중단됐고, 3일엔 전동차의 출입문이 열리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틀 뒤 또다시 사고가 났다. 그리고 10일 독정역에선 유모차 바퀴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에 끼여 전동차가 약 10분간 멈췄다. 인천교통공사는 전동차 운행 중단 등 사고가 끊이지 않자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안전요원 신호·통신 장애 대처 능력 미흡' 등 총 29건의 문제점이 드러났다.인천시와 인천교통공사는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2호선의 교통 편익이 사고에 가려진 것에 서운한 기색이다. 혹자는 "(2호선에 적용된) 무인운전시스템은 운행 초기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가 생기면 전동차가 자동으로 멈추게 돼 있다. 승객들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하철은 개통 전에 시험 운전을 거치면서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완하게 돼 있다. 정식 개통 후에 열 번이나 사고가 나고, 안전점검에서 30건에 가까운 지적이 나왔다는 건 큰 문제다. 지금 2호선이 시험 운전 중인지, 개통한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더 큰 문제는 잦은 사고와 고장이 '불신'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의 장점 중 하나는 정시성(定時性)이다. 정시성은 곧 신뢰다. 정해진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사고로 인해 출발·도착 시각이 예상과 달라질 수 있다면, 굳이 2호선을 탈 필요가 없을 것이다. 2호선 운행 안정화

  • [오늘의 창] 소비자는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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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소비자는 분노한다 지면기사

    한낮에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밤에도 가실 줄 모르니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가기만 한다. 그러다 보니 더위를 피하기 위해 주말이면 가족들을 데리고 집 근처 대형마트를 찾는 게 습관처럼 돼 버렸다. 지난 주말에도 어김없이 저녁을 간단히 챙겨 먹고 8시쯤 대형마트로 향했다. 마트 입구에서부터 꼬리를 문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주차장까지 들어가도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몇 바퀴 돌다가 겨우 한 자리를 찾아 주차하다 보니 아까운 시간만 지나고 만다. 하지만 눈치가 생겨 카트를 끌고 매장에서 나오는 한 손님을 따라가 비상등을 켜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차가 빠져나가면 곧 바로 주차를 한다. 매장 안에 들어서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금세 땀이 마른다. 북적이는 사람들에 휩쓸려 여기저기 돌다 보면 카트 안에 이것저것 물건이 쌓인다.굳이 살게 있어 마트를 찾은 것도 아니었는데 이곳에만 오면 뭐가 그리 살 게 많은지. 그렇게 한 두 시간 매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더위는 잠깐 잊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에어컨을 한 시간이라도 켜지 않으면 요금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트를 다녀왔는데 집에 오자마자 에어컨을 틀게 된다.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트에서 지불한 물건값에다 에어컨을 틀었으니 전기료는 당연 늘어날테고 이 더위가 이래저래 돈을 쓰게 만드니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인지 주머니는 가벼워지는데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각 가정마다 전월 사용 전기료 고지서가 배달되면서 마치 학창시절 성적표를 받아볼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게 된다. 사용한 전기에 대해 요금을 내는 것은 마땅히 소비자의 몫이다.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자본주의 시장에서의 당연한 경제 원칙일 것이다. 그러나 공공재를 이용하는 모든 소비자, 국민들은 합리적인 가격 산정 원칙을 원한다.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는 것이다. 정부가 부디 이번을 계기로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전기와 수도, 가스 등등 필수 공공재에 대해 서민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깊은 고

  • [오늘의 창] 오산시 경영혁신, 히트다 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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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오산시 경영혁신, 히트다 히트 지면기사

    #며칠 전 저녁, 곽상욱 오산시장에게 전화가 왔다. 약간 상기된 목소리의 그는 "김 기자, 우리 직원들 상 탄 이야기 들었죠?. 정말 대박이야. 기분이 최곱니다. 6급 이하 직원들의 순수한 정책 아이디어가 인정을 받은 거예요"라며 기쁨을 표시했다. 곽 시장을 함박웃음 짓게 한 오산시의 대박사건은 '넥스트 경기 창조오디션'에서 오산시 인성 에듀타운 '오독오독' 조성사업이 혁신상을 수상한 것이다. 오산시는 이를 통해 특별조정교부금 49억원을 확보했다. 혁신상의 주인공이 된 오독오독은 반려동물을 테마로 생태·생명존중·관광이 융합된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주민기피시설인 하수처리장 복개 사업 후 발생하는 상부 공간을 활용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높이 평가받았다. 게다가 이는 '오비이락'이란 공무원들의 순수 학습동아리의 학습과 토론과정에서 나온 정책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경영혁신은 경제계에서 시작된 말이다. 묵은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한다는 혁신(革新)에 경제 용어인 경영을 붙였다. 획기적인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 선을 보이거나, 기업의 관리시스템을 변경하는 것을 우리는 경영혁신이라 부른다. 애플이 위기를 딛고 내놨던 혁신제품, 최근 삼성이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해 호칭에 '님'자를 빼자는 인사제도 개편도 경영혁신 사례다. 기업들은 경영혁신을 통해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높인다. 최근에는 이 같은 경영혁신이 지방자치단체에도 전파됐다. 선출직인 시장·군수들은 천편일률적인 행정에 파격적인 정책이나 제도 개선을 선보이며, 지자체 경영혁신을 이끌고 있다.#오산시의 '오독오독'은 지자체의 경영혁신을 잘 보여준 사례다. 수직적인 공무원 조직문화를 과감히 탈피하고 수평적인 관계 형성을 강조했다. 부서라는 칸막이도 없애고 관리직에 해당하는 공무원은 아예 제외됐다. 그러자 공무원 사회에 토론 문화가 생겼고, 결제로 올라오는 정책보다 나은 혁신 정책이 공무원학습동아리를 통해 탄생했다. 앞으로 또 다른 학습동아리를 통해 터져 나올 획기적인 아이

  • [오늘의 창] "성적순 모의재판, 면학실 불공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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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성적순 모의재판, 면학실 불공정하다" 지면기사

    "공부 잘하는 애들이 판검사 잘할 거라 생각하나 봐요."지난달 만난 인천 계양구의 한 공립중학교 학생은 학교의 모의재판을 성토했다. 판사와 검사를 성적순으로 뽑은 게 불만이었다. 판검사로 나서고 싶은 아이들이 있었지만 성적이 안 돼 신청조차 제대로 못 했다는 것이다. 학생 얘기를 더 들어봤다. "공부 잘하는 애들이 판단력도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공부하는 사람을 더 대접해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근 만난 인천 남구의 한 사립 고등학교 학생은 면학실이 성적순으로 운영된다고 전했다. 면학실은 독서실처럼 칸막이 책상과 개인 사물함 등이 있는 공간으로 입실 희망자가 많은 편이다. 이 학교는 1등에서 10등까지를 ○○반, 11등에서 35등까지를 ◇◇반으로 분류해 면학실 '입장권'을 나눠주고 있다. 입장권뿐 아니라 다른 혜택도 적지 않은데, 대학교수 특강 등 '특별 프로그램'이 있을 때 ○○반, ◇◇반에 수강 우선권을 주는 게 대표적 사례다. 모의재판이나 면학실 이용의 교육 기회를 성적순으로 제한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것이 기자가 만난 학생들의 생각이었다. 민주 시민 육성을 목표로 열리는 모의재판 구성원을 성적순으로 결정하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학교 공교육 서비스의 하나인 면학실을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만 개방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 행위가 될 소지가 있다. 이 같은 성적순 교육에 대한 거부감은 적지 않은 학생들에게 퍼져 있다. 지난달 26일 인천시교육청이 '학생 기자단 원탁 토론'에 나온 13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성적 제일주의 해소(40%)', '평등 교육에 대한 교직원 인식 개선(15%)'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학력 향상에만 매진하는 학교는 과거의 일이다. '미래 역량'을 키우는 데 공을 들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가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도입한 것도, 진로 교육 내실화와 확대를 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생이 성적으로 차별받지 않고, 열등감과 소외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제 역량을 찾아

  • [오늘의 창] "왜 퍼주기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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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왜 퍼주기만 하죠?" 지면기사

    "왜 퍼주기만 하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예비 창업자 등을 지원하는 인천의 한 경제기관장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느닷없는 물음에 중소기업 등을 다각적으로 지원해 일자리를 늘리고 소비와 기업 투자 등을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답이 돌아왔다.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런데 그게 다 국민 혈세인데 말이죠…."기자는 경제부로 발령받아 기업과 경제기관·단체 등을 출입하며 의아했던 게 한둘이 아니다. 먼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예비 창업자 등을 돕는 기관·단체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에 놀랐다. 기관으로 치면, 인천시 경제산업국을 비롯해 인천중소기업청, 한국산업단지공단, 중소기업진흥공단, 인천신용보증재단 등이 있다. 경제분야 공공기관 3곳이 최근 통합 출범한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라는 긴 이름의 기관도 있다. 단체로는 인천상공회의소, 인천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기관·단체들은 수많은 지원책을 펴고 있는데, 심지어 서로 사업이 중복돼 도움을 줄 '고객'(중소기업 등)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리기도 해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런데도 아직 각종 지원책을 모르거나 알아도 엄두를 못 내는 이들이 '뜻밖에' 많다는 사실도 놀라웠다.의아한 것은 또 있었다. '왜 주기만 하고 받을 생각은 안 하느냐'는 거다. 우수한 사업 아이템을 가진 이가 있다고 치자. 그에게 연구·개발, 특허, 상표, 디자인, 마케팅, 경영자금 등을 도울 기관·단체는 널려있다. 하지만 그가 성공하면 그간 지원 비용 등을 회수할 방법을 도와줄 때처럼 치열하게 고민하는 곳을 기자는 본 적이 없다. 국민 혈세 아닌가. 어려울 때 도와주고 성공하면 되돌려 받아 미래 예비 창업자 등을 위한 재원으로 다시 쓸 수는 없는 걸까. 장차 어엿한 기업인으로 성장하면 지역사회에 꼭 기부하겠다는 약속이라도 받아놓을 수 없는 걸까. 과연, 기자만의 엉뚱한 생각일까…./임승재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임승재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 [오늘의 창] 정리의궤 발견은 정조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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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정리의궤 발견은 정조의 선물 지면기사

    지난 6월 27일 프랑스 국립동양어학교와 국립도서관을 방문했던 더불어민주당 안민석(오산) 의원, 전경목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헌관리학과 교수, 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 경기문화재단 조두원 연구원은 조선왕조 의궤 중 그 실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정리의궤(整理儀軌)' 실물을 처음 확인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프랑스에서 소장하고 있던 조선왕조 의궤는 '외규장각(外奎章閣) 의궤' 297권밖에 없다고 다들 생각했기에 또 다른 의궤의 출현 자체가 신선한 것이었다. 이번에 발견된 정리의궤는 정조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국왕의 열람을 위한 어람용(御覽用)이며, 한문이 아닌 한글로 기록돼 있어 기존의 의궤 역사를 다시 써야 할 판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1827년(순조27)에 편찬된 '자경전진작정례의궤(慈慶殿進爵整禮儀軌)'를 최초의 한글본 의궤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학자들의 분석결과 정리의궤는 이보다 몇십 년 앞서 간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리의궤는 현존하는 '최초의 한글본 의궤'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특히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정리의궤(성역도)'에는 수원화성과 부속건물들을 도화서 화원들이 정성 들여 손으로 그리고, 색칠까지 해 놓아 앞으로 수원화성 및 행궁 등을 복원할 때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1801년에 목판인쇄로 간행된 화성성역의궤보다 훨씬 세밀하고, 채색이 돼 있어 그동안 불분명했던 부분이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다. 현재 정리의궤의 발견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바로 수원시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정리의궤에 대한 최초보도(경인일보 7월 4일자 1·3면) 이후 곧바로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정리의궤를 영인·복제하고 연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프랑스 현지 방문단이 정리의궤를 확인한 지 꼭 한 달만인 7월 27일 '정리의궤 시민 토크 콘서트'를 열고 의궤를 컬러로 출력해 행사장을 찾은 모든 이들에게 공개했다.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의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수원시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누군가 "정리의

  • [오늘의 창] 거자일소(去者日疎)와 조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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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거자일소(去者日疎)와 조직 변화 지면기사

    지난 5월 19일 서울지검 김모 검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김 검사가 작성한 유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닷 새 뒤인 24일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홀어머니와 함께 살던 김모 경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장례식이 끝난 뒤 김 경사의 유품을 정리하던 유족들이 '전 부서의 직속상관으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받았고 직속상관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김 경사의 유서(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에게 보내는 탄원서)를 발견, 경인일보를 통해 공개했다.김 검사와 김 경사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살아서 억울함을 풀거나 아예 조직을 떠났으면 마음이나마 편했을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가족들을 뒤로한 채 쓸쓸히 눈을 감는 순간까지 검찰과 경찰, 어느 쪽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다시 말해 유리벽으로 된 방음실 안에서 김 검사와 김 경사는 조직을 향해 살려달라고 울부짖었지만, 조직 내의 그 누구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고 이러한 모습에 너무나도 비참함을 느낀 김 검사와 김 경사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것으로 느껴진다.그러나 김 검사와 김 경사가 눈을 감은 뒤 그들이 속했던 조직이 보여준 모습은 조직이 먼저라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김 검사의 상급 부장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고검으로 자리를 옮겼고 김 경사의 직속상관인 A 경감도 '본인의 희망'에 따라 웬만한 인맥이 없이 갈 수 없는 곳으로 알려진 인근 성남의 한 경찰서 정보보안과 계장 자리로 이동했다. 권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나서기보다는 검찰과 경찰 모두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의 원칙, 상명하복(上命下服) 강요문화 등 치부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나서는 듯한 모습이었다. 또한 조직의 윗선까지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도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 어렵다.去者日疎처럼 시간이 지나면 김 검사와 김 경사는 잊혀지겠지만. 다시는 제2, 제3의 김 검사와 김 경사가 나오지 않는 조직의 변화를 먼저 기

  • [오늘의 창] 피아노로 노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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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피아노로 노래하기 지면기사

    지난해 '쇼팽 콩쿠르' 우승을 거머쥐면서 국내외 음악팬들을 열광시켰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진정한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떠오르고 있다.지난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조성진과 서울시립교향악단(지휘·얀 파스칼 토틀리에)의 협연 무대는 젊은 피아니스트의 입지를 고스란히 보여준 자리로 평가받았다.당일 연주회를 현장에서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면서 읽은 다수의 리뷰 글들은 지난 2월 공연 때보다 발전한 모습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피아노 음색 처리에 대한 호평이 대부분이다. 이를 통해 작품의 드라마틱함과 서정성을 동시에 구현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연주는 청자의 몰입을 극대화 시킨다. 조성진의 연주를 머릿속에서 떠 올려 보면서 자연스레 거장 피아니스트들을 반추해 본다. 연주사(史)에서 '피아노로 노래'할 수 있었던 이는 많지 않았다. 다양한 요소들이 연주의 질에 영향을 미치지만 피아노의 대가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소리로 편안하고 쉽게 원작을 들려준다. 이러한 부분을 확실하게 충족시켜주는 피아니스트로 우크라이나 태생의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4~1989)를 꼽을 수 있다.미국의 음악비평가 찰스 로젠은 어떤 연주자도 호로비츠만큼 아름다운 음색을 낼 수 없다고 단언한다. 로젠에 따르면 연주자가 한 음을 낼 때 연주자의 의도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소리의 강하기와 지속성이다. 호로비츠는 타건(打鍵)을 조절해 건반을 누르는 힘보다 피아노 해머가 현을 때리는 힘이 강해지지 않도록 조절한다. 선율의 음조와 하모니를 다루는 음악적인 부분과 함께 피아니스트들의 타건에 의해서 행해지는 해머와 페달의 움직임, 부딪히는 피아노 현(String)들 사이에 복잡한 상호작용이 있다는 것으로, 호로비츠는 음악적인 부분과 악기의 기계적인 부분 모두를 이해한 연주자라는 뜻이다.쿠바 출신의 호르헤 볼레(1914~1990)의 연주에서도 '피아노로 노래'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리스트가 피아노 작품으로 편곡한 슈베르트의 가곡들을 연주하는 볼레는 톤과 페달링, 소리를 내는 방식에서 여타 연주자들에게선 들어볼 수 없는 노

  • [오늘의 창] 안보 우선주의에 멍드는 서해 5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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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안보 우선주의에 멍드는 서해 5도 지면기사

    안보(安保) 우선주의에 인천의 자산인 서해5도 환경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군(軍)은 연평·백령·대청도를 비롯한 서해 5도에서 군 방어진지 구축을 목적으로 '서북도서 요새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2단계에 걸쳐 각각 2천700억원, 1천200억원 가량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다. 당초에는 시설을 지하화할 계획이었다가 예산 문제 등으로 지상으로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고도의 보안이 요구된다는 이유로 산을 깎고 중장비로 섬 해변을 뒤엎는 토목 공사를 하면서 제대로 된 환경영향 평가 한번 실시하지 않았다.특히 인천시가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추진 중인 대청도 '농여해변' 일대의 환경 훼손은 심각한 수준이다. 해당 자치단체인 옹진군, 인천시와 협의 없이 밀어붙이기식 공사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는 해변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이곳 뿐만 아니라 연평도 북측 산 중턱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군사시설 공사도 섬 산림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인천에는 모두 14개의 천연기념물이 있고 이중 절반인 7개가 백령도, 대청도 등 서해 5도에 몰려 있다. 백령도 사곶 해변을 비롯해 남포리 콩돌해안, 소청도 분바위 등 인천의 소중한 자산인 천연기념물이 서해5도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이런 서해5도 천혜의 횐경은 섬 주민들의 생존과 직결된다. 한 해 수천명의 관광객들이 서해5도를 찾는 이유도 서해5도만이 간직하고 있는 빼어난 환경을 보고 즐기기 위해서다. 안보상 중요하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이해와 설득 없이 진행되는 이런 군의 행태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최근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고 있는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배치 지역 결정 문제도 결국 이런 안보 우선주의에서 비롯된 정부와 군의 일방통행식 정책 결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안보도 결국 국민을 위한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최소한의 설득과 이해작업도 없이 진행되고 있는 이런 행태야말로 우리가 항상 경계해야 할 국가주의적 발상이 아닐까. /김명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