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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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 공정(公正)과 상식(常識)으로 바라본 이천과학고 유치
공평(公平)하고 올바름. 일반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일반적인 지식·이해력·판단력이 공정과 상식이다. 공정과 상식은 지난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건 상징적인 표어이다. 지금 정부 또한 처음부터 공정과 상식을 내세웠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공정과 상식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관심을 두어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이야기할 만한 아주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천과학고 유치를 희망하는 이천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인 계산이나 유불리를 떠나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로서 평균인의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각으로 이천과학고 유치의 정당성을 논해보고자 한다. 과학고는 전국에 20개교가 있다. 그러나 전체 인구의 1천367만명이나 되는(전체 인구의 26.68%) 경기도에는 과학고가 경기북과학고등학교 1개교뿐이다. 그렇다면 다른 광역자치단체와의 형평성 및 거주민들의 수요에 따라 경기도에는 최소 2개교 이상의 과학고등학교가 있어야 하고, 추가로 과학고가 들어선다면 경기북부권에 이미 경기북과학고등학교가 있는 만큼 지역적 형평성(경기남부권 인구 1천9만명, 경기도 인구 1천367만명의 73.8%)과 지역사회 발전 속도 등을 감안 경기동남부에 들어서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가운데 이천시, 고양시, 용인시, 화성시, 성남시, 부천시, 평택시, 시흥시, 광명시, 안산시 등 10개 지자체가 과학고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경기도 지자체별 인구, 특수목적고등학교, 자립형사립고등학교, 대학교(4년제) 현황 등을 위 표 2와 같이 구분해서 이해를 구했다. 표 2에서 보듯이 경기북부권은 과학고 1개교가 있으므로 경기 북부에 속한 고양시는 지역불균형에 따른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경기남부권 지자체 중 과학고 유치를 희망한 성남시, 부천시, 평택시, 안산시, 용인시, 화성시, 시흥시는 특수목적고·자사고·대학교가 적어도 하나 이상은 들어서 있으므로 이 또한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 광명시는 자율형사립고나 특수목적고등학교, 외국어고등학교가 있는 지자체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대도시가 인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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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달팽이(이공명)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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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컬처밸리 공영개발도 유야무야될까 걱정된다 지면기사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경기도 K-컬처밸리 조성 및 활성화 지원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경기도는 K-컬처밸리 토지매입비 반환금 1천524억원이 포함된 추경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CJ라이브시티측에 땅값을 돌려주는 것으로 협약해제를 완료하고, 조례로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사업을 주도할 법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김동연 지사가 밝힌 K-컬처밸리 공영개발을 위한 전담조직 구성을 위한 사전 절차들이다.하지만 도의 K-컬처밸리 공영개발 실행 스케줄은 첫 단계부터 꼬였다. 도의회 국민의힘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K-컬처밸리 행정사무조사'가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로 실시가 확정되면서다. 행정사무조사는 CJ와의 사업협약 해지가 타당했는지를 검증한다. 협약 해지로 민간개발이 무산된 이후 반발 여론이 비등했다. 무엇보다 협약해지 이후 대안이 없다는데 분노한 여론은 사업의 원상회복까지 요구하고 있다. 도민청원에 김 지사가 확고한 공영개발 의지를 밝혔지만, 새롭게 국회 국정감사를 청원하는 인원이 5만여명에 달한다. 도의회 행정사무조사는 들끓는 여론에 대한 피치 못할 대응인 셈이다.일단 행정사무조사 실시로 K-컬처밸리 지원 조례와 토지매입비 반환금 처리는 순연될 수밖에 없다. 행정사무조사 결과 보고서로 협약해제에 대한 경기도의 면책이 확정돼야, 공영개발의 수순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의회 사무 절차 때문이다. 문제는 협약 해제 책임의 경중을 가리는 일이 답이 없는 지루한 정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다. CJ도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후 수년 동안 발목이 잡혀 사업에서 쫓겨났고, 그 결과가 원점으로 회귀한 K-컬처밸리다.신속한 공영개발 착수는 경기도가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땅값 반환으로 CJ와 완전히 결별하고 GH가 개발청사진을 마련해 투자기업을 모집하는 일련의 과정을 얼마나 신속하게 펼치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달렸으니 한시가 급할 것이다. 하지만 협약 해제 자체에 의문을 해소할 진상조사부터 하자는 도의회의 명분은 여론을 업고 있다. 대안 추진이 먼저인 도와 사업 무산 원인규명이 우선인 의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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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관심사 된 의붓아들 살해범 파기환송심 지면기사
지난해 초등학생 의붓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계모 사건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파기환송심이 시작되면서 아이를 사지로 내몬 그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고(故) 이시우(사망 당시 12세)군은 2022년 3월 9일부터 지난해 2월 7일까지 인천 남동구 자택에서 계모 A(44)씨로부터 학대를 받다 지난해 2월 숨을 거뒀다. 구속 기소된 A씨는 아이가 성경 필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폭행하거나, 장시간 방에 아이를 가두고 커튼으로 손발을 묶기도 했다. 학대를 당하며 제대로 먹지 못한 이군의 사망 당시 몸무게는 29.5㎏으로, 또래 평균보다 15㎏이나 적었다.검찰은 A씨에게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해 기소하고, 범죄의 잔혹성과 지속성 등을 고려해 사형을 구형했다. 1심과 항소심은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고 보고 아동학대치사죄와 상습아동학대 혐의 등을 적용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에 관한 원심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앞서 아이 친부 B(41)씨는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면 A씨의 형량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마련한 양형기준을 보면 살인의 고의가 입증되지 않은 아동학대치사죄는 기본 징역 4~8년을, 가중처벌 시 징역 7~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2021년 3월 이른바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생긴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되면 기본 징역 17~22년을, 가중처벌 시 징역 20년에서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다.그동안 인천 등 전국에서는 A씨 등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시민단체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를 통해 법원에 접수된 관련 탄원서는 1심 373건, 2심 659건, 대법원 257건에 달한다. 대법원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한 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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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만평] 사뿐히 즈려밟고…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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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경기도 장애인 오케스트라 지면기사
2011년 10월 27일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 하트체임버 오케스트라의 공연 도중 갑자기 조명이 꺼졌다. 잠시 후 어둠을 뚫고 영화 '오즈의 마법사' 주제곡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의 선율이 흘렀다. 19명의 시각장애 연주자는 서로의 호흡과 악기소리에 집중했고, 청중도 눈을 감고 음악과 온전히 일체됐다. 암전(暗轉)공연, 어쩌면 악보도 없고 지휘자도 없는 시각장애 오케스트라이기에 가능했던 실험이었는지 모른다. "브라비(Bravi)!" 객석은 환호와 네 번의 기립박수로 경의를 표했고, 하트체임버는 3곡의 앙코르 연주로 화답했다.기적의 하모니는 2024 파리패럴림픽 '문화 올림피아드' 행사에서도 이어졌다. 이번엔 하트하트 오케스트라가 파리 샹젤리제 부근 살가보 극장 무대에 올랐다. 자폐·지적장애 등 발달장애 연주자 36명은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의 '카르멘 서곡'·카미유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등을 연주했다. 앙코르곡 프랑스 대표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과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는 청중들의 심장을 두드렸다. 2006년 창단한 하트하트는 한국뿐 아니라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 등 해외 무대까지 장벽이 없다.경기도가 장애인 오케스트라 '꿈의 심포니아'를 창단한다는 뉴스가 반갑다. 전국 최초 '인재 양성형' 시스템으로 연습 수당은 물론 전문 연주자의 1대 1 집중 교육도 이뤄진다. 10월 10일까지 단원을 모집하고 오디션을 통해 11월 중 선발할 계획이다. 9일 창단 발표식에서 "장애인들에게 기회의 통로를 만들어 꿈을 잃지 않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김동연 지사의 진정성에 기대를 건다.하트체임버의 한 단원은 "악기를 구입하기 위해 안마사 일을 했다"고 고백한다. 장애인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와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지 가늠조차 안 된다. 몇 주에 걸쳐 악보를 완벽하게 외우고, 한음 한음 맞춰가며 연습을 반복하는 '정공법'으로 연주를 완성한다. 조금 오래 걸리면 어떤가. 알레그로(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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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랜디스가 남긴 이야기와 노래 지면기사
인천 개항장 의료선교사 '藥大人'으로 불러불과 7년 남짓 활동… 남긴 족적은 '뚜렷'초인적 한국문화연구 업적의 양과 질 상당내동교회 문고 복원으로 기념사업도 희망개항장의 의료선교사 랜디스(Eli B. Landis, 1865~1898)의 활동과 업적에 대한 연구와 함께 재평가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인천 사람들은 랜디스를 가난하고 불우한 조선인을 위해 인술을 베풀고 고아원을 설립하여 운영하다 서른 두살의 나이로 요절한 의로운 외국인이라 여겨 그를 '약대인(藥大人)'이라 부르고 그가 진료했던 성누가병원이 있던 언덕을 특별히 '약대인산'이라 불렀다. 인천인물지에도 그를 개항기 인천의 주요 인물로 분류하여 업적을 소개하고 있다.랜디스가 1890년에 내한하여 1898년 4월 과로와 감염병으로 쓰러질 때까지 활동한 기간은 불과 7년 남짓이지만 의료와 사회봉사에 남긴 족적은 뚜렷하다. 그는 1890년 가을에 제물포에 도착한 날부터 진료를 시작했는데 1892년 3천594명, 1894년에는 4천464명의 환자를 치료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는 인천에서 1891년부터 야간 영어학교에서 3시간씩 영어를 가르쳤으며, 별도로 고아원을 설립하여 아이들을 보살폈다. 랜디스는 성누가병원이라는 이름 대신 '낙선시병원(樂善施病院)'이라 부르자 했는데 선한 일을 즐기고 베풀기를 좋아한다는 그의 소명의식이 담긴 것이었다.랜디스는 한국문화연구 성과도 남겼다. 그는 한국에 도착한 이듬해부터 구어체를 능숙하게 구사하여 한국인과 대화할 수 있었으며, 한자와 한문 지식도 상당했다고 한다. 이 같은 언어능력을 바탕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의 언어와 역사를 비롯하여 불교와 무속, 자연 숭배와 민간신앙, 동학의 이념, 한국의 전래동화와 동요 등과 같은 사상과 문화, 동의보감 번역과 같은 전통의료 등에 대한 연구를 해나갔는데, 코리아 리포지터리, 모닝 캄 등의 영문잡지에 기고 발표된 논문만 24편에 달한다.이 같은 랜디스의 한국학 연구가 불과 3~4년간 진료소와 고아원 운영과 함께 이룬 것이니 한국문화와 한국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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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티모르 경찰교육으로 본 대한민국 사이버수사의 위상과 미래 지면기사
아시아 대륙 동쪽 끝 작은 섬나라1999년 독립해 2002년 국가 출범우리나라 포렌식 도구 등 놀라움발전 거듭했지만 해결 과제 산적사회 전체가 지속적 노력·투자를수원중부경찰서 수사과에서는 딥페이크, 아동청소년이용 성착취물과 같은 사이버 성범죄, 사이버 사기, 경제 사건까지 다양한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 회원 120만명 음란사이트 운영자 검거 및 몰래카메라 앱, IP카메라 해킹 등 다양한 사이버 성폭력 사건을 검거한 경험으로 UNDP 동티모르와 KOICA가 진행하는 '동티모르 젠더기반폭력 예방 및 대응 사업'에 강사로 선발돼 일주일간 동티모르의 경찰, 검찰,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범죄 수사,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 조사기법, 디지털 포렌식 기법을 전수하며 대한민국 사이버수사의 위상을 높이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아시아 대륙의 가장 동쪽 끝, 인도네시아와 호주 사이에 자리 잡은 악어를 닮은 작은 섬나라 동티모르는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시절을 거쳐 인도네시아에 통치됐고 1999년 유엔 주도로 독립해 2002년에야 정식 국가로 출범한 작은 나라다. 이러한 역사를 가진 동티모르는 포르투갈, 인도네시아, 그리고 자체 문화가 어우러져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고 개발이 늦어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백사장이 펼쳐진 해변, 울창한 열대우림, 웅장한 산맥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서식하는 깨끗한 바다는 스쿠버 다이빙 등 해양 액티비티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고, 울창한 열대우림 또한 다양한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동티모르의 자연은 숨겨진 보석과 같은 곳이며, 가톨릭 국가로 종교적인 축제가 많이 열리는데 동티모르인들은 외국인들에게 매우 친절하고 웃음이 많아 축제에 참여해 즐기기에도 좋다.교육을 마치고 돌아온 뒤 대한민국 사이버수사의 발전 가능성을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이었고 이번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경찰의 사이버수사 역량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동티모르 경찰의 열정적인 참여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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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함께 준비하는 산림기반 ESG경영 지면기사
애플은 2018년부터 남미 콜롬비아의 해안가에서 축구장 1만5천개 면적(1만1천㏊)의 맹그로브숲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 맹그로브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탄소 흡수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열대우림보다 5배나 높다고 하며 실제로 애플은 이 프로젝트로 1만7천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전형적인 ESG(환경·사회·투명) 경영 사례이다.ESG는 세계적으로 기업 경영에서 화두다. 우리나라도 공시 기준 마련과 함께 2030년부터 모든 상장기업에 대한 ESG 정보 공시가 추진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글로벌 스탠다드인 만큼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관심과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없다.기업들이 많이 주목하는 것이 산림이다. 숲과 나무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림청에서는 관련 법령을 통해 탄소상쇄제도와 해외에서 산림 전용과 황폐화 방지를 통한 탄소 감축 사업에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재해로 훼손된 산림의 복원, 유휴지를 활용한 숲과 정원의 조성, 목조건축 등 탄소를 저장하는 목제품 이용 촉진 활동 등으로 산림 기반 ESG 연계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관련 정보와 자원에 대한 접근부터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들의 고충을 들어줄 공무원들에게 ESG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이슈이다.이에 산림교육원은 기업의 ESG 활동에서 공무원이 충실한 협력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산림 기반 ESG경영 과정을 개발 운영해 관련 동향과 기업의 관심 및 애로사항, ESG경영과 연계가 가능한 산림정책 등을 전파했다. 지속적인 환류와 과정 개선 콘텐츠 개발을 통해 공무원이 현장으로 돌아가 기업의 ESG 관련 민원에 적극 응대하고 함께 해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역량 배양에 힘쓸 계획이다.기업의 다양한 변화와 혁신활동에 힘을 보태는 것이 정부의 책무임을 인식하며, 산림교육원은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최은형 산림청 산림교육원장최은형 산림청 산림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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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어느 K 중년 등산인의 탄생 지면기사
작년 '연구자의 집' 산행에 첫 참여선배들의 간식과 다정함 나를 살려나이가 들면 다들 산에 오르는것은새롭게 갖춰야할 권위에 대한 사례함께하는 등산에 있기 때문 아닐까지난해 7월부터 연구자 단체인 '연구자의 집' 산행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동네 뒷산을 오르는데도 에베레스트 등산 차림'이란 한국의 K 중년 등산복 대신 운동복 바지에 면티를 입고 모자·스틱 없이, 선글라스 하나 달랑 쓰고 펄펄 끓는 7월의 한여름, 그늘 한 점 없는 바윗길 험준한 산을 올랐다. 얼마 가지 못해 동행한 분들이 가지고 온 손수건, 스틱, 얼음물이 차례로 내게 왔다. 이글거리는 태양에 타던 시커먼 머리카락을 덮기라도 할 손수건이 없었다면, 끊임없이 올라도 끝나지 않던 바윗길에 의지할 스틱이 없었다면, 미지근한 물과는 견줄 수 없는 차가운 한 모금의 얼음물이 없었더라면 결단코 내 발로 하산하진 못했다. 한여름의 바위산을 오르면서 편의점에서 산 성의 없는 '원플러스 원' 500리터 생수 2병은 연민을 넘어 무모함에 대한 실소를 자아내지 않았을까 싶은데도 선생님들은 우매함을 탓하는 대신 오장육부까지 벌겋게 익었을 내게 얼음물을 건넸다. 보랭백에 넣어온 여러줄의 김밥, 이틀 전부터 가지런하게 썰어 꽁꽁 얼려 온 수박, 수분이 담뿍 담긴 야채, 순간적으로 힘을 끌어낸다는 식초 원액까지. 선생님들의 무거운 배낭에서 나온 간식과 다정함이 그날의 나를 살렸다.다시는 못 가겠다 싶던 산행을 해가 바뀌어서도 이어갔다. 그러는 사이 기본적 등산용품도 하나씩 장만했으나, 3월의 산이 그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채, 눈 덮여 꽁꽁 언 산을 아이젠 없이 오르기도 했다. 선생님의 왼쪽 아이젠을 빌려 신고 한발씩 나란히 미끄러지던 날은 혹독한 추위와 바람에, 내 안전을 위해 반쪽의 안전을 선뜻 내준 배려에 대한 미안함으로 "저는 여기까지"라며 "되돌아가겠다"는 말을 결국 꺼냈다. 할 수 있다며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오르며 내주던 곁들이 모여, 내려 올 때는 결국 내 두 발 모두에 채워져 있던 다정한 아이젠들이 모여, 할 수 없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