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수도권 물 공급 정책 정부가 직접 나서라 지면기사

    팔당상수원은 수도권 주민 2천600만명의 식수원이다. 정부는 수질보존과 시설관리를 위해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각종 유해물질이 흘러들고 오염원이 산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중하류에 지어진 팔당댐은 상수원 핵심 시설이나 준공 반세기가 가까워지면서 노후화가 심화하는 등 문제를 안고 있다.팔당호 취수원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 지역은 서울시와 인천시(강화·옹진군 제외) 전역, 경기도 26개 지자체 등이다. 수도권 주민 80% 이상이 의존하는 팔당 상수원은 '지표수'(지구 표면에 존재하는 물)라는 특성상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고 각종 위험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여름철 혹서기에는 강물이 초록색으로 변하는 녹조 현상이 빈발한다. 장마철이나 호우시에는 각종 생활 쓰레기가 떠내려오고 겨울 가뭄 철에는 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리는 위태한 상황이 반복된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도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또 지난 1974년 준공된 이후 50년 가까이 지나면서 노후화에 따른 안전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댐 구조물은 2억4천400만t 용량을 가둬야 하는데 지난 2017년 감사원 감사 결과 팔당댐의 내진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수문 전도 가능성이 우려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토목 전문가들은 취수원 다변화로 팔당상수원 의존도를 낮추고 정부가 직접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한다. 빗물·지하수·재활용 용수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지나치게 한 곳에 의존하고 있는 취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하류 지자체가 물 사용권리인 '수리권'을 놓고 충돌하는 문제', '지자체와 국가 간의 분쟁', '기관과의 분쟁' 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상수원 이전 및 다변화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과도한 규제에 따른 주민 피해 구제도 시급하다. 경기 동부권 주민들은 수십년간 집단민원을 제기해왔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규제를 풀겠다고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강원도에 있는 홍천강을 취수원으로 두자는 의견의 실효성

  • [경인만평 이공명 2021년 5월 18일자] 대선 골드라인
    만평

    [경인만평 이공명 2021년 5월 18일자] 대선 골드라인 지면기사

  • [포토데스크] 평택역 광장에 마련된 故 이선호씨 '시민분향소'
    칼럼

    [포토데스크] 평택역 광장에 마련된 故 이선호씨 '시민분향소' 지면기사

    17일 평택역 광장에 고(故) 이선호씨를 추모하는 시민분향소가 마련되었습니다. 이선호씨는 지난달 22일 평택항 부두에서 컨테이너 작업 중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습니다. 목숨을 담보로 산업현장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의 안전할 권리를 언제쯤 찾을 수 있을지 착잡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지만 물류센터 화재, 택배기사 과로사, 금번 평택항 사고까지 매번 반복해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노동자 사망사고 소식이 언제쯤 멎을지 괴롭습니다. 글·사진/김금보기자artomate@kyeongin.com

  • [참성단] 중국산 낙지 담합
    참성단

    [참성단] 중국산 낙지 담합 지면기사

    낙지는 문어와 주꾸미의 사촌격 연체동물이다. 빨판이 달린 여덟 개 다리에 민머리가 자유자재로 변형한다. 뼈도 없이 흐물거리는 촉감에 끈적한 진액으로 무장해 함부로 만질 수 없다. 외국인들이 혐오하는 대표 한국 음식이다. 영화 '올드 보이'에서 배우 최민식이 산낙지를 통째 먹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거나 역겨웠다는 외국인이 많다.갯벌에서 게와 조개류를 잡아먹고 사는 낙지의 주산지는 전남 다도해 일원이다. 국내산 낙지 열 마리 중 여섯 마리가 이 지역에서 난다. 깊이가 최대 2m나 되는 구멍을 파고 은신하기에 어지간한 꾼이 아니면 포획하기 만만치 않다. 낱마리로 잡아야 하고, 계절별 수확량 편차가 크다. 초여름 산란기엔 2개월 동안 포획이 금지돼 품귀 현상이 반복된다.'쓰러진 소도 일으킨다'는 속설이 말하듯 보양식으로 대접받는다. 타우린과 단백질이 풍부해 환자와 임산부에 좋다.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하거나 3~5㎝ 크기로 잘라 산 채로 먹는다. 크기가 작고 발이 가는 세발낙지는 통으로 먹는다. 물량이 적은 탓에 산지가격도 만만치 않다. 마리당 2만원은 줘야 산 놈을 먹을 수 있다. 소비자들은 대체재인 중국산이라도 가격 부담이 적지 않다고 불평한다. 왜 이런가 했는데, 이유가 있었다.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인천수산물수출입협회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적발해 과징금 1억1천5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산 낙지 수입업체들이 모인 협회가 산낙지 단가 하락을 막으려 도매가와 수입 횟수를 통제한 혐의다. 협회는 2017~2018년 사이 회원사들의 산낙지 수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중국 업체의 가격 인상 요구에 완력으로 맞선 것이다. 부당한 담합과 가격 조정 횡포에도 위세에 눌린 국내유통업체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수입업체들이 결성한 협회가 유통시장을 교란해 주머니를 채웠다. 가격 통제와 물량 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소비자 몫이 됐다. 협회가 중국산 산낙지 수입시장을 장악하면서 비싼 가격이 당연시됐다. 서해안 관광지마다 한 집 건너인 조개구이 식당들도 중국산을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가

  • [기고] 가처분 신청 기각을 받아든 아침
    칼럼

    [기고] 가처분 신청 기각을 받아든 아침

    참담했다. '이유 없다'. 네 글자가 전부였다. 나는 청구인 자격으로 재판에 함께했다. 경기도 측은 이전 발표가 선언일뿐 사실상 권한 없는, 지자체를 기망하는 행위라는 것도 인정하는 법리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무슨 권리가 있어 가처분을 신청하냐며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우리 노동자들에게 모욕을 서슴지 않았다. 판사는 아내가 일자리를 잃고 아이들을 혼자 둬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작 이전을 해야 하는 노동자가 잘못됐다고 말할 권리가 없냐고, 기관에 전화 한 통 넣어 이사회를 좌지우지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더니 상대 변호사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쉽지 않을 걸 알았지만 이처럼 간결하게 우리의 노력이 무화 되니 이 세상이 누구를 위한 세상인지 알겠다. 법은 유력 대선주자, 기득권의 편이었다.공공기관 이전 발표 이후 지난 석 달 동안, 1인 시위, 기자회견 등 많은 일이 있었다. 국회의원, 도의원, 민주노총, 지역민, 경찰 등 온갖 사람들을 만났다. 함께해 준 고마운 사람들만큼, 앞뒤가 다른 사람, 비겁한 사람들을 보며 씁쓸했다.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환멸이었다. 저들처럼 나 역시 가짜가 돼가고 있다고 느꼈다. '이게 내가 되고 싶었던 어른이었나?', 자문할 때마다 고통스러웠다. 책사들의 협잡이며 모사들의 음모는 사극에나 나오는 줄 알았다. 체스 말이 돼 옳은 말 대신 각본을 읊는 정치인들,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로 정치 기획에 참여하는 공무원들, 공정이며 주권자 운운하나 도무지 주권자를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기 어려운 자칭 행정가. 뒷이야기를 빤히 아는데 사실과 다른 말을 늘어놓는 꼴들은 참으로 역겨웠다.기각 판정 이후, 지사님은 페이스북에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판결이라고 했다. 당연하고 상식적으로 흘러가는지 살펴보겠다. 지난 3년간 어울리지도 않는 경력 가진, 아마도 그들의 사람들이 이사회를 채웠다. 자율적으로 이사회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독립 기관이라고 하셨으니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상식적이고 당연하겠다. 압력을 행사하는지도

  • [시인의 꽃] 큰 꽃
    칼럼

    [시인의 꽃] 큰 꽃 지면기사

    꽃을 내려놓고 / 죽을 힘 다해 피워놓은 / 꽃들을 발치에 내려놓고 / 봄나무들은 짐짓 연초록이다.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 없다는 / 맑은 노래가 있지만 / 꽃 지고 나면 봄나무들 / 제 이름까지 내려놓는다. / 산수유 진달래 철쭉 라일락 산벚... / 꽃 내려놓은 나무들은 / 신록일 따름 푸른 숲일 따름꽃이 피면 같이 웃어도 / 꽃이 지면 같이 울지 못한다. / 꽃이 지면 우리는 너를 잊는 것이다. / 꽃 떨군 봄나무들이 / 저마다 다시 꽃이라는 사실을 / 저마다 더 큰 꽃으로 피어나는 사태를 / 눈 뜨고도 보지 못하는 것이다.꽃은 지지 않는다. / 나무는 꽃을 떨어뜨리고 / 더 큰 꽃을 피워낸다. / 나무는 꽃이다. / 나무는 온몸으로 꽃이다.이문재(1959~)꽃은 피고 지고 떠나가지만 그 나무는 남는다. 꽃을 개화시킨 것이 꽃이 아니라 나무라서. 나무는 꽃이 사라진 다음에도 가지에 무수한 것들을 있게 한다. 잎을 피게 하고 열매를 맺게 하고 낙엽으로 한 해를 장식할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봄에 피는 꽃나무들은 '꽃 지고 나면' 제각기 '제 이름을 내려놓고' 자신을 찾아간다. 가장 황홀한 순간도 한 때 일뿐 지나고 나면 기억이라는 잎으로 남는 것. 이 '기억의 잎'을 피어 올리는 '산수유 진달래 철쭉 라일락 산벚'을 보라. 꽃의 이름을 벗고 나무의 이름으로 있지 않은가. 꽃이 진 곳에 '연초록'이 한창인 것처럼 '꽃 떨군 봄나무들이 신록을 이루면서 저마다 다시 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던가. 나무가 있는 한, 꽃은 지지 않으며 설령 진 꽃이라도 '저마다 더 큰 꽃'으로 환원되기 위한 것. 나무가 온몸이 꽃인 것은 스스로 생멸을 가능케 하는 존재이기에. 무엇인가 생산하고 있는 당신도 '온몸으로 꽃'이 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이재우 칼럼] 코로나 이후의 대전환
    기명칼럼

    [이재우 칼럼] 코로나 이후의 대전환 지면기사

    환경(E)·사회의 다양한 시스템(S)인간(H)·ESH 어울리는 패턴(P)…세계적인 경쟁력 갖춘 대국 되려면'ESHP' 바탕 국가 업그레이드 필요구성원 모두 실현위해 역량 모아야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서 코로나 극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백신을 충분히 확보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들 사이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는 백신 보급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백신 생산국과 선진국 위주로 백신 보급이 늘고 있다. 반면 인구 대국인 인도나 브라질의 백신 보급은 높지 않아 큰 곤경에 처해 있다. 백신 보급은 국력과 정치의 문제로 변질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인 백신 불평등이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가 종식되기 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와 같은 비의료적인 예방행동을 계속 실천해야 하겠다. 코로나가 지속함으로써 자영업자들은 큰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온라인 수업이 길어지면서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렇듯 코로나는 일상의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코로나 이전에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코로나가 전 세계적인 대유행 감염병으로 발전하여 많은 나라들이 이 유례없는 전염병을 극단적 재난으로 대응하고 있다. 아직 재난이 종식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를 '재난 상황'으로 대응하고 있다. 코로나 재난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코로나 이후를 미리 대비하는 혜안을 가져야겠다.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인지, 아니면 종식되지 않고 계절성 전염병으로 남아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코로나 종식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백신 보급에도 불구하고 코로나가 계절성 전염병으로 전환하는 미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그에 대한 대비책도 있어야 한다. 코로나가 계절성 전염병이 되는 경우 백신 확보, 백신 생산 능력, 적절한 치료제의 개발 등이 관건이 될 것이다. 완전한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사회가 감내해 낼 수 있는 의료체제와 전염병 관리 역량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최악

  • [기고] 의도는 선한데 욕먹는 경기도 건강과일 사업
    칼럼

    [기고] 의도는 선한데 욕먹는 경기도 건강과일 사업 지면기사

    당초 가정돌봄 아이 지원 안돼 '반쪽 짜리'해당 과일 파는 편의점 찾다가 '포기' 일쑤공무원, 현장목소리 안듣고 안일한 행정탓경기화폐 온라인 결제·공급처 다양화 필요경기도는 도내 모든 어린이집 원아들에게 1주일에 한 번 과일 간식을 제공한다.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 사업은 애초 반족짜리였다.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아이들에 대한 대책이 전무했기 때문이다.정부는 어린이집에 보내는 아동들에게는 보육비를 지원한다. 가정에서 돌봄을 받는 아이들에게는 '가정양육수당'을 지원한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에게는 과일 간식을 지원하는데 가정에서 돌봄을 받는 아이에게는 지원하지 않는다면 보편복지의 원칙에 어긋난다. 또한 저출산 시대에 출산장려정책에도 맞지 않는다. 경기도의 가정보육 어린이는 2020년 12월 말 기준 19만1천여명이다. 경기도와 기초지자체의 예산은 77억3천여만원을 투입한다.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경기도는 2020년부터 '가정양육 어린이'에게도 과일 간식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이 또한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며 '역시 경기도'라는 칭찬을 듣기에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칭찬은 여기까지다. '가정양육 어린이'에게까지 과일 간식을 지원하겠다는 참신하고 혁신적인 정책은 실행단계에서 무참히 깨져서 그야말로 '의도는 선한데 욕먹는' 사업이 됐다.상황의 전말은 이렇다. 경기도는 '가정양육 어린이'에게 과일을 공급하고자 지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결제 방식이 필요했다. 또한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과일을 구매할 수 있는 접근성이 편한 유통경로가 필요했다. 그래서 택한 방식은 경기화폐를 통한 지급방식이고 공급처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을 선택했다. 겉으로만 보면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행단계에서 이러한 기대는 철저히 무너졌다.우선 도민들은 관련 신청을 하고도 길게는 두 달 넘도록 지원 대상자 확정 통보를 받지 못하고 기다려야 했다. 이는 사업의 실행부서는 경기도 농업부서인 반면 지원 대상

  • [노트북] '백수'라는 꼬리표는 왜 부당한가
    노트북

    [노트북] '백수'라는 꼬리표는 왜 부당한가 지면기사

    25살부터 30살까지 무려 6년간 취업준비를 했다. 3년은 학교 고시반에서, 2년은 집 앞 도서관에서, 1년은 공유 오피스에서 오로지 언론사 공부만 했다. 불안감에 밤새 뒤척이다 오후 늦게 일어나 도서관에 가면 마땅히 읽을거리가 없었다. 주요 일간지는 성실한 취업준비생들 차지였고 다른 월간지도 어르신들이 이미 읽고 있었다. 남겨진 건 지역에서 창간된 한 인문계간지뿐이었다.300쪽짜리 계간지를 1쪽부터 마지막 쪽까지 필사하며 읽다 보면 '이런 잡지를 대체 누가 읽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독자도 없는 잡지인데 열심히 읽는다고 취업이 될까'하는 회의도 찾아온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해가 졌다. 이런 날은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TV에서만 보던, 그야말로 남 얘기일 줄만 알았던 청년실업 문제가 삶과 자존감을 뒤흔들 때, 나는 비로소 절망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지난해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넣은 언론사 시험에서 운 좋게 합격했다. 취업준비생 시절 힘겹게 읽은 그 지역 계간지의 한 문장에서 힌트를 얻어 4월 기획기사를 구상했다. 주제는 번아웃과 구직 포기자(니트·NEET)다. 장기간의 무직 경험은 오히려 취재의 무기가 됐다. 청년 무직자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섭외가 비교적 수월했다. 인터뷰 과정은 예전의 나를 보는 듯해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불안과 절망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IMF 이후 최악의 고용 한파에서도 청년들은 씩씩하게 하루를 버티고 있다. 지면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고양이 집사부터 K팝 프로슈머까지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이토록 젊고 발랄한 청년 무직자들에게 한국 사회는 여전히 '놀고 먹는 백수'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 한때 니트였던 사람으로서 이젠 좀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당장 취업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늘도 지치지 말고 조금만 버텨보자고, 청년을 조건 없이 응원하고 지지하는 제도가 절실하다. /이여진 경제부 기자 aftershock@kyeongin.c

  • 미스터 달팽이 2021년 5월 17일자(이공명)
    만화

    미스터 달팽이 2021년 5월 17일자(이공명) 지면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