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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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배우 윤여정의 조연 지면기사
두 살 터울인 조영남과 윤여정은 70년대 초, 음악다방에서 처음 만났다. 피아노 앞에 앉은 조영남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윤여정은 '한국에도 저렇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구나'하고 천부적 재능에 감탄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1974년 결혼해 두 아이를 두었으나 1987년 이혼했다. 윤여정은 육아를 위해 연예활동을 접고 미국행을 택할 정도로 가정에 충실했으나 조영남이 다른 여자와 외도를 하면서 파경을 맞았다.얼마 전, 조영남이 방송에 나와 "내가 바람을 피워 이혼한 것이다. 그때(일이) 이해가 안 된다. 왜 애들을 두고 바람을 피웠는지 이해가 안 된다. 머리가 나쁜 거다.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지난날을 후회하는 듯한 발언이다. 그와 친하다는 방송인 유인경은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혼 뒤에도 워낙 미련을 못 끊고 있으니 가수 이장희의 권유로 꽃을 보냈는데, '한 번 더 갖고 오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다"는 거다.윤여정이 1980년대 한인(韓人) 가정의 미국 이민사를 그린 영화 '미나리'로 2021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다른 후보들과 어찌 경쟁이 되겠는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했다. 두 아들이 일하러 나가라고 해 열심히 일했는데 고맙게도 상을 받게 됐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됐다. 1957년 영화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두 번째 아시아 배우다.방탄소년단을 앞세운 K-팝에 이어 K-무비가 주목을 받는다. 지난해 한국 영화 '기생충'은 감독상과 작품상 등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올해는 미나리가 6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글로벌 유통망을 가진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된 국내 작품이 최상 순위에 자주 오른다.윤여정은 데뷔 첫해인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군인이던 조영남은 짧은 머리를 하고 시상식에 나와 축하해줬다. 옛 연인이 세계적인 연기자 반열에 오르는 장면을 TV로 지켜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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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꽃]꽃기침 지면기사
꽃이 필 때 / 목련은 몸살을 앓는다 / 기침할 때마다 / 가지 끝 입 부르튼 꽃봉오리 / 팍팍, 터진다 처음 당신을 만졌을 때 / 당신 살갗에 돋던 소름을/ 나는 기억한다 / 징그럽게 눈 뜨던 / 소름은 꽃이 되고 / 잎이 되어 다시 그늘이 되어 / 내 끓는 청춘의 / 이마를 짚어주곤 했다 떨림이 없었다면 / 꽃은 피지 못했을 것이다 / 떨림이 없었다면 /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 그러나 더 이상 / 떨림이 마음을 흔들지 못할 때 / 한 시절 서로 끌어안고 살던 꽃잎들시든 사랑 앞에서 / 툭, 툭 나락으로 떨어진다 피고 지는 꽃들이 / 하얗게 몸살을 앓는 봄밤, /목련의 등에 살며시 귀를 대면 / 아픈 기침소리가 들려온다박후기(1968~)당신이 그를 만났을 때처럼, 흔들리지 않고 시작되는 것이 있는가. 흔들린다는 것은 무의식에 있는 것을 깨운다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마음이 여기서 저기로 반응하는데 그것이 강렬하면 할수록 움직임도 커진다. 몸살을 앓고 있는 봄날같이 당신의 '가지 끝 입 부르튼 마음 꽃봉오리가 팍팍, 터지질' 않던가. 돌이켜보면 그런 당신도 '처음 당신을 만졌을 때'부터, '당신 살갗에 돋던 소름을' 잊지 못하는 것같이. 너무 화사해서 징그러울 정도로 피어나는 목련처럼 살갗에 돋던 소름들. 이것은 청춘의 '잎이 되어 다시 그늘이 되어' 보냈던 숱한 나날들을 기억한다. 떨림은 꽃이 되고 사랑이 되고 한 시절이 되어 툭툭 떨어져도 좋았다. 아직도 세월의 등 뒤에 사랑의 귀를 대면 '피고 지는 꽃들이 하얗게 몸살을 앓는 봄밤'이 당신을 깨우질 않던가. 봄날 꽃가루처럼 '아픈 기침소리'가 망각의 계절을 뚫고 날아다닌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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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칼럼]20대 자유주의자들의 저항 지면기사
'이대남' 심리적 기대와 생활수준미래전망 사이 상대적 박탈감 느껴왜 사회적 차별 받아야하는지 울분'고립무원' 상태 기회평등 약속하면그나마 기꺼이 마음 줄 수 있을 것'이대남'이 최근의 화두다. 그 구성원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지만, 사람들은 지금의 '이대남'과 수년 전의 '이대남'을 동일한 집단으로 인식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한때 현 정권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세대들이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사실에 놀라움을 드러낸다. 과거의 '이대남'이 보여준 모습이 세대적 특질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 현상의 원인을 둘러싸고 정치인들과 평론가들은 아직 토론 중이다.구조적으로 사회변동, 특히 계층 간 사회이동을 보는 사회학자의 눈에서 보면 '이대남'이 처한 현실은 예측 가능하고 필연적이기도 하다. 여야의 일시적 처방들이나 정책들도 이 구조적 사회변동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그 구조적 사회변동이란 계층구조가 어느 정도 안정화된 이후의 부모세대와 자식세대 간의 계층이동을 말한다.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중류층 부모의 자식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하층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류층 부모의 자식들 가운데 일부는 중류층으로 상승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중산층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그 국가의 경제성장이 엄청나게 가속화되어야 한다. 과거 586세대들이 경제성장과정에서 대거 중산층에 편입될 수 있었듯이 인구의 증가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저성장의 국가에서 세계 최저의 출산율로 인구증가가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두를 중류층에 머무르게 하는 경제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양상은 서울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지금의 20대는 50대 부모들 품안에서 자랐다. 권위주의시대에 태어나 민주화와 정보화, 세계화의 와중에서 살아왔던 부모들은 경제성장의 단꿀을 맛보면서 대부분 계층상승을 경험했던 세대들이다. 그들은 민주화의 짐을 지고 투쟁하면서 살았다고 하지만,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아파트와 차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고, 집값 상승의 혜택을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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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탄소중립 실현, 지방정부가 나서야 할 때 지면기사
서구, 기후위기 비상선포·탈석탄 금고 선언SK·현대차와 수소산업기반구축 업무협약기후에너지정책과 신설·관련 조례개정 예정도시재생 탄소 감축·수소차 늘리기 전략도올해 들어 신문이며 방송에 단골로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지난 22일 '지구의 날'과 전 세계 40여개국 정상이 모여 한목소리로 논의한 기후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더 핫해진 '탄소중립 실현'이다.탄소중립을 쉽게 풀이하자면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거다. 이산화탄소와 메탄, 아산화질소 등이 대표적인 온실가스다.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분진 등 인체와 식물에 직접 해를 끼치는 대기오염물질과는 구분된다. 문제는 과다배출이다. 적정량을 넘어가면 지구온난화 현상을 일으키고 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변화로 이어져 모든 생명체의 존립을 흔들어놓는다. 그 위기의 순간이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탄소중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미뤄선 안 될 0순위 과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까? 바로 주민의 삶과 가장 밀접히 닿아있는 지방정부가 나서는 거다. 그동안 국내와 국외를 막론하고 '기후변화 대처', '탄소중립 실천행동', '온실가스 줄이기' 등 각기 다른 용어로 논의도 하고 행동에도 나섰지만, 효과가 미미했던 이유는 지방정부의 힘이 발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절실한 마음을 모아 제대로 나설 때다.인천 서구는 이미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수도권매립지를 포함해 건설폐기물업, 아스콘업, 폐수처리업, 주물·도금업, 분뇨처리업에 7개소에 달하는 산업단지와 수도권 전력량의 절반 이상을 감당하는 5개 발전사까지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을 해소하려면 감량과 재활용에 기반을 둔 쓰레기 선진화와 더불어 화석연료 의존형 경제에서 탈피해야만 한다. 서구가 그려가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계획 즉, 스마트에코시티를 실현하는데 있어서도 탄소중립 사회는 필수적이다. 환경을 최우선으로 온실가스를 줄여야 친환경 도시를 만들어낼 수 있다.이를 향한 발걸음 역시 힘차게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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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부천 특고압 논란 또다시 재점화 지면기사
부천 특고압 논란이 또다시 재점화하고 있다. 부천시와 한국전력공사가 최근 협약식을 여는 등 수년간 이어져 온 특고압 논란이 마침표를 찍는 듯했다. 하지만 특고압 신설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부천 상동 일대 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전은 지난 2018년부터 광명시 영서변전소에서 인천 부평구 신부평변전소까지 17.4㎞ 구간에 34만5천V의 초고압 송전선로를 매설하는 공사를 추진 중이다. 전체 구간 가운데 부천 상동부터 인천 부평구 삼산동까지 2.5㎞ 구간에도 특고압이 지난다.부천지역 학부모 등은 지난 2018년 상인초등학교 앞에서 특고압 매설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까지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시위에 참석한 이들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특고압 매설은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최근 기자가 상인초등학교 등굣길에 만난 학부모 10명 중 절반 이상은 지금도 특고압 매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이런 상황에서 한전은 지난달 31일 부천시청에서 '한전 전력구 상생 협력 협약식'을 열었고, 마치 주민 합의가 이뤄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협약식에 특고압 주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참석한 것을 주민 동의가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주민 동의는 의무사항도 아니고, 주민 대표들이 협약식에 참석해 대의적인 성격에서 주민 동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정작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인데, 한전의 이 같은 입장은 학부모들의 분노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한전은 전기사용에 불편이 없도록 좋은 품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신뢰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공기업의 자세를 기대해 본다. /이상훈 지역사회부(부천) 기자 sh2018@kyeongin.com이상훈 지역사회부(부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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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달팽이 2021년 4월 26일자(이공명)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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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정무 판단 개입된 GTX-D 노선 축소 지면기사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주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초안을 발표했다. 경기도는 대체로 환영했으나, 인천은 아쉽고 불만이란 반응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안성에 2개 노선이 개설돼 경기 전역이 철도시대를 맞게 됐다. GTX-D(김포~부천) 노선과 동탄~부발 등 도가 건의한 17개 노선이 반영됐고, 7개 노선은 추가 반영될 전망이다. 인천은 8개 노선을 건의했으나 4개 노선만 채택됐다. 교통연구원은 수도권 노선 대부분은 타당성이 나쁘지 않았으나 과도한 집중이라는 비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계획이 실행되면 김포~부천은 15분, 하남~서울 송파는 13분이면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화성 동탄에서 청주공항까지 34분이면 가능하게 된다. 인천·김포공항에 집중된 수도권 하늘길 수요가 분산될 것이란 기대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높아졌고, 도내 전역에 철도시대가 열리게 됐다는 평가다. 건의안이 반영되지 않은 일부 지자체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특히 노선이 대폭 축소되면서 강남권 연결이 무산돼 김부선(김포·부천선)이란 비아냥을 받는 GTX-D 노선에 대한 불만이 크다. GTX-A, C 노선 연장이 무산된 평택과 GTX-D 노선이 무산된 동부권 지자체들도 불만이다.인천은 공항철도의 운행 속도를 시속 80㎞에서 100㎞로 끌어올리는 급행화 사업이 반영됐다. 인천공항~서울역 직통열차는 기존 52분에서 39분으로, 일반열차는 66분에서 51분으로 단축된다. 축소된 GTX-D 노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인천시 설명이다. 하지만 영종·청라·검단 등 인천 서북부권 주민들은 GTX-D 노선 축소로 '서울 강남권 직결'이 무산된데 반발하고 있다. '인천공항경제권시민연대'는 "정부와 정치권의 '인천 패싱'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자 결과물"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시가 제안한 Y자 GTX-D 노선은 사업 타당성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지자체와 주민 모두가 만족하는 철도망 계획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사업 타당성에도 불구, 정무적 판단으로 무산돼서는 안 된다. 아직 초안인 만큼 정부가 지자체와 주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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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선거 민심 파악 못 하는 여야 정당 지면기사
4·7 재보궐 선거 이후 여야의 지도부 구성과 개각 등 인적 교체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정작 선거에서 나타난 민의와는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는 자리에서 "선열들이시여! 국민들이시여! 피해자님이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했다. 장소와 시기가 부적절한 것은 물론이고 사과의 대상도 분명치 않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렵고 선열들에 대한 추모의 발언도 내용이 없는 빈껍데기이긴 마찬가지다. 윤 원내대표는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밀고 나갈 것을 언급하고 야당과 상임위 분배와 관련한 재협상도 없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강성 친문 정치인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와 무관하게 선거 결과에 대한 독해가 잘못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언행들이다.국민의힘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야기하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기도 했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은 이미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가 제기한 적도 있었던 사안이므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탄핵 불복론'은 사면론과도 다른 차원의 얘기다. 탄핵 문제 제기와 사면론이 공식 당론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선거 승리에 도취되어 민심의 소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민의힘의 승리는 수권정당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아서가 아니라 민주당 정권의 오만과 위선 등에 대한 배신감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원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이나 참패한 민주당 모두 민심과 괴리가 있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대선을 의식하여 지지층을 결집하고 진영의 눈치를 살피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쇄신안이 나오지 않는 민주당이나 승리에 도취하여 갈팡질팡하며 '도로 국민의힘'이라는 비판을 받는 국민의힘 모두 민생은 말뿐이고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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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만평 이공명 2021년 4월 26일자]금연 실패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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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가상화폐의 미래 지면기사
"내가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다." 지난해부터 경제, 금융 전문가들이 국내 주식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의 거품을 경고할 때마다 인용된 아이작 뉴턴의 한탄이다.뉴턴은 18세기 초 설립된 남해회사 주식을 샀다. 영국 정부의 채권을 인수하는 대신 남미와의 무역독점권을 보장받은 주식회사였다. 하지만 기대했던 노예무역이 무산되자 남해회사는 대정부 로비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주식을 공개한다. 회사는 금광 발견 등 가짜뉴스까지 퍼트려 주가 상승에 올인했다. 국민 사이에 주식 매수 광풍이 불었다. 뉴턴도 차익을 실현한 재미에 추격매수에 나섰던 모양이다. 하지만 거품은 꺼졌고 뉴턴도 2만 파운드, 지금 돈으로 20억원을 날렸단다. 이 모든 일이 1720년 한 해에 있었던 일이다.지난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적대적 발언으로 가상화폐 시장은 벌집을 쑤신 형국이다. 은 위원장은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고 투자자 보호계획도 없으며 상당수 가상화폐 거래소가 폐쇄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가상화폐 거래에 과세한다는 방침은 분명히 했다.시장의 반응은 확연하게 엇갈린다. 은 위원장의 경고를 가상화폐 시장의 버블을 경계하는 확실한 경고등으로 받아들이는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이 때문에 대장 코인인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하지만 주말을 지나면서 가상화폐의 가치를 지지하는 투자자들의 저항으로 보합세가 유지되고 있다. 주식에서 가상화폐로 갈아탄 20대들은 "조폭도 자릿세를 받은 상인은 보호해준다"며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언급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가상화폐의 미래는 오리무중이다. 지금은 카지노 칩처럼 투자자에게만 의미있는 화폐다. 칩이 카지노 밖에선 플라스틱 쪼가리에 불과하듯, 비트코인도 실물 시장에선 아무 의미가 없다. 투자가 계속 유지되려면 가상화폐 가치가 무한하게 상승해야 하는데, 세상에 그런 재화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카지노 조명이 꺼지고 화투판 담요를 걷어 버리면 칩도 바둑알도 무의미해진다. 화폐 발행권을 쥔 정부가 "이제 끝"을 외치면 정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