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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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돌아봐야 할 보호 외국인의 삶 지면기사
'누구든지 보호시설을 형 집행법상의 수용자를 수용하는 시설로 이용해서는 아니 된다'.외국인보호규칙 제3조는 보호소, 보호시설은 수형자와 미결수용자 등을 수용하는 수용시설과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3월 한 달 동안 만난 보호 외국인들이 말하는 보호소는 수용시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같은 보호복을 입고, 정해진 음식을 배급받으며 하루 내내 보호실에 갇혀 지내는 삶은 흡사 교도소의 모습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더욱이 보호 외국인 대부분은 출국을 권고하는 명령 대신 곧바로 보호소에 보호되는 강제퇴거 명령을 받는다. 그들 중에는 난민신청으로 돌아갈 본국이 없거나, 코로나19 확산에 비행편을 구하지 못하는 보호 외국인도 있다. 이 경우 언제 보호소를 나갈 수 있을지 가늠조차 못 한 채 1년 이상 보호소에서 지내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불안정한 삶이 보호소의 삶보다 낫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사실 이 같은 보호소의 인권문제는 과거부터 계속돼 왔다. 그러나 법무부는 개선에 소극적이었고 문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더 큰 문제는 국가가 이들을 '보호'라는 명분 아래 무기한 구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용자도 정해진 형량을 채우면 나올 수 있지만, 난민 신청 등으로 돌아갈 곳이 없는 보호 외국인은 국가가 무기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인권 침해를 저질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제기구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최소 기간에 최후의 수단으로 구금할 것을 권고했지만, 우리 사회는 변하지 않고 있다.보호 외국인의 무기한 구금을 가능케 한 출입국관리법 제63조가 '위헌'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도 해당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앞두고 있다. 헌재는 과거 출입국관리법상 보호는 주권국가 기능 수행 등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바 있지만, 난민 등 돌아갈 곳이 없는 이들마저 일률적으로 보호소에 가둬 기본권을 침해하는 게 진정 주권국가 기능에 필요한지는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신현정 사회부 기자 god@kyeongin.com신현정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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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에세이]사흘과 4일 지면기사
'사흘'뜻 몰라 '사'흘을 '4일'이라니 '문해력' 부족한 사람들 점점 늘어학생들 글읽기 싫어해 어휘력 부족동네책방 '친숙한 공간만들기' 필요자주찾으면 '읽기 공포증' 해소될것고등학교 사회 수업시간, 교사가 사회 불평등 현상을 보여주는 영화로 '기생충'을 소개하며 "이 영화의 구성 초기에 가제는 데칼코마니였대요. 가제가 뭘까요?"하고 물으니 "랍스터요"라는 답이 나왔다. EBS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다. '가제=랍스터'라는 학생들의 대답은 장난이 아니었고, 이어지는 수업 내내 교사는 모르는 단어를 설명하는 데에 시간을 보내느라 진도를 나가기 어려웠다. 성적이 그래도 괜찮은 편인 학생들이 있는 반인데도 이 정도라니, 작년 광복절 3일 연휴 때 화제가 된 '사흘 사태'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흘'의 뜻을 몰라서 '사'흘이니 3일이 아니라 4일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고, 사흘은 난데없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광복절 연휴에 3일 쉰다'는 기사에는 "4일 쉬는데 왜 3일 쉰다고 쓰느냐, 기자가 무식하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평소 맞춤법에 예민한 편인 나에게 이 '사흘 사태'는 꽤 충격적이었다. 이해는 고사하고 아예 단어를 모르는 수준이라면 맞춤법조차 따질 수 없지 않은가.이런 상황이다 보니 글자는 읽어도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당신의 문해력' 팀이 성인 883명을 대상으로 한 '문해력 테스트' 결과, 평균은 54점에 불과했다. 온라인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이 테스트를 해보면 그 결과에 깜짝 놀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성인이 이 정도라면, 코로나19로 비어버린 작년의 학습 공백을 생각해볼 때 학생들의 상황은 더 나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보면 글을 보면 귀찮다고 생각하고, 길이를 보고 읽을지 말지를 판단하는데 세 줄만 넘어가면 읽지 않으려고 한단다. 안 읽으니까 어휘를 알 수 없고,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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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갑질에 대처하는 법 지면기사
인격 짓누르고 파탄내는 극악한 범죄 행위부당함 즉각 항의하고 바로잡고자 힘써야갑질은 또다른 갑질 불러… 참아선 안된다정당한 분노·저항 자신의 자존감 지켜줄것최근 한 야당 국회의원이 보궐선거 개표상황실에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당직자의 멱살을 잡고 정강이를 걷어차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갑질은 한국 사회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 중 하나다. 이른바 대한항공 086편 회항사건은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갑질 사례일 것이다. 2014년 12월5일, 미국의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떠나는 여객기에서 대한항공 총수 가족이자 부사장인 조현아씨가 객실승무원의 서비스를 트집 잡아 항공기 회항을 지시하고 이륙을 지연시켰다. 이 갑질 사태로 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기업의 인사구조 변화까지 불러오는 파장을 낳았다.고용주와 피고용주, 직장 상사와 하급 직원, 아파트 입주민과 경비원, 선배와 후배… 같이 부나 직위, 나이의 격차로 인해 갑과 을이라는 비대칭 구도가 생긴다. 범박하게 말하자면, 갑질이란 힘의 위계에서 비대칭 관계인 갑이 을에게 윽박지르며 월권적 위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갑질은 갑의 우둔함과 무신경함에서 비롯되는데, 무엇보다도 개별자의 비뚤어진 인성, 인권에 대한 인지적 감수성의 부재, 즉 인격의 막돼먹음이 가장 큰 발생 이유일 것이다. 갑이 을의 인권을 침해하고 이익을 빼앗을 때 위력 행사는 갑질 당사자의 비루함은 그 바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갑질은 피해자의 내면에 트라우마를 남기며, 삶의 의욕을 고갈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태다. 갑질 피해자의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렇듯 타인의 인격을 짓누르고 파탄 낸다는 점에서 갑질은 극악한 범죄 행위다.갑질의 행태는 실로 다양하다. 부당한 강요, 협박, 막말(반말과 욕설), 폭행, 임금 떼먹기, 열정 페이… 따위가 다 갑질이다. 과시적인 소비문화와 함께 갑질이 활개를 치는 천민자본주의 세상은 너저분하고 미친 세상일 것이다. 몇 해 전 한 방송사 외주 프로그램 제작사의 조연출 일을 하던 한 청년은 모욕과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다가 "여긴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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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강화군 장학금, 조속히 지원해야 한다 지면기사
교육은 '100년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라는 말로 백년대계라 한다. 맹자는 학식이 높고 행실이 어진 사람의 세 가지 즐거움 중의 하나가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이라 했다. 맹자의 진심편(盡心篇)에 나오는 군자삼락(君子三樂)이다.군자삼락은 맹자(기원전 372년경에 태어나 기원전 289년경 사망 추정)의 어머니가 자식 교육을 위해 이사를 세 번이나 했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실천적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한 맹자가 터득한 인생철학이라고 본다.이렇듯 인재를 육성하는 일은 예로부터 중요시되었다.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공공과 민간부문에서 지역특성에 맞게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강화군 지역의 경우도 민간 중심의 크고 작은 장학회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강화군에서 지원하는 장학사업이 큰 혼란에 빠졌다. 올해는 장학금을 지원하지 못했다. 이유인즉슨, 지역인재를 지원한다는 명분은 좋았지만 조례를 무시하고 밀실에서 운영하는 태도에 인천시와 행정안전부에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인천시 감사결과에 따르면, 그동안 강화군장학회(이사장·이상설)는 강화군의 지도·감독 범위 밖에서 장학회를 운영하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강화군은 인천시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74억원을 추가 출연하였고, 인천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결국 변호사 비용으로 수천만원의 혈세만 낭비했다.한편 행정안전부는 강화군이 감사하는 기간 중 "강화군 스스로 반성하면서 장학회에 출연한 74억원을 신속하게 회수하였기" 때문에 그나마 엄중처벌하지 않고 기관경고를 했다. 기관경고를 받으면 국비 지원에 불이익을 받는다. 앞으로 강화군의 손실이 된다. 강화군과 이상설 이사장은 반성해야 마땅하다.그러나 이상설 이사장은 반성은커녕 2020년 12월께부터 '정치논리에 피멍 든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마치 한연희의 잘못으로 올해 장학금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등 강화지역 여러 언론에 기고했다. 이들 지역 언론은 강화군으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고 있다.그것도 모자라 올해 1월에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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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달팽이 2021년 4월 15일자(이공명)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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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고구려 역사와 유물, 이렇게 홀대해도 되나 지면기사
한반도 북쪽과 중국 만주를 호령한 고구려의 기상이 외면받고 있다. 고구려·신라 백제, 가야국 가운데 유일하게 고구려 역사 국립박물관이 없다. 동북공정을 통해 한국 고대사를 왜곡하고 한족 역사에 강제 편입한 중국도 고구려 전용 박물관을 운영한다. 경기 북부지역에 산재한 고구려 유적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무시와 홀대 속에 파괴되고 무너져내리고 있다. 올 한해 경기도내 고구려 문화유적 보존·정비사업 예산은 5개 지역, 7개소, 14억여원에 불과하다. 이러고도 동북공정의 역사 왜곡과 김치와 한복으로 촉발된 '문화 동북공정'을 비판만 할 수 있느냐는 주장이 나온다.도내 고구려 시대 문화유적은 총 63개소로, 전국(92개소)의 68%를 차지한다. 신라·백제와 국경 지역이었던 경기 북부에만 유적 62개소가 몰려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예산 등을 이유로 보수·관리에 소홀하다. 지난 2007년 동북공정 논란 이후 경기도는 고구려 유산에 한해 도비 지원을 하도록 했으나 신청을 꺼리는 실정이다.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지자체 부담은 15%에 불과하나 도 지정·비지정 문화재는 50%인 때문이다. 사적 제403호인 포천 반월성은 성곽만 덩그러니 방치되고, 양주 불곡산 성벽은 대부분 무너지거나 토사에 묻혀 정확한 축조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된 까닭이다.구리시는 2004년 고구려 역사를 온전히 담아낼 국립박물관 건립을 정부에 건의했다. 당시 아차산에서는 17개 보루와 유물 1천500여점 등 고구려 시대 유적이 다수 발견됐다. 9년이 지난 2013년에야 문화체육관광부와 구리시 등이 아차산 일대에 국립박물관을 조성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연구용역까지 진행돼 성사되는 듯했으나 흐지부지돼 끝내 무산됐다. 한반도 패권을 다툰 신라와 백제는 물론 가야국의 국립박물관이 있으나 고구려만 소외된 거다. 구리시가 22억원 예산으로 건립한 아차산 고구려 대장간 마을 전시관이 운영될 뿐이다.역사가들은 이제라도 고구려 시대를 조명할 국립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말이 없다. 한국 고대사를 자국에 강제편입한 중국은 이제 우리 민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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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국민들은 냉가슴 지면기사
일본 정부가 13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를 2023년부터 30여 년에 걸쳐 바다에 흘려 보내기로 결정했다. 지난 10년 동안 원자로 냉각용 오염수가 매일 140t씩 발생해 저장 공간의 91%에 이르는 등 한계상황에 이른 것이다.오염수 총 125만t에는 860조 베크렐(Bq)의 방사성물질이 섞여 있다. 1Bq은 방사선이 1초에 하나 나오는 양으로 일본 정부는 세슘·스트론튬 같은 강한 방사능 물질을 대부분 처리하고 화학적으로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와 탄소14가 남았다고 밝혔다. 해양방류 시에는 일본 원전의 냉각수 삼중수소 배출기준인 리터(L) 당 6만Bq보다 훨씬 낮은 1천500Bq로 희석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단다. 또한 일본 정부는 한국 등 각국의 원전에서도 삼중수소가 포함된 다량의 처리수를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냉각수 삼중수소 배출기준은 일본보다 엄격한 L당 4만Bq이지만 월성 원전의 경우 2019년 13.2Bq로 희석해서 방류했다.삼중수소(트리튬)는 유전자변형과 생식기능 저하 등을 유발하는 위험한 물질이다. 반감기 5370년의 탄소14도 생물 체내에 쉽게 축적되어 유전적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고위험 핵종(核種)이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제주도까지는 단 200일, 340일이 지나면 동해 전체를 뒤덮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문가들은 기준치 이하의 삼중수소는 당장 피해를 주지 않지만 이번 사례처럼 오염수가 대규모로 방류된 적이 없어 주변국의 장기적 영향은 불확실하다는 반응이다.한국과 중국 정부,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이 반대하고 있으나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정부를 지지해 국제여론 형성을 통한 뒤집기가 어렵게 되었다. 최인접(崔隣接) 한국 정부의 일본 정부에 대한 유감 표시가 고작이다. 1993년 러시아 해군이 블라디보스토크 근해에 방사성폐기물을 무단 투기한 사실이 밝혀졌을 때 일본 정부는 외교역량을 총동원해서 런던협약 개정을 통해 핵폐기물의 해양투기 전면금지를 이끌어냈었다.일본은 2018년에 해상방류를 이미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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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만평 이공명 2021년 4월 15일자]몸담은 곳마다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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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불가리스 품절'과 '백신 품귀' 지면기사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매대에서 사라졌다. 제조업체인 남양유업의 연구소장이 13일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자, 소비자들이 장바구니에 쓸어담았다. 원숭이 폐 세포에 배양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불가리스를 투여한 결과 바이러스의 77.78%가 감소했고, 개 신장세포에 배양한 감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99.999%, 사실상 100% 감소했단다.연구결과는 놀랍다. 실험 결과가 인체에 똑같이 작용한다면 인류는 백신도 치료제도 없이 바로 코로나에서 해방된다. 독감은 불가리스 한 통이면 만사형통이다. 하지만 착각이다. 남양유업의 연구를 인체에 적용하려면 감염 세포를 모두 추출해 불가리스에 적셔야 한다. 치료를 위해 사람이 죽어야 한다는 얘기다.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인정한다 해도 인체에 실현할 방법이 없으니 허무맹랑한 소리다. 어제 오전 치솟던 남양유업 주가는 곧 잠잠해졌다.불가리스 소동은 코로나에 지칠대로 지친 예민한 민심을 보여준다. 상술에 가까운 연구결과에도 앞뒤 없이 반응할 정도로 코로나에서 벗어나고픈 국민 염원은 간절하다. 하지만 유일한 게임체인저인 백신의 접종·수급계획이 자고 일어나면 꼬여버리니 환장할 노릇이다. 대통령이 백신 물량 확보와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자신하자마자 미국이 얀센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처럼 혈전 부작용이 심각해서다. 우리는 600만명분을 도입할 예정이었다.상반기 접종 백신의 대부분인 아스트라제네카와 더불어 얀센 백신마저 안정성 시비에 올랐는데 문제는 그마저도 턱없이 모자라거나 아직 도착도 안 했다. 반면 같은 시간에 런던 시민들은 야외 펍에서 맥주를 즐긴다. 이스라엘은 곧 관광객 입국을 허용한단다. 6억명분의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을 가진 미국이 일상을 회복하는 건 시간문제다. 백신 격차의 결과는 날이 갈수록 선명해지고, 백신 접종 후진국의 코로나 블루는 더욱 또렷해질 것이다.정치인들은 불가리스 소동에서 불안과 공포에 갇힌 민심을 읽어야 한다. 여든 야든, 아니면 여야를 초월하든 당장 백신사절단을 꾸려 백신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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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객주가임: 손님이 주인에게 더해 임한다 지면기사
날씨나 기후는 인간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옛날부터 오랫동안 관찰해 왔으며 그 내용이 경험칙으로 전해진다. 황제내경에 의하면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기후를 주인에 비유하였다. 주인은 늘 자기 집에서 거주하면서 살기 때문에 큰 변동이 없다. 일년 사계절의 날씨가 큰 틀에서 보면 일정한 패턴으로 흘러가는 것을 주인에 비유하여 주기(主氣)라 한다. 반면 똑같은 봄이라 하더라도 해마다 특징적으로 기억할 정도의 특이한 날씨가 펼쳐지는 경우가 있는 데 이를 손님에 비유하여 객기(客氣)라 한다. 어느 집에 찾아오는 손님의 기질이나 성격에 따라 주인집 분위기가 일시적으로 변화가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날씨도 그런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운기(運氣)이론에 의하면 올해는 태음(太陰) 습토(濕土)가 사천(司天)하는 해이다. 습토가 한 해를 전반적으로 주관하게 되고 그 자리는 여름철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습토는 비를 의미하기 때문에 강우를 의미한다. 일년이라는 시간을 6등분하여 보면 춘분에서 입하까지는 상화(相火)의 자리라서 정상적인 기후는 따뜻하다. 그런데 객기로 찾아온 것이 군화(君火)이다. 군상(君相)은 화(火)를 임금과 신하로 구분하여 부르는 명칭이다. 이 둘이 동시에 겹치게 되면 염병(染病)이 유행한다고 기록되어있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확산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운기(運氣)까지 불리하니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