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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경년의 '늘찬문화']진정한 전문가의 시대를 기원하다
    칼럼

    [손경년의 '늘찬문화']진정한 전문가의 시대를 기원하다 지면기사

    일반적으로 우리는 특정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일을 하여 그 분야의 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전문가'라고 부른다. 다른 한편으로 일반인이라 지칭할 때는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전문가에게 처방과 해법을 요청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예컨대 질병의 원인을 찾고 이를 치료하는 해법을 갖춘 의사, 지식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석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가르치는 교사, 조직화와 노무 기법의 능숙함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 이단자를 구별하고 불가해한 것을 신념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성직자 등을 '전문가'라고 한다. 나아가 행정전문가, 마케팅전문가, 공간 설비 전문가, 실내장식 전문가, 보험설계전문가 등 분야를 섬세하게 세분화할수록 전문가의 범주는 더욱 다양해진다. 이들 전문가는 긴 시간의 숙련과 관련 지식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받는다. 법을 만들고 시민의 통제권을 인수, 제한, 약화, 폐지가 가능한 선출직 정치인도 초선이든 재선이든 관계없이 '정치 전문가'로 대접받는다.그런데 이반 일리치는 '20세기를 인간을 불구화하는 전문가 시대라고 명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충고하고 지시하고 지도하는 지적 권한'과 '전문가를 의무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도덕적 권한' 그리고 '전문가에 의하면'이라는 말로써 관심과 신뢰를 확보하게 되는 '카리스마적 권한' 즉, '고객을 정의하고, 필요를 결정하며,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전문가적 권한'은 일반인들의 '불필요한 필요'를 만들어내어 전문가의 관리 속으로 통합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리치는 자신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 제대로의 필요를 만들려면 말 없는 소수가 입을 열어 '자신들이 공통으로 원치 않는 것'의 철학적이고 법적인 특성을 명확히 밝힐 때, '불구화하는 전문가의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라고 주장한다.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하여 문화 관련 공공기관의 기관장이 바뀌었다. "기획력과 업무추진력, 의정활동을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예술, 체육, 관광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스포츠 인권

  • [기고]공공기관 이전 발표, 특별하지 않은 보상·공정치 않은 희생
    칼럼

    [기고]공공기관 이전 발표, 특별하지 않은 보상·공정치 않은 희생 지면기사

    공공기관 몇개 옮긴다고 지역균형발전 안돼노동자 사정 관심 없고 무조건 희생만 강요주권은 국민인데 말 한마디로 '권리' 짓밟혀'존경하는 1380만 도민'에 우리는 없나보다지사님의 노동존중이 허언인 건 알고 있었다. 노동이사제 공청회 날 인재개발원 강당에 모인 기관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언성 높이던 기억이 생생하다. 제도를 만들었으니 따라라. 1차, 2차 기관 이전 때도 같았다. 갑자기 발표가 났고, 대상이 된 기관 직원들은 갑님의 발표에 어안이 벙벙했다. 기자회견을 보면서 공공기관 생활하며 공무원들의 노예 취급, 정치인들의 장기 말 취급당한 생각이 더해 화가 났다. 해서 무서운 게 없어져 지사님과 비서실 분들 불쾌할 얘길 좀 해야겠다.우린 안다. 공공기관 몇 개 옮긴다고 지역균형발전 안 된다. 수가 적기 때문이다. 도내 27개 공공기관 종사자를 합쳐봐야 5천여명. 그 가족까지 다 해도 1만5천명이나 될까? 다 가는 것도 아니다. 이 인원이 옮겨서 균형발전이 될까? 꼭 맞는 표현이 있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지사께서 발전 지체의 이유를 말씀하시지 않았나. 중첩된 규제, 군사 안보, 상수원 관리 등. 당신께서 말씀하신 문제의 답은 규제를 풀고 인프라를 까는 것이지 공공기관 몇 개 옮기는 게 아니다. 마중물 역할? 중앙정부서 역량과 예산 동원해 만든 혁신도시며 기관 이전도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다. 10년이나 걸렸는데도 그랬다. 정책 실패란 예산 낭비다. 안 된다가 아니라 어렵단 얘기다. 그런데도 이토록 급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뭘까? 재선 앞둔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업적 보여주기 수요와 대통령 가는 길 표 장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건 아닐까? 우려가 된다. 이래선 지역민들이 누릴 혜택은 별로 없거나 전혀 없을 것이다. 특별한 보상이란 얘긴 그래서 틀렸다.지사님 말씀 중 맞는 건 있다. 세금으로 봉급 받는 노동자로서 책임을 해야 한다. 가라면 가는 게 도리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란다. 그래도 화가 난다. 균형개발 대의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우리 기관만 해도 통합에, 무기직 전환에, 시설운영직 전환

  • [월요논단]4만5천명의 이주노동자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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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4만5천명의 이주노동자를 기다리며 지면기사

    어느덧 이웃이 된 이주노동자들우리가 못챙겨 안타까운 소식도정부 '비닐하우스내 컨테이너등숙소제공땐 고용허가 불허' 방침인력 절대 필요한 농어촌은 '답답'지난 12일 설을 쇠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라고도 가겠다고도 못했지만 우리는 명절을 맞아 서로의 노고를 물었고,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나누면서 지난 세월의 힘겨움을 어루만졌다. 고향마을에서 만나는 모두가 위무의 대상들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누구의 누구인지를 잘 알았기 때문이기에 그러했다. 그런데 이제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낯선 이웃들이 늘어만 간다. 더 정겨운 사람들로 가득할 것 같은 시골의 고향마을도 낯선 이웃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 이웃이 바로 이주노동자들이다.이러한 현실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가 무리 없이 작동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에도 산업기술인력의 경우 3만7천484명(2018년 기준)이 부족한 실태라고 한다. 농어촌의 경우도 인력의 부족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농축산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2만7천539명에 달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살고 있는지 짐작이 된다.농업을 비롯하여 어업과 축산업은 먹거리를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산업분야다. 그런데 절대 인력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인구는 지난 10년 250만명 이상이 감축된 224만명(2019년 현재)이라고 하며 어촌의 현실도 농촌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용인시 모현읍의 시설재배 농가는 이주노동자의 기여도가 8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그러니 전국 어디든 우리의 이웃이 된 이주민들을 언제라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출신의 이주노동자 '속헹'씨의 사망 소식이 그간 살피지 못하였던 것들을 돌아보게 하였다. 우리의 이웃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세밀히 살피지 못한 탓이었다. 포천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캄보디아 누온 속헹씨의 죽음'이란 제목의 기사는 한국의 겨울 추위를 경험하지 못했을 이주노동자의

  • [발언대]화재위험 높은 '4대 겨울용품' 안전 사용법
    칼럼

    [발언대]화재위험 높은 '4대 겨울용품' 안전 사용법 지면기사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계절별 화재 발생률은 봄(29.9%)·겨울(27.7%)·여름(22.3%)·가을(20.9%) 순이지만 화재로 인한 사망률은 겨울(38.9%)·봄(25.7%)·가을(20.5%)·여름(14.9%) 순이다. 겨울 화재 사망률이 발생 건에 비해 높은 건 난방기구 사용 증가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전기히터, 전기열선, 전기온열제품, 화목보일러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면 화재 없는 안전한 겨울나기에 도움이 된다.전기히터의 경우 안전인증(KC마크)을 받은 규격제품을 사용해야 하고, 주위에 불이 붙을만한 물건을 사전 제거한 후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특히 커튼 등 쉽게 탈 수 있는 물질이 없어야 하며 항상 소화기를 비치해야 한다.전기열선(동결방지기) 화재는 동파방지를 위해 스티로폼·헌 옷 등의 보온재 위에 열선을 여러 번 겹쳐 사용할 때 급격한 온도상승으로 발생한다. 전기열선은 KC마크 제품 사용하기, 훼손 및 전원코드 이상 여부 확인, 보온재 제거, 열선 충격금지, 겹쳐 사용 안 하기 등으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전기온열제품 역시 KC마크가 기본이다. 가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기장판은 동그랗게 말아 보관해야 한다. 아무렇게나 접거나 무거운 짐을 올려놓으면 열선이 끊어질 우려가 있고 화재로 이어지기 쉽다.화목보일러는 구획된 별도 공간에 가연성 물질을 제거한 뒤 연통은 T자 형태로 보일러보다 2m 이상 높게 설치하는 게 좋다. 높은 곳에 설치하면 불완전 연소된 연기가 보일러실로 스며들어 발생하는 2차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 연소실 및 연통 안에 찌꺼기가 쌓이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과열방지를 위해 연료를 적정량 주입하며, 소화기를 비치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겨울용품 외에도 모든 전기용품은 사용 후나 외출 시 반드시 전원을 끄고 문어발식 콘센트를 지양해야 한다. 평소 이처럼 올바른 습관을 들인다면 난방용품은 우리에게 항상 고마운 존재가 될 것이다./안경욱 김포소방서장안경욱 김포소방서장

  • 미스터 달팽이 2021년 2월 19일자(이공명)
    만화

    미스터 달팽이 2021년 2월 19일자(이공명) 지면기사

  • 사설

    [사설]균형발전 앞세운 경기도 공공기관 이전 지면기사

    수원에 있는 경기연구원,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GH(경기주택도시공사) 등 7개 기관이 북동부 지역으로 이전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내용이다. 이전 대상지는 고양, 남양주, 의정부, 용인 등 17곳이다. 이전 지역은 공모 방식으로 오는 5월 결정될 예정이다. 대체로 균형발전을 위한 결단이라는 반응이었으나 도의회와 수원 정치권의 불만도 표출됐다. 사전 조율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 지사는 '경기도 균형발전'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이를 위해 2019년 12월 1차(3개), 2020년 6월 2차(3개)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3차(7개) 공공기관까지 합하면 10개 넘게 경기 북동부로 이전하는 셈이다. 이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경기 북동부 발전이 더딘 것은 국가적 문제에 따른 중첩 규제 때문인데, 공동체를 위해 희생을 치르면 응당 특별한 보상이 있어야 공정한 것"이라고 했다.이 지사의 균형발전 정책은 수원 중심의 남부권에 집중된 '행정 기능'을 발전이 더딘 북동부 지역으로 분산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북동부 지역은 '경기도'라는 하나의 공동체에 속해 있지만, 접경지역과 자연보전권역 등 겹겹의 규제에 묶여 있는 상태다. 도시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고, 주민들의 소외감도 상당할 것이다. 경기 지역 곳곳이 고루고루 잘 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남부권 공공기관의 북동부 행(行)은 균형발전을 위한 마중물에 불과하다. 공공기관 이전이 효과를 얻으려면 관련 단체와 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하고 이를 토대로 그 일대가 활성화돼야 한다. 예컨대 법원이 이전하거나 신설되면 그 주변에 법조타운이 형성되는 식이다. 이 지사는 공공기관 이전 효과를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지 해당 시·군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또 경기 북동부 지역이 발전하지 못하는 근본적 문제를 찾아 해결해 나가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이 지사는 수원시와 이전 대상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생활 환경도 신경 써야 한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 주변에 상권이

  • 사설

    [사설]인천시 감염병 전문병원 반드시 건립돼야 지면기사

    인천시의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인천시가 역점 추진해온 중구 영종도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됐다. 정부가 전문병원 대상 의료기관을 종합병원급 이상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현재 영종도에는 감염병 전문병원 지정 요건을 갖춘 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다.관련 용역연구 결과 인천에 건립될 감염병 전문병원은 일반 종합병원 기능에 더해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감염병 중환자실과 확진자 격리시설 등을 모두 갖춘 복합 의료기관으로 설립돼야 할 것으로 용역에서 제시됐다. 현재 감염병 전문병원은 호남권역에 조선대병원(2017년 8월)이 지정됐고, 중부권역에는 순천향대병원(2020년 7월)이, 영남권역에는 양산 부산대병원 등이 지정된 상태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정책용역에는 기설치된 3개 권역 외에 관문도시인 인천과 제주에도 설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정부는 감염병 방역의 핵심은 공항임을 직시해야 한다.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감염병은 대부분 해외에서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인천국제공항이 1차 관문이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인천공항입국자의 30~40%가 확진자로 나타나고 있다. 귀국 후 지역사회감염 사례까지 감안하면 해외입국자의 40~50%가 확진자이다. 그 가운데 90%는 우리 국민이므로 입국봉쇄조치와 같은 극단적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국가 방역 체계상 인천시의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은 시급하다. 연간 5천만명에 달하는 해외 입국자의 대부분은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공항과 항만은 감염병 1차 저지선을 구축해야 한다. 1차 저지선이 뚫리면 대처도 어렵고 사회적 비용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 된다. 검역과 확진자 진료를 지원할 수 있는 감염병 전문병원은 공항과 최단 거리에 위치해야 의심환자의 후송 등의 지원업무를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으며 해외입국자의 지역감염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인천시는 정부 공모 안에 부합하는 실현 가능한 대안을 세워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인천의 종합병원급 공공의료기관

  • [경인만평 이공명 2021년 2월 19일자]경계 실패
    만평

    [경인만평 이공명 2021년 2월 19일자]경계 실패 지면기사

  • [참성단]노박 조코비치
    참성단

    [참성단]노박 조코비치 지면기사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노우에서 파리 생제르맹(PSG)과 바르셀로나 FC가 맞붙었다. 지난 17일 '2020~202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 1차전에서다. 신성(新星) 킬리안 음바페(23)와 '인간계를 떠난'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34)가 양 팀 간판이다.생제르망 음바페가 해트트릭 맹활약으로 메시를 압도했다. 절묘한 감아 차기로 상대 키퍼의 얼을 뺀 세번째 골이 환상이었다. 자신이 왜 메시와 호날두(36·유벤투스)로 상징되는 유럽 축구 골잡이 계보를 이을 황태자인지 확실히 보여준 장면이다. 메시는 PK로 선제골을 넣었으나 내내 무기력했고, 음바페의 해트트릭과 팀의 1-4 완패를 지켜봐야 했다.지난 8일 개막한 '2021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4강이 가려졌다. 노박 조코비치(33·세르비아), 아슬란 카라체프(27·러시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1·그리스), 다닐 메드베데프(24·러시아) 선수다. 세계랭킹 114위 카라체프는 21년 만에 이 대회 예선을 거쳐 4강에 오른 선수가 됐다. 조코비치 선수를 제외하면 열성 팬조차 낯선 신예들이다. 프로테니스 4대 천왕 로저 페더러(40)와 라파엘 나달(34), 앤디 머레이(33)는 보이지 않는다. 왼손의 달인 나달은 카라체프에 충격의 역전패를 당해 짐을 쌌다. 2-0으로 앞서다 체력 저하로 무너졌다.여자 단식은 일본이 자랑하는 오사카 나오미(23)가 백전노장 세리나 윌리엄스(39·미국)를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윌리엄스는 마거릿 코트(은퇴·호주)가 보유한 메이저 대회 남녀 단식 최다 우승 기록(24회)과 동률을 이룰 수 있었으나, 다음 기회로 미뤘다.체력과 기량을 겸비해야 하는 스포츠 세계에 세대교체는 순리(順理)이고, 숙명이다. 노쇠한 스타가 떠난 자리를 패기 넘치는 후배가 이어받는다. 팬들은 늘 새로운 별에 목말라 한다. 그렇더라도 올 들어 프로스포츠계의 얼굴 바뀜이 예사롭지 않다. UFC 간판 코너 맥그리거(33·아일랜드)는 지난 달 더스틴 포이리에(32·미국)에 TKO 패했다. 7년 전에는 맥그리거가 일방적으로

  • [풍경이 있는 에세이]내 응접실에 놀러 올래?
    칼럼

    [풍경이 있는 에세이]내 응접실에 놀러 올래? 지면기사

    하얗고 큰 오븐 수십 년 쓰고 싶어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고매일 같은 집안의 일상이 시시하다친구 단톡방선 만날 날 잡아보지만마지막엔 "코로나 잠잠해지면 보자"오래전 호주에서 지낼 때 친구가 세 들어 살던 집에 들른 적이 있었다. 집주인은 키가 작고 뚱뚱한 이탈리아 할머니였다. 그 집에는 정말 예쁜 응접실이 있었다. 세월 묵은 사진들을 벽에 걸고, 낡고 해졌지만 고풍스러운 의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동그란 테이블. 예쁜 찻잔들은 이가 빠졌고 벽에는 꽃무늬 벽지가 발라져 있었다. 그 집의 바닥은 걸을 때마다 삐거덕삐거덕 소리가 낡은 마룻바닥이었는데 딱 응접실에만 술 달린 카펫이 깔려 있었다.응접실은 절대 출입금지구역이었다. 할머니도 마른걸레를 쥐고 청소를 할 때나 드나들었을 뿐, 그곳은 추억을 저장하는 용도 이외로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들락거리며 먼지를 피워서는 안 되는 곳. 훗날 나는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머리 앤'을 번역했는데, 거기에도 이런 응접실이 나온다. 앤은 다이애나를 티파티에 초대한 뒤 응접실로 데려가고 싶어하지만 마릴라는 단박에 거절이다. "너희한텐 거실이 딱이야. 응접실은 절대 안 돼!"라고 말이다. 마릴라가 응접실에 모시는 손님이란 오직 목사님뿐. 나는 그 이탈리아 할머니네 응접실 입구에 서서 그곳을 한참 쳐다보았다. 아, 나에게도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그런 생각을 그날 처음 했더랬다. 이탈리아 할머니에게는 응접실 외에도 끔찍하게 아끼던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주방에 놓인 가스오븐이었다. 딱 봐도 수십 년은 된 듯한 하얀 오븐이었다. 어찌나 행주질을 했는지 땟자국, 물자국 하나 없이 맨들맨들했다. 오븐을 닳게 한 거라곤 행주질밖에 없는 듯한 물건이었다. 친구가 투덜거렸다. "내가 불에 뭘 얹기만 하면 뒤에 서서 아주 뚫어져라 노려본다? 국물이라도 흘릴까 봐 그러는 거지. 내가 부엌에서 얼마나 긴장하는지 알아?"나는 그 오븐이 그렇게나 부러웠다. 마르고 닳도록 닦아내며 아낄 수 있는 물건이란 얼마나 예쁠까. 나도 하얗고 커다란 오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