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시인의 꽃]꽃
    칼럼

    [시인의 꽃]꽃 지면기사

    너를 만나고 온 날무슨 비밀처럼 발목이 시렸다너를 만나고 온 날가로수 먼 나무 열매가 서녘 햇살처럼 붉어무슨 비밀처럼 눈물이 아렸다방금 사막을 건너왔는지바람에게 사각거리는 모래 냄새가 나는 거니저기 고개를 숙이고 걸어오고 있는산그늘의 얼굴에서 쓸쓸함이 묻어나는 것도다 무슨 비밀 하나쯤 있기 때문이 아닐까너와 나, 서로 차마 말 못할무슨 비밀 하나 간직하게 된 건 아닐까꽃아!허형만(1945~)눈에 보이지 않는 꽃이 있다. 감촉과 색깔 그리고 향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꽃. 자신을 숨기고 드러내지 않는 이 꽃은 가슴과 가슴에서 피어난다. 가령 비밀스러운 가슴에서 서로의 잎사귀를 키우고 꽃대를 세우며 피고 지고 열매를 맺는다. 그렇게 자라는 이 꽃의 정체가 아무에게도 밝혀지지 않기 때문에 꽃이 될 수 있는 법. 당신이 남몰래 그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온 날' 발길을 돌리기 힘들어서 발목이 시린 것도, 붉어가는 노을처럼 눈물이 맺히는 것도 꽃대를 울리고 꽃을 피우고 있기 때문. 그것은 당신과 사막을 건너온 사람과 '사각거리는 모래 냄새'를 기억하기 때문. "저기 고개를 숙이고 걸어오고 있는" 당신만이 알고 있는 한 송이 꽃을 보라. '산그늘의 얼굴'을 하고 쓸쓸함이 묻어 있지 않던가. 모두가 사는 것이 '다 무슨 비밀 하나쯤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당신에게서 '비밀의 정원'에 둘러싸인 세상은 본다. '너와 나, 서로 차마 말 못할' 꽃이 거기에 있는 것처럼.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방민호 칼럼]'강한 자'가 되어라
    기명칼럼

    [방민호 칼럼]'강한 자'가 되어라 지면기사

    거짓 권력에 나약하게 굴복 안돼한 인간으로 존립해야 하기 때문각인된 트라우마 치유 어렵지만자기 스스로 자신 버리지 않는 한아무도 영원히 고립시킬 수 없다'학원 폭력'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르내리는 요즈음이다. 이 말은 듣기만 해도 나의 폐부를 찌른다. 백석의 시에 나오는 몽둥발이로 살아야 했던 어려운 시절의 일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대학원 가서 힘센 선배 하나가 군대 휴가를 나왔다. 후배들은 이 선배가 반갑다고 신사리까지 나가서 실컷들 술을 마셨다. 1차가 끝나고 2차로 가려고 이동 중에 지금은 없어진 신림극장 앞에서 사달이 났다. 요즘 후배들 '네 가지'가 없다고 일렬횡대 '헤쳐 모여'를 시킨 것이다. 다들 극장 앞에 일렬로 죽 늘어섰을 때 그가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뺨을 한 대씩 후려갈기며 내 쪽으로 왔다. 나는 네 번째쯤 서 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맞지 않겠다고 했다. 이러려고 대학원 온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일렬횡대는 무너져버렸지만 그로부터 시작된 시련 아닌 시련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길게 이어졌다.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자를 맵게 다스리는 야만적 관행은 어제오늘의 일이라고 할 수 없으니, 이런 일은 대학 입학 직후에도 있었다. 같은 학교를 나와 같은 대학에 왔다고 선배들이 뜨겁게 환영을 해준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한 달이나 지났을까, 한국 사회, 특히 학교나 군대 어디에나 있는 이 관행이 고개를 들었다. 선배들이 부른다고, 밤에 기숙사 뒤편 공터에 모이라 해서 가자 바로 앞에서 말한 것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 이미 각목이 몇 자루 준비되어 있었고, 일단 엎드려 뻗치라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냥 뜨겁게 친해지려면 이런 통과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때도 나는 맞지 않겠다고 일어섰다. 그로부터 동창회는 가깝지 못한 '공동체'가 되고 말았다.자신이 체제를 운영하고 그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은 그렇지 못한 자를 향해 완력을 휘두르고 아무렇게나 욕설을 내뱉고 술잔을 끼얹거나 뺨을 때리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벌인다. 이렇게 해서도 굽히지 않는

  • [노트북]공매도 유감
    노트북

    [노트북]공매도 유감 지면기사

    지난해부터 시작된 주식 열풍에 내 주위도 예외는 아니었다. 5천만원짜리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전액을 주식에 쏟아부은 사례까지 있다. 돈 가는데 관심이 가게 마련이어서 회사 일을 하며 하루 60번까지 주식 앱을 켜봤다는 간증까지 나왔다.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공매도'다. 개미 투자자로 공매도에 극렬히 반대하는 내 지인들도 대체로 공매도의 순기능은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신기한 건 주식시장의 거품을 얘기한다는 것이다. "지금 코스피는 버블이지. 이렇게까지 오를 건 아니야"라는 말을 여럿에게서 들었다.거품을 조정하고, 가치에 맞는 주가로 되돌린다는 공매도를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가슴으로는 거부하는 이중성이 이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점이다. 연말 모임에서도 신년회에서도 주식은 늘 화두였다. 그런데 이들의 말에는 단순히 "내 돈을 잃기 싫다"는 마음 그 이상의 정서가 있었다. '두려움'이었다.30대 중반의 전세를 사는 친구는 말 그대로 천장 없이 치솟은 집값에 혀를 내두르며 동유럽 이민까지 고민한다고 했다. 5천만원을 주식에 투자한 지인 역시 '삼백돌이'(월급 300만원 직장인을 일컫는 속어)로는 희망이 없다고 얘기했다. 해일이 밀려오기 전의 잔잔한 떨림처럼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었다. '벼락거지'가 두렵고, 평생 집 없이 살아야 할까봐 두렵다고 했다.1980년대에 태어난 우리는 60만명이 동시에 수능을 치렀고, 툭하면 100대1이 넘는 취업 경쟁률을 뚫어야 했고, LTV·DTI·규제지역 같은 용어를 이해해야만 살 수 있는 시대를 생존해가고 있다. 만기 40년짜리 주담대 대출 등장에 "이제 걱정 없이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고 안심하는 바보는 없다. 공매도 반대는 시장에 무지한 개미의 투정이 아니라 "나를 거지로 만들지 말라"는 절규에 가깝다. 공매도 재개는 4월 재·보궐 선거 뒤로 밀렸다. 각자도생의 세상 속에 개미를 기만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답답함만 지속할 따름이다. /신지영 경제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경제부 기자

  • 사설

    [사설]더 중요해진 다중집합업소 자율과 책임방역 지면기사

    정부가 15일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 1.5단계로 각각 한 단계씩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수도권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 시간도 오후 9시에서 10시로 1시간 늦춰진다. 전국적으로 10주 이상 영업이 중단됐던 클럽과 단란주점 등 유흥시설도 일제히 문을 열게 됐다. 수도권 영화관과 PC방,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 48만곳은 영업시간 제한이 풀렸다. 지방과 달리 수도권은 불안한 정체기에 있는 등 재확산 가능성이 높은데도 정부가 단계를 완화한 것은 자영업자들의 피해 확산과 거리두기 피로감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최근 500명대까지 치솟았던 확진자 수는 14일 326명 등 다시 300명대로 내려선 상태다. 바이러스 확산 추세가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정부가 거리두기 단계를 낮출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하지만 수도권은 진정세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병원과 요양시설, 종교시설, 가족 사이에 집단감염이 계속돼 불안감은 여전한 실정이다. 설 연휴 대이동에 따른 감염이 현실화하고 거리두기 완화의 부작용이 겹친다면 언제든 다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클럽과 유흥시설이 일제히 문을 열면서 집단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정부는 재확산 조짐이 뚜렷할 경우 단계를 다시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언제든 다시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등 고강도 거리두기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다소 숨통이 트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다시 어둠의 터널로 재진입하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정부가 '이해 관계자들이 방역의 주체가 되는 '자율과 책임' 방역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하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문을 닫고 하는 방역에서 국민 스스로 실천하고 참여하는 방역으로의 전환'에 대한 이해와 동참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1일 확진자 수가 300명대에도 불구, 정부가 단계를 낮춘 것은 피로감을 덜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활로를 열어주자는 취지다. 정부가 고심 끝에 결정한 만큼 국민들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다시 문을 연 다중집합업소의

  • 사설

    [사설]보수 야권, 단일화 잡음 줄여야 지면기사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패를 가르는 요인 중 강력한 변수 중 하나는 보수 야권의 단일화 이슈다. 국민의힘과 제3지대 후보 단일화의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무소속 금태섭 후보의 '제3지대'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국민의힘 경선에서 결정된 후보와의 단일화를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 후보와 금 후보는 3월1일까지 단일화를 마치기로 하고 두 차례 토론회에 합의했으나 여론조사 방식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경쟁력 조사와 적합도 조사 중 어느 방식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후보의 유불리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제3지대 후보 단일화 이후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방식은 제3지대 단일화보다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여론조사 100% 방식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방법을 택하더라도 설문과 여론조사의 역선택을 막는 문제와 유무선 비율, 전화 면접과 자동응답 비율 등 숱한 난관이 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자당이 후보를 내지 못할 경우 당의 존폐까지 걸린 문제일 수 있다. 이번 서울 시장 선거가 내년 대선의 방향타가 된다는 점에서 제3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승리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의식해서 제3지대 후보를 지나치게 깎아내리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서울시장 선거에서 집권당과 제1야당, 제3후보의 3파전이 벌어진다면 여권은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정책과 인물, 구도 등 여러 요소가 선거를 좌우하지만 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여권 후보들은 상호비방을 자제하면서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의힘 후보들 간의 네거티브는 선거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부정적이다. 보수 야권이 여권에 비해 후보군이 다양하다고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도 나경원, 오세훈 후보의 빅2 중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기대는 여권에 유리하다. 야당은 공약에서도 지나치게 현금 지원성 공약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입법, 행정, 지방권력을 석권하고 있는 집권세력이 이번 서울 시장마저 승리한다면 내년 대선에서 보수진영은

  • [참성단]과거에서 도망칠 수 없는 세상
    참성단

    [참성단]과거에서 도망칠 수 없는 세상 지면기사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에게 자베르는 숙명의 동반자다. 자베르는 장발장을 범죄자이자 탈옥수였던 과거에 가두어 놓고 그의 평생을 그림자처럼 뒤쫓는다. 미리엘 신부 덕분에 개과천선한 장발장이 선행을 쌓아 한 도시의 시장이 됐어도 자베르의 추적을 피하진 못한다. 자베르는 장발장에게 지울 수 없는 과거인 셈이다.설 연휴 직전에 터진 이재영-이다영 자매 배구 스타의 '학교 폭력' 가해 논란이 진정될 기미가 안 보인다. 학창 시절 피해자의 폭로에 나란히 사과문까지 발표했지만, 연휴 끝 무렵에 또 다른 피해자의 폭로가 이어졌다. 배구계에게 퇴출하라는 청와대 청원에 동참하는 여론도 늘고 있다. 이들 자매와 슈퍼스타 김연경까지 보유한 흥국생명은 드림팀은커녕 악몽에서 허우적대고 있다.TV조선 인기 프로그램인 '미스 트롯2'에 출연했던 진달래도 무명의 터널에서 벗어나려던 찰라 학폭 논란에 눈물을 뿌리며 도중 하차했다. "저의 어린 시절 철없는 행동이 아직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으셨다는 말에 가슴이 찢어지게 후회스럽고 저 스스로가 너무 원망스럽다." 그녀의 참회는 진심일테지만 너무 늦은게 문제였다.이재영-이다영 자매와 진달래뿐 아니다. 학교 폭력 가해란 과거로 현재가 무너지는 예체능 스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사회적 논란도 대립적이다. 한 사람의 현재를 과거에 연좌시켜 판단하는 것이 맞느냐는 주장과 치유되지 않은 과거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는 반박이 부딪힌다. 이재영-이다영의 사과를 받은 피해자는 "허무하다"고 했다. 가해자는 몇 줄 사과문으로 사과할 수 있겠지만 피해자의 피해엔 회복할 수 없는 누적된 세월이 박혀 있다는 뜻일테다.장발장은 시민군에 붙잡혀 죽을 지경에 놓인 자베르를 구해준다. 자베르는 그제서야 장발장의 선한 현재를 인정하고, 강물에 투신한다. 자베르의 목숨을 구해주고서야 장발장은 과거에서 벗어난 것이다.SNS 자체가 자베르인 시대다. 과거의 흔적을 지울 수 없는 세상이고, 과거의 조국이 현재의 조국을 저격하는 시간의 연좌제가 일상적이다. 피해자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는 한 개과천선이 그만큼

  • [기고]갈등을 넘어 험지에서 희망을 찾아야
    칼럼

    [기고]갈등을 넘어 험지에서 희망을 찾아야 지면기사

    대체매립지 '영흥도 적합 발표' 갈등의 시초인천은 서울·경기·환경부와 외로운 싸움중첫 행보로 영흥도 찾아 주민들 목소리 청취끝없이 소통하며 새로운 길 함께 열어갈 것"조택상 후보가 현대제철 통합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2005년 10월 현대제철 최초의 인천과 포항을 아우르는 통합노조위원장이 되는 순간이었다.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는 현대제철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었다.'이건 인간이 할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시작한 노동운동은 통합노조위원장이 되어 더 활발히 이루어졌고, 조합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고군분투하다 결국 27년 노동자 삶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삶은 정치였다.노동운동을 시작했던 그 순간부터, 나 조택상이라는 사람의 삶은 갈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삶이 갈등이고,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지금의 내가 존재하게 되었고, 정치인의 삶을 살게 했으니 말이다.정치인으로 삶을 살게 해준 20년 전 현대제철의 당시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당시 1사 2노조 체제인 현대제철은 사측이 아닌, 노동자끼리 싸워야 하는 아픔까지 겪어야만 했다. 합병 3년 차에 포항공장의 임금 및 인사제도에 대한 사측의 약속이 흐지부지되며 포항공장 노조원들과 인천공장 노조원들 간의 첨예한 갈등이 존재하게 되었고 그때 나는 결심했다. 통합을 위해 남은 임기를 포기하고 통합의 길을 가겠다고. 그때 내 의지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조합원들의 신임을 얻겠다'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설사 내가 신임받지 못해도 통합의 물꼬를 틀 수 있지 않겠나'하는 것이었다. 결국 통합은 명분을 넘어 실현이 되었다. 그때 깨달았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는 구성원들의 '신뢰'라는 것을.본래 '갈등'이라는 단어는 칡나무와 등나무가 얽히고설킨 형상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렇다. 칡나무는 왼쪽으로 돌며 오르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돌며 오르는 성질 때문에 얽히고설킬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갈등도 마찬가지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더 첨예해지고 복잡해진 갈등을 불

  • [월요논단]위기를 기회로
    칼럼

    [월요논단]위기를 기회로 지면기사

    코로나, 알 수 없는 미래 선택 재촉잘못된 특권 철폐와 재벌구조 개혁집단이익에 매몰된 기득권 청산…일부교회 반공동체적 신앙 폐기 등사회 문제·모순점 수정 할 기회 줘위기는 갈림길을 의미한다. 그 갈림길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삶은 정반대로 달라질 것이다. 그런 까닭에 위기는 어려움 자체가 아니라, 알 수 없는 미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위기는 이 선택 앞에서 우리를 끊임없이 재촉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공공장소의 개방 범위, 영업시간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든 결정해야 한다. 대면과 비대면의 범위를 결정하는 일은 학교와 종교 행사에 대한 결정으로 이어지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선택은 누구에게는 재정적 피해를 넘어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가지만, 누구에게는 오히려 이익이 증대되는 역설적 현상도 생긴다.위기의 순간은 가려진 비밀의 장막을 걷으면서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위기가 기회인 까닭은 이 불편한 순간이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신의 실존적 진실을 마주하게 되기도 하지만, 거대 담론의 관점에서 이 사태를 통해 사회와 생태계 위기에 직면한 우리의 현실과 그로 인한 문명의 전환에 대해 논의할 수도 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되돌아보거나 가족이 무엇인지, 일상의 삶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기도 하기에 위기는 위험을 넘어 삶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그런 관점에서 이 사태는 우리 사회의 문제와 모순을 수정할 중요한 기회를 주고 있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비중이 높은 자영업을 돌아보면서, 그들에 대한 단기적인 지원과 함께 장기적으로 편중된 경제구조를 개혁할 기회가 온 것이다. 지대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는 구조를 수정할 수도 있으며 잘못된 특권을 철폐할 기회이기도 하다. 기업이 아니라 재벌 구조를 개혁하고, 편협한 집단 이익에 매몰된 기득권을 청산할 기회이기도 하다.최근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반공동체적인 행태를 보이는 종교를 돌아보면 그들이 빠져있는 근본주의적이며 맹목적 신앙을 폐기해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방역

  • [심현보의 '생태교육']그레타 툰베리의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칼럼

    [심현보의 '생태교육']그레타 툰베리의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지면기사

    '위기' 인식 못하는 어른들에대책 촉구하며 국회의사당앞 항의 인천시교육청 '기후위기대응' 제시천혜의 갯벌·150여개 섬 활용생태·환경교육 실천할 때다지난 한 해는 코로나19로 시작해 하루하루를 살아온 해였고 지금도 이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가급적 외출을 삼가면서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서 영화를 많이 이용하였다. 그중 2012년 개봉된 '빙하를 따라서(Chasing Ice)'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의미있게 보았다.영화는 빙하의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환경사진작가인 '제임스 발로그'의 험난한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한 환경조건을 갖춘 북극지방에 온도에 민감한 카메라를 설치하고 기술적, 재정적 어려움과 함께 건강상의 문제도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2천300여장의 사진을 찍는 데 성공한다. 수년 동안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알래스카 등 주요 빙하지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저속촬영으로 빙하가 매년 수십미터씩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을 영상으로 제시하였다. 더욱이 이 사실은 통계학자나 과학자의 데이터보다 자신이 직접 촬영한 영상자료가 훨씬 사실적임을 강연장에서 공개하고 있다.이처럼 지구의 온난화는 극지의 생태계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첫째, 지구 평균 기온이 지난 100년(1906∼2005년)간 0.8도 상승했으며, 특히 최근 50년간은 매십년마다 0.13도씩 상승하여 100년간의 상승 폭보다 2배 정도 높았다. 이와 같은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은 멸종 위기에 처하고 있으며 희귀동물로 분류된 종의 73%가 서식지 파괴에 놓여있다고 한다. 둘째, 극지방 및 히말라야와 같은 고산지대 빙하의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극지 해안가는 얼음 대신 땅이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얼음이 녹는다면 해수면이 66m 정도 상승해 지구상의 여러 해안 도시는 물에 잠기고 가뭄, 홍수, 폭염, 전염병과 함께 식량위기를 가져온다고 한다. 셋째, 빙하가 녹으면 그동안 빙하 속에 들어있던 고대의 바이러스들이 나와서 현대의 생명체를 감염시킬 수 있고, 특히 사람의 면역체계 또한

  • [발언대]타조와 펭귄의 교훈
    칼럼

    [발언대]타조와 펭귄의 교훈 지면기사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감염위험과 경제 전반에 불어닥친 타격으로 우리는 전례 없는 위기상황을 감내하고 있다. 이런 재난상황 속에서 지역사회에 해결책을 제시할 리더십의 부재를 메우는 중요한 선거가 오는 4월7일에 실시된다. 경기도에서는 현재까지 구리시 광역의원 보궐선거와 부천시·파주시 기초의원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다.이번 보궐선거는 잔여 임기 1년여의 지역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탓에 투표 참여가 저조할 수 있다. 여느 때와 달리 어려운 상황 속에서 생활 공동체 구성원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할 책임 있는 정책결정자를 뽑는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상황에서의 투표 참여는 국민으로서 갖는 정치적 기본권의 행사이자, 자신이 소속한 지역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 있는 시민의식의 발현이라고 할 것이다.타조는 평야에서 위기상황을 맞닥뜨리면 머리를 땅속에 파묻어 위기상황을 회피하려 한다. 이처럼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현실을 부정하는 심리적 성향을 '타조 증후군'이라고 한다. 반면에, '퍼스트 펭귄'이라는 말이 있다. 바다에는 펭귄의 먹이도 있지만 바다표범과 같은 천적도 있다. 이로 인해 펭귄들은 바다로 뛰어드는 것을 주저하는데, 이때 한 마리의 용기 있는 펭귄이 뛰어듦으로써 다른 펭귄에게 연쇄적 동기를 유발한다는 의미다.위와 같이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타조와 펭귄의 행동양식은 대조적이다. 회피하는 '타조'가 될 것인지, 용기 있는 '펭귄'이 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시점이다. 결국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표에 참여할지의 여부는 유권자의 판단에 달려있다. 이미 우리 국민은 지난해 코로나 와중에 치러진 제21대 총선에서 높은 투표율(66.2%)로 국난극복의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준 경험이 있다. 코로나19란 길고 긴 터널의 고통을 인내하면서 연일 기적을 쓰고 있는 유권자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를 4·7보궐선거 투표소에서 기다리겠다./김다인 안성시선거관리委 지도주무관김다인 안성시선거관리委 지도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