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윤인수 칼럼] "살려달라"는 절규에 누가 답할 것인가
    기명칼럼

    [윤인수 칼럼] "살려달라"는 절규에 누가 답할 것인가 지면기사

    수감자·자영업자 등 생존위협 간절한 외침보선·대선… 국민들 구조손길·반응에 선택여야 정당·인물들 여전히 진영에 갇힌 형국지긋지긋한 정략참호 누가 먼저 탈출할건지누군가 "살려달라"고 하면 즉각 반응하고 구해야 한다. 인지상정이고 사회의 규범이며 국가의 의무다. 바다를 표류하는 조난자에게 총탄을 퍼붓는 짓은 상상할 수 없는 야만이다. 잊어선 안되고 잊힐리도 없다.연말연시 대한민국에서 "살려달라"는 절규가 이어졌다. 서울 동부구치소 수감자들은 창문 밖으로 "살려달라"는 대자보를 흔들었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운영자들도 "살려달라"고 했다. '살·려·달·라'는 네 음절은 생존을 위협받는 인간의 가장 짧은 외침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간절함의 무게는 천근만근이다.동부구치소 수감자들의 "살려달라"는 호소는 목숨을 위협받는 재난현장을 고발했다. SOS 대자보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그들의 공포에 공감하고 반응하기까지 한참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법에 의해 격리당한 사람들이 모인 구치소는 사회적 관심에서도 격리됐고 방역행정에서도 격리됐다. 정부는 신천지교회를 압수수색하고 청와대 비서실장은 광화문집회 주동자를 향해 "살인자"라고 고함쳤다. 코로나19 방역 방해행위를 반사회적 간접살인으로 본 것이다. 그런 정부가 동부구치소를 코로나 소굴로 만들었다. 변명과 사후조치로 봉합할 수 없는 방역실패와 인권유린의 주체가 된 것이다.실내체육시설 자영업자들의 "살려달라"란 투쟁은 경제적 생존을 위한 자구행위이다. 코로나는 1천명이 넘는 국민 생명도 앗아갔지만, 수백만에 이르는 영세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밥그릇도 깨트렸다. 그래도 국민을 위해 참고 인내한 착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인내에도 한계가 있고, 인내의 끝에서 희생의 공정과 형평이 깨진 현실을 목격한 순간, 그 착했던 사람들이 "살려달라"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철창 시위는 살기 위해 정부 지시를 거부하겠다는 본능적인 생존 의지였다.정부와 방역당국의 자영업 영업제한 규제엔 원칙도 현실도 없었다. 많은 언론이 지적했지만 외면했다. '현실적이지 않았다

  • [참성단]대기면성(大器免成)
    참성단

    [참성단]대기면성(大器免成) 지면기사

    동트기 전, 어둑한 식당 앞에 사람들이 몰려와 줄을 선다. 추위에 떨며 서너 시간을 기다리다 오전 8시쯤 문이 열리면 차례대로 입장한다. 매주 토요일마다 되풀이되는 미국 텍사스주 '스노스(Snow's)' 바비큐 식당의 진풍경이다. 직원이 10여명 남짓한데 요리는 86세 '투치 토마네츠 아줌마'가 전담한다.경력 60년의 아줌마는 평일에는 지역의 고등학교에서 잡역부로 일한다. 출근하면 청소하고 나무를 단장한다. 그의 바비큐는 주말 하루만 허락된다. 토요일 새벽 1시에 일어나 바비큐 요리를 준비한다. 전체 소요시간은 12~16시간이다. 소·돼지·닭·칠면조를 전통방식으로 구워낸다. 화력이 절정인 숯불을 삽으로 화로에 붓고, 화덕에 고기를 올려 열기와 연기로 익혀낸다.'천상의 맛'이라는 투치의 바비큐를 맛보기 위해 미국 전역과 유럽, 아시아에서 손님들이 몰려든다. 수백 미터 줄을 서야 먹을 자격을 얻지만, '괜한 고생을 했다'는 사람은 없다. 여든 중반이 넘은 노구에도 여전히 식자재 구매부터 요리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다. 최고의 바비큐 장인은 여전히 그만둘 생각이 없다고 한다.남편과 아들을 잃고 한동안 실의에 빠졌었다. 단골은 물론 먼 나라에서 온 식객들의 위로를 받으면서 다시 힘을 냈다. 전에는 까칠했는데 손님들과 더 가까워졌다. 덕담을 주고받으며 기념촬영을 하는 게 일상이 됐다. 덕분에 '한 입 베어 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는 마법의 바비큐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80대 장인의 전설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 시리즈에 소개됐다. 어떤 시청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꼭 가봐야 할 버킷리스트가 됐다'고 한다.노자의 도덕경에 '대방무격(大方無隔)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구절이 있다. 큰 사각(四角)은 모서리가 없으며,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진다는 거다. 늦은 나이에 출세하거나 이름을 떨치게 된 인사를 일컫는다. 어떤 학자는 노자가 말한 건 대기만성이 아닌 대기면성(大器免成)이었다고 한다. 큰 그릇은 완성됨이 없이 계속 만들어질 뿐이라는 것. '큰 사각은 모서리가

  • [노트북]영동선 버스전용차로
    노트북

    [노트북]영동선 버스전용차로 지면기사

    영동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가 소폭 축소된다. 기존 '신갈분기점~여주분기점' 구간 41.4㎞에서 운영하던 버스전용차로가 '신갈분기점~호법분기점'의 26.9㎞로 14.5㎞ 단축하는 것이다.텅 빈 채 '카니발', '스타렉스'와 같은 9인승 차량 전용도로로 쓰인다는 비판이 나왔던 차로기에 반겨야 할 조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있다. 객관적 기준을 바탕으로 마련한 기존 개선안보다 5㎞ 정도 소폭 늘어난 까닭이다. 영동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시행됐다. 평창올림픽 등을 이유로 고속버스 운행량 증가가 예상되자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엔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일반 차로는 정체되는 데 반해 버스전용차로는 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아 운전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온 것이다.이에 경찰은 한양대 연구팀에 용역을 의뢰해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설치 기준 및 운용지침'에 대한 정량적 기준을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9월엔 '신갈분기점~덕평나들목'구간 21.1㎞로 축소하기로 행정 예고했다.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되려 개선안보다 늘어났다. 경찰은 행정예고기간 동안 접수된 의견을 수렴한 결과란 설명이다.볼멘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현재도 주말이면 꽉 막힌 일반 차로와 달리 버스전용차로엔 9인승 차량이 막힘없이 질주하는 까닭이다.연구팀은 앞선 용역에서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운영할 때 2년마다 재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버스전용차로에 대한 정확한 운영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이번 개선안도 또 재평가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는 대다수 일반 시민들이 정체로 고통받으며 '폐지'를 외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할 때다. /김동필 사회부 기자 phiil@kyeongin.com김동필 사회부 기자

  • [홍창진 칼럼]감당할 수 없는 일
    기명칼럼

    [홍창진 칼럼]감당할 수 없는 일 지면기사

    우리안에 꿈틀거리는 불길한 상상막상 닥치면 의연히 해결할 일인데가능성 없는 일들로 인해 괴로워 해누구나 미숙함 있다는것 인정 중요믿을만한 사람과 사연 나누길 바라인생을 살면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상황에 처했을 때 종교인을 찾습니다. 그러다 보니 종교인 입장에서는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가 막힌 사연이 참 많습니다. 중증 장애인 아이를 둔 부모, 사업의 부도로 이혼은 물론 온 가족이 해체를 겪는 중년의 가장, 가정폭력으로 괴로워하는 아내 등등 사연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괴로움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들의 사연을 들으며 놀라운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저마다 괴로움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각자 해답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별말씀 안 드리고 그저 공감하고 들어주었을 뿐인데 그들은 눈물을 흘리는 중에도 앞으로의 대안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결심에 기도를 부탁하곤 길을 떠났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다시 보면 모두들 잘 극복하고 씩씩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사람은 막상 정말 큰 불행이 닥치면 의연하게 잘 대처합니다. 그런데 작은 시련에는 오히려 몸 둘 바를 모르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안정된 직장을 다니며 맞벌이하는 아내와 함께 아이 둘을 키우는 가장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취미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초등학교 동창 모임은 물론 각종 골프 모임에 남자들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영 께름칙하다는 겁니다. 골프가 끝나면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아내를 보면서 좋지 못한 상상을 시작했습니다. 의심을 시작하고부터는 마음이 괴로워지고 힘들어졌습니다. "아니다, 아니다" 하면서 어느새 아내의 휴대전화를 뒤져보고 메시지 내용들을 왜곡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언성을 높이다 폭력에 이르게 되어 급기야 별거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아무 증거도 없는 일에 상상력이 더해져 일어난 일입니다. 사과를 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맹세까지 한 뒤에 다시 함께

  • 미스터 달팽이 2021년 1월 11일자(이공명)
    만화

    미스터 달팽이 2021년 1월 11일자(이공명) 지면기사

  • 사설

    [사설]수도권 생활 쓰레기 처리난, 근본 대책 모색해야 지면기사

    환경부와 경기·인천·서울시는 2020년부터 수도권 매립지에 반입되는 생활 쓰레기의 양을 지자체별로 제한하는 반입 폐기물 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2018년 생활폐기물 배출량을 기준으로 반입량을 10% 줄이는 것이다. 이를 지키지 못한 지자체는 일정 기간 수도권 매립지에 쓰레기를 들여올 수 없도록 했다. 쓰레기 분리수거와 재활용 비율을 높이고, 수도권 매립장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무료이던 연탄재에도 처리비용을 부과하고 있다.총량제 시행 첫해인 지난해 반입 물량을 초과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적발된 지자체는 모두 43곳이나 된다. 매립지 반입 총량을 할당받은 수도권 지자체 58곳 가운데 74%가 지키지 못한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포천과 남양주, 화성, 의정부 등 14개 지자체가, 인천에서는 옹진군을 제외한 9개 지자체가 모두 총량제를 위반했다. 총량 초과비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서울의 경우 강서구(248%), 경기는 포천시(1천255%), 인천은 강화군(160%)이였다.매립지 공사는 위반 지자체에 대해 올해 상반기 중 5일 동안 쓰레기 반입을 중지하는 벌칙을 내릴 예정이다. 세부 일정은 해당 지자체들과 협의해 정하기로 했다. 이들 지자체의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오는 3월까지 기존 수준의 2배 수준까지 부과·징수할 예정이다. 폐기물 반입 정지는 주말까지 포함하면 7일까지로, 해당 지자체 주민들은 쓰레기 적체에 따른 생활 불편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일부 지자체는 민간이 운영하는 소각장 등을 통해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근본 대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수도권 지자체들은 쓰레기 발생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분리수거와 재활용률을 최대치로 끌어 올려도 총량제를 지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호소한다. 그런데도 올해에는 지자체별 수도권매립지 반입 할당량이 2018년 반입량의 85%까지로 제한된다. 지난해보다 5%포인트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반입 총량을 위반한 지자체들은 물론 나머지 시·군·구도 난감한 처지가 됐다. 정부와 광역지자체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수도권매립지는 4년 뒤에

  • 사설

    [사설]전 국민 재난지원금, 선거에 이용돼서는 안된다 지면기사

    11일부터 3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예정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이미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진에 무게를 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나 민주당 차원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논의가 공식화한 건 지난 6일이다. 이미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 국민 지원을 들고 나왔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전 국민지원방안 검토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정세균 총리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놓고 공방을 주고받으며 관련 이슈의 주도권을 여권이 선점한 셈이다.전 국민 재난지원의 명분은 피해계층과 고용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의 성격을 벗어나 소비 진작과 경기부양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며칠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천명대를 벗어났다고 하지만 확산세가 확실히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금을 풀 경우 감염 재확산의 빌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직은 전 국민 지급에 신중을 기해야 할 때다. 물론 정부 재정악화 우려도 전 국민 지원 반대의 이유로 꼽히지만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작은 편이다. 국민의힘은 전 국민 재난지원이 4월 보궐선거를 의식한 여당의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절반 이상이 전 국민 재난지원을 찬성하는 여론 때문에 지급하자는 여당의 뜻대로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그러나 향후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더 늘어나면 4차나 5차 재난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사실과 본 예산 편성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논리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피해계층에 대한 지원을 보다 확실하고 두텁게 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소요되는 예산을 피해가 막심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 특수고용자에게 몰아주는 것이 코로나로 심화하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기정 사실화할지라도 정책효과를 충분히 검토하고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시기와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3차 재난지원금 지급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제

  • [경인만평 이공명 2021년 1월 11일자]컨트롤c 컨트롤v
    만평

    [경인만평 이공명 2021년 1월 11일자]컨트롤c 컨트롤v 지면기사

  • [오늘의 창]당신의 아파트는 안전합니까
    오늘의 창

    [오늘의 창]당신의 아파트는 안전합니까 지면기사

    초등생 아들에게 물었다. "만약 아래층에서 불이 나면 어떻게 할거야?" 아들은 학교에서 배웠다며 자신있게 답했다. "당연히 옥상으로 대피해야죠." 지금 불이 났다고 가정하고 실제로 대피해 보자고 했다. 아이와 함께 계단 통로를 따라 계단이 끝나는 지점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그곳에 비상문은 없었다. 굳게 잠긴 문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팻말만 붙어있을 뿐이었다. 이곳은 권상기실이었다. 옥상 비상문은 한층 밑에 있었다.권상기실은 엘리베이터 기계를 관리하는 장소로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다. 상당수 아파트가 권상기실이 옥상보다 한층 더 위에 위치해 있는 구조로 지어져 위기상황에서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대피시 계단이 끝나는 지점까지 올라갔다간 옥상 비상문이 아닌 권상기실과 마주치게 되는 구조다. 계단 끝까지 대피한다는 상식과 본능만으론 탈출에 실패하게 된다.실제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고가 최근 군포에서 발생했다. 한 달 전 군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당시 인테리어 공사를 벌이던 근로자 2명 외에 옥상으로 대피하던 이웃주민 2명이 숨졌는데, 이들은 옥상보다 한층 위에 위치한 권상기실 문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현장 감식 결과에 따르면 당시 옥상 비상문은 열려 있었다. 다시 말해 실외로 대피가 가능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비상문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열려있는 옥상 비상문을 지나친 채 권상기실까지 올라간 이들은 결국 탈출에 실패,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과연 이들의 잘못일까. 아파트 건축상의 구조적 문제는 차치하고 만약 권상기실로 향하는 계단 통로라도 차단돼 있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옥상 탈출구가 있다는 건 모두의 상식이다. 더욱이 실제 대피상황이라면 본능적으로도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최고 꼭대기층이 권상기실이란 걸 평소에 인지하고 그보다 한층 아래에 위치한 옥상으로 대피할 수 있는 주민이 몇이나 되겠는가. 제2, 제3의 인명피해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지금 당장 자신의 아파트 옥상

  •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사랑에 빠진 표정
    칼럼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사랑에 빠진 표정 지면기사

    교양연극 '에볼루션 오브 러브'는사랑의 담론에 관한 보고서사랑을 하는 사람이 듣고싶은 말 "사랑해"라는 말의 대답으로 충분한 말은 "사랑해"이기 때문연극 '에볼루션 오브 러브'(연출·이영은, 1월8~1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사랑에 관해 말하고 있다. 본격 교양연극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작품은 사랑에 관한 주석에 가깝다. 모두 열 두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무대는 수많은 참고 문헌을 인용하며 사랑에 관해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사랑의 담론에 관한 보고서이다.열 두개의 장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열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독립된 장면으로 구성된 열개의 장은 사랑의 기원, 사랑 찾기. 너무 많은 사랑, 사랑의 고통, 인공적 사랑, 사랑과 가족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셰익스피어와 라신의 작품에서 대사를 인용하기도 하고 사랑에 관한 사회문화적 의미를 탐구하기도 하며 심리학과 생물학에서 말하는 사랑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그렇게 이 보고서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이 보고서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사랑에 빠진 표정'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행동이며 사랑은 행복이 아니라 희열이라고 보고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반복적으로 보고라는 말과 보고서라는 말을 쓰는 까닭은 이 작품은 사랑을 주제로 한 인물 사이의 사건을 다루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랑에 빠진 표정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말할 뿐 사랑에 빠진 인물의 이야기는 없다는 말이다.아무튼 '사랑에 빠진 표정'이라는 말에는 묘한 그 무엇이 있다. 여기 사랑을 하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리고 사랑을 하는 사람이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고 하자. 여기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사랑에 빠진 표정을 볼 수 있을까. 당연히 볼 수 없다. 사랑을 하는 사람의 사랑에 빠진 표정은 사랑을 하는 사람 자신이 볼 수 없다. 그 표정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사랑을 받는 사람이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사랑을 받는 사람의 표정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표정은 사랑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