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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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인의 꽃]동백이 지고 나면 지면기사
비릿한 갯바람에 소복이 눈 맞고 서서 / 한껏 피었다가는 못내 뭉텅뭉텅 / 쓰린 제 붉은 목 떨어뜨리는 / 그때가 비로소 너의 절정이라는 것을 / 제 슬픔에 겨워 저리도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 바닥치기로 떨어뜨린 목 고이 눈감은 채 / 나를 증명하려고 오지는 않았다 / 짐짓 모르는 척 지는 해거름에 바다를 굽어본다 / 그렇게 나도 여기 오래 있지는 않으련다 / 제 몸을 쳐서 겨운 고개 다시 치켜드는 너를 두고 / 다들 한 자락 해풍에 소리를 다듬다 갈 것이다 / 그렇게 뒤늦어서야 자지러질 테지만 / 목청을 높여 피를 한 주먹 토해내도 소용없이 / 목을 더럽혀 갈기갈기 죄 찢어내고서야 / 두 눈 물컹하니 시린 뭇 별들을 헤아릴 뿐 / 천 번을 더 그렇게 네 삶을 던져둘 것이어서 / 소금바람이 할퀸 자리가 더 푸르다 / 무엇을 얻으려는 게 아니라 그게 너의 전부라는 것을 / 그리하여 삶은 이다지도 깊고 소란스러운 것을 김태형(1971∼)모든 자리는 자리를 채우고 있을 때 그 자리의 크기와 깊이를 알지 못한다. 이같이 현존하는 것은 존재의 리얼리티이지만 존재 본질은 실체성을 통해 파악되는데, 실존이 자리하고 있을 때에는 그러한 존재 의미를 인식할 수 없다. 게다가 현존이 오래될수록 장막에 가려진 실체를 무감각적으로 바라보는, 가까운 존재로 여겨질 뿐이다.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동백꽃은 12월에서 4월까지 개화하며 무려 5개월 동안 피었다가 진다. 이 꽃이 '얼마나 누군가를 사랑했기에' 천일이 넘도록 '제 슬픔에 겨워 저리도 아름답게' 개화하는 것일까. 그것은 '쓰린 제 붉은 목 떨어뜨리는 그때'가 되면 알 수 있으리. 동백이 '제 몸을 쳐서 겨운 고개 다시 치켜드는' 그리움 보이는가. 그렇게 떠나보낸 당신의 사랑도 '목청을 높여 피를 한 주먹 토해내도 소용' 없는 내가 '너의 전부라는 것을' 네가 떠난 후에 너를 다시 그 자리에서 보게 되는 것처럼.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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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치단상]코로나 시대와 지방자치의 날 지면기사
K-방역과 한류 '세계 선도' 명백히 보여줘정부, 지방분권 위해 지방세 비중 지속 상향연방제 수준 국세·지방세 비율 '6:4' 바람직지방정부의 자율성 강화 주민 공감 얻어야매년 10월 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다. 지방자치에 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그 성과를 공유하자는 뜻에서 지난 2012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되며 출발했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본격화된 것은 1995년, 전국 모든 시·도·군 의원과 단체장까지 주민이 직접 투표로 뽑으면서다.우리 지방자치는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또 다른 분기점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당시부터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을 강조했고 '헌법 개정안',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 등을 내놓으며 실질적 지방분권 강화에 앞장섰다.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강화 기조는 의외의 상황에서 긍정적 결과를 도출했다. 올해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에 봉착한 우리 정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방역에 나섰다.중앙정부는 중앙의 역할을, 지방정부는 지방에 꼭 필요한 일을 수행했다. 중앙과 지방 간 유기적 협조와 지방정부의 선제적 대처는 우리가 선진국이라 여기던 미국과 유럽 국가로부터 'K-방역'이라는 극찬을 받게 했다. 그 원동력은 바로 지방분권 강화에서 나왔다.코로나 시대를 맞아 지방분권 강화야말로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선의 방안임이 증명됐지만, 현재에 만족할 순 없다. 그동안 우리의 방역, 경제, 문화 등이 선진국을 '추격'하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우리가 전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될 차례다. K-방역과 한류는 이미 우리가 세계를 선도한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선도 국가의 길에 접어든 지금이 더욱 지방분권을 강화할 적절한 시점이다.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의 핵심인 지방세 비중을 계속 높이고 있다. 2018년 22.3%였던 지방세가 2020년 추정치에서는 24.5%로 증가했다. 문 대통령은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8대2에서 7.5대2.5로 높아질 것이고 정부 말에는 7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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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발언대]가을 산행 만산홍엽을 즐기려면 안전이 최우선 지면기사
"정말 우리도 한 떨기 단풍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다리는 줄기요, 팔은 가지인 채, 피부는 단풍으로 물들어 버린 것 같다. 옷을 훨훨 벗어 꽉 쥐어짜면, 물에 헹궈 낸 빨래처럼 진주홍 물이 주르르 흘러내릴 것만 같다." 금강산 기행을 바탕으로 쓴 소설가 정비석의 '산중무한' 중 단풍예찬 글이다. 많은 행락객이 가을 하늘과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려 다양한 방법으로 멋진 장소를 찾는다. 문제는 산에서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등산객이 몰리는 단풍철은 실족, 발목 골절, 추락, 길 잃음 등 안전사고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7~2019년) 산악사고는 총 2만8천771건으로 연평균 9천590건이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실족·추락 6천893건(24%), 조난 6천547건(23%), 개인질환 2천830건(10%) 순이었다. 월별로는 단풍이 드는 10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는데 연평균 1천284건으로 연중 사고 건수 대비 13%였다.청정 가평은 연인산, 유명산, 명지산, 운악산, 화악산 등 수려함을 뽐내는 명산으로 사계절 내내 등산객들이 자주 찾고 있는 지역이다. 산행은 힐링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도 마련해 주는 반면 안전 수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크고 작은 사고를 동반하게 된다. 가평지역에선 지난 2017년 151건, 2018년 123건, 2019년 149건, 2020년 10월 현재 104건의 등산사고가 발생했다. 이중 지난 3년간 130여건의 사고가 안전 수칙 불이행으로 분석되고 있다. 산행을 할 때는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서 다음 사항을 유의해야 한다.첫째, 계절이 바뀌면서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일교차가 커지는 시기일수록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하고, 입산이 통제된 위험지역은 출입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큰 일교차로 등산로와 풀숲에 이슬이 맺히고, 서리까지 내리면 평소보다 등산로가 미끄러울 수 있으니 보행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셋째, 산행 시 자신의 체력에 맞춰 충분히 휴식하고 몸에 이상이 오면 즉시 하산하도록 한다. 넷째,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국가지점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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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미스터 달팽이 2020년 11월 2일자(이공명)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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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정치이익 위해 당헌 바꾼 민주당 지면기사
더불어민주당의 내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공천을 위한 당헌 개정 여부를 묻는 전당원투표가 1일 오후 종료되어 예상대로 당헌 개정을 통해 서울·부산 시장 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게 됐다. 결국 민주당은 당의 헌법을 스스로 뒤집음으로써 정치불신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는 당헌 조항은 2015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에 만들었다.이낙연 대표는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이 아니며, 오히려 공천으로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당헌 개정 이유를 밝혔지만 군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대국민약속 위반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 총선 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며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2014년에는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방침도 뒤집었다. 민주당은 이러한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는 것이 정치적 손익관계를 따져볼 때 유리하다는 계산에서 전당원투표를 실시했을 것이다.정치가 불신받는 이유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현실적 이익에만 몰두하여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꾸기 때문이고 내로남불 행태가 일상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치불신은 정치냉소로 이어지고 사회갈등과 균열을 반영하여 제도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당이 오로지 정당구성원들의 이익에만 복무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전당원투표를 통한 당헌 개정이 서울 시장 선거가 대선의 전초전이고 서울시장을 차지하는 정당이 대선 고지에서 유리했던 실증적 사례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민주당의 고육지책임을 모르지 않지만 어떠한 변명과 합리화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현실과 이상, 명분과 실리 사이의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 정치라고 하지만 너무나 명백한 문제를 정면으로 어기는 것은 공당의 도리가 아니다. 눈 앞의 정치적 이해에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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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시·군 반발하는 과도한 산지 난개발 방지대책 지면기사
경기도가 개발행위 가능한 산지 경사도를 25도에서 15도로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지침을 시·군에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는 산림지역의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겠다는 취지라고 밝혔으나 해당 지자체들은 개발행위 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며 반대하고 있다. 가평과 여주, 양평, 광주 등 상대적 낙후지역으로 꼽히는 동부권은 지역 실정이 무시됐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도가 지난달 초 시달한 '산지 지역 난개발 방지 및 계획적 관리지침안'에 따르면 산림을 개발하려면 폭 4~8m의 도로를 확보해야 한다. 현재는 폭 6m가 상한선이다. 반면 옹벽은 수직 높이를 최대 15m에서 6m로 낮추도록 했다. 경사도 허용 기준은 산지관리법에 명시된 25도가 아닌 15도 이하로 강화해 시군 조례에 반영하도록 했다. 해당 지자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가평군의회는 최근 임시회에서 '경기도 산지 지역 난개발 방지 및 계획적 관리지침 완화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군의회는 전체 면적 중 83.5%가 임야로,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중복규제로 낙후된 지역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처사라고 비난했다. 광주·여주·파주·양주시와 양평군도 "개발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조치"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지자체들의 집단 반발에 도는 당황한 기색이다. 그러면서 아직 확정된 기준이 아니라며 한 발 빼는 모양새다. 도가 지침을 내려도 시군과의 협의가 원만하지 않을 경우 시행이 불투명하다. 도는 해당 지자체들과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나 새 지침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경사도 15도 이하 제한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새 지침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산지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데 과연 어느 지자체가 이를 수용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도는 계곡과 하천에 들어선 불법 건축물과 상행위를 상당 부분 바로잡는 성과를 거뒀다. 산지 개발과 관련한 새 지침도 난개발을 막고 법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지역 개발을 저해하고 때론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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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평
[경인만평 이공명 2020년 11월 2일자]누가 되든…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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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참성단]난민(難民) 지면기사
이란인 메르한 카리미 나세리는 1988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18년 동안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에서 살았다. 이란 팔레비 왕조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추방당했다며 난민 인정을 받아 영국에 정착하려다가 여권을 분실하는 바람에 출발지인 프랑스로 쫓겨나, 그대로 공항 라운지에 갇힌 것이다. 공항 칩거가 흡족했던지 나세리는 프랑스가 발급한 난민용 여권도 거부하며 공항생활을 이어갔다. 남에게 절대 폐를 끼치지 않는 그를 공항 직원들은 가족처럼 돌봤고, 신문을 읽거나 일기를 쓰며 유유자적하는 일상으로 그는 일약 프랑스 제1국제공항의 명사가 됐다.2004년 나세리의 일기를 엮어 출판한 '터미널 맨(The Terminal Man)'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톰 행크스 주연의 '터미널(The Terminal)'이다. 가상의 국가 크라코지아에 온 빅터 나보스키가, 모국에서 발생한 쿠데타로 인해 무국적자가 돼 존 에프 케네디 공항에 갇힌 뒤 벌어지는 해피엔딩 스토리다.하지만 나세리나 영화속 나보스키 처럼 행복한 난민은 극히 드물다. 많은 국가들이 UN 난민조약에 따라 난민을 보호한다지만 허울뿐일 경우가 많다. 중국은 홍콩 민주화운동가나 반정부 인사들의 미국 망명을 결사적으로 막는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목선 탈북난민 2명을 5일만에 북한에 강제송환했다. 유럽과 미국은 경제난민의 대규모 유입을 막는다. 외교분쟁과 국내 반대여론 등 정치적 부담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들이 난민지위 인정에 각박한 것이다. 인권과 국익의 충돌이다.그러니 실제로 난민이 되어 타국의 공항에 갇힌다면 처참하다. 지난 2018년 콩고 출신 앙골라 국적인 루렌도 부부와 자녀 6명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했지만, 심사를 거부당해 9개월 넘게 공항에 갇혔었다. 결국 법원의 결정으로 심사가 가능해져 공항을 빠져나왔지만, 가족 모두 건강을 크게 상했다고 한다. 언제 추방당할 지 모르는 공항 생활은 공포 자체였을 것이다.루렌도 가족 사태로 난민법 위헌소원이 제기됐었다. 난민 심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위헌이라는 주장에, 헌법재판소는 지난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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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월요논단]송덕과 불망 지면기사
선정베푼 관리에 감사의 마음 기려碑를 건립하거나 기념행사로 승화그러나 일제 이토히로부미 사례처럼권력욕·처세를 위한 '가짜'도 많아국민에 오래 기억될 리더는 어디에강화 교동도에 가면 오랜 역사를 지닌 향교가 있다. 오래전에 배를 타고 답사한 적이 있었다. 당시 허물어진 읍성 밖 밭 한가운데 수십여 개의 송덕비(頌德碑)들이 방치되어 있었다. 사학과 교수님께 물었다. 저런 위대한 송덕비가 왜 홀대를 받느냐고. 처음에는 선정을 베풀고 떠난 관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을 사람들이 세웠다고 한다. 그다음에는 부임하자마자 송덕비부터 만든 탐관오리들도 있었다. 그가 배를 타고 떠나자마자 송덕비가 읍성 밖으로 버려진 이유이다. 그런데도 최근 가짜 송덕비까지 향교 입구에 가지런히 모셨다. 가짜와 진짜를 생각해보라는 향교 어르신들의 역사적 안목이 담겨있다.남산포에는 조선시대 수군 통제사령부가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 배를 정박시켰던 묘박은 여전히 담벼락 옆 쓰레기에 갇혀있다. 교동향교의 전교(典校)를 지내셨던 분이 인천시나 정부에 화를 내시는 것도 당연하다. 남산포를 기억하지 않는 우리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그가 불망비(不忘碑)로 안내했다. 민낯으로 서 있는 송덕비와 달리 불망비는 비각까지 갖추고 있다. 조선시대 정3품인 도정(都正)을 지낸 분이다. 주민들에게 어떤 은혜를 베풀었는지는 불망비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사후에 세웠다는 그 '영세불망비'의 주인공이 인간의 도리를 다한 참으로 존경받을 만한 분이었기를 바랐다.누구나 인생을 살다 보면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혼자만 그리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집단으로 그리워한다. 집단적인 추모는 역사나 기념행사로 승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불망비가 항상 좋은 뜻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일제 강점기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 의사에게 저격당하자 이토의 공을 잊지 않기 위한 불망비를 세우고자 송덕비건립사무소를 설치한 자들이 있었다. 1909년 10월 26일 안 의사의 거사 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11월 2일이었다. 111년 전 오늘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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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고]위드 코로나(With COVID-19) 시대와 남북협력
남북관계 정체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다. 미국 대선 이후 어떤 방식으로든 북미대화나 남북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긴 하지만, 현재 남북관계는 그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이야기되던 '포스트(Post) 코로나' 논의가 최근에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대한 고민들로 채워지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 남북협력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2020년 들어 북한은 심각한 삼중고를 경험하고 있다. 첫째는 전세계적인 코로나19 위기, 두 번째는 강력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그리고 세번째는 올 가을 북한을 강타한 태풍의 피해이다. 이러한 삼중고 속에서 북한은 내년 1월로 예정된 8차 당대회를 앞두고 태풍 피해 복구와 경제성과 달성을 목표로 내부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북한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비상방역법'을 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방역법은 우리의 거리두기 단계와 비슷하게 전염병의 전파 속도와 위험성에 따라 비상방역등급을 1급, 특급, 초특급으로 구분하고, 단계별 적용대상과 조치사항을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과거 어려운 상황마다 '70일 전투', '100일 전투' 등 특유의 속도전 방식의 강제동원 전략을 취했듯, 지난 10월 5일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9차 정치국회의에서는 '80일 전투'를 선포하고 그 첫 번째 과업으로 방역체계와 질서를 확고히 견지할 것을 선언하였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은 2020년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한 명의 악성비루스 피해자"도 발생하지 않았음을 언급하였지만, 북한도 코로나19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전해진다. 최근 「노동신문」은 주요국가들의 감염 실태와 그 심각성에 대해 계속적으로 보도하는 등 북한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